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찰(按察)정군 오진해 (안해산 편)
해원공 안해산. 월국 십칠 대 황제 안회순의 적장자이자 독자로 알려진 그는 태자가 정해진 뒤로 많이 바빴다. 어째서 적장자인 그가 태자가 되지 않았는지 캐묻는 이들을 상대하는 것도 그랬고, 슬그머니 제게도 일을 떠넘기는 태자 안월산을 상대하는 것도 그랬다. 의외로 황제는 별말이 없었다. 심지어 진해가 호적을 장강 강가로 옮기지 않은 평민인 채 혼인하는 것도 허해 주었다.
해산이 정식으로 도성 밖에 영지를 하사받고 해원공부의 문을 연 지 이제 막 일주일. 해산의 영지는 총 스무 개의 크고 작은 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중 가장 큰 것이 장강성과 규모가 비슷했다. 해원공은 이곳을 자신의 중심 거처로 삼은 뒤 이름을 만안(萬安)성이라 새로 지었다.
“해산 도련님~ 아직 멀었어요?”
“응, 해야. 잠깐만 기다리거라. 이것만 좀 하고.”
만안성이라는 이름은 오진해의 별명이었던 만재의 만과 정식으로 해원공의 정군이 되면서 받은 봉호인 안찰의 안을 따서 지은 것이었다. 한마디로 진해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이름이라 할 수 있었고, 나는 정군이랑 노느라 바쁘니 쓸데없이 집적거리지 말라는 뜻이 그득 담긴 이름이기도 했다.
도성에서의 일 처리에 근 한 달이 넘게 걸린 탓에 진해는 그간 장강성에서 삼랑의 하인을 자처해야만 했다. 작은 예쁜이를 가진 삼랑이 곁에서 꼬물꼬물 지내는 게 싫은 건 아니었지만 진해는 도성에 간 해산이 신경 쓰여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였다. 왜냐면 해산은 잘난 해원공 마마셨으니까. 태자는 아니지만 황제의 적장자로, 태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차기 황위에 오를 귀하신 몸이었으니까.
그리고 돌아온 해산에게 얼쑤절쑤 달려온 진해는 하마터면 해산이 아직 만안성의 해원공부에 도착하지 않은 거로 착각할 뻔했다. 왜냐면 해산이 장신인 해산보다도 더 거대한 죽간과 서류 더미 사이에 묻혀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술 더 떠 해산의 호위인 황아무가 작은 손수레를 달달 끌며 들어와 해산의 결재를 마친 서류들을 실어 날랐다. 스무 개 성의 주인이 한 번에 바뀌다 보니 생긴 웃지 못할 사건이었다.
진해가 해산을 기다리자 하인들이 진해를 위해 의자를 가져왔다가 한 시진이 지나자 엄청나게 푹신해서 몸을 눕힐 수 있는, 원래를 황실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 안채 밖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엄청나게 편한 의자를 가져왔다. 진해는 그 위에 누워 뒹굴뒹굴 해산의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해산이 가끔씩 붓으로 죽죽 그어 버린 종이를 주워 비행기를 접어 날리기도 하고, 살짝 졸기도 하면서 해산의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진해는 슬그머니 서류 더미 사이로 비치는 해산을 엿보았다. 해산은 엄청나게 집중하는지 진해가 그를 빤히 보고 있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잘생겼다…….’
일에 집중하는 사내의 모습은 다시 한번 반할 정도로 잘나 보였다. 입을 다물면 서늘하게 보이는 건 이목구비가 틀어진 곳 없이 단정하게 잡혀서 그럴 것이다. 진해는 문득 해산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저 냉정한 눈, 코, 입이 열에 들떠 잔뜩 흐물흐물해진 채로 저를 올려다보던 때를.
‘아이구!’
상처 입은 짐승 같던 얼굴을 떠올리자 진해의 가슴 한쪽이 크게 시큰거렸다. 동시에 진해의 작지만 작지 않은 진해도 시큰거렸다. 삼랑이는 이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고, 미려는 가출한 아버지를 잡으러 간다며 상큼하게 웃으며 납사국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진해는 본의 아니게 금욕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못 한 아들, 손자 노릇 하느라 작지만 작지 못한 진해의 애틋한 부름을 무시하며 살아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금 당장 해산 도련님을 엎어 놓고 이런 짓, 저런 짓을 하고 싶었지만…….
‘열심히 일하는 해산 도련님을 내조해 주는 게 정군의 도리겠지. 나는 해산 도련님의 정군이고, 원이니까.’
욕정이 무럭무럭 샘솟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진해는 해산을 조르는 대신 혼자 놀기로 마음먹었다. 눈을 감고 해산 도련님이 가장 야하고 요염했던 기억을 더듬어 갔다. 어느덧 진해의 숨이 고르게 잦아들기 시작했다.
* * *
어깨가 서늘한가 싶더니 어느덧 잠이 든 모양이었다. 상상의 나래 속에서 진해는 온갖 예쁜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며 한껏 즐거워했다. 잡은 예쁜이들의 엉덩이에 작지만 작지 않은 진해를 찔러 넣는 것도 엄청나게 즐거웠었다.
