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자사건
외전
차 례
* * *
상급 시종 오진해 (한삼랑 편)
고산국 귀동자 오진해 (정미려 편)
안찰(按察)정군 오진해 (안해산 편)
상급 시종 오진해 (한삼랑 편)
성주가 이름 높은 대장군 창명후 강절곤임에도 장강성의 상황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 썩 좋지 않다는 건 장강성이 가난하다는 말이 아니라 장강성의 치안이 생각보다, 생각보다 많이 좋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게 성주인 강절곤이 복수에 혈안이 되어 장강성에 내려오지 않은 지가 근 십 년이었다. 장강성 여기저기 돈은 넘치는데 지켜보는 주인이 없으니 뒷주머니를 만드는 이들이 안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자, 자기야~! 피곤하지? 손부터 씻을 거야? 아니면 간단하게 다식? 그것도 아니면 나랑 가, 같이 놀까?”
하지만 그것도 성주가 성에 돌아오자 순식간에 해결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강절곤의 뒤를 이어 성주가 될 강백서가 양자로 한삼랑을 들이고 나서부터였다.
“눈 없냐? 내 꼴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한삼랑은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부터 장강성의 깡패 소탕 작전에 돌입했다. 한삼랑을 천출이라 얕보던 가신들이 지금은 삼랑을 볼 때마다 아주 극진한 예우를 갖추며 삼랑을 꼬박꼬박 도련님이라고 불러 댔다. 작전이 아주 성공적이었던 것이다.
“그, 그렇지? 아이고, 그럴 줄 알고 내가 뜨끈한 목간에다가 향유를 착! 풀어 놨다는 거 아냐, 하하, 하하하!”
그리고 진해는 가신들의 급변한 태도를 이해했다. 창명후를 따라 내려온 무관 몇과 병졸 한 부대만으로 가신들이 애먹고 있던 조직 폭력배들을 쳐부쉈고, 그 뒤에는 굴비처럼 묶어 사거리에 가로수로 장식해 놓은 걸 보면 누가 한삼랑 앞에서 출신을 들먹이며 무시할까. 빠르게 세상 마감을 하고 싶은 이라면 또 몰라.
거기다 한삼랑이 그 무시무시한 조직 폭력배들의 두목과 일대일로 승부를 가렸다고 했다 . 폭력배들의 두목은 뒷골목 사람답게 각종 비겁한 수를 썼으나 안타깝게도 그 수법이 삼랑에게는 한 가지도 통하지 않았다. 왜냐면 한삼랑도 깡패 두목이었으니까. 그리고 한삼랑은 도성 깡패 중에서도 손꼽히는 순수 혈통, 상급 양아치 출신이었으니까.
진해가 임신 초기인 삼랑이 걱정되어 따라간 무관들을 캐자 무관 중 하나가 이리 말했다.
‘기무위사셨었다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도련님도 같이 묶었을지도 모릅니다.’
무관들이 보기에 아주 좋지 않은 방법을 썼다는 말이었다.
‘그 기세가 마치 승냥, 아니 아니, 하하, 마치 호랑이와 같았습니다!’
비겁하고 잔혹했다는 말이었다.
‘오 대인, 참말로 도련님의 태에 드신 것이 오 대인의 씨가 맞으십니까? 그런데도 오 대인은 도련님 말고도 두 분이나 더 계시다고요?’
네가 저런 놈을 두고 여러 살림을 차리다니 간이 대체 얼마나 크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진해는 삼랑이 다친 곳 없이 돌아와 참말로 기뻐했다. 진해는 삼랑이 깡패들과 시비가 붙었을 때부터 간이 쪼그라들었고, 삼랑이 강백서에게 반쯤 통보하듯 병사들을 빼 갔을 때는 거의 기절 직전이었으며, 삼랑이 피칠갑을 하고 돌아오자 정말로 기절할 뻔했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절대로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삼랑이의 태에 든 게 진해의 작은 예쁜이니까, 그래! 무서워서가 아니라 아기씨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였다!
“흥.”
하지만 진해가 아무리 옆에서 애교를 떨어도 삼랑은 썩 기분이 좋지 못했다. 깡패들을 때려잡은 것도 기분 풀이로 그러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해는 한삼랑이 심심풀이로 그들을 때려잡은 것을 알아 행동을 더 조심했다. 삼랑이 피 묻은 옷차림 그대로 벌렁 드러눕자 표정이 흔들렸지만 곧 얌전히 다가가 더러운 신발부터 쏙 벗겨 주었다.
