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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어플-4화 (4/303)

〈 4화 〉# http‍s‍://‍t.me/Link‍Moa

“그래! 빨리 오기나… 어? 밥? 갑자기 네가 어쩐 일이야?”

“아뇨. 그냥. 늦은 게 정말 죄송하기도 해서요.”

“흐음. 그래?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미안한 건 아나 보네. 알았어. 일단 빨리 와! 손님 왔으니 이만 끊는다!”

“네.”

- 뚝

전화가 끊어졌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무슨 용기냐, 진현아.’

생각해보니까 학생 때 말고 이성에게 밥 제안 자체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퀘스트를 깨자는 생각에 그냥 질러놓고 봤는데, 막상 전화를 끊고 나니 조금 걱정되었다.

내가 과연 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까?

사실 지금 밥을 사주겠다는 약속도 안 될 가능성이 좀 있었다.

만에 하나 된다고 쳐도, 데이트는 어찌어찌 한다고 해도… 과연 내가 현실적으로 키스까지 갈 수 있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그리고 데이트의 기준도 애매해.”

나는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과연 이 어플에서 말하는 데이트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냥 이성과 같이 밥만 먹어도 데이트라고 쳐주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

“일단 가자.”

여기서 고민한다고 더 늦으면 그건 정말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옷들을 마저 입고, 옆에 놓아둔 하트 모양의 통을 바라보았다.

‘사랑의 사탕이라.’

그러고 보니 이 사탕의 효과도 확인을 해 봐야 했다.

히로인 어플은 진짜였지만, 사탕의 효과까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통에서 사탕을 5개 정도 빼내어 주머니에 넣은 뒤, 통은 ‘히로인 어플’을 통해 인벤토리에 되돌려 놓았다.

그리고는 집을 나섰다.

“후.”

밤늦은 시간이 되니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버스를 타고, 조금 걸어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 앞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시간은 거의 밤 11시가 다 되어있었다.

“쒯…….”

미안한 마음에 유리창 밖에서 편의점 안을 바라보자 한 여성이 물건을 계산해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이쁘다.’

어깨 조금 위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에, 시원해 보이는 인상. 키는 조금 작았지만, 어여쁜 얼굴과 몸매를 갖추고 있는 여성.

아까 전 통화한 유정이 누나였다.

“침착하자.”

- 딸랑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편의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오세에……! 너~어!”

반사적으로 인사를 하려던 유정이 누나는, 나를 발견하더니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다행스럽게 화는 그렇게 크게 안 난 모양인데…….’

아까 전화를 받을 때만 해도 약간 화가 난 상태였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풀린 모양이었다.

혹시 보살인가?

‘나였으면 극대노였지.’

성격이 좋은 누나여서 다행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유정이 누나는 내게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을 차단하며, 그녀의 앞에 불쑥 사탕 하나를 내밀었다.

“자, 여기요.”

사탕 생성기 안에 들어있던, 하트 모양의 사탕이었다.

사탕의 효과를 한번 시험해볼 찬스였다.

“응? 이거 뭐야.”

유정이 누나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물었다.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탕이에요. 드세요.”

“평소에는 이런 적 없으면서. 흐음… 아! 너어~ 설마 1시간 지각한 걸 이걸로 그냥 때우려는 건 아니겠지?”

누나가 눈을 얇게 뜨며 말했다.

“에이, 설마요. 이건 그냥 드리는 거예요. 맛있어요.”

나는 두 손을 저으며 부정했다. 그러자 누나는 풋, 하고 살짝 웃더니, 사탕을 건네받았다.

“농담이야~ 그나저나 이거. 처음 보는 사탕이네.”

“네. 외국에 계신 친척이 보내준 사탕이에요.”

“그래?”

나는 대충 답변했다.

그야 브랜드도 모르는 사탕이니. 어디서 났냐고 하면 거짓말밖에 대답할 길이 없었다.

유정이 누나는 흐음, 하면서 잠시 사탕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사탕의 껍질을 까서 입에 넣었다.

“뭐, 고마워, 잘 먹을게.”

‘먹었다…….’

나는 속으로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사탕을 입에 넣는 누나의 입술이 부각되어 보였다.

앵두빛의 매혹적인 입술.

‘키스인가…….’

나는 속으로 누나와 키스를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고, 누나의 숨결이 느껴진다. 상상만 해봤을 뿐인데, 아래로 피가 쏠렸다.

‘…그만두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저 입술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데이트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탕의 효과가 진짜여야 했다.

사탕의 효과는 사탕을 먹는 동안 가장 많이 바라본 한 사람에게 약간의 호감과 끌림을 느끼는 것.

만약 그 대상이 이성이라면, 효과는 2배가 되었다.

지속시간은 3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만약 이 효과가 정말이라면, 효과가 지속되는 사이에는 데이트 약속을 잡는 것이 꿈이 아닐지도 몰랐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멍때리고 있자. 누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 아니에요. 잠시 생각 좀.”

속으로 뜨끔한 나는 아하하 웃으며 발뺌하였다.

“아무튼. 왔으니 다행이지… 이번이 첫 지각이라서 넘어가는 거야! 알았어?”

