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 동선(冬扇)
“겨울에 부채라.”
미남자가 손에 쥔 접선을 보고 중얼거렸다. 벽산의 옥을 얇게 깎아 세밀한 칼로 무릉도원을 그려 금을 채워 넣었다. 신선들의 세계, 찬란한 영광이 자리한 무릉도원 나무들의 무성한 풀잎이 빛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박힌 알알이 실한 열매는 홍옥과 채옥으로 대신하였으니 이것은 천고의 기물이다.
천하에 제일가는 장인 열둘을 꼽아 반년을 매달리게 하였으니. 둥근 모양으로 얇게 자른 옥 사이에는 사향과 천리향이 담겨 있어 부채질을 할 때마다 향기를 자아냈다. 본디 사향은 불임을 촉발하여 후궁에 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이것을 쓸 후궁은 회임의 의무에서 벗어난 이였다.
원선견이 쓰게 웃었다.
“이게 오늘 완성되는 것인가.”
황제를 호종하는 태감이 송구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청옥을 가공하는 데만 해도 반년은 걸리는 일 아니겠습니까. 장인들이 목을 자른대도 못 한다 허니 괘씸하지만…….”
아무리 재촉한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원선견은 태감이 삼킨 말을 알고 쯧 혀를 차고 부채를 손에서 굴렸다.
“한 달에 한 명씩 목을 쳤지. 괘씸한 것들.”
원선견의 목소리가 무덤덤했다.
“지금 여덟이 남았나?”
태감이 느릿하게 대답했다.
“예.”
원선견이 짧게 답했다.
“이것은 귀물이다. 삼대가 먹고 살아도 모자랄 포상을 내려라.”
원선견은 그 말을 하고 부채를 함에 넣었다. 그래도 귀비의 생일 전에 부채를 얻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을 품으면서, 원선견은 그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동선인가.”
겨울에 부채야 아무리 어여쁘고 귀한들 여름의 대나무 쪼가리로 만든 것보다 효용이 있을 리가 없지. 그것은 하등에 쓸모없는 장식품일 뿐이다. 허영심을 채워 줄 수는 있겠지만, 귀비가 과연 그것을 원할까?
원선견은 함을 소중히 안고 원앙궁으로 향했다. 복도를 저벅 걸으며 원선견은 자조 어린 얼굴을 했다.
‘평아가 원하는 것은 부채 따위가 아니야.’
끼이익. 끼익.
귓가에 그네가 삐걱거리는 환상이 울렸다. 원선견은 그네를 타는 귀비를 생각했다. 길디긴 흑발을 하늘에 날리며 하늘로 날아갈 듯 몸을 움직이던 그의 귀비. 비어 있던 원앙궁을 채운 그의 고 귀비. 원선견은 날카로운 웃음을 흘렸다. 위희평은 밖을 보고 있었다.
‘죽여 주길 바라겠지.’
원선견이 저지른 짓은 고금을 통틀어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처참한 것이었다. 하늘도 땅도 용서할 수 없는 패륜.
위희평은 태자에게 능욕당하고 그와 결합을 맹세했다.
비수가 심장을 도려내고 있다. 원선견은 원앙궁의 앞에서 잠시 침묵했다.
“황제 폐하 납시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아주 짧은 시간, 원선견은 찰나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러나 문이 열리는 순간 원선견은 순식간에 평온한 얼굴로 일변하여 사뿐한 발걸음을 뗐다.
마음을 숨기는 데 통달해야만 했던 사내의 능숙한 솜씨였다.
“귀비.”
평아는 무슨 생각을 할까. 원선견은 기나긴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텅 빈 인형을 바라보았다. 그는 살짝 열린 창문 밖 겨우살이에 쌓인 눈을 보고 있었다. 하늘하늘한 옷 사이로 변한 몸이 뚜렷하게 보였다. 원선견이 만든 것이었다. 그 부드러운 몸, 유연한 관절과 나붓한 허리와 봉긋한 둔부와 매끄러운 팔다리는 그가 만든 것이다. 가슴과 성기와 항문마개를 잇는 장신구와 엉덩이 사이 자리한 선견지처의 문신도, 손가락만 넣어도 액체를 줄줄 흘리는 음란한 구멍도 그가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사내구실을 못 하는, 남근을 받지 않으면 중심을 세우지 못하는 몸도. 진시에 뒷물을 하지 않으면 배변을 못 하는 몸도 그가 만든 것이다.
상장군은 없다.
원선견은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왔소.”
