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서장(1권) (1/49)

서장(序章)

‘이름이 무엇이지?’

‘서(徐)가 기하(基霞)입니다, 저하.’

‘기하, 좋은 이름이구나. 몇 살이냐?’

‘올해로 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저하.’

‘꼬박꼬박 저하라고 하는구나.’

‘송구합니다, 저하……. 송구…….’

‘괜찮다.’

그는 괜찮다, 하며 해사하게 웃었다. 땅을 향해 조아리던 고개를 슬그머니 들자, 햇살보다 눈부신 그가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북쪽의 찬 기운이 그의 고운 머리카락을 사납게 휘날렸다. 강인하고, 아름다운 분이었다.

‘소인, 반드시 훌륭하게 자라 황자 저하와 제국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겠나이다.’

‘나에게 보탬이 되는 자라. 그것은 역모(逆謀)의 발언이더냐?’

‘아니옵니다! 소인이 어찌……. 송구…송구합니다. 불충을 부디…….’

‘아바마마와 형님의 충실한 신하가 되어라. 그리하면 제국에 보탬이 되겠지. 하면, 그때는 나와 함께 전장을 누빌지도 모르겠구나?’

시원하게 터지던 웃음소리가 멀어져 갔다. 긴장감으로 고요하던 그 순간, 너무도 환하게 웃으시던 그 모습을 가슴에 고이 담았다. 다시 만나 뵙기를, 부디 잊지 않고 다시 또 뵐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던 그날의 기억.

생(生)의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