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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제皇帝 편(1) (10/17)

3. 황제皇帝 편(1)

태자가 그의 스승을 감금한 보름의 이야기다.

흐이익!

높은 교성이 벽면을 울리고 있었다. 그 높게 자지러지는 목소리는 충분히 작은 구멍을 뚫어 고요한 침묵이 자리한 방에 파동을 일으켰다. 구멍은 눈 하나의 시선이 충분히 비집고 들어갈 만큼의 크기였다.

싫습, 싫, 싫, 하으윽, 힉.

침상이나 탁상, 화분, 병풍 따위의 가재 없이 적막이 감도는 싸늘한 공간이다. 고요하다 못해 어딘가 스산한 공기가 감도는 방 안에는 그 공간과 몹시 잘 어울리는 사내가 홀로 있었다. 냉랭한 인상의 미남자였다. 그 소름 돋을 만치 흠결 없는 완벽한 얼굴에선 고귀함이 엿보였다. 사내는 말없이 구멍 사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안 됩니다. 태자. 이것은 짐승의 짓, 흐윽?!

짐승이라. 구멍을 들여다보던 귀공자의 입가에 조소가 스친다.

아아, 이러시면, 이러시면 안 됩…… 하악!

보채는 소리. 귀공자는 속으로 싸늘하게 웃었다. 저 거절의 말은 진실로 사내의 아랫도리를 뻐근하게 만드는 말이다. 사내는 저 간절한 애원의 말로 남근을 물려 달라 보채고 있는 것이다.

저 방에 짐승은 둘이다.

어찌 저 남근을 세우는 음란한 목소리로 거절의 말을 하나.

그리하여 황제는 사내의 애원에 비웃음을 지울 수 없어 조롱의 눈을 하고야 만다.

짐승이 되어 얽혀 있는 두 사람이었다. 사내는 결국 상체를 무너트리고 신음 섞인 울음을 흘리고야 만다. 살과 살이 철썩이며 부딪히는 소리가 작은 구멍 너머로 새어 들어왔다. 사내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몹시 익숙한 얼굴이었다.

귀공자, 아니 황제는 말없이 그 구멍 너머 살의 적나라한 향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타인이 상상 못 할 기묘한 자세로 얽힌 사내들. 구렁이가 얽힌 듯이 달라붙어 꿈틀거리고 있다. 허연 살집 사이를 들락날락하는 검붉은 성기가 흉흉하게 곧추서 있었다. 어느 순간 황제는 제 입 안이 바싹 마른 것을 깨닫고 아주 희미하게 눈가를 찌푸렸다.

안, 안 됩니다, 제발, 제발……. 이것은…….

어흐흑 눈물을 흘리며 고개 숙인 사내는, 그러나 엉덩이에 처박히는 거대한 남근에 쾌락을 참지 못하고 으흥 야릇한 소리를 내며 허리를 비틀었다. 사내의 얇은 허리를 꽈악 붙잡아 결박한 앳된 청년은 넓은 가슴으로 그를 짓누르며 정신없이 허릿짓을 했다.

찌걱찌걱.

음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후우욱. 뜨거운 숨을 깊게 내뱉은 청년의 그 두 눈에 위험한 빛이 스쳤다.

청년은 완연한 장정의 몸을 하고 있었다. 두 어깨가 단단하고 가슴은 널찍하여, 장수였던 사내를 그 품 안에 가두고 짓누를 수 있을 정도이다. 키가 크고 근골이 굵직한 태자의 몸은 웬만한 장수 못지않게 두툼했다. 그 허벅지는 호리한 여성의 허리만치 두꺼웠으며 사내의 허리를 부여잡은 손은 크고 그 뼈마디가 도드라진 억센 것이었다.

그러나 청년의 얼굴은 아직 소년의 티가 가시지 않은 채다. 그 솜털이 가시지 않은 얼굴의 뺨은 장밋빛으로 부드럽고 그 입술은 촉촉하였다. 그 치기 어린 얼굴은 감정을 숨기는 것에 능숙하지 못했으며, 눈가에 피어난 홧홧한 열락은 혈기가 넘치는 청춘의 것이었다. 청년은 갓 성년이 된 이였다. 청년은 그 넘치는 정욕을 주체하지 못해 꺼지지 않는 불길에 타오르고 있었다. 허억허억 뜨거운 숨을 내뱉고 풀린 눈을 하고 허리를 흔들고 있다.

황제는 그것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한 장면도 놓칠 수가 없다.

저 청년이 아주 어린 시절 더벅머리일 때부터 황제는 이런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성장하여 넓은 품과 단단한 체구를 지닐 때까지. 그리하여 고갈되지 않는 정욕으로 남근을 세워 그를 쉴 새 없이 범할 수 있을 때까지. 황제는 기다렸고, 결실을 맺었다.

그리하여 축생도(畜生道)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어린 청년은 사내의 뒤를 쑤셔 발겼다. 짐승이 우짖는 소리가 구멍 사이로 새어 나왔다. 황제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청년이 후우우 깊은 숨을 내뱉고 사내의 골반을 잡아당긴다. 새하얀 둔부가 찌그러지도록 깊게, 깊게 당겨 청년은 그 질척한 욕망을 사내의 속에 털어 냈다. 욕망이 둔부 사이에서 철철 흘러넘쳤다.

부르르 몸을 떨던 청년은 마침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둔부에 묻은 성기를 빼내었다. 청년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치고 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안에 토정했음에도 그 성욕을 주체 못 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몸을 지탱하던 청년의 손이 떨어지고 사내는 침상에 철퍽 엎어져 일어나지 못했다.

청년이 느릿하게 바지춤을 여몄다.

끈적한 정액으로 더러워진 몸을 진득한 시선으로 훑으며 청년은 천천히 옷매무새를 다듬고.

느릿하게 입술이 열렸다.

“공방에서 붓이 완성되었다 연락이 왔습니다, 스승님. 내일은 드디어 붓글씨를 쓰는 날입니다.”

솜털이 가시지 않은 어린 청년의 웃음은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침대에 늘어져 있던 사내는 절망 어린 눈을 하고야 만다.

“태부의 글씨는 스승의 성품을 닮아 단아한 기품이 있었지요.”

느릿한 목소리에 희미한 기대감이 묻어 있었다.

“보지로 쓰는 붓글씨는 어떠할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흐윽. 치욕에 물든, 수렁에 빠진 사내의 울음을 참는 소리. 어린 청년은 그 소리에 잔혹한 즐거움을 얼굴에 스치고야 만다.

“아마 태부를 닮아 정갈하고 기품이 있겠지요, 아니면 태부의 그 남근을 우물 씹는 아랫입처럼 난잡하려나요? 제자는 참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년은, 아니 태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호방한 발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텅 빈 방 안.

끅끅 사내의 숨죽인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아주 희미하게 울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등이 떨려 올 때마다 둔부 사이에서 정액이 꿀렁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하아, 황제는 낮은 숨을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간이 터질 듯이 부푼 채다. 걸을 때마다 사타구니에 옷깃이 스쳐 쓰디쓴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황제는 오늘, 아니 당분간은 태부를 안지 못한다. 태자가 태부를 정복할 때까지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저 달콤한 과육을 맛보거나 그 푹신한 엉덩이를 찌그러트릴 수도 없다. 십 년이 넘도록 기다려 온 일을 망칠 수는 없으니. 황제는 인내심이 강한 자였다.

바로 옆방이었다.

문 앞에 선 황제를 향해 궁인은 몸을 조아리고 문을 열었다.

스르륵.

열린 문 사이로 형용할 수 없는 욕망의 냄새가 흘러나왔다. 참을 수 없는 욕망이 배 속에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며, 황제는 강렬한 충동을 억지로 누른 채 문턱을 발로 밟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침상의 휘장을 걷고 널브러진 사내의 몸을 바라본다.

“하악, 하악…….”

사내는 초점이 흐려진 희뿌연 눈을 하곤 그저 거친 숨만을 내뱉고 있었다. 황제는 그의 나신을 고요한 눈으로 훑었다. 말을 타고 전장을 누볐던 대위의 상장군은 침대에 대자로 뻗은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입가에 타액을 줄줄 흘리며 가끔씩 그 하얀 둔부를 움찔움찔 떨고 경련을 일으키는 게 전부였다. 황제의 시선이 마침내 정액을 줄줄 쏟는 가랑이 사이로 향했다.

집요한 시선이 사내의 정신을 일깨운다. 사내는 드디어 황제의 인기척을 느끼곤 흐릿한 눈에 희미한 빛을 일깨웠다.

시선 끝에 황제는 손을 뻗어 질척한 항문에 손가락을 쑤욱 쑤셔 넣었다.

“폐하, 흐윽!”

긴 손가락이 쑤걱 항문을 헤집는다. 사내는 몸을 파들파들 떨며 아, 아아 가녀린 신음을 흘릴 뿐이다. 이 모습에서 어찌 그 옛날의 위희평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황제는 항문에 진탕 고인 정액을 긁어 빼내고 있었다.

“후으윽, 흐윽……! 폐, 폐하!”

사내는 봉긋한 엉덩이를 씰룩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손톱이 내벽을 긁을 때 위희평은 히잇 하고 새된 소리를 내며 펄떡이는 잉어처럼 허리를 튕겼다. 황제는 아주 깊숙한 곳에 고인 정액마저 긁어내곤 마침내 우물거리는 아랫구멍에서 손을 빼내었다. 사내의 등이 움츠러든다. 황제는 희고 끈적한 백탁이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사내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사내는 코끝을 스치는 비린내에 핏기가 가신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붉은 입술이 열리고.

“핥아라.”

사내는 몸을 떨며 충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곧 눈을 깔고 붉은 혀를 내밀었다.

사악. 축축한 혀가 길고 우아한 손가락을 핥아 내렸다. 손가락을 타고 끈적한 정액이 입술에 뚝뚝 흘러 떨어졌다. 작게 열린 입술 사이로 끈적한 붉은 살, 붉은 혀에 얽힌 백탁이 보였다. 혀 가운데 우묵하게 들어간 부분에 정액이 고여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려 가고 있었다. 사내는 부드러운 혀로 몇 번 더 손가락을 핥아 제 항문에서 긁어낸 정액을 청소했다. 황제는 흡족한 미소를 띠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타구니는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상태다.

위희평은 그렇게 제 배 속에 싸질러진 핏덩어리의 정을 핥아 먹었다.

츄읍. 깨끗해진 손가락을 입에서 빼내고 위희평은 눈을 내리깔았다. 황제는 손을 거두고 입술 끝을 비틀었다.

“태자의 남근이 어떻더냐?”

위희평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간다. 황제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뻐근한 남근을 느꼈다. 황제가 느릿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몹시 훌륭하지 않더냐? 그 아이는 아비보다는 어미의 피를 짙게 물려받은 모양이다. 외가의 사람을 닮았지. 여인의 팔뚝만치 커다랗게 자라 성이 나면 아랫배를 턱턱 때리곤 하지. 색이 붉고 끝이 두툼하고 부드러운데 그 기둥은 핏줄이 두드러지게 딱딱하다. 황가의 사람이나 십 대 후반이 되도록 여인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 세월 동안 쌓인 정기가 어떻겠느냐. 하루 종일 너를 범하지 않느냐. 그 욕망을 뿜어내고도 몇 번이고 다시 불타올라 여인에게 기쁨을 선사하지.”

희미한 울음소리와 함께 위희평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만…….”

그러나 황제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평아(平兒). 너를 위한 선물이다. 암캐같이 음란한 너를 만족시킬 짝지야. 널 위한 수캐이다. 소중한 벗인 너를 위해 내가 키워 낸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

음울한 미소를 지으며 황제는 위희평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위희평은 창백한 뺨에 눈물을 주룩 흘리며 더듬 말했다.

“죽여 주십시오……. 차라리 죽여 주십시오.”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느냐.”

황제의 얼굴이 싸늘하게 돌변한다. 무덤덤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평아. 난 분명히 네가 죽음으로 도피할 수 없다고 일렀다.”

그 선고와 같은 말에 위희평이 끄흑 통곡을 삼키며 몸을 부르르 떤다. 황제는 위희평의 뺨을 손으로 움켜쥐곤 북풍과도 같이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제발……. 소군(小君), 평이 소군의 여인이 될 테니…….”

소군.

황제는 그 말이 흘러나온 순간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야 말았다. 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말은 어느 날 말머리를 나란히 하며 달렸던 두 사내의 모습을 상기시키고야 만다. 황제는 숨을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위희평은 눈물로 흐려진 눈을 하며 간절한 목소리를 입술 밖으로 내었다.

“제발……. 제발……. 이제 폐하의 명을 거부하지 않겠습니다……. 반항하지 않고 명을 따르겠습니다……. 조회에 나갈 때 빼먹지 않고 남근을 넣고 가겠습니다……. 저녁마다 설연에게 훈련을 제대로 받겠습니다……. 느슨해지지 않게 구멍을 잘 조이겠습니다……. 평이 소군의 영원한 계집이 되겠습니다……. 흐윽, 제발…… 제발…….”

절망에 애걸하던 위희평은 결국 금기의 말을 입 밖에 내뱉었다.

“옛날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아악!”

황제는 위희평의 퉁퉁 부은 유두를 비틀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술 끝을 비튼 황제는 모멸의 시선을 위희평에게 보낸다. 한껏 태자에게 희롱당한 유두를 꼬집혀 위희평은 입술 밖으로 옅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위희평이 황제의 경멸 어린 시선을 깨달았을 때 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위희평의 얼굴에 절망이 서린 순간이다.

“폐하, 폐하.”

간절한 목소리에 황제는 음울한 웃음을 흘린다. 위희평이 황제의 옷자락을 쥐려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렸다.

“내일 안국후가 붓글씨를 쓰는 것을 기대하고 있겠소. 한순간도 빠짐없이 내 지켜보리라.”

옷자락은 펄럭 위희평의 손을 허망하게 빠져나간다. 황제는 등을 돌려 방을 빠져나갔다.

“폐하, 폐하!”

간절한 목소리가 등 뒤를 울렸다. 황제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아, 소군…… 제발, 제발!”

위희평은 마침내 그 처절한 목소리로 돌이킬 수 없는 옛날의 파편을 부르짖는다. 황제는 대답을 하지 않고 문턱을 밟았다.

스르륵.

궁인이 문을 닫았다. 닫힌 문틈 사이로 허흑, 사내의 절망 어린 울음이 새어 나왔다.

황제는 문 앞에 서서 깊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한참 동안 울음을 등에 지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황제는 울음이 잦아들 쯤에 간신히 이성을 되찾곤 쓰라린 웃음을 입가에 걸었다.

소군이라!

상처받은 짐승의 비틀린 웃음이 입가에 걸린다. 황제는 냉소를 지으며 속으로 뇌까렸다.

그것을 네가 입에 담는 것은 너무나도 뻔뻔한 일이다.

황제의 암울한 눈이 찬란한 과거를 헤매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황제는 발걸음을 뗐다.

저벅.

텅 빈 복도를 걸으며 황제는 즐거운 미소를 입에 걸고야 만다. 속으로 내일의 붓글씨가 어디까지 위희평을 추락시킬지 즐거운 기대를 품으면서.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얻고, 짐승은 그렇게 고통을 달랬다.

* * *

다급한 목소리가 등 뒤를 쩌렁하게 울렸다.

“소군(小君)!”

그러나 원선견은 오히려 말의 배를 발로 차 앞으로 달려 나갈 뿐이다. 기겁한 사내가 속력을 내어 원선견을 따랐다.

원선견은 고삐를 당겨 속도를 늦추며 어깨에 걸쳤던 화살을 메겼다. 날카로운 눈빛이 사냥감을 향한다. 시선은 차분했으며 깊게 가라앉아 그 과녁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있었다.

팅.

시위를 놓았다. 동시에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사슴이 고꾸라졌다. 원선견은 바로 으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친애하는 벗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평아(平兒)! 내가 사슴을 잡았…….”

그러나 원선견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대체…….”

거친 숨을 터뜨리는 사내가 원선견을 노려보고 있었다.

허억허억.

얼마나 급했던가 헐레벌떡 말을 몰아 절벽 끝에 다다른 원선견을 쫓아온 것이다. 그제야 아차 한 원선견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위희평의 눈치를 본다. 꾸욱 고삐를 잡은 손에 핏줄이 도드라진다.

빠드득.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위희평이 소리쳤다.

“도대체 위험하게 무슨 짓입니까, 소군.”

대위의 작은 군주는 푸르륵 날뛰는 말을 고삐를 잡아당겨 진정시켰다. 워워, 말을 달래던 원선견이 길디긴 한숨에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기껏 쫓던 사냥감이 절벽에서 허무하게 떨어지는 것을 두고 볼 턱이 있나.

“사냥이 무예를 다스리기 위한 일이지, 고귀한 목숨을 위태롭게 할 일입니까?”

그러나 위희평에게 그것은 참으로 무모하다 못해 어리석은 일이었다.

단정하게 관으로 고정시킨 머리는 어느새 흐트러져 뺨을 가리고 있었다. 향 내음이 나는 사내였다. 준수한 얼굴에 반듯한 인상, 꼿꼿한 허리와 정심한 두 눈은 그의 성품을 증명하였다.

그는 위희평.

북제 황제의 동생인 아비가 권력다툼의 희생양이 되기 싫어 대위로 도망칠 때 따라온 이였다. 황제가 친히 이름을 하사하기 전 그 당시의 이름은 고희평이다.

북제 황제의 조카라 원선견의 아비는 그를 몹시 귀중하게 대하였으며 아들 중 가장 강인하고 오만한 원선견의 동무로 붙여 주었다.

‘너의 영원한 벗이 될 아이이다.’

어린 원선견은 눈앞에 선 동갑의 사내아이를 보고 속으로 어린 나이에도 저 아이는 황제의 조카다운 기개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품었다. 황제의 조카는 어린 나이에도 그 반듯한 얼굴은 덤덤하여 무게감이 있었고 걸음걸이에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우아함이 있었다.

원선견은 위희평을 좋아하게 되었다.

원선견의 아비는 선전을 위해 위희평을 아들의 벗으로 삼았으나 그는 진실로 대위 태자의 죽마고우였다.

함께 글과 승마를 배우고 밥을 먹고 같은 침상을 썼다.

고귀한 태생을 타고나 사람을 얕보는 원선견에게 그 격이 떨어지지 않는 위희평은 하늘이 준 붕우였다.

위희평은 문에 있어서 글자를 가르쳐 준 스승의 칭찬을 받고 무에 있어서 말을 가르쳐 준 스승의 감탄을 샀다.

원선견은 알았다.

위희평과 자신은 마음을 통한 벗일뿐더러, 그는 꼭 필요한 이이다.

원선견의 눈 깊은 곳이 반짝였다.

저 북제를 치고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인재.

위희평 또한 원선견의 눈에 빛나는 야망을 알았겠지. 원선견은 위희평이 자신을 주인으로 섬기고 따르는 것이 저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확신하고 있었다.

위희평이 자신과 꿈을 공유한 유일한 벗이고 또 그 마음이 일치한다는 것을.

회상하던 원선견의 입꼬리에서 작은 미소가 희미하게 스쳐 나간 순간이었다.

“내가 잘못하였다.”

원선견은 순순히 수긍하였다. 위희평은 주군에게 더 이상 따질 수 없어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짙은 한숨 끝에 위희평이 작게 말했다.

“당신은 저의 주인이십니다.”

위희평은 작은 원망을 품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군께서 잘못되신다면 저는 어찌 살아간단 말입니까.”

그건 의미가 없는 삶입니다. 덤덤한 목소리에 원선견은 수려한 얼굴에 은은한 웃음을 띠었다.

