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애기자(외전증보판) 3권-1. 태부太父 편(2) (13/17)

1. 태부太父 편(2)

태자의 교육을 담당했던 노상궁이 그 방 한편에 꿇어앉아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으흑, 흐입! 흐윽, 흐익!”

짜아악! 짜아악!

“네년은 정조 따위 없는 게지?! 부황이든 병졸이든 더러운 죄수 따위든 개새끼든 상관없는 게지?!”

짜아악! 짜아악!

매섭게 내리치는 회초리가 선혈을 만들고 있었다. 그 처참한 광경에 노상궁이 속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훈육의 의도로 회초리를 썼다고 한들 그 선은 지켰던 노상궁이다.

“천박한 년! 난잡한 년!”

짜아악! 짜악!

“아악! 아악!”

태자의 얼굴이 시퍼렇다. 회초리가 내려칠 때마다 갈색 주름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그 사이로 불그스레한 속살이 삐죽 나오는 것이 선연하게 보이니 태자는 그 모습을 눈에 담고 더욱 미쳐 날뛰고 있었다.

태자가 눈에 광기를 더했다.

“네 얼마나 사내에게 다리를 벌리고 다녔기에 보지가 이리 너덜너덜 걸레짝 같으냐! 얼마나 많이 몸을 굴렸기에 색이 이렇게 칙칙해!”

“하읍! 그, 그게 아닙! 흐아악!”

“뭐? 아니야? 이 닳고 닳은 걸레 보지를 보고도 그 말을 할 수 있나 보지? 응?”

회초리로 탁탁 갈색 주름을 때리며 빈정거리는 말이다. 엉덩이를 벌리고 있던 위희평이 서러움에 울었다. 아들로 생각하고 키운 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성년이 될 때까지, 사랑했고 또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키운 자였다.

머리가 아득했다. 위희평이 희뿌연 시야에 통곡을 삼켰다. 엉덩이를 벌리는 손도 저릿하고 위로 하부를 추켜든 자세도 불편하다.

그 수모를 다 바쳐서 태자를 위해 살아왔건만 어째서 자신은 태자에게 항문을 내보이고 있을까. 위희평의 얼굴이 눈물로 물들어진 순간이었다. 분명 선화를 아들로 생각하고 있었다.

“흐윽, 흐어어.”

그렇게 애지중지한 태자는 회초리로 가볍게 탁탁 제 항문을 내리치며 이죽거렸다.

“얼마나 닳고 닳았으면 색이 이렇게 갈색으로 칙칙할까? 네년의 행실을 보면 장담할 만하구나. 이 방탕한 계집!”

퉤!

위희평은 제 뒷구멍에 뱉어진 진득한 타액을 느끼며 결국 흐어엉 통곡을 입 밖에 흘리고야 말았다. 아픔이 아닌 절망과 수치로, 얼굴이 눈물로 일그러져 있었다.

“흐어어, 흐어어어엉!”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위희평은 그저 울 수밖에 없었다. 제 손으로 키웠다. 자라 온 모든 순간을 자신이 보았건만 어째서 태자는 이토록 가혹하게 그를 대하는가. 아무리 난잡하고 음탕한 행실의 호색한인들 창녀에게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리라.

뺨을 가로지른 눈물이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연선을 닮은 아들이었다. 분명히 한때는 아들로 생각했다. 그리고 실은, 지금도 외면하고 있는 사실은…….

짜아악!

“하윽!”

생각은 저릿한 항문의 고통에 멈추고야 말았다. 위희평은 다시 주름을 가혹하게 내리치는 회초리에 엉덩이를 씰룩일 뿐이었다. 태자의 매질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년! 이년!”

위희평의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이었다. 태자는 눈깔이 뒤집힌,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벌려진 항문을 때리는 회초리는 주름도 아닌 그 분홍색 속살을 휘갈기고 있었으니.

“으아아아아!”

결국 화를 참지 못한 태자가 마구잡이로 회초리를 내리치고야 만다. 엉덩이를 추켜들고 계곡을 벌리는 자세가 아무리 익숙해졌다고 한들 혹독한 매질에 위희평은 몸을 무너트릴 수밖에 없었다. 위희평이 바닥에 뺨을 처박고 끄읍끄읍 울고야 만다. 허연 엉덩이 사이 회초리가 가혹하게 내리쳐질 때마다 위희평은 엉덩이를 미친 듯이 흔들며 우짖었다.

“그, 아악! 그만, 흐으읍!”

짝! 짝! 짝! 짝!

점점 빨라지고 혹독해지는 매질에 피가 튀겼다. 방관하던 노상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태자의 근육이 도드라진 팔뚝에 매달렸다.

“놓아라!”

건물에 쩌렁하게 울리는 신경질적인 목소리. 태자가 핏방울이 송골 맺힌 회초리를 손에 들고 미간을 찌푸렸다.

“저 수치도 모르는 년을 내가 예뻐해 댔으니 내 무슨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것이냐!”

휘익. 태자가 회초리로 노상궁을 삿대질하며 일갈했다.

“너는 나를 말리지 않았어?!”

노상궁이 그때 회초리를 잡은 태자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쥐었다.

“태자 전하. 이는 노비의 몫입니다.”

태자가 머뭇거리며 노상궁을 노려본다.

“제게 맡기시지요.”

늙은 상궁은 오로지 공손한 얼굴로 태자를 응대할 뿐이었다.

“으, 음.”

태자가 짧은 침음을 흘렸다.

노상궁은 태자를 길러 온 이 중 하나였다. 아무리 황족이라고 한들 보모에게 너라고 윽박지르고 삿대질을 한 것은 죄책감이 이는 일이다. 잠시 고민하던 태자가 스르륵 회초리를 놓자, 노상궁이 그 길고 얇은 회초리를 손에 쥐고 위희평의 엉덩이 앞으로 조르르 달려나갔다.

위희평이 뺨을 바닥에 대고 있었다. 몽롱한 눈이 허공을 망연하게 바라보고 있다. 더운 숨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흐른 채로.

노상궁이 허공에 회초리를 추켜올렸다.

“하악, 하악…… 끄읍?!”

짜악!

자작나무 회초리가 유연하게 항문을 내리쳤다. 바닥에 뺨을 댄 채 숨을 고르던 위희평이 눈을 부릅뜨고 고통 어린 소리를 입 밖에 흘렸다.

“안국후는 어째서 태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셨습니까?”

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노상궁의 매질은 태자와 다르게 속살이 아닌 주름 위를 내리치는 능숙한 것이었다. 고통은 그보다 덜하나 그러나 예민한 곳을 내리치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을 리가 없다.

짜악! 짜악!

“하윽! 히익! 흐윽!”

나무 바닥을 눈물이 물들이고 있었다. 태자가 느리고 긴 숨을 내뱉으며 형형한 눈으로 위희평의 매질 당하는 항문을 바라보았다.

짜악!

“흐아악!”

회초리가 내리쳐질 때마다 항문이 벌어져 붉은 살을 벌름거리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붉은 고깃덩어리와 비슷한 모양새다. 짜악짜악 박자를 맞추어 나는 소리에 붉은 속살이 우물거리고 있었으니까.

꿀꺽.

그 순간 태자가 침을 삼키고야 만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태자의 고간이 불룩해져 있었다.

짜악짜악!

매질은 매섭게 진행되고 있었다.

“태자를 모시는 몸으로서 정조를 지키고 특별히 몸을 가꾸진 못할망정…… 어엇?”

그리고 태자는 그 선정적인 붉은 속살을 참지 못해 달려나갔다.

훈계를 이어 나가려던 노상궁이 당황에 가득 찬 소리를 냈다.

“전, 전하?!”

우악스러운 손이 희고 야들한 살을 한 움큼 쫘악 벌렸다. 태자가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후윽?!”

거칠게, 그리고 능란하게 항문을 파고든 혀를 느끼곤 위희평이 눈을 크게 뜨고야 만다. 그 순간 위희평이 절망 어린 눈을 했다.

‘아아!’

두터운 살덩어리가 항문 안을 휘휘 젓고 있었다. 항문을 쩝쩝거리며 게걸스럽게 빠는 소리가 등 너머로 들려오고 있었다. 엉덩이는 그 단단한 손에 잡혀 빼낼 수도 없었다. 하물며 저항도 아니 되리라.

그저 무기력하게 뒷구멍이 빨리게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위희평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니까. 아무 힘도 없었으니까.

하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순간이다.

“후우욱!”

콧김이 항문을 스치고 혀는 날름거리며 항문 안 깊숙한 내벽을 비비고 있었다. 위희평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엉덩이를 태자에게 내어 준 채로.

‘완전히 무너졌어.’

이 관계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

이 관계는 회복될 수 없다.

태자가 얼굴을 파묻은 살 오른 볼기가 파르르 떨려 왔다. 파멸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음녀라 매도당하며 항문을 매질당하고 그 후에 뒤를 빨리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나무 바닥을 검게 물들이는 물방울이 위희평의 숙인 얼굴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망했어.’

어찌하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연선의 얼굴, 황제와의 추억, 어린 태자를 무릎에 앉히고 놀았던 일, 과거의 영광, 망명하고 나서 아버지가 다짐시킨 일들, 이 모든 것이 뒤엉켜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그러나 위희평은 유연하게 항문을 파고들어 날름거리는 혀에, 주름을 사악사악 핥고 잘근잘근 씹는 이에 하으응 짐승의 교태로운 신음을 흘리고 허리를 비틀고야 말았다.

다리 사이 위희평의 남근이 불룩 서 있었다.

“흐으응.”

츄웁, 츕, 쩌업.

폭신한 살 둔덕에 얼굴을 파묻은 채 정신없이 항문을 빠는 태자.

엉덩이를 뒤로 서서히 빼며 태자의 얼굴을 누르는 위희평.

그 음행의 한가운데 노상궁이 눈을 빛내고 있다.

“하으응, 흐응.”

이성을 잃은 사내는 뺨을 바닥에 비비며 그 광대에 홍조를 띠었다. 노상궁은 그 몽롱해진 눈과 가끔 보이는 벌렁거리는 항문에서 뚝뚝 떨어지는 액을, 그 가슴 사이 빳빳하게 서 있는 붉은 유두를,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는 양물을 보고 얼굴을 일그러트리고야 말았다.

‘금수도 아니고, 태자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저럴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만든 것은 자신이지만 이것은 실로 천인공노할 일이다. 노상궁은 미미한 혐오감이 서린 얼굴로 그 금수의 난잡한 행위를 보았다.

“허억, 허억…….”

“하아앙!”

높은 교성이 대전을 울리는 순간 위희평의 가랑이 사이에 부푼 남근이 정액을 터뜨렸다.

항문을 빨린 것만으로 절정에 이른 사내는 사출 끝에 바닥에 풀썩 널브러지고야 말았다.

“흐, 흐응.”

위희평이 바닥에 뺨을 댄 채 거친 숨을 학학 내쉬었다. 초점이 맞지 않는 희뿌연 눈은 쾌락의 바다를 헤엄친 채다. 더운 숨을 내뱉는 입술을 벌린 채로 위희평은 척추가 도드라지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하아아.”

마치 움직일 힘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위희평은 풀린 몸을 바닥에 댄 채 오로지 숨만 가쁘게 내쉴 뿐이었다.

다리 사이 끈적한 탁액이 바닥 사이 틈새에 엉켜 있다.

한순간의 폭풍과도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정적이 물든 때다.

노상궁은 다시 침착한 얼굴로 옆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위희평은 엉덩이를 추켜든 채 몸을 떨며 쾌락의 잔여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둔부에서 입술을 뗀 태자가 굳은 눈으로 엉덩이 사이 벌어진 항문을 노려보았다.

“하아.”

깊게 숨을 내뱉을 무렵 위희평이 눈을 부릅떴다.

“아아악?!”

사정 후 나른함에 젖어 있었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진 순간이다.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 수조차 없다.

푸우욱!

갑작스레 뒤를 파고든 이물질은 남근이라고 하기에는 몹시 거대하고 굵었다.

“아, 아아아악!”

그저 위희평은 하체를 타고 올라오는 어마어마한 고통에 미친 듯이 울부짖을 뿐이었다.

“흐어어억! 흐어어어어!”

벌어진 항문에 태자의 손가락이 파고들고 있었다. 탄력이 좋은, 단련된 항문에 네 손가락을 금세 쑤셔 넣고 엄지마저 비집고 넣으려 하고 있었다. 태자의 얼굴에 시퍼런 귀기가 서려 있었다. 노상궁이 태자의 의도를 알아채고 경악해 소리쳤다.

“태, 태자!”

손의 관절이 두드러지는 가장 큰 부위가 주름에 걸려 진행을 막고 있었다. 주먹을 항문에 쑤셔 넣던 태자가 이를 아득 물고 팔뚝에 근육이 도드라질 정도로 힘을 주었다. 노상궁의 눈이 경악에 물든 순간이었다.

뜨드득.

“아아아악!”

결국 주먹이 항문에 쑤셔 넣어지고. 그 커다란 사내의 주먹은 봉긋한 엉덩이에 파묻혀 보이지 않고 둔덕 사이로 빨려 들어간다. 위희평은 그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엉덩이를 쭈욱 뒤로 쭉 빼며 높고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고통에 엉엉 우는 사내가 엉덩이를 미친 듯이 흔들며 울부짖었다.

“살려, 흐어어, 살, 살려, 끄으윽!”

살벌한 목소리가 건물을 쩌렁하게 울렸다.

“너같이 음란한 계집은 완전히 망가트리는 편이 차라리 낫겠지!”

서서히 엉덩이를 파고드는 팔. 위희평이 눈물 콧물을 쏟아 내며 어허엉 통곡을 흘린다.

“제발, 흐어어엉, 태자, 아파, 아, 아파아아앗!”

태자의 눈이 음울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래야 외도를 하지 않겠지. 망가져서 조이지도 못해 헐렁거리는 구멍에 좆을 꽂을 상대는 없으니.”

“끄, 끄윽!”

“너는 앞으로 구멍을 조일 필요가 없다. 평소에는 마개로 막아 놓고 밤에는 내 남근만을 박을 거다. 네 보지를 완전히 망가트릴 거다. 완전히 느슨해져 더 이상 다물려 있지 못하도록. 네 더 이상 구멍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그 살기 어린 말을 남기고 태자가 하얗고 봉긋한 둔덕 사이로 팔을 쑤욱 밀어 넣었다. 아아악! 고통 어린 비명에도 태자는 충혈된 눈을 부릅뜰 뿐이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이성을 잃은 위희평이 위로, 아래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볼기짝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태자는 씰룩이는 엉덩이 사이로 꽂아 넣은 팔을 비틀어 그 필사적인 몸부림에 응답했다.

