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연정기 4권
목차
13. (2)
14.
15.
16.
17.
18. 마리의 일기
19. (1)
13. (2)
북녘궁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부드럽게 목 뒤를 낚아채는 손길과 그와 대비되는 거센 키스였다. 지겹도록 빨렸던 입술이 다시 그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능숙하게 안쪽으로 이끌었다. 그가 날 때부터 자란 궁이니 눈 감고도 길을 찾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입맞춤에 몇 번 헛발질을 하고 나니 이불 위에 누워 있던 것은 충분히 놀랄 만했다.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순에 당황해 그의 어깨를 퍽퍽 때렸다.
그러나 그는 내가 호흡 부족으로 숨이 넘어갈 때가 되어서야 겨우 맞부딪쳤던 입술을 떼어냈다. 가쁜 숨이 서로의 얼굴 사이로 흩어졌다.
“하아, 천, 천히 좀… 해.”
누가 따라오는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조급한 모양새였다. 주몽은 내 말에 멈칫하더니 다시 내리던 입술의 속도를 늦췄다. 촉, 초옥… 타액에 젖은 얇은 피부가 가볍게 문질러졌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나는 그 짧은 키스를 받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 두 번째 밤을 보내고 나면 남은 여유분은 단 하룻밤이었다. 이성적으로는 그를 최대한 달래 ‘밤’을 보내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내가 과연 그를 거부할 수 있을까?
안쓰럽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와의 밤은 내가 고구려로 건너가겠다는 약속의 증표였다. 마땅한 이유 없이 관계를 거부한다면 도리어 막아두었던 의심의 둑을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나는 최대한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삽입을 피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머리가 아프다고 해볼까. 미미한 두통이 남아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 나았다고 안심시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다.
소원 들어줄 테니까 오늘은 하지 말자는 건…….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회피하는 게 티 나는 건 둘째 치고 주몽이 다섯 살배기 애도 아닌데 통할 리가 없었다.
그때 목덜미에서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주몽이 내 목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그가 불퉁한 태도로 상처를 한 번 핥더니 속삭였다.
“형님…. 제게 집중해주십시오.”
관심이 필요한 강아지가 입질을 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낮의 가여운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이 하룻밤은 내게 외로움을 토로하던 그가 간절하게 청한 것이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낮에 흘렸던 눈물은 이미 흔적도 남지 않았지만 손끝이 서걱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가 그런 내 손에 괜찮다는 듯 코를 부볐다. 달래야 할 사람은 나인데 우습기도 하지.
어느새 앞섶은 풀어 헤쳐져 있었다. 그의 손이 내 허리를 지분대더니 배를 쓸고 올라왔다. 거친 손바닥이 지나갈 때마다 마찰에 의한 열이 미미하게 올랐다. 나는 그 손길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우선 하자는 대로 해줘서 안심을 시킨 뒤 거부할 타이밍을 노려볼 생각이었다.
“으응…….”
그러나 마음이 냉정한 것과 달리 이성은 아직은 낯선 성감에 서서히 흐려졌다. 화롯불과는 다른 열기가 주변을 데웠다.
그래도 저번처럼 우물쭈물 휩쓸리긴 싫었다. 나는 두 손을 둘 곳을 찾다 그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천천히 쓸어내리자 단단한 근육들이 손바닥 아래로 느껴졌다. 남들은 재롱부릴 때부터 활을 쏘고 말을 타서 그런지 몸에 군살이 하나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감탄스러운 눈으로 팔뚝을 조몰락대다 문득 웃음이 터졌다. 내 쇄골에 입을 맞추던 그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아니. 옛날 생각나서. 너 어렸을 때는 진짜 한 줌이었는데.”
주몽이 볼을 삐죽 부풀렸다. 말 한마디에 삽시간에 불퉁해진 얼굴이 귀여웠다. 그러나 그가 내 위로 전신을 드리우자 웃음은 씻은 듯 사라졌다. 맞닿은 허벅지가 느릿하게 비벼졌다.
“지금은, 다 큰 것 같습니까?”