“많이 피곤하지? 좀 누웠다가 씻을 테야?”
“저리 꺼져.”
“아이, 왜 이럴까. 우리 자기가.”
“에이 씨.”
“욕하면 우리 아기가 들어요, 자기!”
진해가 시종들을 물리고 직접 시중을 들자 삼랑은 그나마 기분이 풀어지는 듯했다. 진해는 옷에 묻은 피를 보며 몸을 흠칫거리면서도 착실히 삼랑의 옷차림을 편하게 해 주었고 삼랑이 늘어진 채로 미동도 하지 않자 눈치를 보며 삼랑의 오금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읏차! 두 사람이라 그런지 무겁네?”
“…….”
각종 잡일로 잔뼈가 굵은지라 진해는 무거운 걸 드는 일에 익숙했다. 게다가 삼랑은 진해가 들어 본 사람 중에선 그리 무거운 편도 아니었다. 미려도 번쩍 들어 올리는 진해였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해산은 진해가 든 무겁지 않은 사람의 목록에 들 수 없었다.
“휘~ 다들 길을 비켜라~! 삼랑 나리 나가신다~! 장강성 도련님 지나가신다~!”
진해는 삼랑을 번쩍 들어 안은 채 성큼성큼 목간으로 향했다. 방금까지 삼랑을 보고 떨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삼랑은 진해의 팔 위에서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진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못마땅한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놈, 근래 잘 먹고 잘 싸서 그런지 때깔이 달라 보이는데? 땟국물 흐르던 게 벗겨진 느낌이라고 할까 . 제 아비들을 만나서 그런가?’
동네 똥강아지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근래 신수가 훤해 보이는 게 썩 괜찮아 보인다는 삼랑식 칭찬이었다. 삼랑의 기분이 풀어진 건 진해가 당분간 이 장강성에 콕 처박혀 있을 거라는 사실이 떠올라서 그런 것이기도 했다.
본래 진해는 해산과 흥청망청 놀며 신혼여행을 갈 생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삼랑을 잡아 놓자마자 장강성의 포교들이 진해를 체포했다. 죄목은 황실의 의례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를 본 창명후는 당연히 대로했고, 해산 역시 짜증을 냈다. 별로 하고 싶지도 않던 걸 억지로 시켜 놓고, 아니 그보다 태자 안월산에게 마무리까지 싹 시켜 놓고 왜 이제 와서 진해를 붙잡는단 말인가.
‘아무래도 해원공 마마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우리 해아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습니다.’
강백서가 그리 말하지 않았다면 해산과 강절곤은 침착하지 못한 채로 도성으로 올라갔을 터였다. 물론 지금도 썩 좋은 감정으로 올라간 건 아니었다. 해산의 처우를 확실히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라갔을 뿐.
‘형아. 나 잠깐 집에 다녀올게. 좌부란 작자가 우부랑 납사국에서 안 돌아오고 있다네.’
그리고 삼랑과 개와 고양이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정미려도 집안일로 잠깐 해국에 갔다. 강백서를 보고 아버님을 모시지 못한 불효를 어찌하냐고 오두방정을 떠는 꼴이 재수 없었지만 일단 이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싹 사라진 것이다. 멀쩡한 남편 있는 양반 옆에서 눈치 없이 붙어 있었던 주제에!
“자. 도착했습니다. 도련님. 뜨끈한 목간입니다!”
어쨌거나 한삼랑은 처음 장강 강가의 양자가 되었을 때보다 기분이 많이 풀어진 터였다. 수배자가 되는 바람에 저택에서 나가지 못하는 오진해가 제 옆에서 꼬리를 치며 시중을 들어 주는데 안 풀어질 수가 없었다. 의형제를 맺고 서로 공유하기로 약조했다지만 가끔씩 독점하고 싶은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조심, 조심.”
진해는 삼랑이 짐짓 아니꼬운 표정을 가장하자 삼랑의 속옷을 벗기지 않은 채로 목간 안에 부드럽게 내려놓았다. 뜨뜻한 물이 천을 적시고 삼랑의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다. 향유를 풀었다더니 냄새가 이상했다. 해산은 우아하다고 좋아할 향이었지만 삼랑은 떡칠 때를 제하고 향유라는 걸 써 본 역사가 없었다.
