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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 회귀(回歸) (7/17)

七. 회귀(回歸)

천작궁에는 밀방이 있다.

천작궁의 비밀통로로 은밀하게 갈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는 오로지 황제뿐이었으니, 황제는 그의 총비를 위해 천작궁을 증축하면서 특별히 쪽방을 하나 더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천작궁에 오기 전 그곳에 숨어 위 씨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곤 했다.

그가 절망에 빠져 좌절하는 모습.

기력을 잃어 침상 위에 축 늘어진 모습.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혹은 과거를 회고하며 흐느끼는 모습.

위 씨가 불편해하지 않게, 그러나 그를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그 밀방에서, 황제는 흐느끼는 위 씨의 모습을 관음하며 몰래 사타구니 사이에 욕망을 키우곤 했던 것이다. 제 앞에서 유리 인형 같은 모습을 유지하던 위 씨는 혼자 있을 때 종종 괴로움을 드러내며 사지를 비틀고 처절히 울부짖었다.

그 짐승 같은 모습을 황제는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지켜보며 하체에 키워진 욕망을 문지르곤 했다. 꿀꺽, 침을 삼키며, 입맛을 다시면서 말이지.

그리고 지금 밀방의 벽은 뜯어져 발이 쳐져 있었다.

“위 씨를 천인으로 만들어라.”

황제는 그곳에 병풍을 뒤편으로 하고 앉아 있었다.

“그는 짐의 자식을 잉태할 움집이 되리라.”

광기에 물든 핏빛 눈이 발 사이로 번뜩였다.

위희평은 밀방 가운데 벌거벗겨져 있었다.

“위 씨는 천인이 되어야 한다. 사내도, 인간이 아닌 천인이 되어야 한다.”

황제는 지독한 목소리로 궁인에게 명했다.

“그는 짐에게 순종하는 진정한 짐의 계집으로 다시 태어나…… 제국의 후사를 이을 아이를 낳을 것이다. 짐은 천인의 몸에 씨를 뿌려 그 태내 안에 용종을 둘 것이다…….”

침을 삼키고, 진한 목소리로 되뇌기를.

“그러니 위 씨를 그리 만들라. 그가 짐의 여인이 되어 살아갈 마음을 품게 하라.”

죽음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하게 하리라.

속삭이는 목소리가 이르렀다.

“위 씨는 내 품에서만 살 수 있어야 한다.”

그 참담하고 어리석은 명령에 궁인은 고개를 숙여 답했다.

위희평이 희디흰 나신을 드러내고 있다. 섬세하게 관리된 몸은 어둠 속에서 형광으로 빛나고 있었다.

곡선이 유려한 몸은 허리는 잘록하고 둔부는 퍼진 것이다. 또 그의 팔다리는 길고 가냘프고 우윳빛 살결은 근육 하나 없이 부드러웠다. 다만 그 연약한 몸에도 사내의 골격은 남아 있어, 어깨의 선은 똑바르게 떨어지고 골반은 비좁고 관절의 뼈는 도드라졌다.

그 옛날 전장에서 입었던 상흔은 이제 흔적도 희미해진 후다. 그리하여 위희평의 나신은 마치 섬세한 장인이 조각한 보옥과 같이 새하얀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깃털을 대고 후 불면 미끄러지는 촉촉한 살결은 바로 부자(父子)의 정성과 사랑이 만든 것이었다.

사랑!

그래 그건 진정한 사랑의 결과다.

황제가 부드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짐의 여인이다.”

그의 눈에는 사랑과 애욕이 얽혀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는 진정한 나의 여인이니라……”

궁인과 환관이 위희평의 몸을 결박했다.

두 손은 위로 올려져 젊은 환관의 손에 단단히 붙들려 있었으며 튼튼한 궁녀 하나가 위희평을 뒤에서 껴안아 다리를 벌린 상태였다. 두 다리는 종아리와 허벅지가 붙여져 어린아이가 오줌을 뉘는 듯한 자세였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둔부는 음모란 한 점도 보이지 않게 깨끗했다. 민둥산에는 늘어진 성기가 그 사이에 있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럽고 포동한 둔부가 궁인의 손에 벌려져 일 자로 늘어난 붉은색 항문이 드러나 있었다. 색이 연한 입술에는 대나무로 만든 재갈이 물려져 있었다.

