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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태부太父 편(3) (14/17)

2. 태부太父 편(3)

또옥, 똑.

오줌 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태자는 제 늘어진 남근을 손에 잡은 위희평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위희평이 은 대야에 놓인 천에 손을 뻗으려 할 때 태자가 입술을 열었다.

“천은 너무 거칩니다.”

위희평이 손을 멈칫했다.

“부드러운 것으로 닦아 주세요.”

태자가 중얼거렸다.

“예를 들면 사람의 혀 같은.”

위희평이 움찔하다가 눈을 내리깔고 남근의 끝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태자의 시선이 붉은 앵두 같은 입술로 향했다. 두 도톰한 입술이 남근 끝을 스치고, 사아악, 물컹하고 부드러운 혀가 남근의 구멍을 핥았다.

오줌 방울을 핥는 붉은 혀가 선정적이다.

위희평은 태자의 강렬한 시선을 피하며, 몇 번을 더 그 늘어진 남근의 끝을 따뜻한 혀로 핥았다. 그 순종적인 얼굴이야말로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다. 거기다 첨단을 자극하는, 애무와 엇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었으니 태자는 위희평의 손에서 커지는 남근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리고야 말았다.

그러나 태자는 웬일인지 위희평을 범하지 않았다.

어이할까, 제 몸으로 품어 주랴.

그리 묻는 듯 위희평이 태자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았으나 태자는 그저 묵묵히 있을 뿐이었다. 위희평이 조심스럽게 태자의 허리춤을 추슬러 주었다.

태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오늘 아침 황제와의 대담이었다.

“스승이 완전히 제 여자가 되었습니다.”

의심의 의심. 그 끝에 태자는 결국 마음을 놓고 황제에게 달려갔다. 스승을 한 번 세게 혼을 냈더니 내게 굴복하였다, 순종적으로 아양을 부리며 시중도 야무지게 잘 든다. 어여쁜 짓을 제법 한다. 그 말을 듣고 황제는 미묘한 웃음을 흘렸다.

“삼 개월을 줬느니.”

타악.

찻잔을 내려놓고 한 말이었다.

“평아는 나를 유혹할 때도 그러했다.”

부황이 웃으며 한 말에 태자는 아무 답변도 하지 못했다.

“내가 소변을 볼 때 따라 들어와 남근을 부여잡고 뒤처리를 해 주었지.”

그 혀가 말캉하지 않던? 한번 습관을 들이면 천으로 닦기 힘들지.

황제가 쐐기를 박았다.

“삼 개월 동안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거라. 삼 개월을 꽉 채워서 네 결정을 내려. 평아를 네 계집으로 거둘 수 있을지를.”

그 말에 태자는 어둑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질투가 어른거리는 얼굴에 황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하여 태자는 눈을 내리깔고 사악사악 남근 끝을 핥는 위희평을 음울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부황께도 이리했던 것인가. 부황께서 천이 꺼슬하다고 할 정도로, 정성스럽게 그 남근 끝에 묻은 오줌 방울을 핥고 천박한 유혹을 한 것인가.

위희평이 옷시중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공손한 모습을 본 순간 태자가 속으로 이죽거렸다.

‘사내 좆 빠는 년이 내숭은.’

그러나 태자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것은 제법 다정한 목소리였다.

“오랜만에 말 머리를 나란히 하겠습니다.”

사흘 후 사냥 나가는 날을 이르는 것이다. 사냥은 민가를 통제하고 막대한 예산을 소모하여, 황족이라 한들 자주 벌이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예 지양하는 것은 아니고, 산짐승을 죽여 균형을 맞추고 무예를 기르는 일 또한 중요하다 하여 황가의 사내는 종종 행사처럼 사냥을 나가곤 했다. 오랜만에 허가받은 사냥을 언급하며 태자가 기쁜 듯 은은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예, 태자.”

위희평의 안색이 슬쩍 창백해진 순간이다. 말 머리를 나란히 한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승마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아주 지독한 기억이다. 나무 몽둥이를 세운 안장 위에서 고생을 했던 위희평이다. 마지막엔 태자에게 깔려 직접 안장이 되었지 않은가. 태자는 말을 타고 달리며 위희평을 철퍽철퍽 범했다.

그런 위희평의 얼굴을 바라보는 태자의 얼굴이 묘했다.

“걱정 마세요. 안장으로 장난은 안 칩니다.”

그 말에 위희평의 얼굴이 서서히 평온함을 되찾았다. 안도하는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태자는 악동의 잔인함이 스치는 눈을 빛내고야 만다.

‘안장으로 장난은 안 치지.’

태자의 눈에 스친 것은 뿌리 깊은 악의와 들끓는 분노였다. 부황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고 있었다.

‘고민해라, 태자. 네가 저 음란한 계집을 잘 다스릴 수 있을지를.’

숨을 들이켰다.

다소곳이 서 있는 그의 스승을 훑는 시선이 음습했다. 태자가 입술 끝을 비틀어 웃었다.

그래 내가 이년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되지.

태자의 머릿속에 스친 것은 부황 앞에서 허연 엉덩이를 씰룩이던 위희평이었다. 푹푹 벌어진 붉은 살을 네 손가락으로 쑤시며 박아 달라 흐느꼈던 음란한 계집.

태자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위희평이 그 서늘한 시선을 깨닫고 침을 삼켰다.

‘어찌 또 나를 괴롭힐까.’

그러나 내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지.

위희평은 지친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그저 원하는 것은 편안함이다. 육신의 안락.

팔에 엉덩이를 꿰뚫리는 것은 더 이상 싫었으니까.

‘언젠가는 태자가 내게 달콤한 휴식을 또 맛보여 줄까?’

부덕한 마음을 품은 사내의 눈이 흐릿했다. 그저 위희평은 진심으로 태자의 총애를 받고 싶었다. 염기가 뚝뚝 흐르는 자태로 태자를 유혹하여, 그 씨를 받으며 위희평은 그 배덕한 관계를 잊고 속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요즘은 그나마 편하구나.’

경계심이 무뎌진 태자는 그나마 폭력성이 줄어들어 정상적인 연인의 체위를 시도하곤 했다. 좆 매로 얼굴을 얻어맞지도, 젖꼭지를 꼬집히지도, 하물며 술래잡기를 하며 궁인들에게 희롱당하지도 않았다.

“허억, 허억.”

오직 태자의 굵은 불기둥만 받으면 된다. 비참한 안락에 젖어 위희평은 홍조 띤 얼굴을 작게 도리질했다.

단전에서 차오르는 야릇한 쾌락. 위희평은 우으응 교성을 내뱉으며 숨을 헐떡이고야 만다.

‘이제, 몰라.’

그저 짐승이 되어 몸을 덮는 쾌락에 교성을 내지를 뿐이었다.

그러나 위희평은 자신을 힐끗대는 태자의 싸늘한 시선을 알고 있었다. 저를 의심하는 눈빛을 알고 있었다.

‘사냥하는 날에 대체 무얼 하려고…….’

안장으로 장난을 안 친다면서 의미심장한 얼굴을 하나. 태자의 얼굴을 떠올리고 위희평은 몸을 잘게 떨고야 말았다. 그 잔혹함이란, 태자가 제 씨라고 찰떡같이 믿어 오던 위희평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그것은 차라리 황제를 닮은 것이었다. 아무리 진실을 모른다 한들 어찌 키워 준 스승에게 그토록 모멸을 줄 수 있던가. 비위를 맞추려 다소곳함을 유지하고 있으니 태자가 근래에 그나마 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지만, 그 내재된 폭력성은 정제되지 않은 날것이었다.

불안했다.

황제와 다른 방향으로 태자는 위험했으니까.

* * *

“이야, 날이 좋습니다.”

그러나 태자는 위희평의 불안한 예상과 달리 아무 장난도 벌이지 않았다. 적어도 안장으로는.

다그닥. 다그닥.

안장에는 나무 몽둥이가 달려 있지 않았다. 각자 말을 타고 있어 태자는 위희평을 뒤에서 껴안고 희롱하는 일마저 하지 못했다. 위희평은 안도하는 마음 반, 가시지 않는 불안한 마음 반으로 말을 몰았다.

사냥은 빠르게 진행됐다.

“스승님, 여기입니다!”

황제의 사냥은 자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으로 특정 종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 행사였으므로 그러는 것이 당연했다. 허나 태자의 경우에는 그런 것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 한창 혈기가 넘치는 나이의 청년은 신이 나서 말을 몰았다.

위희평이 활을 매겼다.

팅!

가는 줄이 떨리고, 매섭게 날아간 화살이 사슴의 긴 목을 관통했다. 말의 고삐를 잡아당겨 속력을 줄이곤 태자가 씨익 웃으며 스승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위희평의 몸이 멈칫한 순간이었다. 태자는 묘한 얼굴로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태자는 말을 타는 것을 무서워했다. 그리고 위희평은 벌벌 떠는 태자를 달래며 말하곤 했다.

‘태자, 무서워하지 마세요.’

태자는 위희평의 격려로 말을 곧잘 타게 되었다. 사냥을 좋아하게 되었고. 무인이었던 위희평과 사냥을 나가곤 했었다. 위희평은 사냥이 국고에 부담이라 자주 일을 벌이는 것을 꺼렸으나, 그래도 그 둘은 종종 활을 잡고 말에 올랐다.

“오랜만이군요.”

위희평이 입술을 달싹였다. 태자가 그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말머리를 돌렸다.

“이랴!”

말의 배를 차며 쏜살같이 달려가는 태자를 바라보았다. 위희평이 이어서 말의 배를 찼다. 태자를 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되었으니까. 시위들이 곳곳에 깔리고 황군이 사냥터를 에워싸고 있어 문제가 생길 일은 없었으나 그래도 태자는 존귀한 몸이다.

몰이꾼들이 혹여 짐승을 잘못 몰아 태자의 말을 놀라게 한다면 어이하겠는가?

“천천히 가십시오! 다치십니다.”

그리 다급히 말을 하면서, 위희평은 속으로 태자가 황제를 닮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쓰게 웃으며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어찌 되었건 상관없는 일이다.

티잉!

태자가 시위를 놓았다. 거의 동시에 고꾸라지는, 뿔이 큰 사슴.

“스승님, 보았습니까?”

위희평을 깔보았던 태자는, 그저 기쁨에 차서 몸을 돌리며 그리 말했다. 스승의 인정을 받는 것은 그 어떤 아부보다 더 기쁜 것이리라. 사냥은 황족이라고 마음대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태자는 오랜만에 신이 나 날뛰고 있는 상태였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위희평이 말고삐를 당기며 말한다. 태자는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

“어디 여우가 있는 듯한데 찾아보지요.”

“저도 본 듯합니다. 몰이꾼을 재촉할까요?”

“직접 찾는 맛도 있지요. 지금도 족합니다. 이럇!”

태자가 말을 몰고 나아갔다. 말 꽁무니 뒤로 먼지가 일고 있었다. 위희평이 그 뒤를 따르며, 신이 난 태자를 안도한 눈으로 응시했다.

‘다행이구나.’

오늘은 태자가 사냥에 정신이 팔려 아무 일도 없을 것 같다. 애 같은 면모가 있으니까. 오랜만에 사냥을 나와서인가 자신은 안중에도 없이 저리 날뛰는 것을 보자 위희평은 마음속 하나 남은 불안감을 누그러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럇!”

말의 배를 차며 위희평이 어느새 멀어진 태자를 따라붙기 위해 말을 세차게 몰았다.

“수행원들과 멀어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위희평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수행원이 쌓아 놓은 사냥감이 작은 산을 이룰 때쯤의 일이었다.

“소피가 마렵습니다.”

태자가 사냥을 하던 중 말고삐를 잡아당기며 한 말이다. 위희평이 활시위를 당기던 중에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였다. 오랜만에 그런 추잡한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러나 위희평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말에서 내렸다.

“수풀에서…….”

주위를 살피고,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위희평이 말고삐를 나뭇가지에 묶었다. 수풀이 무성하여 나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곳이었다. 여우를 잡으러 태자가 빠르게 앞장선지라 수행원도 따돌린 상태였다.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위희평이 능숙하게 태자의 허리띠를 풀고 늘어진 남근을 꺼내어 손에 소중히 쥐었다. 부드러운 손이 남근을 감싸 쥐는 감촉은 제법 나쁘지 않은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것이었다.

태자는 그러나 위희평의 생각대로 나무 기둥에 소변 줄기를 쏟아 내지 않았다.

“요강이 없습니다.”

태자는 그 말을 하고 위희평의 어깨를 밀쳤다. 갑작스럽게 자빠진 위희평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엎어져 허둥대고 있을 때, 태자는 재빨리 위희평의 몸 위를 올라타 바지를 쑥 내렸다.

“이, 이게 무슨?!”

태자는 답변하지 않고, 허옇게 드러난 알궁둥이 사이에 손에 쥔 남근 끝을 조준할 뿐이다. 태자는 경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위희평의 항문에 남근을 우악스럽게 후벼 넣었다.

쑤욱!

사내를 받는 데 익숙해진 항문은 거대한 불기둥을 수월하게 집어삼켰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충격적인 일에 위희평이 기겁하여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몸을 버둥거렸다.

“태, 태자! 태, 아아악!”

그리고 위희평은 세차게 배 속으로 쏟아져 나오는 뜨끈뜨끈한 액체에 경악에 찬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쏴아아!

줄기찬 오줌발이 내장을 때리고 있었다.

“이, 이건!”

태자가 낄낄 웃으면서 위희평의 몸을 너른 가슴으로 짓누르고, 그 목을 팔을 둘러 껴안았다.

“아, 요강이 없잖습니까!”

그 말을 마치고 태자는 허연 목에 코를 들이밀었다. 위희평의 궁둥이 사이 더욱 깊게 남근을 푸욱 쑤시면서. 태자는 위희평의 엉덩이에 소변을 쏟아부었다.

“아, 아아아!”

콸콸콸!

둑이 터진 듯 거대한 양의 액체가 장을 부풀렸다. 그것은 내장을 녹이는 뜨거운 것이었고 배를 부풀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었다. 핏기가 가신 얼굴을 찬 채 위희평이 입술을 벌리고 몸을 덜덜 떨고야 만다. 충격에 잠식된 사내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정액과 다른 것이다.

쏴아아!

내장을 녹일 듯 뜨겁고 축축한 액체는 끊이지 않고 배 속을 채우고 있었다. 흐어어어, 위희평의 긴 울음에도 오줌은 장내를 그득그득 채워 마침내 배를 불룩하게 만들고야 만다. 아무리 풍족한 정액의 양이라 하여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배 속에 차오르는 것은 태자의 오줌이었다. 위희평의 동공이 점이 된 순간이었다. 미식거리는 속이, 목에 맴맴 도는 비명이, 그리고 항문에 꽂힌 거대한 물건이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태자는 지금 제 엉덩이에 오줌을 싸고 있다.

절망한 사내의 망연한 목소리가 입술 밖에 흘러나온다.

“아, 아…….”

태자는 저를 요강으로 쓰고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오줌 방울이 토옥, 토옥 장내에 떨어졌다.

오줌이 완전히 배설되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던 태자가 몸을 일으켰다.

“어, 어째서…….”

남근을 항문에서 빼내고, 태자가 위희평의 항문에서 찌익 쏟아져 나오는 노란 액체를 품에서 꺼낸 장난감으로 재빨리 막았다. 장난감은 빨려 들어가듯 통통한 엉덩이 사이로 사라졌다.

풍만한 엉덩이가 움찔거리고 있었다. 아아, 망연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위희평이 얼굴을 처절하게 일그러트렸다.

“어, 어째서?”

아무리 바닥을 구르고 굴렀던 위희평이라 한들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태자의 요강이 되고야 말았다.

인간도 금수도 아닌, 뒤로 오줌 받는 요강 취급을 받았다.

이전까지 잘하고 있었는데.

위희평의 얼굴이 처절하게 일그러졌다. 분명 잘하고 있었는데. 태자의 마음이 누그러진 것이 눈에 보였건만. 그나마 요즘 들어 부드럽게 저를 안고, 사냥에 열중하던 태자가, 태자가. 위희평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태자가 제 몸에 소변을 싸질렀다. 요강처럼, 태자의 소변을 배 속에 담고야 말았다.

“태, 태자, 왜.”

눈물을 흘리고 위희평이 더듬더듬 말한다. 모욕을 받은 사내는 출렁이는 아랫배를 부여잡고 벌벌 떨고 있었다. 스승을 바라보며 태자가 능글맞은 미소를 흘렸다.

“요강이 없어서 대신 비슷한 것을 썼는데 문제가 있습니까?”

태자가 스스로 옷가지를 추스르고 엎어진 위희평의 궁둥이를 짜악 소리 나게 때렸다. 빙글 웃으며 하는 말이 무언의 강요를 담고 있었다.

