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어플-5화 (5/303)

〈 5화 〉# https‍://t.me/LinkMo‍a

“그래. 수고했다. 조심히 들어가 봐.”

“네. 점장님.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나는 깍듯하게 인사하고 편의점을 나섰다.

- 딸랑딸랑

“끄응. 드디어 끝났다.”

유정이 누나와 약속을 잡은 다음 날 아침.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점장님과 교대를 한 나는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위치도 골목의 구석이고, 손님이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 항상 일을 마치면 피곤했다.

‘데이트인가.’

대충 씻고, 침대에 몸을 눕힌 나는 코코아톡에서 유정이 누나의 프로필 사진을 바라보았다.

‘셀카도 이쁘네.’

적어도 오늘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내일 언제, 어디서 만날지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보내줘야 했다. 밥 약속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떻게 할지 계획은 하나도 짜지 못했다.

‘밥만 먹고 헤어지는 건 데이트로 안 쳐줄 수 있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키스였다.

대체 무슨 수로 키스를 하지?

나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바라보았다.

“이놈의 약효도 3시간이고…….”

어찌어찌 약속은 잡기는 잡았는데, 막상 약속 날 당일이 되면, 그냥 밥만 먹은 뒤 헤어질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애초에 지금은 사탕으로 올라갔던 나에 대한 호감도도 원래대로 돌아갔을 테니, 아주 심각하면 누나 쪽에서 약속을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누나 성격이라면 한 번 잡은 약속을 취소까지는 안 하겠지만.”

어쨌든, 굉장히 난감했다.

“모르겠으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나는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인터넷에 첫 데이트 코스 추천 같은 걸 검색해 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건 적어도 썸을 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거니까. 결국에 검색해볼 만한 것은 근처의 맛집 정도뿐이었다.

“아 뭐 새로운 아이템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릴 찰나, 문득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사탕 생성기, 퀘스트 시작 보상으로 받은 거였지?’

나는 얼른 히로인 어플에 들어가 내가 수락한 퀘스트를 다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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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급/승단 퀘스트 : ‘예비 주인공’ → ‘10급 주인공’ ]

< 퀘스트 등급 : 튜토리얼( 11급 ) >

< 퀘스트 유형 : 재시도 가능( 2회 ), 반복 불가( 클리어 시 재시도 불가 ) >

- 당신은 세계의 주인공 후보로 낙점되었습니다. 과연 당신이 주인공이 될 자격과 가치가 있는지…….

◆ 퀘스트 보상( 시작 보상 )

1. '무작위 연애 보조 옵션 아이템 상자( 등급 : 튜토리얼 )[ 퀘스트 전용 ]' 획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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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나 퀘스트 시작 보상이 맞았다.

그리고 퀘스트를 읽던 나는, 한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재시도 가능 2회.

만약에 재시도에 제한이 없었다면, 퀘스트 포기와 재시도를 반복해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리세마라를 하려고 했는데, 역시나 막아 놓은 모양이었다.

“뭐, 그래도 두 번 정도는 된다 이건가.”

아마 너무 망한 아이템이 나오거나, 퀘스트를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두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걸 이용해 줘야지.’

[ 아이템, ‘달짝지근 사랑의 사탕 생성기[ 퀘스트 전용 ]’가 구현화 되었습니다. ]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가서 사탕 생성기를 꺼냈다.

생성기 안에는 총 8개의 사탕이 들어있었다.

‘음. 인벤토리 안에 있어도 사탕 생성은 되나 보네.’

나는 통 안에 있던 8개의 사탕을 모두 꺼냈다.

어제 아르바이트에 갈 때 5개를 가지고 가서 1개를 사용했으니, 지금 총 12개의 사탕이 모여 있었다.

“이 정도 사탕이면 충분하지.”

나는 퀘스트로 들어가서, ‘퀘스트 포기’ 버튼을 눌렀다.

[ 퀘스트, ‘예비 주인공’ → ‘10급 주인공’을 포기하셨습니다. ]

[ 아이템, ‘달짝지근 사랑의 사탕 생성기[ 퀘스트 전용 ]’가 ‘퀘스트 전용’ 옵션의 효과에 따라 회수됩니다. ]

- 샤아악

퀘스트 포기 버튼을 누르자, 옆에 있던 ‘사탕 생성기’는 사막에서 모래가 바람에 휘날리듯, 수많은 빛의 알갱이들이 되어 공중으로 날아가며 사라졌다.

혹시 사라지지 않는 버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봤지만, 히로인 어플은 철저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옆에 미리 빼놓은 12개의 사탕은 사라지지 않았다.

‘휴.’

아무래도 퀘스트 전용 옵션이 달린 것은 방금 사라진 사탕 생성기 그 자체일 뿐이니, 이미 생성되어 밖에 빼놓은 사탕은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탕 생성기가 그래도 나름 좋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라진 것이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더 좋은 아이템을 뽑으면 되니까. 나는 다시 퀘스트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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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급/승단 퀘스트 : ‘예비 주인공’ → ‘10급 주인공’ ]

< 퀘스트 등급 : 튜토리얼( 11급 ) >

< 퀘스트 유형 : 재시도 가능( 1회 ), 반복 불가( 클리어 시 재시도 불가 ) >

- 당신은 세계의 주인공 후보로 낙점되었습니다. 과연 당신이 주인공이 될 자격과 가치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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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시도 가능 횟수가 1회로 줄어들었다.

나는 퀘스트를 다시 수락한 뒤 퀘스트 시작 보상을 받고, 상자를 사용했다.

