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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는 떠나야 하고 황제는 몰라야 한다 125화 (125/140)

호위무사는 떠나야 하고 황제는 몰라야 한다 125화

퍼억! 더 들어올 곳은 없을 줄 알았는데. 아예 고환까지 처박을 기세로 내부를 쑤셨다.

“헉…… 컥.”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접문하던 입이 떨어졌다. 과한 자극에 순간적으로 눈동자가 위로 홱 들렸다. 정신이 몽롱했다.

간신히 되돌리고도 초점을 찾지 못하는데, 내 눈가를 무륜이 손끝으로 문질렀다. 눈을 깜박였다. 겨우 다시 보인 무륜의 낯이 사납게 굳어 있었다.

“세상 다시없을 만큼 다정하게 대하고 싶은데, 이럴 땐 또 지독하게 잔인해지고 싶다. 네가 날 이상하게 만드는구나. 무진의 독 중에서도 너 같은 건 없을 것이다.”

“폐…… 하.”

“무륜이다. 무륜이라 불러보련.”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 안을 뭉근하게 치대는 감각에 몸을 떨면서도 나는 침묵했다. 어째서일까. 그가 시키는 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무륜이 애달파 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이다음에 어떤 꼴을 당할지 알면서도,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만인지상의 고고한 사내가 나 하나를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차마 말로 표현 못 할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니 후회는 없다.

꾹 다문 내 입이 벌어질 생각을 않자 무륜의 손이 내 발목을 움켜쥐었다. 다리가 활짝 열리고 몸은 더 크게 열렸다. 안에서 꿈틀거리던 성기가 뒤로 물러난다 싶더니, 입구에 걸쳐졌던 선단이 단숨에 안을 때려 박았다.

“흐으윽!”

박음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퍽퍽퍽! 철퍽!

아래서 엄청난 소리가 났다. 간신히 뜬 눈에는 천신 같은 단단한 몸이 바로 보였다. 성난 근육과 땀에 젖은 피부가 시각적 자극이 되어 뇌에 꽂혔다. 나로 인해 흥분한 그의 모습에 흥분했다.

“이름.”

“흐으윽.”

“하아, 내 이름.”

무륜이 감옥을 지키는 위사처럼 나를 을렀다. 나는 그의 팔에 갇혀 시키는 대로 읊는 것 외엔 도리가 없었다.

“무륜. 무륜!”

탄탄한 허벅지가 내 허벅지를 문댔다. 느껴서 엉덩이를 조일 때마다 그가 신음하며 내 목덜미와 가슴을 잘게 깨물었다. 그 가벼운 아픔마저 날카로운 쾌감이 됐다.

“여기.”

돌연 움직임을 멈춘 무륜이 내 손을 집어 내 배에 올렸다. 밭은 숨을 내쉬었다. 바로 이물감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뒷덜미가 선뜩해졌다.

“느껴지느냐?”

무륜이 ‘여기’ 하면서 내 손을 짓눌렀다.

“내 모양대로 부풀어 있는 것이.”

“흐으……. 하아. 아, 안 돼. 누, 누르지……!”

무륜은 손을 놓지 않았다. 강한 압박감과 미약한 통증, 그리고 거대한 쾌감이 동시에 나를 덮쳤다.

“미치겠군.”

으르렁거린 무륜이 내 성기를 손에 쥐었다. 아까 행위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손대지 않은 곳이었다. 잊고 있던 신체 부위가 생긴 것처럼 생경한 자극이 뇌리를 강타했다.

“오늘은 뒤로만 가게 하려 했는데. 이리 예쁘게 굴면 내가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

대체 어쩌자고 이리 예쁠까.

단단하고 마디진 손가락이 귀두를 휘감았다. 몇 번 짓궂게 주무르다 엄지로 선단을 꾹 눌렀다. 움푹 팬 요도에 손톱이 박혔다. 소리도 못 내고 입만 크게 벌렸다. 한계치를 벗어난 감각이 척추를 난도질했다. 온 신경이 하반신에 몰렸다.

“네 분문이 내 양물을 아주 씹어 삼키려 드는구나.”

“그, 그렇지 않-”

무륜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저가 듣고 싶은 말을 내게 요구했다.

“좋다고 해보렴.”

내가 좋다고. 나밖에 없노라고. 응? 그리 어려울 것 없잖느냐.

그가 순진한 청년을 꼬여내는 불한당처럼 속살거렸다. 내겐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그리, 흐윽, 그리 말하면 이제부터라도 살살 하실 겝니까.”

“많이 힘드냐?”

“예. 아주 죽겠습니다.”

무륜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입술을 잘근 물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이어진 곳에서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 그러니 어서 말해보렴.”

팔로 내 허리를 휘감은 무륜이 그대로 나를 일으켰다. 흐읍. 다리를 벌린 채 그와 마주 보고 앉게 됐다. 샅이 틈 없이 맞물렸다. 안이 빠듯하여 숨쉬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아예 인지하지 못했으면 모를까. 알고 나자 신경이 살짝 부푼 아랫배로 쏠렸다. 퍽퍽 들이박을 때마다 내 안에 드나드는 것이 사람의 것인지, 짐승의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온몸으로 나를 탐하는 그를 힘겹게 붙들었다.

“당신이…… 좋습니다. 제가 마음 줄 사람은 이전 생에도,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당신뿐입니다.”

“나도 그렇다.”

나를 보는 무륜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내 전생을 다 바칠 사람은 이화 너뿐이다.”

“으윽윽!”

