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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는 떠나야 하고 황제는 몰라야 한다 140화 (140/140)

호위무사는 떠나야 하고 황제는 몰라야 한다 140화

단단한 살몽둥이가 안을 푹푹 쑤셨다. 기름칠도 아니 하고 풀지도 않았는데 미끄러지듯 안쪽을 들락거렸다. 진정 꿈이 맞긴 하…… 아니, 이게 아니라.

“폐하. 폐하.”

“음. 무륜이라 부르렴.”

“무륜. 자,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오냐. 그러마.”

무륜은 말만 그리하고 전혀 기다려 주지 않았다. 허벅지가 가슴팍에 눌렸다. 내 기억보다 더 큰 것 같은 물건이 거칠게 뒤를 쑤셨다. 쾌락보다 고통이 커야 할진대, 실상은 그 반대였다. 새삼 이 꿈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실감했다.

나는 그저 흘러들어 온 객이었다. 그를 깨닫고 아연하게 질렸다. 무륜이 달큼하고 위험하게 웃었다.

“기왕 오랜만에 하는 거. 아주 육신이 녹아지도록 질펀한 살꽃을 피워보자꾸나.”

“어제도 했으면서 오랜만은 무슨…….”

“음? 네 지금 뭐라고?”

몽둥이 같던 물건이 홍두깨처럼 부풀었다. 나는 아연실색했다.

“아, 아무 말 안 했습니다. 안 했으니까, 제발 평범하게는 안 되겠습니까.”

“음. 그는 아니 되겠구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침상 주변으로 철창이 세워졌다. 위로 솟구친 창살들이 끝에서 휘어지며 안쪽으로 보였다. 나는 금세 은으로 만든 새장 안에 갇히게 됐다. 우연이겠지만 사월린이 만들었던 얼음 감옥과 그 형태가 비슷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무륜은 내 내심을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왜 그런 반응이냐. 이런 놀이는 싫으냐?”

“아니. 그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니면?”

“납치당했을 때 꼭 이것과 같은 새장에 갇혔습니다. 사월린이 만든 것이었죠.”

무륜이 웃었다. 무르익은 과실을 닮은 싱그러운 웃음이었다. 아, 실수했다.

“새장에 갇혔다. 그리고 또?”

“……그게 다입니다.”

“정말로?”

“…….”

애매하게 얼버무리려 했는데 무륜은 넘어가지 않았다. 외려 포위망을 바짝 조였다. 마른침을 삼켰다. 꿈에선 거짓말해도 되나? 안 될 것 같긴 한데…… 그냥 해봐?

고민하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 거짓을 말하지 않고 상황을 타파하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그래. 침묵이라.”

“읍, 아!”

새장의 위에서부터 내려온 가느다란 은 사슬이 목과 손목을 휘감고 내 유실을 건드렸다. 휘감긴 목덜미와 손목에는 족쇄가, 유실에는 감히 입에 담기도 어려운 기물이 만들어졌다.

눈을 내릴 수가 없다. 지금 내 가슴팍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를 볼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흐윽.”

족쇄는 위에서 내려온 사슬에 아직 연결된 채였다. 사슬은 무륜의 손끝을 따라 춤을 췄다. 위로 당겨지기도 하고 갑자기 풀리기도 하였다. 나는 그것만으로 완전히 녹초가 됐다.

“벌써 지치면 어떡하나.”

스르륵. 뱀처럼 내려온 사슬이 내 허벅지를 휘감았다. 숨을 할딱거리며 하얗게 질렸다.

“꽃놀이는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양 허벅지에 감긴 사슬이 나를 위로 들어 올렸다. 힘주어 버텼으나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허벅지가 한껏 벌어진 채 새장의 철창에 몸이 바짝 붙었다.

“하아…… 하앗.”

“그거 아느냐? 네가 잘못을 하여 지하 뇌옥에 갇힐 때마다 매번 머릿속으로 이런 불온한 상상을 하였다는 것.”