“자, 일어나시지요, 스승님. 여우를 잡아야 되지 않습니까?”

바닥에 엎어진 위희평이 절망 어린 눈으로 태자를 올려다보았다. 태자는 그저 실실 웃으며 위희평을 바라볼 뿐이다.

마음을 놓던 중 벌어진 이 믿기 힘든 사태에 위희평은 엎어져 몸을 부들 떨었다.

마음을 수습할 수 없었다.

‘어찌? 어찌?’

수천 가지의 목소리가 맴맴 돌았으나 위희평은 그중 하나의 말도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다.

망연하게 태자를 올려다보던 위희평의 눈이 어느 순간 체념의 빛을 띠고야 말았다.

위희평이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가시지요.”

어차피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을 알았으니까.

“여우를 잡아야지요.”

어차피 태자가, 그리고 황제가 그런 폭압한 사내인 것은 알았으니까.

단지 기대를 품었을 뿐이다. 금수의 마음으로 품은 알량한 기대.

태자의 재촉에 위희평이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흙바닥에 굴러 엉망진창이 된 옷을 털고, 다리에 걸쳐진 바지를 올리며 위희평이 멍한 얼굴을 했다.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태자는 그 처참한 모습에 속으로 위희평을 범하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른 채 말 위에 올랐다.

위희평이 비틀거리며 태자를 따랐다. 출렁이는 배 속, 그득그득 부어진 태자의 뜨거운 오줌을 요강처럼 담은 채.

* * *

말 위에 오르고, 위희평은 서러움을 참는 얼굴을 했다.

‘태자는 태자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울릴 때마다 배 속을 그득 채우고 내장마저 압박하는 뜨거운 액체가 흔들렸다. 구토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메슥거리는 속과 어지러운 머리.

위희평은 울음을 참고 있었다.

‘요강이, 요강으로.’

아무리 성노예 취급을, 침실을 덥히는 천한 여인 취급을 받았다 한들 이러한 모욕을 어찌 예상할 수 있을까. 눈물이 광대를 덮어 내렸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서러움은 눈물이 되어 뺨을 더럽히고 있었다.

“흐, 윽.”

마침내 참지 못한 울음이 입술 밖으로 흘렀다. 위희평은 고삐를 꾸욱 잡고 고개를 숙였다.

안장에 몸이 들썩일 때마다 엉덩이에 꽂힌 마개가 딱딱한 가죽에 부딪혔다. 툭툭 소리를 내며, 항문을 파고들어 고통을 자아내면서.

그 소리가 위희평의 처량한 신세를 알리고 있었다.

위희평이 이를 악물었다.

‘태자는 괴물이다!’

마음 한편에 은근히 남아 있던 정마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애틋한 마음마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위희평은 그저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그래도 아직도 아스라이 마음 한편을 간지럽히는 것이 있었다.

‘연, 연선 누이.’

증오의 마음을 품다가도 환하게 웃는 여인을 떠올리면 위희평은 울먹이며 말을 되뇌고야 말았다.

연선 누이, 미안해. 내가 당신의 아들을, 당신의, 당신의 아들을.

미움은 사라지고 마음은 황폐해졌다. 위희평은 그저 스스로를 탓할 뿐이다.

‘내, 내 잘못이다.’

다 내 잘못이다.

다 내 잘못이야.

대가를 받는 것이다. 그리 되뇌며 위희평은 출렁이는 아랫배의 고통에 입술을 깨문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었다. 제 손으로 키운 태자의 요강이 된 것도 제가 자초한 일이다. 흐윽, 그러나 서러움을 참지 못해 위희평의 입술 사이에선 간간이 울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퍼들퍼들 몸을 떨며, 위희평은 고삐를 손에 쥐고 움찔움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태자는 능글맞은 얼굴로 위희평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안장 위에 얹힌 동그란 엉덩이를.

살짝 둥글게 변한 배 속에 품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태자의 얼굴에 음습한 미소가 흘렀다.

‘더러운 년!’

조금 전 서럽게 울던 위희평을 생각하며 태자가 입술 끝을 비틀었다.

‘요강에게는 요강의 대접이 맞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다. 위희평은 몸을 축 늘어트리며, 고삐를 부여잡고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래도 반항은 하지 않는 눈치였다.

사냥은 계속 이어졌다.

휘익!

곧게 날아가는 화살이 나무줄기에 꽂혔다.

탕!

“스승, 저기에 여우 꼬리가!”

말을 맺지도 못하고 다급히 ‘이랴!’ 말을 내뱉고 말의 배를 차는 태자의 얼굴이 조급하다. 위희평이 그를 창백한 얼굴로 따랐다.

휘익!

“제기랄!”

불그스레한 여우의 꼬리털이 태자를 약 올리듯 나뭇가지 사이에서 살랑이고. 태자가 신경질을 내며 버럭 소리쳤다.

“스승, 뒤처지지 마세요!”

위희평이 핏기 없는 얼굴로 더듬더듬 말했다.

“예, 예.”

다그닥, 다그닥.

말이 달리는 소리.

휘이잉!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

“이런, 젠장.”

작달막한 여우 하나가 또다시 태자를 약 올리며 화살을 요리조리 피해 나갔다. 태자가 머리를 감싸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흐윽.’

흥이 고조를 달리던 때. 위희평은 배를 감싸 쥐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약삭빠른 여우를 쫓는 태자의 움직임이 기민하다. 그를 뒤쫓는 위희평의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가고 있었다.

배 속이 출렁였다.

‘이, 이건 도저히.’

메슥거리는 속을 참을 수 없어 위희평이 척추가 도드라지게 몸을 웅크리고야 만다. 핏기 한 점 없는 얼굴에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이리 느리십니까?”

말을 타고 달리던 중 고삐를 잡아당기며 태자가 짜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위희평이 참다못해 배를 움켜쥐며 울먹거렸다.

“배,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뒷물을 할 때에 비해도 결코 적지 않은 양이 배 속에 차 있었다. 내장을 채우는 뜨끈뜨끈한 액체는 마개로도 막을 수 없어 찍찍 새어 나와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엉덩이를 가린 천이 축축했다.

위희평이 눈물을 찔끔 흘리며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태자, 제, 제발 낼, 낼 수 있게.”

고삐를 잡은 채 태자가 못마땅한 눈으로 위희평을 노려보았다. 위희평은 그 시선에 고삐를 꾸욱 움켜쥔 채 몸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그 모습이 몹시 가련했다.

오만한 눈이 새하얀 이마를 타고 흐르는 한 줄기 땀방울을 바라보았다. 태자가 작게 끄덕였다.

“저 옆에서 소변을 보세요. 마침 사람들도 따돌렸으니. 잠깐이면 됩니까?”

“예, 예, 감사, 감사합니다.”

자비로운 허락의 말에 위희평이 반색을 하고 말에서 내렸다. 어지간히 급했는지 위희평은 수풀이 우거진 구석을 향해 후다닥 뛰어가고야 말았다.

태자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 위에서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그 두 눈에 어딘가 음습한 기운을 담은 채로.

짐승의 눈이 번뜩이고 있었다.

위희평이 허리춤을 풀 때 태자는 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엉덩이가 잘 보이게 뒤로 까세요.”

위희평이 몸을 멈칫한 순간이었다. 심심한 듯 닥닥 말굽을 구르는 흑영을 달래며 태자는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 눈에 띄도록 엉덩이를 보이시란 겁니다.”

그것은 부드럽게 말한 폭군의 명이었다.

위희평이 그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태자의 시선이 등에 꽂혔다. 그 무언의 압력을 알아 위희평은 그저 숨을 가쁘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럴 작정이었던가.’

사람을 괴롭히는 데는, 모욕을 주는 데는 도가 튼 부자이다. 어쩌면 사냥터에 갈 때부터 이런 것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 위희평은 그 추악한 욕망이 역겨웠다. 밀려온 구토감을 삼키고 위희평이 침묵했다. 갈등하던 위희평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어이할 것인가.

위희평은 바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후후.”

낮은 웃음을 들으며 위희평은 눈을 질끈 감고야 만다. 어찌, 더, 무엇을 하겠는가.

태자는 원래 저런 존재다.

‘소군을, 소군을 닮았다.’

위희평은 어지러움에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체념한 사내의 얼굴이 공허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그저 태자의 말을 따를 뿐이다.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강렬했다. 위희평은 수풀 밖으로 허연 엉덩이를 드러낸 채 쪼그려 앉았다.

태자의 시선이 등 뒤로 느껴졌다.

위희평이 다리 사이를 더듬어 항문에 박힌 옥 마개를 손에 쥐었다. 옥 마개 밖으로 노란 액체가 찔끔찔끔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내는 서서, 계집은 앉아서 소변을 보는 법이지요.”

태자가 말 위에서 느긋하게 그것을 감상했다.

“스승은 이제 사내가 아니니 앞으로 이렇듯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위희평이 눈물을 찔끔 흘리며 옥 마개를 빼냈다.

‘이제 와서 뭔 소용이야.’

마개가 빠지기 무섭게 찌이익 노란 액체가 물총 쏘듯 튀어나왔다.

위희평이 수치심에, 그리고 동시에 든 배설의 쾌감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야 만다.

“흐, 읏!”

수풀 사이 허연 궁둥이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푹신한 살로 뒤덮인 엉덩이 사이, 노란 액체가 일직선으로 기세 좋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찌이익, 찌익!

시선이 벌름거리는 항문에 박혀 있었다. 태자의 눈이 서서히 벌게졌다.

‘요망한 년.’

태자를 등진 위희평의 얼굴이 눈물로 물들고 있었다.

‘싫어, 싫어. 이런 건 싫어.’

얼마나 많은 양의 소변을 배 속에 냈던 것인가. 항문에서 쏟아지는 오줌의 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태자의 시선이 그 날카로운 물줄기가 쏟아지는 구멍 사이에, 집요하게 박혀 있었다.

오줌발은 가세를 더하며 엉덩이 사이에서 뿜어져 나왔다.

시간은 느리게,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위희평은 그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랫배를 움켜잡았다. 하얀 둔덕을 수풀 사이 삐죽 내어 태자의 시야에 드러낸 채로, 태자의 눈요기가 되어 위희평은 쭈그려 앉아 오줌을 싸 냈다.

긴 시간 끝 마침내 노란 방울이 또옥 또옥 떨어졌다.

“하아아.”

위희평의 입에서 더운 숨과 함께 떨리는 신음이 흘렀다. 위희평이 짙은 속눈썹을 감고 한결 편안한 얼굴을 했다.

‘끝, 끝났어.’

태자의 눈요기가 되는 것도 이제 끝이 났다. 태자의 앞에서 엉덩이를 내보이는 것은, 쪼그려 앉아 오줌을 싸 내는 것은 지독한 수치였고 반 각이 반 시진과 같게 느껴지는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수고스러운 일을 마치고 위희평은 볼 발간 얼굴 위 안도의 기색을 스쳤다.

‘이제 마지막이다.’

그리고 사내가 긴 수치 끝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순간.

“아앗?!”

허리를 휘감는 손길에 위희평이 비명을 내질렀다.

철퍽!

몸을 누르는 힘에 위희평은 앞으로 고꾸라져 흙바닥에 얼굴을 파묻고야 말았다. 경악한 위희평이 몸을 버둥거렸으나 반항은 어깻죽지를 꾸욱 누르고 팔을 비트는 손에 무력해지고야 말았다.

탕약으로 인해 약해진 몸은 위희평을 무참하게 만들었다.

위희평이 경악에 찬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싫, 싫…… 아악!”

불기둥이 오줌으로 젖은 항문에 빨려 들어갔다. 위희평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싫, 흐으윽!”

서러운 울음이 입 밖으로 흘렀다. 안도한 얼굴 위로 순식간에 절규가 가득 차올랐다.

끝난 줄 알았는데, 끝난 줄 알았는데.

서러운 울음과 함께 위희평이 몸서리를 쳤다.

그러나 귓가에는 흐흐 소름 끼치는 사내의 웃음이 흐를 뿐이다.

“태부, 태부!”

태자가 음심이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커다란 손이 위희평의 어깨를, 가슴을, 엉덩이를 주물거리고 있었다.

태자가 철퍽철퍽 허릿짓을 이어 나갔다.

저를 향해 쭉 빼낸 엉덩이가 탐스러워 보여서. 축축하게 젖은 항문의 속살이 끈적끈적해 보여서. 태자는 참지 못해 말에서 뛰어내리고야 만 것이다.

불기둥이 쑤욱 찹쌀떡 같은 엉덩이 사이로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항문이 범해질 때마다 위희평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싫, 싫, 흐아아아악!”

오랜만에 듣는, 처절한 절망의 비명이다. 위희평은 그동안 순순히 태자를 따랐으니 그 모습이 고분고분하여 어여쁘기도 했지만 무언가 짜릿함이 부족해 아쉬웠던 참이었다.

태자는 고통 어린 목소리에 희열을 느끼며 빨딱 선 남근으로 위희평의 구멍을 거칠게 쑤셨다.

“허억, 허억.”

더운 숨결이 위희평의 목 뒤를 스치고. 사내는 몸을 떨며 아아 작은 신음을 흘리고야 만다.

그것은 짐승의 정사였다.

“후욱, 스, 스승!”

태자의 얼굴이 열락에 젖어 일그러져 있었다. 콧김을 내뿜으며, 커다란 손으로 그 도톰한 가슴을 주물럭거리고, 위희평의 몸 위에 엎어져 허리를 놀리고 있었다.

위희평은 처절한 목소리로 우짖었다.

“싫어, 싫어!”

그리고 비명은 한참 동안 수풀 사이를 울렸다.

젖은 살덩어리가 부딪히는 소리. 피를 토하는 울음.

싫어, 싫어!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는 사내의 얼굴에 묻은 한.

“태, 후으으윽, 태부!”

“아, 아아아아!”

그리고 그것은 모두 욕망이 되어 태자의 남근 끝에서 터져 나갔다. 태자가 눈을 풀며 헉헉 숨을 내뱉었다.

“후우우.”

느린 숨을 내뱉으며 태자가 털썩 위희평의 몸 위에 엎어졌다.

“…….”

어느새 위희평은 서러운 울음을 멈추고 땅바닥에 죽은 시체처럼 엎어진 채였다. 대자로 몸을 벌린 채, 엉덩이 사이 부륵 정액을 줄줄 쏟아 내며 위희평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가슴과 등이 맞닿아 있었다.

한참을 위희평의 몸 위에 엎어져 후희를 즐기던 태자가 몸을 일으켰다.

“아, 죄송합니다. 스승님.”

바지춤을 올리고 옷을 추스르며 태자가 실실 웃음을 흘렸다.

“엉덩이가 너무 탐스러워 보여서.”

위희평은 아무 반응 없이 흙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태자는 그 후로 몇 번을 더 모욕적인 말을 흘렸다. 뻐금거리는 아랫입술이 저를 유혹하는 걸로 알았다, 태부도 좋은 것이 아니었나, 속살로 꽉꽉 남근을 조이던데 무슨 내숭이냐.

대답은 여전히 없었다.

한참을 조잘거리던 태자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놀리는 것도 반항하는 맛이 있어야 하지, 이것은 대체 무슨 재미없는 반응인가. 태자가 늘어진 위희평에게 다가가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왜 대답이…… 응?”

그리고 위희평의 얼굴을 본 순간 얼어붙고야 말았다. 태자는 말문을 잃고 위희평의, 눈물에 흠뻑 젖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스승이 울고 있는 것은 많이 보았다. 그러나 태자는 입술을 열어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오늘 그가 우는 것은 무언가 많이 달라 보였다. 저도 모르게 태자가 손을 뻗고야 만다. 위희평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 채, 몸을 움츠려 그 손을 피했다.

“히익!”

그 두려움에 찬 소리. 위희평은 정액이 꿀렁이며 흐르는 다리 사이를 오므리며, 척추가 도드라지게 몸을 웅크리며 서러운 울음을 참았다.

“아, 아아.”

눈물 젖은 얼굴이 처연했다. 태자는 위희평의 눈물을 보자 순간 얼굴을 굳히고야 말았다.

‘아, 이건.’

그 순간 슬그머니 마음속에 후회가 감돌았다.

“싫, 흐, 흐으.”

떨리는 목소리가 격정을 안고 있었다. 이를 어이해야 하나. 가슴속에서 따끔거리는 무언가에 태자는 어이할 바를 몰라 멍청한 눈을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도 알지 못했다.

태자는 그를 달래지도, 화를 내지도 못한 채 멀거니 위희평을 바라볼 뿐이었다.

위희평은 한참을 흙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엉망진창이 된 몸을 기력 없이 늘어트리며 처연한 눈물을 흘리면서.

“…….”

눈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일각의 시간이 지나고, 더러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위희평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으, 음.”

