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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는 떠나야 하고 황제는 몰라야 한다 139화 (139/140)

호위무사는 떠나야 하고 황제는 몰라야 한다 139화

곧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미 기름은 무륜의 손에서 데워져 따뜻했다. 손가락이 온기를 머금은 기름과 함께 내부를 파고들었다. 나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숨을 참았다.

“숨 쉬렴. 몸이 이리 경직되어선 될 일도 안 된다. 느슨하게. 긴장을 풀거라. 내가 누구냐, 이화야.”

“폐…… 폐하.”

“아니지.”

폐하를 폐하라고 부르는데, 아니란다. 황망하여 보이는 것도 없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무륜이다.”

찌걱. 두 개째 손가락이 좁은 구멍을 비집고 들어왔다.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무륜이라 불러보렴.”

이상한 일이었다. 야시장에서도 불러봤고 여율령의 앞에서도 말해봤다. 정작 속으로는 한 번도 폐하라 부른 적이 없다. 내게 그는 항상 ‘무륜’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이때는 꾹 다문 입술이 열릴 줄을 몰랐다.

“어서.”

성기처럼 추삽질을 하던 두 개의 손가락이 순식간에 세 개로 늘어났다. 눈앞이 어찔했다.

“응? 이화야. 어서 불러보아.”

흥분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그런 목소리에 어리광이 섞였다. 목소리와 어조의 간극이 엄청났다. 그게 또 그렇게 좋았다.

“무…… 흣, 무륜.”

내부를 쑤시던 손끝이 뭉툭한 곳을 스쳤다. 감각이 모인 곳이었다. 무륜은 그를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예구나.”

“흐윽. 잠, 잠깐. 아흑. 큭.”

푹푹 들어오기 시작한 손가락이 그곳만을 노려 움직였다. 나는 펄쩍 뛰었다. 몸을 옆으로 뒤틀어 모로 누웠다. 무륜은 내 하는 양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 외려 몸통을 따라 옆으로 모이는 내 다리를 움켜쥐더니 제 어깨에 턱 걸쳤다. 커다란 손이 내 정강이를 꽉 잡아 고정했다.

나는 하얗게 질렸다. 다리가 더 크게 벌어지고 분문도 더 활짝 열렸다.

“그래. 예를 더 예뻐해 달라는 거로구나.”

기겁하여 아니라고 하려던 때, 손가락이 다시 안을 거칠게 파고들었다.

“흐아! 아! 폐, 폐하. 폐하! 제발. 멈…… 멈춰, 읏, 주십……!”

“폐하가 아니라 무륜이래도.”

“무, 무륜. 제발.”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안이 요동쳤다. 간헐적으로 꺼덕인 물건이 물을 줄줄 토해냈다. 이를 악물었다. 뺨을 보료에 비볐다. 그 결에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의 한쪽이 조금 밀려났다.

작게 드러난 틈새로 무륜을 봤다. 짐짓 여유롭게 대답하던 그의 낯에는 전혀 여유가 없었다.

“이화야.”

“흑, 윽.”

“이화야.”

“흐윽! ……예.”

“어디서 너 같은 것이 튀어나왔을꼬.”

숨을 할딱이며 생각했다. 저와 같은 질문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하나, 평소와 달리 열에 달뜬 머리는 답을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내가 좋으냐?”

“좋습니다.”

“얼만큼 좋으냐.”

“그를 어찌 말로, 흐윽, 표현하오리까.”

“그래도 해보렴. 나를 얼마만큼 좋아하느냐.”

그가 목적에 대해 물었던 날을 떠올렸다. 목적은 없으나, 바람은 있다 답했던 스스로의 대답을 빌려왔다.

“제 평생을, 흐으…… 다 드리고 싶을 만큼, 좋아합니다.”

“하면 내 마음이 너보다 크구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대신 뭉툭한 선단이 벌어진 분문을 꾹 눌렀다. 헛숨을 삼켰다.

“나는 내세까지 다 내주고 싶을 만큼, 너를 연모하고 있다.”

