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무사는 떠나야 하고 황제는 몰라야 한다 138화
“이제 눈을 뜨고 아래로 내려오렴.”
이번에도 그의 말대로 움직이다 멈칫했다. 그는 어느새 정복 차림이었다. 허릿대에 영웅건까지 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알몸이었고 구멍에는 알까지 품고 있다.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이 일었다.
“내려왔으면 저 앞에 무릎 꿇고 앉거라.”
무륜의 손끝에는 은대야가 있었다. 어째서일까. 본 순간 그것의 쓰임을 알았다. 나는 차마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굳었다.
“무, 무륜. 제발.”
하얗게 질려 애원했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욕망에 잠식된 눈이 냉정하게 은대야를 가리켰다.
“어서.”
내가 움직일 생각을 않자 그가 방법을 바꿨다. 다정한 손길이 내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내가 보고 싶어 그런다. 날 위해 해줄 수 없겠느냐?”
무륜이 불쌍한 척을 했다. 정말이지 이길 수가 없었다.
결국 시뻘게진 낯으로 무릎을 꿇었다. 다리를 벌리자 밑으로 은대야가 들어왔다. 무륜은 내가 자리를 잡자 그 앞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지엄한 분이 냉정한 시선으로 나를 훑었다. 그것이 묘하게 흥분을 부추겼다.
알 때문에 미처 다 닫히지 못한 구멍에서 장미 기름이 줄줄 흘렀다. 꽃향기가 방을 가득 채웠다.
무륜은 나를 은대야 위에 앉힌 뒤론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어찌하라는 지시도 없이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지긋이. 솜털 하나까지 헤아리듯 내 알몸 구석구석을 눈으로 범했다. 그 시선은 발기한 성기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
“흐으…….”
나는 새어 나오는 신음을 애써 삼키며 애원하듯 그를 봤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다.
눈가를 움찔한 무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까이 다가온 그가 바지춤 사이로 잔뜩 성이 난 물건을 꺼냈다. 불뚝거리는 검붉은 성기의 선단이 내 입술을 가르고 들어왔다.
땡그랑!
배 속이 지끈, 하며 가장 밖에 있던 알 하나가 은대야로 떨어졌다. 턱이 파르르 떨렸다. 무륜이 나른하게 웃으며 내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하나하나 헤집어 넣었다.
“이제 네 개 남았구나.”
“읍. 크흡.”
그러곤 머리칼을 휘감아 쥐시더니, 그대로 추삽질을 시작했다.
어디서 퍽 소리가 들렸다. 그의 샅이 내 턱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양손으로 내 뒤통수를 움켜쥔 그가 내 입에 좆질을 했다. 거칠고 폭력적인 움직임이었다. 비 오면 꺼질까. 바람 불면 날아갈까. 백호가 된 뒤에도 어화둥둥 하시던 분이라곤 믿을 수 없었다.
하나, 그것이 외려 더 자극적이었다. 막 대해지는 것에서 오는 쾌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커흡. 으븝!”
퍽! 철퍽! 퍽!
그가 말한 ‘오묘하고 강렬한’ 쾌감이 무언지 나는 정확히 알게 됐다.
땡그랑. 딸캉!
두 개의 알이 더 떨어졌다. 날카로운 소리가 귀에 꽂혔다. 등줄기가 덜덜 떨렸다. 입에 사내의 성기를 물고 아래로 배설하는, 혹은 무언가를 낳는 행위는 지독한 배덕감과 쾌감을 안겨줬다.
“하아. 입술을 좀 더 조여보렴. 그래. 옳지.”
뒤통수에 있던 손을 내 뺨과 턱으로 옮긴 무륜이 성기를 내 목 깊숙한 곳으로 더 밀어 넣었다. 점도 있는 액체가 목 안쪽에서 터졌다. 진득한 것이 목 뒤로 넘어갔다.
“집중해.”
무륜이 명령했다.