“나리, 몸을 밀어 드릴까요?”
“같잖게 웬 하인 흉내야?”
“헤헤, 저는 나리와 아기씨의 종복 아닙니까. 나리가 해 달라는 건 다 하는 충실하고 비싼! 종복!”
진해는 삼랑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함인지 스스로 삼랑의 하인 노릇을 자처했다. 삼랑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이 요망한 놈이 수를 쓴다고 빈정대는 척했다. 배 속의 아기씨가 효자는 효자였다. 들어앉은 것만으로도 제 아비를 하인으로 만드니 불효자이기도 했고.
진해는 하인이라는 제 말을 실천하기 위함인지 충실히 삼랑의 목욕 시중을 들었다. 물에 젖어 훤히 비치는 피부 위를 저것도 무명인가 싶을 정도로 고운 무명으로 문지르며 부드럽게 씻어 내기 시작했다. 미려와 삼랑을 어려서부터 씻기고 꾸민 탓인지 진해는 삼랑이 축 늘어져 있어도 능숙하게 삼랑을 씻겼다.
“가려우신 곳은 없으신가요?”
“……좀 더 오른쪽.”
“예!”
정미려 이놈은 어릴 때부터 이런 호사를 누렸나 싶을 정도로 세심하게 머리를 감겨 주기도 했다. 손만 보면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투박하고 거친 놈이 남의 머리 씻기는 건 비단보다도 더 매끄러웠다. 삼랑의 얼굴은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새 풀어져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는 진해의 입에도 미소가 걸려 있었고.
[쪽.]
그리고 진해가 훤히 드러난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 삼랑이 실눈을 뜨자 위에서 티 없이 해 맑게 웃는 얼굴이 보였다. 목간에 김이 서려서 그런가 눈이 좀 맛이 간 모양이었다. 저렇게 바보 같이 웃는 놈이 귀엽고 번듯해 보이다니.
“헤헤, 삼랑이가 얌전하니 기분이 이상한걸? 맨날 이렇게 씻겨 줄까?”
“내가 거짓말 치는 놈을 어떻게 했다고 했지?”
“헉.”
세 집 살림하느라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입이 순식간에 다물렸다. 삼랑은 저 주둥이를 때려 주고 싶다가도 제 속에 드디어, 드디어 저놈의 첫 자식이 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게다가 원래 저놈이 받았어야 했을 장강성이 모두 자신의 것이었다. 자식과 재산을 가꾸고 지키는 것, 이것이 남편이 아니면 누굴 남편이라고 하는가!
“쫄긴. 내가 내 새끼 아비까지 손목 병신으로 만들 위인으로 보여?”
진해는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표정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아기 아빠.”
삼랑은 심각한 표정으로 긍정, 또 긍정을 표하는 진해 쪽으로 팔을 뻗었다. 젖은 손으로 부드럽게 뒷목을 잡아당겨 입술을 빨아들였다. 삼랑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진해가 자신의 것임을 알았고, 그 사실을 마음껏 만끽했다.
“우리 아기가 아빠가 보고 싶다고 하네.”
“응? 아, 아기가 벌써 태동을 해? 그럴 리가 없는데? 아직 산달 많이 남았는데? 혹시 배고픈 걸 착각한 거 아냐?”
자식의 아비라는 점을 참작해 한 대 맞을 거 감해 주고 오냐오냐해 주려고 했더니 이놈이 순식간에 산통 깨는 소리를 했다. 삼랑은 뒷목을 잡은 손에 콱 힘을 줬다.
“오진해, 이 자식아. 평소에 쓰던 눈치는 다 어디다 갖다 버렸어? 어? 넌 태어나지도 않은 애가 말을 하냐? 태동이 말이야? 어? 말이냐고?”
“아, 아니요, 아니요!!”
삼랑이 으르렁거리자 진해는 눈알을 굴리며 필사적으로 답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가 눈이 딱, 삼랑의 가슴께로 향했다. 향기로운 물에 적셔진 채로, 반투명해진 하얀 속옷 아래서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는 선명한 문양의 향연에. 그 문양이 돋보이는 티 없이 깨끗한 피부와 색이 연한 두 점에.
[꿀꺽.]
뒷목이 잡혀 금방이라도 물고문을 당할 위기에 직면했으면서도 진해의 몸은 솔직했다. 아니, 저 몸을 두고 어떻게 사심 없이 목욕 시중을 들 수 있었는지 자기 자신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우리 아기 아빠가 참 똑똑해. 음탕하기도 하고.”