“너는 그럼 선청을 다시 소군으로 부르면 된다.”

귀비의 아들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 호시탐탐 원선견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형제였다. 사람들은 황제가 귀비를 총애해 원선견이 위태롭다 하였다. 그리하여 원선청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채질을 당해 헛된 꿈을 품고 있었다.

위희평과 원선견은 그러나 그 치기 어린 황자를 우습게 여길 뿐이다.

“당신이 없으면 나의 삶의 이유도 없습니다.”

그것은 눈앞의 이득만 욕심내는 작은 그릇에 불과하다. 원선견은 픽 웃음을 흘렸다.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위희평은 바람 새로 나지막한 목소리를 흘렸다.

“나의 꿈은 당신에게 걸려 있습니다, 주군.”

천하를 통일하는 것.

위희평과 원선견이 대학을 배우고 말을 타는 법을 배울 적에 맹세한 것이다. 같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촛불로 불을 밝힌 밤에 한 맹세.

북제를 무너트리고 천하를 일통하는 나라의 군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위희평은 그의 선봉에 서기로 맹세했다.

“그러니 옥체를 보존하십시오.”

위희평의 덤덤한 목소리에 원선견은 입가에 빙글 웃음을 흘렸다. 손에 쥔 말고삐에 힘을 주며 원선견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알겠다. 평아야. 너는 참으로 잔소리쟁이다. 모후께서도 이러시지는 않는다.”

공연한 소리에 위희평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 * *

오늘이다. 황제는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끼며 소리가 들려오는 벽을 향해 다가갔다. 벽에 걸린 족자를 치우고 족자 뒤편에 숨겨진 조그마한 구멍에 눈을 들이댄다.

위희평이 조복을 입고 바닥에 무릎 꿇고 있었다.

그의 단정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태자는 앞섶을 풀어헤친 채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태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발치의 위희평을 내려다보고 있다.

위희평의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태자의 앞에서 공손히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오늘입니다.”

그 말에 위희평의 몸이 움찔거렸다. 태자는 씨익 웃으며 궁인에게 손짓했다.

전각에 갇힌 나날 동안 얇은 하얀 침의만을 입고 있던 위희평은 이 순간 조복(朝服)을 차려입고 있었다.

붉은 비단으로 만든 허리띠가 치렁한 상의를 묶어 고정된 채다. 길게 늘어트렸던 흑발은 단정하게 금관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모든 옷차림이 입조를 할 때 갖추어야 할 관리의 예복과 같았다. 상체만 보자면 위희평은 음란하던 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평소의 안국후다웠다.

“!”

궁인이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고 상자를 올린다. 태자는 상자를 열어 부드러운 털이 빼곡하게 꽂힌 붓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끝부분은 하얗고 뿌리로 갈수록 잿빛인 붓털과 부드러운 자단목에 산수화를 새긴 붓대로 이루어진 붓이다.

붓대의 손잡이는 남근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단정한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야 만다.

위희평이 이성을 잃고 자리를 박차고 문을 향해 달려 나간다.

“어딜!”

그러나 태자는 위희평을 놓치지 않고 허리를 감았다. 외마디 비명을 소리치는 위희평을 품에 단단히 가두고 태자는 눈을 밝혔다.

“도주는 꿈도 꾸지 마십시오!”

“아악, 태자, 태자! 제발…….”

태자는 간절하게 비는 위희평의 허리춤을 잡아 바지를 불쑥 내렸다. 허여멀건 엉덩이가 드러나고, 위희평은 훤한 아랫도리에 경악하여 몸부림을 쳤다.

“거부할 수 없습니다. 왜 모르십니까?”

태자가 두툼한 가슴으로 버둥거리는 위희평의 등을 깔아뭉갰다. 위희평이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강제로 몸이 눌린 채 몸부림을 치고, 시위가 태자의 눈짓에 태부의 발을 단단히 붙들었다.

“싫, 싫습……!”

태자는 가슴으로 위희평을 짓누르며 통통한 엉덩이 사이를 붓의 손잡이로 후볐다. 위희평이 아악 비명을 흘렸다. 태자의 얼굴에 희열이 스친 순간이다.

“아악, 악!”

버둥거리는 태부를 끌어안은 팔에 핏줄이 솟았다. 근육이 도드라진 팔로 위희평의 허리를 감아 거세게 옥죄며 태자는 항문에 붓을 거칠게 쑤셔 비틀었다. 위희평이 몸을 무너트리며 울부짖는다. 국화꽃 모양으로 가지런히 닫힌 항문은 열릴 틈새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주위를 푸욱푸욱 쑤시던 태자가 콧김을 내뿜으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왜 자꾸 쓸데없이 반항하십니까?”

태자가 단단히 오므려진 위희평의 구멍에 짜증을 내며 벌건 주름 위를 조각된 남근으로 찔렀다. 위희평은 주름 근처를 비비는 남근을 피하려 엉덩이를 뒤로 빼었다가 위로 올렸다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몸은 태자의 단단한 팔과 가슴에 짓눌려 결박당한 상태다. 아래위로 출렁이는 허연 엉덩이를 꽈악 부여잡은 태자는 그 살집 사이로 붓을 거칠게 찔러 넣었다.

갈색 주름으로 손잡이가 푸욱 파고든다.

“아아악!”

위희평의 몸이 가련하게 튕긴다. 그는 눈물범벅이 된 눈으로 몸을 벌벌 떨고 끄윽 소리를 내고 있었다. 태자는 그 입구가 트인 것을 깨닫고 신이 나 손을 놀리는 쪽의 팔에 힘을 주고야 만다. 팔뚝의 근육이 도드라지고 있었다.

위희평은 절망에 이른 얼굴을 했다. 허벅지에 닿는 고간이 부푼 것으로 태자가 자신의 몰락에 흥분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추태를 유흥거리로 여기는 추악한 욕망.

위희평은 아아, 애처로운 숨소리와 함께 몸을 잘게 떨었다.

태자는 힘을 써 억지로 저항하는 위희평의 엉덩이에 붓을 후벼 넣었다.

“흐윽!”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오고.

위희평은 침대를 부여잡고 엉거주춤하게 선 채 몸을 떨고 있었다. 몸이 떨릴 때마다 항문에 비죽 나온 붓이 살랑거렸다.

태자의 얼굴이 환해진 순간이었다.

“결국 이리될 것, 스승!”

위희평이 절망하여 포기한 줄 알았던 태자는 도주하는 사내에 노기를 드러내며 버럭 소리 질렀다. 반항을 멈춘 줄만 알았던 위희평이 틈을 타 몸을 뺀 것이다.

어어어!

입가에선 벙어리의 말이 흐른다. 눈물범벅을 한 위희평은 엉덩이에 붓을 꽂은 채 문을 향해 달려갔다. 태자가 방심한 틈을 타 문가에 도달한 위희평은 닫힌 문을 손으로 더듬고 정신없이 손톱으로 긁었다.

“싫어…… 싫…….”

분노에 이른 목소리가 방을 쩌렁하게 울렸다.

“어딜 감히!”

눈에 불을 켠 태자가 그의 뒤를 쫓았다. 사내의 허리를 잡아채는 단단한 팔. 발버둥 치는 몸을 너른 품에 가두며 태자는 노기가 치솟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가만히 있으십시오!”

체액으로 더러워진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사내는 허엉 울었다. 엉덩이에 꽂힌 붓이 허공을 살랑였다.

“싫습니다. 이, 이것은 싫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하지 않았습니까? 도망치지 마십시오! 어차피 스승께서는 벗어나지 못하십니다.”

단호한 목소리에 사내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도리질을 쳤다. 태자의 품에 안겨 사내는 이성을 잃고 더듬더듬 중얼거릴 뿐이었다.

“쓰기 싫습니다. 붓, 붓글씨를 쓸 수 없습니다.”

사내가 이성을 잃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싫습니다!”

태자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뿌득 이를 간 태자가 형형히 눈을 번뜩인다. 엉엉 우는 사내의 머리채를 잡아챈 태자가 손을 들어 뺨을 후려갈겼다.

철썩!

사내의 눈이 잠시 돌아갈 만치 거센 따귀였다. 비틀거리는 사내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어 바닥에 밀친다. 사내는 엉덩방아를 찧고 깊숙이 파묻힌 붓에 히익 소리를 흘렸다.

붓은 항문의 여린 살을 푸욱 쑤셨다. 그 충격에 사내는 허연 허벅지살을 드러내고 다리를 닫을 생각도 못 한 채 벌리고 있었다. 푸들푸들 떨리는 허벅지와 희멀건 둔부를 보며 태자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후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하시게 될 일을 어찌 이리 어렵게 만드십니까.”

“싫, 싫…….”

위희평이 다리를 벌린 채 종이 위에 앉아 울고야 만다. 사내는 쉴 새 없이 울면서 중얼거렸다. 쓰기 싫습니다, 붓글씨는 싫습니다.

그러나 태자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할 뿐이다.

“먹물을 가져와라.”

그 말에 사내가 울먹이며 도리질을 친다.

궁인은 공손히 벼루 위에 먹물을 부었다. 허어엉, 절망에 이른 울음소리에 태자가 눈썹을 높게 치켜떴다.

* * *

황제가 후우 깊은 숨을 내뱉었다. 눈물 콧물로 더러워진 위희평의 입술이 새파랗다. 초점이 흐려져 위희평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황제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허공에 벌려진 다리는 히익히익 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떨리고 있다. 그때마다 엉덩이의 붓이 파르르 떨려 왔다.

위희평은 시위의 손에 붙들려 사타구니를 개방하고 있었다. 시위는 위희평의 무릎 아래 오금을 잡아 들었다. 허공에 대롱 매달린 위희평의 다리를 쫘악 옆으로 벌려 그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였다.

빼곡한 수풀과 늘어진 검붉은 성기와 허연 둔덕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황제는 입술 끝을 비틀어 훗 웃고야 말았다. 둔덕에 빼죽 삐져나온 붓끝을 보며 태자가 몹시 재밌는 짓을 하고 있다 생각하면서.

시러…… 싫…….

풀린 혀를 간신히 움직여 위희평이 더듬더듬 말하였다. 그 총명하던 눈은 초점 없이 풀려 있었다. 위희평은 그저 풀린 혀로 웅얼거릴 뿐이었다.

벽에 닿은 고간이 뻐근하다. 황제의 얼굴에 희미한 열락이 스친다.

위희평을 안은 시위가 조심스럽게 몸을 숙였다.

하얀 담비 털 붓털이 끝부터 검게 물들여진 순간이었다.

붓이 꽂힌 엉덩이가 씰룩거리고 있었다.

황제는 깊고 아슬한 한숨을 내쉬며 단단한 근육이 도드라질 만큼 허벅지에 힘을 준다. 아랫도리의 통증이 깊었다.

* * *

“스승을 들어 올려라.”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태자가 말했다.

“네가 직접 써라. 제기랄, 앙탈을 부리는 것도 정도껏이어야 귀엽게 봐주지.”

투덜거리는 말에 시위는 태자의 눈치를 보아 그의 명을 따랐다. 아무리 태부의 권세가 강한들 궁의 주인은 황제와 그의 혈족이다. 그 고아한 안국후의 몰락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시위는 내색하지 않고 태부의 몸을 와락 껴안아 허벅지 사이로 불쑥 손을 넣었다.

허공에서 몇 번을 바동거리던 위희평이 곧 포기하고 끅끅 죽인 울음을 흘린다. 눈물범벅이 된 위희평의 얼굴을 보며 태자는 허리춤을 풀고, 검은 수풀 사이로 축 늘어진 검붉은 음경을 꺼내고야 만다. 위희평은 눈물범벅이 된 채 시위의 손에 몸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단정하던 조복이 흐트러져 하얀 쇄골을 보이고 있었다.

후우. 태자는 깊은 숨을 내뱉었다. 태부는 진정 요물이구나. 저 눈물 젖은 얼굴을 보는 순간 배꼽 아래가 당기는 것을 느끼고야 마니 태부는 실로 사람의 음욕을 돋우는 천성이 음탕한 이다.

태자는 그리 생각하며 핏줄이 두드러진 흉흉한 남근을 꺼내 흔들었다. 후욱, 태자는 배꼽에서 꺼덕이는 양물을 주무르며 느릿하게 말했다.

“글을 쓸 줄 아느냐?”

“예, 궁궐의 시위들은 어느 정도 글월은 욀 줄 압니다.”

“대위상장군(大魏上將軍)을 써 보아라.”

시위는 예, 소리를 내며 고개를 조아렸다.

“싫어, 싫…….”

공황에 빠져 더듬더듬 말하는 위희평이 불쌍했으나 시위는 태자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는 조복에 먹물이 튀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며 먹물이 담긴 벼루에 몸을 숙였다.

“흐윽……!”

붓끝이 먹물로 물들여져 간다. 위희평의 하얀 엉덩이에 먹물이 튀면 경을 칠 것이다. 시위는 주의를 기울이며 붓에 먹물을 적시곤 허리를 폈다.

위희평의 몸이 흘러내려 갔다. 시위는 그를 다시 고쳐 안고 오금을 껴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쫘악 치부를 드러내고 벌려진 사타구니를 바라본 태자는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남근을 주물럭거렸다.

벽 뒤의 눈이 반짝였다.

태자는 짐승의 눈을 하곤 위희평을 노려보았다.

“어물거리지 마라. 당장 시작해.”

“예, 전하!”

혼이 난 시위가 몸을 숙여 붓끝을 종이에 댄다. 위희평은 고개를 숙이고 끅끅 울고 있었다. 동그란 엉덩이 사이 삐죽 나온 붓끝이 파르르 떨려 왔다. 뚜욱 뚝 먹물이 종이를 적시고 있었다.

쭈욱, 붓이 종이 위에 미끄러진다. 시야에 드러난 엉덩이가 부들부들 떨려 왔다.

“흐으으!”

위희평의 울음소리가 거세져 갔다. 시위의 이마에 땀이 송골 맺힌 순간이었다. 위희평의 항문에 꽂힌 붓은 매끄럽게 획을 긋고 있었다. 움츠린 위희평의 등이 파르르 떨려 왔다.

시위는 위희평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곤 글씨를 써 내려갔다.

대위상장군(大魏上將軍).

하얀 종이 위에 커다란 다섯 개의 글자가 새겨진다.

시위를 보던 태자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안국후(安國侯)도 써 보아라.”

시위는 예, 고개를 숙이며 다시 위희평을 잡아 든 손에 힘을 준다.

사내는 붓이 된 듯했다. 시위는 열심히 위희평의 항문에 꽂힌 붓을 사용하여 글자를 써 내려갔다.

위희평의 몸을 허벅지째로 껴안아 들어, 오금을 단단히 부여잡은 채로 벌인 일이었다.

“흐으으윽, 흐윽…….”

붓이 된 위희평은 얼굴을 새하얗게 물들인 채 울고 있었다. 울음이 흐를 때마다 조복 사이로 빼꼼 드러난 귀여운 엉덩이가 파들파들 떨리고야 만다.

태자는 아래위로 양물을 쥔 손을 흔들며 다시 말했다.

“후욱, 위, 위희평(魏熙平)도.”

태자는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태자태부니, 위희평의 공적을 칭송하는 비석의 글자니, 위희평이 가르쳐 준 대학이나 효경의 글을 쓰게 했다.

군신의 미덕을 써 내리는 말이나 효행을 강조하는 말, 복을 기원하는 말, 이백의 시를 몇 줄 쓰게 하곤 태자는 위희평의 말없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꺼떡거리는 남근을 손으로 주물렀다.

“그만 놓아주거라.”

시위의 손에서 풀려난 위희평이 엎어져 히끅거린다. 이제 끝이다. 지레짐작한 위희평의 얼굴에 희색이 감돈 순간, 사내는 이어진 태자의 말에 다시 절망에 새하얀 얼굴을 물들이고야 말았다.

태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새 종이를 내와.”

궁인이 종이를 갈고. 위희평은 바닥에 옆으로 몸을 뉜 채 가쁜 숨을 내쉬고야 말았다. 맞물린 허벅지를 비틀며 위희평은 눈물 흘리는 눈으로 태자의 안색을 살폈다. 절망에 이른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며 위희평은 무언의 호소를 하고 있다.

시위가 다시 겨드랑이를 붙잡으려 할 때 단정한 용모의 사내는 흐윽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싫어, 싫, 싫다…….”

그리고 태자가 냉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태부를 잡지 마라!”

이어진 말에 위희평은 핏기가 가신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이번엔 스승께서 직접 쓰실 것이다.”

* * *

유려한 입술 끝이 비틀렸다. 벽을 매만진 손가락을 움직여 황제는 고간의 고통을 참기 위해 벽을 까득 긁는다. 한 치도 빼놓을 수 없이 소중한 광경이다. 황제는 숨을 참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평아, 네 얼마나 괴롭겠느냐.

황족으로 태어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고귀한 자리에 오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 찬란한 영광을 누리던 위희평은 지극히 연모하던 여인의 사랑의 결실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치욕을 당하고 있었다. 황제는 더운 숨을 내뱉으며 눈을 빛냈다.

위희평은 바닥에 엎어진 채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잘못했습니다. 전하…… 제가 잘못하였……. 제가 음란하여……. 그러니 제발.

쯧, 황제는 혀를 차고야 만다.

그렇게 겪고도 저것이 사내의 음욕을 돋우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황제는 속으로 위희평의 어리석음을 탓한다. 그래서 위희평은 한없이 몰락하고야 마는 것이다.

울며 사내의 고간을 뻐근하게 만드는 말을 하곤 무사하기를 바라는지, 나 원. 황제의 얼굴에 스친 것은 비웃음이었다.

역시나 태자는 토정 후 늘어트렸던 남근을 다시 세웠다. 허공에 튀어 오르며 배꼽을 툭툭 건드리는 검붉은 남근은 몹시 흉흉하게 발기되어 있었다.

위희평의 얼굴이 새하얗다.

황제의 입술 사이로 느린 한숨이 흘렀다.

* * *

태자의 눈은 짐승과도 같이 번뜩이고 있었다. 태자는 후욱 깊은 숨을 내쉬곤 경고의 말을 내뱉었다.

“저를 더 이상 화나게 하시지 마십시오, 스승님.”

태자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바닥에 엎어진 위희평에게 짜증 어린 목소리를 냈다.

“정말 제가 스승님을 감옥에 처넣어 죄수들의 묵힌 정액을 핥아 먹게 하길 원하십니까? 제 계집이 되기 싫어 개돼지의 암컷이 되길 원하십니까? 계속 이러시면 마구간에 가겠습니다.”

치대는 것도 정도가 있다. 그러나 위희평은 일어나지 않은 채 하염없이 울먹일 뿐이었다.

결국 태자는 반항하는 위희평에게 분노를 터뜨렸다.

“계속 그리하시겠다면 좋습니다! 마구간으로 가지요.”

그는 벌떡 일어나 엎어진 위희평의 팔을 잡아 강제로 일으켰다. 위희평을 질질 끌어 문으로 향하는 태자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비틀거리며 끌려가던 위희평이 사색이 된 얼굴을 하며 문기둥을 붙잡았다.

“쓰, 쓰겠습니다!”

문기둥을 부여잡고 위희평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했다. 태자는 위희평의 허리를 팔로 휘감으며 빈정거렸다.

“이미 끝났습니다. 스승님의 앙탈을 어여삐 봐주었는데, 저도 이제 한계입니다. 이제 스승의 낭군은 흑영(黑永)입니다.”

흑영은 태자의 애마다.

위희평은 경악하여 문기둥을 부여잡았다. 태자는 그런 사내를 강제로 떼어 내려 하며 조롱의 말을 쏘아붙였다.

