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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 총애 받는 후궁 (2/17)

二. 총애 받는 후궁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마침내 소나기가 되어 있었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했고,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웅장한 황성을 더욱 장엄하게 만드는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갈수록 세찬 기세를 뽐내는 중이었다.

그런 추적한 날에, 황성 한편 어느 전각 앞에 일렬로 늘어선 무리가 있었다.

“아, 흐으윽!”

천작궁 앞에 시립한 내관과 궁인들의 얼굴이 무표정하다.

등 너머 천작궁 내부로부터 흘러나오는 소리는 짐승의 것을 닮아 있었고, 애처로웠고, 또 원초적이었다. 세찬 빗소리조차 묻지 않는 그 처절한 소리를 사람들은 듣고도 듣지 못한 척 흘려보내야 했다.

“헉, 후욱, 허억.”

덫에 걸려 죽어가는 사슴이 흘릴 법한 소리, 질주를 한 들짐승이 흘릴 법한 탁한 숨소리, 발정기를 맞이한 암고양이가 낼 법한 길고 처절한 울음소리.

그것은 부정할 수 없이 짐승이 교접하는 소리다.

천작궁 안, 본능만이 살아남은 교접을 짐작게 하는 것.

그러나 그를 듣고서도 그들은 그저 묵묵히 정면을 바라본 채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것이 이 짐승의 세계보다 무자비한 궁에서 생존하는 길이었으니까.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로다!

그들은 삼엄한 궁궐에서 스스로의 목숨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입술을 닫은 채 추적한 비가 내리는 천작궁의 앞마당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날것의 소리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천작궁의 장지문 틈새로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아, 아아!”

그 시각 천작궁 안 침상 위에 두 사람이 짐승처럼 흘레붙어 격렬한 정사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 * *

위 미인은 익숙하게 엉덩이를 치켜떴다. 침상에 머리를 처박고, 제 비문을 꿰뚫는 뜨겁고 단단한 물건에 시원하고 달콤한 울음소리를 흘린다.

“아, 음!”

몸을 들썩거린 위 미인의 머리를 잡아 누르며, 황제는 성이 난 남근을 풍만한 엉덩이에 거칠게 쑤셔 넣고 있었다.

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 위 씨의 둔부는 살집이 넉넉하여 사내의 양물을 실로 녹였다. 안은 좁고 뜨겁고, 양물을 부드럽게 애무한다. 실로 뛰어난 명기에 두 눈을 뒤집으며 황제는 위 미인의 둔부를 거칠게 쥐어 비틀고 있었다.

둔부의 살은 손안에서 녹았고 그 순간 밀부의 속살은 양물을 뜨겁게 비비고 있었다.

위 미인이 침상에 뺨이 눌린 채 ‘아, 음’ 달콤한 신음을 흘리며 길고 짙은 속눈썹을 파르르 떤다. 봉숭아 꽃잎으로 물들인 듯한 입술은 벌어져 가쁜 숨을 흘리고 있었다.

그에 흥분이 된 듯 황제는 위 미인의 머리를 다른 한 손으로 짓누르며 침상에 처박았고, 허릿짓을 더욱 세차게 놀리며 욕망을 해소하려 했다.

그리하여 곤장을 치듯 살과 살은 부딪치고, 내리찍는 압력에 둔부는 파르르 떨리며 시뻘건 색으로 물든다.

찢어발긴 궁장과 달리 화려한 장신구가 남은 위 미인의 머리에서 여섯 개의 나비 모양 금보요(떨잠 비녀)가 파르르 날개를 떨고. 마치 하늘로 날아갈 듯한 그 화려한 나비 보요의 날갯짓은 시간이 갈수록 격해지는 중이었다.

배배 꼬아 한쪽 방향으로 틀어 올려진 머리카락 또한 어느 순간부터 그 단정한 모양새를 잃고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다.

붉은 모란을 장식한 보석관 사이로 폭포수 같은 풍성한 흑발이 흐르고, 백옥처럼 새하얀 나신 위에 펼쳐져 그와 대비되는 머리카락이 펼쳐진다. 귀밑머리가 슬쩍 삐져나와 발긋한 뺨을 가리고, 봉황 비녀는 흘러 내려와 어느새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서서히 격해지는 나비 보요의 떨림.

“응, 아응.”

“헉, 허억.”

파르르 떨리는 나비 날갯짓 소리 사이로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아음, 아.”

짐승의 정사는 갈수록 깊어지고 끈적해져 간다.

“평, 후욱, 나의 소평.”

불을 삼킨 듯 뜨거운 한숨을 아스라이 내뱉은 황제가 어느 순간 손을 뻗어 위 씨의 가는 목을 움켜쥐었다. 유일하게 남은 사내의 흔적, 목젖을 더듬은 후 그의 고개를 뒤로 꺾게 한 황제가 낮게 긁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화랑.”

둔부를 쥐어 비틀던 손을 떼어 위 씨의 팔을 잡아당기곤 황제가 느릿하게 입술을 움직였다.

“짐을 낭군이라 부르겠느냐?”

귓가에 끈적한 숨결과 함께 스친 말.

그 말을 내뱉는 와중에도 굵은 성기는 곡선이 부드러운 엉덩이를 무자비하게 쑤시고 있었다. 황제의 손에 팔이 당겨지고 목이 뒤로 꺾여, 활시위처럼 허리를 뒤로 휜 위 씨가 응, 응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로 신음을 흘리고 수풀에 둔부를 비비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곤 꿀에 젖은 듯한 목소리로 속삭이길.

“화랑.”

황제의 입술에 짐승의 미소가 서린다.

목젖을 더듬는 손이 움직여 이슬에 젖은 듯한 보드라운 입술 사이에 푹 꽂혔다. 작고 말랑한 혀를 검지로 희롱한 황제는 이를 드러내며 웃곤 만족감을 보이고 있었다.

뒤틀린 허리에도 능숙하게 허리를 돌리며 위 씨는 사내의 물건을 녹진하게 애무하고 있다. 눈가에 붉은 화장을 한 염기가 흐르는 눈매로 제 뒤를 범하는 사내를 흘끗 바라보며, 위 씨가 부드러운 둔부를 황제의 단단한 허벅지에 비비며 작게 속삭인다.

“아, 낭군.”

그의 눈에는 초점이 자리하지 않았다.

대접에 물을 붓고 먹물을 한두 방울 떨어트린 듯한, 그 흐릿하고 맹한 눈빛. 그 눈과 마주한 황제는 불타오르는 성욕을 느끼며 뜨거운 속살을 발기된 물건으로 쑤시며 휘저었고, 샘물을 머금은 듯한 입술에 입술을 맞추었다.

그렇게 달콤한 입술을 빨고 난 후에 들려온 목소리였다.

“평아의 낭군.”

위 미인이 풀린 눈을 깜빡이며 내뱉은, 아스라이 흐트러지는 말이었다.

바로 황제의 커다란 몸을 순간 굳게 만들고, 그의 얼굴 근육 곳곳에 경련이 일어나게 한 것.

황제의 얼굴에 순간 노기가 스치고, 짧은 정적 끝에 분노를 꾸역꾸역 억누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너는 평아가 아니라 내 소평이다!”

그러곤 황제는 위 씨의 팔을 거칠게 붙잡아 그의 몸을 넘어트렸다. 불에 달군 듯 성이 난 흉기가 살 둔덕에서 빠져나가고, 위 씨가 비틀거리며 침상 위에 쓰러져 내린다.

흉흉하게 눈의 불길을 불태우며 황제는 위 씨의 가는 발목을 부여잡아 양옆으로 벌려 그의 몸을 타고 올랐다.

등에 근육이 도드라지게 힘을 준 황제의 눈에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꽃은 침상 위에 나른히 누운 위 씨를 마주하며 더욱 세게 불타올랐고,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결국 쏟아져 나온 날카로운 조소.

정사는 다시금 이어졌다.

유리처럼 맑고도 공허한 눈을 바라보며 황제가 성이 난 남근을 손으로 쥔다. 찢어진 가랑이 사이를 점한 그는 불그스레한 성기를 다시 보드라운 엉덩이 사이에 꽂아 넣었고 거칠게 허리를 털었다.

나비 보요가 날개를 파르르 떠는 소리가 다시 울리고, 달콤한 신음이 그 뒤를 이었다.

먹구름에 달빛이 가려진 어느 스산한 날 밤 궁궐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일이었다.

* * *

대위의 2대 황제 원선견의 사망 소식이 땅을 울렸을 때 사람들은 실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원선견은 북제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하였으니, 정적을 남겨 두지 않는 그의 잔혹함을 싫어하는 자들도 그 공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말, 원선견을 시해한 게 좌장군 금철이라는 소식에 사람들은 또다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금철은 우직한 사내였으므로. 사람들은 충정심이 뿌리 깊은 사내의 역모 사실을 듣고도 귀를 의심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머리를 쑥 내민 소식이 있었다.

바로 황제를 죽인 게 좌장군 금철이 아닌 태자란 말이었다.

‘최근에 황제와 태자가 불화가 있었다지 않나. 듣기로는 크게 다퉈 문안마저 끊긴 상황이라는데, 혹시 그가 손을 쓴 걸지도?’

그러나 그 소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잦아들게 되었으니, 놀랍게도 금철이 형랑장에서 제 죄를 시인한 것이었다.

“하하, 내가 죽였소! 그래, 내가 황제를 죽였소! 그가 실로 무도하여 내가 원선견의 심장에 칼을 찔렀소! 그 천륜을 거스른 악적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역겨워, 나는 그의 심장을 도려냈소!”

그것은 핏발 선 두 눈을 부릅뜨며 미치광이 같은 웃음과 함께 내뱉은 말이었다. 수레에 사지가 묶여 매달리면서도, 금철은 황제를 시해한 제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사방에 고해하며 비웃었다.

“그래, 내가 하늘의 도리를 어긴 악적을 죽였다! 그게 무슨 잘못이냔 말이냐?”

그것은 금철이 다섯 등분이 나기 전 마지막으로 소리친 말이었다.

그 사건 이후 소문은 확연히 잦아들었다.

금철의 가문이 씨가 마르고 제 몸 또한 갈기갈기 찢겼는데, 그가 무슨 까닭으로 태자를 옹호하겠는가?

말에게 사지가 당겨진 순간에 무슨 까닭으로 제가 황제를 죽였다 소리치며 선황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겠는가?

그의 목소리에는 시퍼런 분노가 일렁거렸고, 그에 사람들은 그저 짐작할 뿐이었다.

황제의 성정이 잔혹하니, 금철과 필시 무언가 문제가 있었겠구나.

선황을 시해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죽은 이를 향해 저주를 퍼붓는 것을 보니, 아무도 금철은 깊디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게 뻔하다.

그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이었다.

사람들은 때로는 사건과 관계가 없는 이마저 참을 수 없이 분노케 하는 역겨운 일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천자의 잔혹함이 핏줄이 아닌 경험을 통해 물려지는 것이란 사실 또한.

그리하여 사람들은 원선화를 향한 의심을 풀고 그를 천자로 인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천자로 즉위한 원선화는 당시 금철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던 그 측근과 선황을 지키지 못한 궁인을 모조리 죽여 머리를 벤 후 선황의 무덤에 안장시켰다. 저를 어린 시절부터 키워 온 상궁마저 자비 없이 목을 날려버린 태자, 아니 황제는 수성에 성공한 선황에게 태종(太宗)이란 시호를 바치고 존경심을 표했다.

그리 천하에 제 충효를 내보이고 난 후 황제는 효정(孝正)이란 연호를 내세웠으니, 이로써 한 시대가 완전히 저물고 한 시대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효정 원년(元年)에, 육궁(六宮)에도 변화가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법이 아닌가?

태종의 후궁들이 육궁에서 물러나고 새 황제의 사람이 그를 채울 시간이다. 그러나 황제는 그때까지 정실도 측실도 들이지 않아, 조정 신료들은 황제에게 비어 있는 육궁을 채우라 간언했다.