“내 것을 삼키는 입과 알을 품고 꿈틀거리는 구멍에 집중해라. 혀는 내밀고 구멍은 여는 거다. 그 상태로 내 성기를 문 채 아래로 알을 낳는 지금의 네 모습을 자각하렴. 그게 얼마나 천박하고 야한 모습인지를.”
“……!”
마지막 하나 남아 있던 알이 나왔다. 무륜은 다섯 개의 알을 다 확인하고 내 입에서 성기를 빼냈다.
“쿨럭. 컥. 커헉.”
막혔던 숨을 토해내는 내 등을 두드리며 무륜이 웃었다.
“잘했다. 잘했으니 상을 주마. 무엇을 줄까. 원하는 것이 있느냐?”
나는 고민 없이 손을 뻗어 그의 성기를 쥐었다.
“이걸로 제 밑을 쑤셔주십시오.”
그의 말이 옳다. 살꽃 피는 밤. 조금쯤 천박하고 추잡하면 어떻단 말인가. 어차피 그와 나 둘뿐인 것을.
“아주 내벽이 다 헐도록 콱콱 박아주셔야 합니다.”
“네가 내일 일을 쉬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모레까지도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모레까지 못 걸을 만큼 나를 범해달라. 나는 그리 말했다. 찰떡같이 알아들은 무륜이 갖춰 입은 정복을 훌훌 벗어 던졌다.
“오냐. 아주 쉬고 싶은 만큼 쉬게 해주마.”
그 밤은 이제껏 있었던 무륜과의 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마디진 손가락이 느슨하게 풀린 구멍을 헤집고 들어왔다. 짓궂게 웃은 무륜이 안에서 손을 구부렸다. 도드라진 관절이 내벽을 누르고, 손끝은 내가 느끼는 부분을 거칠게 문질렀다.
허리가 빠질 것 같았다. 몸을 덜덜 떨며 새된 교성을 지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다 무륜이 예고 없이 삽입했다. 입에 물었을 때보다 더 커진 물건이 뒤를 쑤셨다. 그건 사람의 성기가 아니라 몽둥이라는 말이 어울릴 크기였다.
“헉! 아! 아아!”
무륜의 전신에서 근육이 꿈틀거렸다. 특급 무사의 완력을 추삽질에 발휘하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무륜은 어린애 팔뚝만 한 용체를 마구 휘둘렀다.
그냥 앞뒤로 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뭉근히 움직이다 빙글거리며 돌리기도 하는지라, 나는 그가 하는 대로 흐느끼는 것 외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말 그대로 뼈가 녹고 살이 타는 밤을 보냈다. 몇 번째 사정인지 알 수 없었다. 묽은 액을 쏟아내고 늘어졌다. 무륜은 제 물건을 쥐고 내 얼굴에 사정하더니, 남은 액은 유실에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다시 삽입했다.
체력은 남았지만, 기력이 쇠해 저항은 꿈도 꾸지 못했다. 살꽃을 피우다 탈진한 백호라니. 누가 들으면 가당치도 않은 농담이라 할 것이다.
“흐으윽!”
하나, 그 가당찮은 농담이 내가 처한 상황이었다. 축 늘어져 숨만 할딱였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기력이 없는 내 엉덩이에 무륜은 여전히 좆을 넣고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실로 경이로운 정력이었다.
이미 세는 것도 무의미한 사정이 끝나고, 나는 겨우 정신을 놓을 수 있었다. 기절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건 이전 생에도 이번 생에도 처음이었다.
* * *
“……와, 죽겠다.”
진짜 죽을 뻔했다. 상사화 가득 핀 삼도천 강변을 멀찍이서 보고 돌아왔다.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창호지 너머로 새어 들어온 빛이 환하다. 때는 이미 늦은 오후였다.
침상 아래로 내려섰다. 심호흡을 하고 각오도 다진 것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몸이 가뿐했다. ……설마 하루가 아니라 이틀을 잔 것은 아니겠지. 순간 하얗게 질렸다가, 내가 백호의 몸이었음을 상기하곤 침착해졌다.