그런데 지금, 옆에 꿈속의 예쁜이가 아닌 진짜 실물 예쁜이가 잠이 들어 있었다. 진해의 몸에는 황자의 정복이 덮여 있었고 해산은 의자 손잡이에 뺨을 댄 채 고요히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을 하다 진해가 조용해서 살피러 온 듯했다. 그러다가 진해가 잠든 걸 발견하고 추울까 봐 옷을 덮어 줬고, 그러다가 온 김에 얼굴이나 볼까 하다 저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든 듯했다.
‘내 얼굴이 지루하게 생겼나?’
진해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이 얼굴이 지루했으면 음인이 셋이나 꼬일 리 없었다. 진해는 제 몸에 덮인 겉옷을 다시 해산에게 덮어 주려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해산이 엄청나게 불편하게 자고 있었다. 이 자세로 잠이 들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진해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잠이 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해산이 떠올랐다. 진해 머릿속의 해산은 진해 상상 속의 예쁜이들과 달리 정숙하고 자상하며 상냥한 표정으로 자는 진해를 지켜보고 있었다.
모르는 이가 봐도 가슴이 따뜻해질 정도로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냉정한 인상의 해산에게서 흘러넘칠 정도로 깊은 마음이 느껴졌다. 사랑이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을 사랑이라고 칭할까. 진해는 해산의 겉옷을 덮어 주는 대신 바닥에 깔고 해산이 깨지 않도록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해산을 바닥에 눕혔다. 해산은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진해가 몸을 움직여도 깨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진해가 불끈, 일어섰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해의 작지만 작지 않은 진해가 불끈 일어섰다는 말이었다.
“해산 도련님, 이불 필요하지 않으세요?”
진해는 옷 위로도 드러날 정도로 팽창한 작지만 작지 않은 진해를 해산의 허벅지 위에 은근히 문지르며 해산의 귓가에 속삭였다.
“음…….”
해산은 귓가에 무슨 소리가 들리자 잠결에 뭐라고 웅얼거렸다. 단어가 되지 못한 신음에 가까운 소리였다.
“필요하시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진해에게는 무조건 응, 이였다. 아니라고 해도 그래라고 찰떡같이 알아들었을 진해였다. 진해는 해산에게 살과 뼈로 이루어진 이불을 덮어 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옷을 다 벗기는 건 추울 테니 딱 필요한 곳만 벗겼다. 진해는 해산의 가슴팍을 훤히 풀어헤치고 진해가 공을 들이기 시작한 짙은 점을 찾아 헤맸다.
“읏…….”
진해가 혼인 후에 한껏 공을 들인 덕인지 해산은 진해가 짙은 점을 입 안으로 빨아들이자 미간을 찌푸리고 작게 신음을 흘렸다. 다른 한쪽이 섭섭하지 않게 손으로 지그시 누르자 해산의 허리가 슬그머니 들어 올려졌다. 마치 진해의 손길을 조르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요 음탕한 예쁜이 같으니.”
진해는 자신이 빨아 반들반들하게 만든 유두 위에 후 입김을 불며 자그맣게 속삭였다. 크게 말해도 잠이 든 해산은 듣지 못할 테니, 혹은 해산이 깨어나서는 꽤 곤란해할 테니 진해는 그가 듣지 못하도록 작게만 말할 작정이었다.
진해는 그대로 혀를 세워 해산의 배 위에 곧은 선을 그렸다. 단단하게 뭉친 복근이 진해의 혀가 지날 때마다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옅게 꿈틀거렸다. 진해는 혀끝으로 그 움직임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익숙한 맛의 살을 타고 내려가 까슬한 거웃을 지나고 답답하게 싸여 있는 해산의 작지만 작지 않은 해산에게 다다랐다.
“해산아, 많이 춥니?”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를 꺼내듯 작지만 작지 않은 해산을 드러나게 하자 진해의 손에서 해산의 것이 답하듯 몸을 떨었다. 진해가 기둥 위에 소리 내 입을 맞추자 매끈했던 표면에 혈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으…….”
눈을 감은 해산의 귓불이 미미하게 붉어졌다. 많이 추운 작은 해산이를 따스하게 하기 위해 진해는 신체 부위 중 가장 따스할 곳을 사용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한입 크게 베어 문 뒤 혀끝으로 갈라진 틈을 문질렀다.
“아…….”
해산의 몸이 크게 뒤척이자 진해의 혓바닥 위에 갈라진 틈에서 샌 액이 고였다. 진해는 쩝쩝거리며 맛을 보다 제 침에 젖어 번들거리며 애처롭게 저를 올려다보는 작은 해산을 다시 한번 입에 물었다.
“읏, 으응, 응…….”
이 정도쯤 되면 슬슬 깰 때도 되었는데 해산은 용케 깨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다. 꾹 감은 눈은 고집스레 닫혀 있었고, 두 손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니 바닥에 깔린 옷만 하릴없이 쥐어뜯고 있었다.
“하아, 하아!”