태자의 얼굴이 미미하게 일그러진 순간이었다. 사죄의 말을 내뱉지 못하고 태자는 입술을 깨물고야 만다. 위희평은 텅 빈 인형 같은 얼굴로, 그저 감정의 동요를 내보이지 않고 조용히 눈물 흘릴 뿐이었다.

휘청이며 말 위에 올라타고 위희평이 말고삐를 꾸욱 붙잡았다. 고개를 숙이고 더러워진 얼굴을 가린 채였다.

태자는 그 뺨에 난 생채기를 보며 순간 어둑한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내가 심한 건가?’

그러나 곧 태자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태자가 입술을 짓씹으며 말에 올랐다.

“이랴!”

말의 배를 차고 나무 사이를 헤치며 시원스럽게 달리면서도, 태자의 얼굴은 껄끄러움만이 가득 차 있었다. 찌푸려진 미간은 쉽사리 펴지지 않았다.

그날 태자는 결국 그 약삭빠른 여우를 놓치고야 말았다.

사냥 직후 위희평은 병가를 내어 일주일간 입조하지 않았다.

* * *

태자가 위희평에게 가진 감정은 복잡한 것이다.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강렬한 욕망. 꿈틀거리는 뱀과 같은 음습하고 강렬한 욕망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뿌리 깊게 심어진 감정이었다. 노상궁이 흘리고, 황제가 의도한 이상 성욕.

그다음으로 드는 것은 애틋함이다. 자신을 키워 준 사내에 대한 강렬한 애착. 모후를 대신하여 믿고 따랐던 스승에 대한 부드러운 마음이 분명 그 안에 있었으나, 태자는 뒤이은 감정으로 그것을 부정했다.

뒤를 잇는 것은 분노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음탕한 짓을 저지른 것에 찢긴 연정, 모후를 모욕한 스승의 추악한 행위에 불쑥 일어난 역겨움, 모후의 죽음 뒤에 숨겨진 일에 대한 의심이 태자를 분노에 불타게 만들었다.

그다음을 잇는 것은 간지러운 마음이었다. 스승이 울 때 그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다. 그가 제 가슴을 베고 쓸쓸한 얼굴을 할 때 태자는 그 모습이 어여뻐, 위희평의 손을 곰지락거리며 만지고 싶었다. 그 새하얀 뺨에 입을 맞추고 몸을 다정하게 쓸어 주고 싶었다. 그런 충동을 품은 제 자신이 나약하게 느껴져 실망을 금치 못했으나, 분명 태자는 그런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위희평의 입술에 보드라운 입맞춤을 선사하고 싶다.

가끔 위희평이 작게 웃을 때 마음 한편이 설렜으나 태자는 그것이 연모의 이름인 줄 알면서도 크게 방황했다. 욕망과 연모를 구분하지 못한 것은 노상궁의 교육 때문이었다.

정욕이 사랑이라 믿고 자랐기에.

태자는 연모를 나누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병이 깊어서 나오시지 못하신다…….”

“제기랄!”

초조함을 삼키지 못해 태자가 눈빛을 매섭게 했다.

쨍그랑!

화병이 날아가 내관 뒤 벽에 부딪혔다. 산산조각으로 깨지는 유리 조각에 내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전, 전하.”

“내가 그것을 들으려고 너를 보낸 줄 아느냐?!”

날카로운 목소리에 내관이 몸을 납작 엎드린다. 태자는 목에 차오르는 욕지거리를 간신히 삼키며 끄응 소리를 냈다. 소매를 펄럭이며 태자가 냉랭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장 꺼져라!”

내관이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가고, 태자의 방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에 동요가 스치고 있었다.

‘어째서.’

위희평의 눈물이 머릿속에 스치는 듯했다. 비참하게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산발이 되어 엎어진 모습. 그 흠뻑 젖은 눈에 스친 것은 무엇인가.

‘젠장.’

태자가 입술을 깨물며 얼굴을 구긴다.

‘그렇다고 얼굴을 보이지 않아? 내 명령을 무시해?’

입궁하지 않은 지 이틀째가 되자 태자는 패물을 보냈다. 닷새째에 사죄의 편지를 보냈고, 오늘 경고의 편지를 보낸 상태였다.

[당장 이리로 달려와 시침녀의 임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 뒷감당을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위희평은 그 말을 무시했다.

내관이 위희평의 거절의 말을 전하고, 태자는 울화에 길길이 날뛰며 텅 빈 방 안을 고함으로 채웠으나 어느 순간 입술을 꾸욱 다물고 어둑한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내가 잘못한 것인가?’

슬그머니 드는 것은 미안한 마음이었다. 위희평을 미워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그보다 큰 것은 애착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희평이 그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안달 난 마음이 어그러지고 있었다. 태자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중, 결국 ‘제기랄!’ 고함을 내뱉으며 벌떡 일어섰다.

태자가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어디 가십니까?”

“안국후부!”

성큼성큼 마구간으로 향하는 태자의 얼굴이 흉흉하다. 궁인들이 조르르 태자의 뒤를 따랐으나 그는 제 수행원을 기다려 주지 않고 말에 오를 뿐이었다.

“이랴!”

말의 배를 차고 도성의 대로를 달리며 태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장에 스승을 만나면 그 커다랗고 푸짐한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려 줘야지.’

왜 내 말을 거역하냐고, 그토록 말을 했건만 결국 내 말을 듣지 않냐고.

반항을 끝내지 않는 태부가 미웠다. 그렇다고 순종적인 위희평을 보노라면, 부황이 전해 준 그의 음행이 떠올라 울화통이 터졌다.

그 단아한 사내를 무릎 위에 얹히고 엉덩이를 흠씬 때리리라.

엉엉 우는 위희평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태자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몸에 도는 열기, 홧홧하게 달아오른 몸. 태자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과거의 장면이 스치고 있었다. 음란한 모습, 단아하던 모습, 은은한 웃음, 처절한 울음.

잘근 씹힌 입술에 피가 맺혀 있었다.

태자가 굵은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나를 배신해 놓곤!’

먼저 실망시킨 것은 스승 아닌가. 단아한 척 고아한 척은 다 해 놓고 추잡하게 몸을 놀리고 개새끼랑도 붙어먹은 것이 스승 아닌가. 그 생각을 하면 울화통이 터져 태자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엉망이 된 속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태자는 들끓는 비명을 속으로 삼켰다.

‘뭘 잘했다고 그리 뻣뻣하게 굴어?’

대체 그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나?

배신한 사람이 누구인데 그리 목을 뻣뻣하게 세우나.

태자는 그저 미친 듯이 말의 배를 찰 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모후는…….’

의혹을 떠올린 순간 태자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태자는 입술을 깨물고 고삐를 쥔 손에 힘을 가했다.

안국후부를 향해 달리는 태자의 굳은 얼굴에 불길함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안국후부의 대문 앞에서 태자가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춰 세웠다.

“전하?!”

놀라움에 가득 찬 문지기를 가뿐히 무시하고 태자가 대문을 밀쳤다.

“비켜!”

태자의 목소리가 안국후부에 쩌렁하게 울렸다. 안국후부의 시비들이 토끼 눈을 뜨고 뛰쳐나온 순간이었다.

태자는 쩌렁한 목소리로 이어 소리쳤다.

“태부는 어디에 있나?”

스승은 어디에 있지?

위희평을 찾는 태자의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였다. 대답은 곧장 나오지 않았다.

시비를 닦달할 정신도 없어, 태자는 미친 짐승처럼 위희평의 흔적을 찾았다. 어린 시절을 더듬어 보자. 태자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는 안국후부에 온 적이 있었다.

‘스승님, 개울이 아름답습니다.’

태자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조잘대는 어린아이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커다란 사내의 손을 잡고 어린아이가 조잘대고 있었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단정한 사내는 속삭였다.

‘예, 개울에 발을 담글까요?’

태자가 욕지거리를 내뱉고야 만다.

“제기랄!”

개울이 있는 곳 근처다. 개울에서 발을 첨벙이며 놀던 그는 위희평의 처소에서 발을 닦고 따스한 화로에 군밤을 구워 먹었다. 기억의 꼬리를 붙잡고 있었다. 어쩐지 태자는 목이 메는 것만 같아, 쿵쾅쿵쾅 발걸음을 걸으면서도 꼴깍꼴깍 침을 삼키며 눈을 매섭게 치켜뜨고야 말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계집애도 아니고 사내가 그게 무슨 짓이야!’

자존심을 세우는 미련한 사내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어째서 발갛게 달아오른 손을 쥐고 호호 입김을 불어 주던 위희평의 얼굴이 어른거릴까. 다정하게 손과 발을 어루만져 온기를 나눠 주던 손이 떠올랐다.

기억의 끈을 더듬고 있었다. 정자가 자리한 개울, 그 뒤편에 안국후부의 중심에 위치한 건물이 있다.

태자는 그 건물의 문을 부수듯 밀치며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태부는 제 말을 듣지 않습니까?”

타앙!

와장창 문을 부수듯 열며 방 안에 발을 들이고, 태자는 눈에 쌍심지를 밝히던 중 입술을 조개처럼 다물고야 말았다.

잉걸불이 타오르던 눈이 크게 떠진 순간이었다.

침묵이 있었다.

“…….”

위희평이 넓은 창틀에 걸터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마주하고 태자는 차마 입술을 떼지 못했다. 공처럼 몸을 말고, 단정하던 머리는 산발로 만들어 얼굴을 무르팍에 파묻고 있었다.

“아.”

태자는 신음과도 같은 작은 음성을 흘리고야 말았다. 탄식이었다.

“스승.”

저를 부른 말에도 위희평은 그저 말없이 몸을 웅크린 채, 혼을 잃은 사람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단순히 처연한 것이 아니었다.

태자의 얼굴에 핏기가 가신 순간이었다. 태자는 두 눈을 위희평에게서 떼지 못한 채 얼어붙고야 말았다.

창틀에 몸을 웅크린 사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입술을 깨물며 태자가 웅얼거렸다.

“스승, 제가.”

어물거리는 목소리가 입 밖에 더듬더듬 흘렀다. 태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조개처럼 꼭 다물고야 말았다. 둑이 터지듯 마음속에서 무언가의 감정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태자는 당황할 뿐이다.

‘이건.’

웅크린 사내의 어깨가 잘게 떨려 왔다.

태자는 또다시 침묵을 지켰다.

잔인한 정적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태자의 눈에는 항상, 어린아이의 순수한 광기 같은 것이 번뜩이고 있었다. 태자는 순수한 잔인함을, 그 범인이 상상치 못할 폭력성을 은밀한 마음속 깊은 곳에 품고 있었으니까. 눈은 마음의 창이라. 태자의 눈에는 그 폭력적인 빛이 언뜻언뜻 스칠 때가 있었다. 위희평이 모르는 때, 혹은 인지할 때.

그리고 지금 태자의 눈에 스친 것은 혼망함이었다. 괴로움이었다.

‘나는.’

생각은 멈추고야 만다.

침묵은 많은 것을 품고 있었다.

그 끝에 태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픕니까?”

“…….”

“어디가, 많이 아픕니까?”

“…….”

“몸이 아픈 겁니까? 아니면…….”

제가 말하고도 구차하고 뻔뻔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태자는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깨물고야 만다.

위희평은 창틀에 몸을 웅크린 채 말이 없었다.

“얼, 얼굴만 보고 갑시다.”

태자가 더듬더듬 말했다.

그는 답이 없는 위희평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마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산발로 웅크리고 있는 위희평이 낯설기 그지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한참을 옆에서 빌던 태자가 침음을 흘리며 팔을 붙든 손을 놓았다.

“사흘, 사흘 후에는 꼭 입궁하세요.”

한 장의 침의 밖으로 가는 목과 얇은 발목이 보이건만 태자는 그늘진 얼굴을 할 뿐 성욕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아예 못 느낀다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그는 침을 삼키며 은근히 아랫배에 감도는 욕망을 애써 진정시키려 했다.

“열흘이면 저도 많이 기다리는 것 아닙니까.”

태자는 결국 사죄의 말을 내뱉었다.

“제가 미안합니다. 다시는 스승께 그러지 않겠습니다.”

무거운 얼굴로 태자가 말을 맺었다.

“사흘 후에 입궁하신다면 내 물러나겠습니다.”

위희평은 침묵 끝에 답했다.

“예.”

끝끝내 얼굴을 보여 주지 않은 채였다. 태자는 얼굴을 일그러트렸으나,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벙긋거렸으나, 목소리를 내뱉지 못해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발을 뒤로 물릴 뿐이다.

태자는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무언가 불편한 감정이 배 속에서 꿈틀거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드르륵.

태자가 복잡하고 미묘한 얼굴로 위희평의 방을 나섰다. 태자의 등 너머로 위희평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다리 사이로 슬쩍 드러난 위희평의 얼굴이 멍했다. 시체처럼 죽은 눈을 힐끗 보고 태자는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째서 마음이 이토록 욱신거리는지. 태자는 얼굴을 구기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곰곰이 생각해도 이는 커다란 잘못이 아닐 텐데. 그는 모후를 욕보였으며 자신을 배신했고, 더군다나 제 믿음을 저버리고 부황께 궁둥짝을 흔든 탕녀 아닌가.

그러나 태자는 환궁을 하고 나서도 일그러진 얼굴을 펴지 못했다.

위희평의 웅크린 어깨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태자는 어둑해진 얼굴로 스승이 없는 사흘을 보냈다.

‘끝내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오리라.’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리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는 태자의 얼굴에 껄끄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입술을 짓씹고 사흘의 마지막 밤을 새웠다.

위희평이 없는 동안 그 마음이 들끓고, 속이 상해 가고 있었다. 태자는 어두운 눈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깍깍. 까마귀 우는 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태자는 느릿한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심란했다.

‘크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억울한 마음에 중얼거려 보았지만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어떤 감정이 말을 막았다. 태자가 그렇게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에 태자가 고개를 돌렸다. 영준한 사내의 얼굴이 굳어져 갔다.

* * *

결실을 맺는 날이었다.

“이것을…….”

궁인이 얇은 면사로 된 옷을 건넸다. 매미 날개같이 얇은 옷은, 살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헐벗은 것이다. 황제가 내린 것이었다.

향료를 섞은 우유 탕에 앉은 채 위희평이 눈을 감았다. 동그란 어깨에 궁인이 우유를 손으로 붓고 있었다. 단아한 얼굴에 스친 것은 공허함이었다.

사내는 텅 빈 인형처럼 우유에 몸을 씻고 있었다.

황제는 욕조 옆에 앉아 길디긴 흑발을 손에 감고 있었다. 그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그 머리끝에 입을 맞추곤 하는 말.

“나의 평아.”

더운 김 속에 위희평이 혼몽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제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오늘은 결전의 날이다. 완벽하게 금수가 되는 날. 위희평은 고개를 들어 올려 황제를 바라보았다. 상아를 깎은 듯한 빙골의 미인. 촉촉한 입술을 살짝 벌려 위희평은 사내를 홀리는 우물의 얼굴을 하곤 오랜 벗을 올려다보았다.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고귀한 아름다움을 품은 미남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남자는 입술을 떼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아.”

끝이다. 이제 끝이다.

더 이상 되돌아갈 수 없다.

위희평은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우짖기보다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을 택했다. 황제는 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일그러진 얼굴로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잘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이 출렁였다. 위희평이 곡선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나신에 우유 방울을 매단 채 욕조에서 일어난 것이다. 궁인들이 수건으로 그 몸을 닦아 내렸다.

황제가 욕조 옆에 앉아 그를 들끓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향료를 달인 우유로 몸을 닦고 치장을 하는 위희평을 관음하였다. 젖은 침의를 벗고 완벽한 나신을 드러내며 위희평은 몸을 닦는 궁인의 시중을 받았다.

그리고 살이 적나라하게 비치는 매미 날개같이 얇은 천을 두르고 허리띠를 매어 고정시키고.

“아.”

황제는 탄식하고야 만다.

사르륵 천에 빛이 흘러 요염한 몸이 빛나고 있었다. 황제의 얼굴이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위희평은 그저 가만히, 인형처럼 자리할 뿐이었다.

‘소군께서 절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매달려야 하나.

그에게 구원을 바라야 하나. 울부짖고 그 옷자락에 매달려 차라리 당신의 계집으로 받아 달라고, 연선의 대신으로 어여뻐 해 달라 빌어야 하나.

그러나 위희평은 지친 눈으로 황제를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이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고난과 수난이 있었고.

위희평의 눈이 느릿하게 깜빡였다.

‘금수로 산들 누구 알아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어째서 귓가에 누군가의 처절한 절규가 울리는 것인지. 위희평은 그것이 누구의 울음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무시하고 화장대 앞에 앉을 뿐이다.