“양과 음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실로 천하의 이치이옵니다, 폐하! 부디 육궁을 채우시옵소서.”

황제는 그 말을 따라 사도의 딸인 소 씨를 황후로 들이고, 간택령을 내려 비빈을 뽑았다. 그러곤 선대 황조의 것을 답습하던 후궁 제도를 정비하여 그들의 품계를 아홉 개로 나누었으니, 부인, 귀빈, 숙비, 소의, 첩여, 용화, 미인, 재인, 차인이 차례대로 1등급부터 9등급까지였다.

간택령으로 후궁으로 뽑힌 반가의 자제들이 그 자리를 채웠는데 개중에서 눈에 도드라지는 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북제 출신의 남자 후궁, 위 씨였다.

이름 없이 그저 위씨라고만 알려진 그 후궁은 북제의 복권을 꾀하다가 멸문된 가문의 후손이었다. 멸문지화에서 벗어나려 여장을 하고 살던 그는 특별히 아름다운 용모로 그 지방 현령에 의해 간택령에 소집되었고 무려 황제의 눈에 든 것이다.

그가 뒤늦게 사내임이 밝혀지고 말이 설왕설래 나왔지만, 황제는 위 씨를 거세하고 여타 후궁과 별리된 장소에 자리한 천작궁을 하사하여 입을 막았다.

그렇게 사내의 몸인 미인 위 씨가 입궁하여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있던 것이다.

황후와 무수히 많은 육궁 미인들의 밤이 공평치 않으니, 그들의 원망이 단 한 사람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

도도하고 음란한 위 씨. 사내의 몸으로 추태도 모르고 같은 성별의 사내에게 아양을 떠는 요물.

그러나 그 말은 공연한 장소에서 떠들 수 없는 것이었고, 그렇게 위 씨는 출세의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아, 음!”

하루도 빠짐없이 사내의 양물을 뒤로 받으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황제의 밤을 독점하며, 씨물이 배에 채워지고, 꽃 같은 입술로 양물을 머금으며 말이지.

“화랑, 응, 아, 낭, 낭군!”

“헉, 후욱, 소, 소평!”

“아, 윽!”

천작궁의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신음이 끊긴 것은 달이 저물어갈 때의 일이었다.

* * *

천작궁의 아침이 밝았다.

창문에서 흘러들어온 햇살이 하늘하늘한 휘장 사이를 가로질러 침상에 닿은 때였다. 침상 위에는 나신이 되어 얽힌 두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하나는 돌처럼 강인하고 단단한 근육이 도드라진 건장한 사내였고, 하나는 그 사내의 그을린 몸과 대비되는 낭창하고 새하얀 몸을 지닌 중성적인 용모의 사내였다.

배가 차이 나는 몸은 서로 등나무 넝쿨처럼 얽혀 있었으니. 거구의 사내는 으스러지듯 하늘하고 새하얀 몸을 끌어안고 있었고, 제 몸으로 그를 반쯤 짓누른 채였다.

풍성한 속눈썹을 가늘게 떨며 새하얀 살결의 사내가 그의 품에서 눈을 뜬다.

“……”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깜빡거리던 사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조금의 시간이 흘러서의 일이었다.

숨통을 조이는 두꺼운 팔, 몸을 짓누르는 두툼한 가슴.

위 씨는 몸을 슬쩍 뒤틀어 저를 끌어안은 사내의 얼굴을 잠시간 살폈다. 선이 굵은 미남이 눈을 감은 채 평온히 잠을 자고 있었다. 위 미인은 잠시간 햇살이 스치는 그 고요한 얼굴에 시선을 주었고,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느릿한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위 씨는 저와 그가 아직 연결된 상태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표정한 위 미인의 얼굴에 희미한 동요가 일렁거린다.

그제야 황제가 제 뒷문에 성기를 꽂고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었다.

뒷정리를 하지 않은 몸이 온갖 체액으로 물들어 찝찝하다. 배를 채우는 묵직한 존재감에 구토감이 일고. 그 감촉이 싫어, 위 미인은 희미하게 얼굴을 찌푸리며 제 안에서 성기를 빼내려 몸을 들썩거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본디 저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

조심스럽게 둔부 사이 남근을 빼내던 위 미인의 눈이 부릅떠진다. 봉긋한 둔부가 골반에 짓눌려 일그러지고 있었다. 끄트머리만을 남겨 두고 빠져나왔던 불그스름한 성기가 다시 그의 안에 처박힌 것이었다.

잠에 취한 사내의 신음이 낮게 울린다.

“으음.”

갑작스레 남근에 꿰뚫린 위 미인이 충격에 동공을 풀며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풀썩 쓰러지려는 그의 몸을 팔뚝을 쥐어 잡아 고정시킨 채, 때마침 잠에서 깨어난 황제가 위로 허리를 쳐올리며 위 씨의 몸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아, 윽윽!”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부스스한 눈을 깜빡거리며 황제는 위 미인의 속살을 맛보고 있었다.

깊은 곳에 정액이 흥건히 고인 구멍에서 뚝뚝 백탁액이 떨어져 있었다. 윤활유가 된 그것은 위 씨의 구멍이 불타오르는 성기를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했으며, 또 난잡한 소리를 흘렸다.

“으, 극!”

갑작스러운 행위에 적응하지 못한 듯, 혹은 어제의 정사가 부담이었던 듯 능숙했던 위 씨는 황제의 손에 꽉 붙들린 몸을 늘어트리며 두 눈을 풀고 있었다. 새하얗게 까뒤집힌 눈이 혼이 나간 그의 상태를 드러내고. 위 씨는 그렇게 한참을 아래로 굵은 남근을 받으며 몸을 들썩였고, 마침내 제 배 속에 퍼져 나가는 정액을 느끼며 정을 터뜨렸다.

근육질 사내의 몸 위로 씨가 존재하지 않는 묽은 정액이 흩뿌려진 때였다.

팔뚝을 잡은 황제의 손에 힘이 풀리는 순간 부르르 몸을 떨던 위 씨는 황제의 위로 풀썩 떨어진다.

남근이 내장을 쑤셔 위 씨는 사지를 부들 떨고 벌린 입술 사이로 타액을 추하게 흘리는 중이었다. 황제는 그런 그의 얼굴을 실로 다정한 얼굴로 닦아 주었고, 종래엔 고개를 숙여 더러워진 그의 뺨에 입술을 맞추었다.

“소평.”

그러곤 다정히 흘린 말.

“좋은 아침이구나.”

위 씨의 더러운 얼굴 곳곳에 뺨을 맞추며 황제는 나긋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아침에 황제와 위 씨는 함께 욕조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본디 오전이 아닌 오후에 멱을 감는 것이 마땅하나 도저히 멈출 수 없게 진득해진 정사를 끝마치고 그들은 한데 엉켜 잠이 들어 더러워진 몸으로 낮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황제는 위 씨를 무릎 위에 앉힌 채 그의 부드러운 몸 구석구석을 섬세히 닦아 주었고, 머리를 말려 주었다.

목욕이 끝난 후 그들은 낮것상으로 흰쌀죽과 꿩 장조림을 먹었고, 식사가 끝난 후엔 박하물로 입을 헹구곤 사람을 물렸다.

그리고 단둘이 남은 자리, 위 미인은 손수 황제의 검은 용포를 입혀 주었다.

길고 고운 머리를 오른쪽 어깨에 늘어트린 채 말없이 용포를 정리하는 위 씨는 어제의 화려하고 고고한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을 만치 청아했다. 숱 많은 검은 속눈썹을 내리깔며 위 씨가 너른 가슴팍 부근의 옷을 여며 주고 있다.

황제는 옷을 갈아입는 내내 위 미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위 씨는 그 집요한 시선이 보이지 않는 듯 덤덤한 얼굴로 손을 놀릴 뿐이었다.

용포를 갈아입힌 후에야 위 미인은 제 몸을 가다듬었다.

금조가 화려히 수놓아진 소매가 넓은 푸른 청삼을 입은 후 위 미인이 화장대 앞에 앉아 검은 머리를 빗고 있었다.

본디 자리를 떠야 할 황제는 의자에 앉아 탁자에 팔을 괸 채 그 단아한 모습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미인이 머리를 빗는 광경은 천하에 손꼽히는 아름다운 것이라 한다.

육궁에서 손꼽히게 아름다운 미인 위 씨가 머리를 빗는 모습 또한 그러했다. 그는 청색 그림자가 드리울 만큼 새까만 머리카락을 사람을 감질나게 할 만치 느릿한 손길로 빗는 중이었다.

동경에 비친 위 미인의 얼굴은 아침만큼 고요하고 또 차분했다.

실로 아름다운 모습.

실로 천자의 후궁다운 자태.

그를 음미하며 황제는 부드러운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소평.”

그리고 흘러나온 나지막한 음성이었다.

미인의 머리를 빗는 모습을 즐겨 보던 황제가 문득 달콤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이리 주거라.”

그리 말을 하곤 황제는 위 씨에게 다가가 빗을 뺏어 들곤 그의 머리를 부드러운 빗질로 빗었다. 위 씨는 순순히 제 머리를 맡겼고, 그렇게 잠시간 시간은 흘렀다.

커다란 손으로 자행되는 빗질은 뜻밖에도 섬세했고 부드러웠다. 향유를 바른 풍성한 머리카락에서는 말리화와 섞은 용연향의 독특한 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빗질을 하던 도중 문득 손을 멈춘 황제가 사락거리는 머리카락을 거머쥐곤 고개를 숙인다. 깊은 향기를 맡으며, 황제는 모발에 코를 묻은 자세 그대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동경 속 위 씨의 얼굴은 그저 무표정할 뿐이었다.

위 씨는 민감하여 일찍 일어났으므로, 황제 또한 아침을 일찍 맞이하는 편이었다. 그에 남는 시간을 황제는 조회에 나갈 때까지 위 씨의 단장을 지켜보는 것으로 흘려보내곤 했다.

대위 황실의 복식은 전조에 비해 화려하고 장엄하다.

금조가 수놓아진 길고 치렁한 푸른 청삼은 안에 걸쳐지는 기본적인 옷이었고, 위 미인은 그 위에 섬과 소라 불리는 요대와 장식 치마를 몇 겹을 더 걸쳐야만 했다. 마침내 반투명한 가는 천, 피백(披帛)을 팔에 걸쳐 옷을 마저 입은 위 미인이 시비들에 손에 머리를 맡겼다.

머리를 올리고 장식하는 일은 꽤나 손이 많이 갔으므로. 궁인 세 명이 위 미인의 머리에 달라붙어 애를 써야만 했다.

오늘 위 씨의 머리 모양으로 선택된 것은 반첩식(盘叠式)이었다.

양 갈래로 나눈 머리를 끈으로 배배 꼬아 정수리에 높게 솟게 만든 머리는 비선계(飞仙髻)와 함께 세간에서 선녀가 머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유명했다. 양방향으로 높게 솟아오른 머리가 단정하면서도 위엄을 드러내었으므로. 이는 궁내에서도 신분이 특히 높은 후궁이 시도할 수 있는 머리 모양이었다.

완벽히 반첩식으로 틀어 올려진 머리는 어딘가 초탈해 보이는 무표정한 미인 위 씨와 제법 어울렸다. 궁인들이 그에게 달려들어 하나둘 술이 치렁한 새를 장식한 금비녀를 머리에 꽂으니, 단장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에는 위 씨는 실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름답군.”

그리고 그쯤에 이르러 흘러나온 말이었다.

“역시 짐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 오직 그대뿐이야.”

유리로 만든 인형과 같이 무심한 얼굴을 유지했던 위 씨의 몸이 멈칫한다. 옥을 물고 있는 금조에서 찌르르 소리가 울렸다. 위 씨가 고개를 돌려 창백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육궁의 사람들이 요호라고 수군댈 만큼 그 생기 없이 아름다운 얼굴을 황제는 짙은 시선으로 마주할 뿐이었다.