원앙궁에는 요호가 산다. 그리 불릴 만치 아름다운 용모의 귀비가 고개를 돌려 원선견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째서 추운데 이리 문을 열어 놔.”
탁.
창문을 닫고 원선견은 바로 성급한 행동에 후회했다.
‘귀비는 밖을 보고 싶었으려나.’
자유를 갈망하면서, 해방을 갈구하면서 밖을 보고 있었으려나. 원선견은 겨울이라 춥다며, 귀비에게 그네를 타지 말라 말했던 지난날의 저를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이런 사소한 것마저 허용 못 해 그를 괴롭히는구나.’
귀비는 그러나 창문을 열어 달라 떼를 쓰지 않았다.
“항상 그렇듯 그대를 보고 싶었지.”
원선견은 포기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대는 내가 보기 싫었겠지? 하지만 오늘은 좀 봐줘. 그대의 생일도 곧 다가오고.”
유구한 추억을 입에 담았다. 원선견은 과거의 망령을 떠올리며 순수한 웃음을 흘렸다. 과거에 위희평이 그의 벗이었을 때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옛날에 사가에서 생각나나? 내가 모후의 외가에서 보호받고 있을 때, 화를 피한다고 잠시 그곳에 간 적이 있었지.”
지극히 쓸모없는 짓을 추잡하게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는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너는 겨울에 태어났고 나는 여름에 태어났어. 북제의 황제가 부채를 하나 보냈고, 부황께서는 모후께, 모후께선 내게 부채를 내리셨지.”
집착, 그 추한 집착.
끈질기게 원선견은 입술을 열어 말을 나불댔다.
“그리고 나는 그 수선화가 그려진 수선(비단 부채)를 네게 주려 했지. 겨울. 겨울이었다. 나는 겨울이 네 생일이라 주고 싶다 하였고, 너는 그것은 겨울에 하등 쓸모없는 것이라, 하사물은 나의 것이라 하였지. 선물에는 마음이 담겼다고. 부황의 마음은 나의 권력이라.”
원선견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황은 모후에게 그것을 선물할 때 그것이 귀한 것이라 내리신 것일까 아니면 겨울에 하등 쓸모없는 수선이라 내린 것일까?”
음울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부황은 선청을 사랑하셨지. 사랑하는 연 귀비의 자식을.”
원선견은 입술을 닫고 짧은 침묵을 지켰다. 귀비를 보는 눈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귀비는 나풀거리는 짙은 속눈썹 아래 요요한 기운이 감도는 몽혼한 눈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긴 의자에 기댄 몸이 비틀려 있었다.
선견은 그 요염한 자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경국이라던 연 귀비보다 떨어지는 미색. 단정한 얼굴에는 화려함이 없으며, 어딘가 흐릿한 눈은 총명함으로 빛나던 재기발랄한 선황의 총비에 비할 바 못했다.
그러나 귀비에게는 눈을 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을 무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선견은 제 마음이 달라 편파적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고민해 보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으로 설명하긴 부족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귀비에겐 사내를 홀리는 기색이 있었다. 그 몽롱한 눈으로 인형처럼 앉아 있을 때면 사람들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사내를 받으려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몸은 혼을 빼놓는 색기를 내고 있었다. 여인의 것도, 사내의 것도 아닌 그 몸은 괴상하다기보단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기이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으니까. 보는 사람이 느끼기에 현세와 격리된 것만 같다고 생각을 품을 그럴 모습이었다.
어찌 보면 백치처럼, 어찌 보면 천년여우처럼.
원선견이 홀린 듯 귀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비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원선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몸을 움직였다.
원선견은 이어진 귀비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고야 말았다.
“으응.”
입은 듯 안 입은 듯 헐벗은 모양새였다. 걸치다, 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얇은 치마를 걷어 올린 귀비가 섬세한 손으로 엉덩이를 벌렸다.
벌어진 살 둔덕 사이 보이는 찌그러진 주름의 모양새.
아.
원선견은 탄식을 삼켰다.
“?”
새하얀 종이 같은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귀비가 몸을 들려 힐끗 원선견의 얼굴을 살폈다. 눈치를 잠시 살피던 귀비가 허리를 숙이고 궁둥이를 더욱 위로 치켜들었다. 개처럼 의자 위에 엎드린 채였다.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항문.