“어…….”
허벅지에 묵직한 질량감이 얹혔다. 너무 잘 커서 문제지. 당황스러움에 어버버 하는 동안 그가 다시 입을 맞춰왔다. 부드럽게 감기는 혀가 입천장 안쪽 여린 살을 자극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숨어 있던 혀를 찾아내고 무례하게 빨아당겼다.
“흐으, 흣.”
나는 금세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내가 키스를 따라가는 데 급급한 동안 그는 내 치골과 허벅지 따위를 만져댔다.
그 손이 엉덩이를 움켜쥐고 그 사이를 파고들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느닷없는 침입에 놀란 몸에 힘이 가득 실렸다. 도저히 열리지 않는 입구를 몇 번 매만지던 그가 혀를 차며 손가락을 물렸다.
“시일이 오래되어 입구가 다시 닫혔습니다.”
“거긴, 읏, 원래 그런…….”
“어서 제 것에 맞춰져야 형님께서 고생이 없으실 텐데요…….”
도대체 제 할 말만 하는 것은 누구에게 배워 먹은 버릇인지.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소리에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러나 그는 내 항의를 무시한 채 등잔 기름을 끌고 왔다. 저번에 썼던 것과 같은 동백기름이었다. 항상 예쁘다고 생각했던 손가락이 기름을 떠서 내 뒤에 발랐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다리가 떨렸다. 몸이 지난밤을 기억하고 보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는 내 무릎에 입을 맞추더니 허벅지를 한 팔로 감아쥐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연약한 살에 주어지는 간질거리는 자극에 신경이 쏠린 사이 손가락 하나가 내 뒤를 꿰뚫었다.
“아!”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기름의 도움을 받은 손가락은 한 마디도 들어오기 힘들어했던 방금 전과 달리 제법 속을 파고들었다. 주몽이 안을 부드럽게 휘저으며 물었다.
“아프십니까?”
“아, 으응… 아파….”
솔직히 말해서 아프진 않았다. 기름은 충분했고 그의 ‘진짜’ 사이즈를 알고 있는 마당에 손가락 하나 정도는 애교 수준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아프다고 말하면 그만두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러나 주몽은 단지 고개만 갸웃거리더니 말릴 새도 없이 내 성기를 쥐었다.
“자, 잠깐…. 흣!”
손바닥에 묻은 미끄러운 기름이 왕복 운동을 도왔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허리가 이리저리 비틀렸지만 허벅지를 단단히 감아쥔 팔과 뒤에 드나드는 손가락은 내 버둥거림을 단지 몸부림에 그치게 했다.
피할 수도 없이 성기가 앞뒤로 흔들리고 만져졌다. 오래 지나지 않아 배 속이 뜨거워지고 아래가 빳빳하게 섰다. 나는 바르작거리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
“자꾸, 흐, 그, 그만 만져…….”
“아직도 아프십니까?”
그가 내벽을 휘젓던 손가락을 빼냈다. 고작 하나였지만 이런 일에 익숙지 않은 뒤는 빠져나가는 손가락에 그대로 달라붙었다.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정황상 나가지 말라 조르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주몽은 그런 내 뺨에 입을 맞추더니 기름접시를 통째로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내 하복부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해, 해야!”
미지근한 액체가 잔득하게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조심스럽게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었다.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과 달리 기름으로 미끈거리는 뒤는 별다른 고통 없이 받아냈다.
그가 손가락을 넣고 억지로 벌릴 때마다 기름이 안으로 스며들며 그의 작업을 도왔다. 나는 끙끙거리다 얼굴을 가렸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과분한 처지였던 모양이다. 입구에서 둥글게 휘저으며 내게 힘을 빼길 종용하던 손가락이 순간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예상치 못한 진입에 놀라 허리가 퍼뜩 튀었다. 그 바람에 깊이 박혀 있던 손가락의 각도가 뒤틀리며 어느 한 곳을 스쳤다.
“흐읏, 아!”