“네. 다음부터는 절대 지각 안 할게요.”

“그래, 교대나 잘하자.”

그 뒤로, 나는 인수인계를 받았다.

손님은 다행스럽게도 들어오지 않았다.

누나가 사탕을 먹은 뒤로부터 나는 누나의 시선을 의식했는데, 편의점에 둘뿐이어서 그런지, 누나는 알게 모르게 나를 많이 쳐다보았다.

‘이 정도면 됐겠지……?’

대략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사탕을 그냥 녹여 먹으면 10분도 먹을 수 있었기에, 나는 씹어 먹는 게 맛있다고 말했고, 누나는 그 말에 따라 사탕을 씹어 먹었다.

‘지금쯤 사탕을 다 먹었을 텐데… 근데 언제 이야기하지?’

나는 좀처럼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밥을 사겠다는 말을 전화통화로 하기는 했는데, 사실상 방금 전의 대화에서 지각한 것을 그냥 넘어간다는 말을 한 걸 보면 밥 사겠다는 나의 제안을 돌려서 거절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밥 이야기를 꺼내도 되는 건가?

애초에 지금 사탕 효과가 있긴 한 것인가?

효과가 없으면 분명 거절당할 텐데…….

좀처럼 결단이 서지 않은 나는 시간만 흐르는 동안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적당한 타이밍에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데, 언제 말해야 할지가 난감했다.

인수인계가 끝나고 누나가 가면, 이제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던 찰나,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근데 진현아… 근데 아까 전화로 밥 사준다고 하지 않았어?”

‘헐?’

나는 깜짝 놀라서 옆을 바라보았다.

옆에는 마치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한 태연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거는 누나가 보였다.

‘혹시 사탕 효과가 나타난 건가?’

평소의 누나와 비슷하긴 했지만, 나는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막 뭐가 바뀐 것 같지는 않은데.’

막 티나 게 얼굴이 붉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무언가 묘하게 분위기가 조금 바뀐 듯한 느낌이 든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평소 누나의 성격대로라면, 이대로 넘어갔지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찰나, 내가 대답이 없다는 것을 부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누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야~ 역시 그냥 해본 말이었어?”

“아뇨, 그럴 리가요. 당연히 사 드려야죠. 언제가 좋으세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얼른 대답했다. 누나는 잠시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고민했다.

“으음. 모레?”

“…모레요?”

“왜. 안돼?”

안될 건 없었다. 단지 생각보다 빨라서 놀란 것뿐.

“오늘이 금요일이고, 우리 둘 다 아르바이트 내일, 모래 쉬잖아. 넌 야간이라 피곤할 테니 내일 말고 모래가 딱 좋을 것 같은데.”

굉장히 논리정연한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모레로 해요.”

“응. 좋다. 장소랑 시간은 정해서 연락 줘.”

“네.”

그 말을 끝으로, 인수인계를 마친 누나는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안에 음료수랑 샌드위치 있으니까 그거 먹어. 그럼 난 간다.”

“네. 안녕히 들어가세요.”

- 딸랑딸랑

유정이 누나가 나가고, 순식간에 편의점에 혼자만 남았다.

나는 실감이 나지 않는 어투로 중얼거렸다.

“성공했다…….”

한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사탕 하나를 준 것뿐인데, 같이 밥을 먹자는 약속을 했다.

그동안은 인수인계 시간에만 얼굴을 보고 이야기한 사이임에도.

‘진짜 무슨 효과가 있긴 하나 보네.’

나는 신기한 눈빛으로 사탕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강력한 사탕일 수도 있었다.

‘더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나는 사탕을 주머니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정말 키스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

“내가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했지?”

편의점에서 돌아오면서, 유정은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그냥 같은 편의점에서 같이 일하는 동생일 뿐이었는데, 갑자기 진현의 얼굴이 매력적으로 보여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어버리고 말았다.

전화로 밥을 사준다고 할 때도 딱히 얻어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자신이 먼저 그걸 핑계로 밥 약속을 잡아버렸다.

더 늦게까지 일하기는 했어도 수당은 제대로 받을 거고, 제대로 사과도 받았으니 딱히 얻어먹을 이유도 없었다.

“그래. 심지어 오늘은 지각까지 했는데…….”

10시가 넘어도 오지 않고, 전화했을 때 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꽤 짜증이 난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 화가 풀리기는 했어도, 갑자기 사람이 호감으로 보일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도 진현의 얼굴을 떠올리면 왠지 매력적으로 보였다.

내가 미쳤나.

잘생긴 얼굴도 아닌 평범한 얼굴인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기묘한 끌림이 느껴졌다.

“음. 사탕을 얻어먹어서 그런가?”

유정은 아까 받은 사탕을 떠올렸다. 하긴, 평소에 안 하던 기특한 짓이기는 했다. 사탕도 맛있었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거 하나로 매력적으로 보일 일은 절대 없는데…….

“뭐, 일요일날 만나 보면 알겠지.”

집에 가서 잠이나 자자.

유정은 그렇게 가벼운 걸음걸이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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