원선견은 굳어진 얼굴로 제 앞에서 엉덩이를 치켜든 귀비를 바라보았다. 눈부시게 새하얀 둔부가 그곳에 있었다. 귀비의 새하얀 손가락이 통통한 둔부를 한껏 벌려 항문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이 보라. 여기에 당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 그리 말하듯이 귀비는 제 치부를 원선견에게 들이밀고 있었다. 상체를 숙이며 둔부를 치켜든 채로.
원선견은 그 아름다운 살 둔덕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감상이 깨어져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기나긴 침묵 끝에 원선견은 날카롭게 웃었다.
‘돌이킬 수 없다!’
원선견은 익숙해진 거짓 미소를 흘렸다.
“자아, 나의 귀비. 오늘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야. 그대를 탐하는 것은 물론 나의 즐거움이지만 오늘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야.”
긴 의자 위에 앉으며 원선견이 귀비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자연스럽게 원선견의 무릎 위에 앉혀진 귀비의 얼굴이 순수했다. 원선견은 귀비의 부드러운 뺨에 입술을 맞대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거야. 오늘은. 일주일 후가 무슨 날인 줄 알아?”
귀비가 원선견의 품에서 으응 소리를 흘렸다. 원선견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술을 뗐다.
“그걸 잊으면 안 되지? 그대의 생일이잖아.”
정수리에 입술을 맞추며 원선견이 속으로 생각했다.
‘목소리가 그립군.’
원선견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의 품에서 바르작대던 귀비가 입술을 열었다.
“생일 연회는…… 싫어요.”
복작한 것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선견은 그의 귀비가 원앙궁 밖을, 아니 정확히는 사람에게 몸을 보이는 걸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신을 거의 놓은 상태였음에도 그는 제 몸을 끔찍하게 여겼으니까. 어엿한 대장부에서 여장이 어색하지 않은 몸이 되어 버렸으니. 얼굴을 가려 사람들은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없었음에도 귀비는 과거에 연식이 있는 자를 보면 기겁하여 발작하였다.
원선견은 어두운 눈으로 기억을 상기했다.
금철의 그림자를 본 귀비는 머리를 부여잡고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육궁과 정궁의 경계에 있는 복도. 귀비는 저 멀리 중극전의 계단을 밟는 금철을 언뜻 보고 기겁하여 발작을 일으켰다.
“귀비마마! 귀비마마!”
멀리서 금철은 소란을 늦게 알게 되어 의문 어린 얼굴을 했으나, 그 사정을 알지 못해 갸웃거릴 뿐이었다. 소란을 눈치챈 원선견이 중극전에서 상소문을 읽던 중 바로 뛰쳐나오고, 금철은 그제야 그가 귀비임을 눈치채고 얼굴을 굳혔다. 그러나 후궁의 일을 군인이 어찌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는가. 금철은 그저 망연한 얼굴로 원선견의 품에 안긴 귀비를 바라볼 뿐이다.
금철이 볼 수 있는 것은 늘어진 하얀 다리였다.
원선견은 귀비를 품에 안고 황급히 뛰쳐나갔다.
원앙궁의 침상에 귀비를 눕히고 원선견은 창백하게 질린 귀비의 땀을 손수 닦아 내렸다. 원앙궁 고 귀비를 끔찍이 아낀다는 원선견은 지극정성으로 귀비의 새하얀 손을 주무르고 새파란 입술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귀비.”
원앙궁의 궁인들은 지존의 다정다감한 행동에 감동을 받은 눈치였으나 사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대체 무슨 착각을 하는 거야. 고 귀비는 금 좌장군을 알지 못해.”
원선견의 마음이 결코 순수한 연모가 아니라는 것은.
식은땀을 흘리는 귀비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는 서늘한 것이었다. 나긋한 어조였으나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것.
원선견은 그리 남몰래 속삭이곤 귀비의 굳은 손을 연신 주물러 주었다. 그것은 남들이 보기에는 몸 약한 제 연인을 걱정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었으나 남들이 보지 못한 원선견의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원선견은 그런 사람이다.
귀비는 정신을 차리고 원선견의 허리춤에 손을 뻗었다. 원선견은 제 허리띠를 풀고 양물을 꺼내는 귀비를 막지 않았다. 앵두 같은 입술을 벌려 늘어진 성기 끝을 입에 무는 것도 막지 않았다.
첨단 끝을 조이는 부드럽고 말캉한 속살과 능숙한 혀의 감촉에 신음을 참으며 원선견은 비명을 삼켜야만 했다. 속으로 비틀린 관계에 자조하며, 원선견은 사정 후 귀비의 몸 위를 타고 올랐었다.
“연회는 열지 않아.”
