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9화 (9/303)

〈 9화 〉# h‍t‍tps‍://t.‍m‍e/LinkMoa

“하음… 읍, 으응.”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의 입맞춤이었다.

단순하게 입술과 입술이 닿는 것이 아닌, 혀와 혀가 서로 얽히고설키는 입맞춤.

처음에는 입술만 핥았던 누나는 이윽고 허로 내 이빨을 두드렸고, 내가 입을 벌린 틈을 타서 누나는 마치 며칠 동안 굶주려 있던 짐승처럼 내 입안을 탐했다.

“우움, 응, 쪼옥…….”

나는 조금도 저항할 수 없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누나의 따뜻한 혀가 내 입안을 마구 휘젓자,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저 누나의 숨결이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으응. 하읍, 응.”

진득한 혀가 서로 부딪치며, 끈적한 마찰음을 만들어내었다. 누나와 나는 마치 숨을 참다가 겨우 내쉬는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서로를 탐했다.

거친 입맞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아.”

“…….”

몇 초인지, 몇 십 초인지.

영원할 것만 같았던 우리 둘의 입맞춤이 끝나고 누나가 입술을 떼자, 누나의 혀와 내 혀 사이에 얇은 끈이 생겼다.

우리의 뒤섞인 타액이 실이 되어 늘어났다.

나는 멍하니 누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이게 바로 뇌가 살살 녹는다는 그건가.’

단순히 키스만 했을 뿐인데, 숨이 차고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첫 키스인데, 너무나도 자극이 강했다.

- 수군수군

그렇게 숨을 고르며 누나를 바라보고 있을 찰나, 문득 주변에서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의아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영화 도중이었지.’

젠장.

영화관에 사람이 별로 없기는 해도, 당연히 우리만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몇 자리를 비우고 옆 좌석에는 사람들이 앉아있었으며, 뒷좌석은 물론 바로 앞 좌석에도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바라보자, 몇몇 사람들은 우리의 키스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획, 하고 고개를 돌렸다.

“뭐야, 뭐야?”

“몰라. 이제 끝났나봐.”

“헐 대박…….”

몇몇 여학생들이 얼굴을 붉히고 입을 막은 채, 서로 작게 이야기했다.

‘다 들린다…….’

뒤를 돌아보자, 혀를 차고 있는 아주머니도 보였다.

‘…이거.‘

꽤 쪽팔렸다.

지하철에서 대놓고 염장질하는 커플을 볼 때의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가 딱 그랬다. 아니, 지금은 영화 도중이니까 그보다 더하지.

- 톡톡

그때, 문득 어깨에 손길이 느껴졌다.

“진현아…….”

옆을 보자 누나가 아직도 뜨거운 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누나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욕망의 물 효과가, 정말로 강하기는 강했다. 하긴, 생각했던 것에 두 배는 넣어 버렸는데 약한 게 이상했다.

“더 하자…….”

“…누나.”

누나가 아슬아슬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누나의 그 한 마디가 너무나도 치명적으로 들렸다.

저야 좋죠.

매우매우 환영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누나의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추고 싶었다.

근데 아무래도 여기서는 아닌 것 같았다. 쪽팔리기도 했고, 영화 도중이었기 때문에 괜히 남에게 피해가 가기도 했다.

“잠시만요.”

나는 누나의 귓가에 작게 속삭이고는, 휴대폰 꺼내 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가리고는 바라보았다.

’어디…….‘

영화가 거의 끝나가긴 했지만, 아직 조금 분량이 남았을 것이다. 일단 시간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 일요일, PM 02:07 ]

‘음.’

영화가 시작한 지 67분이 지나 있었다.

90분이 조금 넘는 비교적 짧은 영화였지만, 아직 끝나기까지 20분 남짓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나는 누나에게 말했다.

“일단 여기서 나가요.”

“응…….”

이렇게 된 이상 영화는 뒷전이다. 나는 누나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헐. 저 둘 왜 지금 나가?”

“보면 모르냐? 그렇고 그런 거지…….”

근처의 자리에서 속닥거리는 몇 명의 여학생들을 지나친 우리 둘은, 무사히 영화관 밖으로 나왔다.