음습하게 가라앉은 눈이 저 아래를 헤매고 있었다.

아아악!

높은 비명 소리!

출렁이는 하얀 살 둔덕에 핏줄이 도드라지고 단단한 팔이 박혀 있었다. 철퍽이는 젖은 살의 치대는 소리, 처절한 비명이 건물을 울리고. 위희평은 내벽을 찢어발기는 육중한 중압감과 그 안에 주먹이 퍼어억 내장을 때리는 것에 끄윽끄윽 소리를 내며 눈을 까뒤집고야 말았다. 어느새 팔은 쑤욱쑤욱 엉덩이 사이로 사라졌다 모습을 드러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근육질의 팔에 붉은 살이 휘감아 딸려 나오고 있다.

그것은 기괴한 광경이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 길고 두꺼운 팔이 엉덩이에 삼켜지고 뱉어지는 광경은…….

“망가져! 망가지는 거다!”

태자가 눈에 광기를 죽죽 흘리며 소리쳤다. 노상궁이 옆에서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흐아아아아악!”

퍼어억!

주먹이 깊게, 깊게 안으로 박혀 구부러진 내장을 직선으로 만들고 있다. 허옇게 뜬 흰자가 그 고통을 드러내고 있었다. 끄윽, 끅. 벌어진 입술 밖으로 붉은 혀를 타고 타액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서서히 흐릿해지는 시야 속, 위희평이 개처럼 입술을 벌린 채 숨을 헐떡이고야 만다.

귀가 먹먹해지고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고 있었다.

감각이 흐려졌다. 오직 퍽퍽 뱃가죽을 때리는 감촉과 귓가에 스치는, 질꺽이는 소리만 희미하게 느꼈다. 위희평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팔이 박힌 엉덩이를 추켜든 자세 그대로 기절하고야 말았다.

* * *

“너는 금수보다 못한 창녀다!”

누군가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째서 당신이 그럴 수가 있나요? 당신이 어떻게 선화와.”

누군가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위희평이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아니다! 선아 누이, 내가 원한 게 아니야! 정말로 이건 내가 원한 게.”

그 순간 내면의 어둠이 물었다.

“정말? 정말 아니야?”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위희평이 퍼뜩 몸을 떨고야 만다. 조롱이 가득 찬 목소리가 웅웅 귓가에 울렸다.

“그럼 그 수캐 받는 암캐의 자세로, 네 사랑하는 아이의 앞에서 엉덩이를 흔든 그 음탕한 계집은 누구지? 수치스러운 매질을 당하면서도 항문을 빨아 주니 좋다고 가 버린 것이 누구지? 질질 싸대는 암캐! 암캐! 암캐! 암캐!”

위희평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야!”

어둠이 소리쳤다.

“네가 선화를 유혹했어! 네 직접 이름을 지어 준 그 갓난아이를!”

* * *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내뱉고 위희평이 몸을 일으켰다.

땀에 젖어 축축한 등.

새하얀 이마와 시퍼런 핏줄이 보이는 투명한 손.

쿵쾅쿵쾅 심장이 뛰는 소리가 몸을 울리고 있었다. 위희평은 한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덜덜 몸을 떨며 침대 위에 자리했다.

한참 후에 위희평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야 만다. 그 순간 하체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고통에 위희평은 기절하기 전의 기억을 상기하고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놀란 위희평이 이불 속 제 엉덩이 두 짝 사이를 손으로 더듬는다. 손끝에 걸리는 것은 동전 하나가 들어갈 만큼 벌어진 항문이었다. 구멍의 모양은 일자의 형태였고 주름은 명란젓처럼 부풀어 원을 형성하여 항문 주위를 두르고 있었다.

‘완전히 네 음부를 망가트리겠다!’

머릿속에 스치는 것은 태자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하!

위희평이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완전히 망가진 것인가?’

제 몸을 지레짐작하고 위희평은 좌절한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더 이상 제 항문은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가. 꾸욱. 이불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는 격정을 참지 못해 이불을 손에 쥔 채, 그 어떤 강렬한 감정에 휘말려 등을 말고 몸을 떨고야 말았다. 사내의 얼굴에 자리한 것은 굴욕과 슬픔, 분노 그리고 기쁨이었다.

‘차라리 이것이 낫다!’

망가져서 마개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는 몸이라 한들 차라리 이것이 나았다. 차라리 망가져 버리는 것이 낫다. 위희평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제 씨이든 황제의 씨든 어쨌건 태자를 아들로 생각했다.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고 아들로 생각했던 이에게 뒤를 뚫리는 것도 모자라 능욕당하는 나날이 이어지자, 차라리 위희평은 뒤가 완전히 너덜거려 사내를 받지 못하기를 원했다.

아니, 차라리 흑영의 짝이 되는 것이 낫겠지!

사내의 얼굴에 퍼진 것은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웃음이었다. 실실 웃던 위희평에게 침대 옆에 조용히 앉아 있던 자그마한 체구의 여인이 입술을 열어 말을 걸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소가 사라진 순간이다.

“유 상궁께 고마움을 표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서방님. 서방님께서 기절하시고도, 한참을 늘어진 몸에 태자께서 팔을 욱여넣고 쑤셔 대는 것을 말렸으니까요.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마 완전히 망가졌을 겁니다만, 보통 사람과 다르게 서방님의 음부는 천하의 명기로 단련되어 있지 않습니까.”

여인이 앵두 같은 입술을 달싹였다.

“팔마저 잘 먹어 치우는 명기랍니다. 금세 돌아올 거라 의원이 확신하였으니 걱정 마세요.”

신음이 흐른 때였다.

“설연 누이.”

그의 아내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 북제 황실의 군주였으며 위희평과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사촌 중 하나였다.

원선견은 고설연을 위희평과 결혼시켰다. 그리고 고설연은 위희평의 유일한 아내이자 황제의 개로서 위희평을 관리했다.

백옥 같은 뺨과 가녀린 체구. 고양이처럼 살짝 올라간 눈매가 매력적인, 어여쁜 귀족 여인. 사람들은 위희평과 고설연이 잘 어울리는 한 짝이라고 했다. 신분도, 그 단아한 자태도, 아름다운 외양도 어울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위희평은 설연에게 당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새파란 입술을 달싹이며 위희평이 말했다.

“그, 그런데 어째서 내 뒤…….”

설연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음부입니다, 서방님.”

설연의 말에 위희평은 짧은 침묵 끝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 음부는 다물리지 않지?”

힘없이 말을 하고 있었다. 설연은 물수건으로 위희평의 팔과 그리고 헐렁한 가슴팍 사이, 땀에 젖은 몸을 닦으며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무리 천하 명기라 한들 팔이 들어갔으니 놀랄 수밖에요. 가장 두꺼운 항문 마개를 준비했습니다. 한동안은 그것을 끼고 다니세요, 서방님. 보름은 해야 할 겁니다.”

설연이 쓰게 웃었다.

“황제께서도 무척 노하시여 태자를 꾸중하셨습니다. 동궁에 경고를 하셨으니 당분간은 안심하시고 쉬실 수 있으실 겁니다.”

불행 중 다행이다. 항문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알 수조차 없어 위희평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야 말았다.

설연은 묵묵히 위희평의 몸을 닦아 내렸다.

정적이 두 사람을 가르고 있었다.

“엉덩이를 올리시겠어요?”

허벅지를 닦는 손에 위희평이 순순히 다리를 벌리고 가슴팍으로 허벅지를 잡아당기는 자세를 취했다. 그것은 엉덩이 사이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이는 자세지만 위희평은 이미 수치도 그 무엇도 모르는 이였으니. 하물며 설연은 이러한 위희평의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보아 왔다. 설연은 그저 엉덩이를 닦아 내릴 뿐이다.

적막이 있었다. 설연은 커다란 옥 마개를 항문에 꽂았다. 너무 쉽사리 둔덕에 빨려 들어가는 항문 마개에 위희평은 울컥한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보름 후에는 그래도 조임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검시도 받아야 하고요.”

공처럼 몸을 만 자세로 위희평이 눈을 감았다.

떨리는 숨이 내뱉어졌다. 눈을 감은 채로 위희평이 잘게 몸을 떨었다.

‘그녀는 나를 원망하는 것이다.’

하부를 닦아 내리는 섬세한 손길 너머로 고소가 엿보였다. 위희평은 항상 차가운 여인의 가면 뒤 증오를 잘 알았다. 그것은 망국과 살친의 한에서 오는 것이다.

‘연, 연선처럼.’

위희평이 눈을 질끈 감은 채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부에 닿는 부드러운 천에 눈가가 홧홧해졌다. 위희평은 울컥 목이 메는 서러움을 속으로 삼키고 과거를 회상했다.

사촌 누이와 재회하던 날.

그 백탁으로 얼룩졌던 오명의 혼례를.

* * *

“설연아, 나는 떠날 거야.”

“오라버니.”

“네 알겠지만 황숙은 나와 부왕을 미워하신다. 언젠가 황숙은 우리를 죽일 거야.”

울먹이는 어린 소녀의 등을 두드리며 어린 소년이 작게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 설연 누이. 나는 북위로 가지만 언젠가 대제로 돌아오리라. 누이, 걱정하지 말거라.”

어린 설연이 울먹이며 말했다.

“꼭, 꼭 무사해야 해요. 다시 만나는 날까지.”

위희평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위희평과 고설연은 십 년이 훌쩍 지난 후에 재회하게 되었다.

생애에 있어서 가장 기쁜 날 중에 하나인 혼례식. 경사스러운 날이자 진정한 성년으로 거듭나는 날이며 대를 잇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날이다.

“싫, 싫으으응!”

그날에 우둘투둘한 쇠몽둥이가, 봉긋한 살 둔덕을 철퍽철퍽 꿰뚫고 있었다.

침대에 엎어진, 붉은 혼례복을 입은 사내가 하으응 교성과 함께 엉덩이를 흔들며 이불보를 눈물로 적신다.

화려한 금조 비녀를 하고 주렴 면사를 쓴 여인이 풍성하고 붉은 혼례복 치마를 걷고 위희평의 뒤에 자리하고 있었다. 고간에 매단 쇠몽둥이를 엉덩이에 쑤셔 넣으며 여인은 면사 속 우아한 눈을 반짝였다.

퍼억!

엉덩이가 찌그러지고, 또다시 위희평은 하아아앙 높은 교성을 흘리고야 만다.

발 뒤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흐으응! 하응! 흐아아앙, 싫, 싫, 흐으으읏!”

바로 황제가 그 자리에서 신부에게 뒤를 뚫리는 신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위희평이 북제의 황족 정방군주 고설연과 혼례를 치른 날이었다.

붉은 초를 바르고 부럼을 뿌린 신방. 사슴처럼 눈이 큰, 가냘픈 미녀는 둥근 어깨에 피부가 우유처럼 흰 경국지색이다. 한 줌의 허리는 얇았으나 낭창하게 흔들려 야무진 허릿짓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흐응! 흐응!”

신부의 붉은 혼례복 면사를 걷어, 새까맣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에 덮은 채 여인은 흉측한 돌기가 돋은 쇠 남근을 고간에 차고 위희평을 범했다.

“싫, 흐아아앙!”

신방의 한편에 발이 쳐져 있었다. 그 너머에서 원선견이 신부에게 범해지는 신랑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개처럼 엎드려서 엉덩이를 깐 사내는 울부짖으면서도 하얀 엉덩이를 돌리며 그 어마어마한 생김새의 남근을 받아먹었다.

“흐이이이익!”

돌기가 항문을 찢어,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퍼억! 여인은 그러나 냉담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자비 없는 허릿짓을 이어 가고 있었다. 황제는 웃으면서, 절정에 사지를 뒤틀며 눈을 허옇게 뒤집는 위희평을 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첫날에는 정조를 증명해야지.”

허연 허벅지에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신부 대신에 위희평이 흘린 피다. 위희평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처절하게 울고 있었다.

“누이…… 누이…….”

북제의 황족인 고설연과 고희평은 어린 시절 같이 자란 사촌지간이었다.

“어, 어째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어째서? 어째서? 누이가?

그런 말을 하고 싶은 듯 위희평의 얼굴이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던, 기억 속 아름다운 그의 누이는 지금 골반을 잡아당기며 매섭게 뒤를 뚫고 있었다. 냉담한 얼굴로 항문을 찢고 고설연은 절정에 허덕이는 위희평의 뒤에서 허릿짓을 이어 가고 있었다.

“흐윽! 흐윽!”

허리가 움직일 때마다 엉덩이 살이 눌려 몸이 들썩였다. 골반에 찌부러진, 투실한 엉덩이 사이로 쇠몽둥이가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황제는 고요한 눈으로 그것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신랑과 신부의 하룻밤.

“데려와라.”

곁을 지키던 건장한 환관이 궁둥이를 치켜든 채 혼절한 위희평을 껴안아 올렸다. 환관이 무릎 아래에 손을 넣고 다리를 벌려 피 묻은 허연 엉덩이를 보여 주었다. 위희평은 환관의 품에 안겨 추욱 몸을 늘어트린 채 입을 다물지 못해 혀를 내민 상태였다.

허공에 벌려진 둔부 사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황제는 손을 뻗어 허연 알궁둥이 사이를 손으로 더듬었다.

미끈한 피를 손에 묻히곤 황제는 웃었다.

“순결함을 입증했다.”

허공에 덜렁거리는 다리가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혼인이 성사되었구나.”

동방화촉을 밝힌 날의 일이었다.

더럽혀진 붉은 실은 더 이상 이을 수가 없다. 위희평은 혼절한 상태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불길함을 예견한 자의, 한이 서린 눈물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제 인생을 직감한 자의 회한이 담긴 눈물이었다.

“흐, 흐흑.”

황제의 흡족한 목소리에 설연이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황제의 뜻을 받들어 성심껏 낭군을 돌보겠습니다.”

황제의 개가 되길 자원한 여인의 말이었다.

고설연은 황제의 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얼굴을 한 원선견의 아래서 고설연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원선견은 북제를 정벌했으므로, 그 어미와 어린 누이는 원선견의 손아귀에 있으므로. 고설연의 모든 것을 원선견이 통제한 셈이다.

북제를 멸망시키는 선봉에 선 것은 위희평이다.

고설연과 혼인한 위희평은 황제의 명을 받은 사촌 누이와의 혼인을 이어 나갔다. 안국후가 공처가라 세간에서 입방아를 찧기 시작한 때였다. 오직 위희평은 고설연을, 그의 아내만을 사랑한다 했으니, 첩을 두지 않는 태부에게 묻는 이들이 있었다.

“아내가 그렇게 좋습니까?”