삼랑은 진해가 입을 헤 벌린 채 제 몸 감상에 빠지자 피식 웃으며 진해의 뒷목을 매끄럽게 쓸어 올렸다. 진해는 서늘하고 미끈미끈한 감촉에 피부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요사스럽게 눈을 휘며 웃는 얼굴이 여우 같기도 했다. 조금 전 저이가 사람 하나를 개 패듯이 패고 왔다는 걸 아는데 왜 저렇게 요염해 보이는지.
“우, 우리 아기가 어떻게 아빠가 보고 싶다던, 가?”
진해는 슬금슬금 손을 뻗어 삼랑의 젖은 속옷 아래로 밀어 넣었고, 곧 진해의 소매 역시 젖어 들기 시작했다. 삼랑은 진해의 귀를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 * *
진해가 허리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삼랑의 몸이 미끄러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욕실 안에서 그 김보다 뜨거운 숨이 뿜어졌다. 욕실 벽을 붙잡은 삼랑의 손마디가 새하얬다.
“아, 으읏…….”
물에 젖어 거추장스러운 바지가 무릎 사이에 걸쳐 있었다. 다 벗어 버리려는 걸 진해가 급히 돌아 세웠다. 통을 붙잡고 돌아서게 하더니 급히 엉덩이 사이를 잡아 벌렸다. 말랑말랑한 엉덩이에 뺨을 비비다 한 번 콱 깨물더니 벌어진 틈에 뜨겁게 숨을 불어넣었다.
“흐아…….”
솔직히 진해와 처음 했을 때 좀 후회했다. 저놈 거시기가 저리 큰 줄 알았으면 마비약이나 마취약이나 그런 걸 좀 먹을 것을, 탈정고는 나만 먹을 것을 하는 후회를. 눈이 돌아가서 팔뚝만 한 걸 퍽퍽 박을 때마다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 삼랑은 나중에는 죽은 형들을 찾으며 엉엉 울었었다. 진해에게 형이라 부르며 앙탈을 떨며 응석을 부리고 온갖 쪽팔린 짓을 다 했었다. 도망친 건 장강 강가와의 은원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진해 이놈이 이런 짓을 할 줄 알았다.
“하아, 하아……!”
엉덩이를 물 때 이번에도 각오 좀 해야겠구나 싶었는데 이놈이 무슨 수를 썼는지 이번엔 좀 세게 해 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아 죽을 지경이었다 . 삼랑은 꼬이려는 다리에 힘을 주며 이를 악물었다. 할딱이는 숨을 조금만 더 침착하게 쉬어 보려고 노력했다.
“아, 으응!”
하지만 진해가 엉덩이 틈 사이에 혀를 깊숙이 밀어 넣고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자 다리 사이가 순식간에 왈칵 젖어 들었다. 이제 몸을 적신 게 목욕물인지 삼랑의 땀과 체액인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아, 아! 아빠, 아, 잠, 깐―”
손가락이라도 넣어 긁어 줬으면 좋겠다. 저 세 치 혓바닥으로 사람 돌아 버리게 하지 말고 빨리 끝내 줬으면 좋겠다. 진해가 젖은 틈 위를 할짝거리고 삼랑의 구슬 두 쪽을 우물거리자 삼랑의 허리가 팍 무너졌다. 욕실 벽에 허옇고 탁한 액체가 줄을 그었다.
“아빠? 삼랑이 나이가 몇인데 아빠를 찾고 그래? 그리고 내가 언제부터 우리 자기 아빠가 됐어?”
손가락으로 움찔거리는 표면을 달래듯 문지르던 진해가 삼랑을 올려다보며 씩 웃었다. 무릎 꿇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사내였지만 진해는 언제나 자신이 무릎을 꿇은 값을 톡톡히 받아 냈다. 삼랑이가 경험이 적다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 핥는 데 약할 줄이야.
“흐으응…….”
“그럼 오늘만 자기네 아빠 할까? 우리 작은 예쁜이가 질투할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삼랑은 새로운 경험에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진해는 욕실 벽을 짚고 반쯤 무너진 삼랑을 가느스름하게 뜬 눈으로 감상했다. 착 달라붙은 속옷 아래로 비치는 문양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흰 피부가 복숭앗빛으로 물들어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무릎에 걸린 바지 탓에 온전히 주저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흐트러진 자세가 또 일품이었다. 욕실의 김처럼 뿌옇게 젖어 뒤돌아보는 얼굴은 급을 매기기가 힘들었다.