[ 아이템, ‘무작위 연애 보조 옵션 아이템 상자( 등급 : 튜토리얼 )[ 퀘스트 전용 ]’를 사용합니다. ]

[ 축하합니다! 아이템, ‘욕망의 물 변환기[ 퀘스트 전용 ]’를 획득하셨습니다. ]

메시지가 나옴과 동시에, 인벤토리의 왼쪽 위에 투명한 병 모양의 아이콘이 나타났다.

“흐음.”

이름만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아이콘을 터치했다.

[ 욕망의 물 변환기 ]

◆ 등급 : 튜토리얼( 11급 )

◆ 분류 : 보관 용기

◆ 설명 : 한 연금술사가 남편의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하다가 발명한 변환기… 를 본떠 히로인 어플에서 자체 제작한 물건이다. 변화된 물을 통해 원하는 이성과 진도를 나가자.

◆ 옵션 [-]

1. 변질

- 해당 아이템 안에 물을 넣고 5시간을 기다릴 경우, 넣어둔 물이 ‘욕망의 물’으로 변화한다. 5시간이 지나지 않을 경우, 아무런 효과가 없다.

2. 욕망의 물

- 욕망의 물을 마신 사람은, 3시간 동안 성욕이 약간 상승하게 된다. 기준은 30ml 이다.

3. 퀘스트 전용

- 퀘스트를 포기하거나 실패하게 되면 해당 아이템은 회수된다.

- 퀘스트를 성공하면 해당 옵션은 삭제된다.

“성욕이라…….”

이건 꽤 쓸모 있을 수도 있었다. 키스하고 싶은 욕망도, 일종의 성욕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 아이템, ‘욕망의 물 변환기[ 퀘스트 전용 ]’가 구현화 되었습니다. ]

“오. 생각보다 크네.”

투명한 병이 소환되었다.

물이 한 1L는 들어갈 법한 커다란 병이었다.

“게다가 이미 물이 있네.”

잘된 일이었다.

병 안에는 이미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집안을 뒤져 커다란 물통을 하나 준비했고, 물을 그곳에 옮겨 담았다.

“어디. 효과가 있는지 나도 좀 마셔볼까?”

- 쪼르르

나는 계량컵에 30ml의 물을 따랐다.

- 꿀꺽 꿀꺽

“음… 그냥 물이 아니네?”

물에서는 약간 달달한 맛이 났다. 설탕과 꿀을 적절하게 섞은 맛이었다. 탄산이 다 빠진 사이다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몸에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아주 조금 고양된 느낌은 받았지만, 막 성욕이 흐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금 더 마셔볼까.”

나는 계량컵에 이번에는 60ml의 물을 따라 마셨다.

효과가 중첩이 되는지도 궁금했다.

- 꿀꺽 꿀꺽

“하아…….”

추가로 60ml의 물을 더 마시자 그제서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이 약간 흥분되면서, 머릿속에 여자들 생각이 많이 났다.

유정이 누나부터 아이돌, 새벽에 들린 이쁜 손님, 윗집의 여성의 얼굴까지 머릿속에 떠올랐다.

특히, 어제저녁 인수인계를 할 때 사탕을 먹던 누나의 입술이 아른거렸다. 아마 퀘스트의 영향도 있겠지.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이게 ‘욕망의 물’ 효과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으면, 스스로 한 발 뺐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해야 할 게 많지.’

나는 또다시 퀘스트로 들어가 퀘스트 포기 버튼을 눌렀다.

[ 퀘스트, ‘예비 주인공’ → ‘10급 주인공’을 포기하셨습니다. ]

[ 아이템, ‘욕망의 물 변환기[ 퀘스트 전용 ]’가 ‘퀘스트 전용’ 옵션의 효과에 따라 회수됩니다. ]

사탕 생성기 때와 마찬가지로, 병도 빛 알갱이들이 되어 공중으로 사라졌다.

다행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미리 옮겨 둔 물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이제 마지막인가.”

나는 퀘스트를 수락해 시작 보상을 받고, 받은 상자를 바로 사용했다. 재도전 가능 횟수는 당연히 0회로 바뀌어 있었다.

[ 아이템, ‘무작위 연애 보조 옵션 아이템 상자( 등급 : 튜토리얼 )[ 퀘스트 전용 ]’를 사용합니다. ]

[ 축하합니다! 아이템, ‘매력의 레이저 스틱[ 퀘스트 전용 ]’을 획득하셨습니다. ]

아이콘은 립스틱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나는 아이콘을 터치해 자세한 설명을 읽어보았다.

[ 매력의 레이저 스틱 ]

◆ 등급 : 튜토리얼( 11급 )

◆ 분류 : 화장품

◆ 설명 : 한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 상품으로, 귀족들이 특수 플레이를 할 때 애용하는 스틱… 을 본떠 히로인 어플에서 자체 제작한 물건이다.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어필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자.

◆ 옵션 [-]

1. 챠밍 포인트!

- 해당 레이저 스틱을 원하는 신체 부위에 3초 동안 쏘면, 이성이 해당 신체 부위를 볼 때 묘한 매력과 끌림을 느끼게 된다. 효과는 2시간 동안 지속된다.

2. 퀘스트 전용

- 퀘스트를 포기하거나 실패하게 되면 해당 아이템은 회수된다.

- 퀘스트를 성공하면 해당 옵션은 삭제된다.

“오.”

설명을 읽은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사실 사탕 생성기나 욕망의 물 변환기보다 특별하게 더 좋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아이템이었다.

‘어쩌면 이거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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