“앞으로 뒷보지가 헛헛하여 예전처럼 제게 보채는 일은 없을 겁니다. 스승의 뒷보지엔 항상 말 자지가 쑤셔져 있을 테니까요. 흑영이 흥분하면 언제든지 교합할 수 있게 스승의 뒷문에 말 좆을 쑤셔 넣고 흑영 배에 묶어 놓을 겁니다. 저는 사냥을 갈 때도 흑영을 타고 달릴 겁니다.”

“쓰겠습니다……. 쓰겠습니다……. 제발…… 제발…….”

“흑영의 배를 차고 달릴 때 태부께서는 말 아래서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시겠지요? 제가 처음 스승을 범한 때처럼 눈물 콧물을 다 쏟으시면서 눈을 까뒤집으시겠지요. 후후, 제 남근이 아무리 크다 한들 말의 그것만 하겠습니까. 아마 완전히 망가지실 겁니다.”

음울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태부는 더 이상 항문을 조일 필요가 없습니다.”

위희평은 문기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며 엉엉 울었다.

“글씨를 쓰겠습니다……. 살려 주세요, 태자……. 저, 저를 흑영에게 내어 주지 마세요.”

태자가 히죽 웃으며 위희평의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늦었대도요!”

까드득 문지방을 간절히 긁은 손톱이 마침내 허공을 헤매고 위희평은 얼굴을 절망으로 일그러트린 채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커다란 손이 위희평의 머리채를 잡아채 고개가 뒤로 꺾였다.

“으아아악!”

태자는 위희평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그를 복도로 끌고 나갔다. 태자의 얼굴에 스산한 기색이 스쳤다. 바동거리며 그의 손에 움켜쥐어 끌려 나가고 있었다. 위희평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말과 교합하라는 태자의 말에 위희평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태자…….”

거짓이리라. 그저 농을 하는 것이리라. 화가 나서 협박을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엔 태자의 얼굴은 지나치게 냉랭하다. 태자가 위희평의 머리채를 틀어쥔 손에 힘을 주었다. 흘러내린 장포 사이로 드러난 두꺼운 팔뚝에 핏줄이 두드러져 있었다.

“제가 스승을 왜 죽입니까?”

위희평이 더듬더듬 말했다.

“죽을 겁니다. 흑, 흑영은…….”

태자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늦었다고 했습니다. 스승은 이제 흑영의 좆을 영원토록 배에 품고 계실 겁니다. 그 작고 귀여운 구멍에서 흑영의 좆이 빠져나갈 일은 없을 겁니다. 정액이 배에 차올라 그 어여쁜 입으로 꾸역꾸역 토해 낸다 하더라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흐으윽, 위희평의 입에서 두려움이 섞인 신음이 흘렀다. 태자는 다시 발걸음을 떼고 질질 위희평을 잡아끌었다.

“스승이 제 계집이 되기 싫다 하시니 흑영의 짝지가 되시지요.”

울부짖는 위희평을 질질 끌어 태자는 마구간으로 향했다.

사내의 절규가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 * *

마구간의 입구였다. 위희평은 히익, 소리를 내며 몸을 사시나무 떨듯 했다. 설마 했던 일이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태자는 비명을 지르는 위희평의 머리채를 쥔 손을 휘둘러 그를 짚 위에 넘어트렸다.

“쓰겠습니다. 뒷, 뒷보지로 글씨를 쓰겠습니다……. 제발, 제발!”

짚에 나뒹군 위희평이 태자에게 기어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챈다. 흐트러진 바지춤을 고쳐 매며 태자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 태부를 가죽끈으로 흑영의 배에 묶어라. 오늘부로 위 태부는 흑영의 좆집으로 살아가실 거다.”

위희평은 몸을 붙든 손을 떼어 내려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었다.

“싫어, 싫어어어엇!”

그러나 태자의 지엄한 명령을 어길 수 없어 시위는 냉정하게 위희평을 질질 끌고 갈 뿐이다.

“빼지 마아아……. 으허어엉……!”

시위가 항문에 꽂힌 붓을 빼낼 때 위희평은 어헝 울음을 터뜨리며 절망 어린 목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그토록 넣기 싫었던 붓이었음에도 위희평은 붓이 빠지는 것을 저어하여 버둥거리며 엉덩이를 가리고 시위를 막으려 했다.

“빼지 마아…… 빼지…… 흐으윽!”

그러나 시위는 무정하게 갈색 주름 사이에 꽂힌 붓을 잡아당겼다. 퐁 소리와 함께 벌름거리는 장밋빛 속살이 드러났다. 조금 전까지 붓을 담고 있던 그 비밀스러운 곳은 다물리지 않은 채 뻐끔거리고 있었다. 위희평은 희게 질린 얼굴을 하고 제 항문을 손으로 잽싸게 막으며 더듬 말했다.

“안 돼……. 흐윽…… 말, 말은 싫습, 싫습니다.”

제 항문을 손으로 가린 채 엉엉 우는 위희평의 모습이 처절했다. 태자는 그것을 보며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위희평의 반항으로 인한 노기와 우는 위희평을 본 순간 다시 찾아온 사타구니의 열락에 몸이 뜨거워진 것이다.

혼미한 위희평은 제 항문을 음흉한 시선에서 가리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태자는 손가락 틈 사이로 빼꼼 드러나는 질척한 붉은 속살을 힐끔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당장에라도 저 허연 둔덕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싶었다. 저 맛있고 달큼한 속살을 혀로 파헤치고 짜글짜글한 주름을 사악사악 빨아 재껴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태자는 속을 진탕으로 만드는 욕망을 간신히 억눌렀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태자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위희평은 바닥에 엎드려 하악, 더운 숨을 내뱉었다. 볼을 붉게 물들인 채 허리를 비틀며 엉덩이를 손으로 가린 채 태자를 두려움에 찬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그 흐트러진 조복 사이로 깊은 쇄골을 드러내며 위희평은 몸을 움츠린 채 태자의 눈치를 살폈다.

드러난 엉덩이 사이를 손바닥이 엉성하게 막고 있었다. 태자는 말간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벌름거리는 항문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붉은 꽃같이 벌어져 사내를 유혹하는 음란한 항문을.

“흐으윽.”

저것은 사내를 유혹하려는 것인가. 태자는 어이가 없어 웃고야 만다. 사타구니의 열락이 또다시 찾아왔다. 위희평은 겁에 질려 태자의 눈치를 보았으나 그 또한 사내의 욕망이 일게 하는 것이었다.

태자는 혀를 쯧 찼다.

“요망한 년.”

존경했던 스승의 정체다. 태자의 눈이 진득한 욕망에 타오를 때였다.

흑영이 고요한 눈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지치지 않고 천 리를 달리나 주인에게는 순종하는 명마였다.

달빛이 번지르르한 흑색 갈기를 타고 내렸다. 태자의 애마는 잠에서 깨어 고요한 눈으로 소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완에서 진상된 말은 다리의 근육이 도드라지고 갈기가 사자처럼 풍성했다.

위희평은 그 말 위에 태자와 같이 올라 그에게 승마를 가르쳤다. 그 단단한 가슴으로 겁에 질린 태자를 지탱하면서.

그리고 지금.

“뭣 하느냐.”

태자의 차가운 말에 시위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스승을 말의 배에 묶어라.”

짚단 위에 엎드린 위희평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도리질했다. 싫어, 싫어. 그러나 시위는 위희평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감정 없는 얼굴을 한 시위 수 명이 위희평의 몸에 손을 뻗는다. 억센 손이 위희평의 팔을 붙들었다.

위희평은 비명을 지르고 몸을 뒤틀었으나 여러 개의 손은 손쉽게 그의 몸을 제압하여 말을 향해 질질 끌고 갔다.

버둥거리는 몸은 손쉽게 허공에 들렸다.

“싫어, 싫어, 싫, 싫…….”

시위는 질긴 가죽끈으로 위희평을 흑영의 배에 칭칭 감아 묶었다.

가죽끈이 배를 꽈악 조이고, 위희평은 말의 배에 등을 붙인 채 두 손과 두 발을 허공에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것은 기괴한 광경이었다.

푸르륵 소리를 내는 말의 배에 묶여 손발을 늘어트린 사내의 모습은 몹시 기괴한 것이다. 위희평은 정갈히 조복을 차려입은 채 허연 둔부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혹사당한 항문이 닫히지 않고 벌름거렸다.

딱딱딱.

시린 이가 부딪히는 소리다. 위희평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다.

“싫, 싫…… 히이익!”

둔부를 턱턱 치는 거대한, 아주 거대하고 흉측한 것에 위희평은 벌름거리는 항문을 움츠렸다. 그 무자비한 살기둥은 위희평의 둔덕을 턱턱 때리고 있었다.

그 순간 위희평이 허공에 대롱 매달린 채 미친 듯이 사지를 버둥거렸다.

“싫어, 싫어, 으아아아악! 아아악!”

그 처절한 목소리에 태자는 작게 명했다.

“흑영이 길을 못 찾는구나. 제 자리에 쑤셔 넣거라.”

명령을 들은 순간 위희평은 눈물 콧물로 더러워진 얼굴을 한 채 흐어어 울음을 터뜨린다. 시위가 다가와 흑영의 막대한 물건을 잡아 위희평의 투실한 엉덩이 정중앙에 댔다.

흡사 종아리를 둔부에 가져다 대는 듯했다. 위희평은 엉덩이를 짜그라트리는 막대한 존재감에 입을 헤벌리고야 말았다. 그것은 충분히 위희평을 찢어발길 수 있었다. 커다란 손이 푹신한 둔부를 헤집고 질척한 항문을 쫘악 벌리고 있었다.

위희평의 눈에 빛이 서서히 꺼져 갔다.

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던 위희평은, 어느 순간 몸을 추욱 늘어트리고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야 말았다. 그 눈이 초점 없이 멍했다.

위희평은 말의 배에 대롱 매달린 채 시위의 손길을 순순히 받았다. 턱선을 타고 타액이 뚜욱뚜욱 떨어져 내렸다. 사내는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위가 흉측한 말의 성기를 늘어진 갈색 주름에 가져다 댈 때였다. 누가 보아도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억지로 자지를 쑤셔 넣기 위해 시위는 거대한 귀두를 항문에 비비려 했다.

푸르릉, 태자의 말이 콧김을 내뿜으며 말굽을 다닥 굴렀다.

위희평은 넋을 잃고 그저 허공에 손발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뚜욱 뚝. 턱을 타고 타액이 질질 땅에 떨어져 내리고.

막대한 말의 남근이 부드러운 엉덩이를 갈랐다.

사람으로 태어나 짐승에게 뒤를 꿰뚫리려는 순간.

“그만.”

시위가 손을 멈췄다. 갈색 주름 근처를 쑤시던 말의 남근이 덜렁이며 떨어져 내렸다.

“흐, 흐으…….”

위희평이 덜덜덜 몸을 떨고 있었다. 여전히 정신이 나가 침을 흘린 채다.

후욱. 깊은 숨을 들이켜며 태자는 눈을 형형히 빛냈다.

“놓아드리겠습니다.”

넋이 나간 얼굴에 파동이 일렁였다. 죽은 눈에 빛이 스친 순간이었다.

그러나 위희평은 이어진 말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야 만다.

“제 계집이 된다고 얘기하세요.”

태자는 고요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은밀한 목소리 깊은 곳에 간절한 염원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진실로 간절한 욕망이다. 진실로 태자가 단 하나 원하는 욕망이었다.

짐승이 되어 스승을 능욕하는 패륜을 저지르면서까지 이루고자 한 강렬한 욕망.

“제가 그러면 태부를 품에 안겠습니다. 흑영의 좆이 아닌 제 양물을 머금으세요. 제가 태부를 귀여워하겠습니다. 스승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해 드릴 것입니다…….”

태자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제 계집으로 살아가십시오. 그렇다면 놓아드리겠습니다.”

기대 어린 눈이 위희평에게로 향한다.

위희평은 몸을 늘어트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태자는 그의 답변을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말의 배에 축 늘어진 위희평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불안감이 태자를 잠식할 무렵이었다.

정적 끝에 위희평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흑영에게 묶이겠습니다.”

태자는 주먹 쥔 손에 핏줄이 불거지게 힘을 주고야 말았다.

위희평은 꾸욱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체념한 얼굴을 한 채 말의 배에 묶여 손발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커다란 말의 양물이 위희평의 엉덩이를 툭툭 때리고 있었다.

차라리 말 좆을 받는 것이 낫단 말인가?

제 여인이 되는 것보다 그것이 낫단 말이지.

태자의 마음속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비명을 지르려면 궁을 쩌렁하게 울리는 비명을 지를 수 있을 것이다. 제 마음을 거부하는 태부에 대한 원망이 독이 되어 태자의 피를 들끓게 했다. 말에게 묶여 짐승의 남근을 받게 될 처지에 처하면서도 위희평은 태자를 거부하고 있었다.

탕녀 주제에!

배 속에 고함이 울리고 있다. 태자의 눈이 분노로 형형하게 타올랐다. 음탕하게 부황의 위에서 허리를 놀렸던 위희평의 모습이 선하다. 제게 축축한 항문을 보이며 자지를 달라 보채던 암캐 같은 모습이 선했다.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는?

말의 배에 매달린 위희평의 얼굴이 눈물로 더러워져 있었다. 체념한 사내의 얼굴은 그러나 엉덩이에 느껴지는 거대한 말의 성기에 대한 공포감을 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 눈에는 분명히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태자는 위희평이 이를 딱딱 부딪치며 몸을 떨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말의 남근에 뭉개진 엉덩이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흐으으…….”

위희평은 겁에 질려 있었다. 분명히 자신을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망가트릴 말의 남근에 두려워하면서.

그 엉덩이를 푹푹 찌르는 거대한 물건의 압박감에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분명히 그것이 완전히 그를 부숴 버릴 것을 알면서도.

그러면서도 제 계집이 되길 거부하고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태자는 빠드득 이를 갈며 악문 목소리로 말했다.

“얌전히 글씨를 쓸 겁니까?”

위희평은 울먹이며 답변했다.

“글, 글씨를 쓰겠습니다. 아랫보지로 글씨를…….”

* * *

황제는 방을 빠져나간 태자와 위희평에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밖으로 나갈 줄은 몰랐다. 쯧, 혀를 차며 짜증을 억누르던 황제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돌아온 위희평을 보며 반색하여 벽에 다시 손을 올린다.

무슨 짓을 하였는지 위희평은 얌전히 종이 위에 쭈그려 앉았다.

투실한 엉덩이 사이로 먹물이 뚝뚝 흐르는 붓이 삐죽 드러나 있었다. 그 얼굴은 눈물로 범벅되어 더러워진 채였다.

태자는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아 화를 삭였다. 한참 후에 태자는 입술 밖으로 잔뜩 토라진 목소리를 내었다.

“여칙(女則)을 쓰세요. 태부는 음란한 여자이니 여칙을 써서 정숙하게 마음을 다스리십시오!”

그 모멸적인 말에 위희평은 눈물을 죽죽 흘리고야 만다. 눈물샘이 마르지는 않을까. 황제는 작은 의문을 품으며 침을 삼켰다. 위희평은 잘게 몸을 떨더니 결국 붓이 꽂힌 엉덩이를 움직인다.

드디어.

황제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 부드럽고 커다란 엉덩이가 옆으로 크게 움직였다. 동시에 담비 털로 만든 붓끝이 쭈욱 새하얀 종이를 가로지른다. 허어어엉, 울음소리가 구멍 새로 새어 나왔다. 황제는 침을 삼키며 벽 너머의 광경을 똑똑히 눈에 담고야 만다.

스윽스윽 종이를 누비는 붓. 위희평은 자세를 다잡으려 쪼그린 자세로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둔부를 뒤로 쭈욱 빼고 글자의 획을 길게 긋다가 허리를 비틀며 방향을 바꾸어 다시 글자의 획을 그려 낸다.

허연 둔부가 쉴 새 없이 짜그라졌다.

위희평은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있었다.

“후우, 제대로 쓰지 않으면 다시 흑영에게 묶겠습니다.”

태자는 잔뜩 쉰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는다.

“정말 암말이 되어 흑영의 아래에서 평생을 지내고 싶으십니까?”

아하, 그렇게 협박한 게로군.

답을 찾은 황제가 피식 웃는다. 동시에 위희평이 쭈욱 엉덩이를 길게 빼며 식겁한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한다.

“잘, 잘 쓰겠습니다……. 예, 예쁘게 잘…….”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하곤 위희평은 다시 집중하여 투실한 엉덩이를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일필휘지로 종이에 붓글씨가 새겨졌다. 태자는 어느 순간 다시 솟아오른 남근을 흔들고 있었다. 황제 또한 출렁이는 엉덩이를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키고야 만다.

“흐어어어어…….”

나락의 끝을 헤엄치는 목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달덩어리같이 훤하게 동그란 그 두 엉덩이는 쉴 새 없이 씰룩이며 움직였다.

살 둔덕에 삐죽 나온 붓끝에 먹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태자의 말과 교합하지 않기 위해 위희평은 이마에 땀을 주룩 흘리며 정성껏 항문에 꽂혀진 붓을 흔들고 있었다.

태자는 그 음탕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보며 배 앞에서 꺼덕이는 남근을 흔들었다. 혈기 넘치는 젊은 태자의 입에서 헉헉 거친 숨소리가 흘렀다. 태자는 짐승처럼 눈을 빛내며 스승의 추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황제는 하아, 뜨거운 숨을 내뱉고야 말았다.

‘평아, 평아.’

속으로 그리운 벗의 이름을 간절하게 읊조리면서.

‘그러게 나를 왜 배신한 게냐. 그러게 나를 왜 배신한 거냐, 평아.’

수려한 얼굴이 일그러져 갔다.

그 순간에도 삐죽 붓이 삐져나온 투실한 엉덩이는 씰룩이고 있었다.

* * *

“그만하셔도 됩니다.”

힘이 없어 앞으로 털썩 몸을 고꾸라트린 위희평은, 먹물이 마르지 않은 종이에 얼굴을 처박고야 말았다.

끈적한 정액을 손바닥에 터뜨린 태자는 곧추선 남근에서 손을 떼 내었다.

“글씨에는 사람의 성품이 보인다 합니다.”

궁인은 눈을 내리깔고 침상 위에 걸터앉은 태자의 손을 비단으로 닦아 내렸다. 손에 묻은 끈적한 정액은 스승의 몰락을 보며 수음을 한 결과였다. 그것은 실로 광기 어린 일이었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추하고, 또한 음탕했다. 스승은 울부짖으며 반항하였으나 항상 그렇듯 마지막에 체념하여 눈에 빛을 꺼트리고야 말았다.

태자는 빙글 웃음을 흘리며 종이 위에 널브러진 그의 스승을 바라보았다. 벌려진 입가에 타액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스승님의 성품은 역시나 이렇습니다.”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위희평은 멍한 얼굴을 했다. 초점이 흐려진 눈을 하곤 그 허공에 높게 치솟은 둔부를 움찔거린 채다.

그리고 그 순간 옆방에 있던 황제는 벽에 달라붙어 구멍에 눈을 들이대고 있었다.

살이 붙은 허연 엉덩이가 하늘로 솟아 있었다.

“음탕하고. 난잡하고. 흐드러진.”

한 글자, 한 글자마다 힘을 주어 말을 내뱉는다. 허공에 솟은 둔부가 움츠러든 순간이다.

종이 위에 쓰인 글자는 삐뚤빼뚤 획이 눌려 집중해서 선을 좇아야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악필이었다.

태자의 음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글자처럼.”