궁인의 부드러운 손이 연한 색의 젖꼭지를 꼬집고 주물렀다. 그 유륜을 비비고, 궁인은 꼭지 끝을 긁었다 꼬집고 잡아당기며 반 시진 동안 손을 떼지 않았다. 위희평은 그저 가만히 앉아 화장대를 바라볼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침의 속 젖꼭지가 새빨갛게 부어올랐다. 포도알처럼 크게 부풀어 탐스럽게 익은 젖꼭지 위에 궁인이 찢겨 낸 봉숭아 꽃잎을 비볐다.

마지막으로 얇은 실을 젖꼭지에 묶고.

“어여쁘세요.”

그리하여 만들어진 앵두 같은 과실은, 사내에게 젖꼭지를 죽죽 빨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위희평은 화장대 속 제 모습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처연한 얼굴에 어딘가 염기가 흐르고 있었다. 정갈한 몸은 부드러운 곡선과 야들한 산이 만연하여 탐스럽게 개화한 꽃과 같았다. 사내를 홀리는 몸이다. 하얗고 살 오른 가슴 가운데 커다란 유두는 발갛게 물들어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름답다.”

침묵 끝에 황제가 한 말이다. 위희평은 몽롱한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이 혼몽했다.

원선견이 고개를 숙여 입술을 헤맬 때 위희평은 아, 신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입술 사이를 헤치는 두터운 혀에 위희평은 몸을 움찔거리고야 말았다. 머릿속이 새하얬다. 그 순간 황홀했던 입맞춤이 떠올랐다.

“평랑.”

독인 것을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었던 여인. 맹독을 감수할 만큼의 아름다운 꿀을 머금었던 경국지색의 여인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옹알대던 아이를 위희평은 품에 안고.

‘아.’

그리고 위희평이 숨을 멈췄다. 농밀한 입맞춤은 그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혀를 핥는 원선견의 미간이 작게 찌푸려져 있었다. 황홀함으로 가득한 사내의 얼굴.

‘그만, 그만.’

위희평이 몸을 잘게 떨었다.

죄악의 무게가 몸을 덮고 있다.

태자를 유혹하기 직전의 시간.

그 순간 위희평이 부덕한 진실과 얼굴을 마주하고 얼굴을 일그러트리고야 만다.

‘나는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선화다.

누구도 아닌 선화다.

아아아!

비명이 배 속에서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리고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위희평이 입을 벌렸다.

“싫어요.”

위희평은 처연하게 눈물을 흘리는 눈을 원선견과 마주했다. 입술을 달싹이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간원의 말을 내뱉었다.

“폐하를 모시고 싶어요.”

원선견은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위희평은 소리 없이 울며 붉은 입술을 벌렸다.

“다른 사내의 품에 내어 주지 마세요.”

차라리 원선견의 성노리개가 되리라. 흑영의 암말이 되리라. 선화의 애첩이 될 바에는, 그 아이의 총애를 받으며 목숨을 부지할 바에는, 차라리, 차라리.

그것은 축생도였다.

그러나 위희평의 간절함은 원선견에게 닿지 않았다.

“개수작!”

위희평의 목을 조르려 뻗어진 손. 그러나 원선견은 허공에 손을 주먹 쥐었다. 위희평은 차라리 원선견이 제 목을 졸라 죽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원선견은 그리하지 않았다.

까득. 사내가 이를 악물며 눈을 빛냈다. 원선견이 주먹을 쥔 채 몸을 떨고 있었다. 치장한 위희평을 형형한 눈으로 노려보며, 무슨 말을 쏟아 낼 것처럼 입술을 짓씹으면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그 끝에 위희평이 힘없이 웃음을 지었다.

“이제 가야 할 때입니다.”

위희평이 입술을 달싹였다.

“행복하십니까? 원하시는 대로 선화의, 연선의 아들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그녀가 낳은 태자를 따를 겁니다. 선화의 첩실이 되어야 합니다.”

위희평이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차라리 당신을 원합니다.”

눈물이 뺨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평아에게 복수해 주세요.”

황제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웅크렸다. 얼굴을 커다란 손에 묻고 침묵을 지키면서.

황제는 위희평을 외면하고야 만다.

위희평은 일그러진 웃음을 흘리며 전각을 빠져나갔다.

태자궁을 향했다.

‘나는 이제 완벽히 태자의 계집이 된다.’

문 앞에 서서 위희평이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사흘의 마지막 날. 조급해할 태자의 얼굴이 선연했다. 그는 제 육체에 흠뻑 빠져 있었으니까. 상처받은 짐승은 위희평을 학대하고 미워했지만 농밀한 육체에 어이할 바를 모르고 성욕을 느꼈다. 그 육신에 홀려 있었다.

‘열흘 동안 보지 않았으니 잔뜩 달아 있겠지.’

위희평이 쓴웃음을 흘리며 손에 든 탁상을 부여잡았다. 간단한 안주와 국화주를 놓은 상이었다.

‘선아.’

자신을 나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그 아름다운 여인을 생각하고 있었다.

위희평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미 많은 것을 했다.’

지옥과도 같은 수치, 지옥과도 같은 절망.

헤어 나올 수 없는 능욕의 밤을 헤치며 단 하나 남은 연선의 핏줄을 살리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태자궁의 문 앞에 선 채 위희평이 눈을 감았다.

‘이제 버틸 수가 없구나.’

드르륵.

문이 열렸다.

* * *

하늘하늘한, 매미 날개 같은 얇은 침의 사이 백옥을 깎은 듯한 농염한 나신이 드러났다. 살짝 분홍색으로 달아오른, 우윳빛의 아름다운 피부. 투명하기까지 한 아름다운 몸은 사내의 근골이 남아 있어 팔다리가 늘씬하고 길쭉했지만, 그 어깨는 부드럽고 동그란 것이었다. 부드럽고 하얀 살결의 가슴이 사륵거리는, 헐벗은 옷 사이로 보였다. 앵두같이 앙증맞은, 붉은 젖꼭지가 그 가운데 달려 있었다.

눈을 내리깔고 길디긴, 우아한 흑발을 곱게 빗은 채 위희평이 자리하고 있었다. 태자는 말문이 막혀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다. 어버버, 말이 나오지 않아 입술만 벙긋거릴 뿐이었다.

한참의 시도 끝에 태자는 신음을 입 밖에 흘렸다.

“태부.”

달빛을 맞은 채 위희평이 술상을 손에 들곤 태자의 방문 앞에 있었다.

“예, 태자.”

수줍은 듯한 목소리에 태자는 또다시 한동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침묵 끝에 태자가 어깨를 살짝 돌렸다.

“들, 들어오십시오.”

얼떨떨한 목소리였다.

위희평이 사뿐한 걸음걸이로 방 안에 들어와 술상을 침상 위에 내려놓았다. 태자는 그 얇은 침의 사이 곡선이 만연한 어깨의 능선을 보고 있었다.

꿀꺽.

침을 삼키고 태자가 색욕이 언뜻 보이는, 시뻘건 얼굴을 한다.

어쩐 일인가, 태부가 이런 헐벗은 옷을 하고 나에게 오다니.

혼돈에 빠져 있는 태자에게 위희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늦은 밤에 찾아와서 노여우시나요?”

“아, 아니 그럴 리가.”

“여러 생각이 들어 태자와 같이 술 한잔 하려 왔습니다. 괜찮습니까?”

“그, 것뿐입니까?”

위희평이 대답을 하지 않고, 술병의 목을 잡고 술을 따랐다.

태자가 주춤거리던 중 위희평의 부드러운 아랫배를 힐끗거리며 침상에 앉았다.

위희평과 태자가 술상에 자리하고 있었다. 태자의 의혹 어린 시선에도 위희평은 그저 다소곳하게 술을 따를 뿐이었다. 태자는 묵묵히 위희평이 따라 준 술을 배 속에 털어 넣었다.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대화가 없는 술자리는 사람을 쉽게 취하게 만드는 법.

그저 민망함을 털어 내려 한두 잔씩 목을 태우던 국화주에 태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냥 술이 아닌가.’

태자가 배꼽 아래서 치솟는 열기를 느끼고 그 순간 얼굴을 굳혔다.

‘그럼 정말로?’

태자의 얼굴이 돌변한 순간이었다. 몸의 피를 부글부글 끓게 하는 열기가 뜨겁게, 뜨겁게 몸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정욕과 의심이 섞인, 끈적한 시선이 위희평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얼굴을 꿰뚫고 있었다.

태자가 입술을 깨물고 느릿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것을 제게 안기고 싶은 것으로 받아들여도 됩니까?”

위희평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마지막 인내였다. 태자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와장창!

술상을 침상에 던지고 태자가 흥분에 가득 찬 얼굴로 위희평의 어깨를 붙잡아 당겼다. 위희평이 종잇장처럼 무력하게 태자의 너른 가슴에 가두어져 비명을 내질렀다.

“흐읍!”

위희평을 으스러트릴 듯 끌어안은 채 태자가 입술 사이로 두꺼운 혀를 밀어 넣었다. 농밀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뇌수를 끈적하게 녹일 듯 뜨거운 혀가 위희평의 입 안에서 놀았다.

위희평은 후응, 소리를 내며 태자의 두툼한 가슴을 섬섬옥수로 더듬었다. 눈꼬리에 투명한 눈물이 맺힌 채였다.

“후윽.”

길디긴 입맞춤 끝에 태자가 입술을 뗐다. 색욕에 물든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이리 오십시오!”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손에 위희평이 살짝 몸을 비틀고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를 냈다.

“태, 태자.”

당장에 그 옷을 찢어발기고 위희평을 깔아뭉갤 것만 같은 태자의 몸이 멈칫했다. 위희평에게 심하게 대했던 때, 눈물을 머금은 사내의 인형 같은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태자는 그 처연한 모습을 떠올리고 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위희평이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시는?”

태자의 남근이 우뚝 하늘을 향해 솟은 채다.

이리 만들어 놓고 어딜 떠난단 게지. 위희평이 도망치는 줄 알고 태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말리려던 찰나였다.

위희평은 태자의 생각과 달리 그 앞에 멈추어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저는, 태생이 음탕하여…… 사내로 태어났으나 사내의 양기를 받기를 원했습니다.”

태자의 숨이 멈춘 순간이었다. 위희평이 눈꼬리에 눈물을 매단 채로 슬픈 미소를 지었다.

“첫 경험은, 부왕의 수하였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발랑 까져…… 부왕의 군인이 저를 탐하는 눈으로 보는 것을 알고 일부러 가슴을 보여 주거나 발목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결국 그는 유혹을 이기지 못해 저를 광에서 범했습니다. 팔과 다리를 묶고, 안대로 눈을 가린 채 두툼한 사내의 남근으로 덜 여문 제 엉덩이를 꿰뚫었습니다. 하지만 기뻤습니다.”

태자의 얼굴이 일그러져갔다.

“주군을 섬긴 후로 주군이 잠이 들 때, 몰래 폐하의 커다란 남근을 보며 수줍게 얼굴을 붉혔습니다. 저 훌륭한 물건이 제 뒤를 뚫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을 핥고도 싶고 빨아 재끼고도 싶고, 뒷구멍으로 삼켜 내장을 긁는 상상을 하며 숨을 내뱉고 헐떡였습니다.”

질투에 태자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는가 하면, 음담패설에 그 얼굴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었다. 태자가 엉덩이를 들썩이는 것을 모른 척하며 위희평이 말을 이었다.

“수백, 수천 명의 남근을 뒷구멍으로 삼켰나이다. 더럽고 음탕한 계집입니다. 하, 하지만 이제 태자의 남근만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 순간 태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위희평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팔짱을 끼고 몸을 비틀었다. 윤기가 흐르는 봉긋한 가슴이 도드라진 순간이었다. 태자의 눈이 기름기가 흐르는 가슴 가운데 붉고 통통한 유두로 향한다.

침을 삼키는 소리를 배경으로 위희평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하, 전하. 저는 태생이 음란하여 부덕한 짓을 저질렀지만 사실 이 평아가 가장 원했던 것은 태자의 거미줄처럼 핏줄이 도드라지고 육중한 남근이었습니다.”

숨이 멈추는 소리가 흘렀다.

“태자가 어렸을 때부터 제가 태자의 고간 사이를 뚫어져라 쳐다본 것을 모르실 터입니다. 목욕을 같이 할 때, 태자가 소년일 때부터 그 남근은 분홍색으로 어여뻤으나 이미 어엿한 사내와 같았지요. 그리고 성년이 되어 가시며, 태자의 남근이 점점 거대해졌을 때 부덕한 평아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태자의 고간에 얼굴을 처박고 싶다는 음란한 상상을 했답니다.”

위희평이 서서히 가슴팍을 열어젖혔다.

“태자의 거대한 남근에 뚫려 울고 싶었어요. 태자의 남근은 평아가 보았던 것 중에 가장 크고 훌륭했으니까. 엉덩이를 찰싹찰싹 얻어맞고, 머리채가 잡히고, 목구멍에 남근이 쑤셔지고 싶었어요. 이년, 저년 소리를 들으며 무릎 꿇은 채 태자의 남근을 빨며 봉사하고 싶답니다.”

태자의 눈앞에 가득 찬 것은 탐스러운 가슴, 그리고 그 새빨갛게 부어오른 유두였다.

위희평이 가슴팍을 열어젖힌 채 태자를 향해 상체를 숙이고 있었다.

시야에 가득 찬 것은 달콤한 과실이다.

태자는 그 가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해 넋을 잃고야 말았다.

태자의 얼굴에 가슴을 들이대고 위희평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사근하게 말했다.

“그러나, 황후께서 태자를 맡기시고 저는 태자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으로 살아왔기에…… 그럴 수 없었답니다. 스승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태자의 발에 입을 맞추며 제발 제게 침을 뱉어 달라며 빌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야 말았어요. 어깨가 넓은 사내로 자란 태자에게 당장 엉덩이를 들이대며 이 음탕한 년의 뒤를 뚫어 달라 빌고 싶은 것을 애써 억눌렀어요.”

붉은 과실이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태자가 참지 못해 혀로 낼름, 그 꼿꼿하게 선 유두를 핥았다. 위희평이 하으응 달콤한 신음을 흘렸다.

“흐응, 태, 태자. 저는, 그래서…….”

태자는 결국 유두를 입술로 와락 물어 어미젖을 빠는 아기처럼, 그 토실토실한 가슴을 쭉쭉 빨았다. 위희평은 아응아응 신음을 흘리며, 홍조로 뺨을 물들이고야 만다. 그 황홀에 젖은 얼굴은 음란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떨리는 입술 사이로 더운 숨을 내뱉고 위희평이 말을 힘들게 이었다.

“태, 태자가, 흐응, 제 음란한 본성을 알아채고, 아, 앙, 저를 범하려 하실 때, 흣, 제가 그리 만든 것, 같아, 흐읏, 죄책감을 느, 느꼈습니다. 그래서, 하응, 태, 태자, 거긴.”

태자가 아양을 떠는 듯한 목소리에 이성을 잃고 혀를 놀렸다. 꼿꼿이 선 유두를 희롱하는 재미에 푹 빠진 것이다. 가슴을 타고 오르는 쾌락에 위희평이 얼굴을 붉히며 허벅지를 비볐다.

“거,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후읏, 결국 태자에게, 저, 저를 들키고, 흣, 하앙, 싫, 싫, 후응.”

태자가 탐스러운 유두를 앙 깨물었다. 유륜마저 잘근잘근 물고 죽죽 유두를 잡아당기니 위희평은 그 자극에 이성을 잃고 눈물을 쏟아 내고야 말았다. 태자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가슴을 빠는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위희평이 몸을 움찔 떨며 말을 이어 나갔다.

“태, 태자의 품에 안겨 기뻤습니다. 황홀했습니다. 그 그리던, 흣, 꿈속에서도, 아아, 애타게, 흐응, 애타게에, 하아앗! 한, 한 번만 그 끝을 입에 물길 원했던, 후, 후아, 으흐응! 두툼한, 남근, 아아, 남근이…….”

결국 욕망을 참지 못하고 태자가 위희평의 허리를 두꺼운 팔로 잡아당겼다. 그 우악스러운 팔에 위희평이 허리를 꺾고 ‘아아!’ 높은 신음을 흘리고야 만다.

“후우욱!”

콧김을 내뿜으며 태자가 벌게진 얼굴로 미친 듯이 가슴을 빨았다.

“태자, 태자!”

높은 교성!

위희평은 더 이상 회피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내숭을 부리지 않았다. 태자는 흥분을 이기지 못해 몽글거리는 새하얀 가슴을 시퍼런 멍이 들 때까지 죽죽 빨고, 깨물고 입에서 굴렸다.

부드러운 가슴살을 손에 모아 쥐고 손에 잡힌 야들한 살을 거칠게 주물럭거리며, 화룡점정을 찍은 붉은 포도알을 이로 잘근잘근 씹고야 만다. 위희평은 허리를 튕기며, 눈물을 흘리며 높은 교성을 내질렀다.

“좋아요! 좋아요!”

태자는 위희평을 침대 위로 밀치며 소리쳤다.