침묵 끝에 황제가 답했다. 품에 안은 귀비의 몸이 따뜻하고 말랑하다. 원선견은 귀비의 몸을 자상하게 쓰다듬고 다독이며 중얼거렸다.
“연회는 열지 않아.”
그리 말하고 귀비의 뺨을 살짝 돌렸다. 순순히 고개를 돌리는 귀비의 부드러운 입술을 탐닉했다. 귀비는 순수한 얼굴로 입술을 벌렸다. 귀비는 혀를 섞을 때 눈을 감지 않았다.
그것은 원선견도 마찬가지였다.
두텁고 유연한 살덩어리가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짧은 시간 동안 원선견은 귀비의 입술 안을 혀로 범했다.
“으응.”
입술이 떼어질 때 귀비는 작은 신음을 흘렸다. 원선견은 낮게 웃곤 이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의 모습을 남들과 함께 보지 않으리라.”
진귀한 보석이라 한들 사람의 인정을 받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 했던가. 원선견은 담담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화씨지벽이라고? 장인이 다리 두 짝이 잘리면서도 제가 발견한 옥이 진귀한 보화라 했다지?”
원선견이 귀비를 품에 안고 침상으로 향했다.
“미련한 상놈이 아닌가.”
진실로 귀중하고 아름다운 보석은 숨겨 놓고 저만 봐야 하는 것이다.
귀비를 침상 위에 눕히고 원선견은 비소를 흘렸다.
“미안하오. 귀비. 또 말을 어겨야겠소.”
천자의 약속이라, 원선견은 단 한 번도 남에게 한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으나 귀비는 예외였다.
“그대를 안아야겠다.”
원선견은 귀비와의 약속을 밥 먹듯이 어겼다.
귀비는 그것을 누구보다 몹시 잘 알았다.
귀비는 제 헐벗은 옷을 찢는 손길에 아무 반항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모습이 속이 텅 빈 도자기 인형 같았다. 원선견은 그러나 가여운 마음을 덮는 정욕에 휘말려 귀비의 턱을 말캉한 혀로 싸악 핥았다.
원선견이 커다란 손을 도톰한 가슴에 뻗었다.
“응읏!”
부드러운 가슴을 비트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귀비는 미간을 찌푸리고 몸을 비틀었다. 원선견은 그것이 반항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반항을 가장 많이 목격한 사람은 황제였으니까.
원선견은 고개를 숙여 우유를 부은 듯 부드러운 가슴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돋은 유륜을 빨았다. 유두에 장식된 고리에서 덜그럭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리가 꿰뚫려 잔뜩 민감해진 유두는 혀의 농밀한 움직임에 금세 빳빳하게 섰다. 말캉한 혀가 유두에 달린 고리를 절그럭 스칠 때마다 귀비는 응 신음을 흘리며 원선견의 단단한 등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애무는 귀비의 몸을 고조시켰다.
원선견이 붉은 유두를 잘근잘근 깨물 때마다 간헐적으로 떨리던 몸은 어느새 펄떡이는 잉어가 되어 침상 위에 몸부림쳤다.
“아, 아아!”
정적이 자리했던 방이 신음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가슴을 빨던 원선견이 귀비의 다리 사이로 손을 향했다. 살 둔덕을 벌리고 불기둥을 꽂는 과정은 능숙했다. 너무나도 익숙해진 일.
이제는 오명으로 뒤덮인 관계다.
원선견은 귀비의 항문에 꽂힌 장난감을 뽑았다. 제 물건을 본뜬 커다란 장난감을 바닥에 던지고 원선견은 단단하게 불거진 남근을 둔덕에 쑤셔 넣었다.
귀비는 ‘하응!’ 높은 소리를 내며 허리를 튕겼다. 아픔이 아니다. 귀비의 얼굴에는 황홀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원선견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더운 숨을 내뱉는 귀비의 입술을 엄지로 쓸며 원선견은 짐승의 허릿짓을 시작했다.
곧 철퍽거리는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귀비, 나의 귀비.”
귀비는 이제 두꺼운 남근을 능숙하게 받았다. 불기둥이 살 둔덕을 가르면 귀비는 허리를 비틀고 궁둥이를 살짝 들어 올렸다. 다리를 양껏 뻗어 고통을 줄이고 쾌락을 얻었다.
“흣, 흐읏, 하앙!”
