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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14화 (14/303)

〈 14화 〉# htt‍ps://t‍.me‍/‍L‍inkMoa

“…다 했다!!”

휴대폰에서 시선을 뗀 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장장 2시간이 넘도록 아바타를 꾸몄다.

그 결과로, 나는 총 2개의 변신 지정을 완료할 수 있었다.

어디 스킬을 한번 보자.

[ 변신 ]

◆ 등급 : 08등급

…….

2. 변신 지정 ( 액티브 )

- 쿨타임 : 없음

- 소모값 : 없음

- 사용 시 : 변신할 모습을 지정할 수 있다. 최대 2개까지 지정할 수 있다.

- 현재 저장된 변신 ( 2 / 2 ) : 매력 모드, 위협 모드

“좋아, 좋아~.”

현재 ‘변신’ 스킬에 저장할 수 있는 변신은 총 2가지였다.

나는 그 두 가지를 각각 ‘매력 모드’와 ‘위협 모드’라고 이름 짓고 저장했다.

조금 더 간지 나는 이름으로 저장하고 싶기도 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좋은 이름이 없었기에 그냥 직관적이고 단순한 이름으로 정했다.

우선, 매력 모드는 엄청나게 잘생긴 미남으로 설정했다.

그 누가 보아도 얼굴부터 몸까지, 연예인 뺨 치는 잘생김을 가진 남자로 아바타를 만들었다. 잡티 하나 없는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그동안 많은 게임을 해왔던 나였기에 이런 식의 아바타 설정은 자신이 있었다.

그에 반해 위협 모드는 그야말로 위협용이었다. 잘생김은 단1도 신경도 쓰지 않고 만들었다.

2m 가까이 되는 키와 붉으락푸르락하고 터질 듯한 몸. 지금 당장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야 할 것만 같은 몸이었다.

몸에는 여러 개의 자잘한 상처 자국들을 만들어두어 그 위협성을 더했다. 거기에 험악한 인상은 덤이었다. 가진 얼굴과 약간의 구릿빛 피부로 외국인 같은 느낌도 났다.

나는 시험 삼아 스킬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변하는 게 많은 건 위협 모드니까. 위협 모드가 제대로 발동된다면 매력 모드도 제대로 발동되겠지?’

나는 변신을 하기 전에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만약 변신이 성공한다면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맞지 않을 것이다.

나는 스킬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허공에 대고 외쳤다.

“변신!”

그러자 아까 전과 같이 지정 모습을 먼저 설정하라는 메시지는 안 나오고, 머릿속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두 개의 모습이 떠올랐다. 매력 모드와 위협 모드. 나는 이어서 말했다.

“위협 모드.”

- 우드득, 우드득

내가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온몸의 살과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몸의 뼈가 재구성되고, 살과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 스킬, ‘변신’을 사용했습니다. 소모값으로 3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460 ) ]

“오오…….”

변신은 순식간에 완료되었다.

혹시나 통증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통증은 전혀 없었다. 나는 변한 내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우선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다. 내 키가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2m 가까이 되는 키를 가지자, 이전과는 풍경 자체가 달라졌다.

하하.

마치 하늘에 선 듯하군.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 아.”

그리고, 목소리도 이전의 나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굵은 목소리가 나왔다.

아바타 설정에서는 목소리 또한 설정할 수 있었다. 대충 낮은 목소리로 설정했는데, 변신한 모습에 잘 맞는 목소리였다.

나는 전신거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거한이 서 있었다. 위협적인 근육과 덩치, 그리고 커다란 키에서 나오는 프레셔는 확실히 일반인과 차원을 달리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부분이 한 곳 더 있었다.

- 덜렁덜렁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기에, 하반신의 물건이 거울 속에서 우람하게 덜렁거렸다.

“와우.”

확실히 컸다.

평소에 그곳의 크기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이라면 그곳도 커야 하지 않겠는가?

그곳의 크기도 설정할 수 있었기에, 나는 내 것보다 굵기와 길이를 조금 늘려 주었다.

“민머리로 하길 잘했네.”

하반신에서 시선을 떼고 상체를 바라본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는 일부러 머리가 없는 모습으로 설정했다. 여기서 썬글라스만 써 주면 그야말로 외국 마피아 같은 느낌이 날 것이다.

‘혹시 변신이 풀렸을 때 머리가 다 빠져 있는 건 아니겠지……?’

갑작스럽게 불안감이 들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설마…….

“일단은 마음에 들어.”

전신거울 앞에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즐긴 나는, 변신한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힘을 주자 근육은 딱딱하게 부풀어 올랐으며, 곳곳에 나 있는 굵은 핏줄은 정말 보는 이로 하여금 움츠러들 게 만들었다. 환상 따위가 아닌 진짜로 내 몸이 변한 것이었다.

이 상태라면 옆에 있는 침대도 가볍게 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시험 삼아 침대를 들어 올려 보았다.

“응. 그건 안 되고요…….”