침묵 끝에 흘러나온 목소리.

“오늘은 원앙궁에 가지 않아도 된다.”

“…….”

“몸을 혹사하지 않았으냐, 위 미인은 좀 쉬거라.”

등받이에 기댔던 몸을 바로잡고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조회를 갈 시간이지. 내관들만큼은 아니었으나, 황제 또한 반복되는 일상에 몸이 익숙해진 후였으므로 시각을 가늠할 수 있었다.

위 씨의 유리알 같은 눈이 황제를 담는다. 연지를 바른 발긋한 입술이 벌어지고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첩은 문안을 가야 합니다.”

황제의 미간을 일그러트린 말이었다.

“너는 짐의 총비다.”

짜증이 서린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방 안에 적막이 자리한다.

“황후가 감히 너를 비난할 수 있다고?”

황제의 미간에 노여움이 서려 있었으므로. 위 미인의 몸을 정리하던 궁인들은 순간 겁을 먹어 몸을 오들 떨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위 미인은 천노(天怒)를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폐하.”

미간을 좁히며 내뱉는 말에 황제의 얼굴이 무너지고야 만다. 그는 위 씨가 저를 그리 볼 때 그의 마음을 돌리기 힘든 것을 잘 알았다. 스스로의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약해지는 것 또한.

“흥.”

얼굴을 일그러트린 황제가 문득 코웃음을 치며 위 미인을 향해 성큼거리며 다가간다. 성난 소와 같은 그의 기세에 흠칫한 궁인들과 달리 위 미인은 제게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황제를 앞에 두고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황제는 손을 뻗어 머리 가장 위에 꽂은 모란 비녀를 꺼내 화장대 위에 던졌다. 그러곤 비녀들 한가운데 자리한 다홍색 해당화 비녀를 꺼내어 들며 내뱉은 말.

“그 옷에는 해당화가 어울려.”

그리 말을 내뱉곤 황제는 구름 같은 머리 위에 해당화 비녀를 꽂았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위 미인의 가는 허리를 팔로 껴안고 단장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짧은 접문 끝에 위 미인의 허리에 둘러진 팔에 힘이 빠져나간다.

황제가 성큼거리는 걸음걸이로 천작궁 밖을 나섰을 때 위 미인은 허리가 조여지고 풀린 후유증에 몸을 비틀거려야만 했다.

“소주!”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위 미인은 화장대에 손을 얹어 몸을 지탱한 채 가는 숨을 내뱉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은 그저 무심할 뿐이었다.

* * *

원앙궁(鴛鴦宮)은 아름다운 궁이다.

태종의 유일한 황후이자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던 숙각황후(淑恪皇后)에게 헌정된 이 궁은 동궁과 서궁 사이, 육궁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겨울에는 눈 속에 피어오르는 매화가 아름답고, 여름엔 붉고 흰 연꽃이 만개한 연못이 아름다운 정원으로도 유명한 이곳에서,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육궁의 비빈들은 아침마다 그들의 주인인 황후에게 문안을 드리곤 했다. 아무리 권세가 높은 후궁이라 한들 그들은 신하였고, 황후는 주인이었으므로. 이는 후궁에서 벌어지는 조회와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본디 문안을 끝마쳐야 할 시간, 오늘 원앙궁의 ‘조회’는 파하지 않은 채 길어지고 있었다.

“이 몸이 황후인가, 위 미인이 황후인가.”

가장 상석에 앉은 황후의 입에서 흐른 말이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지금껏 이 자리에 오지 않는 단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마!”

“마마, 이것은.”

얼어붙은 원앙궁의 공기에 숨을 죽이며 황후의 눈치를 살피던 비빈들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음성이 흘러나온다.

황후는 위엄을 지키며 묵묵히 그를 기다렸으나, 결국 문안에는 흠결이 생기고야 말았다.

분노가 희미하게 서린 그녀의 얼굴을 보며, 청록색 장삼을 입고 짙푸른 피백을 어깨에 걸친 두 귀빈이 조용히 속삭인다.

“위 미인이 실로 무도합니다.”

그 말에 황후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나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알고 있었다. 황후의 마음에 풍랑이 몰아치고, 해일이 일고 있다는 것을.

황제의 명에 따라 ‘여인’이라 취급하지만, 분명히 사내인 자에게 총애를 잃었다. 예법에 따르면 황제와 함께 보내야 할 보름의 밤도 황후는 위 미인에게 빼앗긴 지 오래다.

황후와 황제의 관계도 소원하다 못해 최악이었던 것이다. 위 씨가 흠결이 많은 몸이라 무지막지한 총애에도 고작 미인의 자리에 있었지만, 심지어 사람들은 그가 후사를 볼 수 있었다면 진즉 황후의 자리를 꿰찼을 것이라 입을 놀렸다.

그러니 소 황후가 위 미인을 증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을 불러 질책하는 건.”

“되었다.”

눈치를 보던 이 첩여의 말에 황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끊는다. 흘끔 밖의 하늘을 보니 이미 문안 시각을 넘긴 지가 반 시진이다. 더 지체해 보았자 무얼 할까.

“위 미인은 황제를 모시는 몸이니 바쁠 수밖에! 우리가 이해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나 황후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들려온 목소리에 입술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위 미인께서 드시옵니다.”

“……들라 해라.”

화를 삭이며 짤막한 말을 내뱉는 황후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문을 노려본다. 삼중문이 순서대로 열리고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청조가 내려앉은 것만 같이 화려한 푸른 궁장 차림의 중성적인 사내였다.

그 비정상인 용모.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무표정한 얼굴. 떨잠에서 소리가 나지 않을 만큼 느릿하고 장엄한 걸음으로 원앙궁 안에 들어오는 그 모습은 실로 탁월한 것인지라,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말문이 막혀 입술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위 미인이 느릿하게 소매를 모아 몸을 숙이며 입술을 뗀다.

“늦어서 송구합니다.”

“…괜찮네.”

그 얼음장 같은 얼굴을 바라본 소 황후는 신음을 삼키며 그저 그 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소 황후는 무례를 저지른 그를 더 혼내지 못했다. 황제에게 받는 총애도 총애였으나, 그 인간 같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에 무언가 껄끄러움을 느껴 그녀는 꼭 입술을 다물 수밖에 없던 것이다. 아니, 사실 소 황후는 미인이 없는 곳에서는 그를 증오했지만, 직접 만날 때면 그와 말을 섞기조차 망설이며 그를 피하곤 했다.

그것은 사실 위 미인이 가끔 그녀에게 보이는 태도에 있었다.

위 미인은 가끔씩 소 황후가 이해하지 못할 태도를 보였으니까.

육궁의 사람들이 사실 조금 의아해하는 사실은, 소 황후의 확연한 증오에 비해 위 미인이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입궁하여 넓은 황궁을 운영하는 데 실수를 저지르는 그녀를 도운 것은 위 미인이었다. 그는 황제에게서 소 황후를 변호하고, 또 남몰래 도움을 주었으니까.

소 황후는 그런 모습에 오히려 더 분해하며 초반에 그를 박대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저 그를 피하기만 했다. 위 미인이 가끔 보이는 모습이 걸린 탓이었다.

화려한 용모의 위 씨를 노려보는 소 황후의 눈이 암울하게 가라앉는다.

‘저자는 나를 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을까…….’

과거의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 * *

소 황후가 입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었다.

“위 미인이 어디 출신이라고?”

“소주 출신이라 들었습니다.”

“으음.”

머리를 가다듬던 와중, 궁인에게 물은 말이었다.

궁인의 답변을 듣고서도 황후는 탐탁잖은 기색을 얼굴에서 지우지 못했다. 그 말에 수긍하지 못한 듯 잠시간 구름 같은 머리에 꽂은 비녀 장식을 만지작거리던 황후가 문득 입술을 열었다.

“혹시 그가 황궁에 온 적이 있더냐?”

“예?”

궁인의 얼굴에 당황을 스치게 한 말이었다. 황후는 그에 답을 하지 않았고, 궁인은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답변을 내뱉었다.

“소주는 여기서 먼데, 여장까지 하며 관군의 눈을 피했던 사람이 황궁에 어찌 출입하겠습니까?”

“……그래.”

“헌데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뜻 모를 말을 내뱉고 있는 황후가 이상하다. 조심스럽게 되묻는 말에, 황후는 복잡한 심경이 묻어나오는 얼굴로 잠시간 사색에 빠져 침묵을 지켰다.

그러곤 그 끝에 흘러나온 흐릿한 목소리.

“뭔가.”

“…….”

“……뭔가, 원앙궁에 연고가 있는 듯하여.”

깊게 가라앉은 황후의 머릿속에 스친 것은 어느 날 문안이 끝나고 난 후 마주했던 위 미인의 모습이었다.

‘…기이했지.’

그때의 위 미인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그것은 황후의 뇌리에 깊게 남은 기억이었으므로.

그것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는 문안이 끝나고 난 후 벌어진 일이었다.

원앙궁이 아무리 예쁘다 한들 윗전의 궁이 편할 리가 있겠는가? 후궁들은 문안이 끝나자마자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한산해진 원앙궁에 소 황후는 문득 허전함을 느끼며 멍하니 의자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재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아름다운 원앙궁. 그곳은 실로 천인들이 사는 궁전 같았고, 그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소 황후는 뛸 듯이 기뻐하며 좋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 황후는 가끔 그 극치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궁에 묘한 감정을 품고야 말았다. 단점을 눈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 없는 이 궁이 어쩐지 소름이 끼쳐, 그리하여 소 황후는 종종 멀미가 나는 듯한 느낌, 껄끄러움을 느끼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날도 소 황후는 울렁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 고역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원에 나선 건데.

“위 미인? 여기엔 어찌 있지?”

뜻밖에도 원앙궁 복도에 멍하니 서 있는 위 미인을 만나고야 말았다.

저 미천한 것이 왜 내 궁에 남았나?

처음 그 인형을 본 순간 짜증이 솟구친 소 황후는 그러나 더한 말을 내뱉지 못한 채 몸을 멈칫하고야 말았다.

“아닙니다.”

“…….”

어느 한 방을 바라보던 위 미인이 고개를 돌리고, 그의 얼굴과 마주하고 당황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평소에 인형과 같이 창백하던 얼굴엔, 뜻밖에도 슬픔이 희미하게 묻어나왔으므로.

그것은 가을에 내리는 비만큼 옅게 보이는 감정이었으나, 소 황후는 그 얼굴이 마치 절규하는 짐승과 같다는 생각을 품었다. 어쩐지 위 미인은 창에 찔려 피를 흘리는 사람 같다.

어쩐지 위 미인이 그 순간만큼은 인간 같아, 어쩐지 마음이 격동되어 황후는 주춤거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어째서 그는 원앙궁을 바라보며 그런 표정을 지었던가?

그리고 황후는 고개를 돌려 위 미인이 바라보던 장소를 보고 얼굴을 일그러트리고야 말았다.

그곳은 바로 황후의 침실이었다.

“궁궐은 편안하십니까?”

순간 황후는 울컥한 마음을 참지 못해 소리치고야 말았다.

“네가 알 바가 아니다!”

그녀는 위 미인의 얼굴에 평소와 달리 인간적인 감정이, 자신을 향한 걱정과 호의가 묻어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의 마음이 한순간 열려 진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주제를 알아라, 위 미인. 나는 네가 훈계할 대상도, 가르쳐야 할 아랫것도 아니야.”

그저 그가 절 깔보고, 또 제 자리를 탐내려 한다는 생각에 분노하였을 뿐이었지.

“날 며느리를 가르치듯 대하는군.”