아직 난폭한 깡패 양아치의 태를 벗지 못했으면서 아기가 아빠를 보고 싶어 한다는, 태에 거시기를 넣고 흔들어 달라는 어설픈 유혹을 하는 모양새는 정말이지.
“으응……?”
“아빠 해 달라며. 아빠가 아기 씻어 주는 게 뭐가 이상해?”
“아응! 아, 아앗!”
“어허. 우리 아기 가슴이 부어서 아빠가 달래 주려는데 왜 이상한 소리를 내고 그래? 응?”
진해는 삼랑의 젖은 바지를 밟아 벗겨 버리고는 함께 목욕통에 들어앉았다. 바지만 깐 제 위에 삼랑을 앉히고는 삼랑의 엉덩이 틈에 물건을 끼워 넣었다. 흥분해서 코로 피가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래도 진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작은 예쁜이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좋은 아빠였던 것이다.
“아, 아기, 아빠……, 이거, 이거, 이, 상하잖아……!”
“왜? 어디가 이상한데? 응?”
엉덩이골 사이에서 자신의 체액을 두르고 미끄덩거리는 진해의 물건 탓에 삼랑이 또다시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진해가 가슴을 잡아당기던 걸 멈추고 제 손을 가슴 위에 올려놓아 더욱 그랬다.
“네가 해.”
욕정에 젖어 잔뜩 낮아진 목소리가 삼랑의 귀에 쏟아졌다. 골반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엉덩이 사이를 왕복하는 물건의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목욕물은 식었건만 삼랑의 귓가에서는 습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삼랑은 그 숨이 제 고막을 간질일 때마다 저도 모르게 가슴을 꼬집은 손에 힘을 주었고, 힘이 들어갈 때마다 찌릿한 통증에 몸부림쳤다.
“하악, 하악…….”
이를 깨물고 움찔거리는 삼랑과 무섭게 몰아치는 진해 탓에 목욕통 속은 태풍이라도 들이닥친 것처럼 거칠게 파도가 쳤다. 삼랑의 엉덩이 틈이 진해의 것이 아쉬워 죽겠다는 것처럼 크게 벌렁거리자 진해는 젖은 삼랑의 목에 이를 세워 자신 역시 아쉬워 죽겠다고 답해 주었다.
“읏, 으응……!”
“하, 삼랑아……!”
미끈거리는 액이 많아지고 진해의 움직임 또한 거칠어져 잠깐만 눈을 감으면 진해의 것이 금세 삼랑의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목에 잇자국이 새겨질 때마다 신음을 뱉으며 몸부림치는 삼랑은 차라리 진해의 것이 제 속에 들어와 마음껏 진탕 치기를 바랐다. 아까는 그렇게 후회를 했으면서도.
“아윽!”
하지만 진해는 삼랑의 목에 다섯 개는 넘는 잇자국을 내면서도 착실히 아기 아빠의 본분을 지켜 냈다. 삼랑의 것을 뽑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칠게 붙잡는 순간 삼랑은 높은 신음과 함께 목욕물을 더럽혔다. 경직된 몸이 부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곧 진해의 품 안에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삼랑은 한 열 번 정도 눈을 깜박이고 나서야 그제야 겨우 평소의 삼랑에 한 발짝 걸친 듯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 삼랑이도 참 어지간해.”
멍하니 올려다보자 진해가 거한 한숨을 내쉬며 삼랑의 젖은 옷을 마저 벗겨 주는 것이 느껴졌다.
“자, 양치하게 아―”
어느덧 자기 옷까지 다 벗은 진해가 더운물을 더해 몸을 덥히고 이를 닦아 주기 시작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몸은 나른하고 찌릿한 감각이 혈관에 남아 떠도는데 문득, 아주 문득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제 나신을 아무런 사심 없이 닦아 주던 진해와 그 머리 꼭대기를 내려다보며 이놈은 고자가 아닐까 의심하던 자신이.
제법 오랜 세월이 지나 진해의 아이를 품은 채로 삼랑은 과거의 자신에게 이젠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이놈은 고자가 아니라고. 고자가 아니고 사람 돌아 버리게 하는 미친 재주가 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