속살거린 무륜이 창살 사이로 육봉을 들이밀었다. 그를 보려다 내 유실에 달린 것을 보고야 말았다.

뚫은 적이 없는 구멍에 코뚜레처럼 은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보고 나니 그것의 존재감이 강해졌다. 사슬이 잘랑거릴 때마다 연한 색의 유실이 끌려갔다. 아릿했다. 동시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그를 상상만으로 끝내셨습니까. 폐하께서 명하셨다면 아무리 수치스럽고 저어되더라도 따랐을 텐데요.”

“지하 감옥의 개보수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거든.”

“…….”

“그렇게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서 널 안을 수는 없지 않느냐. 재소 중인 수인들을 전부 옮기는 것도 일이고 말이지.”

“그래서, 읏, 안 하셨습니까.”

살덩이가 내벽을 밀고 들어왔다. 안으로 말리는 감각에 배가 조였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되묻자 그가 픽 하고 웃었다.

“아니. 오래 걸렸다.”

아주 아픈 웃음이었다.

“너무 오래 걸렸지.”

나는 지하 뇌옥의 개보수가 대강 언제 끝났는지 짐작이 갔다. 하아. 숨을 길게 내쉬며 철창 밖으로 다리를 내었다. 허벅지는 무리였으나 종아리가 빠져나갈 틈은 되었다.

오른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았다. 그리고 양팔을 구속한 사슬을 한 번 휘감아 잡곤 내 쪽에서 엉덩이를 내려 삽입했다.

“흐윽.”

무륜이 움칠했다. 이를 드러낸 그가 사납게 추삽질을 했다. 살덩이가 날붙이처럼 안을 헤집었다. 절로 교성이 새었다. 무륜은 낮게 신음했다. 목을 울리는 소리가 짐승 같았다.

“역시 좋다.”

창살 안으로 손을 뻗은 그가 내 허벅지를 콱 움켜쥐었다. 손가락이 단단한 살을 파고들었다. 희미한 아픔은 날카로운 자극이 됐다.

“네가 좋다, 이화야.”

속살거리는 음성이 마약과 같았다.

“저도, 읏, 그렇습니다. 당신이 좋습니다, 무륜.”

눈매를 접어 웃었다. 호흡이 벅차 할딱거릴 때마다 가슴에 달린 은반지가 잘랑거리며 사슬을 흔들었다. 무륜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그는 흔들리는 은반지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핥고 싶다. 빨고 싶다. 말하지 않은 속내가 훤히 읽혔다. 감출 수 없는 진득한 욕망이 표정으로 드러났다.

“제가 죽어지도록 범해주세요.”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사슬이 몸을 단단히 휘감았다. 그 짙은 압박감과 구속에 의한 고통마저 고스란히 쾌감이 됐다.

무륜의 허벅지가 사납게 불뚝거렸다. 성난 배에 힘이 들어가고 다리 사이의 살몽둥이가 거침없이 안을 헤집었다. 안을 꿰뚫릴 때마다 단말마와 같은 교성을 내질렀다. 적나라한 신음이다. 무언가 가릴 생각도, 감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였다.

“읏, 아아! 아!”

안을 채우는 진득한 액체의 감각이 생생했다. 무슨 꿈이 이리 생생할까. 가늘게 떠는 내 허리를 그가 꽉 쥐며 더 깊이 들어와 마저 토정했다.

“윽. 하아.”

나른한 한숨이 귀에 닿았다. 방금 사정했는데 또 설 것 같았다.

곧 그가 만든 새장과 사슬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몸이 아래로 떨어지는데 의식은 반대로 위로 솟구쳤다.

“헉.”

몸을 파득 떨며 잠에서 깼다. 눈을 데룩데룩 굴렸다. 본궁의 침전이다. 현실임을 자각하며 이마에 고인 땀을 손등으로 훔치는데, 아랫도리에서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불룩 솟은 금침을 홱 젖혔다. 내 물건을 입에 문 무륜이 흠칫하여 나를 올려다봤다.