위희평은 답변하지 않았다. 아니, 답변할 수 없어 그는 죽은 눈을 한 채 허공을 바라볼 뿐이다. 그 눈은 여전히 맑은 눈물을 흘렸으나 그 얼굴에는 슬픔과 수치의 감정마저 드러나지 않았다.

“무릎 꿇으십시오.”

위희평이 부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태자를 향해 무릎 꿇었다.

깊게 눌린 붓끝이 내장을 쿡 찌르고야 말아 위희평은 몸을 퍼득 떨 수밖에 없었다. 위희평을 보며 태자는 냉랭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종이를 가져와라.”

궁인이 공손히 종이를 손에 들고 다가온다. 여칙이 쓰인 얇은 종이가 허공에 살랑인다. 태자는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여인은 시집을 가기 전에 몸가짐을 아침 이슬처럼 깨끗하게 하여 그 순결한 이름을 지켜야 하고 남편을 섬기곤 정조를 지키고 정숙하여야 한다.”

태자는 피식 웃고 무릎 꿇은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사내는 넋이 나간 얼굴로 허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춤을 느릿하게 여미곤 그를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위희평에게 모멸감이 담긴 말을 퍼부었다.

“여칙을 직접 쓰며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하셨습니까? 대체 어디까지 음란 난잡한 탕녀가 되실 생각이십니까.”

위희평은 눈물을 죽죽 흘린 채 그의 훈계를 듣고 있었다.

무릎 꿇은 위희평을 내려다보며 태자는 그 스승의 음행을 엄한 목소리로 혼냈다.

“보다 정숙한 여인으로 거듭나도록 하십시오. 사내의 남근만 보면 엉덩이를 쭉 내밀어 아래위로 흔드는 그 음녀의 습성을 뜯어고치시란 말입니다.”

한참 스승을 더러운 탕녀라 매도하고 나서야 태자는 화가 풀린 얼굴을 했다. 태자는 언성을 낮추곤 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끝맺었다.

“이것은 모두 제자의 충언 어린 말입니다. 스승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입니다. 후우, 제발 정숙하게 몸가짐을 돌보세요. 만약 안국후가 이렇게 좆만 보면 투실한 엉덩짝을 가져다 바치는 음탕한 색녀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이 어찌 입방아를 찧겠습니까? 정숙해지세요, 스승님.”

태자는 한숨을 깊게 쉬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사람들이 알면 뒤집어질 일을, 골치 아프다는 듯이 중얼거린 태자는 궁인을 바라보며 명했다.

“태부께서 직접 내게 써 주신 글씨다.”

태자가 위희평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느릿하게 연다.

“족자에 붙여 태자궁 벽면 한가운데에 붙여 놓거라. 가장 잘 보이는 곳이어야 한다. 스승께서 내게 써 주신 소중한 글씨이니만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년은 방을 빠져나갔다.

스르륵. 태자가 방을 빠져나가고, 문이 닫힌 이후에도 위희평은 한참을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한참 후에 위희평이 몸을 무너트렸다.

털썩!

바닥에 엎어진 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위희평은 몸을 마르지 않은 먹물로 물들이며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

투실한 엉덩이 사이로 삐져나온 것은 부드러운 담비의 털로 만든 붓끝이었다. 붓의 끝은 먹물을 머금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뚝뚝 먹물이 허연 둔부 사이를 타고 흘러내린다.

고요한 정적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한참 후에 문이 열리고, 저벅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터억!

발걸음은 위희평의 얼굴 코앞에 멈추었다.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위희평은 용이 새겨진 비단신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위희평은 그제야 끅, 희미한 울음을 입에 담았다.

“너는 우는 것이 제일 예쁘다.”

커다란 손이 위희평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황제는 그 늘어진 몸뚱이를 질질 끌어 침대로 다가갔다.

“자아, 네가 또다시 나의 남근을 세우고야 말았다. 봐라. 네가 추하게 엉덩이를 씰룩이며 붓글씨를 쓰는 것이 어찌나 음란하던지, 이리되었지 않느냐?”

침대에 걸터앉은 황제는 위희평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그의 얼굴을 제 터질 듯한 고간에 비빈다. 우우웁. 불룩한 고간에 얼굴을 처박힌 위희평이 숨이 막혀 바짓가랑이에 콧김을 내뱉었다. 황제는 입술 끝을 비틀며 위희평의 얼굴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숨이 막혀 오자 결국 위희평은 고간에 코를 들이댄 채 후웁 숨을 들이쉬고야 말았다. 사내의 냄새가 짙게 코끝을 스친 순간이다. 위희평은 그 순간 몽롱한 눈을 하고야 말았다. 황제는 꾸욱꾸욱 위희평의 머리를 거칠게 눌러 그의 얼굴을 사타구니에 묻게 했다.

“헤엑…… 헥…….”

어느 순간 위희평은 익숙한 냄새에 취해 해롱거리고 있었다. 코끝에 스치는 진한 사내의 냄새를 킁킁거리던 위희평은 어느 순간 작은 입술을 살짝 벌리고야 만다. 머리를 짓누르는 손에 굴복하여 위희평은 그 묵직한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의 손에서는 힘이 서서히 가시고 있었다.

위희평은 여전히 뺨에 홍조를 띠고 고간에 볼을 비비고 있었다. 그것은 황제의 손이 물려진 때에도 이어진 일이다. 벌려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내뱉어졌다.

위희평은 마침내 붉은 혀를 내밀었다. 하아아, 뜨거운 숨이 사타구니를 습하게 자극하고 있다. 까슬한 혀가 터질 듯한 남근을 숨기고 있는 천 위를 핥았다. 위희평의 머리를 누른 손에 힘이 다시 들어간다. 위희평은 몽롱한 눈을 하곤 입을 벌려 사타구니의 천을, 그 천 아래의 남근을 쭙쭙 빨았다.

침에 젖은 사타구니에 묵직한 윤곽선이 드러난다.

정신없이 바지째로 남근을 빨아 재끼는 위희평의 음란한 얼굴을 바라보며 황제는 어느 순간 차갑게 정색하였다.

어깨를 밀치고 황제는 손을 들어 올린다.

철썩!

위희평의 몸이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음탕한 년!”

황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위희평의 붓 꽂힌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히끅 소리를 내는 위희평을 보며 비웃음을 터뜨리고 황제는 소매를 털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홀로 남은 것은 바닥에 비참하게 엎드린 위희평이다.

하악하악 뜨거운 숨을 내뱉던 위희평은 풀린 눈을 하곤 개처럼 헥헥대고 있었다. 바닥에 손을 대곤 몸을 무너트려 번들거리는 입술 사이로 침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다. 갈색 주름이 우물거리며 붓을 조이고 있었다.

먹물이 하얀 엉덩이에 알알이 떨어져 내렸다.

* * *

나의 평아.

황제는 으득 이를 간다. 그는 밤마다 악몽을 꾸었다. 향내가 나는 웃음을 흘리며 말을 타고 달리는, 고귀한 북제 황제 조카의 모습이다. 평아는 은은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언젠가 소군에게 천하를 드리겠습니다.”

부글거리는 열화가 배 속을 뒤집어 놓는다. 흐하하! 황제는 지옥과도 같은 악몽에 시달릴 때마다 차라리 광소를 짓기를 택했다. 위희평이 있어 황제는 그 등 뒤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었다.

황위를 넘보는 동생들을 죽이고도 황제는 위희평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북제를 칠 때 선봉에 섰던 것은 위희평이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황제의 명을 따랐다.

“흐어어어엉, 허어엉!”

그리고 지금 위희평은 허연 달덩어리 같은 엉덩이를 흔들며 울고 있었다. 시위의 억센 팔이 위희평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주름을 파고든 깔때기에 소젖이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환관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깔때기를 더 쑤셔 넣어라. 우유가 쏟아진다.”

위희평이 투실한 엉덩이를 흔들 때마다 벌름거리는 붉은 속살 사이로 찍찍 허연 소젖이 흘러나왔다. 위희평은 눈에는 눈물을, 코에는 콧물을, 입술에는 침을 줄줄 흘리는 추한 얼굴을 한 채 울부짖었다.

“안국후는 나의 검이요, 방패요, 영원한 붕우이니라.”

황제는 그의 어깨를 턱 치곤 씩 웃었다. 근엄한 목소리는 어디 간데없고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농지거리를 한다.

“그러니까 평아, 나는 네가 내 가슴에 칼을 쑤셔 넣는다고 해도 널 믿을 것이다.”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소군.”

위희평은 눈썹을 일그러트리더니 이윽고 픽 웃음을 흘렸다.

“천하를 드리겠습니다.”

위희평은 개구리처럼 불룩 솟아난 배를 더듬으며 히끅거렸다. 엉덩이 골 사이로 줄줄 흐르는 우유가 바닥을 적셨으나 환관은 멈추지 않고 깔때기에 우유를 부어 넣었다.

“싫, 시러……. 시러……. 싫…… 히이익…… 터, 터져 버려엇!”

위희평이 북제의 수도인 업의 깃발을 꺾었을 때 황제는 하하 웃으며 주변 인물에게 소리쳤다.

“보아라! 내가 뭐랬느냐. 상장군은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태자의 무릎 위에 엎드려 위희평은 아악, 비명을 내질렀다. 산처럼 부풀어 오른 배는 태자의 무릎에 짓눌려 있었다.

“싫어, 싫어엇……!”

바동거리는 위희평의 엉덩이 밑을 껴안고 태자는 후욱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스승님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질릴 만하면 이렇게 발버둥을 쳐서 사내의 음심을 돋우시니.”

태자는 푹신한 엉덩이가 씰룩이는 것을 바라보며 능글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아, 스승님. 이렇게 앙탈을 부리는 것도 이제는 제법 귀엽습니다.”

철썩!

두꺼운 손이 매섭게 허연 엉덩이를 내리친다. 갈색 주름 사이로 찌이익 허연 소젖이 벌침을 쏘듯이 빠져나갔다. 태자는 손을 들어 떡처럼 부드럽고 말캉한 엉덩이를 철썩철썩 내리쳤다. 위희평은 그때마다 몸을 파들파들 떨며 엉덩이로 소젖을 찍찍 싸 내었다.

“흐어어엉!”

촛불이 어둠을 밝힌 날 밤. 위희평은 태자였던 원선견의 손을 붙잡고 찬란하게 눈을 빛냈다.

“제가 소군을 위대하게 만들겠습니다.”

붉은 혀가 말랑한 항문을 파고든다. 츕츕 소리를 내며 태자는 장밋빛 뺨을 둔부에 일그러트리고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태자의 팔은 위희평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위희평은 태자에게 거꾸로 돌려져 몸을 붙들린 채였다. 허공에 버둥거리는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댄 태자는 위희평의 푹신한 둔덕에 얼굴을 푸욱 박았다. 위희평은 두 눈에 눈물을 주룩주룩 흘린 채 얼굴을 툭툭 치는 거대한 남근을 입에 담으려 입술을 뗐다.

허공에 거꾸로 매달려 태자의 남근을 입에 문 채 항문을 애무당하고 있었다. 태자는 침대에 걸터앉아 위희평의 미끈한 엉덩이 사이를 두툼한 혀로 싸악싸악 핥았다. 장난감처럼 거꾸로 덜렁 들린 위희평은 눈물을 흘리며 목구멍 깊은 곳을 쑤시는 남근을 혀로 굴렸다.

위희평은 혀로 항문을 희롱당하는 사이에도 입으로 남근을 욱욱거리며 받아들였다.

“상장군 위희평을 안국후에 봉하고 공신을 기리는 비석의 가장 앞에 새길 것을 명하노라!”

위희평은 황제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 눈에 약속을 이룬 자의 긍지를 품곤.

“약속을 지켰습니다.”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위희평이 태자의 아래서 맥없이 흔들렸다. 철퍽이는 소리에 황제의 입술이 깨물렸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콩알만 한 유두에 매달린 실 끝에서 딸랑이는 종이 울렸다.

종이 맑게 짤랑이고 있었다. 철썩철썩 떡을 찧는 소리가 그 사이에 섞여 흘렀다. 눈물을 줄줄 흘리는 위희평의 목을 쭙쭙 빨며 태자는 손을 뻗어 부어오른 유두를 쭈욱 당겼다.

“아악!”

태자는 비명에 아랑곳 않고 손가락 사이로 퉁퉁 불은 유두를 굴렸다. 젖꼭지를 쭉쭉 잡아당길 때마다 위희평은 엉덩이 구멍을 조여 대며 눈물을 찔찔 흘리고 비명을 질렀다. 태자가 피식 웃었다.

“스승님의 색을 쓰는 소리가 아주 맛깔납니다.”

위희평의 허리를 잡아 쑤욱 남근을 빼냈던 태자는 더욱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에 박차를 가하였다. 위희평이 흐으윽 소리를 내며 몸을 떨고, 태자는 신이 나 위희평의 위에서 날뛰고야 만다.

말에서 떨어지는 황제에게 손을 뻗은 위희평이 동시에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경악한 황제가 소리 질렀다.

“평아, 우욱!”

위희평이 황제의 몸을 껴안고 바닥을 굴렀다. 발이 꺾이는 고통에 황제는 침음을 흘렸으나 정신이 들기가 무섭게 위희평을 찾을 뿐이다. 위희평은 낮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는 어찌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

입에 천을 물고 피투성이가 된 몸을 치료받고 있다. 낙마를 하는 황제에게 몸을 던진 위희평은 새하얀 얼굴을 식은땀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황제는 죄책감에 벌컥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위희평은 황제를 향해 씨익 웃음 짓고 있었다.

“하악, 하악.”

몸이 흔들릴 때마다 유두에 묶인 실 끝에서 짤랑이는 소리가 울려 왔다. 허연 둔부 사이로 번들거리는 검붉은 흉기가 들락날락했다.

“네가 내게 천하를 주거라.”

불타오르는 업 한가운데서 황제는 위희평과 말머리를 같이 했다.

“나는 네게 내 모든 것을 나누겠다.”

어두운 밤을 밝힌 촛불이 일렁거렸다. 서책을 읽던 태자가 허연 둔부를 찰싹 때리며 타박을 준다. 둔덕이 출렁거리고 하얀 살이 붉게 달아올랐다.

“서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되지 않습니까?”

흐으, 흐으. 입가에 신음이 흐르고 있었다. 태자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려 오는 둔부 사이 불빛을 바라보았다. 엉덩이 사이에 꽂힌 것은 길고 두꺼운 하얀색 초였다. 그 끝에 작은 불꽃이 촛농을 흘리고 있었다. 위희평은 항문에 초를 꽂은 채 둔부를 추켜올리고 있었다. 태자가 어두운 야밤에 서책을 읽도록 함이다.

갈색 주름에 뚜욱뚜욱 촛농이 떨어져 내릴 때마다 위희평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항문이 화끈거릴 때마다 위희평은 나무 바닥에 뺨을 비비며 장미색 속살을 벌름거렸다.

그 음란한 광경에도 태자는 위희평을 바라보지 않았다. 오로지 서책에 집중하던 태자는 고요한 목소리로 춘추를 다시 읽었다.

“외교의 기본은 먼 나라와 손을 잡고 가까운 나라를 치는 것이니(遠交近攻)…….”

둔부가 씰룩일 때마다 촛불이 일렁거렸다. 위희평은 말없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다.

황제는 후욱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모든 것을 나누겠다는 말은 나의 오만이었다.’

황제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야 만다. 위희평이 처참해진 얼굴로 태자의 가랑이 사이에 주저앉아 남근을 빨고 있었다. 남근에 묻은 침을 쭈웁 삼키며 홀쭉해진 볼을 하곤 위희평은 혀를 굴렸다.

황제는 참을 수 없는 사타구니의 열망을 느껴 이를 악물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위희평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뒤를 범하곤 태자가 윽박질렀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아직도 모릅니까 스승님?”

철썩이는 소리가 흘렀다. 둔부의 살이 보기 좋게 찌그러지고 위희평은 잡아 당겨진 머리채에 고개를 들어 눈물이 범벅된 얼굴을 보이고야 만다. 위희평은 흐어엉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저는, 저는 사내…….”

태자는 코웃음을 치며 위희평의 항문에 남근을 거칠게 쑤셔 넣었다.

“아직도 사내 타령이라니, 제기랄.”

커다란 손이 두툼한 가슴을 꽉 쥐어 비튼다. 위희평은 아악 소리를 지으며 몸을 파득 떨고야 만다. 통통한 허벅지에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태자는 피식 웃으며 조롱의 말을 했다.

“젖꼭지가 요렇게 계집처럼 포도알만치 큰데 헛소리를 하십니까? 젖을 주물러 주면 물을 줄줄 흘리는 요망한 짓을 하고선 어이 사내라고 말하십니까.”

위희평이 말없이 끅끅 울음을 흘렸다. 태자는 위희평의 등 뒤에서 그를 와락 껴안고 가슴을 거칠게 주물럭거렸다.

“사내라면 말을 타고 달리고 부드러운 여인을 마땅히 거느려야지요. 어찌 같은 사내에게 푸짐한 둔부를 흔드는 음탕한 년을 사내라 칭하십니까. 태부는 계집 중에서도 손에 꼽게 난잡한 계집입니다. 사내의 남근을 받는 것은 사내가 아닙니다.”

쑤걱쑤걱.

남근이 항문을 거칠게 후비고 있다. 위희평은 수치심에 울며 고개를 도리질 쳤다.

“아닙니다. 아니야, 나, 나는…….”

접합부 사이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흘렀다. 태자는 희열을 얼굴에 스치며 위희평의 골반을 꽈악 붙잡아 당겼다. 퍼어억, 강하게 골반을 부딪치며 태자가 언성을 높인다.

“스승은 계집입니다! 사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퉁퉁 불은 유두를 비틀며 태자는 비죽 웃었다.

“남근으로 항문이 쑤셔지고 정액을 찍찍 싸 내는 것을 누가 사내라고 본다는 겁니까. 태부는 절대로 사내가 못 됩니다. 사내다운 기색이 어디에 있습니까.”

“아, 아…….”

태자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태부는 음탕 난잡한 년입니다.”

푸우욱 깊게 파고든 남근은 더 이상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태자는 골반을 잡은 손과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부르르 떨리는 몸. 동시에 접합부 사이에서 꿀렁이는 정액이 흘러내린다.

한참 후에 태자는 허억 깊은 숨을 내뱉으며 남근을 빼내지 않은 채 위희평의 몸 위에 엎어졌다. 흐음. 깊게 태부의 냄새를 맡곤 나른하게 눈을 깜빡이면서.

태자의 커다란 몸에 짓눌린 채 위희평은 울었다. 깊게 내장을 쑤시는 성기는 빠져나갈 생각이 없는 듯하였다.

곧 새액새액 잠이 든 듯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위희평은 밤이 새도록 잠을 자지 못한 채 태자의 축 늘어진 성기를 품고 울었다. 몸을 짓누르는 태자의 무게에 절망하며, 사내는 소리 없이 눈물 흘렸다.

“끄윽, 끕…….”

단정한 얼굴은 끈적한 액체들로 뒤덮여 형용할 수 없이 더러워진 채다. 위희평은 침대에 얼굴을 박고 몸을 떨었다. 태자가 그 위에 늘어져 곤히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 늘어진 남근을 엉덩이 살 둔덕 사이에 박은 채로.

황제는 후욱 깊은 숨을 내뱉었다.

사타구니의 고통은 가시지 않았다.

태자는 다음 날 아침 깨어나 비몽사몽간에 허리를 흔들었다. 남근을 조이는 끈적한 살들에 일어나자마자 남근을 다시 빳빳하게 세운 것이다. 태자는 그 질척한 항문을 다시 후비며 후욱 깊은 숨을 내뱉었다.