그가 서서히 밀고 들어왔다. 다리가 점점 위로 꺾였다. 단단한 팔이 내 양옆을 짚었다. 몸을 옹송그리자 그의 팔뚝에 가슴이 닿았다. 진정 용이구나. 농담 같은 말이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압박감에 몸이 굳었다.

찌직. 팔을 뒤로 묶은 비단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찢지 마라.”

움직거리던 손목이 멈칫했다. 나는 말에 묶였다. 이미 헐거워질 대로 헐거워진 비단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했다. 그러나 등 뒤로 고정된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 윽, 으으윽.”

“아프면 말하렴.”

나는 도리질 쳤다. 아프지 않다는 뜻이었는데, 그를 오해한 무륜이 혀를 찼다.

“하긴 네가 그를 말할 리 없지.”

즈으윽.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주름 하나 없이 벌어진 분문을 살몽둥이가 파고들었다. 배가 가득 찼다. 더 들어오면 터질 것 같은데 무륜은 ‘이제 반절이다’ 했다. 순간 눈앞이 아뜩했다.

“네 여기가 얼마나 옹골찬지 아느냐? 내 것을 꽉꽉 조여댈 때마다 뒷덜미가 어찔해.”

피차 마찬가지였다.

“하아, 미치겠군.”

그도 이하동문이다.

눈가에 걸쳐 있던 천이 확 벗겨졌다. 무륜이 ‘날 보렴’ 했다. 눈을 깜박이며 그를 봤다. 무륜이 녹을 것처럼 웃었다.

“그래. 그렇게 날 보고 있어. 눈 감지 말고, 시선 돌리지 말고, 나를 봐라. 나만 봐.”

예, 하고 대답하려는 순간 단단한 살덩이가 내부를 치고 들어왔다. 퍽 소리가 들렸다. 그의 샅과 내 엉덩이가 맞물리는 소리였다.

끅. 눈이 크게 뜨였다. 나도 모르게 뒤를 확 조이자 무륜의 낯이 찌푸려졌다.

“괜찮다. 괜찮아.”

그가 다정하게 속살거리며 쥐고 있던 내 다리를 놓았다. 계속 모로 누워 있던 내 몸을 바로 한 무륜이 이번엔 내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즈즉. 쯔걱. 기름에 젖은 샅이 야한 소리를 냈다. 손이 자유로웠다면 양쪽 귀를 틀어막았을 것이다.

무륜이 여태 내버려 뒀던 내 유두를 지분거렸다. 동시에 아래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입에서 교성이 터졌다. 아픔 반, 이상한 느낌 반이었던 것이 곧 쾌감으로 점철되어 갔다.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무륜은 지엄한 황제에서 정도를 모르는 짐승이 됐다. 그는 시선이 닿는 곳마다 물고 빨았다. 몸 곳곳에 셀 수 없는 화인이 찍혔다.

“이화야. 어찌 이리 예쁘냐. 네 어쩌자고 이리 사랑스러워.”

입맞춤이 없을 땐 낯간지러운 말을 쏟아냈다.

“네 안이 어떤 줄 아느냐? 붉디붉은 살꽃이다. 이름은 목련인데, 네 분문은 상사화구나.”

기함할 농지거리도 했다.

나는 반박하거나 부정하지 못했다. 거칠게 흔들리는 몸으로 가쁜 신음을 뱉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몸이 휘떡 뒤집혔다. 엉덩이만 높이 든 자세로 어깨가 짓눌렸다.

누가 상상이나 할까. 냉엄한 낯으로 황제의 가장 가까운 곳을 지키는 위사장이 이리 살몽둥이에 쑤셔져 새된 신음을 흘리리라고.

퍼억! 퍽! 퍽퍽!

뭔가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소리였다. 부서질 것 같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무륜의 행위는 거칠었다.

“헉. 내 이화. 너는 내 이화다. 그렇지?”

“흐아, 아! 아아!”

“이화야. 좋다. 어찌 이리 좋나.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하아, 내 이름을 불러봐라. 응? 내 너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짐승처럼 허릿짓을 하며 입으로는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말을 내 귀에 속살거렸다. 길고 마디진 손이 무너지는 허리를 꽉 쥐어 고정했다. 힘을 풀어도 엉덩이는 내려가지 않았다.