밀쳐 올려지듯 절정에 달했다. 끊어낼 듯 그의 물건을 조였다. 으르렁 목을 울린 무륜이 내 가장 깊은 곳에 저를 쑤셔 박곤 사정했다. 울컥거리며 쏟아지는 정액이 끝이 없었다. 족히 한 바가지는 될 것 같았다. 고자? 그가 고자면 세상에 사내구실 하는 놈은 아무도 없음이라.

무륜은 그러고도 두 번을 더 사정하고서야 나를 놓아주었다. 집무실에 밤꽃 향이 진동했다. 창문을 연 그는 기다렸다는 듯 인기척을 내는 시비들을 물리고 손수 내 수발을 들었다.

그제야 얼굴에 열이 몰렸다. 이거 일 났다. 도깨비에 홀렸나, 여우에게 홀렸나. 무슨 정신으로 집무실에서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낯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나와 달리 무륜은 뻔뻔했다. 신경 줄마저 만인지상이었다. 한숨을 내쉬었다.

“비싼 몸인 줄 알면 말로만 그리할 게 아니라 좀 비싸게 다뤄주십시오.”

손가락 하나 까닥 못하고 끙끙거리자 무륜이 크게 웃었다. 나는 뭘 웃느냐며 눈을 부라렸다. 누군 다 죽어가는데 누군 얼굴이 아주 꽃처럼 피었다.

그가 손바닥으로 내 허리를 살살 문질렀다.

“궁에는 벽과 기둥에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이래서야 고자설은 금방 사그라들겠습니다.”

“흠. 그건 곤란한데.”

전혀 곤란한 말투가 아니었다. 오히려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가 짓궂은 소년처럼 말했다.

“어디서 아들이랍시고 애라도 하나 데려올까?”

“…….”

“어디 감히 황상을 그런 눈으로 보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눈초리는 그대로 뒀다. 무륜이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웃었다.

“수발을 들게 하는 걸로 모자라 무시하는 눈초리까지. 아주 네가 상전이구나.”

“모르셨습니까? 먼저 반한 쪽이 지는 거라 하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애를 어르고 달래 물고 빨았으면 그 정도는 하셔야지요.”

“물고 빨진 않았는데.”

“반각 전에 있었던 일은 제가 꿈을 꾼 겁니까.”

“그건 다 큰 놈에게 한 거니까 논외다.”

헛소리를 주고받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무륜이 내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지분거리며 중얼거렸다.

“좋구나.”

그의 말이 옳았다.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꿈같은 나날이었다.

<외전1 호: 접지몽(虎: 接之夢) 완결>



흑월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잃어버린 귀중한 반지처럼, 그는 항상 내 머릿속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다 예고 없이 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청운관의 연무장에서 대련을 할 때. 여율령의 저택에 돌아와 쉴 때. 저잣거리를 걸을 때. 그리고…… 살을 섞은 후 나른하게 늘어진 무륜에게서 한탄 같은 말이 나왔을 때다.

“내 정인이 너무나 잘난 사내라 내 마음에 바람 잘 날이 없구나. 암묵단 단장에, 금군대장, 적국의 왕까지. 아주 쟁쟁한 사내들의 마음만 골라 훔쳤으니. 내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흑월에 대한 것도 알고 계셨습니까?”

“그는 진작부터 알았다. 그리 티를 내는데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가만히 기억을 더듬었다. 어쩌면 나보다 그가 먼저 흑월의 마음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중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꽤 둔하구나. 괜스레 민망해졌다.

“폐하께서 그때 절 구해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잘난 사내는 아예 없었을 겁니다.”

아부로 말을 돌렸다.

“또 그 잘난 사내가 다른 이 다 제쳐놓고 택한 분이시니, 폐하야말로 가장 잘난 분 아니겠습니까.”

일말의 과장도 없는 진심이기도 했다. 무륜이 재차 한숨을 푹 쉬었다.

“위중혁 놈이 신경 쓰여 그런다.”

하마터면 금국이 멸망할 뻔했던 전쟁이 끝나고 3년. 나는 여섯 살이 되었다. 혹은 스물여덟이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요즘 들어 나이를 언급하길 꺼리는 무륜은 서른둘이었다.

“지금 설마 투기하십니까.”

투기하는 서른둘에게 물었다.

“내가 유치하게 그런 걸 할 사람으로 보이느냐?”

서른둘은 유치했다.

“네. 보입니다.”

단호하게 답하자 그가 멈칫했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활짝 웃으며 이어 말했다.

“전 솔직한 사람이 좋습니다.”

“빌어먹을. 한다. 해. 아주 밤마다 그 생각만 하면 비단 금침을 박차고 일어나 서성일 만큼 신경이 쓰인다.”

“생각보다 중증이시군요.”

무륜이 뭐라 하기 전에 얼른 덧붙였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미소는 덤이었다.

“기쁩니다.”

“……3년 전에 고자라고 하지 말 것을 그랬다. 하더라도 후와 비에 대한 말이 나오도록 기다렸다 하는 것인데.”

그 말인즉, 내가 질투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는 뜻이다. 어찌 이리 생각하는 것도 귀여우실까. 무륜의 단단한 가슴팍에 입술을 묻으며 속살거렸다.

“해드릴까요?”

“엎드려 절을 받고 말지.”

“싫으시면 말고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무륜이 내 허리에 손을 감았다. 그러곤 모로 누워 있던 내 몸을 바짝 당겨 안았다.

“……해줄 테냐?”

머뭇거리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말에, 결국 배를 쥐고 웃었다. 연모하는 내 임은 서른둘이어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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