“다음에는 보지로 달걀을 낳는 광경을 보고 싶습니다. 아니면 가공하지 않은 옻을 쑤셔 넣을까요? 유두에 추를 매달고 천장에 묶어 놓을까요? 환관과 궁인의 앞에서 춘화의 자세를 따라 하시겠습니까? 화공을 불러 음탕한 자세를 취한 스승을 그리라고 하겠습니다. 아니면 스승이 선택하세요.”

위희평의 눈에 빛이 꺼져 내린 순간이다. 후욱 더운 숨이 위희평의 목 뒤와 귀를 스쳤다.

“어떤 것을 먼저 하고 싶습니까?”

절망에 무너져 내린 사내의 얼굴을 보며 황제가 환희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다.

낮게 웅웅 헤매는 목소리가 마음속 깊은 곳에 울렸다.

너는 나와 함께 나락을 걸어야 한다.

* * *

“습니다……. 태자의 계집이 되겠습니다…….”

절정이다. 황제는 훅 숨을 깊게 토해 냈다. 부릅뜬 눈으로 그 광기의 정점에 이른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축 늘어진 사내의 몸은 마치 시체와도 같았다. 위희평은 텅 빈 눈을 허공에 고정시킨 채 꼬인 혀로 웅얼거렸다.

“태자의 계집이 되겠습니다……. 태자의 계집이…….”

태자가 그 말에 반색하곤 되물었다.

“정말이십니까?”

위희평은 대답하지 않았다. 추욱 늘어진 위희평을 붙잡고 태자는 들뜬 목소리로 몇 번을 되물었다.

“계집이 되겠습니다……. 태자의 계집이 되겠습니다……. 태자의…….”

위희평의 희미한 웅얼거림에 태자는 흐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희색을 드러내고야 만다.

“하하하! 스승! 이럴 것을 어찌 이렇게 어렵게 하십니까.”

그 얼마나 초조했던 나날이었나. 스승의 몸을 유린하면서도 그 꺾이지 않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던 태자다. 태자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위희평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입맞춤을 퍼부었다. 위희평의 턱 가에 타액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인 걸. 태부께서는 어찌 감정만 상하시게 고집을 피우셨습니까.”

실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다. 진실로 태자는 아쉬워하고 있었다.

위희평은 태자의 두꺼운 팔에 감긴 채 끊어진 인형처럼 추욱 늘어져 있었다. 그 눈은 초점 없이 흐려 빛이 꺼진 상태였다. 위희평은 꼬인 혀로 흐릿한 발음으로 연신 말을 되뇌었다.

“태자의 계집이…….”

타액이 턱에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태자는 위희평의 퉁퉁 불은 유두에 묶인 실을 얼른 풀어내고 남근 사이의 대나무 꼬챙이를 빼냈다. 태자는 위희평의 몸을 다정하게 추슬러 주었다.

“으하하!”

젊고 혈기 넘치는 태자는 기쁨을 참지 못해 떡처럼 부드러운 허연 엉덩이 위에 쪽쪽 입맞춤을 퍼부었다. 태자가 씨익 웃음을 흘리며 살 오른 둔부를 찰싹 때렸다. 늘어진 사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태자가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스승님, 정말 잘 선택하셨습니다.”

“계집이 되겠…….”

정신이 나간 듯 그 한마디를 웅얼거리는 위희평을 무시한 채 태자는 위희평의 굴복에 뛸 듯이 기뻐하며 솜털이 보송한 뺨을 붉게 물들인다. 그의 상태를 걱정할 겨를 따위는 없었다. 앳된 청년의 얼굴에 기쁨이 물들고 있었다.

위희평은 침상 위에 늘어져 꼬인 혀로 하염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태자의 계집이…… 태자의…….”

뒤집어진 눈깔이 죽은 생선처럼 허옇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한 감동을 참지 못한 태자가 위희평의 입술에 두터운 혀를 밀어 넣었다. 태자는 위희평을 꽈악 붙들며 질척한 혀를 섞어 진한 입맞춤을 나누었다. 거칠게 혀를 누비며 입 안을 탐닉하곤, 위희평의 허리를 으스러지도록 부여잡고 한참 동안 혀를 섞었다.

후욱 느릿하게 입술을 뗀 태자는 위희평의 귓가에 더운 숨을 내뱉었다. 완연한 사내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제가 후회하지 않게 해 드리겠습니다. 스승이 기댈 수 있을 만치 훌륭한 사내가 되겠습니다. 음탕한 스승님이 한눈을 팔지 않을 만큼.”

앳된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진실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의 얼굴이 그 자리에 있었다.

“좋은 사내가 되겠습니다. 제가 스승이 의지할 만한 사내가 되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잔뜩 희롱당해 퉁퉁 부은 유두를 살짝 꼬집곤, 태자는 위희평에게 매달려 하하 웃었다.

“비단옷을 드리고 누각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스승님.”

그동안 스승의 반항에 내심 속을 썩였던 태자다. 스승의 굴복은 태자를 몹시나 기쁘게 만들어 그는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손에 걸리는 커다란 유두를 주욱주욱 당기는 장난을 하고 있었다. 자기 딴에는 애정 어린 손길이었다. 유두를 회초리로 치거나 추를 매달거나 하는 그간 태자의 괴롭힘과는 다른 것이었으니. 그러나 위희평이 그것을 알 도리는 없었다. 그 불쌍한 사내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초점이 흐릿한 눈을 하곤 몸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계집이 되겠습니다. 그 말을 희미하게 웅얼거리면서.

“연모합니다, 스승님. 제자는 진정 기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진정 이날만을 꿈꾸어 왔습니다. 스승의 어엿한 남자가 될 날을요.”

멍한 눈을 한 채 입가에 침을 줄줄 흘리는 위희평을 자못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태자는 고개를 기울여 그의 입술을 제 입술로 꾸욱 눌렀다. 부드럽고 깊은 입맞춤이었다. 흐음. 태자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흐른다. 한참 동안 태자는 그렇게 위희평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즐기고 있었다.

입술을 느릿하게 떼고 태자는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앞으로 부드럽게 안아 드리지요. 이때까지는 스승님이 제 계집이 되기 싫다 하여 제가 화를 참지 못해 매섭게 군 것입니다. 스승께서 순순히 제 계집이 된다고 하시니 제가 앞으로 왜 스승께 가혹하게 하겠습니까? 제가 얼마나 위 태부를 좋아하는데요.”

태자는 싱긋 웃으며 포도알만 한 유두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앞으로는 스승님이 앙탈을 부려도 보아 주겠습니다, 하하.”

그 말을 끝으로, 태자는 또다시 스승의 부드러운 입술 사이를 두툼한 살덩어리로 헤집어 끈적한 혀를 휘감았다. 그곳에 샘이라도 있는 듯하다.

어금니 아래 여린 살을 쓸고 태자는 그 입술 사이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웃었다. 위희평은 흐으응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움찔거렸다. 태자는 더운 숨을 그 사이로 내뱉곤 커다란 손으로 그 부드럽고 푹신한 몸 곳곳을 쓰다듬고 주물렀다.

그 떡같이 부드러운 둔부를. 부드러운 곡선의 허리를. 통통하고 야들야들한 허벅지를.

그 두껍고 커다란 사내의 손이 위희평의 온몸을 누비며 은밀한 부위를 더듬고 희롱했다.

“흐으응…… 으응…….”

위희평은 몽롱한 눈을 한 채 태자의 입술을 받았다. 가끔 혀가 여린 어금니 안 살을 뭉근하게 비빌 때 몸을 움찔거리며. 입가에 우응 신음을 흘리고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위희평은 눈을 내리깐 채로 가쁜 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태자는 한참 동안 스승의 입속을 탐닉하여 그 구석구석을 혀로 누볐다.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제 계집이 되겠다 말을 한 스승을 바라보며, 태자는 혹사당해 부풀어 오른 젖꼭지를 꼬집으며 느릿하게 입술을 뗐다.

“후우.”

입술 사이로 은색 실이 이어지고 있다.

태자는 욕망 어린 눈으로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스승의 번들거리는 입술은 닫히지 않고 벌려져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잔뜩 헤집어진 입술은 도톰하게 부어올라 타액을 흘리고 있었으니 그 모습이 제법 추할 법도 한데 태자의 눈에는 애정만이 가득했다. 스승의 흐린 눈을 보며 태자는 작게 미소 짓고야 만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풀어 주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을 일러 스승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스승을 위해 할 일이 많습니다. 태자는 아쉽다는 눈으로 스승을 바라보며, 한참을 미적이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전각을 빠져나가려던 태자는 위희평의 엉덩이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옆으로 몸을 누인 위희평의 통통한 엉덩이에 꽂힌 두툼한 가지를 본 탓이었다.

태자가 그의 항문을 괴롭힌 흔적이었다.

그 가지는 고스란히 위희평의 항문에 꽂혀 있었다. 위희평은 가지를 빼낼 힘도 없이 멍한 눈으로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그 살 오른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내보이면서.

둔덕에 꽂힌 가지를 본 태자가 아차 한 얼굴을 하곤 위희평에게 다가갔다.

“아, 깜빡했습니다.”

태자는 살 봉오리에 파묻힌 가지를 쑤욱 꺼내 바닥에 버리곤 위희평의 투실한 궁둥이를 칭찬하듯 툭툭 두드렸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스승님.”

바닥에 떨어져 찌그러진 가지는 투명한 액체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태자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전각을 빠져나갔다.

위희평은 방 안에 홀로 남아 턱 가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겠습니다……. 태자의 계집…….”

푹신한 엉덩이 사이 축축하게 젖은 항문이 붉은 속살을 보이며 벌렁이고 있었다.

* * *

사랑하는 여인이 맺은 결실에게 무참히 능욕당하곤 그의 벗은 결국 굴종하였다. 황제는 희열에 물든 얼굴을 하며 벽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드디어.

얼마나 기다렸던가. 얼마나 이날을 기다려 왔던가. 황제는 웃음을 흘리며 속으로 되뇌었다.

평아, 네가 짐승이 되었구나!

그것도 아주 추하디추한, 추악하다 못해 악취가 나는 짐승이 되었다. 제 엉덩이를 가지로 쑤시며 고간을 세우는 어린것에게 위희평은 그의 계집이 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씨가 희평의 것인지 선견의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이제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황제는 강렬한 감정의 파도에 휘말려 있었다. 중요한 것은 황제가 그 씨를 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위희평이 태자를 아들처럼 생각해 왔단 것이다. 황제는 확신하고 있었다.

고간이 뻐근하게 저려 왔다.

그는 유일하게 황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였던 고고하던 사내다. 문무에 있어서 모자람이 없어 스승의 칭찬을 샀던 이다. 동료의 믿음을, 상관의 총애를, 수하의 신임을 받았다. 백성들은 그를 영웅이라 칭했으며 한때 황제는 그를 제위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벗이라 생각했다. 영광의 정점에 올라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서 존경을 받은 위희평이다.

그리고 지금 위희평은 사랑해 마지않던 핏덩어리와 붙어먹는 축생이었다.

“태자의 계집이 되겠습니다…….”

위희평의 침상 앞에 황제가 서 있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다리를 벌린 위희평의 참담한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태자가 빠져나간 자리에 위희평이 끈이 떨어진 인형처럼 침상에 추욱 늘어져 있었다. 허연 다리를 힘없이 벌린 채. 그 벌름이는 붉은 속살을 보이면서.

“겠습니다……. 계집…….”

기민했던 위희평은 황제의 인기척을 느끼지도 못하고 연신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한 얼굴. 황제는 눈물이 덕지덕지 마른 얼굴을 보며 속으로 생각하고야 만다.

제법 그에게 어울리는 얼굴이라고.

더러운 배신자, 간통자에게 어울리는 말로였으니.

황제는 두툼한 엉덩이에 손을 뻗었다. 손안에서 짜그라지는 기름진 살덩어리는 황제의 작품이었다. 말을 타는 무인의 단단하던 엉덩이는 어느새 푹신한 살로 덮여 야들야들하게 변해 있었다. 그 푹신한 엉덩이를 쫘악 벌렸다. 장미색 미끈한 향유가 번들거리는 속살을 보고 황제는 솟아오른 남근을 꺼내었다.

황제는 익숙하게 봉긋한 엉덩이 사이에 꺼떡이는 물건을 가져다 댔다. 그것은 위희평의 부드러운 항문을 쑤욱 헤집고 엉덩이를 손쉽게 갈랐다.

마소와 비견될 만할 거대한 크기의 흉물이 봉긋한 둔덕에 쑤욱 파묻힌다. 딱딱한 남근을 조이는 질척한 내벽이 선사하는 쾌락. 황제는 위희평의 골반을 잡아당겼다.

퍼억!

위희평의 둔부가 단단한 허벅지에 눌려 짜그라졌다. 으흣 소리와 함께 위희평의 몸이 펄떡였다. 황제는 허리를 능숙하게 놀리며 위희평이 느끼는 지점을, 그 너무나도 익숙한 속살을 헤집어 푹푹 찍어 눌렀다.

곧 찌걱이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찼다.

“계집…… 흐으으응…… 계집이…… 히익?!”

위희평의 웅얼거림 사이사이로 높은 교성이 섞여 흘렀다. 여인의 팔뚝만치 거대하고 단단한 흉물이 엉덩이 사이를 철퍽철퍽 드나들고 있었다. 위희평은 몸을 움찔움찔 떨더니 어느 순간 흐으흥 비음을 흘리며 허리를 비틀었다.

“하으으앙!”

위희평의 젖은 항문에서 음란한 소리가 철퍽이며 흘렀다. 위희평은 어느새 턱에 침을 줄줄 흘리며 하악 숨을 내뱉고 있었다. 황제는 그 음란한 모습에 웃음을 흘리며 곧추선 흉흉한 남근으로 위희평의 엉덩이를 파헤쳤다. 몹시도 익숙한 물건을 받는 듯 위희평의 항문은 우물거리며 성기를 씹어 먹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십 년이 넘는 세월. 위희평의 아랫구멍은 황제의 남근에 맞추어 변형되었으니까. 위희평은 황제에게 깔려 쾌락을 알아 갔다.

그 남근에 두드러진 핏줄의 모양과 개수까지 알 만큼 위희평은 황제에게 수도 셀 수 없이 많이 범해졌다.

“흐이익, 폐, 폐하아아…… 하아아악!”

위희평은 그리하여 어느 순간 쾌락에 몽롱한 눈을 하며 허리를 돌렸다. 황제는 조급해하지 않고 느리지도 않게 추삽질을 이어 나갔다. 후우. 뜨거운 숨과 함께 황제는 보름간 억눌렀던 욕망을 위희평에게 풀었다. 퍼어억 깊게 둔부를 쑤셔 발기는 남근은 쉽게 죽을 기세가 아니었다. 위희평의 눈에 흰자가 보였다. 히익, 히익 소리를 내는 위희평을 보며 황제는 은근한 웃음을 흘렸다.

이것은 너무 익숙한 일이었다. 황제는 밥을 먹거나 손을 닦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행위처럼 위희평을 범하였으니.

그리하여 위희평은 침상 위에 상체를 엎드린 채 둔부를 뒤로 쭉 빼고 있었다. 빠져 있는 것이 오히려 낯설 만큼 익숙해진 성기를 야금야금 물어 대고 있었다.

“흐으, 으응…….”

보름간 터질 듯 부풀었으나 결국 욕망을 풀어내지 못해 혹사당했던 황제의 남근은 달콤한 과실을 맛보아 날뛰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 아늑한 공간을 보지 못한 남근이 기세 좋게 엉덩이의 여린 속살을 푹푹 찔렀다.

황제의 눈이 가라앉은 순간이었다.

위희평은 울면서도 본능적으로 둔부를 뒤로 쭈욱 빼내어 황제의 수풀에 비비고 있었다. 하아악 더운 숨을 내뱉은 위희평은 음탕하게 허리를 돌리며 황제의 거근을 엉덩이로 먹어 치우고 쾌락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음란한 몸뚱이.

황제는 위희평의 항문을 쑤시며 속으로 조소했다. 그것은 자신이 만든 것이다. 황제는 과거를 회상했다. 황제는 기억을 되짚어 그 당당한, 고아한 사내였던 위희평이 하루라도 사내의 자지가 없으면 못 사는 탕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머릿속에 그렸다. 결박당한 채 남근을 받으며 위희평은 사지를 버둥거리며 울부짖었다. 나는 사내라. 사내라며.

“히익, 히익!”

그리고 지금 위희평은 같은 사내의 남근을 받으려 궁둥이를 흔드는 음탕한 암캐였다. 황제가 만들어 낸 것이다. 아내가 죽은 후 그는 단 한 번도 제 욕구를 다른 여자에게 풀어 낸 적이 없었다. 스스로의 손도 허락하지 않고 오로지 위희평의 몸뚱이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위희평의 몸은 남근에 길들여졌다.

“헤엑…….”

위희평이 쾌락에 헐떡여 암캐처럼 혀를 쭉 내밀고 헐떡였다. 황제의 얼굴에 잔혹한 쾌락이 스쳤다. 위희평의 몰락. 그것은 그의 생애에 남은 유일한 기쁨이었다. 사타구니의 열락을 해소하는 것은 오로지 위희평의 몫이었다. 하물며 보름 동안 남근에 타오른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도 황제는 자위하지 않고 이 순간을 기다렸으니. 그리고 지금. 황제는 부푼 남근의 고통을 위희평을 사용하여 해소하고 있다.

아, 아아. 위희평이 비명을 내지른다. 탕녀가 된 상장군은 익숙하게 허리를 튕기며 남근을 우물거리는 아랫입으로 씹었다. 황제는 위희평의 질척한 내벽을 쑤셔 발기며 그의 골반을 잡아당겼다. 퍼억 소리가 나고 위희평이 허리를 비틀며 아학 소리를 흘렸다. 혼미한 눈에 쾌락이 스쳤다.

황제는 한참 동안 위희평의 둔부를 꽈악 붙든 채 그의 항문을 쑤셔 발겼다.

보름 동안 참고 참은 욕망은 무너진 둑처럼 터졌다. 위희평은 긴긴 시간 동안, 죽지 않는 황제의 남근에 교성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 커다랗고 흉흉한 성기는 한참을 부드럽고 동그란 엉덩이에 들락날락했다.

그리고 절정의 순간. 골반을 잡아당겨 항문 깊숙이 남근을 묻고 황제는 눈을 감았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남근은 그 질척하고 야들한 속살에 뜨거운 정을 퍼트린다. 위희평의 깊숙한 곳. 깊숙한 내부에 황제는 남근을 묻고 씨를 터뜨렸다.

흐으응!

허연 둔부가 부들부들 떨려 왔다. 주름이 팽팽하게 당겨진 항문과 성기의 결합부에서 뜨끈한 정액이 꿀렁이며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위희평은 히익히익 소리를 내며 몸을 잘게 떨었다.

황제의 짙고 우아한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위희평의 몸을 부여잡은 손에 힘을 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적막이 감돌았다.

남근이 씨를 터뜨린 후 그 속살에서 기세를 죽여 늘어질 때 황제는 눈을 열고 나른한 얼굴을 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고 황제가 위희평을 내려다보았다.

위희평은 파르르 몸을 떨며 등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남근을 받는 주름 사이로 울컥울컥 정액을 쏟아 내면서.

붉은 입술이 느릿하게 떼어졌다.

“축하한다, 평아.”

황제가 작게 속삭였다.

“태자의 계집이 된 것을.”

위희평이 그 순간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언뜻 보이는 준미한 사내의 얼굴이 새하얗다. 황제는 그 얼굴에 배 속에 꿈틀거리는 뱀을 느끼며 입술 끝을 비틀어 웃었다.