위희평은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답할 뿐이다.

“예, 내자가 무척 제게 잘합니다.”

위희평은 여인을 절대로 사랑할 수 없었다.

“흐, 으…….”

설연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더 참으시지요.”

또옥. 또옥.

다리를 또다시 벌려 묶인 채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노상궁이 조임을 좋게 만들기 위해 강요한 훈육이다.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을 항문에 맞고 위희평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집은 더 이상 위희평에게 안식의 공간이 아니었다.

몸을 뉘일 곳마저 없다. 위희평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흐윽.”

아꼈던 사촌 동생은 가혹한 교관이 되어 위희평의 항문을 길들이고, 검시하고 있었다. 설연은 위희평에게, 자신이 그 뒤를 갈고닦아 명기로 만들겠다고 하였다. 그것이 어여쁜 물망초 같던 과거의 소녀와 같은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국화꽃에 물방울이 스며들고 있었다.

물방울을 맞는 훈육이 끝나자 설연이 위희평의 둔부를 헤치고 그 벌어진 새빨간 속살에 분홍색 꽃잎 같은 손톱을 들이밀었다.

푹신한 속살을 손가락으로 휘젓고 설연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한다.

“요즘 구멍이 몹시 느슨해졌습니다. 제대로 남근을 콱콱 무는, 조이는 명기로 만들려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위희평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거꾸로 매달린 사내의 얼굴이 피가 몰려 터질 듯 붉어져 있었다.

“유 상궁에게 배운 바가 있습니다. 낭군의 구멍을 단장하는 것이 제 소임입니다. 남근을 조이는 쫄깃한 구멍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 어떤 사내라도 낭군의 구멍에 남근을 들이밀면 참지 못해 개처럼 허리를 흔들도록, 달콤하게 녹는 속살로 만들겠습니다. 낭군께서는 부디 소첩을 따라 주세요.”

책임지고 천하 명기로 만들어 드리겠나이다.

항문을 푹푹 쑤시며 설연이 감정 없이 흘린 말이다. 그 옛날 서방의 얼굴을 상상하며 얼굴을 붉히던 소녀는 이제 위희평의 안채에서 낭군의 구멍을 단련시켰다. 조임이 느슨해지지 않게, 황제를 만족시킬 명기가 되도록 조교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위희평은 눈물이 줄줄 흐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시뻘게진 얼굴을 하고 몸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또오옥. 항문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지고, 입술처럼 열린 주름 사이 속살에 투명한 물이 흘러 들어갔다.

‘어이 그녀를 탓하랴, 어이 설연을 탓하랴.’

그저 위희평은 제 자신을 탓하며 서럽게 울 뿐이었다. 설연의 부친을 죽이도록 윤가한 것은 자신이었다.

위희평은 감히 여인을 사랑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비참한 나날 속에, 연인의 사랑은 처절하게 더러워져 바닥에 나뒹군 채다. 그저 위희평은 따르고, 따르고, 또 따를 뿐이었다.

“흐아앙!”

태자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의 일이다. 오명 속에서 위희평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몸을 바쳤다. 자택에서 부인에게 조교받고 입궁 후에는 시침녀로 몸을 바치는 삶.

설연은 그 구멍에 마개를 꽂고 아침 뒷물을 이어 나갔다. 여러 가지 기상천외한 기구들로 항문을 확장시키고 길들였다. 탄력 있게 남근을 조이도록 그 꾸물거리는 살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갈고닦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야들한 볼기를 쫘악 벌려 벌렁이는 항문에 눈을 들이대 그 모양을 살피고, 그 조임과 감도를 살피는 일. 손가락을 휘적이다 모자란 부분이 있을 때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린다거나 쇠몽둥이를 고간에 차고 위희평을 범한다거나 하는 일. 음란한 교성을 내게 하고, 여러 가지 사내를 유혹하는 자세를 취하고 엉덩이를 흔들게 했다.

“싫, 싫어, 흐으으, 누이, 설연 누이, 제, 제발!”

가끔 그 수치스러운 조교를 견디지 못해 위희평이 가는 발목을 붙잡고 울며불며 애원할 때가 있었다. 허공에 깐 허연 엉덩이 사이에 깊숙이 박힌 것은 자른 대나무 한 마디였다. 엉덩이가 흔들릴 때마다 찰랑이는 액체가 대나무 사이로 쏟아져 나왔다.

엉엉 우는 위희평을 바라보며, 설연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답할 뿐이었다.

“서방님. 서방님.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흐으윽, 흐어어엉…….”

더러워진 얼굴을 다정한 손길로 쓸어 주며 설연은 그 눈물이 머금어진 눈과 눈을 마주했다. 설연의 눈이 망국의 날을 헤매고 있었다.

여인이 앵두 같은 입술을 열었다.

“조국이 멸망하고 설연은 갈 데가 없어요. 복수할 힘도 능력도 없지요. 오라버니는 어째서 제 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앞장서셨나요?”

그 말에 미미하게 담긴 원망에 위희평은 흐어어 통곡성을 흘리고야 만다. 설연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어쩔 수 없어요, 오라버니. 누이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당장 그 궁둥이를 제게 내미세요. 마저 꽃물을 부을 테니.”

위희평은 한참을 바닥에 웅크린 채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그 누구보다 서럽고 처절한 울음을 길게 흘리며 위희평은 몸을 웅크리고 떨었다.

“흐어어엉! 허어어엉!”

그러나 비통하게 울면서도 위희평은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제게 남은 길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도망칠 수 없다.

“흐윽, 흐윽.”

도망칠 수 없다.

“엉덩이를 내놓으세요.”

이것은 제가 자초한 일이었으므로.

냉랭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엉덩이를 치켜드세요.”

흐윽, 울음을 삼키며 위희평이 고개를 푸욱 숙였다. 사내의 숙여진 머리 위로 냉랭한 시선이 꽂혔다.

위희평은 결국 몸을 돌려 설연을 향해 궁둥이를 치켜들고야 말았다.

졸졸졸. 대나무의 입구로 기울어지는 주전자의 입. 배 속을 채우는 미지근한 치자꽃물의 압박감에 위희평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설연의 증오, 소군의 분노, 연선의 죽음.

그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머릿속에 엉켜 있었다. 북제를 멸망시킨 것이 죄인가? 나와 내 부친을 핍박하고 내쫓았던 증오스러운 나라. 위희평은 그 순간 원선견과 손가락을 걸고 나누었던 맹세를 상기했다.

‘꼭 당신을 위해 천하를 통일하겠습니다.’

대나무 마디에서 물이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사내는 그저 얼굴을 일그러트려 울음을 삼킬 뿐이었다.

‘모국을 멸망시킨 대가를 받는 건가? 신의를 저버린 대가를 받는 것인가?’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다. 까드득, 위희평은 이를 악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 * *

증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절박함으로 설연은 위희평의 아내로 살아왔다. 사람들이 모르는 비화였으며 위희평이 숨겨 온 일이었다.

원선견이 명령했기에 조교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행되어야 했다. 그를 알아 위희평은 쓴웃음을 흘릴 뿐이다.

‘모든 것이 내가 자초한 일이라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위희평은 척추가 도드라지게 몸을 웅크리고야 만다. 적막이 이어졌다.

위희평은 한동안 손에 얼굴을 묻은 채 침상에 앉아 있었다.

* * *

십 년이 넘는 긴 세월 중 누려 본 적이 없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무런 조교도 받지 않고 능욕도 받지 않으며 수치스러운 행태를 저지르지 않고, 안락한 침대에 누워 창문 밖에서 흘러 넘어온 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오래전에 상실했던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비록 마개로 다물리지 않는 항문을 막고 있다지만, 위희평은 차라리 완전히 구멍이 망가져 버리기를 바라며 쓴웃음을 흘렸다. 뒷물을 하지 않고, 진시에 분변을 가릴 때만 마개를 빼고 처리를 한 뒤 다시 새로운 마개를 쑤셔 넣는다. 그것은 또 다른 굴욕이었다. 설연은 묵묵히 그 뒤처리를 하고 벌어진 항문에 고약을 발라 주었다.

“상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태의의 앞에 위희평이 희멀건 엉덩이를 까고 있었다. 의원은 한참이나 그 엉덩이의 구멍을 쑤시며 콧잔등을 찌푸렸다.

“흐음. 늘어졌던 근육도 회복되었고 사흘이면…….”

늙은 노인이 구멍을 뒤적거리면서 침침한 노안을 둔덕 사이로 들이댔다. 위희평은 수치를 느끼지 못해 볼을 붉히기는커녕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 늙은 사내 앞에 엉덩이를 벌리고 검진을 받으면서도 위희평은 수치를 모르고 있었다.

의원은 안국후부를 빠져나가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모레면 입궁이 가능할 것입니다.”

내일모레.

그 말에 위희평은 웃지도 울지도 못해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그것을 좋다고 말해야 할까 싫다고 말해야 할까.

사람으로서 제 기능을 못 할 처지에 처했건만, 위희평은 인간으로서의 회복을 바라지 않았다. 항문은 거의 다물려서 마개는 구슬만치 작아진 상태였고, 보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위희평은 그럼에도 쓸쓸한 얼굴을 했다.

‘또다시 고통의 시작.’

위희평은 속으로 다시 커다란 몽둥이를 구해다가 뒤를 망가트릴까, 고민했으나 태자와 황제의 성질을 알아 포기하고 텅 빈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휴식의 끝이었다.

“작설차예요.”

탁.

설연이 쟁반을 탁상 위에 내려놓고, 침상에 기댄 위희평에게 찻잔을 올렸다. 위희평은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고맙소.”

따뜻하고 씁쓸한 차가 부드럽게 목 뒤로 넘어갔다. 위희평은 술보다 차를 좋아하여 그 몸과 옷자락에서는 스며든 차 내음이 은은하게 풍기곤 했다.

차를 마시던 중 위희평이 쓰라린 웃음을 흘렸다.

“장모는 어찌 지내시오?”

설연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돌아가셨습니다.”

위희평이 침묵했다. 설연은 쟁반을 들고 총총거리며 방을 빠져나간다. 위희평은 작설을 더 이상 마시지 못해 탁상 위에 올려놓고 입에 머금은 찻물을 침상 옆에 뱉고야 말았다.

짧고도 달콤한 휴식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위희평은 자택의 느티나무 아래를 걸으며 그 옛날의 추억을 회상했고, 가끔 읽지 못했던 책이나 편지를 읽으며 마음을 되잡았다. 생활이 바빠 돌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먼저 연락하여 사담을 나누었다.

“바쁘셔서 완전히 저를 잊은 줄 알았습니다.”

상장군이던 당시의 부관이자, 현 좌장군인 금철이 하는 말이다. 눈이 쇠고리처럼 부리부리하고 눈썹이 진하게 솟은 사내는 거의 7척 가까이나 되는 장신에 근육이 우락부락한, 천상 장군의 생김새였다. 위희평의 편지를 받고 쏜살같이 달려온 모양이 그 섭섭함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북제를 정벌할 때 한솥밥을 먹고 천막을 가까이 쓰던 위인이다.

위희평은 툭 금철의 넓고 단단한 어깨를 치며 웃었다.

“미안허이.”

금철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태부께서 태자 전하를 성심성의껏 자식처럼 돌보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다들 그 헌신과 충심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위희평이 잠시 굳은 얼굴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하던가.”

금철이 그 순간 안색을 굳혔다. 위희평을 바라보는 눈은 잠시 흔들리고 있었다. 쓸쓸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이는 위희평은 그 시절과 다르게 몹시 유아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 새하얀 옷에 가려진 몸은 어쩐지 단단하다기보단 부드럽고 또 야들할 것만 같다. 먹물처럼 새까만 흑발이 흰 비단 같은 뺨을 사륵 가리고 있었다. 금철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려 했다. 은근히 돌아다니는 추문은, 아니다. 금철이 그 순간 생각을 자르고 다시 웃는 얼굴을 했다.

“태자태부께서는 충신이시니까요.”

후정의 나무가 드리운 고즈넉한 정자에서 금철과 사담을 나누고, 밤늦게서야 신의를 쌓은 부하를 보낸 위희평은 새삼 복잡한 마음에 얼굴을 미미하게 일그러트리고야 만다.

이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날이 언젠가 있었는데.

위희평은 항상 과거를 되돌아보는 미련한 인간이었다. 잃어버린 과거는 이제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희평은 그리 행동했다.

금철이 돌아가고 설연이 위희평을 향해 작게 꾸중했다.

“서방님은 이제 황가의 사람인데 어찌하여 외간 남자랑 한 자리에 있습니까. 깨끗한 몸과 이름을 위해 사내와 단둘이 있으면 안 됩니다.”

위희평은 입술을 다물고 무거운 침묵을 이어 나갔다. 긴 침묵 끝에 위희평은 말문을 열었다.

“미안하오, 부인.”

위희평이 텅 빈 미소를 지으며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앞으로는 사내와 단둘이 자리하지 않겠소.”

보름이 끝나던 때, 노상궁은 안국후부에 화공을 보냈다.

위희평은 침상 위에 엉덩이를 깐 채 화공의 앞에서 또다시 엉덩이 골을 보여야 했다. 너무나도 익숙해진 익숙한 자세라 위희평은 그 갈색 주름이 화공의 시선에 정확히 닿는 각도로 그 살 둔덕을 벌리고 있었다. 찌그러지는, 짜글짜글한 주름은 바로 엉덩이 골을 야무지게 잡아당긴 손 때문에 변형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모양새는 평소처럼 국화꽃 모양으로 다물려 있었다.

화공은 예리한 눈으로 엉덩이 골 사이를 바라보며 쓰윽쓰윽 수치스러운 곳의 그림을 그렸다. 짜글짜글한 주름 하나하나를 연한 갈색과 분홍색의 물감으로 섬세하게 묘사하여 종이를 물들이고 있었다.

엉덩이를 벌리고 있는 위희평의 표정에는 수치가 없었다. 그는 그저 화공이 그림을 편하게 그릴 수 있도록 엉덩이를 높게 치켜든, 익숙한 자세를 유지할 뿐이다.

이것은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찰 때마다 주기적으로 하던 일이었다. 노상궁은 더 이상 조교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여 화공에게 주기적으로 그 구멍의 모양새를 그려서 보고하라 명했다.

갑작스러운 사건 탓에 저번 달 보고를 걸렀으니 노상궁은 혹여나 명기로 단련시킨 위희평의 구멍이 늘어졌을까 봐 무척 염려하였다.

그림 속에 찌그러진 갈색 주름이 몹시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다 되었습니다.”