고환이 둔덕을 턱턱 때리고, 귀비의 젖은 항문에 남근이 꽂힐 때마다 철퍽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길고 고운 다리가 원선견을 휘감았다. 분홍색 입술이 열려 더운 숨이 섞인 작은 신음을 흘리고, 귀비는 홍조가 은은하게 띤 몽롱한 얼굴로 원선견을 마주 보았다.
사랑스럽다.
난잡한 소리가 귀를 교란하고 있었다. 불기둥이 꽂힐 때마다 귀비의 뱃가죽이 불룩 솟아 나왔다. 성기의 움직임이 적당히 살 붙은 아랫배에 드러나고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이 살짝 벌어져 신음을 자아냈다.
새하얀 몸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귀비는 속살을 가로지르는 불기둥에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튕겼다. 원선견은 몸을 숙여 귀비의 입술에 쪽쪽 입맞춤을 퍼부었다. 붉은 입술을 핥고 오뚝한 코를 깨물며 애정을 드러냈다.
짤랑, 짤랑.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몸에, 가슴에 달린 고리가 맑은 소리를 흘렸다. 퍽퍽 둔부가 찌그러질 때마다 귀비는 높은 교성을 흘리며 발을 뻗었다.
가슴에 달린 고리가 짤랑거리고 있었다.
원선견은 손을 뻗어 귀비의 그윽한 눈매에 매달린 눈물을 닦았다.
“귀비.”
그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여 귀비의 눈가를 혀로 싸악 핥는 원선견이었다.
속으로 징글징글하다는 생각을 품으면서.
‘너는 죽기를 원하겠지?’
퍼억!
“흐응!”
귀비의 목을 커다란 손으로 덮고 원선견이 웃었다.
‘그렇다면 나는 십팔지옥의 저 바닥을 헤매어 너를 찾겠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위희평을 놓을 수 없다.
원선견은 고개를 숙여 귀비의 희고 긴 목을 우득 깨물었다.
아아아!
높은 교성이 원앙궁을 울렸다.
달칵.
“그대를 위한 것이야.”
귀비는 답이 없었다. 정사 후에 나른하게 침상에 누워 있었다. 색열이 감도는 두 사람의 몸은 새빨간 사과처럼 벌겋게 익어 있었다. 귀비는 제 몸에 얼기설기 장식된 줄이 성가신 듯 은사슬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원선견은 그를 보며 웃으며 목함에 담긴 부채를 꺼냈다.
“벽산의 옥을 깎고 남만에서 진상된 홍옥과 채옥을 채웠지.”
땀이 흐르는 새하얀 이마에 부채를 살랑 부치며 원선견은 속으로 이것이 한겨울에도 쓸 만하구나, 란 생각을 품고 얄풋 웃었다.
‘그래. 보옥은 눈에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그리고 쓸 수 없으면 쓰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원선견은 그리 속을 달래며 침상에 늘어진 아름다운 귀비에게 바람을 부쳐 주었다.
“금원산을 아느냐? 하남 출신의 유명한 화가다. 무릉도원도로 유명한데 특별히 너를 위해 도안을 짰다.”
귀비는 말없이 멍하게 바람을 맞았다. 땀에 젖은 끈적한 몸을 식히기 위해 원선견은 시종처럼 귀비에게 부채를 살랑였다.
입가에 미미한 웃음이 흐르고 있었다.
홍조가 발하는 얼굴에 까마귀 깃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이 사륵 흐르고 있었다. 귀비는 백치 같은 순한 얼굴로 바람이 흘러나오는 방향에 시선을 주었다. 바람을 부칠 때마다 은은한 향이 새어 나오는 부채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사랑스럽다.
원선견은 배 속에서 들끓는 가시덩굴을 무시하며 능숙하게 거짓된 미소를 지었다.
“겨울에 부채도 제법 쓸모가 있지?”
귀비는 항상 그렇듯 대답하지 않았다. 원선견 또한 항상 그렇듯이 귀비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부채질을 이어 나갔다. 제 무릎에 뺨을 댄 채 눈을 깜빡이는 귀여운 애첩을 보며 미소 짓곤 원선견은 속으로 사람에 따라서 쓸모가 있고 없고 차이가 나는 것이지, 란 말을 삼켰다. 목구멍에 밀려 나오는 말을 참지 못해 원선견은 빙긋 웃고 귀비의 이마를 쓸었다.
“선물에는 사람의 마음이 담겼지. 그리고 나는 한겨울에 천하에서 단 하나뿐인 진귀한 부채를 네게 주리라.”
귀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일 선물이다. 평아.”
원선견이 동선(冬扇)을 귀비의 손에 들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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