“연선의 아들이다. 태자는 하늘같이 공경하고 섬겨야 할 이를 범한 더러운 개종자, 금수만도 못한, 천지가 용서하지 못할 더럽고 구역질 나는 쓰레기가 되었다.”

그 잔혹한 말은 쾌락에 헐떡였던 사내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위희평은 한참 동안 멍한 눈을 깜빡이던 중 서서히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그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절망한 얼굴을 하고야 만다.

제법 어여쁜 얼굴이다. 황제는 다정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등을 웅크리고 몸을 벌벌 떨며, 위희평은 어느 순간 우욱 소리를 냈다. 우욱, 욱 헛구역질을 하는 사내의 등이 굽어 있었다. 척추뼈가 도드라지게 몸을 웅크리곤 위희평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토악질을 해 댔다.

나오는 것은 말간 타액뿐이었다. 위희평이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사랑해 마지않던 핏덩이의 여인이 되기로 한 사내의 절망.

황제는 위희평의 추락을 똑똑히 직시했다.

위희평이 울부짖었다.

“폐하의 아들입니다, 이 나라의 태자입니다.”

어미를 몹시 닮은 태자. 원선견도 위희평도 그것이 누구의 아들인지 확신할 수 없다. 연선은 위희평의 사촌 누이요, 원선견의 조카였으니까. 그러니 그 피는 진탕이 되어 진실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위희평은 태자가 제 핏줄이 아니라 처절히 부인했다. 그러나 그 둘은 각각 확신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가. 황제는 입술 끝을 비틀었다.

“그것은 네가 더 잘 알겠지.”

퍼어억!

반항은 잦아들었다. 위희평은 침상 위에 엎어져 흔들린 채 입술에 타액을 질질 흘릴 뿐이었다.

우우욱.

구토감을 참지 못해 연신 토악질을 하면서.

헛구역질을 하던 위희평이 어느 순간 침대에 엎어져 눈물을 흘렸다. 말없이 그 투명한 눈물로 뺨을 적시던 위희평은 결국…….

흐으으윽.

입술 사이로 서러운 울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동시에 황제는 늘어진 남근을 조이는 내벽을 느끼며 빙긋 웃었다. 한참을 몸을 가련하게 떨던 위희평은, 결국 뒤가 뚫린 채 침대에 엎어져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끄윽끄윽 서러운 울음에 황제는 손을 뻗어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눈물범벅이 된 위희평의 얼굴을 자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황제는 입술을 느리게 열었다.

“네 결국 태자의 계집이 되었다. 아들과 붙어먹는 것은 짐승뿐이니, 너는 짐승이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다른 선택을 줄 테다.”

또다시 사타구니 아래에 혈류가 몰리고 있었다. 남근이 다시 솟아오른다. 태부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울었다.

“아들이 아닙니다, 허윽!”

정처 없이 흔들리는 몸으로, 위희평이 눈물범벅된 얼굴을 하고 중얼거린다.

“태, 태자는 황제의 씨입니다.”

이제 와서 진실은 상관없지 않은가?

사내의 절망한 얼굴을 바라보며 황제는 즐겁게 입술을 뗐다.

“태자의 계집이 되어라.”

위희평의 얼굴에 핏기가 가신 순간이었다.

“아니면 그의 아비가 되어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희평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 안 돼!”

황제는 비명을 지르는 위희평의 어깨를 짓누르고 퍼어억, 다시 그의 엉덩이에 불그죽죽한 남근을 쑤셔 넣었다. 위희평이 하악 허리를 튕기며 눈물을 죽죽 흘렸다. 그는 퍼런 입술을 달싹이며 안 돼, 안 돼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위희평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중얼거렸다.

“안, 안 돼……. 안 됩니다……. 안 돼요……. 그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말이다. 그것은 모든 것을 놓아 버렸던 위희평을 펄떡 날뛰게 만드는 것이었다. 위희평이 이 모진 목숨을 이어 나가는 역린을 건들고 황제는 피식 웃었다.

역시 평아는 울어야 어여쁘구나.

황제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위희평의 골반을 잡아당겨 강하게 그의 안에 남근을 쑤셔 넣었다. 떡같이 부드러운 엉덩이가 고간에 비벼지며 위희평은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흘렸다.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겠다. 태자의 출생을 문제 삼지도 않겠다. 오로지 태자에게만 말을 하고 너를 하늘 같은 아비로 섬기라 할 것이다. 너와 단둘이 있을 때 너를 어버이로 여기게 하고 내 사후에는 유조를 남겨 너를 황제의 아비로 남게 하겠다. 어떠냐? 평아.”

늘어진 고환이 위희평의 허벅지를 철썩이고 있었다. 뒤가 꿰뚫린 위희평은 황제의 손에 몸이 눌려 엎드린 채 울었다.

“안 돼……. 안 돼……. 그러시면 안 돼요……. 말하지 마세요. 소군, 소군.”

소군이라니? 황제는 속으로 웃을 뿐이었다. 네가 그 옛날의 평아가 아닌데 어디에 그 소군이 있나.

소군은 죽었다.

“소군, 소군.”

그 옛날의 호칭을 입에 담는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위희평은 눈물 콧물을 질질 짠 채 몸을 버둥거렸다. 황제는 그의 추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불쑥 솟은 남근을 하얀 엉덩이에 박아 넣었다.

낮은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선택해라, 평아.”

위희평은 서럽게 긴 울음을 터뜨렸다.

“태자에게 그리 마세요…….”

찌걱찌걱.

젖은 항문에 커다란 남근이 들락날락하는 소리. 위희평은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황제는 위희평의 머리를 누른 손에 힘을 주어 그의 몸을 제압했다. 위희평은 몸을 일으키지 못해 벌레처럼 침대에서 바르작댔다. 황제는 그에 웃으며 남근을 길게 뒤로 빼고 위희평의 골반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안 돼……. 태자는…… 알면…… 흐, 으응!”

“그게 싫으면 그 아이의 여인이 되어라.”

퍼억 곧추선 남근이 깊게 항문 속 여린 살을 내리찍었다. 동시에 위희평이 잉어처럼 펄떡이며 하읏 신음을 흘렸다. 황제가 눈을 형형히 빛냈다.

“완벽히 태자의 여인이 되어라. 태자의 계집이 되어라. 평아. 지금처럼 아닌 척 싫은 척 내숭을 떨고 앙탈을 부리는 것은 허락하지 않아!”

또다시 퍼억, 남근이 항문을 들쑤셨다. 위희평은 눈물을 흘리며 허리를 비틀었다. 둔부가 씰룩거리고 남근이 깊게 살 둔덕에 파묻혔다. 위희평의 골반을 잡아당기며 황제는 짐승의 눈을 빛냈다.

“밤이면 태자의 품에 안겨 교태를 부리고 총애를 얻기 위해 통통히 살 오른 허벅지를 은근히 보이는 교활함을 보여라. 태자가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엉덩이를 까고 벌름거리는 보짓구멍을 보여 줘. 태자의 앞섶이 부풀어 오르면 너는 잽싸게 태자의 바지춤을 벗기고 발기된 성기를 핥고 빨고 목구멍에 쑤셔 넣어 욕구를 풀어 주어라. 태자의 불그죽죽한 자지가 네 뒤를 쑤시면 바로 허리를 튕기며 교성을 흘려 그 음심을 북돋아라. 태자가 더욱 미쳐 날뛰며 너의 항문 깊은 곳을 쑤셔 발길 수 있도록.”

늘어진 고환이 허벅지를 철썩 때리고 있었다. 흉기같이 거대한 남근은 배 속 아주 깊은 곳을 들쑤셔 진탕으로 만들고 있었다. 위희평은 절망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흐윽 서러운 소리를 흘렸다.

또다시 황제는 퍼억 몸을 내리찍었다.

또다시 위희평은 자지러져 울었다.

위희평은 쾌락과 절망이 뒤섞인, 형용할 수 없이 질척한 소리를 입 밖으로 흘리고 있었다. 교성과 신음, 비음이 섞인 엉망진창이 된 목소리를.

거칠게 쉰 목소리가 위희평의 귓가를 맴돌았다.

“네 연선의 아들을 하늘 같은 부군으로 섬기고 태자의 여인으로서 임무를 다해라. 평아. 네가 내 신하로서 임무를 다하여 날 기쁘게 한 것처럼 태자의 계집으로 네 남은 인생을 살아라. 늙고 미색이 쇠하여 태자의 외면을 받아 뒷방에서 쓸쓸하게 늙어 죽을 때까지. 오로지 태자의 총애 하나만을 믿고 태자만을 보며 살아가. 태자의 여인이 되어라. 자아, 평아. 태자의 사타구니의 열락을 해소하는 것이 황실의 사내를 모시는 여인의 일이다. 너는 그리할 수 있겠느냐?”

쭈우욱, 남근을 감은 붉은 살이 빠져나왔다.

퍼억!

깊게 위희평의 안을 파고들며 황제는 낮은 웃음을 흘렸다.

“아니면 태자의 아비로 살겠느냐.”

그 잔인한 선택의 기로. 위희평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위희평은 입가에 타액을 흘리며 어어어 벙어리의 말을 흘렸다. 위희평은 사색이 되어 고개를 도리질을 쳤다.

“싫어, 싫어……. 허윽……!”

흐아아아 긴 울음을 흘리며 위희평은 울먹거렸다.

“돌아갈래……. 돌아갈…….”

지독히 아픈 말이다. 그것은 황제 또한 간절히 바랐으나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황제의 아미가 꿈틀거린 순간이다. 그는 위희평의 어깨를 깨물며 목소리를 낮게 울렸다.

“돌아갈 수 없어. 평아.”

황제의 목소리에 증오가 섞여 있었다. 그는 들끓는 창자의 사독을 느끼곤, 그 독이 제 몸을 썩게 하는 익숙한 고통을 짓누르며 허리를 튕겼다. 위희평의 깊은 곳을 짓눌렀다. 황제의 오랜 벗은 히이잇 괴음을 내지르며 몸을 펄떡였다.

“돌아갈 수 없다.”

희미한 슬픔이 담긴 목소리가 위희평의 귓가에 서성였다.

위희평은 한참을 울먹거리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퍼억퍼억 제 몸을 내리찍고 둔부를 헤집는 남근에 몸을 파르르 떨 뿐이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위희평은 선택하고야 만다. 그는 제 항문을 거칠게 쑤시는 남근에 무참히 흔들린 채 더듬더듬 말했다.

“태, 태자의 여인이 되겠습니다……. 흐윽…… 그리하겠습니다…….”

준수한 얼굴이 눈물로 더러워져 있다. 그 잔혹한 말을 내뱉곤 위희평은 엉엉 울고야 말았다. 그 울음에 담긴 비참함을 감히 잴 수 없었다. 그것은 하늘이 능히 벌할 만한 패륜을 저지른 자의 울음이었다.

황제는 그 눈물 젖은 눈가를 긴 손가락으로 다정히 닦아 주었다. 잘했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몹시 상냥했다.

“그, 그러니 제발…… 제발…… 선화에게는 말을 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 그 아이에게는…….”

목소리는 몹시 처절했다.

“선화의 여인이 될 테니, 흐윽, 그 아이에게만은…… 제발.”

그 어린 핏덩어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상하다. 황제는 웃음을 터뜨리며 침대에 엎드려 가련히 우는 평아의 어깨에 깊게 입을 맞추었다. 그 핏줄의 근원지는 하늘만이 알 수 있겠지. 위희평은 극렬히 부인했으나 황제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이 죄악의 씨앗이라는 것을.

위희평은 통곡을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선화에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선화의 여인으로 살겠습니다. 소군의 말에 다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흐어어헝…….”

접합부에 찔꺽이는 소리가 울린다. 위희평은 신음을 욱욱 흘리며 눈물을 주룩 흘리고 있었다. 불쌍한지고. 황제는 새된 목소리에 담긴 간절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가련한 평아는 하염없이 빌며 울었다.

“제발 선화에게 말을 하지 말아 주세요. 선화는…….”

움츠린 어깨가 떨려 왔다.

말이 잦아든다.

둔덕을 들락날락하는 검붉은 남근에 무기력하게 흔들리면서 위희평은 어느 순간 흐윽흐윽 소리를 흘렸다.

감정의 파편이 흘러나가고 있었다.

나의 평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허연 둔부가 찌그러지도록 남근을 쑤셔 넣으면서 황제는 호기심을 품었다. 침대에 엎드린 위희평의 몸이 움찔거렸다. 이윽고 흐어어어 서러운 울음이 흘러나왔다. 황제는 희열 어린 얼굴을 하고야 만다.

위희평의 추락의 순간.

“흐어어엉…… 선화야아…….”

위희평이 눈물 콧물로 더러워진 얼굴을 추하게 일그러트리며 바동거렸다.

“선화야……. 불쌍한 우리 선화 어떡해…….”

커다란 손이 위희평의 이마에 달라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주었다. 그는 분명 과거를 생각하고 있겠지. 그리고 후회도 하리라. 위희평은 발작을 일으키며 싫어, 싫어 비명을 지르며 히끅거렸다. 그 순간에도 흉흉하게 불거진 남근은 허연 살덩이를 파헤치고 있었다. 항문을 들락날락하는 남근은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황제는 위희평의 귓바퀴를 앙 물며 웃음을 흘렸다.

귀여워라, 우리 평아.

위희평이 서러운 울음을 길게 흘렸다.

“선화야…… 선화야…….”

위희평은 말하지 않았으나 황제는 그의 목구멍에 걸린 말을 알았다. 그 진한 혈육을 애타게 그리는 말이 하고 싶겠지. 불쌍한 자식을 어여삐 여기고 싶으리라. 후욱. 깊은 숨을 내쉬며 황제는 그 눈을 나락 아래로 침잠시킨다.

그러나 위희평은 그 말을 할 수 없다.

절대로 그 입 밖에 금기의 말을 내밀 수 없었다. 말을 하고 싶어도 삼킬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지극히 사랑해 마지않던 연선의 아들을 위한 길이니까. 황제는 입술 끝을 비틀었다.

모시던 주군이자 죽마고우를 배신하고 택할 만큼 끔찍하게 여겼던 여인의 아들임에도 말을 할 수 없지.

그 심정이 어떠할까.

마음을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황제는 배꼽 아래에 몰리는 혈류를 느꼈다. 몸에 피가 들끓는 것을 느꼈다. 그 짜릿함이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황제는 감히 태자의 이름을 입에 담는 위희평을 용서했다.

위희평은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선화야, 선화야. 이름을 간절하게 되뇌면서. 황제는 엎드린 위희평을 거칠게 범하곤 하얀 어깨를 앙 깨물었다. 흐으윽 흐느끼는 위희평에게 황제는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태자를 유혹해라. 궁인을 보내 네가 입을 옷과 패물을 주겠다.”

* * *

업을 불태운 것은 대위의 상장군 위희평이었다.

“신 상장군 위희평 약속을 지켰습니다.”

타닥이는 불길이 화려한 삼백 년 북제의 수도를 태우고 있었다. 업의 장대한 성벽을 믿었던 북제의 민초들이 나라의 멸망에 우짖고 있었다. 장부를 잃은 여인과 노부모가 땅에 엎드려 울었다. 조기처럼 차꼬가 채워진 채 끌려나가는 왕성 귀족들은 자신의 몰락을 한탄하며 절규했다.

그간의 노고를 생각하여 하루 동안의 약탈을 허락한 참이다.

매캐한 연기 사이로 위희평이 무릎 꿇고 있었다. 원선견은 울컥이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평아. 나는 너를 믿었다.”

위희평은 언제나 그렇듯 그 담담한 얼굴에 작은 미소를 지어 화답하였다. 원선견은 그의 저 방정맞지 않고 기품 있는 모습을 몹시 사랑하였다.

귀비의 황자나 그 외 이복 남매들마저 천시하는 원선견이었다. 오직 그는 위희평만을 자신의 벗이 될 만한 이라고 여겼다.

그는 목숨을 바쳐 북제의 수도를 정벌하였다. 어린 날의 약속을 지키고 아비인 고태인을 내쫓은 북제에 복수한 것이다. 위희평의 원래 이름은 고희평이었으니 그는 현 북제 황제의 조카였다. 그러나 그는 공사가 확실한 이였다.

신료들은 그가 북제의 황족이라 배신할 것이라 했으나 원선견은 그를 잘 알았다.

위희평은 절대로 혈족이라 사정을 봐주는 이가 아니었다.

위희평은 정순하고 고아한 사내지만 그 마음은 칼로 만든 대나무같이 단호하다. 원선견의 예상대로 위희평은 북제를 정복했으며 주군에게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

“장공주(長公主) 마마를 제외한 황족은 죽이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장공주는 원선견의 큰누이이자 북제 황후를 뜻했다. 원선견은 고개를 까딱였다.

“그래.”

그리하여 원선견의 명을 받은 위희평은 업의 황성을 짓밟았다.

“사, 살려, 으윽!”

제나라의 현 황제인 고태량은 병풍 뒤에 숨어 있다가 병풍과 함께 창에 찔려 죽었다. 친동생 진왕 고태인을 의심해서 박대한 황제는 조카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의 창에 서른네 번을 찔려야만 했다.

“아아악! 안 돼!”

날카로운 목소리가 하늘을 찢었다. 화려한 금관이 흐트러져 봉두난발을 한 귀부인이 병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질질 끌려왔다. 병사에 손에 붙들린 소년이 허어엉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내놓아라! 이놈들! 태자를 내놓아라! 내 아들을 내놓아라, 이노옴!”

미친 사람처럼 핏발이 선 눈을 하며 부인이 병사의 무릎을 부여잡았다. 그녀의 주위로 북제의 삼백 년 황성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학살은 피를 흘려 황성의 기둥을 검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벽과 문에는 피가 튀겨 흘렀다. 황족이든 궁의 천한 노예든 가리지 않고 학살은 일어났다. 그러나 이 궁궐의 사람 중 그녀는 특별한 신분이었다. 그것은 황후의 지위가 아닌 대위 황제의 혈육이라는 출신에 의한 것이었다.

“흐어어엉! 모후! 살려 주세요……. 살려 주…….”

질질 끌려가던 청년이 눈물 콧물을 줄줄 쏟으며 울었다. 황후는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살려 주시오! 진왕 세자. 제발 내 아들을 살려 주세요! 당신의 사촌입니다!”

진왕 세자는 위희평을 의미했다. 위희평은 그녀를 곤란한 눈으로 보더니 이윽고 한숨을 쉬었다. 고개를 절레 흔들며 위희평은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장공주의 몸을 무사히 보전하라. 털끝 한 올도 건드리면 아니 될 것이야.”

청년의 배를 검이 푸욱 쑤셨다. 눈앞에 튀기는 피에 황후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학살의 자리.

원선견은 황실의 사람을 죽이라 명했으며 위희평은 황후를 제외한 거의 모든 황족을 죽였다.

황후를 제외한 단 한 사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홀로 감흥에 취해 궁궐을 둘러보던 원선견이 휘장 뒤에 일렁이는 그림자에 눈빛을 매섭게 한다.

“누구냐!”

휘장을 손으로 쥐어뜯고, 원선견은 뒷말을 잇지 못해 넋을 잃고야 말았다. 원선견은 멍한 얼굴로 휘장 뒤에 몸을 숨긴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 흐흑.”

입술을 가린 손이 가늘고 우아했다. 손톱이 분홍색으로 어여삐 빛나고 궂은일을 한 적이 없어 부드러운 살결은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휘장 뒤에 몸을 숨기곤, 그 머리카락은 비녀나 관에 단정히 고정되지 않아 뺨과 어깨에 흘러내린 채다. 싱그러운 장밋빛 뺨 그리고 우아하고 섬세한 이목구비.

후욱, 정향이 코끝을 달큼하게 스친다.