위희평은 그 말에 쌀가루 반죽을 주물럭거린 것같이 부드럽고 통통한 엉덩이를 발바닥 위에 철퍽 올려놓았다. 고정된 자세로 몇 각을 있었던지라 다리가 저릿한 것이다. 위희평은 으음 나른한 숨을 내뱉고, 허공에 벌려져 그 속이 건조하게 마른 구멍을 더듬어 살폈다.

그 손길은 화공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었다.

무릎을 꿇은 채 허리를 펴고, 엉덩이를 부드럽게 매만지는 자세란 저절로 염기를 흘리는 것이었으니까. 그것은 등이 앞으로 휘어져 통통한 가슴이 드러나는 자세였다. 헐렁한 침의 사이 꼿꼿하게 선 붉은색 유두를 흘끗 훔쳐보며 화공이 남몰래 꿀꺽 침을 삼켰다. 위희평은 마치 화공 앞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 색기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오랫동안 위희평을 지켜보았던 화공이다. 처음에는 뻣뻣하게 굴며 엉덩이를 내밀면서도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수치스러워했던 위희평은, 어느새 익숙하게 볼기를 내밀고 벌렁거리는 항문을 보였다.

바로 지금처럼.

꿀꺽.

화공이 위희평의 묘하게 색기 있는 모습을 연신 힐끗거리고 있었다. 눈가에 요염하고 나른한 기색이 감도는 듯도 한 것이, 남색을 즐기지 않는 화공마저 동요케 한 것이다. 요즘 화공은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도 가끔씩 참을 수 없는 정욕을 느끼곤 했다. 화공이 사타구니 사이로 치솟는 불기둥을 느끼고 더듬더듬 말했다.

“이,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젖은 주름에 손가락을 꽂던 위희평이 그제야 화공의 존재를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수고하게.”

드르륵.

열린 문 사이로 황급히 빠져나가며, 화공이 마지막으로 방문 안의 위희평을 힐끗 훔쳐보았다. 새하얀 엉덩이가 빼꼼 바지 밖으로 빠져나와 위희평은 그 부드럽고 요망한 두 살덩어리 사이를 손으로 매끄럽게 쓸고 있었다.

‘요망한 년.’

화공은 불꽃처럼 샘솟는 색욕을 느끼고 절뚝이는 발걸음으로 빠르게 안국후부를 빠져나갔다.

그다음 날이었다.

“강녕하셨습니까?”

“으음.”

위희평이 제 앞에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노상궁을 보며 창백한 얼굴을 했다. 위희평을 덤덤히 바라보던 노상궁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위희평의 색기가 감도는 얼굴을 보고 감탄한 것이다. 노상궁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휴식이 약이 되었구나.’

새하얀 침의를 입고 나른하게 침상 위에 앉아 있는 위희평은, 휴식을 취한 자의 살 오른 혈색이 감돌아 어쩐지 더욱 요염해 보였으니. 그 얼굴을 마주하곤 노상궁은 속으로 고심했다.

‘가끔씩 휴가를 허하는 것이 나으려나.’

하긴, 십수 년 휴식 한번 없이 달려왔으니. 가끔 쉴 시간을 주는 것이 황가의 일족을 위해서도 좋으리라.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던 노상궁이 고개를 절레 흔들어 생각을 뿌리쳤다. 그것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중요한 일은 따로 있지 않나. 노상궁이 다시 공손한 얼굴로 돌아와 품에 든 상자를 내려놓았다.

오늘은 이것이 목적이다.

“태자 전하께서 많이 화가 나 있으십니다.”

노상궁이 내민 상자를 열고 위희평은 조개처럼 입술을 다물고야 말았다.

그것은 끝이 남근 모양으로 양각된, 털이 새하얀 붓이었다.

위희평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노상궁은 고개를 조아리며 말을 이었다.

“마땅히 섬기는 사내의 기분을 풀려 아양을 떠는 것이 황가 사내의 시침을 드는 여인의 본분 아니겠습니까.”

위희평은 그 붓을 앞에 두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그 마음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노상궁은 그저 태연한 안색으로 몸을 조아리고 있었다. 동상이 되어 노상궁을 노려보던 사내는 결국 새파란 입술을 달싹이고야 말았다.

“아, 알았네.”

위희평이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위희평은 붓이 든 함을 쥐고 노상궁을 따랐다.

“아름다우십니다, 안국후.”

위희평을 치장해 주던 궁인은 조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전하의 심기가 불편하니 부디 그분의 기분을 세심하게 풀어 주세요.”

완전히 나를 태자의 여인으로 생각하는구나. 위희평은 그저 웃을 뿐이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들은 위희평이 어떻게 수치를 당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들에게 위희평은 더 이상 상장군이 아니었다.

자포자기한 사내는 노상궁의 명에 따라 매미 날개처럼 얇고 투명하며 헐벗은 옷을 걸치고 연지로 붉게 유실을 물들였다. 태자를 위해 치장을 하고 태자의 기분을 풀기 위해 아양을 떨 준비를 하고야 말았다. 위희평은 또다시 나락 속에 떨어질 제 처지를 예감하고 허탈하게 웃고야 말았다.

그러나 도망칠 수 없다.

태자궁 앞에 자리했다.

“전하, 전하. 안국후께서 전하의 기분을 달래 드리려 준비한 것이 있답니다.”

달래는 듯한 노인의 목소리에 위희평은 그저 종이가 발린 문 앞만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제는.

침묵 끝에 무뚝뚝한 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라.”

드르륵.

문이 열리고 위희평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은 채 문턱을 밟았다.

절망의 도래였다.

* * *

먹물이 스며든 하얀 붓털에서 검은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허옇고 오동통한 허벅지와 곧게 뻗은 다리가 종이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내는 허벅지를 나풀하게 가리는 붓을 꽂은 채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하늘하늘한 옷을 걷고 있었다.

다리 사이에 붓이 꽂혀, 붓털이 꼬리인 양 내밀어지고 있었다.

푸욱.

태자가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위희평의 다리 사이 꽂힌 붓을 쥐고 항문을 찌르고 있었다. 위희평은 그저 허벅지를 사륵 가리는 헐벗은 옷을 걷은 채, 항문을 쑤시는 붓끝이 선사하는 쾌락을 참아 낼 뿐이다. 부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눈을 질끈 감고, 입술로 뜨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위희평은 하체를 잠식한 쾌락에 응읏 신음을 흘리며 저항했다.

“후욱.”

태자가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노상궁의 발 옆에 수많은 글씨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 방금까지 태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위희평이 써 내린 붓글씨의 흔적이다. 위희평은 태자의 앞에 쪼그려 앉아 제 손으로 엉덩이 사이에 붓을 넣고, 곱게 간 먹물을 붓끝에 적시고 종이 위에 앉았다.

그리고 태자의 앞에서 쉴 새 없이 엉덩이를 씰룩이며 글씨를 써 내렸다.

오로지 태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부정한 여인에게 상처를 입은 사내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위희평은 수치를 참고 눈을 질끈 감으며 엉덩이를 흔들어야 했다. 그는 방금까지, 붓을 꽂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어 저번에 비해 제법 정갈한 서체의 글씨를 써 내려갔다.

“보십시오, 안국후께서 전하를 기쁘게 하기 위해 기예를 연마해 오셨습니다.”

호들갑을 떠는 노상궁의 말이 듣기 싫어 사내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저 글씨를 쓰는 것을 이어 나갈 뿐이었다.

처음에 그 광경을 무심한 눈으로 관람하던 태자는 출렁이는 허연 엉덩이에 서서히 붉어진 눈을 빛내며 콧김을 후욱 내뱉었다. 붓글씨는 반 시진이 넘게 이어졌다. 태자의 허가만을 기다리며 엉덩이를 씰룩이던 위희평은, 마침내 내려진 태자의 되었다는 명령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수치스러운 일이 끝난 것이다. 이제 해방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위희평에게 태자는 저벅거리며 다가왔다.

“응, 흐으읏!”

그리고 지금 태자는 종이 위에 서 있는 위희평의 다리 사이에 꿇어앉아 살 둔덕에 박힌 붓을 푸욱푸욱 쑤시고 있었다. 태자의 얼굴은 무심한 듯하나 그 눈 안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깊은 정염과 분노가 섞인 것이다.

푸우욱! 항문에 깊게 꽂혀 내장을 쿡쿡 찌르는 붓끝에 위희평은 아아, 숨을 내뱉으며 허벅지를 부르르 떨고야 말았다.

위희평은 몸을 무너트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볼기에 우물이 파이게 움푹 힘을 주고 있었다. 무자비하게 달아오른, 사내를 한동안 담그지 않은 우물을 시원스럽게 긁는 남근에 그 새초롬한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고 위희평은 고개를 꺾고야 말았다. 어느덧 서서히 벌벌 떨려 다리를 구부리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광대를 붉게 물들인 채 아아앙, 입 밖으로 교성을 내뱉는 위희평의 모습에 태자는 비죽 웃으며 그 통통한 엉덩이를 철썩 내리쳤다.

“여전하십니다, 스승님.”

그 말에 여전히 냉랭함이 감돌고 있다. 태자는 붓을 뽑아 바닥에 내던지고 시큰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시에 위희평이 하아악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흐, 흐응.”

몽롱한 눈은 초점 없이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위희평은 자리에 엉거주춤 엉덩이를 뺀 채 다리를 떨고 있었다. 태자의 명령을 기다리며 숨을 헐떡인 채로. 그는 제 운명을 결정지을 어린 청년의 눈치를 불안한 얼굴로 살폈다.

노상궁이 재빨리 조르르 달려와 태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외에도 다른 기예를 연마하셨습니다.”

“흠.”

태자의 얼굴은 그러나 미심쩍은 기색이 역력하다. 위희평을 힐끗 보는 눈에 불편함이 가득했다. 그 기색을 읽은 노상궁이 파들파들 떨고 있는 위희평의 다리를 꾹 찍었다.

“엎드리세요.”

이렇게 살아야 하나?

노상궁의 손길에 이끌려 몸을 엎드릴 때 든 생각이다. 위희평의 머릿속에는 회한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전하께서 이것으로는 화가 풀리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힘없는 얼굴로 위희평이 엉덩이를 추켜올렸다.

어째서 이런 처절한 삶을 이어 나가고 있나.

연선의 아들을 살리고자 함인가.

태자를 아들로 생각해서 그 핏덩어리를 애지중지 어여뻐 했나.

그러나 위희평은 거부할 수 없었다. 죽을 수조차 없었다. 숨을 끊는다면 태자와 그리고 제 수하들과 아내를 죽이겠다는, 시집간 누이의 삼족을 멸하겠다는, 부모와 연선의 무덤을 파헤치겠다는 황제의 말은 둘째 치고 기력이 없었다. 이 부덕한 현실로부터 도망칠 기력조차 없었다.

태자를 위한 지극한 마음에 모든 것을 감내했다. 그것은 십수 년간 위희평의 삶의 이유가 되었다. 지금 그 마음이 무뎌져 희미해진 순간에도 위희평은 그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것이 아니면 왜 내가 그 고통을 겪었지?’

나는 태자를 사랑한다, 태자를 살려야 한다. 연선의 아들을 바로 나의…….

주문과도 같은 말을 외고 있었다. 그 다짐을 외는 위희평의 눈은 말의 간절함과는 반대로 텅 비어 있었다. 감흥 없는 얼굴로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태자를 살리기 위해 지금껏 살아왔다. 조금만 더 있으면…….’

그리고 현실이다.

수치심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쾌락에 몸을 무너트리지 않으려 긴장시켰던 근육의 아픔. 위희평은 몽롱한 정신 속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노상궁은 그 둔덕 사이를 벌리며 항문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치켜든 동그란 엉덩이가 움찔거렸다.

“자아, 노비가 궁중에 오래 기거하면서 궁중의 방중술을 정리한 적이 있답니다. 수많은 여인의 음부를 상중하로 나뉘어 관리했으나 안국후의 엉덩이는 그중 제일이지요.”

손가락으로 항문을 푹푹 쑤시며 노상궁은 달래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렇게 음탕한 몸을 지니고 안국후가 외도를 하였으니 얼마나 기분이 상하셨겠습니까? 하지만 요 요망한 구멍은 천하제일의 명기인데 태자께서 버리시겠습니까? 참말로요?”

태자의 얼굴이 찌푸려진 순간이었다.

“그년이 나를 또 배신했어.”

얼어붙은 목소리와 다르게 눈은 푹푹 손가락이 쑤시는 작은 구멍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자의 시선이 빤했다. 그걸 아는 노상궁이 몸을 웅크리며 위희평의 귓가에 속삭인다.

“안국후, 얼른 태자께 요 앙큼한 구멍으로 애교를 부려 보세요. 얼마나 잘 조이는 명기인지 끔뻑이고 엉덩이를 돌려 보세요.”

바닥에 엎드린 사내의 얼굴에 웃음과 울음이 함께 스며들어 있었다. 이 잔혹한 여인이 무엇을 강요할지, 또 어떤 수치와 능욕을 이어 나갈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겠지.

작게 다물린 항문이 태자의 시야 속에서 뻥긋거렸다.

“이 얼마나 귀여운 구멍입니까.”

푸욱푸욱 붉은 살이 삐져나오는 항문을 무자비하게 검지로 쑤셔 대며 하는 말이다. 노상궁은 위희평을 재촉하여 그 엉덩이를 흔들게 하고 또 항문에 힘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게 했다. 살랑살랑 허공에 흔들리는 엉덩이에 태자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태자의 얼굴이 다른 의미로 굳어져 가는 것을 깨달은 노상궁이 아예 그 찰떡 같은 엉덩이를 손에 쥐고 으깨듯이 세게 주물렀다.

“안국후의 신음 또한 어찌나 간드러지는지요?”

위희평은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며 입술 밖으로 교성을 흘렸다.

“하앙, 하앙……!”

주름 가득한 손이 밀가루를 반죽한 듯한 부드러운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엉덩이가 더욱 세차게 좌우로 씰룩이도록 노상궁이 엉덩이를 잡은 손을 움직였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왕복하는 엉덩이 사이 갈색 찌그러진 주름을 잡아당기는 손길. 용암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붉은색 녹진한 살을 태자의 시선에 의기양양하게 내놓으며 노상궁이 입을 열었다.

“전하, 전하. 이 사내를 녹이는 난잡한 구멍이 두툼한 양물을 원하고 있습니다.”

“후으응, 하앙…… 흐윽…….”

신음 사이에 울음이 묻어 나오고 있다. 노상궁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이끌려 엉덩이를 휘휘 휘두르고. 부끄러운 부위에 꽂히는 시선이 적나라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위희평은 자신이 하는 행위가 짐승도 하지 않을 수치스러운 행각인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흐, 흐윽.”