꿈쩍도 하지 않는 킹사이즈 침대를 본 나는 피식 웃었다. 겉모습만 변할 뿐, 스킬의 설명대로 내 능력치 자체는 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입맛을 쩝, 하고 다신 나는 다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아직 보지 못한 스킬이 있었다. 이제 마지막 스킬인 ‘소환’ 차례였다. 나는 소환 옆의 ‘+’ 버튼을 터치했다.

[ 소환 ]

◆ 등급 : 08등급

◆ 설명 : 히로인 어플에서 제작한 스킬. 지정한 대상을 자신의 앞으로 소환할 수 있다.

◆ 옵션

1. 소환 ( 액티브 )

- 쿨타임 : 없음

- 소모값 : 30코인

- 첫 번째 사용 시 : 지정된 소환 대상을 자신의 앞으로 소환한다.

- 두 번째 사용 시 : 지정된 소환 대상을 소환되기 전의 장소로 되돌려놓는다. 소환하고 6시간 이내에 사용이 가능하다. ‘소환 해제’로 사용이 가능하다.

2. 소환 대상 지정 ( 액티브 )

- 쿨타임 : 없음

- 소모값 : 없음

- 사용 시 : 소환할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최대 10명까지 지정할 수 있다.

- 현재 저장된 소환 대상 ( 0 / 10 ) : 없음

“호오…….”

지정한 대상을 내 앞으로 소환할 수 있다고?

마치 마법처럼?

“한번 시험해 볼까.”

나는 스킬 옵션의 이름을 말했다.

“소환 대상 지정.”

그러자 화면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목록을 불러옵니다. ]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나는 대략 3분가량을 기다렸다.

히로인 설정을 할 때와는 다르게, 꽤 오래 걸렸다.

[ 지정할 소환 대상을 선택해 주세요. ]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목록이 나타났다.

나는 목록을 살살 내렸다. 스크롤은 보이지않을 만큼 작았다.

“이번에는 연분도 제한이 없나 보네.”

위에는 검색할 수 있는 검색 칸도 있는 걸 보니, 아마 지구 사람들 모두가 그 대상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흐음. 일단 실험해보는 거니까, 강수정은 빼고. 너무 내 주변 인물도 제외하는 게 좋겠지?’

그럼 실험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결과를 바로 알고 싶은데…….

“아.”

그때 문득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한 편의점이 떠올랐다. 평소에 간식거리를 살 때 항상 들르는 편의점인데, 몇 달째 같은 사람이 일하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면… 딱 일하고 있겠네.’

주말 오후에 편의점에 들렀을 때도 있었던 것 같았다.

“분명 이름이…….”

나는 그 사람의 이름이 담긴 명찰을 떠올렸다.

“김근성이었나?”

이름이 상당히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원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이름을 딱히 기억할 일이 없었지만, 이전에 편의점에 들렀을 때 그가 한 할아버지와 말다툼하는 것을 본 뒤로, 내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어 있었다.

“늘 주던 거로 주라니까! 그거 하나 기억을 못 하나? 에잉, 쯧쯧. … 이래서 요즘 것들이란.”

“아니 손님, 그냥 담배 이름 한 번만 말씀해주시면 되잖아요…….”

“뭐어? 요거 봐라? 손님이 애용하는 담배를 기억하는 것도! 일하는 사람이 취해야 할 자세야~ 자세! 쯧쯧… 이름도 근성이면서 근성이 없네. 부모님이 잘 지어주셨는데 말이야. 어? 열심히 감사하며 살란 말이야!”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어디 보자.’

나는 검색란에 ‘김근성’을 입력했다.

“와… 23명이나 있어?”

물론 20대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근성’이라는 사람은 단 한 명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선택했다.

[ 인물, ‘김근성’을 ‘소환’ 스킬의 소환 대상으로 지정하시겠습니까? ]

[ ( 예 / 아니오 ) ]

응.

[ 인물, ‘김근성’이 ‘소환’ 스킬의 소환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바로 불러 볼까?’

그 전에 잠깐 옷 좀 입고.

나는 원래 몸으로 입고 있던 옷들을 들고, 포탈을 통과해 원룸으로 돌아갔다.

“옷이 없네…….”

이 몸에 맞는 옷이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늘어나는 팬티 한 장만 입은 채 돌아왔다.

아랫부분이 툭 튀어나왔고, 상체 전부가 노출되었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변신한 몸이었다. 부끄러울 것은 없었다.

“소환, 김근성.”

[ 스킬, ‘소환’을 사용했습니다. 소모값으로 30코인이 차감됩니다. ( 남은 코인 : 430 ) ]

- 뿅

내가 소환을 외치자. 코인이 빠져나갔다는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감사합니다아… 어? 어라!? 여기는…? 헉!!”

소환된 ‘김근성’이라는 남자는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이거 무슨 일인가 둘러보더니, 나를 바라보고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나는 그에게 한 걸음 성큼 다가갔다.

“네가 김근성이 맞나?”