그러나 그런 그녀 또한 마지막 말을 내뱉었을 때 위 미인이 지었던 표정만큼은 잊지 못했다. 위 미인은 순간 얼굴을 완전히 무너트리며 처절한 표정을 지었으니까. 그의 영혼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것만 같다.

그에 황후는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자리를 벗어나고야 말았던 것이다.

사색에서 깬 황후의 얼굴에 물결이 치고 있었다.

‘실로 기이했다.’

그날 이후로 소 황후는 위 미인을 보는 것을 꺼렸고, 위 미인 또한 소 황후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황후는 그날 이후로 위 미인의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실로 살아 있는 사람답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로 황후를 섬뜩하게 만들었고, 또 가끔은 동요케 했다.

‘그는 나를 왜 그런 눈으로 보았을까?’

상처받은 위 미인의 얼굴 이면에, 그때 소 황후는 저를 향한 그의 애틋한 애정을 발견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해 보면 황후의 침실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은 욕망이라 보기엔 조금은 어려웠다.

그래, 그것보다는 사실…… 그리움이나, 슬픔을 닮아 있었지.

그리고 또.

‘회한?’

황후의 몸이 멈칫하고야 만다.

회한?

회한이라고?

짧은 침묵 끝에 그녀의 입에서 준엄한 말이 흘렀다.

“원앙궁을 이전에 썼던 이가 숙각황후 말고 더 있더냐?”

숙각황후는 위 태종의 부인인 고 씨를 뜻한다. 차분히 황후의 머리 장식을 만지던 궁녀가 비녀를 꽂던 손을 멈칫하곤, 답변을 내뱉었다.

“……한 분이 더 계시긴 합니다.”

황후의 얼굴을 미묘하게 일그러트린 말이었다.

“그게 누구지?”

* * *

‘다만 말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어째서? 난 이 나라의 황후다.’

‘그자는 선황의 시해 사건과 얽혀 참형에 처해졌습니다. 마마.’

고운 아미를 찡그리며 소 황후가 상념에서 깨어난다.

입술 밖으로 흘러나오는 한숨을 가까스로 삼키고 있었다.

궁인의 말을 듣곤 그녀는 원앙궁의 전 주인에 대해 알아보려는 생각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었다. 역모와 관련된 사건은 아무리 황후라 할지라도, 아니 황후이기에 더욱 가볍게 다룰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그저 그녀는 뒤늦게 원앙궁이 태종 말기 총애를 받았던 고 귀비가 사용했던 궁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보다 더 깊이 파헤치려 들지는 않았다. 여기서 더 무언가를 파헤쳐서 무얼 하겠는가?

고 귀비와 저 위 씨가 사통이라도 했나? 아니면 그들이 누이였나? 아니면 또 다른 비밀스러운 관계가 있나?

아니, 설령 저 모든 심증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황후는 그것을 무기로 써먹지 못한다.

황제는 반대를 꺾고 사내를 후궁으로 맞이할 만큼 위 미인에 미쳐 있다. 그런데 과거의 일이 무에 흠일까?

“위 미인이 참으로 충직하군요. 몸이 상하는 것을 꺼리지 않고 폐하를 모시니.”

그리하여 다시 현실로 돌아와, 황후는 쓴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허나 황실에 용종이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하지 않느냐? 위 미인.”

분홍색 궁장을 입은 여우상의 여인, 주 소의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내뱉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가뜩이나 장마 뒤라 공기가 꿉꿉하고 의복이 늘어지던 때다. 반 시진이 넘도록 불편한 문안이 이어진 게 어지간히 화가 난 듯 그녀는 늦어도 너무나도 늦은 위 미인을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었다.

“아무리 미인이 여인이 되었다 한들, 후사를 볼 수 없는 몸이란 걸 잊지 않는 게 좋을 걸세!”

날카로운 눈빛이 위 미인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황실에는 폐하를 즐겁게 해드리는 것 이외의 중요한 대사가 있으니까.”

붉은색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비틀리고, 이윽고 악에 받친 말이 흘러나온다.

“그 몸으로 할 수 없는 일 말일세.”

저 말도 그녀가 상장군의 차녀여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소 황후는 속으로 고소를 흘리고 있었다.

아무리 황후요, 상장군의 금지옥엽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황궁에서 그들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굴욕감에 독기 어린 말을 쏘아붙이는 것뿐이었으니. 주 소의는 위 씨를 조롱하는 듯 보였으나, 사실은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체통을 지키는 게 나을 것을.’

주 소의의 부친이 권세가 있으니 후폭풍은 크지 않겠지만, 상황을 아무래도 이쯤에서 마무리 하는 게 좋다. 누가 보아도 주 소의는 지금 투기를 하는 것이고, 이는 그녀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에 묵묵히 상황을 관조하던 황후가 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우리가 미진하여 폐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걸 어찌하나. 폐하께서 위 미인의 시중에 만족하시는데.”

위 미인은 그저 인형 같은 얼굴로 정면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소름 끼치는 것.’

돌연 목덜미에 돋아오르는 소양감에 황후가 숨을 멈추고, 가까스로 표정을 가다듬는다. 그러곤 그녀는 산처럼 눈썹을 꺾고 얼굴 위로 냉랭한 기색을 드러내며 입술을 열었다.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냉랭한 목소리.

“허나 명심하게, 그대가 아무리 사랑을 받아도 황제의 유일한 아내는 아니야.”

“…….”

“궁에는 비빈이 많고, 자네는 개중 한 명에 불과해. 본래라면 궁을 가지지 못할 칠 등급의 하급 후궁. 황제를 모시는 것은 좋으나, 가끔은 주제를 파악하는 것도 좋을 게야! 그리 화려히 치장하는 것도 그대는 화려한 꽃처럼 아름답지만, 사실 맞는 복장은 아니지.”

위 미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황후가 느릿하게 말을 잇는다.

“미인은 황제의 비빈으로서 조금은 자중하게. 총애를 독차지하는 것은 좋으나, 첩실의 도리는 잊지 말거라.”

“…….”

“……이젠 그대 또한 아녀자가 아닌가?”

위 미인의 숨이 멈추고, 안 그래도 창백한 얼굴에 푸른 빛이 스친다. 황후는 그를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주 소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곤 그녀는 토라진 채 자리한 주 소의를 부드럽게 타일렀다.

“자네도 윗전으로서의 체통을 지키게, 아무리 위 미인이……”

문안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 * *

“그년의 살찐 엉덩이를 봤습니까?”

원앙궁을 빠져나가던 와중의 일이었다. 주 소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비빈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흥미로운 시선에 주 소의는 기가 죽지 않고 손에 쥔 손수건을 비틀며 싸늘하게 말을 이어 나갈 뿐이었다.

“그 요염한 물건으로 옥근을 물어 쥐고 놔주지 않는 게 아니겠습니까? 사내의 몸으로 태어나 수치도 모르게 같은 사내에게 엉덩이를 흔들곤!”

꽤나 흥미로운 주제다. 그 옆에 자리한 이 첩여가 끝이 늘어진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아무리 권세를 원한다 해도 천륜을 거스르고 그러고 싶을까요?”

“그리 독하게 구니 저리 총애를 받는 게지.”

그를 다시 받은 건 그들의 선두에 선 단정한 인상의 여인, 두 귀빈이었다.

두 귀빈의 아비가 승상이고, 그에 그녀가 비빈 중 가장 높은 귀빈의 품계를 받으니 그들 중에서는 가장 고귀한 신분이었다. 그에 주 소의는 자연 목소리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위 씨는 날이 갈수록 자태가 고혹스러워지는군요. 거세를 하면 원래 다 저리 요사스러워진답니까?”

“사내의 손을 타서 그런 거지.”

“그만.”

나풀거리는 걸음새로 걸어 나가는 위 미인의 풍성한 옷자락 위로 유려한 곡선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풍만한 두부가 보보할 때마다 두드러지고 있었다. 지나치게 천박하지도 않으면서 염기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에 그들은 순간 몸에 힘을 빼고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사내라기엔, 확실히 지나치게 농염한 용모이다.

“역겨운 추물.”

시간이 흘러 누군가의 입술 밖으로 흘러나온 말이었다. 냉소를 지으며 두 귀빈이 얼굴을 돌리고 주 소의가 못 볼 것을 본 듯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그녀들은 실로 역겨움을 느끼고 있었다.

있어서는 안 될 존재가 천자의 궁에 있다!

총애를 떠나서 그녀들은 위 씨를 역겨워했고, 또 그의 존재 자체에 견딜 수 없는 모욕을 느꼈다.

그런 존재였다.

이 육궁에 미인 위 씨란 존재는.

소문을 몰고 다니는 황제의 총비.

사내도 여인도 아닌 천륜을 거스른 종자.

그런 천박하고, 해괴한 존재.

두 귀빈의 입가에 냉소가 흐른다. 바람을 타고 흐른 차가운 경멸의 웃음이었다.

덜거덕 소리가 흘렀다.

위 미인이 천가마 위에 나른히 앉아 있었다.

“저들을 그냥 놔두실 겁니까?”

가마 옆을 호종하는 젊은 상궁이 분노가 일렁거리는 얼굴로 주인에게 속삭거린다.

“어찌 저런 말을 합니까?”

그네들이 아무리 품계가 높은 후궁이라 한들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않나?

후궁들이 나눈 말을 듣고 그녀는 주인이 받은 모욕에 분노하였던 것이다. 상궁 유씨는 위 씨에게 충성하고 있었다. 천작궁에 배정받았을 때는 주인의 성별을 의식하여 조금 거리낌을 느꼈지만,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에게 쏟아지는 총애에 제가 운이 좋았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주인의 위치가 궁인의 신분을 결정하니, 유 상궁은 이미 위 미인에게 충성을 바친 지 오래였다. 그러니 그녀는 그네들의 저열한 말에 화를 낼 수밖에 없던 것이다.

총애도 얻지 못하는 것들이 감히 황제의 사랑을 받는 주인을 욕해?

“소주, 폐하께 저들을 고발,”

“되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 분개에 차 내뱉은 말을, 위 미인은 나지막한 말로 끊어 내릴 뿐이었으니.

“……저리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입술을 꾹 다물던 와중, 결국 참지 못해 유 상궁이 내뱉은 탄식에 위 미인은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가마에 깊게 몸을 묻은 채 피로에 찬 얼굴로 제 관자놀이를 느릿하게 손가락으로 문지를 뿐이었다.

그러곤 침묵 끝에 고저 없는 목소리로 흘러나온 말.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그 말에 놀란 유 상궁이 ‘소주’ 하며 당혹에 찬 말을 내뱉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위 미인은 그저 평온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며 침묵할 뿐이었으니까.

천작궁으로 돌아온 위 미인은 평소와 똑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아침과 저녁 사이 간단히 차려 먹는 식사 또한 하지 않았고, 다과 또한 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천작궁 한편에 자리한 그네에 앉아 말없이 정원을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궁인들은 그 모습이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으나, 위 미인은 한 시진이 넘도록 그네에 가만히 앉아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고 난 후에는 장의자에 기대어 죽은 듯이 잠을 자거나, 혹은 책을 읽거나, 혹은 자수를 하곤 했다. 모두가 정적인 행동이었고 또 흠잡을 때 없는 정숙한 것이었다.

천작궁의 궁인들은 그리하여 다른 처소의 궁인들과 시비가 붙을 때 ‘소문은 형편없고, 그들의 주인은 명가의 자제만치 현숙한 여인’이라는 말을 했다. 비록 흠결 있는 몸으로 태어났지만, 그는 지금 여타 후궁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아녀자의 덕목을 지녔다고.

그것은 사실 다른 궁인들의 비웃음을 사는 말이었으나, 어찌 되었건 겉으로 위 미인은 문제가 될 행동은 하지 않고 천작궁에 콕 박혀 있다시피 하고 있었다.

다른 특별한 일이 있다면, 위 미인의 용모를 가꾸는 시간이었다.