끝나지 않을 모멸적인 행위에 위희평은 결국 서러움에 흐어엉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철썩!

서러운 울음에 노상궁이 새하얀 엉덩이를 내리치며 엄하게 소리쳤다.

“멈추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흐윽 눈물을 흘리며 위희평이 팔뚝에 얼굴을 묻었다. 허공에 솟은 엉덩이가 파르르 떨리고 있다. 위희평은 꾸욱 눈물을 참고 벌어진 항문을 뻐끔거렸다.

그 앞에 자리한 태자의 얼굴이 기이한 욕망으로 달구어져 있었다. 쉴 새 없이 옆으로 씰룩거리는 허연 엉덩이와 뻐끔거리며 애교를 부리는 국화꽃 모양의 항문. 치켜든 엉덩이에 스륵 흘러내려 간 얇은 침의는 유연한 허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둔부와 허리, 가슴에 이어지는 곡선이 고혹적이었다.

꿀꺽.

목울대가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아흐응 들려오는 교태로운 신음에 태자는 짐승의 눈을 빛내고야 만다.

“전하, 안국후가 전하를 위해 이토록 어여쁜…….”

노상궁의 말이 끊겼다. 태자는 바로 노상궁을 가볍게 밀치고 손짓을 한다. 바지를 다급하게 끌어 내리고 불쑥 솟아난, 거대한 남근을 손에 쥐며 그 푸짐한 엉덩이 앞에 섰다.

“후욱!”

콧김을 소처럼 뿜으며 태자가 충혈된 눈을 번뜩였다. 둔덕 사이 꾸물거리는 붉은 내벽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마침내 태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해 남근의 끝을 조준했다.

“흐으으응!”

높은 신음이 울렸다.

쑤우욱. 익숙하게 그 거대한 크기의 남근이 새하얀 살 둔덕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허연 엉덩이를 씰룩이며 위희평은 쾌락이 묻어 나온 신음을 입술 밖으로 흘렸다.

하악.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숨소리.

새하얀 뺨을 타고 턱에 고이는 땀방울.

엎드린 사내는 몽롱한 얼굴에 은은한 홍조를 띠고 있었다. 새빨간 입술 아래를 핥는 혀가 선분홍색이었다.

태자의 손이 위희평의 골반과 엉덩이를 부여잡고 있었다. 흥분이 죽죽 묻어 나온 얼굴을 한 채 태자는 눈을 부릅떴다.

엉덩이를 가른 불기둥이 움직였다. 허릿짓이 시작되고 있었다.

“허억, 허억!”

건물에 울리는 쩌억쩌억 질퍽한 소리.

하으응. 사내의 것과 여인의 것 중간 언저리에 있는, 열락이 묻어 나오는 신음.

후우욱! 태자는 아랫배부터 차오르는 뜨거운 열기를 못 이겨 콧김을 내뿜고.

“후으응!”

짐승의 정사가 찔꺽이는 소리를 내며 이어졌다.

찹쌀떡같이 동그란 엉덩이가 수풀을 문지르고 있었다. 원을 그리며 태자의 단단한 아랫배를 문지르고, 위희평은 정신없이 ‘아아!’ 높은 신음을 흘리며 눈을 풀었다.

그 옆에서 노상궁이 섬뜩할 만치 고요한 눈으로 그 정사를 관람하고 있었다. 저에게 박는 이가 누구인지도 잊고 쾌락에 궁둥이를 흔드는, 몽롱한 얼굴의 사내와 그리고 제가 범하는 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미친개처럼 허리를 흔드는 어린 청년의 정사를.

노상궁이 비죽 웃었다.

짐승의 정사는 길게 길게 이어졌으며, 두 개의 남근에서 동시에 터진 끈적한 정액을 마지막으로 막이 내렸다.

“으으으응!”

엉덩이를 수풀에 끈적하게 비비며 눈을 푸는 사내의 홍조 띤 얼굴.

“후우욱!”

벌게진 뺨을 하고 마침내 새하얀 등에 몸을 무너트린 태자의, 욕망이 번들거리는 눈.

위희평의 다리 사이 끈적한 정액이 바닥을 향해 푸슛 하고 날아갔다. 몽둥이가 박힌 살 둔덕 사이로 꾸덕한 정액이, 구멍의 미세한 틈새로 질질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한참의 정적이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뱉는 위희평의 안에서 서서히 거대한 크기의 남근이 빠져나왔다. 항문 밖에서 축 늘어지는 성기를 부여잡고 태자는 거친 숨을 헐떡였다. 태자는 엎드린 사내의 앞에서 눈을 감았다.

쾌락의 잔여에 압도당한 몸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위희평은 바닥에서 움찔움찔 몸을 떨고 있었다.

색사 후 두 사내의 몸이 각자의 방식으로 동요하고 있었다.

“후우.”

침묵 끝에 태자의 입술에서 긴 한숨이 흘렀다. 새빨개진 얼굴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 때 태자는 감은 눈을 뜨고 바닥에 엎어진 위희평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정액이 꿀렁하게 쏟아져 나오는 항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대자로 엎어진 사내. 추태도 모르고 몸을 정리할 생각조차 못 한 채 부르르 개구리 뒷다리 같은 두 다리를 떠는 위희평의 모습.

태자가 그 모습을 잠시간 깜깜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바닥에 널브러진 새까만 머리카락을 바라보던 태자가 손을 뻗어 그 부드러운 머리칼의 끝을 부여잡는다.

“다시는.”

그 정향이 나는 머리카락 끝에 입을 맞추며 태자가 눈을 형형하게 빛냈다.

“외도하지 마십시오.”

스르륵 손에서 빠져나오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입술 끝을 비틀고 하는 말.

“스승께서는 제 계집입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태자는 건물을 빠져나갔다.

차디찬 바닥에 널브러진 사내를 힐끗 바라보던 노상궁이 조르르 태자의 뒤를 따라나섰다.

정적이 태자궁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두운 태자궁 안 새하얀 엉덩이가 잘게 떨리고. 무거운 침묵 끝에 작디작은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흐, 흐흑.”

위희평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더듬거리는 손을 말았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위희평은 그러나 고통을 몰라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처절한 울음을 흘릴 뿐이다.

참을 수 없는 절망의 바닥을 기고 있었다. 벌레처럼 태자궁의 바닥을 피 흐르는 손바닥으로 더듬이며 위희평이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이, 이제 싫어.’

진심이 사내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위희평은 한참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 * *

각오는 하고 있었다.

태자가 위희평을 용서하고, 또다시 능욕의 나날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위희평이다. 그러나 그는 갑작스러운 황명을 받고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날 태자궁에 비밀스러운 서신 하나가 전달된 것이다. 위희평의 태자궁 출입을 한동안 금한다는 황제의 어명이었다.

그것은 위희평에겐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나, 위희평은 쉽사리 마음을 놓지 못했다. 황제가 자신을 이리 쉽게 놓아둘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감에 떤 것이다.

태자가 얼마나 발악을 하고 거부를 했을지, 그 독 오른 짐승이 저를 어떻게 또 괴롭힐지에 대한 상상도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학대당한 이의 마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황제는 위희평을 찾았다.

위희평은 또다시 엉덩이를 까고 구멍을 검사받았다. 황제는 그 녹진한 속살을 한참을 휘적거렸다. 한참의 검사 끝에 황제는 손가락을 빼내고 짧게 말했다.

“다행이구나.”

위희평은 속으로 제 구멍의 조임이 역시 황제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리라, 생각을 품으며 자조 어린 얼굴을 하고야 만다. 언제부터 이런 관계가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진정한 벗이었던 소군은 제가 아닌, 오로지 남근을 받을 구멍의 조임만을 걱정하고 있었으니.

“이제 서서히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쓸쓸한 생각을 하던 위희평의 귓가로 나지막한 사내의 목소리가 흘렀다.

“삼 개월을 주었다. 네게.”

태자를 유혹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텐데.

그 잔혹한 말에 위희평은 한참을 침묵하였다.

무겁고 잔인한 정적 끝에 떨리는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태자를, 유혹하겠습니다.”

황제는 말없이 엉덩이 사이 그 혹사당한 항문을 보고 있었다. 그 부풀어 올라 퉁퉁 부은 입구가 그날의 고통을 알려 주고 있었다.

황제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는 순간이다.

금붕어 입처럼 부풀어 오른 항문을 보며 황제가 그날의 일을 회상했다.

황제는 태자가 위희평의 엉덩이에 팔을 쑤셔 넣었다는 보고를 받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는 네가 무능력하다 하여 완전히 네 계집을 망가트리려는 게냐!”

치솟는 울화를 참지 못해 태자를 불러 노성을 터뜨리고 꾸중하였다. 태자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할 말이 많은 듯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부황의 화를 감내했다. 반항의 기색이 서려 있는 태자의 눈초리를 노려보며 황제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너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구나. 네게 딸린 계집을 다룰 때 때려죽이는 방법만을 사용하고 있어. 여인은 섬세한 이다. 짐이 네 모후를 어찌 대하였느냐. 그 계집이 네 모후만큼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배를 터뜨려 죽일 거냐?”

비웃음에 태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다면 네 미숙함이다. 못난 놈.”

태자는 한참을 몸을 푸들 떨더니 ‘송구합니다’ 말을 남기고 대전을 빠져나갔다. 성큼성큼 빠져나가는 태자의 등을 잠시 노려보던 황제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제가 팔로 꿰뚫은 것이 누구의 엉덩이인지도 모르고.’

팔걸이를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황제의 눈이 암울하게 가라앉았다. 생각의 바다를 헤매고 있었다. 숨을 느리게 내뱉고 황제는 위희평이 울며 제 엉덩이를 쑤시던 광경을 떠올리며 입매를 딱딱히 굳히고야 말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남은 것은 한 달 보름이다.”

황제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지막 날이 지나면 나는 태자에게 알릴 것이다.”

위희평은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떨었다.

황제가 차가운 눈으로, 그러나 그 안에 희미한 일렁임과 연민이 깔린 눈으로 옛날의 붕우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그러나 더 이상의 말을 내뱉지 않고 안국후부를 빠져나왔다. 절망에 가득 찬 위희평만을 남긴 채로. 황제는 표홀한 걸음으로 안국후부의 문턱을 밟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정적이다.

의자에 걸터앉은 위희평에게 설연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서방님. 태자궁의 전령입니다.”

텅 빈 사내의 얼굴에 미약한 빛이 감돌았다.

“태자께서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설연이 내민 나무함을 바라보며 위희평은 입술을 한동안 굳게 다물었다. 목함 속에 담긴 것은 화려한 비단으로 만든 옷가지와 금은보화를 화려하게 가공한 패물이었다. 시선은 하얗게 반짝 빛나는 금강석 끝에 장식된, 세모꼴의 마개를 마지막으로 멈추었다.

선물에는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담겼지.

침묵 끝에 위희평은 날카로운 조소를 흘렸다.

“감사하다고 전하여라.”

전령이 수고비를 가지고 안국후부를 빠져나가고 위희평은 한동안 사람을 물리고 침상에 엎드려 침묵을 지켰다. 침상 위, 패물과 비단옷이 든 목함을 널브러트린 채로. 위희평은 길디긴 상념에 잠겨 쓰러지듯 침상에 얼굴을 묻고 움직이지 않았다.

절망과 고통에 찬 시간을 지킨 것은 설연이었다.

위희평이 자리한 방 앞, 문을 묵묵히 지키며 설연은 속내를 짐작할 수 없이 고요한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굳이 위희평을 재촉하지 않았다.

‘어차피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이니.’

설연이 눈을 깊게 가라앉힌 채 굳게 닫힌 문을 노려보았다.

“어찌할까요?”

시비의 말에 설연이 입술을 열었다.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자.”

그리고 해는 서서히 서쪽으로 넘어갔다. 붉은 파도가 너울지는 일몰의 때. 설연은 마침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향했다. 바닥에 무릎 꿇은 채 힘없이 침상에 얼굴을 묻고 있는 위희평의 모습이 설연의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 만큼 처연한 것이다.

텅 빈 같은 인형과도 같은 것.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설연이 심호흡을 했다.

낭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음부를 조련할 때입니다.”

위희평은 응답하지 않았다.

“별채로 가시지요.”

설연은 그 말을 끝으로 위희평의 답변을 기다렸다. 무언의 거부와 무언의 강요가 자리하고 있다. 침묵 속 치열한 싸움 끝 위희평은 힘없는 목소리로 항복의 의사를 표했다.

“가자.”

별채로 간 위희평은 거꾸로 매달려 항문에 물방울을 맞아, 그 조임을 단련했다. 설연은 얇고 기다란 쇠 봉으로 항문을 푹푹 쑤셔서 위희평의 입에서 신음이 흐르는 곳을 찾았다. 화공이 그린, 구불거리는 내벽 위에 붉은 점을 쿡쿡 찍어 대며. 고설연은 입을 열어 감정 없는 목소리를 흘렸다.

“서방님. 음부에 힘을 주세요. 아직도 세 개의 계란이 배 속에 남았습니다.”

조교는 평소처럼 이어졌다.

위희평이 쪼그려 앉은 채로 엉덩이에 힘을 주고 있었다. 눈처럼 새하얀 나신이 붉게 물들고. 온몸에 근육이 도드라지고 요염한 눈가에 눈물이 아롱 맺혀 있다. 갈색 주름 사이, 타원형의 매끈한 계란이 박혀 있었다.

“아흐으응!”

새하얀 계란이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고, 설연은, 으깨져 노른자와 흰자가 분리된 계란에 엄한 얼굴을 했다.

“계란이 부서졌습니다.”

냉기 어린 목소리에 위희평이 고개를 푸욱 숙였다.

“한 번 더 넣겠습니다. 계란을 뭉개지 않게 유의하십시오.”

마저 두 개의 계란을 내뱉고 또다시 설연에 의해 스무 개의 계란을 배 속에 품고야 말았다. 위희평은 단상 위에 또다시 올라 쭈그려 앉고 계란을 산란해야만 했다.

설연이 그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흐, 응.”

입술 사이로 사투하는 자의 격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땀방울이 창백한 이마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며 위희평이 경련이 이는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아, 아아.”

그리고 그 순간 위희평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 하나.

불쑥 그의 마음속 한편을 점거한 어두운 마음.

“흐, 으읏.”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고된 육체, 고된 마음.

얼마 전까지 항문이 닫히지 않는 치욕을 겪고 잠깐의 휴식을 맛보았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맛보는 평화였다. 그간 잊었던 일상이었다. 위희평은 일상의 달콤함을 맛보고, 성노예로 살던 그 십수 년간의 기간 중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흔들리고야 말았다.

부덕한 마음이 귓가에 속삭였다.

