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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는 떠나야 하고 황제는 몰라야 한다 137화 (137/140)

호위무사는 떠나야 하고 황제는 몰라야 한다 137화

건룡제 9년. 봄. 황제의 탄신일.

황태자는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화는 위사장의 자리에서 그를 지켜봤다. 무륜의 탄신일엔 웃지 못할 사연이 얽혀 있다. 그때를 떠올린 이화의 눈썹이 홀로 씰룩했다.

이화가 무륜의 생일을 알게 된 건 전쟁이 끝나고도 일 년이 지난 후다. 전생에는 아예 모른 채로 죽은 것이다.

댈 핑계는 있었다. 만난 첫해는 무륜이 북궁에 유폐되어 있었고, 그다음 해는 자신이 그의 곁에 없었다. 다시 만났을 땐 전시였고, 전쟁이 끝난 직후엔 귀향길에 있었다.

그리하여 전후 일 년이 되는 봄. 이화는 처음으로 황제의 생일을 알았으며,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제 알았으니 된 것이 아니냐. 나도 네 생일은 모른다.’

위로랍시고 던진 무륜의 말은 역효과를 낳았다. 이화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 말했다.

‘어찌 정인의 귀빠진 날도 모르면서 정인이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

황제는 두 배로 토라진 이화를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그때를 떠올린 이화의 입매가 단단해졌다. 그는 서늘한 눈으로 회장 내부를 훑었다. 내심이야 어떻든 모두 입이 귀에 걸려 있다. 황제에게 예를 갖춘 그들은 먹이를 노리는 승냥이 떼와 같이 여율령을 찾아 둘러쌌다.

황제의 탄신일은 명분일 뿐. 모두의 목적이 여율령에게 있음이 명명백백했다.

이화는 혀를 찼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으면 이제 예닐곱 살인 황태자가 음험한 것들에게 노려지는 줄 알겠으나, 알 것 다 아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 장면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예상대로 관리와 귀족들은 곧 하얗게 질려 하나둘 떨어져 나왔다. 이화는 활짝 열린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목련이 다 졌다. 봄도 이제 늦봄이었다. 이화의 생일은 무륜의 탄신일 바로 다음 날이었다.

* * *

여율령의 저택에서 매해 생일상과 생일 선물을 받았지만 잔치는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내가 원한 까닭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였고 지금은 지금이다.

나는 선물을 받고 싶었다. 정확히는 무륜이 직접 고심하여 손수 준비한 선물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론 형체가 있고, 그리 비싸지 않으며,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도 않는 것.

누가 들으면 거 참 까탈스럽다 혀를 찰 것이나, 이건 다 경험에서 나오는 고민이었다.

재작년엔 나를 황후로 맞이한다는 깜짝 공표를 준비하다 들켰다. 그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고자(로 알려진) 황제가 후세 생산도 못 할 위사장을 후로 맞는다니. 관례나 반발은 둘째 치고 자신이 고자가 아님을 만천하에 다시 알리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다 괜찮다. 그걸 내 생일 선물이랍시고 준비했다는 게 문제였다. 당연히 혼났다. 무륜은 시무룩하게 자련궁을 하사했다. 대대로 황후가 쓰던 궁을 하사하다니. 그가 내심 황후라는 명패에 꽤 집착한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식겁하여 헐레벌떡 달려온 꼬장꼬장한 노친네들에겐 ‘우리 금국을 구하시고 수호하시는 백호께 고작 궁을 하나 진상하겠다는데, 설마 그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여 그들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작년엔 무수한 사람을 초대하여 성대한 연회를 연다고 했다가 또 혼났다. 평소엔 입안의 혀처럼 구시는 분이 왜 내 생일만 되면 위중혁처럼 구는지 모르겠다.

“하아아.”

올해 생일은 또 뭘 준비하셨을지. 희망을 버릴 수 없어 기대하는 한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연회가 마무리된 저녁.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내관과 시비들이 정리했다. 자신의 생일에도 쉴 수 없는 무륜은 몽휼을 데리고 집무실에 갔다. 여율령은 나이가 어리다는 걸 이용해 진작 연회에서 빠진 후였다.

결국 텅 빈 자리에서 홀로 사색하다 시비가 자리를 치워야 한다며 쭈뼛쭈뼛 읍하여 쫓겨났다.

밖으로 나온 후엔 변덕처럼 백호로 변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머리 모양이나 손톱의 길이가 바뀐 정도에 불과했다. 황궁의 외벽을 거닐며 마주친 이들마다 흠칫했으나 이내 고개를 평소보다 깊이 조아리고 제 갈 길을 갔다.

나는 정처 없이 궁을 돌아다녔다. 하사받고 거의 가지 않은 자련궁에도 가고, 여율령의 처소에도 갔으며, 청운관에 들러 위사들의 수련도 한 번 봐줬다. 다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었다. 바쁜 무륜이 날 위해 무언가 준비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을.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휘영청 달이 정수리로 떴을 때, 밀영군 하나가 나를 찾아왔다.

“폐하께서 북궁으로 오시랍니다.”

선물을 북궁에 준비해 두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익숙한 길을 가로질렀다. 한 번 정비한 북궁은 이제 더는 폐허라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단아하고 웅장한 것이, 어딜 봐도 궁이었다.

익숙한 보랑을 가로질러 무륜의 옛 처소로 향했다. 사실 지금도 사흘에 한 번 꼴로 묵는 곳이라, 옛 처소보단 현 처소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그 처소에서 나를 기다린 건…… 알몸에 잠자리 날개 같은 침의만 걸친 무륜이었다. 설마 내가 선물이다, 뭐 이런 고릿적 이야기를 하진 않으시겠지.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그렇다면 가만있지 않으리라.