그는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했으므로, 천작궁의 궁인들 또한 그들의 주인의 용모를 가꾸는 데 열성을 다하는 편이었다.

날이 저물고 난 후엔, 위 미인은 무겁기 짝이 없는 열 겹의 옷을 벗고 나신이 되어 궁인들의 손에 몸을 맡겨야만 했다. 어젯밤에는, 야밤에 황후가 연 연극회에 참석하여 늦게까지 옷을 벗지 못했으나, 대부분 저녁을 먹기 전에 위 미인은 황제를 맞이할 준비를 하곤 했다.

머리를 고정한 마지막 비녀를 뽑으니 먹물 같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린다. 한 겹 남은 하늘하늘한 홑옷마저 벗기고 나신이 드러날 때, 옷 시중을 들던 궁인 하나의 얼굴이 문득 묘한 빛으로 물들었다.

바로 멀쩡한, 아니 웬만한 사내 못지않은 물건을 마주한 것이었다. 그 다리 사이 양물은 가슴보다 더 확실하게 주인의 본래 성별을 드러내고 있었다. 소문에 황제는 그의 ‘여인’의 몸에 흠결이 크게 남는 것을 꺼려 고환만을 자르고 음경을 살려 두었다 했다.

그리하여 위 미인에게 남은 겉으로 볼 때는 완전히 사내의 것과 다르지 않은 물건에, 궁인은 순간 어색함을 느끼며 몸을 뻣뻣이 굳혀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위 미인은 사내도 여인도 아닌 그저 황제의 총비다.’

성별이 무에 대수겠는가?

황제의 총애가 그에게 온전히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화근이 될 입술을 다물고 궁인은 그저 공손히 고개를 숙인 채 욕조로 주인을 호종할 뿐이었다.

위 미인은 항상 대리석 욕조에 우유를 받아 꽃잎을 띄운 후 목욕을 했다. 결코 미인에게 허용되지 않을 호사스러운 사치. 그러나 그런 호화스러운 특권을 위 미인은 매일 누리고 있었다.

그는 황제를 모시는 몸이었으므로.

그리하여 내무부에서는 위 미인의 계급을 신경 쓰지 않고 천작궁에 많은 물자들을 보냈고, 천작궁에는 항상 물자가 풍족했던 것이다.

“소주, 몸이 부드러우세요.”

“…….”

그리고 그런 풍족함을 누리는 것은 천작궁의 주인뿐만이 아니었다.

“폐하께서 몹시 사랑하실 겁니다. 아끼시는 게 당연합니다.”

천작궁 궁인의 생활이 타 처소의 궁인보다 부유하고 넉넉하니, 그들은 주인에게 아부를 하고 또 그의 주인이 총애를 잃지 않게 애를 쓰려 했다.

굳이 누가 언질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주인이 더욱 요염하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노력했다.

말마따나 그의 주인은 ‘회임’을 할 수 없는 몸이므로. 그들은 위 미인이 황제의 총애를 차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그의 용모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매일 저녁 그의 몸을 우유로 닦고 어루만졌다.

항상 몸이 매끄럽도록 음모까지 밀어버린 민둥한 몸을 향유로 문대어 더욱 살이 부드럽고 허리가 낭창하도록 말이다. 머리카락을 수백 번 빗어 넘기고, 발가락 하나하나를 장미물로 헹구어 정돈하고, 그리고 뒤를 꼼꼼하게 향유로 풀고 정리하면서.

“다 되었습니다.”

마침내 준비를 마친 위 씨의 몸에 반투명한 천이 둘러진다. 그것은 옷의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 옷으로써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투명한 살결과 유실이 적나라하게 비치는 것이었다.

광택이 나는 머리를 단정하게 한쪽 어깨에 늘어트린 위 미인이 장의자에 느슨히 앉아 말없이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위 미인이 사실 일상의 대부분을 흘려보내는 방법이었다. 창문 밖의 저 멀리, 황궁 너머에 자리한 산을 구경하는 것은.

아니 사실은 산이 아니라 그 너머, 저 그 너머에 자리한….

“소평.”

드르륵, 소리가 흐르고 방 안에 울린 그르렁거리는 목소리.

먹이를 뜯어 먹는 짐승이 흘릴 법한 날것의 목소리는 짙은 욕망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에 위 미인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그저 멍한 눈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며 넋을 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내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고야 만다. 입술 끝을 슬쩍 떨며 황제는 잠시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창문 앞에 앉은 위 미인을 노려보았지만, 그는 끝끝내 황제를 돌아보지 않았다.

시선은 오로지 창밖의 세상을 향할 뿐이었으니.

“내가 왔다니까.”

결국 참다못한 황제의 발걸음이 제 총비를 향해 빠르게 옮겨진다. 굳은살이 박인 손이 가는 목을 위협적으로 부여잡고, 그러곤 그의 목을 꺾은 황제가 고개를 숙여 제 입술로 위 씨의 발긋한 입술을 짓눌렀다.

그 순간 위 씨는 텅 빈 눈을 감지 않은 채 무표정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격렬한 입맞춤은 한참을 이어져 나갔다.

* * *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시오.”

황제는 수레와 함께 천작궁에 당도했다.

그 수레 위에는 오늘 아침 지방에서 올라온 진귀한 공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파사국의 유리, 천잠사로 만든 촉금, 최상등급의 용연향, 석류나 포도 같은 진귀한 과일, 흰 늑대 모피 옷, 흠결이 하나 없는 경옥비취, 명장이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비단 부채, 공작새 깃털로 만든 먼지떨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천하의 보물들이 가득했으니, 천작궁의 궁인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총애하는 후궁이라 한들 정궁 황후의 체면을 고려하여 진상품을 배분하는 것이 맞을 터인데, 천작궁에 도착한 수레의 숫자와 그에 담긴 공물의 급은 사람들의 상식을 깰 만큼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황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에 더해 위 미인에게 말을 덧붙였다.

“혹여 이중 마음에 드는 것이 더 필요하면 짐에게 말을 해, 소평.”

총첩을 제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어르고 달래며 내뱉은 말이었다. 완전히 가늘어진 손목에 손수 백옥 팔찌를 끼워 주곤 그는 실로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위 미인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소평, 그대가 원한다면 짐은 하늘의 달은 몰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구해다 줄 수 있다.”

궁인들의 얼굴에 실로 감탄이 흐른 순간이었다.

‘폐하께서는 정말 소주를 아끼시나 보다.’

지금까지 천작궁에 내려진 총애만 해도 실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위 미인을 제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어루만지는 황제의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위 씨의 뺨을, 우아한 손을, 가는 손목을 만지작거리는 황제의 모습에서 묻어 나오는 것은 바로 부정할 수 없는 크나큰 사랑이었다.

그 어느 비빈이 이런 총애를 받은 적이 있을까?

게다가 궁인들이 더욱 감탄하는 것은, 황제의 부드러운 손길로 어여쁨을 받으면서도 위 미인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단 사실이었다.

그는 교태를 떨지 않았고, 황제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않았다. 타인이 볼 때 소름 끼치기까지 한 그 무색의 얼굴을 유지하며 그는 그저 인형처럼 황제의 품에 폭 안겨 있을 뿐이었으니. 가끔 천작궁의 궁인들은 두려움마저 느끼곤 했다.

저렇게 뻣뻣하게 굴었다가 황제의 총애를 뺏기기라도 하면 어쩌나?

회임도 못 하는 몸인데, 아양을 부려 계속 성총을 받을 궁리를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아무리 용모가 아름답고 그 몸이 뛰어나다 한들, 성격이 저리 뻣뻣해서는 어떡해? 황제가 질리면 사내 몸으로 계집 행세를 한 처지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모르나?’

그러나 그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황제는 위 미인의 그런 무심한 태도에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총애를 멈춘 적이 없었다. 다만 찰나간 굳은 표정을 짓거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숨을 죽이고 그를 노려보는 일이 가끔 있을 뿐이었다.

그 눈은 실로 음습한 암연, 속에 불꽃을 담은 깊은 늪이었으나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천잠사 비단으로 미인의 외투를 만들라 해라, 곧 가을이니 쌀쌀해지겠지. 안에 옷감으로 늑대 털을 덧대도 좋아. 무엇이든 좋으니, 짐의 소평을 추위에 떨게 하지 마라.”

“예, 폐하.”

“소평은 여인이 된 후 몸이 약해져서 차가운 바람이 불면 살이 에고 고통스러워한다. 특히 유념하라.”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황제는 사람들 앞에서 그리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고, 궁인들은 그에 그저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말을 내뱉은 후 황제는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의 위 미인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러곤 꿀빛이 떨어지는 목소리로 하는 말.

“가을이 다가왔구나. 보름 후에 항주를 순수(巡狩)할 생각이다. 채비하거라. 너를 데려갈 거다.”

“…….”

“항주의 야경은 아름답지. 날이 쌀쌀해지기 전에 장강에 유람선을 띄워 풍류를 즐기자꾸나.”

실로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위 씨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황제는 위 씨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 그를 친히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풍류를 즐겼다. 수레에서 꺼낸 청포도를 씻어 내오고 그를 안주 삼아 황제는 도수가 높은 맑은 공부가주를 자작했던 것이다.

묵묵히 술을 입 안에 털어 넣던 황제가 제 무릎 위에 얌전히 앉은 얼음 같은 무심한 얼굴의 미인을 응시한다. 어젯밤의 그 화려하고 위엄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순간 그의 눈앞에 자리한 것은 바람이 불면 쓰러질 듯한 가냘프고 청초한 미인이었다. 분명 여인보다, 아니 일반 사내보다 커다란 키였음에도 근육 하나 보이지 않는 낭창하고 마른 몸과 환자의 것 같은 창백한 낯이 그를 위태로이 보이게 한 것이다.

마치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의 유리구슬을 보는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미(美).

황제는 갈증을 느끼는 사람의 얼굴로 문득 뜨거운 침을 삼키며 붉은 입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은 비취같이 영롱한 색의 청포도를 쥔 채였다. 위 미인의 아랫입술을 꾹 누른 엄지. 그에 작게 벌려진 주순(朱脣) 사이로 희고 가지런한 입술이 드러난다. 황제는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청포도를 그의 입술로 밀어 넣었고, 위 미인의 입술에서 떨어지는 포도 껍질을 받아들었다.

느릿하게 입술을 우물거리는 위 미인의 유순한 얼굴을 잠시간 바라보던 황제가 쟁반에 가득한 청포도의 알을 떼며 손안에 그것을 굴린다. 여유롭게 움직이는 요염한 입술을, 황제는 조급한 얼굴로 노려보며 그가 포도를 빨리 해치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위 미인이 눈알을 굴려 황제를 바라볼 때, 황제는 그의 입술 아래 손을 대며 그가 내뱉은 씨를 받았다.

“자아.”

그러곤 선명한 색의 청포도 알을 새빨간 입술에 밀어 넣으며, 그는 이가 드러나는 웃음을 흘렸다. 위 미인은 그에 무심한 얼굴로 입술을 벌릴 뿐이었다.

미인의 젖은 입술에 청포도를 밀어 넣는 유희. 그가 주는 즐거움은 모르는 이들은 가늠을 하지 못할 만큼 각별한 것이었다. 포도의 껍질이 입술의 압력에 벗겨지는 광경, 볼이 살짝 파이고 입술이 오므라져 작고 동근 과육을 쏙 흡입한다.

그때 붉은 입술은 살짝 벌어져 새하얀 호치와 연지보다 옅은 색의 분홍색 작은 혀를 보여 주었다. 입술이 우물거리고 턱이 가늘게 떨리는 모습을 황제는 정염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공부가주 세 병을 비우면서도 안주를 먹지 않았다. 그저 그는 총비의 입술에 청포도를 밀어 넣는 데 열중할 뿐이었으니까.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의 일이었다.