“…….”

“…….”

잠깐 사고가 정지했다. 다소간의 시간이 걸렸으나 곧 상황을 이해했다. 내 악몽의 원인이 당신이었어!

“……게서 뭘 하시는 겁니까.”

동공을 세로로 찢으며 위협하듯 말했다.

“음.”

무륜은 대답 대신 입에 넣고 있던 내 물건을 더욱 깊이 빨아들였다.

“흐윽!”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비단 침의가 말려들어 왔다. 그만두라며 흔들어도 돌덩이처럼 꿈쩍도 안 했다. 욱해서 완력으로 밀어내자 고환과 밑동을 콱 움켜쥐었다.

악 소리가 절로 났다. 결국 급소를 잡힌 건 내 쪽이라 그가 물고 빠는 대로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었다. 허탈하게 시선을 돌렸다. 반쯤 열린 격자창 너머, 별생각 없이 눈길을 준 곳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고양이였다.

눈자위만 하얀 녀석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나무를 타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에서 흑월을 떠올렸다. 그는 지금 이 대륙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네 지금 나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느냐.”

“아!”

그가 안았던 몸을 물리며 내 어깨를 툭 떠밀었다. 땅으로 고꾸라지는 대신 푹신한 비단 보료에 파묻혔다. 한 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침상 위였다. 씩 웃은 무륜이 내 성기를 휘감아 쥐었다.

“꽤나 여유롭구나. 아무래도 내가 네 사정을 많이 봐주었나 보다.”

“봐주긴 무얼 봐주셨다고…….”

“그러냐? 그럼 안 봐줬다고 치자. 그래서 네 무슨 생각을 했느냐.”

히익.

무륜은 넘어가지 않았다. 외려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손으로 내 성기를 휘감아 잡고는 엄지로 선단을 비볐다.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다. 입이 절로 벌어지며 허리가 역으로 휘었다.

“흐으윽!”

“험한 꼴 보기 전에 당장 바른대로 말하여라.”

그가 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험한 꼴’이 뭔지 대강 짐작이 가는바, 나는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고……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가 보여서 잠깐 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하면 고양이에 대해 정확히 뭘 생각하였는지 말해보련.”

이 귀신같은 인간. 바로 입을 합 다물자 그는 외려 기껍다는 듯 웃었다.

“고얀 나비로구나.”

지엄한 백호는 고양이로 전락했다. 상선이 봤으면 이름값도 못 하는 것이라며 혀를 찼을까, 아니면 내가 알던 것처럼 낄낄거리고 웃었을까.

“나는 언제나 공명정대해야 할 황제다. 하니, 예쁜 나비라고 봐줄 수는 없지.”

아마 후자일 것이다.

“폐, 폐하. 잠……! 앗!”

손가락이 틈 없이 맞물린 내부를 비집고 들어왔다. 눈을 홉떴다. 끅끅거리며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고통은 없었다. 그게 더 질이 나빴다. 차라리 아팠으면 할 만큼 기이한 감각이 내벽을 치달았다.

“흑. 윽. 으윽.”

어느새 흐물해진 구멍에 그가 성기를 퍽퍽 처박았다. 거친 행위에 부딪히는 살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몸이 점점 위로 밀려 올라갔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통은 옅고 쾌감은 짙었다.

“으아, 아! 아아!”

보이지 않는 손이 뒷머리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고개가 절로 뒤로 젖혀지고, 구멍이 멋대로 꿈틀거렸다. 거친 숨이 내 입술을 집어삼켰다. 이성이 조각났다. 흐려진 눈으로 짐승처럼 쾌락을 탐닉했다.

그럼에도 잊지 않은 단어는 단 하나.

“무…… 륜.”

지금 나를 먹어치우고 있는 자의 이름뿐이었다.

<특별 외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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