“폐하?”
그리고 무륜을 찾았다. 침소엔 나뿐이었다.
“폐하?”
두 번째로 불렀을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창밖이다. 차박차박 걸어가 굳게 닫힌 격자창을 열어젖혔다.
“조금 더 잘 줄 알았더니.”
무륜이 혀를 차며 목련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가벼운 걸음이 땅을 디뎠다. 고개를 위로 들었다. 이미 다 진 목련이 다시 피어 있었다. 한지로 만든 목련이었다. 가장자리가 찌그러지고 어떤 것은 꽃잎이 몇 장 없었다. 손재주 없는 사람이 정성으로 만든 티가 났다.
“일어나면 놀라게 해줄 셈이었는데. 다 텄구나.”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탁자에 앉아 고심하고 꾸물거리며 저걸 하나하나 만들었을 무륜이 그려졌다. 쭈글쭈글 만개한 목련에 어쩐지 눈물이 났다.
“보기 못났어도 만든 사람 정성만 보아다오.”
“아니요.”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었다. 창을 훌쩍 넘어 무륜을 덮치듯 끌어안으며,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대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목련은 본 적이 없나이다.”
시작은 비루했다. 그도, 나도, 상처받은 짐승이었다.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다 마음을 주게 됐고, 손을 온전히 맞잡기까진 생각보다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 아픈 날도 있었다. 곧 죽을 것처럼 힘든 날도 있었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그와 함께한 날 중 아름답지 않은 날은 없었다. 무륜이 나를 마주하며 활짝 웃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목련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노라.”
<외전 완결>
특별 외전 몽중몽
꿈을 꾸었다. 나는 지금이 언제인지 알았다. 여율령이 죽은 후, 처음으로 무륜에게 안겼을 때였다.
사륵거리는 비단의 감촉이 손목을 휘감았다. 특급 무사의 완력을 버티기엔 턱도 없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절대 이 천을 스스로 풀지 못할 것을, 그도 알고 나도 알았다. 얇은 비단은 안대가 되어 내 눈도 가렸다.
“되었다. 이리 돌아누우렴.”
이번에도 잠깐 머뭇거리다 몸을 돌려 바로 누웠다.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고 손은 뒤로 묶여 있었다. 치부와 적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내리꽂히는 시선이 선명했다. 다리가 절로 오므라들었다.
“다리. 넓게 벌려보렴.”
시키는 대로 했다.
“나는 ‘넓게’라고 했단다. 활짝 열어보아.”
이번엔 바로 하지 못했다. 무륜은 기다렸다. 말없이 나를 지켜보며 내가 저를 위해 움직이길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입술이 떨렸다. 다리가 점점 더 벌어졌다. 수치심에 머리가 타버릴 것 같은데, 상대가 무륜이라 생각하니 또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이런 내가 이상했다.
“착하구나. 역시 내 이화다.”
그의 손이 내 등판에 내려앉았다. 스으윽. 옆으로 문지르듯 쓸어 올리는 감각에 입술을 깨물어 신음을 참았다. 이미 아랫도리는 반쯤 발기해 있었다. 무륜은 부들거리는 내 몸 곳곳을 문지르며 입술 자국을 남겼다.
내 입에서 제발 소리가 나올 무렵엔 이미 완전히 발기한 선단이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흐윽!”
무륜의 손이 마침내 내 살기둥을 쥐었다. 가볍게 문지르다 말랑한 주머니를 주물렀다.
“귀엽구나.”
“윽……. 읏.”
“정말 귀엽다, 이화야.”
볼품없이 앓는 소리를 내며 벌레처럼 몸을 뒤트는 내 어디가 그렇게 귀여울까. 여쭙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여기에 장미 기름을 부을 테니 놀라지 말거라.”
그가 ‘여기’라고 말하며 건드린 곳은 내 분문이었다. 사내끼리 어떻게 살을 섞는지 모르던 바는 아니나, 당사자가 되자 몰랐던 것처럼 당혹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