〈 15화 〉# https://t.me/LinkMoa
다음 날 아침.
휙, 휙, 휙, 휙…….
“후우… 후우…….”
나는 집 근처의 마당에서 열심히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전역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요 몇 달간 운동을 한 번도 안 했더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하아.
힘들다. 힘들어.
“오. 운동 열심히 하시네요?”
정신없이 줄넘기를 하던 찰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에요. 혹시, 누구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어요?”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청순한 매력을 지닌 미녀가 서 있었다.
장예화였다.
나는 잠시 줄넘기를 멈추고 쓰게 웃었다.
“아뇨. 요즘 너무 게을렀던 것 같아서요. 이제부터는 뭔가 좀 열심히 해보려고요.”
“아하. 좋은 생각이네요~.”
그녀가 베시시 하고 웃었다.
나는 그녀의 웃음에 속으로 미소지었다. 뭐, 게을렀던 것은 맞지만, 운동을 하는 것은 코인 때문이었다.
어제저녁.
가진 스킬들을 실험해본 나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우선 코인을 열심히 모으는 것!
생각해 보니 일일 퀘스트의 보상 코인은 짠 게 아니었다.
줄넘기 5천 개로 80코인. 1시간 정도의 운동으로, 실질적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코인을 벌 수 있는 것이었다.
아직은 나 자신의 능력치를 올리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분명 가능하리라. 게다가 계속해서 능력치를 올리다 보면, 결국 코인을 버는데 드는 시간도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일일 퀘스트 3개만 한다고 만족해서는 안 됐다. 3개는 하루에 최소한 해야 할 양인 것이고, 이 일일 퀘스트라는 것들은 할 수 있는 만큼 해두는 것이 좋았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제 가시는 건가요?”
“네, 간만에 수정이와 재미있게 놀았어요. 이제는 가봐야죠.”
“그렇군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에, 진현씨도 운동 열심히 하세요! 파이팅~!”
그녀는 귀여운 포즈를 취하며 응원하고는, 뒤를 돌아섰다.
깜찍했다.
어쩌면 저렇게 하는 행동도 귀여울 수가 있지?
입맛을 다신 나는 마저 남은 200개의 줄넘기를 후딱 끝냈다.
[ 축하합니다! 일일 퀘스트 ‘기본 육체 : 줄넘기 5000개를 하세요’를 완료하셨습니다. ]
[ 보상으로 80코인이 지급됩니다. ( 보유 코인 : 810 ) ]
“좋아.”
코인이 쌓이는 것을 보는 맛이 쏠쏠했다. 어제저녁 깬 일일 퀘스트 3개와 지금 막 깬 1개를 합쳐 벌써 810이라는 코인이 모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지.”
나는, 장예화가 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갔나?’
갔네. 갔어.
그녀가 없어진 것을 확인한 나는, 얼른 집 안으로 들어와 몸을 씻었다. 땀을 쫙 빼고, 말끔하게 샤워를 마친 나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블랙룸.”
아공간으로 향하는 포탈이 열리고,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묘한 감각을 통과하자, 고급스러운 방의 풍경이 펼쳐졌다.
“블랙룸. 변신, 위협 모드.”
나는 다시 스킬 이름을 외쳐 포탈을 닫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변신 스킬을 사용해 모습을 바꿨다.
[ 스킬, ‘블랙룸’을 사용했습니다. 소모값으로 1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800 ) ]
[ 스킬, ‘변신’을 사용했습니다. 소모값으로 3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770 ) ]
- 우드득, 우드득
차례차례로 코인들이 빠져나가고, 내 모습이 살과 뼈과 뒤틀렸다.
“후우.”
거울 속에 비춘 나의 모습을 바라본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 누구도, 이 모습이 기존의 천진현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잠시 거울을 바라보던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좋아…….”
나는 이제부터 강수정을 이 방 안으로 소환할 것이다.
소환한 뒤에 할 일은 뭐......
당연히 정해져 있었다.
소환 자체는 어제 할 수도 있었지만, 준비할 것들도 있고, 지금까지는 그녀의 옆에 장예화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부터 하는 것으로 정했다.
모습도 바꾸고, 아공간이라는 신비한 공간에 그녀를 소환하는 완전범죄긴하다만, 옆에서 누군가가 사라진 것을 직접 본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그녀가 설령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목격자가 없다면 그저 말도 안 되는 일로 치부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매일 정신이나 육체 일일 퀘스트를 하며 코인을 착실하게 벌고, 호감도를 차근차근 올려 그녀를 공략해도 됐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뭐… 사실 그건 핑계고.”
솔직히 말해서, 못 참을 것 같았다.
그녀의 몸매와 외모는 발군이었다. 생각만 해도 아래의 똘똘이가 불끈 솟아올랐다.
이러한 신비한 스킬을 얻었고, 눈앞에 맛있는 떡이 차려져 있는데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몇 시간 동안 호감도를 올려주던 사탕만 가지고 있던 유정이 누나 때와는 경우가 달랐다.
게다가 그녀와 성행위를 하면, 매일매일 엄청난 포인트를 추가로 벌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참 쓰레기야.”
하물며 사람을 조교할 생각을 하다니.
나는 나 자신이 평범한 마인드를 지닌 시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악인이라고 해도 이미 스킬들은 내 손에 들어왔다. 신비한 힘을 지닌 히로인 어플을 얻은 이상, 그걸 활용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저벅저벅 걸어 침대와 탁자가 있는 반대편의 방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자판기 한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내가 자판기 앞에 서자, 자판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신나는 성생활~! 당신의 파트너, 블랙룸 성생활 도우미 자판기 1호에요~!”