“진작에 이럴 것이지!”

사내의 목소리가 희열에 물들고 있었다. 위희평은 침대에 나뒹군 채 다리를 벌리고 제 무릎 아래를 잡아당겨 몸을 말았다. 둔부를 들어 통통한 엉덩이 사이 갈색 주름을 보여 주며, 항문을 벌름거리며 태자를 유혹했다.

“자, 들어와요.”

창부의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위희평은 사내를 유혹하는 창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손을 쭉 위로 뻗고 위희평이 숨을 헐떡였다.

“태자! 제가 태자를 자식처럼 길렀습니다!”

태자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창부 같은 년!”

들끓는 욕정이, 솟아오른 불기둥이 되어 달떡 같은 엉덩이를 갈랐다.

아아아!

그리고 짐승의 비명이 얽혔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음탕의 끝을 달리는 정사이다.

철퍽철퍽!

젖은 소리가 방을 울렸다.

“흐으으응! 저를, 하아악! 저를 가져요!”

철썩!

푸짐한 엉덩이를 내리치며 태자가 용암이 이글거리는 얼굴로 윽박질렀다.

“내숭을 적당히 부렸어야지! 내 속을 썩이곤!”

그 말을 하고, 사과를 쪼개듯 엉덩이를 쫙 벌리고 그 액이 뚝뚝 떨어지는 붉은 속살에 흉흉한 불기둥을 푹푹 쑤셔 넣었다. 위희평은 허리를 튕기고 ‘죽어, 죽어!’ 날카로운 신음을 흘리며 까흐흑 울었다.

발등이 휘어지고 발가락 사이사이가 벌어졌다.

“좋아흐아으응!”

길디긴 울음이 흘렀다. 사람의 것이 아닌, 마소가 우짖는 것만 같은 소리. 태자는 스승의 항문을 미친 듯이 쑤시며 그 봉긋한 엉덩이를 철썩철썩 내리쳤다.

“이년! 더 울어라! 이 더러운 년! 네년이 원했던 거다.”

위희평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얼굴을 눈물 콧물로 물들였다.

“좋아, 흐으으응! 더어, 더어엇!”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단정했던 머리를 산발로 만든 채 위희평은 엉덩이를 흔들고 ‘아아아!’ 높은 교성을 질렀다.

정사는 격렬했다.

태자의 어깨 위에 발을 올린 채 한 번 범해지고.

암캐처럼 엎드린 채 또 한 번 범해지고.

태자의 가슴을 빨며 무릎 위에서 철퍽철퍽 엉덩이를 내리찍으며 요망한 울음을 흘렸다.

“태자! 태자!”

태자의 위에서 헉헉 숨을 내뱉으며 위희평이 요사하게 궁둥이를 돌렸다. 태자를 등진 채 쪼그려 앉아 엉덩이를 쭉 뒤로 뺀 자세였다. 태자가 시뻘건 눈으로 제 앞에서 날뛰는 요염한 엉덩이를 바라보았다. 위로 아래로, 좌로 우로, 상으로 하로, 능란하게 움직이며 사내의 불기둥을 빨아들이고 출렁이는 하얀 엉덩이.

철퍽! 철퍽!

위희평이 방아를 찧을 때마다 포동포동한 엉덩이가 찌그러졌다.

“사내 좆이 그리 좋더냐?”

“아아, 네에, 좋아요, 흐으응!”

“암캐 같은 년! 내숭 부리지 말고 똑똑히 네 욕망을 말해!”

위희평이 자지러지는 목소리로 우짖었다.

“자지, 자지가! 흐으응! 좋, 좋아…… 아아아!”

태자는 참지 못해 엉덩이를 잡아채고 몸을 일으킨다.

“아악!”

위희평이 그대로 엎어져 엉덩이만을 뒤로 쭉 빼고 만다. 태자는 헉헉 거친 숨을 내뱉으며 갈색 주름 사이 엄지를 쑤셔 구멍을 늘였다.

“네년은 내 것이다.”

위희평이 푹푹 항문을 쑤시는 남근에 울며 소리쳤다.

“네에, 첩은, 첩은, 평아는 태자의 계집이에요, 아아아!”

불기둥이 철퍽철퍽 젖은 엉덩이를 범하고 있었다. 항문에서는 음란한 액이 튀겨 태자의 단단한 복근과 튼실한 허벅지를 적셨다. 찌그러진 엉덩이가 젖어 번들거리고, 태자의 튼실한 아랫배에 궁둥이를 비비며 위희평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저를 영원히 범해 주세요, 가져 주세요!”

배 속에서 소변같이 뜨거운 액체가 터져 나갔다. 태자의 씨가 위희평의 내장을 채웠다.

“아! 아아악!”

위희평은 눈을 까뒤집고 황홀경에 이른, 높은 교성을 내뱉고야 만다. 동공은 점이 되고, 앵두 같은 입술은 벌어져 붉은 혀를 내보인 채.

“좋, 좋, 으으응.”

태자는 또다시 위희평의 몸을 뒤집어, 힘없이 늘어진 발목을 잡아 양옆으로 쫙 벌렸다.

태자가 충혈된 눈을 한 채 지칠 줄 모르고 쇠처럼 단단해진 남근을 또다시 움직였다.

“허억, 헉!”

새하얀 달이 먹구름에 가린 날이었다.

사람이 엄격히 통제된 황궁의 어느 밤. 태자궁을 울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사내의 것인지 여인의 것인지 그 주인의 성별을 알 수 없는, 높고 찢어지는 교성.

그사이 희미하게 들려오는 사내의 욕망 어린 숨소리가 있었다.

“너는, 너는 내 것이다. 내 계집이다…….”

* * *

내 계집이다.

태자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위희평의 땀에 젖은 이마를 쓸어 올렸다. 치렁한 긴 흑발에 가렸던 단아한 얼굴이 드러나고, 태자는 언제 그 음란한 모습을 보였냐는 듯이 청순한 눈으로, 그 순백한 영혼을 지닌 듯한 모습을 한 위희평을 바라본다.

격렬했던 정사가 끝난 후다.

태자가 제 가슴에 뺨을 댄 위희평의 몸을 토닥였다.

“태부께서 그런 몸을 타고 난 것은 죄가 아닙니다.”

두 손을 너른 가슴에 대고 있었다. 위희평은 말없이 눈을 깜빡였다.

이제 무엇을 꺼릴까. 무엇을 두려워할까. 태부가 비록 음탕하더라도, 그가 외도를 하더라도, 그를 버릴 수 없겠지. 태자는 그 사실을 깨닫고 심유한 눈으로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스승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자가 의문 어린 얼굴을 한다. 그 새까만 눈에 슬픔이 어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그 타고난 음란한 몸에 서러워하는 것이겠지. 태자는 지레짐작하곤 묵직한 목소리를 입 밖으로 흘렸다.

“그대는 이제 완벽한 내 것이 되었소. 시선을 꺼려 밖에서는 그대를 스승으로 대할지라도 나는 그대를 언제나 사랑스러운 내 여인으로 생각할 것이오.”

자연스러운 하대였다.

“기쁨을 감출 수가 없구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날이니. 내 오늘 그대의 마음마저 취했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소. 그대는 내 이름을 다정하게 화랑(華郞)이라 말해 줄 수 있겠소?”

그가 지은 이름이었다. 위희평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화랑.”

나직한 웃음이 위에서 흘렀다. 태자는 부드러운 눈으로 위희평을 내려다보았다. 그 뺨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태자가 입을 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평아. 내가 그대의 낭군이다.”

태자가 고개를 들어 올려 앵두같이 새빨간 입술을 머금었다. 위희평은 눈을 감으며, 혀를 파헤치고 입 안에서 꿈틀거리는 두꺼운 살덩어리를 받아들였다.

소름이 등골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위희평은 더운 숨을 입술 밖으로 흘렸다.

긴 입맞춤 끝에 입술을 떼고 태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평아.”

비단결 같은 뺨을 쓰다듬으며 태자가 작게 속삭였다. 색열이 가시지 않은 뜨거운 숨이 감돌고 있었다.

“그대를 내 진실로 아낄 것이오. 그대가 나에게 기대려 하니 나는 그대를 진실로 총애하여 베풀 것이오. 걱정할 필요 없소.”

태자는 쪽 부리로 쪼듯이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속삭였다.

“보옥처럼 아껴 주지.”

태자는 그 말을 남기고, 위희평의 둥근 어깨를 부여잡고 몸을 토닥였다. 태자의 너른 가슴을 베고 위희평은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쿵쿵쿵!

가슴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심장소리. 심장이 자리한 곳. 가슴을 어루만지며 위희평은 눈을 감았다. 위희평의 어깨를 작게 토닥이던 태자도 어느 순간 눈을 감고 지친 몸을 풀며 나른한 숨을 내뱉고야 말았다.

광기가 흐르던 방에 정적이 자리한 순간이었다. 색색 잠든 숨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깍깍 까마귀 우는 소리가 작게 열린 창 너머로 흘러들어 왔다.

금수의 밤!

인두겁을 뒤집어쓴 짐승 두 마리가 연인처럼 다정히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수마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동일한 시간, 넓디넓은 황궁 한편에 또 다른 짐승 하나가 처절하게 우짖고 있었다.

* * *

제가 금수가 된지도 모르는 어린 청년과 금수임을 알면서도 기만의 길을 걷는 아름다운 사내.

“아응, 으응.”

“후욱, 평아.”

오붓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탄탄한 아랫배와 부드러운 살갗이 마주하고 있었다. 흉측하게 생긴, 검붉고 흉흉한 사내의 성기가 봉긋한 엉덩이 사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남근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위희평은 아, 아아,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비틀고 요염한 얼굴을 했다.

“랑, 화, 화랑.”

아흥. 남근이 여린 점을 스칠 때 위희평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눈물을 한 줄기 또옥 흘렸다. 영준한 청년은 부드러운 웃음을 흘리며 흐트러진 위희평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그대의 음부가 조붓하게 나의 아들을 조이고 있구려.”

능숙한 허릿짓에 위희평이 고개를 꺾고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린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황홀한 쾌락에 젖은 눈.

태자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대는 알고 있소?”

이어지는 목소리에 위희평은 하악 더운 숨을 흘리며 태자의 너른 가슴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대는 나의 첫 여인이야.”

퍼억!

불기둥이 엉덩이를 쑤셨다. 그것은 자글자글한 주름을 팽팽히 펴게 만드는 거대한 무기였으며 무쇠처럼 단단하고 용암보다 뜨거운 것이었다. 위희평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몰, 몰랐, 하으응!”

퍼억!

또다시 허릿짓을 하며 태자가 위희평의 귀를 잘근 물었다.

“그리고 내가 안은 유일한 사람이지.”

그리고 태자는 느리고 유연한 허릿짓을 이어 나갔다.

퍼억! 퍼억!

허릿짓 끝에 위희평은 아흐응 소리를 내며 태자의 어깨를 감싸고, 뱀처럼 다리를 태자의 허리에 얽었다.

“화, 화랑, 화랑! 하아앙!”

배 속에 씨가 터져 나갔다.

제 근원으로 터져 나간 씨였다.

절정에 이른 사내의 눈이 흐릿하게 변하고 있었다. 태자는 후후 웃음을 흘리며 위희평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았다. 사악, 두터운 혀가 아랫입술을 쓸고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위희평은 흐응 소리를 내며 태자의 뺨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위희평이 흐리멍덩한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태자는 정열적이게, 그리고 집요하게 위희평의 입을 희롱했다.

길디긴 정사 끝에 또 길게 이어진 입맞춤.

입술을 뗀 두 짐승은 긴 의자에 앉아 더운 숨을 헐떡이며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았다. 황족을 위한 긴 의자라 크기가 작지 않았으나, 일인용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몸은 자연스럽게 뱀처럼 얽혀 하얀 천 하나만을 몸에 감은 위희평이 태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고, 태자는 위희평의 몸을 끌어안아 제 몸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위희평이 눈을 깜빡이며 태자의 가슴에 뺨을 비볐다. 겨울이 찾아오고 있건만 추위는 느낄 짬이 없었다. 그날 밤 이후 위희평은 순종적인 태자의 애첩이 되어 있었다.

태자는 그런 위희평이 사랑스럽다는 듯 후후 작은 웃음을 터뜨린다. 커다란 손이 위희평의 머리를 쓸었다.

“내일은 잠행을 나가지.”

“으응.”

졸린 듯 칭얼거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태자가 나지막이 웃으며 속삭였다.

“평, 그대와 함께 길거리를 걷고 싶었지. 외곽을 돌며 갈대밭을 구경하고 싶어. 그대랑 손을 잡고 계곡도 가고 싶지.”

늦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색열에 물든 몸을 식히고 있었다. 식힌 땀이 날아가고 위희평이 졸린 눈을 하며 중얼거린다.

“계곡물에 발을 담가요.”

태자가 빙글 웃으며 위희평의 뺨을 간지럽혔다.

“그래, 귀여운 것. 네가 원한다면 발을 담그고 놀아야지.”

위희평은 작게 하품을 하곤 태자의 가슴에 폭 얼굴을 묻었다. 맑은 웃음소리가 위희평의 귓가를 스쳤다.

연인처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태자와 위희평은 손을 잡고 야행을 나가고, 야시장을 돌아다녔다.

잠자리는 거칠 때도 있었으나 대부분 연인의 것과 비슷한, 다정하고 달콤한 것이었다. 태자는 기꺼이 사랑하는 여인의 발을 핥고 그리고 음부를 핥아 주었다. 위희평은 태자의 얼굴에 무엄하게도 엉덩이를 들이대고 앙앙 울음을 흘리곤 했다.

“익애한다.”

태자가 포도알을 위희평의 붉은 입술에 밀어 넣으며 속삭인다. 꿀을 바른 듯 다정한 시선이 위희평에게 흘렀다.

침상에 누워 위희평이 포도알을 아기 새처럼 족족 받아먹고 있었다. 어깨를 흘러내리는 헐벗은 옷 사이, 울혈이 가득한 가슴팍이 정사의 흔적을 증명하고 있었다.

“첩 또한 연모하고 있습니다.”

위희평이 몽롱한 목소리로 답을 했다. 태자는 위희평의 뺨을 잡고 그 과일즙이 묻은 끈적한 입가를 할짝였다. 위희평은 그저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태자는 끈적하게 젖은 손가락을 위희평의 입술 사이 깊은 샘에 밀어 넣고 부드럽게 웃었다.

위희평은 태자의 뜻을 알아채고 그 끈적한 손가락을 혀로 할짝여 입 안의 깊은 샘에 담갔다. 우응, 달콤한 소리에 태자는 부푼 고간을 위희평의 허벅지에 비벼 대곤 호리한 허리를 와락 껴안았다.

쪽쪽, 사랑스러운 것에게 입맞춤을 퍼붓고 태자가 귓가에 은근히 속삭였다.

“그대는 나를 영원히 따를 건가?”

위희평이 희미한 웃음을 흘리며 태자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예에, 평아는 영원히…… 태자를 서방으로 따를 겁니다.”

만족한 사내가 푸짐한 엉덩이를 두들기며 미소를 짓는다.

“그대를 언젠가 나의 비로 맞이하겠다!”

참다못한 태자가 위희평을 침대에 넘어트리곤 하는 말이다. 위희평은 유두가 깨물리는 고통에 ‘아!’ 높은 교성을 흘리며 답했다.

“예에, 태자, 태자…… 저를 태자의 비로, 흐응, 애첩으로 삼아 주셔요.”

또다시 엉덩이를 철퍽철퍽 꿰뚫리며 위희평은 울었다.

음란함으로 가득 찼던 십수 년의 나날과 다를 바 없는 날들이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태자와 위희평이 겉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연인이었다는 것이다.

태자궁의 궁인은 후원을 지나칠 때 간간이 태자의 무릎에 앉은 위희평을 마주칠 수 있었다. 단아한 사내의 얼굴은 도자기처럼 새하얗고 또 어딘가 염기가 흐르고 있었다. 위희평은 태자의 품에 이마를 기대고 인형처럼 멍한 얼굴을 했다.

세 달의 끝 무렵이었다.

태자는 위희평의 앙증맞은 유두를 쭙쭙 물며 어린아이의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초겨울이었다.

위희평은 긴 의자에 누워 화로에서 타닥거리며 숯이 타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푹신한 여우 털 모피를 나신에 감은 채 위희평은 고른 숨을 내뱉었다. 농염한 몸이 모피 하나만을 두른 채 긴 의자에 누워 있는 것은 대단히 선정적인 광경이었다. 태자는 상체를 기울인 채 위희평의 탐스러운 가슴을 열심히 빨고 있었다.

위희평이 나른한 얼굴로 태자를 내려다보았다. 이에 걸린 유두를 잘근잘근 씹던 태자가 어느 순간 고요한 얼굴을 하곤 위희평을 바라본다.