‘이 치욕을 견딜 테냐?’

위희평이 몸을 부르르 떤다. 목소리는 사근하게 말을 이었다.

‘차라리 태자의 첩이 되어 예쁨받는 게 더 나을 게다.’

붉은 입술 사이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짐승의 마음이 배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꽈리를 튼 독사가 배 속에 자리하여 사독을 내뿜고 있다. 단 숨을 내뱉고 위희평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독사가 속삭이고 있었다.

“흐, 읏.”

수도 없이 사내를 받은 몸은 부인할 수 없이 색기를 흘리고 있었다. 황제를 홀려 차라리 그의 성노리개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위희평은 황제가 자신을 증오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흐으응…….”

계란의 머리가 그 항문 사이 삐죽 나와 있었다. 신음을 흘리는 사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태자의 첩이 되어, 모든 것을 잊고 그 아이의 예쁨을 받을까?

어여삐 여겨져, 어화둥둥 귀히 여겨지며 오로지 태자의 여인으로 살까?

그 사랑하던, 작고 쭈글쭈글하던 핏덩어리. 저보고 베에 웃던 갓난쟁이를 떠올리고야 만다.

끄읏.

위희평의 팔뚝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태자의 첩으로 산다면 차라리…….’

그리고 머릿속에 어른거리는 것은 태자가 선물한 패물과 비단옷이었다. 그것을 탐내는 것이 아닌, 그 마음을 엿보고 있었다. 거친 숨을 내뱉었다. 몸이 떨리고 있었다.

태자가 저를 예뻐한다면, 그래서 능욕을 멈추고 그저 보통의 연인처럼 안아 주기만 한다 하여도.

위희평의 눈이 일렁이고 있었다.

‘차, 차라리.’

데구르르.

계란이 바닥을 굴렀다. 위희평의 머릿속이 검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생각의 바다를 헤매고 있다. 웅웅 누군가의 고함치는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천박한 년! 천박한 년!

귓가를 스치는 환청에 위희평이 실실 웃음을 흘리며 아랫도리에 힘을 주었다.

짐승의 마음이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 * *

무엇이 답일까.

어이해야 할까.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돌볼 여유 따위는 없다. 위희평은 힘없이 웃었다.

죽는 것이 답일까?

그러나 상황은 마음을 정리하기도 전에 위희평을 선택의 기로 앞으로 몰아세웠다.

결전의 날이었다. 위희평의 얼굴이 텅 비어 있었다.

황제가 그를 독촉하고 있었다. 태자를 유혹하라. 태자의 여인으로 완전히 거듭나라. 그리 재촉을 하며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 참담한 일을 미루고 미루었으나 황제는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너에겐 선택권이 없다고. 너는 그저 황제의 잔인한 복수를 받아야만 한다고. 모든 것이 황제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며 다른 이들은 그저 따를 뿐이라고. 위희평은 속으로 조소했다. 그래 내 마음이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그는 태자를 유혹해야 한다. 그리 포장을 했으나 위희평은 사실 흔들리는 마음을 알고 있었다. 태자의 여인이 되어 몸을 편안히 하자는 외침을 무시한 채 위희평은 그저 속으로 되새겼다. 황제의 명이다. 태자를 위한 길이다.

나는 선화를 위해 살아왔다.

위희평이 몽롱한 시야 속 입술을 열었다.

하아아.

느릿하게 빠져나가는 숨.

앵두같이 새빨간 입술. 거미줄 같은 타액과 남근 끝에서 흘러나온, 맑은 물로 더럽혀진 그 입술은 살짝 벌려져 더운 숨을 내뱉고 있었다.

대리석을 조각한 듯한 요염한 몸이 바닥에 늘어져 있다. 갓 성년이 된 솜털이 보송한 청년이 그 앞에서 심통한 얼굴로 허리춤을 추슬렀다. 청년의 얼굴은 앳된 기가 가시지 않았으나 그 몸은 단단하고 강인한 사내의 것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사 후 위희평은 다리를 벌린 채 바닥에 늘어진 채였다. 숨을 내뱉을 때마다 가슴이 위아래로 오르내리고, 그 색열이 감도는 불그스레한 몸이 작게 떨려 왔다. 그 광경은 사내의 음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태자는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그 다리 사이 흐르는 탁한 정액을 힐끗거렸다.

위희평의 출입을 금한 황명에 안달 났던 태자가 기어코 안국후부로 찾아온 것이다. 스승의 문안을 드린다는 핑계로 위희평을 찾은 태자는 정자에 앉아 오순도순하게 얘기하던 부부를 발견하고 질투심에 눈이 돌고야 말았다.

태자가 어이 알까. 설연이 순백지신이고 위희평이 그 순간 태자를 만족시킬 방중술을 공부하던 중이었다는 것을.

“허억, 스승, 후욱!”

“흐응, 흥, 하악, 태, 태자!”

아무리 스승이 음탕하다 생각하던 태자라도 그 기괴한 진실을 알면 까무러치리라.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방도가 없어 태자는 철퍽철퍽 그 엉덩이를 범하며 콧김을 내뿜었다.

위희평은 아아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그만, 그만!”

그 말에 아랑곳할 태자가 아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단단한 가슴으로 스승을 짓누르고 허릿짓을 이어 나갔다.

퍼억! 퍼억!

살을 치대는 소리가 방에 울리고. 위희평은 태자의 어깨에 다리를 얹은 채 말없이 울음을 흘릴 뿐이었다. 반항을 포기하고, 사내는 바닥에 늘어진 채 흔들리는 몸을 방관했다.

배 속에 끈적한 정을 흩뿌린 태자는 둔덕 사이 파묻힌 남근을 꺼내 닦았다. 허리춤을 추스르고 옷매무새를 점검한 후, 여유를 찾은 태자가 위희평을 바라본다.

“…….”

바닥에 늘어진 채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위희평을 보고 태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위희평은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 숱 많은 속눈썹에 아롱 매달린 투명한 눈물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고개를 살짝 돌려, 바닥에 뺨이 닿을 듯 말 듯 한 상태로, 강제로 범해진 몸을 추스르지 못해 헐떡이고 있다.

그 모습에 불쾌감을 느낀 태자가 미미한 화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반항을 합니까?”

위희평은 침을 삼키고, 그리고 눈을 꾸욱 감으며 입술을 뗐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쓸데없는 말. 태자가 코웃음을 치고 나락을 기는 음습한 눈을 한다. 그러나 이어진 위희평의 말에 태자는 몸을 멈칫하고야 말았다.

물기 어린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태자의 남근을 받기 싫은 것이 아닙니다. 이미 태자의 계집이 되겠다고 선언한 몸입니다. 이 천박한 몸으로 고귀하신 대위의 태자를 모시는 것을 어찌 꺼리겠습니까……. 다만 스승과 제자의 예법이 마음에 남아 하늘을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태, 태자를 제 손으로 길렀으니 제게 자식 같은 존재 아닙니까.”

위희평의 속눈썹에 매달린 눈물이 떨어졌다. 발간 뺨을 가로지르는 투명한 눈물에 태자의 시선이 향했다.

“아무리 금수라도 못 할 짓입니다. 사내의 몸으로 계집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키워 사내로 만든 아이를 따르게 되었으니 저는, 저는 하늘을 볼 수 없습니다.”

그 말을 하고 위희평은 새하얀 뺨을 눈물로 물들였다. 그 아릿한 목소리에 태자가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로 위희평을 바라본다.

시선에 위희평이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색열에 달뜬 얼굴이 잘 익은 복숭아와 같다. 그 순간 태자가 부드럽게 얼굴을 풀곤 말문을 열었다.

“이제 그런 것을 신경을 써서 무엇 합니까. 모든 것을 잊으세요. 이제는 스승은 제 여인입니다. 사제의 예법은 잠자리에서는 잊어도 됩니다. 길러 주신 은은 가정 밖의 일이고, 강상의 도리 중 중요한 것은 천륜과 가까운 일입니다. 사제의 예법보다 부부의 예법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태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존심은 버리세요, 스승님. 비록 제가 존대를 하고 있지만은 이것은 키워 주신 은혜를 생각하여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존중입니다. 스승께서 태부의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사제 관계를 천하가 인정하는 것이지만 언젠가 태부께서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때는 저를 따르게 되실 겁니다. 삼종사덕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태자가 말을 이었다.

“출가한 여인은 남편을 따르는 법! 눈에 보이는 허례허식에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순종적인 여인으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위희평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 아픕니다.”

정액을 내뱉는 항문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위희평이 몸을 공처럼 말았다. 태자의 몸이 움찔한 순간이다.

위희평은 봇물 터진 듯 눈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을 살짝 숙이며,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입 밖에 흘렸다.

“아픕니다. 태자…….”

그 말에 태자는 입술을 조개처럼 다물었다. 잠시 위희평을 바라보던 태자가 침묵 끝에 그에게 다가갔다.

태자가 늘어진 몸을 번쩍 안아 들고 침상에 다가갔다. 어찌나 급했던지. 태자는 처소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눈이 돌아 위희평의 옷을 갈기갈기 찢고 그를 범했다. 위희평을 침상에 눕히곤 태자가 중얼거렸다.

“제가 심했습니다.”

위희평이 힘없는 웃음으로 답했다. 눈물이 젖은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서린 모습에 태자는 그 순간 딱딱한 얼굴을 하고야 만다.

단정함과 색기. 정반대의 성질의 것들이 묘하게 어우러진 얼굴이었다. 그 순간 태자는 욕망을 참지 못해 위희평을 범했던 것을 후회하고야 말았다. 위희평의 힘 빠진 얼굴을 본 순간 슬그머니 후회의 마음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위희평을 범할 때와는 또 다른 충동에 잠식되어 태자는 침상 위로 올라갔다. 또다시 저를 범하려는 것인가. 위희평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스치는 찰나 태자가 손을 뻗어 침상에 늘어진 위희평을 끌어안았다.

“태자?”

“잠시만.”

태자가 위희평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그 살갗에 코를 묻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셔 그 은은한 체향에 풀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시만 이리 있지요.”

위희평은 놀란 눈을 하던 중 곧 태자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숱 많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위희평은 쓸쓸함이 자리한 얼굴을 한 채 입술로는 반대로 나긋한 말을 내뱉었다.

“아프게 하지 말아 주세요.”

위희평이 눈을 감았다.

“아픈 것은 싫습니다.”

태자는 품에 얼굴을 묻은 채 말문을 열지 않았다.

한참 동안 태자는 위희평을 끌어안은 채 그의 살갗에 배인 냄새를 맡았다. 환궁을 해야 할 시간에서야 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응?”

위희평은 흐트러진 태자의 옷을 보곤 얼른 태자의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옷이 엉망입니다.”

태자의 앞에서 몸을 숙인 채 위희평이 태자의 바지춤을 추슬렀다. 태자가 말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스승의 얼굴을 바라본다.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위희평은 고간이 자리한 부분 앞에 얼굴을 가까이 댄 채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었다.

태자의 얼굴에 흘깃 놀라움이 스친 순간이었다.

스승이 어찌 오늘따라 순종적으로 구나.

바닥에 널브러진 장포를 주워 태자에게 입혀 준 후 위희평은 공손하게 태자의 발치에 무릎 꿇었다.

신을 신겨 주는 사내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뜨거웠다. 위희평은 그를 애써 무시한 채 오로지 태자가 신을 신는 것을 도울 뿐이었다. 시선에는 미미한 의심이 서려 있었지만 그 눈에는 일렁이는 감정의 동요가 먼저 엿보였다.

옷시중을 마친 위희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묵 끝에 태자가 입을 열었다.

“가 보겠습니다.”

태자가 위희평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 부드러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입맞춤 끝에 태자가 작게 속삭였다.

“곧 부르겠습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태자가 홀가분한 기세로 방을 빠져나갔다.

위희평이 태자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닫히고 태자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위희평은 휘청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야 말았다.

위희평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드디어 시작이다.’

짐승의 길.

배덕의 끝.

황제가 강요한 그 타락의 막장. 위희평의 마음속에 자리했던 사랑은 오명으로 뒤덮일 것이다. 황제가 주었던 삼 개월의 기간이 거의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위희평은 웃으며 울었다.

‘그때 죽었어야 했어.’

오두막이 불타오를 때. 연선과 함께 죽었어야 했다. 태자도, 수하도, 일가 가족도 잊고 죗값을 치르고 죽었어야 했다. 그리고 죽을 시기를 놓쳐 버린 이 미련한 사내의 끝은, 이것이다.

황제는 지독하게 복수하고 있었다. 그를 막을 수 없다.

위희평의 눈이 일렁였다.

‘막을 수가 없다.’

태자가 누구의 씨인지조차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일이니까. 생각도 할 수 없지. 생각을 한다면 더 괴로워질 테니.

위희평의 눈이 낮게 가라앉은 순간이었다. 나락의 저편을 헤매고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바닥에 엎어진 사내의 얼굴이 혼돈에 물들어 있었다.

십 년이 넘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 달콤한 휴식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그것은 사소하지만 몹시나 다디달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흘려보내기 아쉬웠던, 놓을 수가 없었던 시간.

위희평은 갈등하고 있었다. 짐승의 길을 걷기 직전, 자꾸만 육신의 편안함이 그에게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편해지자고.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자고.

숨을 들이켠 위희평이 눈을 감았다. 크게 갈등하는 마음이 떨리는 몸에 드러나고 있었다.

* * *

“어디에 정신을 빼놓으신 겝니까?”

엄한 목소리에 태자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위희평이 꾸중하는 눈으로 태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솔솔 드는 정자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창 날이 좋을 때라 강연은 야외에서 진행될 때가 많았다. 위희평도 딱히 장소에는 연연하지 않는지라 날씨를 보고 유연하게 행동하곤 했으니.

“안영이 한 말이 그래서 무엇입니까? 날이 선선하여 놀러 가고 싶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태자가 순순히 사과를 하고 말문을 뗐다.

“안영이 화(和)와 동(同)의 차이를 말하기를, 화는 음식의 맛을 보충하는 것이고 동은 물로 물의 간을 맞추는 것이라 비유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간신이 하는 아부와 범인의 말은 다릅니다. 화와 동을 풀어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화(和)란 군주의 잘못한 점을 수정하려 하는 신하의 간언을 의미합니다. 잘한 것을 잘했다 말하고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화(和)라고 하며…….”

강연은 평소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비록 다른 때에는 엉덩이를 툭툭 때리거나 유두를 꼬집으며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던 태자도 이 시간에는 제법 스승에게 공손하게 굴었고, 위희평 또한 이 시간만큼은 엄하고 자애로운 스승으로 자리했다. 태자가 완전히 하대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적어도 위희평이 태부의 자리에 있는 한 그를 완전히 제 첩실로 대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태자도 알고 있었으니까.