눈물 젖은 뺨은 하얀 비단처럼 부드러울 듯했다. 작은 입술과 투명한 물이 맺힌 분홍색 눈가를 보며 원선견은 그녀의 눈물을 닦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원선견은 말없이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은 입술을 가린 채 울먹였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그것은 불화의 시작이다. 여인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했다.

“고, 고연선.”

원선견은 후에 가끔 생각했다. 연선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니 북제를 정벌하지 않았다면, 아니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그 약속을 이루지 않았다면 이렇게 처절한 나락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을까?

고연선은 경국지색이었다.

망연자실한 눈을 하던 황후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동생에게 달려가 그의 옷자락을 잡고 울부짖었다.

“동온공주를 살려 주세요. 그 아이만큼은 살려 주세요!”

원선견은 처음부터 그의 조카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원선견은 입술을 느릿하게 열어 말했다.

“그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원설이 통곡하고 있었다. 그를 잠자코 바라보던 황제 원선견은 오묘한 얼굴을 하곤 입을 열었다.

“만약 누이께서 북제의 옥새를 넘기시고, 북제 황실의 부덕함과 북제의 영토강산을 다스릴 당위성을 인정해 주신다면, 저는 불쌍한 조카의 목숨을 반드시 보장하겠나이다.”

고연선은 원선견의 황후가 되었다.

* * *

원선견은 비인간적으로 아름다운 사내였다.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사람들은 감탄보다는 서늘함을 먼저 느끼곤 했다. 충격을 일게 할 만큼 강렬한 외모였다. 그 모습은 좌우가 대칭으로 반듯하고 상아를 깎은 듯한 창백하고 매끄러운 피부는 흠결 하나 없이 완벽하다.

높은 콧대나 시원한 턱선마저 우아하나 그곳에는 인간미는 없었다. 흑옥같이 새까만 눈동자는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가끔씩 서늘한 빛을 띠곤 했다. 입가에는 종종 차가운 미소를 띠곤 했으며 창백한 얼굴에는 어딘가 냉랭함이 감돌고 있었다.

그 몸은 어떤가. 키가 크고 그 어깨는 넓고 가슴은 탄탄하다. 장포에 가려진 몸은 호리하게 보였으나, 가끔씩 젖은 무복이 달라붙을 때 드러나는 몸은 단단한 근육이 도드라져 있었다. 친정을 할 만큼 무에도 소양이 있는 황제였다. 뼈가 두꺼운, 근골이 장대한 몸이나 그 몸의 선은 늘씬하여 우아했다.

그 외양엔 귀족적인 특유의 우미함이 있었다. 그런 원선견이 길디긴 흑발을 단정하게 관으로 고정하고 펄럭이는 장포를 걸치곤 길을 걷노라면 사람들은 경을 칠 것을 알면서도 시선을 힐끗거리곤 했다.

원선견은 항상 선망의 시선만을 받던 이였다. 그 잘난 혈통과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그를 냉정하고 오만한 이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여인 하나에게 애걸복걸하는 황제는 생각할 수 없었다.

“연선. 그대가 좋아하는 백합이요.”

기대감이 어린 목소리로 원선견은 궁장을 차려입은 아리따운 여인의 품에 백합을 던진다. 고연선은 사람의 동정을 사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수심 어린 미녀는 얼굴을 풀지 않고 그 아름다운 꽃에도 슬퍼할 따름이다.

고연선은, 제 동생과 아비와 가족과 벗을 죽이고 나라를 멸망시킨 자와 혼인하여 죽어 가고 있었다.

‘연선, 이것은 촉금의 비단이다.’

‘연선, 이것은 남방에서 진상한 눈썹먹이다.’

‘연선…….’

원선견은 헤매고 있었다.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지고야 말았다. 휘장 뒤에서 울고 있던 고연선의 뺨을 닦아 주며 원선견은 약속하였다. 그대를 살려 주겠다. 황후로 삼겠다. 또 더 이상의 학살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의 것이 되거라.

그렇게 동온공주 고연선은 원선견의 황후가 되었다. 그러나 고연선은 원수에게 웃어 주지 않았다. 빈말이라도 연모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교태를 부리고 호응하지 않았다. 항상 상을 치르듯 하얀 옷을 입고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원선견이 오면 물기 젖은 눈을 하며 시선을 피해 어깨를 움츠렸다.

“대체 이것을 어찌해야 하느냐. 평아, 평아.”

그것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아비를 죽이고 딸을 취하는 일은 잔혹하지만 이 전쟁의 시대에 흔하게 여겨지는 일이다. 한 번도 타인에게 빌빌댄 적 없던 오만한 황제는 연선의 마음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부귀영화를 약속하고 진귀한 것들을 바쳤다. 그러나 북제 황제의 마지막 혈육은 마음을 열지 않고 시든 꽃처럼 죽어 가고 있었다.

원선견은 술에 취해 유일한 벗인 위희평에게 한탄의 말을 중얼거렸다.

“어찌하면 그녀를 웃게 만들 수 있을까. 어찌하면 마음을 열 수 있을까.”

“폐하.”

굳은 얼굴을 하곤 위희평이 원선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취기가 오른 뜨거운 숨이 귓가에 스쳤다.

“술에 취하셨습니다.”

원선견은 슬픈 웃음을 희미하게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다. 나는 술에 취하지 않으면 오늘 고통을 이길 수 없다. 잠을 잘 수가 없어, 평아.”

원선견은 결국 만취하여 탁자에 엎드려 잠을 청하고야 말았다. 원선견은 위희평의 굳은 얼굴을 알 수 없었다. 위희평은 손에 들린 술잔을 만지작거리다가 어느 순간 입술 아래를 꾸욱 깨물었다.

고통의 나날이 지났다.

“연선, 오늘은 날씨가 오랜만에 맑다. 뱃놀이에 가겠느냐?”

원선견은 참고 또 참으며 연선을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연선은 원선견을 향해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처음 설핏 웃은 연선을 본 순간 원선견은 눈물이 핑 돌아 감격의 목소리를 흘리고야 말았다.

“연선, 네가 웃은 것이냐? 정녕 나를 향해 웃은 게냐.”

감격에 젖은 사내의 목소리가 떨려 온다.

고연선은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영원히 피지 않을 것만 같던 꽃이 만개하는 것 같다. 아아. 원선견은 입술 새로 탄식을 흘리며 뺨을 장밋빛으로 물들인 연선을 와락 끌어안았다.

“내가 그대에게 모든 것을 주겠다! 연선, 과거는 잊으시오. 그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겠소.”

원선견은 연약한 그녀의 몸을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처럼 환하게 웃었다.

어찌 몰랐을까.

여인이라 살부의 원한을 잊을 수 있다고 장담한 것일까. 품에 안긴 고연선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가족을 학살하고 나라를 멸망시킨 자의 품에 안겨 고연선은 희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흐응, 흐으으……. 하악!

허억, 헉…….

죄악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가장 신뢰하던 벗과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내 바치려 했던 여인이 만들어 내는 것. 원선견은 병풍 뒤에서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사내는 단단한 가슴으로 여인의 풍만한 가슴을 찌그러트리고 있었다. 상아를 깎은 듯한 하얀 팔이 사내의 희고 곧은 목에 둘러졌다.

“하아, 하아……. 평랑(平郞).”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눈으로 여인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저를 부숴 주세요. 그 훌륭한 남근으로 저를 평랑의 여인으로 만들어 주세요.”

여인이 느릿하게 손을 내려 제 둔부의 살을 벌렸다. 원선견은 질퍽한 붉은 살 사이를 드나드는 단단한 남근을 볼 수 있었다.

“선아의 안에 오라버니의 씨를 뿌려 주세요.”

사내의 단단한 엉덩이 근육이 도드라졌다. 후욱. 깊은 한숨과 함께, 준수한 사내는 하얀 이마에 땀을 뚜욱뚜욱 떨어트리며 여인의 부드러운 둔부를 찌그러트렸다. 아아. 교성을 내뱉으며 여인이 허리를 뒤튼다.

붉은 혀가 여인의 뺨의 눈물을 싸악 핥아 올린다.

“선아.”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완연한 사내의 독점욕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네게 모든 것을 바쳤다. 내 신념마저 바치고 너를 원한다.”

두툼한 음부 사이 끈적한 정액이 울컥울컥 터져 나왔다.

배덕의 자리.

원선견은 나락 속에서 친애하는 벗과 영혼을 바쳐 사랑했던 여인의 간통 장면을 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어, 어째서 네가.’

그 이후 원선견의 나날들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가시지 않은 몰락의 시작이었다.

* * *

“네 언젠가부터 향을 쓰는구나.”

서간을 읽던 위희평이 멈칫한다. 원선견은 고요한 눈으로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둘은 누각에 앉아 피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익숙한 일상이다. 원선견의 허벅지를 베고 잠든 미모의 여인만 제외하면.

향내가 나는 단정한 사내는 희미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예. 저도 이제 전장은 떠난지라. 피 냄새는 가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원선견은 으음 허벅지에 장밋빛 뺨을 비비는 연선의 갈까마귀의 깃 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손가락에 매끄러운 머리카락을 걸고 그 위에 입을 맞추며, 그 정향의 고아한 향을 맡았다.

“그렇군.”

원선견은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네게 어울리는 향이다.”

못 말하겠다.

‘흐아아앙, 하앙! 오라버니, 오라버니이잇!’

도저히 못 말하겠다.

원선견은 병풍 뒤에 숨어 눈을 부릅떴다. 나신이 되어 뱀처럼 얽힌 간통 남녀를 바라보며 원선견은 배신의 아픔에 몸부림쳤으나 그 자리를 뛰쳐나가 그들을 단칼에 내리치지 못했다.

“후욱, 후우…… 선, 선아.”

“사랑해요, 연모합니다. 평랑.”

연선의 홍조 띤 얼굴이 몹시 사랑스럽다. 어느 사내도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연선은 허리를 비틀어 그 우유같이 부드러운 젖가슴을 출렁이곤 조각 같은 팔을 뻗었다.

“연선은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오직 오라버니의 사랑만을 원하고 있어요.”

너희는 대체 어떻게 내게 그리 뻔뻔할 수가 있는 거지?

할 수 있다면 절규를 하고 싶다. 원선견은 그러나 그러지 못해 배 속에 뱀을 품고 있었다. 핏줄이 터진 눈알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연선의 입술을 빨고 후욱 더운 숨을 내뱉으며 위희평은 정신없이 고연선의 흠 없이 아름다운 몸을 탐닉했다.

“폐하, 감축드립니다.”

위희평은 감정의 동요를 내보이지 않는 사내였다. 그러나 오늘 그 단정한 얼굴에 스친 것은 분명한 동요였다. 원선견은 차갑게 눈을 가라앉혔다.

원앙궁 황후가 회임을 하였다는 말에, 그는 기뻐하는 얼굴을 가장하여 대위의 황실을 이을 국본의 탄생을 축하하였다.

“총애하시던 여인에게서 후사를 보았으니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닐 수 있습니까.”

원선견은 목에 차오르는 구토감을 참았다.

“그렇다, 평아. 원앙궁의 아들은 몹시 귀중하다. 나는 그를 귀애할 것이다.”

우웨엑. 위희평이 떠나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원선견은 벽에 손을 짚고 몸을 고꾸라트렸다. 우욱. 노란 위액이 입술을 뚝뚝 타고 흘러내린다. 홧홧한 목의 통증과 울렁이는 머릿속을 느끼고 원선견은 허억허억 거친 숨을 내뱉었다.

머릿속에 웅웅 대는 것은 단 하나의 의문점.

내 아이가 맞을까?

피가 식었다.

원선견의 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움츠러든 어깨는 펴지지 않았다. 그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머리를 쥐어뜯어 소리 없는 절규를 내뱉었다.

‘너희는 어떻게 그렇게 뻔뻔히 나를 대할 수가 있지?’

연선을 품에 안을 때 그 옷을 열어 재끼면 훅 코끝을 스치는 냄새는 정향이었다. 원선견은 그 우유같이 하얀 목을 빨아 재꼈다. 으음. 연선은, 그의 황후는 허리를 뒤틀고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원선견의 단단하고 넓은 가슴에 손을 스윽 쓸어내렸다.

“폐하.”

부드러운 구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돌처럼 단단한 가슴은 쇠처럼 매끄러웠으나 그 속에 뜨거운 심장을 품고 있다. 색열이 도는 몸은 쇠와 다르게 따뜻했다. 갈라진 근육 사이를 섬섬옥수가 매끄럽게 타고 내렸다. 넓은 가슴을 지분거리고 있었다.

“제 아이입니다.”

흑옥같이 새까만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원선견은 굳은 얼굴로 싱그러운 꽃과 같은 연선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사내의 가슴 아래서 교성을 지르던 연선은 원선견의 몸을, 근육이 도드라진 등을 더듬었다.

“으응, 폐하, 폐하…….”

후욱. 원선견은 뜨거운 숨을 내쉬고 연선의 앵두 같은 입술을 빨았다. 속으로 그녀의 목을 비틀고 배 속을 갈라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러나 어두운 눈 속 깊은 곳을 반짝이던 증오는 금방 소진되고야 말았다.

“저를 안아 주세요, 안아 주세요. 폐하!”

음부의 젖은 장미를 내보이고 두 팔을 뻗는 여인을 이기지 못했다. 원선견은 자멸감을 삼키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엉덩이가 움푹 패고 근육에 힘이 도드라졌다. 원선견은 허리를 움직여 사타구니의 욕망을 충족시켰다.

“아아아아! 연선을, 이 연선을…….”

고연선은 아이를 원선견의 자식이라 칭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여인의 어깨를 잇자국이 나게 깨물며 원선견은 끓어오르는 살심을 욕망으로 풀었다.

그리고.

응애! 응애!

아이 우는 소리가 났다. 원선견은 붉은색 쭈글쭈글한 아이를 안고 미소를 지었다.

“연선. 그대와 나의 아이요.”

그 미물은 눈조차 뜨지 못한 채 쭈글한 손을 허공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원선견은 당장에 그 아이를 계단에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고연선은 하얀 이마에 땀을 흘린 채 하아하아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나락의 도래다.

피 흘린 영혼을 부여잡고 원선견은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어찌 황후마마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외간 사내가 출입할 수 있습니까.”

그리 말을 했던 사내는 그 동요 없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담고 있었다. 원선견은 위희평에게 그리 말했다.

“너는 내게 남이 아니다. 너는 황후의 사촌이고 나의 가족이지 않느냐?”

위희평은 환희에 젖어 원선견의 소매를 잡고 감격에 찬 목소리를 내었다.

“후사를 보셨습니다. 소군. 드디어 후사를…….”

너는 어찌 그리 뻔뻔할 수 있지?

가슴속 뱀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지독한 독을 내뿜는 독사이리라. 원선견은 증오를 삼키고 피눈물을 흘리는 영혼을 외면하였다. 느릿하게 입술을 뗐다.

“우리는 집안의 웃어른이 없다. 부모가 이름을 짓는 것도 좋지만 나는 네가 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 줬으면 좋겠구나.”

옹알대는 어린아이를 위희평에게 내밀었다. 위희평은 머뭇거리다가 강보에 싼 아이를 팔에 안았다. 그리고.

원선견은 날카로운 칼을 배 속에 삼키고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고연선은 숨을 헐떡이며 미묘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었다.

“옹아아아.”

위희평의 단아한 얼굴에 조금씩 조금씩 감동이 벅차오르는 순간. 눈을 뜨지 못한 그 두더지 같은 아이는 징그러운 손을 뻗어 위희평의 입술을 탁탁 쳤다. 원선견은 위희평의 입술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기쁨의 절정에 이른 것을 알 수 있었다.

피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아우웅…… 아앙.”

침묵 끝에 위희평은 떨리는 목소리로 되뇌었다.

“황자께서, 건, 건강하십니다.”

그 목소리에 서린 것은 안도와 뿌리 깊은 애정이다. 원선견은 부득 이를 악물었다. 그는 뒤집어진 속을 부여잡고 웃음을 지으려 노력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네가 짓거라.”

“정녕 그럴 수가 있습니까? 예법에…….”

“다른 사람이 알기엔 내가 지은 걸로 하겠다. 그 아이는 네 자식과도 같은 아이다. 황자와 공주들은 후견인이 필요하지. 네가 그 아이를 지켜 주겠느냐.”

진실을 알리자고?

간통 장면을 발견했을 때 원선견은 두 배신자들을 갈기갈기 찢어 들판에 버리고 싶었다. 살점이 찢어지는 고통을, 독을 입에 머금고 살아가는 이 아픔을 돌려주고 싶었다. 지금도. 지금도 피는 들끓고 뇌수는 부글부글 끓어 녹아 원선견은 돌계단에 이마를 내리찍고 죽고 싶었다.

“그, 그러면…….”

유일하게 믿었던 벗과 영혼을 내어 준 여인을 잃고.

“황자 마마의 인생이 고요하길 원합니다(禪)……. 대위의 번영을 이끌 아기씨가 되셨으면 합니다(華)…….”

원선견은 느릿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선화.”

간통으로 얻은 아이에게 이름을 주는 광경이다. 이미 황제는 하늘만이 알 출생의 진실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황제의 눈에 혼인을 하지 못한 사내는 처음으로 얻은 제 자식의 이름을 지어 주곤 감격에 떨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원선견이 말을 반복했다.

“원선화.”

고연선은 부드럽게 속삭였다.

“좋은 이름입니다.”

원선견은 울 수 없어 실실 웃었다.

“기쁘구나. 실로 기쁘구나.”

단 두 사람만 있으면 만족할 것이라 생각했지. 원선견은 한때 그 두 사람만을 원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옆에 있어 안락함을 느꼈으나, 사실 그것은 꾸며진 것이었다.

모든 게 거짓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거짓된 세상을 벗어난다면?’

아무것도 없겠지. 원선견은 음울하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위희평을 바라보았다.

“아기씨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겠습니다. 제가 잘 보필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몸에 씨를 뿌리고 끝끝내 결말을 보았다. 그 감동이 얼굴에 일렁이고 있다. 원선견이 가져야 할 것이었다. 그가 느꼈어야 할 마음이다.

그러나 원선견은 능지를 당하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진실을 꺼낼 수 없었다.

원선견은 눈을 내리깔고 증오를 삼켰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너를 믿으리라.”

평아. 내가 네 없는 세상에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

연선. 이미 당신이 내 일부가 되었소.

그리하여 원선견은 그저 방관할 뿐이다. 그는 차디찬 분노를 속으로 삭였다. 품에서 옹알거리는 원선화. 그의 아내의 아들을 다정하게 토닥이면서.

“옹아아앙. 아웅.”

원선화가 원선견의 매끄러운 뺨을 톡톡 건드렸다. 원선견은 힘없이 웃었다.

이 고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이 단지 간통으로 얻은 배신감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 오만한 사내에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내란 단 하나뿐이었다. 북제를 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천하를 안겨 준 것도.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야망을 이루게 해 준 것도. 마침내 승리를 안겨 주어 사서에 이름을 날리게 한 것도 단 하나다.

그 사내의 배신이다.

그것은 그저 한낱 여인으로 인한 것이다. 그리고 원선견은 그 한낱 여인에게 영혼이 붙들려 있었다.

시리디시린 마음.

고통으로 점철된 수년의 시간.

“태부.”

조르르 달려와 품에 포옥 안기는, 장밋빛 뺨이 포동포동한 태자에게 위희평은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연선의 사랑하는 아들을 품에 안으며, 목에 매달린 장난기 넘치는 아이를 자상하게 토닥였다.