그 새까만 눈이 상념에 사로잡힌 듯했다.

태자가 입술 밖으로 새빨간 유두를 내뱉었다. 타액으로 젖은 유두를 잠시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태자가 긴 숨을 내뱉었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곰곰이 생각하던 태자가 몸을 일으켰다.

태자는 자리에 일어나 긴 의자 위에 걸터앉았다.

“희평.”

커다란 손이 위희평의 뺨을 쓰다듬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다.

위희평이 눈을 깜빡이며 한 박자 느리게 답했다.

“예.”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가슴을 빨려 열락을 느끼는 몸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위희평은 몽롱한 눈으로 태자를 마주했다.

태자는 침상 위에 늘어진 요염한 스승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인형 같구나.’

말수 없이 순종적으로 눈을 내리까는 모양새가 생기 없는 인형 같았다. 오로지 태자의 쾌락을 위해 다리를 벌리고 신음을 흘리는 꼴이, 손안에 가지고 노는 장난감같이 느껴졌다.

태자는 그것이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제게 복종하고 다소곳이 정숙하게 구는 모습이 기꺼워야 하건만 어쩐지 태자는 그 모습이 낯설고 떨떠름했다.

‘왜 마음 한편이 욱신거릴까?’

태부가 내게 순종하지 않던가. 그 고집 세던 제 스승이 이토록 순종하며 저를 따르건만. 어째서인지 태자는 마음을 터놓고 기뻐하지 못했다.

그러나 태자는 잡생각을 떨치고 위희평의 뺨을 다정하게 쓸었다. 자상한 낭군의 목소리를 입술 밖으로 흘리면서.

“내일 나는 부황께 너를 측실로 들이겠다는 소청을 드릴 거다.”

위희평은 인형처럼 눈을 깜빡일 뿐이다. 태자는 그 무기력한 모습에 살풋 웃으며 몸을 기울였다.

부드러운 입술에 입술을 맞대기 위해서였다.

태자는 한참 동안 입술로 온기를 나누며 그 부드러운 감각을 즐겼다. 작은 침묵이 흐르고, 태자가 입술을 떼고 온화한 목소리를 흘렸다.

“나의 측실이 되겠느냐?”

위희평은 아주 짧은 침묵 끝에 대답했다.

“예.”

말을 하는 사내의 얼굴이 평온했다. 마치 그것이 제 일이 아닌 것처럼.

위희평은 무덤덤한 얼굴로 답했다.

“첩실이 되겠습니다.”

태자는 크게 웃으며 위희평을 와락 껴안았다.

“잘 생각했다!”

으스러뜨릴 듯 스승을 껴안는 단단한 팔.

잘 생각하였다, 내 그대를 귀히 아끼리라!

귓가를 시끄럽게 울리는 목소리에 위희평이 눈을 깜빡였다.

위희평이 눈을 감았다.

하아.

느릿한 한숨이 입술 밖으로 빠져나왔다.

태자는 한참 위희평을 껴안고 희열에 가득 찬 웃음을 흘렸다.

정신을 차린 태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황제에게 경사를 고하는 것이었다.

황상에 앉은, 미려한 용모의 사내가 무릎 꿇은 태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선견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어린 청년을 보면 제 과거가 떠오른다. 태자를 보면 평아와 함께했던 과거의 원선견이 떠올랐다.

귀공자의 장밋빛 뺨은 좋은 혈색이 감돌고 있었고 은은한 눈은 반짝이며 빛났다. 가끔씩 흐르는 광기와 폭력성까지 태자는 원선견을 닮아 있었다.

그리고 제일 닮은 것은 연정으로 가득 찬 눈.

“부황, 부황께 원선화가 소청 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연정이 더럽혀졌다는 것이지.

“소자가 석 달의 기간을 부황께 받아 숙려하였습니다. 석 달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곰곰이 생각함에, 타고나길 음란한 여인이나 이미 평은 제 첫 여인이니 버릴 수 없습니다. 평은 저를 따르길 원하고 저는 평의 낭군으로 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연정이 더럽혀진 줄 꿈에도 모르고 눈을 희망으로 빛내고 있다는 거고.

“희평을 제 측실로 주십시오.”

태자의 뒤에 무릎 꿇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몽롱했다. 황제는 침묵 끝에 말했다.

“너는 저 계집의 음란함을 아느냐?”

“제가 잘 단속하겠습니다.”

“저것이 어떤 추행을 벌였는지도 똑똑히 알고 있으렷다?”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아비의 시침을 들었던 몸이다.”

그 말에 단단했던 태자의 눈이 흔들렸다.

“너는 정녕 평을 거둘 것이냐?”

부황의 계집이었다.

그 말에 태자는 잠시 뜸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시간 일어난 동요일 뿐이다. 태자는 곧 굳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예, 위희평을 소자의 측실로 주십시오!”

대전에 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 그 말을 듣고 있는 위희평의 얼굴이 새하얗다.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처럼 위희평은 그저 창백한 얼굴로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이것은 저의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위희평은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다.

황제는 침묵 끝에 입술을 열었다.

“너도 원하는 일이냐?”

위희평은 고개를 살짝 들어 멍한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의기양양하게 앉아 있던 태자의 얼굴이 굳어진 순간이었다. 태자의 얼굴에 언뜻 불안함이 스치고 있었다.

답변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어린 청년의 미간이 좁아졌다. 조급함이 가득한 얼굴로 청년이 입술을 떼려던 때 목소리가 울렸다.

“평아는 태자를 모시고 싶습니다.”

위희평이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황제는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야 말았다.

“평아는 태자의…… 측실로 살아갈 겁니다.”

태자의 얼굴에 희색이 돈 순간이다. 황제는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기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에 희미하게 스치는 귀신의 마음.

쩌렁한 목소리가 대전에 울렸다.

“태자는 들어라!”

태자와 태부가 몸을 조아린다. 황제가 눈에 잉걸불을 켜며 대전 바닥에 엎드린 둘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닥에 몸을 조아린 태자의 얼굴이 환한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위희평과 정반대로, 그 얼굴에는 만고의 기쁨과 싱그러운 봄을 맞이하는 사내의 기대가 있었다.

“안국후 위희평의 성씨를 본래 그 선조의 성씨인 고씨로 환원할 것이다. 고씨를 정칠품 소훈으로 네게 내릴 것이다.”

태자의 얼굴에 만개하는 꽃 같은 미소가 감돌았다.

“너는 만족하느냐?”

어쩐지 처절한 듯한 목소리였다. 누구에게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이다. 누구를 겨냥한 건지 모르는 말이다. 태자는 그것이 그저 제게 하는 말인 줄 알고 희희낙락 웃어 대며 입술을 열 뿐이었다.

“부황의 은혜에 감읍할 뿐입니다!”

황제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잠시간 침묵이 있었다. 고운 입술을 다물고 황제는 한참 동안 뜸을 들였다. 침묵 끝에 황제가 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평아는 짐과 인연이 깊고, 또 집안에 여인이 없으니 태자의 혼례는 내가 주관하리라.”

선고가 내려졌다.

“일은 내가 처리하겠다. 태자는 동궁에 돌아가 한 달 후에 있을 소훈과의 혼례를 차분히 준비하고 있거라.”

한 달은 제법 긴 시간이었다. 위희평을 바라보며 황제가 눈을 깊게 가라앉혔다. 음습한 과거의 저편을 헤매고 있었다. 황제는 끝끝내 마음을 다잡고 길고 느릿한 숨을 내뱉었다.

“나가라.”

이제 마지막이지.

태자가 황제에게 공손하게 절을 올리고 몸을 물렸다. 위희평은 절을 올리지 않고 황제에게 살짝 고갯짓을 하곤 종종걸음으로 태자를 따랐다. 그것은 예법이 아닌 행동이었으나 황제는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위희평의 눈이 힐끗 황제를 스쳤다. 황제는 그 덤덤한 눈 안에 어리는 슬픔을 엿보고 숨을 멈추고야 말았다.

안녕히.

마치 그리 말하는 것만 같았다.

관계의 종언을 말하는 것처럼, 위희평은 처연한 눈으로 황제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위희평으로서의 마지막 인사.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용상의 팔걸이를 부여잡은 채 황제가 눈을 감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황제가 흔들리는 마음을 억지로 부여잡았다. 아랫입술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짙은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마지막, 마지막이다.’

길디긴 한숨이 갈라진 입술 밖으로 흘렀다. 그리고 황제는 일그러진 얼굴로 형형한 눈을 빛내고야 만다. 그 어딘가의 깊은 곳을 바라보며 어둑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 * *

태자궁으로 환궁하고 태자는 기쁨을 참지 못해 위희평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태자는 뛸 듯이 기뻐하며 부리로 쪼듯 위희평의 입술에 쪽쪽 입을 맞췄다.

“스승님, 이제 스승님께서 정식으로 제 측실이 되십니다!”

패륜을 입에 담으며 어린 청년은 희열에 가득 찬 얼굴을 했다. 두꺼운 팔에 가두어진 채 위희평은 그저 인형처럼 힘없이 몸을 늘어트릴 뿐이었다.

“하하!”

한참을 위희평의 뺨에 입술을 퍼붓던 태자가 허리를 껴안은 팔에 힘을 풀었다. 태자가 비틀거리며 중심을 되찾는 스승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위희평이 눈을 내리깔아 태자의 집요한 시선을 피했다. 태자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한 달 후 태자의 스승인 태자태부 위희평은 없습니다.”

말의 무게가 위희평의 어깨 위로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태자의 후궁 소훈 고씨만이 있을 뿐입니다.”

위희평은 텅 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사랑을 알아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태자는 그 슬프기까지 한 미소에 그저 기뻐할 뿐이었다. 태자는 위희평을 조심스럽게 창문 옆 긴 의자에 앉히고, 그 부드럽고 긴 손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비록 그대가 이런저런 사정상 정실은 될 수 없다지만, 태자의 측실로서 부족하지 않은 총애를 내릴 것이오.”

“…….”

“그대가 나를 키웠으니 나를 따르는 것에 조금의 수치심도 있을 것이오. 하지만 그런 생각일랑 마는 것이 그대에게도 좋으리다. 대위의 태자의 후궁이니 범부의 측실과는 다르지 않겠소? 기분 푸시오.”

위희평은 앵두 같은 입술을 열어 느릿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태자의 후궁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그 종달새 같은 모습에 태자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곤 위희평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사랑을 그득 담은 눈으로, 눈을 내리깐 순종적인 자태의 연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자는 부드러운 눈으로 위희평을 바라보던 중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소훈은 그래도 좀 낮은 품계인가?”

“상관없습니다.”

위희평은 그저 영혼 없는 목소리로 답할 뿐이었다.

“저는 태자의 사랑만을 받으면 됩니다.”

그 말이 어여쁘기 그지없다. 태자는 그를 사랑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살짝 마른 위희평의 몸은 이제 무인으로는 도저히 안 보일 만큼 호리하고 나긋해 보였다. 태자가 위희평의 손을 세게 주무르며 입을 열었다.

“내 보위에 오르면 당장에 그대를 귀비에 앉힐 것이야.”

“저는 그저 태자의 사랑만…….”

“아니, 사랑도 주고 금은보화를 내리리라.”

태자가 위희평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나를 키웠어. 그리고 부정할 수 없는 크나큰 사랑을 주었지. 그리고 나는 그대를 연인의 마음으로 사모하게 되었다. 아비처럼 따랐던 마음도, 스승으로 존경했던 마음도 그 마음에 미치지 않아. 그대는 모를 거야.”

태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첫 몽정을 그대의 엉덩이를 범하는 꿈으로 맞이했다.”

위희평이 입꼬리를 비틀어 히죽 웃음을 흘렸다.

“예, 제가 음기를 내뿜어 태자가 유혹당한 것입니다.”

단정한 얼굴에 어딘가 서늘함이 산재하여 있었다. 위희평의 눈은 공허함만이 자리하여 그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도자기처럼 보였다. 태자는 고요한 눈으로 위희평을 보았다.

“단 하나 내가 그대를 꺼려 한 것이 있다.”

태자가 잠시 입술을 다물고 뜸을 들인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를 말세까지 범하고 또 범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그와 함께 그대를 증오하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그대에게 가혹하였지? 나는 그대를 의심했으니까.”

태자가 빠르게 말을 받았다.

“그대의 음란함 때문이 아닌, 모후의 죽음에 대한 의혹 때문이었다.”

위희평의 인형 같았던 얼굴이 흔들린 순간이었다. 태자의 손이 위희평의 손을 세게 부여잡아 새파랗게 만들고 있었다. 태자가 웃음기 없는 얼굴과 그 들끓는 눈으로 위희평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대가 모후의 사망에 연루되었나?”

“저, 저는.”

“오로지 그대만이 모후의 화재 때 같이 있었다 하였지. 그리고 부친에게 모후를 사칭하며 범해진 것은 그대였으니.”

태자의 눈에 일렁이는 것은 희미한 불꽃이었다.

“부황의 훌륭한 남근을 탐내 부황의 총애를 독차지하는 모후를 살해한 것인가?”

터무니없는 말이다. 진실로 가당찮은 말이다. 그것은 시체와도 같았던 사내의 입술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위희평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뚜둑. 식은땀이 새하얀 이마를 가로질렀다. 태자는 입술을 짓씹으며 말을 내뱉었다.

“부황의 남근을 탐냈지 않나! 그대가 받아 본 것 중에서 가장 두툼하고 훌륭하다고. 그래서 나와 관계하면서도 부황에게 엉덩이를 흔들고…….”

참다못한 위희평이 절규하는 목소리를 흘렸다.

“나는, 나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태자의 입술이 꾹 다물린 순간이었다. 위희평은 금방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헐떡거리고 있었다. 목을 부여잡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끅끅대고 있다. 태자가 기겁하여 위희평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숨을 쉬거라!”

앵두 같은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숨통을 열었다. 혀뿌리를 누른 태자가 척추가 도드라지게 웅크린 위희평의 몸을 강하게 몇 번 내리쳤다.

“숨을 쉬거라, 소훈!”

다급한 상황에서 부른 후궁의 작위였다.

위희평은 그 말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끼고 태자의 두꺼운 팔에 늘어지고야 만다. 눈을 감은 위희평은 태자가 모르는 사이, 닭똥 같은 눈물을 한 줄기 흘렸다.

거대한 절망이 배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위희평은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나는 진실로 황후를…… 그, 그분을…….”

나의 연선을.

사랑하는 연선 누이를 죽이지 않았다.

시야가 새까매진 순간이다. 위희평은 참담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눈이 아득한 저편을 헤매고 있었다. 사내는 붉은 입술 사이로 맑은 타액을 뚝뚝 흘리며 몽롱한 눈을 했다. 저 기억의 저편을 헤엄치고 있었다.

스승을 품에 안은 채 태자가 황급히 입술을 열었다.

“믿겠다! 소훈.”

그 말을 하고 태자는 제 품에 안긴 위희평의 몸을 다정하게 토닥였다. 커다란 손이 파르르 떨리는 몸을 쓰다듬고 있었다. 태자의 무릎에 앉아 위희평이 그 가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위희평은 그 널찍한 가슴에 안겨 힘없이 숨을 헐떡였다.

‘남근을, 탐내려…….’

태자가 그를 탕녀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내의 남근에 미쳐, 엉덩이로 양물을 받는 재미에 머리가 돌아 버린 추잡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위희평이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해 뺨을 적셨다.

‘선아를 죽인다고……?’

탕녀가 아니다!

위희평은 처절한 비명을 삼키며 절망으로 아득한 시야를 느낀다. 피눈물이 마음에 흐르고 있었다. 시체같이 늘어졌던 사내는 그제야 제가 선화의 측실이 되는 것을 실감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말없이 우는, 처연한 모습에 당황한 태자가 서둘러 눈물을 닦아 주며 입을 뗐다.

“울지 말거라. 미안하다. 내가 오해했구나. 내가 네 결백을 믿을 테니.”

몇 번을 더 달래는 말에 위희평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급함을 느낀 태자가 위희평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재잘댔다.

“내가 잘못했대도. 모후를 사랑하는 마음에 내가 너를 의심한 것이다. 눈물을 그치거라.”

자상하게 눈가를 스치는 손. 위희평은 뿌옇게 변한 시야 속 희미하게 일렁이는 태자의 얼굴을 보았다.

연선과 선견, 그리고 자신을 닮은 어린 청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자가 입술을 달싹였다.

“네가 울면 내 마음이 아프다.”

위희평은 마침내 입술을 열었다.

“제가,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네 어미를 연모했다. 십수 년간 내뱉고 싶었던 말이 가슴에 웅웅거렸다. 가슴속 망자의 비명이 울리고 있었다. 짐승의 우짖는 소리가 골을 울렸다.

위희평은 서러운 울음과 함께, 목 근처에 어른거리는 말을 삼켰다.