진해가 꿀꺽꿀꺽 목울대를 움직이자 옷을 쥔 손마디가 새하얗게 변했다. 손등에 힘줄이 불거지고 바닥을 긁던 손이 방향을 틀었다. 울컥, 진한 향기가 쏟아진다 싶더니 회음 아래가 축축해졌다. 진해는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로 진한 음인의 냄새를 들이마시며 해산의 것을 뱉고 해산의 허벅지를 어깨 위에 걸쳤다.
“우응, 응…….”
토닥토닥 허벅지를 두드리자 힘이 들어갔던 해산의 허벅지가 느슨해졌다. 진해는 소리 없이 웃으며 해산의 젖은 부분을 감상했고, 문득 해산의 이곳을 핥았을 때를 떠올렸다. 동십사와 처음 만났던 때이기도 했다. 붉은 포승줄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였기도 했다.
“후~”
“아…….”
바람을 불어 넣자 해산의 그곳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혼자 크게 열렸다, 닫혔다. 꾹 닫혀 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저 혼자 액을 흘리며 진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귀여워라.”
진해는 입김에도 꿈틀거리는 구멍이 귀엽기도 하고, 혹은 약간의 호기심이 들기도 해서 그곳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저 핥기만 했다. 크게 벌어졌다 닫히는 속에는 살 끝 하나 넣지 아니하고 번들거리며 젖은 표면 위를 그저 핥기만 했다.
“으, 으으……!”
혓바닥을 위아래로 마찰하며 표면이 진해의 타액과 해산의 액이 섞여 줄줄 흐를 때까지.
“앗, 아, 아!!”
해산이 자극을 견디다 못해 혼자 절정에 이를 때까지.
“뭐, 뭐……?!”
그리고 해산이 짜릿한 자극에 못 이겨 눈을 뜰 때까지.
“해산 도련님, 깨셨어요? 이제 막 이불을 덮을 참이었는, 데!”
“해, 해야, 아, 아으?! 으, 아앗……!”
해산이 멍한 눈을 바로 하기도 전에 진해는 해산의 안에 빠르게 파고들었다. 몸은 벌벌 떨리고, 아래는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녹을 것 같은데 젖었다고는 하나 진해의 것에 비하면 한없이 좁은 곳으로 뭐만 한 것이 파고들어 왔다.
“흐악!”
해산은 목을 젖히며 약간의 울음이 섞인 신음을 질렀다. 고통과는 거리가 먼, 하지만 물리적인 자극으로 인한 비명을 닮은 교성이었다.
“해, 해야, 아윽, 해야, 아!”
“하윽, 이젠, 안, 춥죠?”
“살, 살려, 살려, 으응!”
해산 자신은 모르지만 이제 막 절정에 달한 몸에 가해지는 자극은 지독했다. 진해는 마구잡이로 쑤셔 넣고 흔드는 것도 모자라 꺼덕꺼덕 흔들리는 해산의 것을 잡아 엄지로 입구를 막아 버렸다. 뇌를 관통하는 자극이 끊임없이 가해지는데 그걸 배출하지 못하니 해산은 딱 죽을 맛이었다. 악, 비명을 지르니 진해가 몸을 굽혀 해산이 제 목을 끌어안게 했다.
“아, 아아!! 가, 가게, 가게 해 줘!! 진해, 아, 아아!”
“예쁜아, 흐으, 내가, 혼인, 하, 첫날에, 읏, 뭐라고, 했더, 라?”
“여보, 여보!!”
“그래, 그렇게 부르라고, 하아, 했지!”
해산이 여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순간 진해가 막고 있던 해산의 물건 끝에 엄지손톱을 세웠다. 해산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굳혔다. 퍽퍽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헐떡이는 두 사람의 숨소리가 엉망진창으로 얽히고, 두 사람의 향 역시 마구잡이로 서로에게 뒤엉켰다.
“흐, 아읏, 악, 아아……!!”
그리고 마침내 진해가 막았던 손을 떼는 순간 해산이 진해의 목에 감은 팔에 힘을 주며 절정에 달했다. 작지만 작지 않은 해산이 꿈틀거리며 진해와 해산의 배 사이를 허옇게 물들였다. 진해 역시 이를 악물며 해산의 가장 깊은 곳에 제 것을 묻은 채였다.
해산의 굳었던 몸이 풀리자 진해의 몸에도 힘이 풀려 자연스레 해산의 몸 위에 엎어졌다. 가벼운 헐떡거림과 땀에 젖은 살이 두 사람의 사이를 잇고 있었다. 진해가 살짝 몸을 일으키자 해산도 슬쩍 몸을 일으켰고 두 사람은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나른하게 풀어진 눈매에 포만감이 가득했다.
“정군.”
“네.”
“이번은 없던 거로 치겠지만 다음에는 절대로 정복 위에서는 하지 마십시다.”
진해는 해산이 그렇게 말하고 난 후에야 엄청나게 비싸고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드는 겉옷의 존재를 떠올렸다. 잠이 든 황자마마를 용감하게 잡고 흔들었던 정군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알뜰한 살림꾼인 안찰정군 오진해는 눈물을 흘리며 정복에 흐른 자국을 지우기 시작했다.
<『환태자 사건』 외전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