“나 화장실 갈래…….”

“아 그럴까요? 전 여기…….”

여기서 기다린다고 하려던 찰나, 누나가 내 손을 잡고 끌더니 갑자기 장애인 전용 화장실에 들어갔다.

- 철컥

그리고 문을 잠갔다.

“…저 누나?”

“여기라면… 남한테 피해 안 가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다가온 누나는, 다시 한번 내게 입을 맞춰왔다.

“으음, 쪽. 하아.”

그 후로, 누나는 입술이 닳도록 내게 입맞춤을 하였다.

수십 번의 입맞춤이 끝나고, 입안이 너덜너덜해질 때가 되어서야 누나는 조금 진정이 된 듯 나를 풀어주었다.

“진현아… 우리 사귈래?”

“네에?”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정말… 못 들은 척할 거야?”

누나가 약간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가, 갑자기 왜요?”

“왜라니. 그냥 네가 좋으니까…….”

누나는 어느 정도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지 못했다.

‘사귄다면 나야 좋지…….’

누나는 이쁘고, 성격도 참 좋았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하고는 다르게.

따라서 이 고백이 정당한 고백이었다면, 나는 냉큼 수락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안 되었다.

“그래도. 아직 저희는 서로를 잘 모르는데…….”

“왜……?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지.”

지금 누나가 내게 느끼는 호감은, 그저 한순간에 불과한 것이었다.

히로인 어플에서 얻은 신비한 아이템으로부터 나온 효과. 고작 3시간 만에 사라져 버릴 호감이었다.

설령 지금 내가 고백을 수락한다고 해도, 어차피 시간이 조금 지난다면 누나가 내게 느끼는 호감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고, 사귀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하면 차일 것이 뻔했다.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그래도…….”

“…후우. 차였네.”

누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음대로 키스해서 미안해.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상대인데.”

“아니에요. 누나가 안 좋다는 건 절대 아니고… 그리고 키스도 정말 좋았…….”

“변태…….”

나는 횡설수설했다.

누나와 대화를 한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 왜 이렇게 말을 못 하냐.

“누나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거예요?”

“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몸이 너무…….”

“너무?”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보니까 지금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해. 나 때문에 영화도 못 봤네.”

“아니에요.”

“오늘은 그냥… 먼저 가 줄래?”

나는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많이 흐트러진 상태였다. 아직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쩌면 여기 남아서 스스로 위로하여 흥분을 풀지도 몰랐다. 그 모습을 상상해 보니 아래쪽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먼저 가 볼게요.”

“응…….”

나의 첫 데이트는 그렇게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후우.”

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영화를 보며 좋은 분위기를 유지한 채로, 헤어지기 전에 키스를 하면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누나에게 기습키스를 당해 버렸다.

‘오히려 이게 좋을 수도.’

생각한 바와 달랐지만, 그래도 일단 목적 자체는 달성했다. 키스도 누나 쪽에서 한 것이니 나중에 불만이 나오기 힘들었다.

‘…사귄다고 하는 편이 좋았나?’

나는 버스 정거장에서 집까지 걸어오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절호의 기회였을지도 몰랐다. 내가 언제 유정이 누나 같은 사람한테 고백을 받아보겠는가.

만약 내가 거기서 누나의 고백을 수락했더라면, 어쩌면 그 자리에서 진도를 더 나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호감도도 사탕 3개의 효과를 보고 있었고, 흥분도 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내가 기회를 놓친 건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요?”

복잡한 마음을 끌어 앉고 집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 문득 옆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앗, 깜짝이야…….”

“뭐에요. 옆에 있는 것도 몰랐어요?”

옆을 돌아보니 한 여성이 내 바로 뒤쪽에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여성의 얼굴을 보고 두 눈이 커졌다.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분명… 장예화씨였죠?”

“네. 후후. 기억하시고 계시네요?”

대답을 들은 예화라는 여성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마주 인사해 주었다. 순간, 그녀의 주변으로 꽃이 핀 듯한 착각이 들었다.