새빨간 입술에 품은 독을 알면서도 그 입술을 달게 빨 만큼.

그리고 위희평은 헛웃었다.

어리석은 자의 말로다.

위희평은 태자의 품에 몸을 기댄 채 지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태자의 커다란 손이 위희평의 엉덩이를 토닥이고 있었다.

“그래, 내가 믿겠다.”

사실 진실 따위 상관없었다. 태자는 이미 위희평을 버릴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 태자의 말은 이미 답을 내정하고 내뱉은 말이며 위희평의 행동은 그것을 확인 사살한 것이었다. 태자는 기쁘게 위희평을 끌어안고야 만다. 그 호리한 몸을 으스러트릴 듯이, 태자는 위희평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예, 전하.”

위희평은 물기 어린 눈을 깜빡이며 태자의 품에 늘어졌다. 지치고 지친 몸에 힘이 풀리고, 위희평은 마침내 눈을 감으며 생각하기를 포기하고야 만다.

너른 사내의 품에 안겨 위희평은 그저 태자의 총애를 받기를 바랐다.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모를 말을 떠올리면서 위희평은 힘없이 웃었다.

‘다시 돌아가면 너를 사랑하지 않으리.’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이제 아무런 걱정도 없다. 나는 너를 사랑할 것이다.”

뒤이어 태자의 입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가져오너라!”

드르륵.

문이 열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조르르 달려오는 궁인을 위희평이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궁인이 내민 목함을 바라보며 태자가 품에 안은 위희평을 자상하게 토닥였다.

“이것은 나의 측실이 될 그대에게 내리는 선물이오.”

달칵.

목함이 열리고 위희평은 그 안에 든 커다란 유리 남근과 쇠로 만든 흉측한 정조대를 보며 웃었다. 유리 남근은 핏줄의 모양이 하나하나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크기는 어린아이 팔뚝만치 커다랗고, 그 삿갓이 위로 살짝 휘어진 것.

“내 남근을 본뜬 것이네.”

태자가 작게 말했다.

“내려가 엎드리거라.”

위희평은 태자의 품에서 내려와 바닥에 익숙한 자세를 취했다. 허연 엉덩이를 까고 엎드린 위희평은 엉덩이 골에 뿌려지는 치덕치덕한 향유에 실성한 자의 웃음을 흘렸다.

자! 절망이다.

푸우욱.

거대한 유리 남근이 허연 살 둔덕에 빨려 들어갔다.

태자는 꼼꼼하게 유리 남근을 항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장난감의 끝이 갈색 주름에 걸리도록 깊게 쑤셔 넣고 태자는 목함 속에 손을 넣어 정조대를 쥐었다.

“일어나라.”

위희평은 치켜든 엉덩이를 내리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다란 남근이 아랫배를 불룩하게 만들고 있었다.

태자가 정조대를 씌우고 위희평의 고간 사이에 철갑을 채우고 있었다. 단단한 철갑을 조이며 태자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항상 나의 남근을 품고 다니시오. 분변을 처리할 때와 나를 받을 때를 제외하고 소훈은 이제 나의 남근을 항시 배 속에 품고 다녀야 할 것이오.”

철컥.

자물쇠가 채워지고 위희평은 일그러진 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갓난아이처럼 벗겨진 하체. 철로 만든, 기저귀 같은 정조대를 입고 있었다. 태자는 흐뭇하게 그를 바라보며 이어 궁인에게 말했다.

“달군 쇠 바늘을 가져오거라.”

목함에는 하나의 물건이 더 있었다. 태자는 은줄을 엮고 붉은 보석으로 장식한 고리를 만지작거리며 어린아이의 순수한 얼굴을 했다.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직전의 기대감을 품은 얼굴을.

힘이 센 궁인 둘이 위희평의 몸을 결박하고 무릎으로 등을 눌러 가슴을 둥글게 앞으로 향하게 했다. 태자는 붉은 유실을 손으로 한참 동안 꼬집고 비틀어 달아오르게 했다. 퉁퉁 부은 젖꼭지에 얼음을 비빌 때 위희평은 작고 흐릿한 신음을 입술에 내뱉고야 말았다.

“흐읏.”

태자가 그를 사랑스럽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불에 달군 시뻘건 바늘이 주욱 당겨진 붉은 유두 한가운데를 관통했다. 아악! 위희평이 높게 비명을 지르고 잉어처럼 몸을 펄떡였다. 궁인이 손을 놓고 태자가 손수 온갖 장신구가 치렁하게 달린 고리를 피가 흐르는 유두에 채웠다.

“아악!”

또다시 비명이 높게 울렸다. 다른 쪽의 유두가 관통당한 탓이었다. 위희평은 뜨거운 숨을 헐떡이며 궁인의 품에 늘어지고야 말았다. 몽롱한 눈은 이미 초점이 나가 있었으며 그 어딘가의 깊은 과거를 헤매고 있었다.

‘아, 아, 나는.’

정조대 안 유리 남근에 꿰뚫린 항문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갈색 주름이 쉴 새 없이 뻐끔거리며 커다란 유리 남근을 조이고 있었다. 위희평은 그 생김새, 그 크기, 그 휘어진 모양과 핏줄을 내벽으로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것은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되어 버린 사내의 물건.

투명한 눈물이 뺨을 가로질렀다.

‘선화의 남근.’

이제 평생 배 속에 품어야 하는 것.

철컥.

목에 채워진 것은 새하얀 목을 두르는 동그란 형태의 가죽 목걸이였다.

태자는 날름 유두에 흐르는 피를 핥으며 홀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름답구나.”

유두에 달린 두 개의 고리 끝에 홍옥이 달랑이며 빛나고 있었다. 고리와 고리를 잇는 치렁한 은줄은 목에 채워진 목걸이와 이어져 새하얀 나신을 장식하고 있었다. 몸이 움직일 때마다 순수한 은으로 뽑은 줄에 장식된 보석이 짤랑이며 흔들렸다.

“일어서거라.”

위희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부시게 빛나는 나신을 바라보며 태자는 황홀함에 젖은 눈을 했다. 부드러운 살이 붙은 농염한 몸. 태자는 뜨겁고 정열적인 속살과 손을 대면 녹을 듯 윤기 흐르는 몸을 바라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

새하얀 나신에 한 줄기 피가 흐르고 있었다. 퉁퉁 부어 검은 콩처럼 커다래진 유두에 고리 한 쌍이 걸려 있었다. 고리에 얼기설기 이어진 은줄은 홍옥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그 끝은 개목걸이와도 같은 가죽 목걸이에 이어져 있었다.

위희평이 눈물을 흘리며 태자를 바라보았다.

곧게 쭉 뻗은 새하얀 다리 위에 기저귀 같은 묵직한 정조대를 찬 채. 아랫배에 커다란 남근의 흉곽을 드러낸 채 위희평이 태자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태자는 감상 끝에 탄식을 내뱉으며 위희평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오.”

사랑했던 아이의 품에 안긴 채 위희평이 말없이 눈물 흘렸다.

태자는 그날 밤 퉁퉁 부은 유두를 입에 물고 잠을 청했다. 위희평은 태자의 머리를 쓰다듬은 채 눈을 감았다.

몸과 몸이 뱀처럼 엉켜 침대에 늘어져 있었다.

위희평은 눈을 감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선견이 자신을 죽여 줬으면 좋겠다고.

제 목숨마저 함부로 할 수 없는 자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태자가 순진한 얼굴로 피가 흐르는 유두를 갓난아이가 젖 빨듯이 우물거리고 있었다.

혼례의 날이 느린 듯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 * *

의혹을 푼 태자는 완전히 본인의 것이 된 스승을 애지중지 여겼다. 아니, 이제 스승도 아니다. 태자는 완벽히 아랫것이 된 위희평에게 완전히 하대를 했으며 그의 가슴에 짐승처럼 고리를 뚫어 장식하곤 정조대를 채운 것이다. 태자는 위희평을 품에 안고 어화둥둥 하며, 얼마 남지 않은 혼례를 기다렸다.

태자궁에 딸린 별궁 하나가 청소를 끝마친 것은 혼례식이 얼마 남지 않은 때 일이었다. 붉은 휘장을 매달고 기둥에 산초를 바른 태자가 웃었다.

“후후, 이 새하얀 얼굴을 붉은 면사로 가릴 때가 얼마나 남지 않았구려.”

위희평의 부드러운 뺨을 손가락으로 쓸며 태자는 그 단아한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대가 내 색시가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소.”

위희평은 눈을 내리깔았다.

떨리는 목소리가 흘렀다.

“그대는 모를 것이오.”

입술을 다물고 태자는 잠시간 침묵을 지켰다. 침묵 끝에 흘러나온 것은 고요함 속에 용암을 물고 있는 목소리였다.

“내가 얼마나 그대를 염원했던지.”

태자는 나직한 목소리로 되뇌었다.

“그대는 아마 모르리다.”

태자는 모를 것이다.

위희평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그를 생각했는지.

태자는 모를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믿고 따랐던 부모가 얼마나 추악한 민낯으로 그를 대했는지.

위희평은 그렇게 눈을 내리깔고 말을 삼켰다.

이제는 더 이상 쓸모없는 일이다.

위희평은 이미 결심한 후였다. 제 목숨마저 함부로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처지다. 반역의 길마저 밟을 수 없는 위희평은 심신에 크나큰 피로감을 느끼곤 두 눈을 깜빡였다.

위희평은 입술을 열어 말할 뿐이었다.

“태자. 저를, 저를 아껴 주십시오.”

종달새처럼 말하는 위희평을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태자가 결국 욕정을 참지 못해 위희평의 입술을 빨았다.

혼례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내 찾아온 혼례식 전, 위희평으로 존재하는 마지막 밤. 황제는 위희평을 찾아와 그 몸을 탐닉하려 침의를 찢었다.

“이것은……!”

황제는 그러나 찢겨진 침의 밖으로 드러난 눈부신 나신, 정확히는 그 유두에 얼기설기 얽혀 반짝이는 은줄에 신음성을 내뱉었다. 위희평은 멍한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두에 채워진 고리에 딸랑 흔들리는 붉은 보석. 그리고 황제의 시선이 위희평의 가랑이 사이 기저귀처럼 채워진 철갑에 향한다.

위희평이 유리 남근을 품은 불룩한 아랫배를 더듬으며 웃었다.

“입으로 해 드릴까요?”

달이 들지 않는 새까만 밤중 황제의 눈이 짐승처럼 빛나고 있었다. 위희평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히 빛나는 나신을 드러낸 채 황제를 유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평아의 몸이 아름답지요?”

맑게 웃는 얼굴에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선은 화살이 되어 위희평을 향해 날아갔다.

기나긴 침묵 끝에 황제는 소매를 떨치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항상 법도에 밝았던 황제가 감정의 동요를 죽이지 못해 비틀거렸다. 그것을 바라보며 위희평은 침상에 앉은 채 환한 웃음을 흘렸다.

내일이다.

황제의 등을 바라보며 위희평이 실실 정신 나간 자의 미소를 짓는다.

내일 나는 죽고 태자의 측실이 된다.

그리하여 위희평은 결국 아하하 소리 내어 광소를 흘리고야 말았다. 방 밖에 대기하고 있던 궁인이 기겁하고 뛰어 들어왔다.

“안국후!”

“아하하하하!”

하하 웃음을 흘리며 위희평이 저를 붙드는 궁인의 팔을 밀쳤다. 일그러진 얼굴에 귀기가 스쳤다. 궁인의 품에 안긴 채 위희평이 두 눈에 서슬 퍼런 빛을 번뜩였다.

그날 태자궁의 별궁에서는 새벽까지 귀신의 웃음이 흘렀다.

해가 떴을 때 위희평은 침상 위에 지쳐 늘어져 숨을 헐떡이고야 말았다. 밤새 웃음과 울음을 번갈아 흘린 채, 위희평은 마침내 고요한 눈물을 흘리며 침상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진시입니다.”

그 말에 위희평은 공처럼 만 몸을 떨었다.

그래. 진시였다.

새빨간 태양이 하늘 위로 찬란히 떠오르고 빛을 뿜을 때. 그리고 위희평의 절망이 시작되는 때다. 위희평은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컥.

정조대가 풀리고 위희평은 십수 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받았던 뒷물을 받았다. 국화주로 한 번, 치자꽃물로 세 번. 궁인의 혀로 뒤를 닦인 채 위희평이 실실 광인의 웃음을 흘렸다.

속살을 누비던 혀가 빠져나가고, 평소와 다르게 위희평은 제 눈에 채워지는 안대에 흠칫하고야 말았다.

“혼례식을 한 번 경험하셨잖습니까.”

부드러운 목소리에 위희평은 긴장된 근육을 풀고야 말았다.

그래, 그는 이미 한 번 혼례식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기대하던 설연 누이와의 재회. 그는 고간에 철판을 단 설연과 마주하고 이미 절망을 맛보았다. 위희평은 쓴웃음을 흘리며 제 엉덩이를 주무르는 손에 몸을 맡겼다.

이번에는 또 어떤 지옥이 있을까.

주름 입구에 닿는 동그랗고 말랑말랑한 구체에 위희평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계란이구나.

“폐하께서는 이 혼례식을 십 년이 넘는 긴긴 세월 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우아한 궁인의 손이 열두 개의 계란을 배 속에 밀어 넣었다. 위희평은 점점 차오르는 아랫배에 흐응 소리를 내며 몸을 애벌레처럼 웅크렸다.

사근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진실로 그분께서는 혼례식을 기대하셨습니다.”

그리고 까끌까끌한 커다란 나무 장작 같은 것이 항문을 파고들었다. 위희평은 고통에 ‘아악!’ 비명을 지르며 엉덩이를 흔들고야 말았다.

“무, 무슨? 무슨?!”

안대로 가려진 시야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크기는 황제와 태자의 대물에 비하면 작았으나 마감되지 않은 나무 장작의 촉감이 몹시 까슬까슬했다. 홧홧한 아랫구멍에 피가 흐르는 듯했다. 위희평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무, 무엇이냐.”

궁인은 아기 궁둥이 같은 볼기짝을 톡톡 때리며 말했다.

“옻이옵니다.”

위희평이 절망 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안, 안 돼!”

그러나 여태껏 그래 왔던 것처럼 궁인은 위희평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위희평은 사지를 결박당해 질질 끌려 나가고야 말았다. 경악에 젖은 위희평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광인의 말을 어버버 말했다.

“옻, 옻은 안, 안 돼!”

안대가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 위희평이 처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옻, 옻독이 오른단 말이다!”

안대로 가려지지 않은 부분의 얼굴이 일그러진 채였다. 속살에서 퍼져 나가는 미칠 듯한 가려움에 위희평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우짖었다.

“제발, 제발 이것만은!”

그러나 결국 위희평은 궁인의 손에 붉은 혼례복이 입혀지고, 머리에 향유가 발라지고야 말았다. 단장을 끝낸 사내가 질질 끌려 나가 어느 마차 안에 내팽개쳐졌다. 좁은 마차 안을 나뒹굴고 위희평이 내벽을 쿡 쑤시는 저주받을 옻나무에 눈물을 죽죽 흘렸다. 위희평은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쭉 빼내고 울음을 터뜨렸다.

“옻을 빼 주게, 옻을 빼 주게…….”

흐느끼는 위희평의 귀에 들린 것은 매정하게 마차의 문을 닫는 소리였다.

덜커덕 마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마차 안에 엎드려 웅크린 채 위희평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죽고 싶어, 죽고 싶어…….’

그러나 제멋대로 죽을 수도 없는 몸. 살려고 해도 살 수 없고,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다.

사지가 잘려 버둥거리는 벌레와 같다. 아무 짝에 쓸모없어, 아니 차라리 그들은 한때의 영광을 모르니 덜 고통스러우리라. 위희평은 제 처지를 비관하며 눈물을 흘렸다. 옻이 삐죽 튀어나온 엉덩이가 움찔움찔 떨리고 있었다.

차마 옻을 빼낼 수 없어 위희평은 울며 제 엉덩이를 주물렀다.

“간지러워, 간지…….”

흐느낌은 고함 소리에 끊기고야 만다.

“어찌 혼례식에도 이리 부덕하게 구신단 말입니까!”

여인의 낭랑한 목소리였다. 마차의 천을 걷어 안을 살핀 궁인은 엉덩이를 허공에 씰룩이는 추한 꼴에 냉랭한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궁인은 매정하게 위희평의 몸을 붙들었다.

“싫, 싫…… 우우웁!”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는 입에 욱여넣어진 흰 천에 막히고야 말았다. 궁인은 그것도 모자라 위희평의 손을 뒤로 묶어 결박했다. 다리는 양옆으로 벌려지고, 무릎과 발목이 천에 묶이고. 궁인의 손이 바지를 발목 아래로 내렸다.

위희평은 제 다리가 공중에 들리는 것을 느끼고 사색이 된 얼굴을 했다.