문득 황제가 병목을 잡아 술잔에 술을 콸콸 따른다. 방금 전까지 그 천하의 명주를 홀로 즐겼던 황제는, 뜻밖에도 술잔에 술이 차오르고 난 후에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마셔라.”

느릿하게 깜빡이는 위 미인의 뺨을 손으로 부여잡고 황제가 그의 입술에 술잔을 조심스레 들이민다. 위 미인은 반항하지 않고 마치 아기 새가 모이를 받아먹듯 입술을 부리처럼 열었다. 그 사이로 황제는 천천히 맑은 술을 조르르 흘려 넣었다.

깊은 목구멍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이 굶주린 짐승처럼 들끓고 있었다.

숨결이 흐트러지고, 철근같이 달아오른 물건이 위 미인의 둔부 사이를 쿡쿡 찌를 만치 부풀어 오른 순간이었다.

위 미인은 술을 마시지 않았으나, 황제의 즐거움을 위해 가끔 이용되는 일이 있었다. 황제는 가끔 위 미인의 촉촉한 입술에 술을 흘려보내곤 그것을 빨아먹곤 했던 것이다.

그것은 황제가 미주를 즐기는 가장 호화스러운 방법이었으니, 오늘 술자리 또한 그는 그런 풍류를 즐기려는 듯했다.

굵은 눈썹을 꺾으며 황제가 위 미인의 입술에서 술잔을 뗀다. 탁 소리와 함께 탁자에 술잔을 올려놓은 황제가 위 미인의 몸을 솥뚜껑 같은 손으로 주무르며 시간을 흘려 보낸다.

입에서 술이 익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

말간 입술에 청포도를 흘려 넣어 술에 신선한 향을 더한 후, 황제는 제 무릎 위에 자리한 위 미인을 희롱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이 들어가 근육이 팽팽해져 있다. 위 미인은 술을 한 모금도 흘리지 않으려 앵두 같은 입술을 꼭 다문 채 조신히 자리하고 있었고, 황제는 그런 그의 옷 사이 가슴팍에 손을 푹 밀어 넣고 있었다.

커다란 손이 부드러운 살이 소담하게 붙은 가슴을 반죽 만지듯이 주무르는 중이었다. 손아귀에 빈자리를 남게 하는 자그마한 가슴을 더듬은 손은, 마침내 뾰족하게 솟은 유실로 향했다.

그러곤 손은 돌연 유두를 꿴 사슬을 움켜쥐어 잡아당겼다.

“……!”

위 미인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이 부르르 떨리던 순간.

둔부를 움찔거리는 위 미인을 팔로 거세게 끌어안으며 황제는 그의 유두를 손안에서 굴리고 잡아당겼다.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친 때였다.

순간 위 미인의 미간이 좁혀지고 그의 입술 끝이 경련을 일으키고야 만다.

그리고 이어진 적나라한 희롱.

황제는, 실로 망설임 없이 위 미인을 농락했으니까.

그는 굵은 성기를 위 미인의 둔부에 비볐고 잘그락거리는 유두 사슬을 쭉쭉 잡아당기곤 그의 유실을 검지로 탁 튕겨 괴롭히며 시간을 흘려 보냈던 것이다. 우유를 바른 듯한 새하얀 살이 벌겋게 될 때까지 가슴을 우악스럽게 주무르는 황제를, 그리고 그에게 가련히 희롱당하는 처연한 인상의 미청년을 천작궁의 궁인들은 애써 모르는 척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으읍!”

아니, 그들은 순간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소주, 모욕은 한순간이고 영화는 깁니다!’

욕망을 갈구하는 눈빛은 그들의 마음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혹여 그들의 주인이 황제의 지나친 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면 어쩌나?

사내에게 저런 취급을 받고 정신이 붕괴되면 어쩌나?

그러면 우리의 풍족한 삶도 날아가고야 말 텐데, 다른 미인의 궁인들처럼 험한 일을 면치 못할 텐데.

그리하여 그들은 주인이 황제의 말을 따르기를 간절히 빌었던 것이다.

“흐, 으윽!”

“음, 소평.”

제발 위 미인이 계속 저리 인형 같기를, 그리하여 황제의 총애를 붙잡아 두기를. 그리하여 우리가 계속 주인의 떡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궁인들의 마음은, 갈수록 격해지는 황제의 희롱에 점차 간절해졌다.

황제는 거의 위 미인의 가슴을 찰흙을 주무르듯이 괴롭히고 있었다. 위 미인은 가슴팍을 거의 드러내고 허벅지까지 옷이 걷힌 아찔한 차림새로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스치는 고통, 그에 궁인의 얼굴에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스친다.

황제의 입술에 비소가 걸린 때였다.

위 미인의 유두를 농락하는 손에 돌연 힘이 들어간다. 비명을 지르지 못하는 몸이 안쓰럽게 떨리고, 발갛게 질린 얼굴에 물결이 치고.

한눈에 보아도 안쓰러운 위 미인의 모습에도, 황제는 그 후로도 한참을 더 유두를 가지고 놀고 가슴을 주무르며 그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일어난 일.

“……으.”

“소평.”

한 장의 얇은 침의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으니, 위 미인은 나신이 다 비치는 옷마저 어느새 거의 헐벗곤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손에 감긴 사슬이 당겨질 때, 위 미인은 입술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술을 막으려 애를 써야만 했다. 처음에는 입술 밖으로 흘릴 것을 걱정했으나, 이제는 목구멍을 타고 흘러가는 것을 막는 게 더 힘들다.

커다란 손에 희롱당해 기진맥진해져 위 미인은 황제의 몸 위에서 결국 축 늘어진 채였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덮는다. 황제는 제 가슴에 몸을 기댄 채 기력을 잃은 위 미인을 잠시간 애정이 짙게 묻어나오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입을 벌려.”

지친 듯 몸을 늘어트리고 있던 위 미인은, 그의 말에 가타부타 반항을 하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린 위 미인이 입술을 벌리곤 술이 담긴 말캉한 혀를 황제에게 보여 주었다. 새빨간 혀 위에 청포도 한 알이 얹어져 있고, 향기를 풍기는 술이 입 안에 반쯤 차 있었다.

그에 매혹된 듯한 표정을 지으며 황제가 고개를 숙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처럼 뜨거운 입술이 입술을 덮는다.

위 씨는 가녀리게 몸을 떨었고, 그를 품에 안은 채 황제는 한참을 술의 맛을 깊게 음미하다가 입술을 뗐다.

그리고 헐떡거리는 위 미인의 몽롱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하는 말.

“음, 향기롭군.”

머리카락이 다 헝클어지고 숨이 턱까지 차, 위 미인은 촉촉이 젖은 입술을 벌린 채 질주한 사람처럼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초점이 흐릿한 눈을 사랑스럽다는 듯한 시선으로 맞이하며 황제가 속삭거린다.

“세상에 이런 미주가 어딨겠느냐.”

“…….”

“공부에서 일 년에 한 번 진상하는 이 귀한 술은 네 타액과 섞여서 천하의 명주가 된 거다.”

“…….”

“이보다 더한 미주가 있겠어, 소평?”

위 미인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몸을 떨 뿐이었다.

황제의 입술에 자그마한 미소가 감돌고, 그가 고개를 숙여 위 미인의 입술을 거세게 빨아들인다.

그 후로도 그는 몇 번을 더 위 씨의 입술에 술을 흘려 넣고 빨아 먹기를 반복했고, 위 미인은 그에 숨쉬기를 버거워하며 숨을 할딱거려야만 했다.

쪼옥, 소리가 나게 타액 섞인 술을 빨아 먹던 황제가 문득 그의 입술을 엄지로 문지른다. 벌린 입술 사이를 번뜩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거리길.

“감진산에 천인이 발견되었단 소문을 들었지.”

바로 위 미인의 눈에 초점을 돌아오게 한 말이었다.

“하얀 날개를 지니고, 용모가 이 세상 것 같지 않게 지극히 아름답고, 사방천지에 그윽한 향기를 내뿜고, 뼈대가 몹시 가늘어 여인이 홀로 옮길 수 있을 만큼 가벼운……”

“…….”

“……사내의 형상을 했지만 사내도 계집도 아닌 천인이 있다고.”

속삭거리는 목소리는 들끓는 욕망을 드러냈다. 사내의 눈에 부싯돌이 부딪치는 것만 같은 섬광이 피어오른다. 위 미인의 얼음 같던 얼굴에 감정이 희미하게 스치고,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뒤이어 흘러나온 음습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감진산의 수색을 하라 일렀다. 이번에는 허탕을 치지 말라고. 반드시 그 천인을 붙잡아 회유를 하든 무얼 어떻게 하든 그 몸의 비밀을 털어놓게 하겠다고.”

발갛게 달아오른 입술을 엄지로 꾹 누르며 황제는 총비를 집요한 시선으로 노려본 채 말을 이었다.

“짐은 네게 약속했어. 오직 너를 통해서만 후사를 보겠다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 미인의 얼굴에 균열이 번진다.

모욕받던 와중에 그저 공허하던 이의 눈에 처음으로 돌아온 감정은 바로 깊은 슬픔이었다. 황제의 턱이 순간 굳어진다. 저를 빤한 눈으로 바라보는 위 미인은 마치 백 년이 산 노인과 같았고, 기력이 없었다.

그 유리처럼 맑은 눈과 마주하는 순간, 황제가 마음의 창 너머로 읽은 감정은….

“……흐.”

황제의 입술에 잔인한 기색이 스친 때였다.

쿠당탕 소리와 함께 의자가 뒤로 넘어가고. 거친 손이 위 미인의 가는 손목을 부여잡고 그를 탁자 위로 엎어트리게 만든다.

“……!”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탁자 위에 위 미인의 머리를 처박고, 황제의 손이 길거리의 창부같이 아슬한 차림새의 위 미인의 침의를 걷어 올려 엉덩이를 쑥 까 내린 것은.

속곳이 벗겨진 순간 통통하게 살이 찐 둔부가 드러나고, 황제는 무심한 얼굴로 탁자 위에 자리한 포도의 알을 비틀어 따냈다.

바닥에 간신히 닿는 발을 버둥거리며 위 미인이 저항을 하나 황제는 그런 그를 둔부를 철썩철썩 손으로 치는 것으로 제압할 뿐이었다.

차진 소리가 울리고, 눈부시게 새하얗던 엉덩이가 발간 사과로 달아오른다.

“아, 윽!”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밀부에 닿는 차가운 감촉, 그에 황제가 하려던 행동을 눈치챈 위 미인은 결국 몸을 축 늘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체념이었다.

그는 지금껏 황제가 제 구멍에 밀어 넣으려 했던 것 중 그 어떤 것도 거부할 수 없었고, 그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늘어진 위희평의 새빨갛게 잘 익은 포동한 엉덩이를 황제의 손이 양옆으로 가르고 있었다.

음울한 목소리가 흐른다.

“미인의 윗입은 배가 불렀는데……어찌 아랫입을 허기지게 둘 수 있겠느냐.”

그리 말을 하며 황제는 살 둔덕 사이, 갈라진 틈새로 하나둘 포도알을 집어넣고 있었다. 과즙이 윤활제가 되어 구멍은 들이대는 족족 비취같이 푸르른 빛의 청포도를 빨아들인다.

탁자에 짓눌린 위 미인이 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알이 크고 실한 포도알은 하나, 둘, 셋 위 미인의 밀부로 밀어 넣어졌다.

거근을 매일 받는 그는 그저 자그마한 포도알의 침입에 별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쌓여가는 포도알에 서서히 압박감을 느끼곤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흑, 으윽.”

허벅지를 푸르르 떨며 위 미인이 신음을 삼킨다. 어느새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포도송이에서 손을 떼고 황제는 다른 포도의 알을 비틀고 있었다. 한 송이의 포도로 그치지 않고 그는 멈추지 않고 갈라진 틈새에 포도알을 집어넣었던 것이다.