‘미친. 존나 예쁘다.’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예쁜데. 진지하게 실물로 본 사람 중 제일 예쁜 여성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누가 봐도 미녀라고 말할 만한 매력적인 얼굴과 몸매를 가진 미인이었다.

검은색 긴 생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고, 굴곡 있는 몸매와 길게 뻗은 다리는 완벽한 라인을 자랑했다. 매력적인 눈매 밑으로 연갈색의 눈망울이 깊이 반짝였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백옥같은 피부에 키까지 커서, 그냥 보면 모델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서, 방금 막 데이트를 마친 유정이 누나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뻤다.

“혹시 오늘도 강수정씨 보러 온 건가요?”

“맞아요. 히히. 요 몇 주 동안 못 왔으니, 오랜만에 재미있게 놀아 보려고요~.”

내가 묻자, 그녀는 웃으면서 자신 가방을 보여줬다.

뭐지.

왜 가방을 보여주는지 의도를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자고 가겠다는 뜻인 거 같다고 나는 스스로 납득했다.

“휴. 그렇군요.”

“왜 한숨을 쉬어요? 아~ 혹시, 수정이 아직도 시끄럽나요?”

“요즘은 그나마 괜찮습니다. 평일은 제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소리를 들을 일이 없고, 쉬는 날은 겹치니까요.”

“그렇구나. 다행이네요.”

예화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뛰었다. 심장아 좀 진정해라.

눈앞의 여성 장예화는 강수정이라는 여자의 친구였다. 꽤 자주 놀러 와서, 나와 마주칠 때도 많았다.

강수정은 내 위층에 사는 사람으로, 밤마다 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여성이었다.

뭐 개인 방송을 한다고 하는데, 한 시간에도 몇 번씩 큰 소리가 나고 심하면 책상을 쾅쾅 두드리기도 했다.

내가 항의하러 상당히 많이 찾아갔는데, 처음에는 고치는 듯했다가도 나중에는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줘 사이가 틀어진 여자였다.

‘그 때문에 야간 아르바이트로 옮겼지…….’

내 첫 아르바이트는 주유소였다. 그러다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로 옮긴 것이다. 뭐, 주유소 아르바이트가 힘들어서 옮긴 것도 있긴 했다.

“그럼 재미있게 노세요.”

“네~ 진현씨도 잘 들어가세요.”

나는 대충 인사를 하고는, 집안에 들어와서 간단하게 씻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어 두고는,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늘 내가 잘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몇 분 동안 그렇게 멍하니 있자, 문득 코코아톡이 왔다.

[ 윤유정 누나 : 오늘은 미안해 진현아. 즐거웠어. ]

[ 나 : 아니에요. 저도 즐거웠어요. ]

[ 윤유정 누나 : 그리고 그, 오늘 있었던 일은 잊어줘...... 정말 미안해. 내가 그때 좀 이상했던 것 같아. (ㅜ.ㅜ) ]

“…….”

시계를 바라보자 3시가 넘어있었다.

‘사탕의 효과가 끝났나 보네.’

나는 쓰게 웃었다. 고백을 거절한 것은, 그래도 맞는 판단이었던 것 같다.

만날 때마다 사탕을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탕도 몇 개 남지 않았다.

갑자기 기습키스를 하고 잊어 달라는 건 꽤 힘든 이야기였지만, 그것이 사탕과 욕망의 물의 효과 때문이라는 것을 안 나는 알았다고 답장했다.

[ 나 : 네 누나. 잘 들어가서 쉬세요. ]

[ 윤유정 누나 : 응 고마워. ]

나는 그렇게 누나와의 톡을 마무리 지었다.

키스와 데이트까지 했지만, 아마 다음날 출근을 하면 원래대로의 관계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키스와 데이트라…….

“아.”

그렇게 낮게 중얼거리던 찰나, 나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퀘스트가 있었지.’

나는 휴대폰을 조작해 하트 모양의 ‘히로인 어플’을 실행했다.

애초에 누나를 이런 상황으로 만들고 노린 것 또한, 히로인 어플의 퀘스트를 깨기 위함이었다.

‘대체 승급하면 뭐가 있길래…….’

그렇게 히로인 어플을 실행하자, 몇 개의 메시지들이 나를 반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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