“오늘 강연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요.”

위희평이 책을 덮고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태자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희평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태자의 손에 움찔거리던 위희평이 몸에 힘을 풀었다. 부드러운 손을 주물거리며 태자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흘렸다.

“서량에서 말고기를 진상했습니다.”

태자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 최근 들어 위희평이 태자에게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정사 후에 지쳐 할딱이다가도 옷시중을 들고, 잠자리에서 명령하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엉덩이를 치켜들고 교성을 내뱉었으니. 가끔 위희평은 ‘좋아요, 좋아요!’ 허덕이는 말을 내뱉고 홍조 띤 얼굴을 하기도 했다. 그런 위희평을 보노라면 태자는 의심을 품던 그 마음이 사르르 녹을 수밖에 없었다.

위희평의 궁둥이를 툭툭 치며 태자가 속삭였다.

“같이 드시지요?”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부는, 날씨 좋은 날이었다. 서량에서 진상한 쫀득한 말고기는 달달한 간장에 졸여 제대로 된 풍미를 내었다. 위희평과 태자가 자리한 정자에 석양이 지고 있었다.

꿀꺽.

식사 중 태자는 벌어지는 붉은 입술을 힐끗힐끗 보고 군침을 삼켰다. 위희평은 모르는 체 눈을 내리깔고 뼈대에 붙은 고기를 젓가락으로 비틀었다.

젓가락 끝이 새하얀 이 사이 붉은 혀로 향한다. 태자는 식사 내내 꼴깍꼴깍 침을 삼키며 흐물흐물한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뻔한 속내다. 위희평은 태자의 시선을 무시하며 입 안에 든 말고기의 살점을 우물거렸다.

식사가 끝나고 태자는 위희평의 장포를 잡고 차를 같이 하자 권유한다. 말이 권유지 그것은 사실상 명령에 가까웠다. 위희평은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답했다.

차를 마시는 사내의 얼굴은 몹시 단아한 것이다. 그 모습을 관음하며 태자는 어쩐지 쓸쓸한 마음이 들어 복잡한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그날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스승을 따랐겠지.

아무것도 모르고 스승을 연모했겠지.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차를 마시는 모습은 대나무를 닮은 고아한 자태였다. 태자는 찻물을 입에 머금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모든 진실을 알지 못하고 속은 채로, 스승과 웃으며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태자는 어둡게 눈을 가라앉혔다.

거짓 속에서 사는 것이 나았을까?

아니면 자신을 옭아맸던 단 하나 남은 쇠사슬을 부숴 버리고, 욕망에 날뛰는 지금이 나을까?

답을 찾지 못해 태자는 침묵하고 있었다. 위희평도 입술을 떼지 않아 그들 사이에는 적막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달빛이 흐르고 있다.

딸깍.

태자가 찻잔을 내려놓고 말문을 뗐다.

“손을 씻고 오겠습니다.”

소피를 보고 오겠다는 소리를 에둘러 한 말이었다. 차를 몇 잔을 비우자 방광이 차는 느낌이 들었다.

태자는 느적한 걸음으로 서각(西閣)으로 향하면서 속으로 웅얼거렸다.

‘대체 뭐하자고 스승을 잡아 두는지.’

아직 어린 청년은 제 마음을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태자에게 연모를 표현하는 방법은 폭력이었으며 그는 사랑을 할 때 복종과 순종의 관계 이상을 생각하지 못했다.

배 속의 간질간질한 느낌을 알지 못해 얼떨떨해하고 있었다.

태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서각의 문을 열었다. 후욱, 은은한 백리향의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궁중의 화장실은 민간과 달라 그 공간이 몹시 넓고 여러 가지 방을 갖추고 있었다. 두껍고 붉은 휘장으로 가려진 곳이 변소였고 그 옆이 바로 긴 의자와 족자, 향과 간단한 서재가 구비된 휴게실이다. 황가의 여인이 입는 복식은 두껍고 치렁하여 용변을 처리하면서 옷을 벗는 일이 다반사였다. 가끔 무거운 복장에 피로함을 느낀 이들은 용변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했는데, 이러한 특성상 서각은 은밀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은밀한 공간 중에 은밀한 공간이었다. 서각에서는 민간에서 상상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예를 들면 은밀한 정사와 같은.

“응?”

서각에 항상 있어야 할 두 명의 궁녀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태자가 의아한 목소리를 낼 찰나…….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자가 뒤를 돌고 서각의 문을 여는 손의 주인을 바라본다. 달빛이 스며든 단아한 얼굴이 드러나고 있었다.

“스승?”

위희평이 눈을 내리깔고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밤입니다.”

태자가 묘한 얼굴로 입술을 열었다.

“무슨 생각이십니까.”

한동안 그 외모에 홀려 침을 줄줄 흘렸던 태자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 순종적인 태도에 좋아라 넋을 뺐다지만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 행동에 불현듯 경계심을 느끼고야 만 것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저 살랑이는 연심에 어쩔 줄 몰라 했던 태자의 얼굴이 굳은 순간이었다.

얼마 전까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사지를 뒤틀고 반항했던 위희평이다. 그를 굴복시키려 했던 보름은 태자에게도 지독한 순간이었다. 위희평은 끊임없이 반항하고, 반항하고, 반항했으니까.

그러나 지금 위희평은 은은한 향이 피어나오는 향로를 손에 들고 태자의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제 소임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태자. 미련한 이 계집이 제 임무를 이제야 알았군요.”

위희평이 붉은 입술을 느릿하게 움직였다.

“시중을 들겠습니다.”

그러나 태자의 눈에는 이미 의심이 서려 있었다. 한번 냉랭해진 머리는 쉽사리 전처럼 돌아가지 못했다. 마음속에 돌처럼 굳어진 의심과 경계심을 품은 채 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희평이 사뿐한 발걸음으로 서각의 안을 밟았다.

달칵.

향로를 협탁에 올려놓고, 위희평이 후욱 입김을 불어 이미 켜져 있던 향로의 불을 껐다. 오랫동안 타오른 향로에서 이미 미미하게 쓴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자의 따끔한 시선이 등에 박혀 있었다. 위희평은 일부러 느릿하게 움직여 향을 갈고, 재가 묻은 손을 쇠 대야에 놓인 물로 헹구곤 천으로 물기를 닦았다.

집요한 시선은 쉽사리 거두어지지 않았다.

위희평이 몸을 돌리고 태자를 바라보았다.

“태자.”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위희평이 수건을 사뿐히 올려놓은 은 대야를 손에 든 채 태자를 응시하고 있다. 태자는 못마땅한 눈으로 답지 않게 순종적인 스승을 노려보고 있었다. 위희평은 고요한 얼굴로 그 시선을 흘릴 뿐이다. 긴 침묵 끝에 태자가 붉은 휘장 너머로 향했다.

위희평이 그 뒤를 쫒았다.

“제가 할 일입니다.”

태자가 허리에 찬 옥대를 풀고 있었다. 뒤따라 들어온 위희평이 요강 위 나무틀을 벗기던 중 다급히 말했다. 옷을 벗기는 것은 태자의 몫이 아니라며, 바로 그를 말리고 위희평은 태자 앞에 무릎을 꿇고 허리띠를 벗겨 내렸다. 세심한 손길로 옥대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고 바지춤을 내린다. 튼실한 허벅지 사이 묵직한 남근이 자리하고 있었다.

발기가 되지 않아도 그 살덩이는 몹시 커다랬다. 우아한 손이 남근의 끝을 잡았다.

“자아.”

하얀 손이 늘어진 남근 끝을 요강에 조준하고 있었다. 그 옛날 굳은살이 박였던 손은 향유로 관리되어 부드럽게 변한 후였다. 태자는 굳은 얼굴로 위희평의 단아한 옆선을 바라본다. 높은 콧대와 붉은 입술로 이어지는 얼굴선을 훔쳐보던 태자의 눈에 불길이 스쳤다.

잠시간의 침묵이 있었다. 부드러운 손에 두툼한 남근이 자리하고 있었다. 첨단을 쥐는 감촉에 몸을 잘게 떨던 태자가 이윽고 세찬 오줌발을 남근 끝에 터뜨렸다.

쏴아아.

줄기찬 소리가 침묵을 깨고 세차게 울려 퍼졌다.

위희평의 손에 남근이 쥐어져, 태자는 남근 끝으로 굵직한 오줌 줄기를 요강에 쏟아 내고야 만다. 세찬 오줌발은 금세 요강의 반을 채우고 새하얀 거품이 일게 했다.

그칠 줄 모르던 오줌 줄기가 서서히 약해지고, 만곡을 그렸던 포물선이 휘어져 내렸다. 뚝뚝 노란 오줌이 남근 끝에서 한 방울 두 방울 쏟아지고, 위희평은 한 손으로는 남근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은 대야에 걸쳐진 물수건을 집어 들었다.

위희평이 섬세한 손길로 남근 끝 노란 방울이 맺힌 구멍을 톡톡 닦아 내렸다. 숱 많은 눈썹을 내리깔고 사내는 굵직한 남근의 삿갓 사이마저 구석구석 닦고 물수건을 내려놓았다.

태자의 얼굴이 묘해진 순간이었다.

머릿속에 스친 것은 스승의 고아하던 모습과 그리고 반항을 하며 울부짖던 얼굴이다. 마지막으로 떠올린 것은 오후 강연에서 엄하게 자신을 꾸짖던 모습.

태자의 얼굴에 미묘한 희열이 감돈다.

‘스승이 이럴 거라고 예상이나 한 적이 있었나?’

과거를 생각하고 있었다. 태자는 그리고 위희평을 내려다보았다.

위희평이 마른 수건으로 조심스레 늘어진 성기를 쓰다듬었다.

태자가 침음을 삼켰다.

‘으, 으음.’

저를 꾸중하고 혼내던 엄한 스승이 성기에 묻은 오줌이나 닦고 시중을 드는 모습은 짜릿함을 안겨 주기 충분했다. 관계의 역전에서 오는 정복감. 저 고고한 사내가 남들 모르는 곳에서 사내의 오줌을 닦고 있다는 것을 보는 순간 드는 배덕감.

“잠시만.”

위희평이 태자의 옷을 추스르고 허리띠를 매려 태자를 껴안았다. 팔로 허리를 감을 때 태자의 불쑥 튀어나온 고간이 위희평의 가슴을 찔렀다. 위희평은 그 사내의 열망을 모르는 척 태자의 시중을 이어 나갈 뿐이었다.

옷시중을 끝마친 위희평이 자리에서 사뿐히 일어나며 입술을 열었다.

“손을 씻어도 되겠습니까?”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인들이 손을 씻는 철 대야에 손을 씻은 위희평이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였다. 태자는 휴게실의 긴 의자에 앉아 위희평이 손을 닦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치고 있다. 강렬한 의심과 또 꼿꼿한 사내를 정복한 희열.

그리하여 위희평의 뒤태를 은근한 욕망이 담긴 시선으로 노려보는 중이었다.

위희평은 시선을 모른 채 손을 닦고 있었다.

“본분을 다하신다면.”

등 너머로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앞으로 제게 순종하고 나긋하게 구신다는 소리입니까?”

위희평은 마른 천으로 물기를 마저 닦고 몸을 돌렸다.

사내는 눈을 내리깔고 공손하게 답했다.

“예, 태자.”

태자의 눈에 혼란이 스친 때였다.

“…….”

긴 침묵이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서 있는 위희평의 자태를 훑는 시선에 담긴 것은 명백한 의심. 강렬한 시선 속 위희평의 얼굴이 그저 태연했다.

저것을 어찌 설명해야 하나.

태자의 얼굴에 서린 것은 명백한 혼란과 갈등이다. 그리고 태자는 결국 입술 끝을 비틀었다.

침묵 끝에 흥, 코웃음 소리와 함께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스승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렇게 배신을 당하였는데.

그 말에 위희평이 속으로 힘겹게 웃었다. 그것이 배신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보았자 태자가 믿어 줄 리도 없다. 그저 위희평은 입을 조개처럼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태자의 으름장이 뒤를 이었다.

“지켜보겠습니다.”

위희평은 그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일 뿐 응대하지 않았다. 그것이 마치 살아 있지 않은 인형처럼 느껴져, 태자는 한참을 더 위희평을 노려보고야 말았다. 그 무기력한 모습에 어쩐지 시선을 뗄 수 없어 태자는 위희평을 잠시 바라보았다.

긴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태자는 소매를 떨치며 서각 밖을 나섰다.

“흠.”

무언가 불편한 듯한, 무언가 혼란스러운 듯한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로 태자는 발걸음을 빠르게 하여 환궁했다.

“…….”

위희평은 그저 텅 빈 인형 같은 얼굴로 태자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사내의 얼굴에 스친 것은 쓸쓸함이었다.

‘나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체념이었다.

위희평은 눈을 깜빡이던 중 짧고 느릿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태자를 유혹해야 했다.

그리고 위희평은 강한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사내는 제 마음속 추악한 어둠을 느끼고 입술을 깨물고야 말았다.

‘이것이 무슨 금수의 마음인가?’

그러나 위희평은 안락함을 원하는 마음을 외면하지 못해 아슬한 숨을 내뱉고야 말았다.

위희평을 사로잡은 것은 휴식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리고 금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어깃장이 무색하게 위희평은 태자에게 순종했다.

아니, 그것은 순종이라기보단 창부의 수작이라고 봐야 한다.

위희평은 정사 후 태자의 옷시중을 들고 서각에 갈 때 따라가 남근을 쥐어 잡고 천으로 그것을 닦아 내렸다. 황실의 변소인 서각은 널찍하고 깨끗한 공간이다. 고아하던 스승이 제 물건을 잡고 더러운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흥분을 참기 힘들어, 태자는 참다못해 서각의 휴게실에서 위희평을 범하곤 했다.

“후욱, 헉!”

위희평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넘치는 정욕에 지쳐 몸을 축 늘어트리더라도, 정사 후에는 더운 숨을 학학거리면서도 일어나 태자의 허리춤을 추슬러 주었다.

“아랫것들 보는 눈도 신경을 쓰셔야지요.”

그 힘없이 하는 말에 태자는 충동을 이기지 못해 위희평의 아랫입술을 거칠게 물어뜯고야 말았다.

그런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위희평은 태자의 앞에서 곧은 목을 보여 주고, 개울에 발을 담그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바지를 걷어 복사뼈와 발목을 보여 주고, 흥분하여 발을 개처럼 핥는 태자에게 살살 녹는 신음을 흘렸다. 일부러 허리를 비틀며 자리에 앉아 몸의 곡선을 보여 주고 태자에게 가슴이 아프다며 문질러 달라 수작을 부렸다.