그리고 위희평의 시야에 닿는 곳에 그 수치스러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춰지는 거울이 있었다.

모든 것은 그때와 같았다.

황제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시작해라.”

위 씨의 입술에 흐르는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피비린내에 자극된 사타구니의 욕망.

황제의 입술이 띤 미소는 갈수록 진해져 가고 있었다.

“……우우웁?!”

정신을 잃었던 위희평이 일어난 것은 항문 사이로 긴 대나무 대롱이 삽입된 때였다. 감긴 눈을 번쩍 뜨고 위희평은 허옇게 질린 얼굴로 몸을 푸드덕 떨었다.

잠시간 제가 처한 상황을 알지 못해 두 눈을 흔들던 그는, 시야에 자리한 거울을 보고 나서야 완전히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거울에 자리한 것은, 사내의 상징을 잃어버린 기이한 몸.

위희평의 현재였다.

동공이 축소되고 그의 얼굴이 쌀뜨물처럼 시허옇게 변모한 순간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실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이 위희평이 사지를 뒤틀며 저항한다.

우우우우우, 우아아아아아아!

처절한 울음을 터뜨리는 그의 눈에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실핏줄이 터진 눈에서 흐르는 것이었다. 목에 핏대가 설만치 힘을 주며 몸을 뒤트는 이의 얼굴이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새의 피.

그 순간 위희평의 얼굴이 절망에 물들고, 동시에 대롱을 따라 조르륵 액체가 흘러들어 갔다.

그것은 피비린내였다.

지울 수 없는 피비린내.

죄악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씻을 수 없는 나락의 도래를 예견하고 있었다.

진득한 피가 대롱 안으로 흘러들어 가는 순간.

위희평의 눈에 검은자위가 사라지고, 대나무 재갈이 으드득 부러지는 소리가 울린다.

“우우, 우우우우우우!”

몹시나 고통스러운듯 위희평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재갈 사이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발 안에 있는 황제의 얼굴에 웃음이 번져 나가고.

“우우우우우우우우우!”

모든 것은 제자리에.

음울한 미소를 지으며 황제가 중얼거린다.

“사랑합니다.”

애욕 어린 시선이 발 뒤의 사내를 쓸고 있었다.

마치 추악한,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잡스러운 짐승처럼, 위희평은 그 생각치도 못한 고통에 울부짖고 있었다.

배꼽 아래에 몰리는 혈류는 무엇인가.

황제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그와 저가 이런 상황에 이르고야 만 까닭이다.

황제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위희평 하나뿐이었으므로.

황제의 입술이 달싹거리고 그 사이로 그윽한 목소리가 흐른다.

“사랑합니다, 그대.”

오직 하나밖에 남지 않는 사랑에게 고백하노니.

“우우우우웁!”

달콤한 비명 소리가 울리고, 황제는 결국 입술 끝에 걸린 미소를 광기 어린 것으로 바꾸며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 으하하하하하!

그에 화음을 맞추듯 짐승의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진다.

우, 우우우우! 우우우우!

벌려진 다리 사이 밀문에서 진득한 액체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흘리며 콸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짐승의 눈물콧물에 젖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시뻘겋게 변모하고야 만다.

회귀(回歸)!

그것은 천작궁 안에 울려 퍼진 처절한 절규가 알린 것이다.

목대에 핏대가 솟게 온몸에 힘을 주며 사내는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결박된 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그는 그저 양다리를 벌린 채 끈적한 액체를 항문으로 쏟아 내며 처절히 몸부림칠 뿐이었다.

우우, 우우우웁!

절망이 도래한 새까만 눈.

그 물기 젖은 눈이 응시하는 건 바로 발 뒤에 자리한 사내의 인형, 극의에 이른 사랑, 죄악의 결실,

다시 돌아온 진정한 금수의 세상,

“우그그극! 우구구국!!”

바로 그 축생도(畜生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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