아으윽. 신음을 흘리는 위 미인이 탁자에 뺨을 짓누른 채 엉덩이를 푸들거린다. 황제의 시선이 포도과즙에 젖어 일자로 갈라진 음란한 모양새의 밀부를 응시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이물질이 꽂힌 그곳의 틈새로 빼곡히 찬 포도알이 눈에 보였다.

포도알은 깊은 곳에 미끄러져 가 하나둘 내부에 쌓이고 있었다.

고통을 느끼곤 애처롭게 탁자에 짓눌려 몸을 떠는 위 미인, 그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본 채 황제는 그저 위 씨의 아랫입을 먹이는 데 열중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황제의 입술이 느릿하게 열렸다.

그리고 흘러나온 음산한 목소리.

“짐이 아까 이보다 더한 미주가 있겠나 했나?”

술병의 목을 부여잡는 손.

“미인의 타액을 섞은 것보다 더한 것이 있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황제가 문득 입술 끝을 비틀어 광인의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술병의 목이 밀부의 안으로 푹 꽂혔다.

“아!”

콸콸콸 내장에 쏟아지는 뜨거운 액체에 위 씨는 그 순간 참지 못해 엉덩이를 흔들며 몸부림을 치고야 말았다.

“아, 아윽!”

독주가 내장을 모두 채웠을 때 위 씨의 밀부는 포도알 여러 개를 술과 함께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는 위 미인이 그것을 쏟아내게 두고 보지 않았다. 가늘게 떨리는 몸을 그의 머리를 탁자에 짓눌러 제압하곤, 바지 사이로 우뚝 선 양물을 꺼낼 뿐이었으니까. 검붉은 양물은 둔부에 꽂혔고, 술과 포도알로 그득 채워진 위 미인의 안을 꿰뚫었다.

“하악!”

퍼득 몸을 떠는 위 미인의 둔부를 거칠게 헤집으며 황제는 입술 끝을 비틀어 시원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흠뻑 젖어 불타오르는 그의 안을, 마치 다진 고기같이 성기를 애무하는 포도로 가득 찬 안을 범하며 황제는 갈수록 제 안의 정염을 불태울 뿐이었다.

굵은 성기가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운 엉덩이를 들락날락하고, 허벅다리가 발갛게 익은 둔덕을 연신 찌그러트리고 있었다.

술에 철벅거리는 소리를 내며 술을 뿜어내는 위 미인의 하체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적나라한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탁자에 엎드린 위 미인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처참한 소리가 흐르는 순간.

검붉은 성기가 끄트머리만 남기고 빠져나오고, 포도알이 데구루루 바닥에 굴러떨어져 내린다. 퍼억, 소리를 내며 사내의 몸이 둔부를 찍을 때, 술이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며 황제의 용포를 물들였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음험한 미소.

그리고 흘러나오는 가냘픈 울음.

“흐읍, 하익!”

“너는 짐의 계집이다…….”

황제의 눈에 음험한 정욕이 불타오르는 그 순간 흉측한 성기가 살 둔덕을 무자비하게 쑤셔 발기고 있었다.

* * *

먹구름 사이로 달이 빠져나온 때의 일.

핏줄이 불거진 성기가 젖은 둔부에서 느릿하게 빠져나온다. 위 씨는 탁상에 늘어져 있었다.

포도알을 뿜어내는 둔부를 만지작거리며 황제가 작게 중얼거렸다.

“소평.”

탁상 위에 엎드린 채 늘어진 몸이 있었다.

애욕을 듬뿍 담은 눈으로 그 새하얀 나신을 훑으며 황제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대를 보고 싶었다.”

고작 반나절을 보지 못했지만, 짐은 그대를 그리워했지.

다정다감한 목소리를 위 씨는 듣지 못했다. 그는 그저 정신을 잃은 채 탁상에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으니까. 황제 또한 그런 그를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부드러운 몸 곳곳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일방적인 애정을 드러내는 이의 얼굴이 문득 희미하게 굳어졌다.

그 순간 황제의 시선이 닿은 것은 위 씨의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에 드러난 얼굴이었다.

그곳에는 말없이 그를 올려다보는 맑은 눈이 있었다. 깜빡거리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는 그 인간의 것답지 않은 인조적인 눈.

사내의 입술 밖으로 짤막한 신음이 흐른 때였다.

창밖에는 까마귀가 불길하게 울고 있었다.

달빛이 드문 삭월의 밤이었다.

* * *

보름 뒤. 강남 순수에 나선 황제의 마차가 황궁을 빠져나갔다.

어가에는 화려한 붉은 예복을 입은 위 미인이 황제의 옆구리에 낀 채 함께하고 있었다. 수천 명의 사람과 수백의 수레가 따라붙는 황제의 행차. 거리에 일렬로 늘어서 그 진귀한 광경을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가는 말이 있었다.

“저게, 그 천작궁에 거세한 후궁인가 봐.”

“으음, 소문대로 대단하구만.”

얼음 같은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어가 위의 후궁, 바로 위 미인을 보며 하는 말이다.

앉은 자세였음에도 도드라지는 커다란 키는 그가 사내임을 알려 주고 있었으나, 금관을 쓰고 폭이 넓은 무거운 예복을 입은 이는 화려한 치장에 가려 앉아 성별이 모호하게 보였다. 눈가에 붉은색 화장을 하고, 이마에 연꽃을 그려 화장한 소문의 그 ‘위 씨’는 멀리서 보아도 대단히 고혹적이었다.

“저러니 황제가 육궁 미인들을 제쳐놓고 사내를 총애하지.”

그리고 흘러나온 탄식에 말을 내뱉은 사내 옆에 있던 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그래도 나는 역겨워.”

못마땅한 듯한 얼굴로 내뱉는 말이었다.

“사내가 사내에게 안겨 아양을, 으….”

못 볼 것을 본 듯 말을 내뱉는 이를 흘끗거리며 처음 말을 내뱉은 사내가 입맛을 다신다. 그래도 저리 낭창하고 요염하면 안을 맛은 있을 터인데. 황제가 총애한다는 몸이 얼마나 뛰어나려나. 그런 음탕한 상상을 하던 사내가 문득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꼭 살아 있는 사람 같지는 않군.”

귀신처럼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

“꼭 예쁘게 조각한 인형 같아.”

항주에 도착한 어가를 맞이한 것은 바로 항주 자사였다.

* * *

항주는 지상에 자리한 낙원이다.

사람들의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항주에 도착한 뒤, 위 미인은 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으니까.

“폐하와 천작궁 마마를 위해 바치는 물건이옵니다.”

황제의 순수는 실로 대단한 사건.

게다가 소문 속 황제의 총비가 거동한 자리에서 항주 자사는 그들의 마음을 얻으려 애를 썼다. 자사는 관료들 중에서도 손꼽힐 만치 높은 고관이지만, 미인은 후궁에서 높은 직위가 아니다. 후궁에서 가장 높은 귀빈이 승상과 같은 봉록을 받는 것을 생각했을 때, 자사가 그에게 몸을 낮추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사는 허리를 숙이곤 굽신거리며 한껏 저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단상 위에 준비된 자리에 앉아 하사품을 살피던 황제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중얼거린다.

“이거.”

잘그락, 알이 작고 가지런한 미백색 진주목걸이를 손에 감으며 내뱉은 말이었다.

“네게 어울리는구나.”

백옥처럼 새하얀 살결에 진주목걸이를 대곤 황제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황제 앞에 부복한 채 항주 자사는 긴장된 얼굴로 후궁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엎드린 그의 시야에 보이는 것은 붉은 치마 사이로 삐져나온 금색 비단화였다.

제 재산을 털어 준비한 진상품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다. 그리하여 고개를 슬쩍 들어 후궁의 얼굴을 흘끔 살핀 자사는 황제의 옆에 앉은 연꽃 인장을 이마에 새긴 무표정한 얼굴의 위 미인을 마주하고 실망을 삼켜야만 했다.

황제는 진주목걸이를 그의 가는 목에 댄 채 즐거워하고 있었으나, 위 미인은 그것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저 진주목걸이를 구하는 데 장장 석 달이 걸렸건만, 헛수고를 했나?

‘황실의 것이 아무리 호화스럽다 한들 저건 천고의 귀물인데….’

긴장을 삼키는 자사의 귓가로 그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내려앉는다.

“훌륭하다.”

“감, 감사합니다.”

기뻐하며 몸을 푹 숙이는 자사를 위 미인은 무심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황제가 속삭이듯 말을 한다.

“항주에는 미인이 많다 하지.”

농기 어린 희롱.

발갛게 달아오른 뺨을 검지가 툭 두들긴다. 느릿한 목소리가 흘러나온 때였다.

“허나 다 필요 없어. 미인, 너만 한 이가 있겠느냐?”

대답 없는 위 미인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황제는 자사를 바라보며 즐거이 말을 내뱉었다.

“항주 자사. 이곳에 위 미인만 한 미인이 있느냐?”

항주 자사는 그 말에 재빨리 답을 했다.

“아닙니다. 항주에는 여러 미인이 많지만, 저는 미인과 비슷한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실로 대단하신 미인이십니다.”

그러곤 감탄한 얼굴로 내뱉는 말이었다.

“천자께서 미인을 얻으셨습니다!”

그리고였다. 위 미인의 얼굴이 아주 희미하게 일그러진 것은.

빙글 웃으며 상황을 관조하던 황제의 얼굴에 묘한 기색이 감돌고야 만다. 위 씨의 몸은 가늘게 떨렸고, 그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해져 병자의 것과 엇비슷해진 후였다.

그를 지긋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황제의 입술이 문득 느릿하게 열린다.

“항주의 야경은 일품이라지. 유람선을 띄워 감상을 하자꾸나.”

부드러운 음성은 위 미인을 겨냥한 것이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황제는 그의 건방진 행동에도 책망하지 않고 그저 유쾌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 * *

항주.

그러니까 이 도시는 총애하는 후궁을 닮아 있다.

눈이 멀 만치 화려하면서도, 그렇기에 어둠이 더 짙지.

밤에도 불빛이 찬란한 도시. 눈이 멀 듯 화려한 도시를 유람선 위에서 응시하는 중이었다. 금방이라도 깨어질 듯한 아슬아슬한 영화를 누리는 화려한 도시를 황제는 호화스러운 유람선 위 마련된 술상 앞에 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이 물결치는 장강 위에 도시의 불빛 또한 물결치고 있다. 빛이 자리한 도시를 어둠 속에서 음울한 눈으로 바라보던 황제가 문득 고개를 슬쩍 돌려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초 땅에 허리를 뒤로 꺾어 추는 춤이 유명하다면, 항주에는 발로 북을 치는 춤이 유명하지.”

실로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바로 제 옆에 얌전히 자리한 도자기로 만든 인형 같은 사내를 향한 것이었다.

“내일 항주의 병영을 찾아갈 것이다. 그곳에 갔다 와서, 저녁에 무희들의 춤을 보자.”

그 말을 내뱉을 때 위 씨의 두 눈에 감정이 희미하게 돌아오는 것을 황제는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를 모른 척,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항주에는 유황을 발라 구운 오리고기도 맛이 있지. 용정차 잎이랑 생새우를 요리한 것도. 밤과 닭고기를 볶은 것도 유명해. 너는 항주 전통의 동파육을 먹어 보았어? 오량액과 제법 어울리지.”

“…….”

“서호(西湖)는 가 보았느냐? 장강과는 다른 운치가 있어, 연인끼리 많이 간다 하더구나. 장강이 야경이 아름답다면, 서호는 오후에 강가의 나무가 풍성한 잎을 흔드는 광경이 아름답다 하지.”

황제가 그의 귓전에 속삭거리는 말들에 위 미인은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평소처럼, 황제 옆에 장식된 꽃처럼 말없이 달빛이 물결치는 장강 위를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소평, 네가 원하는 게 뭐지?”

그리고 그런 위 미인의 뺨을 손등으로 길게 쓸어내리며 속삭거리는 말.