“우, 우웁!”

궁인은 마차 안 천장에 발목과 무릎이 묶인 천 끝을 매달며 입을 열었다.

“안 되겠습니다. 소훈께서 정숙하지 못한 행태를 보이시니 몸을 묶어 놓을 수밖에요.”

위희평이 희게 질린 얼굴로 웁웁 천에 먹힌 소리를 연신 흘렸다.

“우, 우우웅!”

다그닥. 다그닥.

마차는 움직이고 있었다.

“우우우, 우우!”

짐승의 소리를 내며 위희평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디로? 나는 어디로?’

머릿속은 새하얘진 채였다. 위희평은 땅에 닿을 때마다 여린 속살을 쿡쿡 찌르는 옻나무가 불편하여 엉덩이를 들썩였다. 두려움과 고통을 참지 못해 어어 우는 소리를 흘리고야 만 위희평이다. 마차를 호종하던 궁인은 위희평의 울음에 힐끗힐끗 마차 안을 보며 그만 울어대라 짜증을 부렸다.

‘간, 간지러워!’

“우으으으응!”

위희평은 결국 참지 못해 마소가 우는 듯한 길디긴 울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마차가 멈춘 순간이었다.

‘끝이 난 건가?’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위희평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숨을 헐떡이고 입가에 타액을 줄줄 흘리고야 말았다. 입 안에 쑤셔 넣어진 천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안대에 가려진 눈은 이미 희게 까뒤집어진 상태. 산(山)을 뒤집어 놓은 자세로 허공에 달랑 들린 다리는 늘어진 성기와 무성한 수풀을 노출한 상태였다. 그리고 천장이 낮은지라 비스듬하게 뉘어진 몸은 포동한 살 둔덕 사이 비문을 보였다.

옻이 꽂힌 갈색 주름.

위희평은 고요해진 주위를 알지 못해 미친 듯이 울부짖을 뿐이었다.

“우, 우으으응!”

‘놔줘, 날 놔줘!’

마차는 멈추었으나, 위희평은 마치 수천수만 마리의 개미 떼가 항문을 파고드는 듯한 감각에 정신없이 몸을 들썩이고 엉덩이를 실룩이고 있었다. 느슨하게 묶였던 안대가 축축이 젖어 코에 걸렸다. 위희평은 안대 속 눈을 희게 까뒤집으며 고개를 뒤로 꺾고야 말았다.

“우, 으흐으으응!”

개미가, 개미가 내벽을 파고들고 있다. 위희평은 눈앞이 번쩍이며 새하얘지는 감각에 입에 문 천을 어금니로 잘근잘근 깨물고야 말았다.

희미하게 내려간 안대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천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다.

위희평은 그것을 알지 못해 입에 문 천에 비명을 내지르고야 만다.

“아으, 에, 으응!”

남근을, 남근을 받고 싶다. 개미 떼가 붉고 여린 내벽을 물어뜯고 있었다. 수천수만 마리의 개미 떼가 잘근잘근 악랄하게 내벽을 씹고 위희평의 속을 미친 듯이 괴롭히고 있었다.

위희평은 그저 울 뿐이었다. 아프고 아프다. 극에 이른 간지러움이 고통이 되어 항문에서 내장을 잇는 길 전체를 괴롭히고 있었다.

재갈이 아닌 천인지라 위희평은 비명 끝에, 입을 틀어막은 축축한 천 뭉텅이를 쉽사리 뱉어낼 수 있었다. 푸압, 소리와 함께 위희평은 간절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엉덩이, 엉덩이, 제발…… 흐으으응!”

앵두 같은 입술이 타액에 번들거리고 있다. 맑은 타액을 줄줄 흘리며, 위희평은 그 새하얀 몸을 붉게 물들이곤 더운 숨을 헐떡였다.

“간지러워, 흐으응, 보지, 보지가아앗!”

그리 말하곤 엉덩이에 박힌 옻을 빼기 위해 몸을 아래위로 들썩였다. 영락없는 선녀 강림의 자세다. 위희평은 수치도 모르고 그저 고통에 엉엉 울며 엉덩이를 씰룩일 뿐이었다.

“박, 박아, 흐긱!”

긁고 싶다.

커다란 것을 엉덩이에 쑤셔 넣고 싶다.

거대하고 두툼한, 뜨거운 무언가로 엉덩이 속살을 후벼 파고 싶다.

위희평은 안대 속 눈을 까뒤집으며 묶인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어디에? 어디에 있지?’

위희평은 본능적으로 사내의 물건을 생각했다. 살 둔덕을 시원하게 뚫고 항문을 후벼 파 줄 크나큰 몽둥이를.

“흐아아앙!”

개미 떼가 살점을 물어뜯어 가는 것 같다. 항문 주름을 도도도 밟는 수만 마리 개미의 행군이 이어지는 것만 같았다. 자극마저 쾌감이 되어 버린 몸. 위희평은 허리를 펄떡펄떡 뛰며 아랫도리를 세우고야 만다. 침이 줄줄 흐르는 입가. 위희평은 실성하기 직전에 이르러 마침내 부욱 왼팔에 묶인 천을 찢고야 말았다.

“간, 간지러, 흐으응! 아, 아아!”

귀에는 우웅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흐른 안대 사이로 들어온 빛도 알아채지 못했다. 오로지 생각나는 것은 다리 아래 고통이었다.

위희평은 오감 중 단 하나만을 느낄 뿐이었다.

얼굴은 홧홧하고 항문은 미칠 듯한 소양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옻은 항문 안에서부터 그 커다란 엉덩이 전체, 아랫도리 전체를 타고 올라 머리까지 흐물흐물하게 녹이고 있었다.

그것을 고통이라 해야 할까?

쾌감이라 해야 할까?

펄떡펄떡 뛰는 잉어처럼 몸이 날뛰고, 위희평이 자유로워진 왼팔로 살 둔덕에 박힌 옻나무를 빼냈다.

“흐기긱!”

옻이 쑤욱 빠져나가고 살 둔덕 사이 뻥 뚫린 듯한, 작은 구멍이 뻐금거리고 있었다. 위희평은 손톱을 세워 그 벙긋이는 갈색 주름을 미친 듯이 긁기 시작했다.

“간지, 간지러, 흐그극! 간지, 하악!”

높고 짜르르하게 울리는 교성이 그 상태를 짐작하게 했다. 후, 하헤, 위희평은 입술 사이 붉은 혀를 자유분방하게 내밀고 개처럼 헐떡이고야 만다. 양발이 마차 천장 위에 묶여 벌려진 채, 풀려난 한 손으로는 엉덩이 사이 항문을 벅벅 긁고 있었다.

자글한 주름이 오므렸다 펴졌다를 반복하며 붉게 달아오른 속살을 보이고 있었다. 위희평은 벌름거리는 항문을 박박 긁던 손가락으로 갈고리를 만들곤, 그 오물거리는 구멍의 가운데를 푸욱 쑤셨다.

“하아악!”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욕망이 소강된 자의 새된 소리가 흘렸다. 위희평은 이성을 잃고 제 항문의 속살을, 그리고 갈색 주름의 위를, 갈고리처럼 만든 손가락으로 긁었다.

“아, 아아아!”

머리가 웅웅거렸다. 인중이 코에서 흘러나온 액체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젖은 안대가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가 콧잔등에 걸쳐 있었으나 위희평은 그것을 모르고 오로지 간지러운 살점을 긁는 것에 열중할 뿐이었다.

옻은 빠져나갔으나 개미의 행진은 이어지고 있었다.

“흐으응, 자, 자지, 제, 제발, 흐으읍!”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사내의 두툼하고 커다란 양물이다.

위희평은 그 순간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끼고 아랫입술을 핥았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항문을 쑤시는 검지와 중지를 양옆으로 벌렸다.

“제, 제발, 조오오옺!”

갈라진 목소리에 간절함이 물들어 있었다. 위희평은 눈물을 흘리며 항문을 손가락으로 푹푹 쑤셨다.

그리고…….

“흐으으으응!”

불룩해진 아랫배가 꿈틀거렸다. 손가락에 의해 벌어진 항문 사이로 희고 둥근 계란의 끄트머리가 보였다. 소양감이 가시고 위희평의 몸을 장악한 것은 강렬한 배설의 욕구였다.

“헤, 헤엑.”

안대 속 눈이 죽은 생선의 허연 눈깔과 같았다.

가려진 눈이 공중에 드러난 것은 축축이 젖어 무거워진 안대가 바닥에 떨어질 때 일이었다.

그래.

공중에 드러난 그 쾌락에 점거된 눈.

“아?”

눈을 따끔하게 쬐는 빛.

“아, 으?”

위희평의 얼굴이 새하얗게 물든 순간이었다.

“아.”

누군가가 흘린 목소리였다.

“아, 어?”

어리둥절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 순진한 물음.

경악에 찬 얼굴의 군중이 넋을 잃고 위희평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위희평의 입이 벌어졌다.

이것이 무슨 상황이지?

마차를 바라보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갑옷을 입고 무장한 사내들의 얼굴이 익숙하다. 위희평의 심장이 멈춘 순간이었다.

“상, 상장…….”

태부가 아닌 전 직위를 먼저 입에 담는 것은,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위희평의 모습이 상장군일 때였기 때문이다.

상장군 시절 부리던 수하들이었다. 마차는 훈련장 한가운데 있었고 수도에 근무하는 무관들은 한 곳에 모여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차 안에 있는 익숙한 얼굴의 사내를.

“상장군.”

누군가의 충격이 가득 담긴 목소리다. 그 말을 내뱉은 이는 새파란 입술을 달싹이며 멍한 눈을 마차 안에 고정하고 있었다. 손에 쥔 검집이 비틀려 맑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눈이 부리부리한 사내였다. 전 부관이자 현 좌장군인 금철이었다.

“아, 안…….”

새파랗게 질린 사람들의 시선이 허공에 대롱 매달린 다리 사이를 향했다.

“아.”

동그란 계란이 삐죽 나와 있는 엉덩이 사이를.

“아, 아아아, 안, 안 돼!!!”

맑고 청명한 하늘을 찌르는 절규가 있다. 심장에 칼을 맞은 것처럼 얼굴을 굳힌 사람들이 있다. 위희평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사지를 뒤틀고 눈물 콧물로 범벅인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싫, 싫, 보, 보지 마아아아!”

뽀오옹!

절규를 뚫고 계란이 데구르르 바닥 아래를 굴렀다. 주륵. 새하얀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 떨어진다.

“어, 어어.”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상황을 믿지 못해 어리벙벙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때 모시고 따랐던 이가 산란하는 충격적인 광경을 면전에 두고, 수십의 군중들은 입을 열지도 못한 채 멍하니 그 부덕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가 아래로 알을 내뱉는, 더할 나위 없이 충격적인 모습이다. 봉긋한 엉덩이, 파르르 떨리는 그 탱글탱글한 엉덩이 사이에 계란이 걸쳐 있었다!

시선은 그리고 수풀 가운데 꼿꼿하게 선, 물이 찔끔 흐르는 발기된 성기에 향했다.

위희평이 처절한 울음을 흘렸다.

“보지, 마, 보지…… 아아아아!”

달걀이 데구르르 굴렀다.

한때의 찬란한 추억들. 나락의 끝에 떨어져 있다! 그 어느 때에 영광의 정점을 함께 찍었던 이들 앞에서 엉덩이로 달걀을 내뱉고 있었다. 위희평의 얼굴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하게 더러워져 있었다. 배 속은 더부룩했으며 옻이 꽂혔던 항문 안의 살은 여전히 간지러웠다.

귀가 먹먹하다.

“이, 이게.”

‘이제, 이제…… 더 이상.’

역치 이상의 충격에 앞이 가물거리고. 위희평은 배설의 쾌감에 사로잡혀 ‘흐아아앙!’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사람들의 안색이 파도처럼 일변한 순간이었다.

“지, 지금 이게 무슨……!”

마침내 위희평은 몸을 점거한 쾌락의 노예가 되고야 말았다. 현실과 격리되어 환상에 사로잡히고야 말았다. 아랫배에, 줄지어 차례대로 바깥으로 빠져나가려는 계란이 내벽을 누르고 있었다. 근질거리는 항문은 벌어져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주머니 입구처럼 자글자글한 주름을 만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벌름거리는 항문 안의 꾸물꾸물한 붉은 살이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위희평은 쾌락에, 천장에 매달린 발을 쫘악 펴고야 만다. 엉덩이는 벌어져 더욱 적나라한 부분을 시선에 드러냈다.

마치 자랑하듯이 엉덩이를 들이미는 모양새다. 붉은 살에 박힌 새하얀 계란이 밀려 나오고 있었다.

“간, 간지, 흐아아앙!”

사람들 앞에 들이민 새하얀 엉덩이가 출렁이고 있었다. 붉은 꽃처럼 벌어진 항문이 벌름거리며 사내를 유혹하듯 고깃덩어리를 보여 주고 있었다.

뽀옹! 계란이 빠져나갈 때마다 위희평은 푸짐한 엉덩이를 씰룩이고 골반을 뒤틀고야 만다. 가슴이 휘어져 둥글게 변한 때다. 흐트러진 혼례복 사이로 포도알처럼 부푼, 탐스러운 유두와 부푼 가슴이 보였다.

넋을 잃은 사내들 중 몇몇이 정신을 차리고 달려왔다.

“마, 말려!”

충격에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은 그럴 만한 광경이었다. 한때 모시던 사내가, 성품과 행실을 존경하고 따르던 이가 갓난아이처럼 하체를 훤히 내놓고 달걀을 싸지르고 있었다. 눈물이 흐르고, 콧물로 더러워진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위희평은 허연 흰자가 보이게 눈을 까뒤집고 벌어진 입술 사이 붉은 혀를 자유분방하게 내밀고 있었다. 튀기는 침과 함께 소리치는 말.

“싫, 싫, 아, 아니, 흐으으응! 좋, 좋아아아앗!”

금철의 얼굴이 일그러진 순간이었다.

마차의 바닥을 구르던 달걀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퍼억, 부서지는 계란이 흰자와 퍼석한 노른자를 내보였다.

위희평은 마지막 달걀을 산란하고도 허리를 뒤틀며 사지를 경련했다.

“간지러, 간지러어어엇!”

옻독이 오른 갈색 주름을 벅벅 긁고 벌렁거리는 붉은 속살을 푹푹 쑤시면서.

“조, 조오옺을, 흐으으응, 흐아아아앙!”

푸욱!

액이 뚝뚝 흘러나오는 아랫도리를 마구잡이로 휘저으며 위희평이 짐승이 우짖는 소리를 입 밖에 흘렸다.

“응흐으으으응!”

펄럭이는 장포가 위희평의 몸을 덮었다. 무거운 장포가 시야를 가리고 위희평은 코를 찌르는 땀 냄새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야 말았다. 아, 사내 냄새. 그 순간 위희평은 눈을 몽롱하게 풀고 사내의 좆을 기원하며 아랫입술을 우물거렸다.

“당장 이 구역 경비대를 해산시켜라, 빨리! 빨리!”

“오는 발길을 막아! 지금 뭐 해?! 사람들 몰려오잖아?”

장포에 가려지지 않은 다리가 양옆으로 벌어져 그 처참한 둔덕 사이 공간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전히 벌름거리는, 그 사내를 유혹하는 갈색 주름을 보이고 있었다.

금철은 흉신처럼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정신이 나가 헥헥거리는 위희평의 몸을 끌어안았다.

“제기랄!”

공황에 찬 사내의 목소리가 쩌렁하게 연병장을 울렸다. 핏발이 선 눈으로 금철이 장포를 덮은 위희평을 끌어안았다. 그 적나라한 추태를 마주하는 시선을 차단하려 거대한 몸으로 위희평을 가린 채, 금철은 그 자신 또한 충격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며 위희평을 잡아들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 헤매고 있었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하늘같이 섬기던, 마음으로 따르던 분의 충격적인 민낯을 마주하고 그들은 충격을 삼키지 못하고 있었다. 개중의 어떤 이는 입을 막았고, 어떤 이는 침통함에 침음을 흘렸다. 어떤 이는 얼굴을 일그러트렸고, 어떤 일은 울부짖으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방성통곡을 했다.

금철의 격한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빨리 사람을 막아!”

위희평이 우는 것처럼 일그러진 미소를 지은 채 높은 교성을 내뱉었다.

“후으응, 간지, 간, 응으읏!”

살 둔덕 아래, 갈색 주름이 붉은 고깃덩어리 같은 내벽을 보인 채 벙긋거리고 있었다. 위희평은 마침내 실실 웃음을 흘리며 눈을 까뒤집고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온몸을 잠식하는 쾌락에 점거되어.

“조, 조오옺, 자지를 박, 박아, 하아앙…….”

전 상장군 태자태부 북벌장군 안국후 위희평이 사망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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