뻑! 뻐억!

부딪히는 소리가 한결 살벌해졌다. 벌린 입에서 말간 침이 흘렀다. 온 신경이 골짜기 안쪽의 깊숙한 곳으로 쏠렸다. 그 한 점으로 모였던 감각은 다시 폭발하듯 전신을 휘돌았다.

그가 흔드는 대로 같이 흔들리며, 배를 쳐대던 내 살덩이가 하얀 액을 뿜어냈다. 사정 직후 예민해진 분문이 거칠게 문질러지고 비벼졌다. 파드득, 몸을 떨었다. 구멍이 꽉 조여들었다.

무륜이 신음했다.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았다. 끈적한 것으로 질척거리던 내부가 그보다 연한 점도의 액체로 들어찼다. 울컥울컥 쏟아지는 게 끝날 줄을 몰랐다.

“하아…….”

끝났다. 안도하며 늘어지는데, 무륜이 내 몸을 추어올렸다. 설마. 불길함이 전신을 꿰뚫었다. 황급히 무륜을 봤다. 그가 나른하게 웃었다.

“보통 무인을 분류할 때 삼류, 이류, 일류, 그리고 특급으로 나누지. 한 급수 사이에 적게는 다섯에서 많게는 열 배의 무력 차가 난다.”

무슨 소릴 하시려고. 불안에 떨고 있자니 무륜이 내 허벅지를 잡았다. 그의 웃음이 짙어졌다.

“그 무력에는, 체력도 포함이지 않나.”

이 인간이 진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흐윽!”

선단만 걸친 채 빠져나갔던 기둥이 그대로 내리꽂혔다. 눈이 확 뜨였다. 파들거리는 내 시야로 허리를 숙인 무륜의 모습이 들어찼다.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 얼음을 장작으로 쓰는 불꽃처럼, 서늘한 정염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운명을 직감했다.

‘아. 난 죽었다.’

그대로 기절했다.

꿈속에서 기절이라니. 절륜한 연인 덕에 별걸 다 경험해 본다 싶었다. 의식이 푹 꺼지며 시야가 뒤바뀌었다. 나는 어느새 위로 올라와 늘어진 내 몸을 지분거리는 무륜을 제삼자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이미 체액으로 범벅이 된 내 뺨에 마지막 정을 쏟아냈다. 후드득. 하얀 액이 튀어 입술이며 뺨을 온통 적셨다. 눈을 가늘게 뜬 무륜이 선단을 내 입가에 문질렀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나와 무륜의 정사를 다른 시야에서 보자 이건 또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허둥거리다 꿈에서 깼다.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눈 감아도 못 잊을 북궁의 처소였다. 그런데 이 싸한 기분은 뭘까. 눈을 몇 번 깜박이다 꺼림칙함의 정체를 알아챘다.

어제 무륜과 함께 잠든 곳은 북궁이 아니었다. 꿈에서와 같은 본궁의 처소다. 결국 나는 한 번 깨고도 여전히 꿈속에 있었다.

“꿈에서 기절에 유체이탈을 하더니, 이젠 몽중몽이라.”

“무슨 소릴 하는 게냐?”

무륜이 잔뜩 젖은 분문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신음을 삼키며 그에게 매달렸다.

“딴생각할 여유가 있다니. 대단하구나.”

께느른히 웃은 무륜이 입술을 부딪쳐 왔다. 혀가 잇새를 파고들었다. 뜨거운 살덩이가 입안을 거칠게 탐닉했다.

손가락이 안을 빙글거릴 때마다 배가 홉 들어가고 허벅지가 떨렸다. 아래쪽이 충분히 젖은 것을 확인한 그가 곧바로 삽입해 왔다. 꿈이라고 아주 막 나가신다.

“하윽!”

확실히 아프진 않다. 외려 현실보다 쾌감점이 높다고 할까. 단순히 들어온 것뿐인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찌르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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