“무얼 먹고 싶어? 어딜 가고 싶어?”

그 말을 내뱉곤 황제는 위 미인의 뺨을 조심스럽게 부여잡아 그의 얼굴을 돌렸다. 마치 진귀한 구슬을 만지듯 섬세한 손길.

“가지고 싶은 게 있느냐? 원하는 게?”

그리 말을 내뱉을 때 황제는 위 미인과 한 치 앞의 거리에서 두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장강의 강물처럼 깊고 고요한 새까만 눈이 황제를 마주한다.

“항주의 운치가 마음에 들지 않느냐?”

흑옥으로 만든 구슬 같은 두 눈 위에 황제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황제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이런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는가?

뒤틀린 얼굴에 자리한 균열 속에 보이는 간절함. 저는 그 눈에서 실로 비참한 얼굴로 자리하고 있었다. 걸인처럼 그의 마음을 구걸하는 추한 사내…….

황제의 얼굴이 순간 가라앉고, 침묵 끝에 느릿한 목소리가 흐른다.

“네 웃음을 본 지가 오래되었군.”

“…….”

“……너는 짐의 총비로서 임무를 다하지 않는구나.”

위 미인은 그 순간에도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고, 황제는 조소를 흘리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황제를 즐겁게 하는 것이 후궁의 임무다.”

그리 말을 내뱉곤 황제는 위 씨의 가는 허리에 팔뚝을 두르고 계단 아래로 향했다. 빠르고 조급한 발길. 그에 위 씨는 비틀거리며 황제의 손에 끌려가다시피 계단을 걸어야만 했다.

벌컥, 문이 열렸다.

유람선의 지하에는 방이 여러 군데 있었고, 황제는 개중 가장 깊은 곳, 유람선의 중심에 자리한 방에 당도했다. 바로 황제를 위해 마련된 방을 연 것이다.

성큼거리며 방 안에 들어선 황제는 침상에 위 씨를 사뿐히 내려놓곤,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속삭이길.

“너는 병영에 가고 싶으냐.”

그의 턱을 거칠게 잡아들며, 들끓는 눈으로 얼음장 같은 사내의 얼굴을 노려보며 내뱉은 말이었다.

“네가 원한다면 데려가지……위 전상 장군!”

그리고 그 순간 조롱하는 어조로 내뱉어진, 그 절망의 이름.

그 순간 위 미인의 얼굴에는 부정할 수 없는 동요가 자리하고 있었다. 단단한 손에 잡힌 턱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황제는 그의 눈에 암연이 걷히고 깨어진 영혼의 조각이 드러내는 것을 보고 있었다. 두 눈을 응시하는 황제의 시선이 깊어지고, 침묵 끝에 위 미인의 새빨간 입술이 느릿하게 달싹였다.

“첩은, 병영에 가기 싫습니다.”

그 말을 내뱉을 때 위 미인의 얼굴은 완전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황제의 입가에 조소가 스친 순간이었다.

“위희평.”

위 씨의 숨결이 가빠진다.

“아직도 네가 대장군인 줄 착각하고 있는 거냐? 네가 사내인 줄 알고 있는 게냐? 응?”

그 순간 황제는 거짓말처럼 그 얼굴 위에 다정함을 지운 채 흉험한 기세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위 씨의 가슴팍을 향하는 손길.

“아직도 내 스승인 줄 아는 건가!”

솥뚜껑 같은 손은 우악스럽게 위 씨의 가슴을 쥐어 비틀고, 고통에 일그러진 위 씨를 향해 입술 끝을 비틀며 냉랭한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틀렸어! 넌 천자의 여인이다! 내 계집이야. 그러니까 그 상 치른 재수 없는 얼굴은 집어치우고 푸짐한 엉덩이나 흔들어!”

그러곤 황제의 손은 부욱, 위 씨의 붉은색 궁장을 벗기고 그의 새하얀 나신을 허공에 드러냈다. 황제는 망설이지 않았다. 애초에 항주 자사를 만나기 전부터 타오르는 욕망을 꾸역꾸역 참고 있었으니까.

“…!”

정염에 타오르는 사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위 씨의 몸을 발가벗기고, 그를 침상 위에 뒤집었다.

속곳을 까 내리는 순간 튀어나온 눈부시게 아름다운 새하얀 엉덩이. 그를 우악스럽게 잡아 벌리곤 입술 끝을 비틀어 웃던 황제가 조급히 허리춤을 풀어헤쳐 여인의 팔뚝만 한 물건을 꺼낸다. 검붉은 성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밀반죽 같은 엉덩이를 무자비하게 꿰뚫었다.

숨이 턱 걸리는 소리가 흐른 때였다.

“……학!”

둔부의 살이 출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위 미인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익숙하게 둔부를 위로 치켜뜨며 교접을 준비했고, 황제는 그런 그의 엉덩이를 으깨듯 부여잡고 빠르게 허리를 놀리려 들었다.

“이게 너다.”

질퍽한 소리가 흐르고 둔부 사이로 성난 성기가 들락날락하길 반복한다. 머리를 납작 아래로 숙인 채 신음하는 위 씨를 들끓는 눈으로 노려보던 황제는 입술을 열어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를 흘렸다.

“이게 네 임무다.”

먹물처럼 새까만 머리카락이 눈발 같은 나신을 뒤덮고 있다. 엉덩이를 치켜든 채 위 미인은 가녀리게 몸을 떨며 사내의 욕망을 받고 있었다.

“황제의 여인으로서의 의무.”

뜨거운 숨결이 곧 방을 채우고, 쿨쩍한 소리가 이어졌다. 황제는 제 아래서 궁둥이를 흔드는 사내를 조소의 눈으로 내려다보며 끈적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짐의 씨를 품어, 위 미인. 네 배로, 황실의 후사를 품어라.”

“악…!”

철썩, 출렁거리는 엉덩이를 후려갈기는 손길. 우윳빛 살결을 발그스레하게 물들이는 손길을 이어 나가며, 황제는 다른 손으로 그의 골반을 부여잡아 고정시킨 채 거친 허릿짓으로 위 씨의 뒤를 꿰뚫고 있었다.

“황실에 네 피를 진하게 섞는 거다.”

음습한 목소리가 위 미인의 귓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지막한 웃음과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몸을 잘게 떨며 동요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허공 위로 높게 치켜든 둔부는 어느새 새빨간 사과처럼 익은 후다.

“아, 음, 읏!”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리던 손길을 멈춘 황제는 어느 순간 위 미인의 머리를 침상 위에 짓누르곤 다른 손으로 그의 둔부를 양껏 벌렸다.

그 사이에는 사내의 양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주름이 있었다. 갈색의 주름은 팽팽해질 대로 팽팽해져 있었고, 익숙하게 거물을 빨아들이며 우물거리고 있었다.

회음부에 새겨져 있는 낙인을 바라보며 사내가 희게 웃는다.

선화지처(禪華之妻).

그것은 바로 화(華) 자의 문양이 어색한 문신이었다. 덧씌워진 문신을 바라보는 사내의 입술 끝에 미소가 진해지고, 문득 나지막한 웃음이 방 안을 울리고 뒤이어 중얼거리는 말이 이어진다.

“아무도 죄악을 눈치채지 못하게, 아무도 이 하늘을 노하게 할 금수의 만행을…… 더럽고 추악한 짓거리를 알지 못하게.”

그 순간 위 미인은 제 뒤가 시선에 훑어지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큼지막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아, 아음, 하악!

귓전에 감기는 달콤한 울음을 들으며 황제가 음울한 미소를 짓고는 손에 쥔 엉덩이 살을 놓는다.

그리고 흘러나온 잠긴 목소리.

“……우리의 죄를 덮어 버리는 겁니다.”

그러곤 그는 위 미인의 골반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퍼억, 소리가 나게 위 씨의 뒤를 뚫어 그를 더욱 거세게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큼지막한 엉덩이 사이 검붉은 성기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위 미인의 울음소리가 진해져 가기 시작한 때였다.

* * *

아, 흑.

은은한 촛불 아래 음영을 깊게 드리운 근육의 움직임이 섬세하게 보였다. 불에 달군 구리처럼 달아오른 근육질의 몸은 움직일 때마다 그 강인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깔려 종잇장처럼 흔들리고 있는 곡선이 유려한 몸.

끈적한 정액을 뒤로 왈칵 쏟아내며 침상에 엎드려 울부짖는 하늘하늘 낭창한 몸의 미인.

허억, 훅!

타오르는 불같이 격렬한 정사가 끝난 것은 위 씨가 몸을 늘어트리고도 한참 후의 일이었다.

* * *

격렬히 흘레붙던 두 사람의 움직임이 어느 순간 뚝 그친다. 화려한 항주의 불빛이 희미해지던 때였다.

그때에 이르러서 위 미인은 반쯤 기절한 듯 땀에 범벅된 몸을 축 늘어트린 채 둔부만을 내어주고 있었다. 삼단 같은 머리카락이 눈부신 나신 위에 흐트러져 있다.

말없이 제 성기에 연결된 위 미인을 바라보던 황제가 문득 느릿하게 몸을 움직여 살 둔덕에 파묻힌 성기를 꺼냈다.

뽀옥, 소리를 내며 늘어진 양물이 빠져나오고 다물리지 않고 벌어진 밀부 사이에서 울컥울컥 덩어리진 정액이 빠져나왔다. 파르르 떨리는 새하얀 둔부를 바라보며, 사내는 냉랭한 얼굴로 불에 달군 듯한 시뻘게진 몸 위에 옷을 걸쳤다.

끼이익, 소리가 돌연 울린다.

불에 달군 듯 시뻘게진 몸 위에 옷을 걸치던 사내가 고개를 돌려 경첩 소리를 흘리는 문을 바라보곤 문득 몸을 멈칫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정사에 섞여들었던 소리는 바로 희미하게 열린 문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사이 유람선의 복도는 기이할 만치 조용했고, 인기척 또한 없었다.

그 순간 사내의 입술 끝이 뒤틀리고야 만다.

흥! 작게 코웃음을 친 사내가 육중한 몸을 일으켜 열린 문을 벌컥 열어 재끼곤 빠르게 방을 빠져나간다.

삭막한 기운이 감도는 방 안.

침상에 널브러진 사내만이 홀로 남은 자리에,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뜨겁게 달궈진 공기를 차갑게 식히고 있었다.

혹사당한 다리를 비참하게 벌린 채 위 미인은 침대 위에 처참히 널브러져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물린 자국, 푸른 멍울, 울혈 자국이 곳곳에 물든 몸은 방 안에서 벌어진 일이 어떤 것인지 쉬이 짐작하게 만들었다.

혹사를 당한 흔적의 정점은 벌려진 다리 사이, 엉덩이 골 사이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홍수가 난 듯한 끈적한 백탁액이었다.

침상에 힘없이 널브러진 몸은 마치 시체와 같다. 가는 떨림조차 드러나지 않는 그 몸은 색열이 가시는 동안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계곡 사이로 울컥거리는 정액만을 토해 낼 뿐이었다.

기절한 것은 아니다. 새하얀 이불보에 뺨을 댄 채 그는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몸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을 때의 일이었다.

문득 반짝거리는 보석 같은 눈물이 뺨을 가로지른다. 인형과도 같은 얼굴로 소리 없이 흘리는 눈물이었다. 고요한 얼굴은 눈물을 흘리고도 한참 동안 변화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그의 얼굴 위에 감정이 물결쳤을 때의 일.

문득 유리를 세공한 듯한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지고, 그 위에 아득한 절망이 감돈다. 죽은 듯 늘어졌던 몸이 다시금 긴장되고, 이불보 위에 얹어졌던 손이 까드득 침상을 긁었을 때,

아아악!

마침내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선정적인 붉은 입술에서 튀어나와 천장 위로 높게 솟았다.

바로 처절히 우짖는 짐승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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