“원하시는 물품을 선택하면, 해당 물품의 가격에 맞는 코인이 자동으로 차감되고 물품이 나옵니다~!”
섹시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나는 자판기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설마 이런 자판기가 있었다니… 몰랐지.’
어제 저녁.
일일 퀘스트들을 마치고, 스킬들에 대해 생각해 보던 나는 블랙룸 안에 자판기가 하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 번 더 블랙룸에 들렸었다.
그때 이 자판기 앞에 처음 섰는데, 성 관련의 신비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자판기였다.
내가 강수정을 확실하게 조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 자판기 덕분이었다.
자판기는 1줄당 10개씩 총 4줄로 40개의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두 줄은 고정 아이템인 듯하고, 나머지 두 줄은 매일매일 바뀌는 아이템인 것 같았다.
나는 진열된 아이템들을 바라보았다.
자판기에는 아이템 밑으로 아이템의 이름과 가격, 그리고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 그녀를 여왕님으로! ( 70코인 ) ] : 삼키기 좋은 알약! 10개에 70코인! 알약을 먹으면 그녀도 여왕님!? 6시간 동안 사디즘이 폭발한 그녀에게 마음껏 매도당하세요!
[ 저항할 수 없는 쾌락 ( 40코인 ) ] : 삼키기 좋은 알약! 5개에 40코인! 알약을 먹으면 3시간 동안 온몸에 힘이 빠지고 쾌락은 두 배!? 혼내주고 싶은 그녀가 있다면, 당장 시도하세요!
[ 내게는 고통이 포상이야 ( 60코인 ) ] : 바르는 크림! 240ml에 60코인! 크림을 바르면 3시간 동안 바른 곳은 고통이 쾌감으로!? 더이상 고통에 짜증 내지 말자!
[ 아이는 나중에 갖자, 남성용 ( 50코인 ) ] : 삼키기 좋은 알약! 20개에 50코인! 아직은 더 즐기고 싶다! 알약을 먹으면 12시간 동안 임신 걱정 없는 안전한 정자를 배출!
[ 너, 내 개가 돼라! ( 950코인 ) ] : 엉덩이에 꽂는 앙증맞은 강아지 꼬리! 단돈 950코인! 해당 꼬리가 꽂힌 사람은 말할 때 말끝마다 무조건 ‘멍’을 붙여야 한다! 그녀는 나만의 귀여운 강아지!
“진짜 다양하다니까.”
자판기 아이템들의 설명을 읽어본 나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 어제 봤는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아이템들이 즐비했다.
“뭐, 살 건 정해져 있지.”
하지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무엇을 살지는 이미 정한 상태였다.
나는 물건을 선택하고, 자판기의 버튼을 눌렀다.
- 삑
[ ‘블랙룸 성생활 도우미 자판기 1호’에서 아이템, ‘저항할 수 없는 쾌락’을 구매하시겠습니까? ]
[ ( 예 / 아니오 ) ]
당연히 예스다.
[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4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730 ) ]
- 철커덩!
구매를 완료하자 자판기 아래쪽에서 물품이 나왔다. 코인으로 결제한다는 것을 빼면 일반적인 자판기와 비슷했다.
“이걸 먹으면 쾌감이 2배인 건가.”
나는 신기한 표정으로 자판기에서 나온 아이템을 집어 들고 바라보았다.
외견은 그냥저냥 약국에서 파는 평범한 알약 같았다. 직육면체 모양의 곽의 표지에는 히로인 어플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하트와 함께 아이템의 이름이 간단하게 적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뭐, 분명히 효과는 잘 적용될 것이다. 이미 나는 ‘히로인 어플’의 힘을 굳게 믿고 있었다.
“나머지도 사야지.”
[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6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670 ) ]
[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5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620 ) ]
나는 뒤이어서 ‘내게는 고통이 포상이야’와 ‘아이는 나중에 갖자, 남성용’이라는 아이템을 구매했다.
- 철커덩, 철커덩!
자판기 아래에서 아이템을 챙긴 나는 히로인 어플의 화면을 보며 약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코인이 쑥쑥 빠지네…….’
기껏 810코인까지 벌어놨는데, 벌써 620코인이 되어 버렸다.
“뭐, 그래도 이걸로 준비는 거의 끝났지.”
나는 구매한 아이템들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탁자 옆의 수납장에서 유정이 누나한테 사용하고 남은 ‘욕망의 물’과 컵 하나를 꺼내 추가로 올려두었다.
수납장은 어제 다이소에서 구매한 조립식 수납장이었다. 앞으로 블랙룸에 무언가 넣어둘 것이 생길 것 같아서 설치해 두었다.
‘나중에 좋은 걸로 바꿔야지.’
우선은 값싼 녀석으로 설치했다.
수납장 안에는 ‘위협 모드’의 내가 입을 만한 옷들과 함께, 유정이 누나한테 사용하고 남은 사탕과 욕망의 물 등 여러 가지 기초적인 물품들이 들어있었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옷은 단 하나도 맞지 않았기에, 어제저녁에 급하게 새 옷들을 구매해 넣어 두었다.
나는 주섬주섬 간편한 차림의 옷을 입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마지막으로 스킬의 이름을 외쳤다.
“소환, 강수정.”
[ 스킬, ‘소환’을 사용했습니다. 소모값으로 3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590 ) ]
- 슈슉!
그러자, 이제 막 샤워를 하고 나오던 참인지, 수건 한 장만 목에 걸치고 아직 몸에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알몸 차림의 강수정이 나의 눈앞에 나타났다.
“하아, 시원하… 어?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