뻔히 드러나는 유혹이다. 태자도 눈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는 성욕을 참지 못해 남근을 들이밀더라도 정사를 끝내고 위희평을 노려보거나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곤 했다.

“무슨 바람이 부셨습니까?”

툭 터놓고 하는 말에 위희평은 모르는 체 술을 따르며 답했다.

“소임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우아한 속눈썹을 내리깔고 한 말이다. 태자의 옆에 달라붙어, 허리를 비틀어 그 단단한 팔에 몸을 붙이고 통통한 가슴을 들이대고 있었다. 태자는 제 허벅지를 더듬는 손을 바로 낚아챘다.

하얀 손을 날름 핥으며 태자가 웃었다.

“뻔한 수작.”

와장창!

위희평의 몸을 번쩍 들어 술상 위로 내던진 태자가 스승의 발목을 잡아 양옆으로 쫘악 벌렸다.

“대체 무슨 꿍꿍이십니까.”

위희평의 두 다리를 벌려 허공에 든 채 태자가 스승을 범했다. 허억, 허억. 뜨거운 숨이 내뱉어지고 철퍽거리는 소리가 후원에 울린다. 위희평은 아흣, 아흣 교성을 내지르며 답했다.

“아, 아닙, 흐읏, 정말로, 흐, 신은, 아흣!”

퍼억! 퍼억!

태자가 잘근 위희평의 아랫입술을 씹으며 위협적인 목소리를 냈다.

“허튼수작 부리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희평은 눈물을 뚜욱뚜욱 흘리면서도 결백을 주장할 뿐이다.

배 속에 정이 터지자 위희평은 술상 위에 다리를 벌린 채 늘어져 하아하아 더운 숨을 내뱉었다. 안 그래도 헐벗은 옷이 흐트러져 허연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태자가 의심 섞인 눈으로 위희평을 바라본다.

몽롱한 눈을 하던 위희평이 하아 긴 숨을 내뱉고 허벅지를 비볐다. 살 오른 통통한 허벅지가 다물리고 허리가 살짝 비틀리는 모습. 살짝 돌려진 얼굴은 색열로 달아올라 홍조가 뺨을 물들이고 있었다.

태자는 참지 못해 위희평에게 또다시 달려들고야 말았다.

위희평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자를 유혹했다.

위희평이 붓을 의자 아래 떨어트리고 바닥에 넙죽 엎드려 의자 밑을 더듬으면, 태자는 그 붉은 비단옷에 도드라진 봉긋한 엉덩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혈기 넘치는, 젊은 사내는 그 유혹을 쉬이 흘릴 수 없어 그때마다 스승의 바지를 쑥 내리고 푸짐한 엉덩이를 양옆으로 벌렸다.

남근이 미지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퍽철퍽 엉덩이를 때리는 고환의 소리. 항문을 남근이 쑤실 때마다 흘러나오는 젖은 소리.

위희평이 태자를 받으며 쾌락에 젖은 얼굴을 했다.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희평이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은, 도피였다.

지옥 같은 상황 속 위희평이 속으로 뇌까렸다.

태자가 아들인지 아닌지 알 방도도 없는데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나.

위희평은 그 모순적인 생각을 품으며 무덤덤한 얼굴을 했다. 그것은 사실상 회피에 불과하였으나, 위희평은 그것이 언젠가 역풍을 불러올 비겁한 도망임을 알았음에도 멈추지 못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버티겠는가.

‘굳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데. 위희평이 실실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생각을 포기하고 황제의 말을 따르면 된다. 황제에게 넙죽 엎드리고 그의 복수를 받는 것이 편하다. 도망칠 수도 없고 이미 그는 막장에 이르렀으니까. 십 년이 넘은 복수의 끝에 위희평은 마침내 포기하고야 말았다.

‘태자의 씨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도 않아.’

철퍽! 철퍽!

고간이 부딪히는 소리다.

“흐응, 흐응.”

위희평의 입에서 음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쾌락에 젖은 눈에 눈물이 아롱 맺혀 있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 맑은 타액 한 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좋, 좋아아.”

위희평이 태자의 두툼한 남근을 받으며 비명을 질렀다.

“태, 태자, 흐읏, 두꺼운, 자지 좋아아! 흐으응!”

교성이 높게 전각을 울렸다. 태자가 흥분에 찬 콧김을 내뿜으며 미친 듯이 허리를 놀리는 중이다. 위희평이 실실 웃으며 상념에 잠겼다.

‘사실 좋아하고 있잖아? 사내 좆이 뒷구멍에 쑤셔지면 암캐처럼 울고.’

눈물 사이에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철퍽이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있었다.

‘싫긴 뭐가 싫어! 이 음탕한 창부! 너는 그냥 사내 좆에 미친 음란한 년일 뿐이지.’

태자에게 잡힌 머리채가 뒤로 당겨지고 있었다. 위희평은 고개를 꺾으며 미친 이의 웃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놓아 버리면 된다. 다 놓아 버리면.’

푸우욱!

굵은 남근이 엉덩이를 쑤시고, 위희평은 ‘흐아앙!’ 높은 교성을 내질렀다.

마침내 위희평의 다리 사이에 양물이 푸슛거리는 정액을 터뜨렸다. 헤엑헤엑 개처럼 혀를 내밀고 더운 숨을 내뱉으며 위희평은 눈을 풀고야 말았다.

쾌락이 몸을 점거하고 있다.

‘아들인지 아닌지 내가 알 게 뭐야!’

태자의 손이 골반을 세게 잡아당겼다. 하응! 정원을 울리는 높은 교성. 배 속에 터진 정액에 위희평은 엉덩이를 뒤로 쭈욱 빼며 하아앙 우스꽝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눈을 까뒤집었다.

끈적하게 배 속을 채우는 정이 생각을 격리시키고 있었다. 위희평은 희미하지는 시야에, 점점 아득해지는 정신에 실실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후우욱.

뜨거운 숨이 등을 스치고 있었다. 묵직한 몸이 등을 짓누르고 있었다. 살갗에 닿는 태자의 단단한 등. 암전을 느끼며 위희평은 서서히 잃어 가는 정신 속 광인의 웃음을 흘렸다.

‘그래. 완전히 미치는 거다.’

현실을 잊고, 관계를 잊고, 그 과거와 영광과 미련을 잊고, 오로지 쾌락의 노예가 되어 마음대로 살리라. 남근을 받을 때의 기쁨을 부정하지 않으리. 점점 사내에게 익숙해지는 몸에 좌절하는 것도, 뒷구멍이 쑤셔질 때 자연스럽게 내벽을 조이고 궁둥이를 돌리는 자신을 증오하는 것도, 쾌락의 정점에서 내지르는 비명을 혐오하는 것도 멈출 것이다.

그리하여 위희평은 꿀렁하게 배 속을 채우는 정액을 느끼며 다짐했다.

완전히 나를 놓아 버리리라.

히죽 웃는 사내의 얼굴에 광기가 스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리.

육신을 녹이는 쾌락에 굴종하여 현실을 잊으리라.

위희평은 그리 다짐하며 정액이 채워져 불룩 튀어나온 아랫배를 더듬었다.

그리고 육신의 안락함을 위해 정신을 놓으려던 사내를 일깨우는 편지 하나가 있었다.

태자를 유혹하던 나날 중 안국후부에 비밀스럽게 전해진 편지였다.

금철의 편지였다.

* * *

어째서 내게 현실을 일깨우지?

금철의 편지를 앞에 두고 위희평이 멍한 얼굴을 했다.

[……혹여 황제께서 정말로 참담한 일을 벌이시고 있는 것이라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황후의 죽음과 관련된 소문, 위희평이 연루된 더러운 추문, 황제 앞에서 안색이 창백해지고 언젠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금철의 앞에 섰던 일. 금철은 위희평의 권력을 견제하려 혹여 황제가 상상도 못 할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금철은 무식한 외모와 다르게 기민한 이였다.

그리하여 위희평의 부관까지 올랐고.

[저는 한가 출신이면서 태부의 덕으로 좌장에 올랐습니다. 언제든 태부의 편입니다.]

아아!

위희평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참을 수 없는 격정이 마음속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후회와 분노를 일으키고 있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이미 늦었다. 이미 늦었어.

도망칠 수 없는 것을 예감했다. 저를 구하겠다는 편지가 희망을 잠시 불러왔으나 곧 위희평은 제 처지를 깨닫고야 말았다.

도망칠 용기조차 품지 못했다.

학대의 끝, 위희평은 황제와 태자에 길들여지고야 말았다.

‘도망갈 곳이 있다고?’

일그러진 얼굴에 천만 가지의 감정이 스치고 있다.

‘아니! 황제는 나를 기필코 망가트렸으리라.’

하!

방 안에 울리는 높은 웃음.

그리하여 희망과 절망을 함께 마주한 사내는 마침내 제 얼굴을 할퀴며 울부짖었다.

“늦었어! 금철! 이미 늦었다.”

아흐윽.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항상 위희평의 처소 옆에 대기하던 설연이 달려와 위희평의 팔을 붙잡았다. 기겁한 여인의 얼굴이 핏기가 가셔 새하얬다.

“이미 늦었어, 흐하하!”

“얼굴을 상하게 하시면 안 됩니다. 얼굴을…….”

반쪽이 난 가족의 생사가 담긴 일이다. 설연은 위희평의 긁힌 뺨에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핏방울에 놀라 경기를 일으키고야 말았다. 몸부림을 치는 위희평을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설연이 울부짖었다.

“얼굴을 상하게 하시면 안 됩니다, 제발, 제발!”

위희평이 비명과도 같은 곡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칼날을 입에 물고 살아가고 있다. 이미 짓밟히고 짓밟혀 망가진 영혼을 지니고 있었다. 더 이상 반항할 수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 위희평은 망가진 자의 웃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이미 늦었어…….”

조금만 더 금철의 얼굴을 일찍 보았더라면, 이 수치스러운 사실을 말할 용기를 내었더라면 무언가가 달라졌을까?

반역이란 꿈도 꾸지 않고 있다. 그것이 가능성 없는 일임을 알기에. 그리고 연선의 아들을 사랑했기에.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위희평은 후회에 통곡하고 있었다.

‘나는, 나는 완전히 돌이킬 수 없게 되었구나.’

고귀한 황족도, 명예로운 군인도, 나라의 영웅도 아닌 창부요, 감히 하늘을 볼 수 없는 부덕한 죄인이요, 은혜를 저버린 죽어 마땅한 자다. 입가에 흘러나온 건 서러운 울음뿐이었다.

“끝났어, 이젠,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위희평의 몸에 힘이 풀린 순간이다. 절망한 사내는 발악조차 이어 나가지 못해 그저 설연의 품에 늘어지고야 말았다.

“아아, 얼굴이!”

설연이 그 희미한 상처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붉은 실금을 손으로 더듬으며 어떡해, 어떡해 말을 하고 있다. 위희평은 텅 빈 웃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폐하를 모셔야 하는 몸인데! 아아!”

이것이 현실이다.

위희평이 눈을 감았다.

보복을 두려워하는 여인의 두려운 목소리가 귀를 쨍쨍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반대로 위희평의 얼굴은 덤덤해져 가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무언가의 상념에 사로잡혀 있다.

한참 후에 마음을 정리한 위희평이 텅 빈 목소리를 입술 밖으로 흘렸다.

“지필묵을 가져다주겠나?”

설연이 간신히 진정하고 방을 빠져나간 뒤, 위희평은 붓을 놀려 금철에게 보낼 서신을 작성하였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세간의 소문에 나를 모욕하는 것인가? 황가를 모욕하는 것인가? 그런 참담한 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좌장군이 아니라 궁중의 호위를 맡는 몸이었다면, 병력을 통솔하는 상장군이었다면 기대를 걸 수 있었으리라.

글씨를 써 내려가는 위희평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자네가 보낸 서한은 태워 버렸네. 금철, 폐하를 보필하고 대위에 충성하게나. 자네가 할 일이 많지 않나? 그런 도성의 쓸모없는 소문에 힘을 쓸 때가 아니네. 내가 사람을 피한 것은 삿된 소문을 꺼린 탓이지 그대의 그 터무니없는 추측 때문이 아니야.]

하다못해 조금만, 조금만 더 일찍.

위희평이 조소를 흘렸다.

희망이 꺾이지 않았을 때. 태자에게 몸이 더럽혀지지 않았을 때 말을 했더라면.

그러나 위희평은 그저 웃고야 만다.

‘그것은 그저 돌이킬 수 없는.’

붓이 서찰의 마지막 획을 그었다.

‘망상일 뿐이다.’

서찰은 금철의 자택으로 향했다. 사흘 후 금철이 자신의 무도한 발언을 사죄하는 편지가 안국후부에 전해졌다. 위희평은 사죄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금철의 사과 서신을 받은 날 편지를 태우며, 위희평은 텅 빈 얼굴을 했다.

“그래,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거겠지.”

서신을 태우던 사내의 입에 조소가 감돌았다. 하! 날카로운 웃음이 입술 밖으로 흐르고, 위희평은 마침내 굳은 눈을 한 채 타닥이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입술 끝이 비틀린 채였다.

‘나는.’

위희평이 눈을 깜빡였다. 불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결심한 사내의 얼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스치고 있었다.

그것은 슬픔인가? 기쁨인가?

그것은 마침내 고민을 던 자의 홀가분함인가? 아니면 짐승이 된 사내의 서러움인가?

운명은 그를 만들었고, 그 운명은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모든 사건의 근원은 생각해 보면 자신에게 있었다. 누굴 원망할 수조차 없다. 위희평은 미소를 지으며 타닥이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선화의 여인으로 살 것이다.’

‘선화의 사랑을 받으며, 예쁨을 받으며 그리 귀애 받을 것이다.’

‘아픈 것은 이제 싫어, 반항을 하면 언젠가 선화는 내 뒤를 찢어 버리겠지.’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위희평은 숨을 헐떡이며 모닥불에 고정된 눈을 부라렸다.

‘그러니까 다! 다 잊는 거다!’

고연선도! 어린 시절의 소군도! 그리고 아장이던 나의 선화도!

잊을 것이다.

위희평이 느릿한 한숨을 내뱉었다.

‘태자의 총애받는 애첩으로 살아가리라.’

그러니 이것은 마지막으로 흘리는 사람의 눈물이다. 투명한 눈물이 뺨을 가로지를 때 위희평이 속으로 생각한 말이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위희평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짐승의 길을 택한 날이었다. 위희평이 마음마저 굴복한 날이었다.

그리하여 태자의 애첩으로 살기로 결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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