목록에서 본 그의 나이는 25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딱히 존댓말을 쓰지는 않았다.

지금은 변신한 몸이었다. 그렇다면 이 몸에 맞게 행동해야겠지.

“헉! 네? 네… 맞습니다만. 저기 당신은 대체… 그리고 여기는 어디죠?”

“그건 알 필요가 없다. 묻는 말에만 대답하도록.”

그의 얼굴에는 혼란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의 몸과 얼굴을 보고는, 잔뜩 겁을 먹은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넵!”

그의 표정은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최대한 긴장하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온 몸이 굳어 있는 것은 확실히 보였다.

하긴 어쩔 수 없었다.

갑자기 눈을 떴는데, 정체 모를 장소에 있고 눈앞에는 험악해 보이는 근육질 남자가 서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는 약간 비실비실한 축에 속했다. 키 차이도 어림잡아 25cm정도는 되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이름과 나이가 어떻게 되지? 또 지금 하는 일은?”

“…김근성, 스물 다섯입니다. 그, 일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 하는 일이 없나? 아르바이트 하는 편의점은 어디에 있지?”

“다, 다른 일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편의점은 월곡동에 있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정보와 같았다.

“알았다.”

그렇게 답한 나는 그에게 손에 들고 있던 동전 하나를 던졌다. 500원짜리 동전이었다.

“? 이건……?”

그는 얼떨결에 동전을 받고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동전이다. 곧 돌려보내 주마. 얌전히 그 동전을 간직하고 있다가 만약에 돌아가게 되면, 편의점 밖으로 그 동전을 힘껏 던져라.”

“도, 동전을 말입니까?”

“그래. 혹시 지금 일하고 있지 않은 건가?”

“아, 아닙니다. 지금 편의점에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도록.”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포탈 안으로 몸을 던졌다.

“저, 저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지만, 무시한 채 나는 바로 포탈을 닫았다.

“블랙룸.”

내 말과 동시에 포탈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이제 저 아공간 안에는 김근성이라는 남자 혼자 갇혀 있는 꼴이 되었다.

“음. 서둘러야겠지. 변신 해제.”

- 우드득, 우드득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는 얼른 옷을 챙겨 입고는 집 밖으로 나왔다.

“후.”

여름이라 티는 안 났지만, 벌써 저녁이 되었다. 휴대폰을 보자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공간이라 혹시 했는데, 블랙룸 안에서도 시간은 똑같이 흐르나 보네.’

나는 김근성이 일하고 있는 편의점 앞까지 뛰어갔다.

“으. 힘들다.”

뛰어가니 3분 만에 도착했다.

슬쩍 들여다보자, 편의점 안에는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각자의 구매할 물건을 가지고 카운터 주변에서 곤란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다.

카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나는 편의점 밖에서 대략 2분 정도를 더 기다려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카운터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안을 바라보며 있다가 물건을 든 두 명의 남자와 여자가 모두 한눈을 팔고 있는 타이밍을 노려,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소환 해제, 김근성.”

- 슈슉

그러자, 갑자기 카운터에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김근성이었다.

“오…….”

직접 보니 신기했다. 소환 해제는 내가 어디에 있든 가능한 것 같았다.

카운터 앞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짜증 내던 남자 둘은 다시 카운터를 바라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성 또한 상당히 놀랐는지, 집고 있던 물건 중 하나를 떨어뜨렸다.

김근성은 얼빵하게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계산을 진행했다.

- 딸랑딸랑

“야. 근데 방금 뭐였냐?”

“몰라, 시발 저 알바 대체 어디 숨어있다가 나온 거지? 화장실 간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혹시 초능력자 뭐 그런 거 아니냐? 큭큭.”

“와 미친. 역시 외계인은 실존한다니까.”

계산을 마친 두 명의 남자가 서로 떠들며 편의점 안에서 나왔다. 뒤이어 여자도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손님이 모두 나간 뒤, 김근성은 슬쩍 카운터 밖으로 빠져나왔다.

- 딸랑딸랑

“…….”

카운터 밖으로 나온 김근성은 편의점 문을 열고 잠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몸을 숨기고 있었기에, 그의 눈에 띄지 않았다.

“후…….”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무언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더니 힘껏 무언가를 밖으로 던지고 얼른 다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오. 나이스샷.”

그가 던진 물건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왔다. 나는 후다닥 달려가 그가 던진 500원짜리 동전을 주워 살펴보았다.

“2001년 동전. 맞네.”

동전을 확인한 나는 미소지었다.

소환 스킬은 진짜였다.

발동이 잘 됐으며, 소환되는 사람은 진짜 현실의 사람이었다. 실제로 소환됐을 때 카운터에 그가 없었으며, 소환을 풀자마자 그가 돌아왔다. 또한, 그에게 준 500원 동전도 무사히 내게 돌아왔다.

“블랙룸, 변신, 소환인가…….”

세 개의 스킬을 떠올린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왜 공략 스타일의 이름이 이면의 가해자인지 알겠네.”

이 스킬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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