무륜이 나른하게 웃으며 다리를 벌렸다. 침의 앞이 열리며 탄탄한 몸과 우람한 용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리고 용체에는 우둘투둘한 비단 끈이 총총 묶여 있었다. 무륜이 검지로 제 용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선물이다.”

“…….”

고릿적 이야기가 오늘까지 전해 내려온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른 누가 뭐래도 나는 오늘부터 그렇게 생각한다.

옷을 벗고 침상 위로 올랐다. 몸을 엎드려 이미 발기한 그의 물건을 혀로 핥았다. 힘을 얻은 물건이 몇 차례 불뚝거렸다. 비단 끈이 조여오는지 그의 미간도 한 번 꿈틀했다. 그 모습에 아직 다물려 있는 뒷구멍이 조였다.

붉은 비단 끈에 묶인 무륜의 성기. 그 한 문장만으로도 사정할 것 같았다.

“아.”

무륜이 내 손목을 잡아 침상에 눌렀다. 순식간에 위치가 반전하며 내가 아래, 그가 위가 됐다. 그가 끈에 묶인 성기를 내 구멍에 대고 문질렀다.

“하아. 그만 애태우고 어서 넣어주세요.”

“다친다. 가만히 있어.”

“당신과 몸을 섞은 것이 어디 하루 이틀입니까. 당신을 보면 몸이 알아서 열릴 준비를 하니, 그냥 넣어도 될 것입니다.”

“……그런 말을 하니까 다치는 거다.”

무륜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가 극히 흥분해 달려들었던 몇 번의 밤 중 아래서 피를 본 적도 있긴 있었다. 하지만 병아리 눈물 같은 몇 방울 정도였고, 그나마도 신수의 회복력으로 삽시간에 치유됐다.

퍽!

“흐윽!”

불만이라는 듯 뇌까린 무륜이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몽둥이로 안을 후려치는 것 같았다.

“너는 상처가 얕으니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네가 다친다는 것 자체가 싫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때려 박는 움직임에는 자비가 없다. 게다가 오늘은 안 그래도 거대한 용체에 비단 끈까지 감겨 있어, 체감되는 크기는 배가 됐다.

쯔걱. 찌걱.

단단하게 성이 난 물건이 안을 찌를 때마다 야한 소리가 났다. 엉덩이에 부대끼는 배판이 돌덩이 같았다. 널찍한 손이 허리를 틀어쥐고 자비 없이 추삽질을 했다.

“하윽!”

절정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처음부터 익히 아는 지점만 푹푹 찔러대는 통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숨을 할딱이며 사정의 여운에 늘어진 나를 두고 무륜이 침상을 벗어났다. 나는 의구심에 차 그 뒷모습을 봤다.

저분이 이리 싱겁게 끝낼 분이 아니신데.

과연. 그가 구석에 있던 장을 열었다. 안에선 작은 목함이 나왔다. 자개와 진주가 장식된 함은 어둠 속에서도 옅게 빛났다.

“그게 뭡니까.”

“네 선물이기도 하고, 내 선물이기도 하다.”

모호한 말과 함께 함이 열리고 안에 있던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봐도 알 수 없었다. 아니, 실은 본 순간 알았다. 다만 내가 생각한 것은 저런 귀한 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알……?”

새들이 낳는 그 알이 맞다. 다만 옥을 깎아 만들었고 크기는 달걀보다 좀 더 작았다. 개수는 여섯 개.

순간 뒷덜미가 서늘했다. 무륜과 뒹굴며 살꽃 피우는 재미가 한창인 요즘. 이쪽 방면으로 굳어 있던 뇌도 살살 풀리던 차다.

“싫습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 안에 넣을 거잖습니까. 싫습니다.”

“정말 싫으냐?”

나는 멈칫했다.

“정말 싫다면 하지 않겠다. 그러니 잘 생각해 보고 답하거라. 진정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맞느냐?”

그가 천하의 사기꾼처럼 내 귓가에 속삭였다.

“몸을 섞는 것인데 난잡하면 어떻고 추잡스러우면 어떠냐. 기분만 좋으면 그만이지. 아직 해보지 않은 행위 아니냐.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궁금하지 않으냐?”

“그…….”

“사람들은 흔히 살을 부대끼는 것만이 쾌감의 정점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육체의 쾌락은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정신에서 오는 쾌감은 오묘하고 강렬하지.”

“……황제보단 약장수가 천직이십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무륜이 하하 웃었다.

입을 다문 채 몸을 엎드렸다. 그가 이런 행위를 원한 순간, 내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슴을 침상에 댄 채 엉덩이만 높이 들었다.

쯔걱- 닫힌 구멍을 가르고 차가운 알이 하나씩 내부로 들어올 때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에 몸부림쳤다. 무륜은 그때마다 내 둔부를 손으로 철썩 때렸다. 마치 벌을 주듯이. 또 실수로 힘을 주는 바람에 넣던 알이 흘러나오면 그때도 손을 휘둘렀다.

나는 열 대를 맞고서야 다섯 개의 알을 삼킬 수 있었다. 여섯 개째는 아무리 해도 들어가지 않았다.

“아직은 다섯 개까지군. 괜찮다. 곧 더 삼킬 수 있게 될 테니.”

그가 ‘아직’과 ‘곧’을 말할 때마다 등이 흠칫흠칫 튀었다.

“자, 눈을 감고 잠깐 이대로 있거라.”

시키는 대로 했다. 눈을 감자 배 안의 이물감이 더 선명했다. 속이 더부룩하고 내장이 조금 아팠다. 당장에라도 안에 든 것들을 내보내고 싶었다.

그사이 무륜은 침상을 벗어났다. 뭔가를 찾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익숙한 손가락이 내 머리칼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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