“태자 전하.”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위희평은 눈을 감고, 그 말랑한 뺨에 뺨을 가져다 대며 깊이 어린 태자의 보송한 냄새를 맡았다. 핏줄을 아는지 그 아이는 참으로 태부를 좋아했다. 히히 장난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태자는 위희평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조잘거렸다.

“태부, 태부! 제가 나비를 잡았어요. 예쁜 나비예요.”

“그러셨습니까?”

티끌 없이 하얀, 예쁘장한 나비였다. 썩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태자가 자랑할 만큼 고운 색을 띠기는 했다. 태부는 작게 웃으며 태자를 품에 당겨 안았다. 태자는 다리를 허우적거리는 작은 나비를 의기양양하게 손에 들고 자랑을 시작했다.

“태부께 드리려 가져왔습니다. 선화가 꿀을 빨고 있는 나비를 잡았어요.”

위희평은 그 엄격하던 얼굴을 퍽 흐물흐물하게 무너트렸다.

자식의 재롱이 귀여운 모양이지. 이제 감흥마저 없다. 원선견은 멍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만이 알 사실을 원선견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 애정은 바로 누구보다 가까운 근친의 정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위희평은 풀린 얼굴을 제법 엄하게 바꾸며 태자를 꾸중했다.

“나비의 날개가 찢어졌지 않습니까.”

그는 부드럽게 태자가 나비를 괴롭힌 일을 꾸짖었다.

“이제 저 나비는 날지 못합니다. 태자께서 한 생명을 해하신 겁니다.”

태자가 풀이 죽어 중얼거렸다.

“태부께 드리려고…….”

위희평의 얼굴이 풀어지고 있었다. 그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살 내음을 맡으려 코끝을 목에 파묻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위희평은 중얼거렸다.

“태자의 마음만 받아도 충분합니다. 저는 그러합니다.”

오, 너는 그러하냐.

원선견은 이죽이며 웃었다.

나는 그 나비를 찢은 태자를 칭찬할 것이다.

원선견의 눈은 깊은 암연 속으로 침잠하고 있다. 누각에 앉아 다정히 정원을 산책하는 부자를 바라보며 원선견은 배 속에서 또다시 꿈틀대는 독사를 누르고 있었다.

오 년이었다.

원선견의 배 속에 커다란 독사가 독을 뿜어낸 세월이.

원선견은 죽은 눈으로 위희평의 등을 바라보았다.

간통 남녀를 바라보며 배신감에 잠을 자지 못한 지도 오 년이었다. 원선견은 하루에 두 시진 이상을 잔 적이 없었다. 자다가 들끓는 피에 비명을 지르며 깨고 심장을 부여잡은 채 몸을 웅크렸다. 연선은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괜찮으세요. 꾀꼬리같이 낭랑한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원선견은 소매를 떨치며 소리쳤다.

“나는 괜찮소! 그러니 그대는 어서 가서 주무시오.”

연선은 미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화내지 마셔요.”

하. 원선견은 토악질을 하며 입술 끝을 비틀었다.

‘요악한 년!’

팔다리가 저릿하고 깨질 듯한 두통에 시달렸다. 호탕하고 사람과 교류하길 좋아했던 원선견은 언젠가부터 칩거하는 일이 잦았다. 군신의 사이에 예법이 있어야 한다는 핑계로 그와 교류하는 신하는 위희평뿐이었다.

피 섞인 침을 질질 흘리면서 원선견은 허억허억 거친 숨을 내뱉었다.

벽을 짚은 손이 떨려 오고 있다. 원선견은 증오가 들끓는 눈을 번뜩였다. 주정으로 입을 씻고 입가를 손등으로 스윽 닦으며 원선견은 황후가 몸을 누인 침상으로 돌아갔다.

어둠 속에 요요한 나신을 드러낸 고연선이 원선견의 단단한 가슴을 쓸었다. 근육 하나하나 움직임을 느끼며. 숨을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근육의 결을 매만지며 고연선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는 괴로우십니까?”

그 말에 원선견은 텅 빈 목소리로 답했다.

“보고 있는 것처럼.”

북제의 마지막 공주는 그 나라의 최후의 날 말라 가는 고목처럼 생기를 잃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만개하는 봄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생화의 웃음을 흘리며 고연선은 원선견의 가슴 위에 입을 맞추었다.

“언제 저와 평랑을 죽이시렵니까?”

피가 식은 순간이었다.

“뭐?”

가슴이 쿵 떨어져 내렸다. 고연선은 부드러운 손바닥 아래 펄떡이는 심장 소리를 느끼고 있었다. 고양이 같은 입매가 살짝 올라갔다.

“괴로우신가요?”

부드러운 목소리는 몹시나 다정하고 상냥했다.

“평랑을 죽이시고 싶겠지요. 제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겠지요. 갈기갈기 찢어 황자와 함께 젓갈로 만들어 씹어 먹어도 시원찮겠지요.”

“너.”

얼어붙은 목소리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원선견은 우아한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선녀처럼 아름다운 황후를 노려보고 있었다. 고연선은 이불로 하얀 가슴을 가리며 싱긋 웃었다.

“폐하의 고통이 제 기쁨입니다. 폐하, 저는 기다리고 있었어요. 폐하가 결국 저와 평랑과 그리고 황자를 죽일 때까지…….”

“이 개잡년이!”

야수의 목소리가 처소에 쩌렁하게 울린다. 원선견은 흉신악살과 같이 일그러진 얼굴을 하며 고연선의 목을 커다란 손으로 덮었다.

이 창부 같은 년이!

원선견은 핏줄이 선 눈으로 고연선을 노려본다. 침대에 누워 버둥거리는 고연선은 숨이 막혀 캑캑 대면서도 입가에 조롱하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히익히익 가쁜 숨을 흘리면서도 더듬더듬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연분홍색 입술 사이로 승리자의 목소리가 흘렀다.

“케엑…… 히익…… 힉…… 폐, 폐하의…… 지옥…… 흐으읍!”

꽈아악. 그 하얗고 가는 목을 힘을 주어 붙잡곤 원선견은 차마 그 목을 부러뜨리지 못해 으아아 비명을 지르며 손을 풀었다.

원선견이 으드득 이를 갈며 기침을 하는 고연선을 노려본다.

“너 이 개년이 감히!”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다. 그 순간 목을 타오르는 불길이 있었다. 원선견은 거친 숨을 깊게 내뱉으며 몸을 떨었다. 얼어붙은 몸에 피가 식고 있었다. 고연선은 아름다운 뺨을 붉게 물들이며 빙그레 웃음을 흘렸다. 이불 사이로 길게 뻗은 하얀 다리가 드러났다.

‘흐, 평랑.’

그때 위희평의 허리를 감싼 그 두 다리. 더운 숨을 내뱉으며 고연선은 위희평의 귓가에 속삭였다. 씨를 내 배 속에 터뜨려 주세요. 내 사랑. 나의 평랑.

원선견의 두 눈이 증오에 물든다. 고연선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원선견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든지 상관없어요.”

할 말을 잃고 그의 황후를 바라볼 뿐이다. 고연선은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위의 황제에 승리한 여인은 강렬한 눈으로 원선견을 노려보았다.

“당장 명을 내려 내 아비와 나라를 몰살한 그 저주스러운 사내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그 끔찍한 작은 애새끼와 나를 같이 함께 찢어 죽여 그 피와 살점을 씹어 마셔요. 사내라면 그리하셔야지요. 이 연선은 그리했답니다.”

강렬한 눈이 원선견의 심장을 파고들고 있었다. 증오에 물든 여인의 눈은 원선견보다 훨씬 더 깊은 암흑을 걷고 있었다. 고연선은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음울한 목소리가 빠져나왔다.

“원선견. 자 이제 너는 나의 길을 걷는 거다. 나의 마음을 품고. 너는 선택할 거다. 응. 너는 짐승이 되거나 혹은 미치거나 혹은 미쳐 버린 짐승이 되겠지.”

후후후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 때 원선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어 있었다. 입술을 떼지 못해 사랑하는 황후의 미쳐 버린 눈을 바라보며. 그저 그는 그 자리에 말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심한 사내.

쯧. 누군가의 혀 차는 소리가 원선견의 머리에서 웅웅거렸다.

“아하.”

원선견은 몽롱한 눈을 한 채 중얼거렸다.

“그래서 내가 어이했더라.”

그래. 그것은 그의 황후의 승리로 끝난 일이었다.

동시에 원선견의 지옥이었다.

* * *

“어째서 제가 서장으로 가게 된 것입니까?”

머나먼 서장 총독으로 부임하라는 명령이었다. 태부였던 사내에게 내린 급작스럽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명령이다. 당황한 위희평이 건녕전으로 뛰어 들어왔을 때 원선견은 입 안의 살을 씹으며 피를 보았다. 바로 위희평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헉 소리를 남기고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야 만 위희평이다. 원선견은 놀란 눈을 한 그와 눈을 마주했다.

잇새로 하나하나 짓밟힌 말이 흘러나온다.

“내게 속이는 것이 있느냐?”

“대체…….”

얼어붙어 더듬이는 위희평의 얼굴에 스치는 공포심. 원선견은 비죽 웃었다. 그래, 너는 말을 할 수 없겠지. 네게 달린 것은 너 하나의 목숨뿐만이 아니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내게 속이는 것이 있느냐?”

“도,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원선견은 간절하게 되뇌었다. 제발, 제발. 나의 평아.

“내게, 내게 속이는 것이 있느냐. 내게 속이는 것이 있느냐? 제발…… 평아. 나에겐 네가 그 누구보다 소중하다. 심지어 황후보다.”

위희평의 얼굴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그는 숨을 멈추며, 귀신보다 창백한 얼굴을 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원선견은 위희평의 뺨을 홀쭉하게 잡아당기며 급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게 말해라, 평아야. 내게 말해. 너를 용서하겠다. 너를 용서하겠다. 평아.”

위희평이 몸을 사시나무 떨 듯했다. 원선견은 그의 뺨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치지 않을 눈물을 흘렸다. 어째서 너는 나를 배신하고.

원선견이 애증에 몸을 떨며 울었다.

“내게 말해라, 평아야. 내게 속이는 것이 있느냐? 진정 너의 마음이 어린 날에 있느냐?”

위희평은 몸부림치며 공포에 비명을 질렀다.

“속이는 것은 없습니다!”

입속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원선견은 버둥거리는 위희평의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다.

“내게 말을 해라, 평아! 위희평! 내게 속이는 것이 진정 없느냐? 진정…….”

위희평은 울면서 원선견의 가슴을 밀쳤다.

나뒹군 황제에게 위희평이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지른다.

“속이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어린 날의 평아입니다! 황제께서는 제 소군이십니다.”

그 말을 남기고 위희평은 빠르게 건녕궁을 뛰쳐나갔다. 겁에 질린 얼굴이 선연하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원선견은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겠지.

배 속의 뱀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세월 동안 삭혔던 독이 응고되고 있다. 원선견은 눈을 감았다.

그러니 나는 받아들이겠다.

연선을 버릴 수 없었다. 희평을 죽일 수 없었다. 머나먼 서장으로 벗을 보내어 원망을 삭히려 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언젠가 이 독이 정화될 수 있을까.’

손에 얼굴을 묻으며 원선견은 몸을 웅크렸다.

‘황제라, 하하! 나는 실로 나약하구나.’

스스로를 조소하며 원선견은 하얀 뺨에 한줄기 눈물을 흘렸다.

위희평이 서장 총독으로 떠나는 날.

원선견에게 들려온 소식은 황후의 도주 사실이었다. 위희평의 실종과 함께 들려온 것이었다.

원선견은 소식을 들고 온 궁인 앞에서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 도주라고?”

궁 안을 쩌렁하게 울리는 광인의 미소. 원선견은 한참을 낄낄 웃으며 벽을 잡고 몸을 고꾸라트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웃음이 잦아들고 원선견은 섬뜩하게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평아는 내게 돌아온다. 연선이라면 몰라도.”

원선견은 잠이 든 사내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통통하게 오른 배를 까뒤집고 잠을 자는 어린아이가 못내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처럼. 그 두 눈에 광폭한 다정함을 일렁이고 그의 태자를 바라보았다.

* * *

나라를 멸망시킨 사내의 자식.

연선은 그 아이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증오스러운 애새끼라 했으나 사내에게 그것은 사랑하는 여인의 결실이다. 첫 자식은 사랑스러운 법이지. 원선견은 동궁에 숨어든 위희평을 붙잡고 물었다.

“연선은 어디에 있느냐.”

태자의 가슴팍을 파헤치고 칼날을 들이댄 채였다. 위희평은 비명을 지르며 우짖었다.

“아니 됩니다, 폐하! 폐하!”

위희평은 눈물로 얼굴을 물들이며 절규했다.

“차라리 저를 죽이십시오! 부정한 저를…….”

원선견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귀공자의 우아한 얼굴에 냉랭함이 감돌았다. 그는 위희평을 내려다보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선이 내게 알려준 것이 있다.”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죽음은 안식이란 것이다.”

위희평은 알지 못해 멍한 목소리로 뇌까렸다.

“그게 무슨?”

원선견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태자를 죽이지 않아. 연선도 죽이지 않겠다. 약속하겠다. 나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오두막에 향하는 것은 나 혼자뿐이야. 아무도 알지 못해. 처벌할 수도 없지. 공신인 안국후를 나는 처벌할 수 없다. 희평아.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 널 아끼고 있다. 연선은 어디에 있지?”

그리하여 향한 오두막은 불타고 있었다. 위희평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화마 속으로 사라졌다. 원선견이 무너져 가는 건물로 향하는 위희평을 보며 노성을 질렀다.

“위희평!”

눈을 부릅뜨며 화마에 무너지는 오두막으로 달려간다. 원선견은 시뻘건 혓바닥 같은 불길 사이를 헤맸다.

“연선! 연선!”

목이 찢어지도록 부르짖었다. 짐승이 우짖듯 원선견은 무너지는 오두막을 헤맸다. 폐부로 토하는 울음. 독사가 내뱉은 오 년의 독은 그 몸속 한편에 쌓여 있었다.

울고 싶을 때 우짖지 못한 짐승은 으아아아 절규를 터뜨렸다.

“연선! 평아! 평아!”

우지끈 무너진 기둥이 원선견의 앞에 무너졌다. 원선견은 발걸음을 주춤하고 나뒹군 여인에 눈을 크게 떴다.

아, 아아.

원선견은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화마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머리카락을 그을리고 있었다. 위희평이 소중하게 감싼 것은 그의 황후였다. 지독히 사랑하는 마음을 품에 안고, 위희평은 눈을 감고 그녀를 껴안고 침상에 앉아 있었다.

“평아.”

희평은 그의 말을 듣지 않는 듯했다. 들을 수 없는 듯 사랑하는 여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웃었다.

“연모하고 있습니다.”

벽이 무너졌다.

원선견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침상을 향해 뛰쳐나갔다.

위희평의 품 안에 백합을 닮은 여인이 늘어져 있었다.

“가자.”

바람이 이는 오두막 안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위희평은 정신없이 품 안의 여인만을 껴안고 있었다. 그의 눈가에 희미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가자! 희평아! 가자……. 가자. 응? 가자.”

원선견은 울먹이며 위희평의 팔을 잡아당겼다. 뜨거운 열기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위희평은 원선견의 팔을 떨구려 몸을 비틀었다. 그는 품 안에 안긴 여인을 꽈악 붙들어 매며 울었다.

“폐하가 밉습니다.”

통곡을 삼키며 원선견이 절규했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위희평은 엉엉 울며 품에 늘어진 고연선의 몸에 뺨을 비볐다. 원선견은 그녀의 팔이 늘어진 것을 알았다. 고연선의 입술은 푸르죽죽했다. 그러나 그 입술 사이로는 미약한 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희평은 울면서 말했다.

“나가면 저는 죄인입니다. 폐하를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을 증오합니다. 소군. 소군을 미워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지난 오 년간 당신을 원망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연선의 숨이 끊겨 가고 있어. 나, 나가야 한다.”

“제게 모든 것을 나눈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약속을 어기셨습니까? 저는 약속을 지켰건만 폐하는 왜 약속을 어기셨습니까.”

매캐한 연기가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위희평의 얼굴에 불그림자가 일렁였다. 고연선의 팔이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서서히 식어 가는 몸. 원선견이 그의 앞에서 울며 빌었다.

“네가 나를 죽여라. 네가 나를.”

위희평이 원망의 기색을 얼굴에 담고 원선견을 올려다보았다. 붉어진 눈가에 증오의 빛이 서렸다.

그 순간 원선견은 제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연선과 죽겠습니다.”

느릿한 목소리가 가슴을 관통했다.

“함께 죽어 부부로 남겠습니다. 영원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원선견은 멍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위희평이 희미한 웃음을 흘리며 품에 늘어진 여인의 뺨에 입을 맞춘다.

“누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갑니다.”

죽어 가는 여인의 입가에 스치듯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미소를 본 순간 원선견의 눈에 겁화가 치밀었다. 고집스럽게 연선을 부둥켜안은 위희평을 노려보며 원선견이 차게 웃었다.

“좋다. 그러면 태자를 효시하겠다.”

위희평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때다. 우지끈. 불에 타오른 기둥 끝이 꺾였다. 서까래에 불이 옮겨붙고 있었다. 위희평이 더듬더듬 입술을 뗀다.

“그, 그게 무슨…….”

원선견이 위희평의 팔을 붙잡아 당겼다. 상처받은 짐승이 절규하듯 화마 속에서 소리쳤다.

“연선과 네가 내 곁을 떠난다면 너희의 죗값을 태자가 치를 것이다! 선화를 죽일 거다! 그 어린것을 갈기갈기 찢어 분을 풀겠다. 대위를 멸망시킬 것이다. 내가 세운 제국을 내 대에 끊을 것이다. 네 간통의 자식이 부모의 죗값을 치를 때까지 나는 분을 풀 것이다!”

원선견이 고연선을 품에 안은 팔을 잡고 위희평을 질질 끌고 나갔다.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서 놓치고 위희평이 절망 어린 얼굴을 했다.

“그, 그러지 마세요. 소군…… 소군……. 대체 선화가 무슨 잘못을.”

원선견은 울화에 치민 웃음을 실실 흘리며 위희평을 오두막 밖으로 끌고 나갔다. 위희평은 엉엉 울며 원선견의 단단한 팔을 긁었다.

“이러지 마세요. 이러지 마십시오. 저를 죽게 해 주세요. 누이를 홀로 두지 마세요. 선아는…….”

불타는 오두막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흐어어 절망에 이른 울음을 흘리며 위희평이 바닥에 몸을 무너트렸다. 원선견이 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뚜둑 눈에서 선혈이 터져 흘러내렸다. 이를 악물며 원선견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숨을 쉬는 것이 고통이다.

생애 천지가 고통이었다.

삶이 고통이었다.

“연선 누이, 누이…… 흐어어엉!”

원선견이 으아아악 비명을 내질렀다. 처절한 비명이 수도 외곽의 숲을 울렸다.

어두운 밤을 밝힌 오두막의 불길 앞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불길을 보고 달려온 병사들이 발견한 것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제국의 상장군과 텅 빈 눈을 한 황제였다.

경악한 사람들에게 이끌려 몸을 추스르곤 정신을 차린 황제가 가장 먼저 내린 명령은.

“안국후를 가두라. 그리고 방중술에 밝은 상궁과 환관을 들여라.”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에 서늘함이 감돌았다. 원선견은 사람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광기 어린 웃음을 입가에 걸었다. 그 두 눈은 새까만 암연, 나락의 저편을 헤매고 있다. 절망의 끝에 이른 자의 말로였다. 수년을 배 속에 묵힌 독사의 독을 품은 채로. 붉은 입술을 비틀고 황제는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황후를 대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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