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
사냥 대회 당일은 무척이나 쾌청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파랗기만 하여 눈이 시릴 정도였고, 그럼에도 햇볕은 뜨겁지 않고 바람마저 선선하니 퍽 좋은 날이었다. 그에 맞춰 이번에 사냥터로 잡힌 무형산과 지척에 지어진 이주별궁에서 행해지는 행사는 단시간에 준비한 것치곤 제법 완벽했다. 귀빈석과 관중석으로 나누어 휘장을 겹치고 위로는 차양을 쳐 햇빛이 들지 않게 만들었고, 그 앞에 놓인 다상은 질과 수에 부족함이 없었다. 단상을 기점으로 가로질러 매달린 작은 깃발들은 허공에서 휘날리며 화려한 맛을 자랑하였고, 혹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여 배치된 군사들은 그것대로 운치가 있었다.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갖춰진 회장의 중심에서 대비는 모든 것을 흡족하게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그에 비해 직첩상 대비와 거리를 두고 앉아 있던 공빈의 표정은 유난히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모두가 어우러져 그를 배제한 대화를 이어 가고 있으니 신이 날 이유도 없지만 무엇보다 아침나절부터 근심이 서려 있던 이연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백경화가 직접 옷시중을 들며 이연의 몸 위로 차곡차곡 사냥복을 입혀 나가던 중에도 이연의 표정은 풀릴 줄 몰랐다. 그에 왜 그러시냐, 혹 옥체가 불편하시냐 물어도 이연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어설프게 웃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에 또다시 훌떡 속이 뒤집어질 뻔하였던 백경화를 진정시킨 것 또한 이연이었다.
‘내 오늘 꼭 이것을 만인 앞에 자랑할 기회가 오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리 말하며 백경화의 눈앞에 들이민 것은 어젯밤 백경화가 내밀었던 띠 부적이었다. 붉은 바탕에 금색용이 괴발개발 수놓아진.
‘부디 묶으실 때는 지렁이…… 용이 잘 보이지 않게 묶어 주소서.’
‘…그대도 이게 용으로는 보이지 않는 게지?’
‘그렇지 않사옵니다, 전하. 누가 보더라도 지렁이… 용이옵나이다.’
‘오냐, 오냐.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