나는 눈을 크게 키웠다. 간신히 덮었다고 생각한 쾌감의 불씨가 순식간에 튀어 올랐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지난번에도 그가 이곳을 집요하게 눌렀던 기억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동시에 낯설다 못해 두렵기까지 했다. 뒤로도 느낄 수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당하는 것은 아직 충격을 동반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형님께선 이곳마저 참 다정하십니다.”
하지만 그 충격마저 주몽이 살짝 뺀 손가락을 다시 쑤셔 올리자 하얗게 변해 사라졌다. 눈앞이 깜박거리고 허리가 저절로 뒤틀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도망을 가고자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 올렸다. 그러나 내 허벅지를 잡은 그의 손이 간단하게 나를 저지했다.
“아, 잠, 아윽, 잠깐, 흐, 흐으…….”
“이렇게 찾기 쉽도록 얕은 곳에 있지 않습니까.”
손이 남아 있었더라면 분명 저 입을 막아 닥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새어 나오는 신음에 정신없이 두 손으로 입을 꾹꾹 막아야 했다.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리고 뒤가 움찔거리며 입구를 벌렸다. 그는 손쉽게 손가락을 늘려 내벽을 자극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에게 바짝 붙어 매달렸다.
“그, 그만하고, 흐읏, 그냥, 해….”
“아직 몸이 덜 열렸습니다.”
“괜찮으니까, 그, 그냥, 아! 빨리해줘…. 흐으….”
빨리하고 끝내버리게……. 뒷말은 알아서 삼켰다. 나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를 재촉했다. 어차피 입구를 여는 데 평생을 투자해도 그의 것이 다 들어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횟수가 몇 번 남았는지 셈해 보던 것도 낯선 쾌감 앞에서 모조리 사라졌다. 따지고 보면 이미 이만큼 온 이상 오늘은 글렀다. 그럴 바엔 얼른 해치우고 이 낯선 쾌감의 파도에서 헤어나오고 싶었다.
내 애원에 그가 머뭇거리며 손가락을 빼냈다. 나는 빠른 준비를 위하여 그의 바지춤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바지를 끌어 내리기가 무섭게 튀어나오는 성기는 이미 내가 손댈 구석이 없었다. 며칠 만에 봤다고 새삼 그 위용이 심각하게 느껴졌다.
……이거 지금이라도 발 빼야 하는 거 아닌가?
치솟는 욕구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주몽이 팔을 뻗어 내 어깨를 단단히 휘감았다. 그가 단단하게 세운 아래를 내 밑에 문질렀다.
뜨거운 귀두가 회음부를 찔러 올리자 허리가 움찔 떨렸다. 절대로 뚫릴 리가 없는 곳임에도 그가 성기를 잡고 밀어 올릴 때마다 움푹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생경한 두려움에 그의 팔을 더욱 단단히 쥐었다.
그런 나를 힐끗 본 주몽은 내 성기를 다시 쥐고 여러 차례 쓸어 올렸다.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았던 내 것이 울컥거리며 선액을 뱉어냈다. 쾌감에 의해 자연스레 목이 젖혀지고 아래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빠졌다. 그 순간을 노려 주몽은 제 성기를 내 뒤에 쿡 박아넣었다.
“아! 하아, 악!”
“하아…….”
결이 다른 신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나는 곧장 내 발언을 후회했다. 괜찮긴 무슨, 첫날 밤 때보다 훨씬 아팠다. 주몽이 힘을 풀어보라며 연신 입을 맞췄지만 들리지 않았다. 도저히 아래에서 힘이 빠지지 않았다.
내 조임에 힘든 것은 주몽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허리를 뒤로 물리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형님…. 긴장을 푸십시오. 정말 이러다 큰일 나십니다.”
그가 혀를 차며 다시 내 앞을 잡았다. 어느새 힘을 잃고 늘어져 있던 그것은 끈질긴 손길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그가 깊게 입을 맞추며 숨을 불어넣었다.
나는 그의 호흡에 맞춰 숨을 쉬며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 뻣뻣하게 굳었던 등이 겨우 늘어지며 둔통을 호소한 순간 그가 강하게 성기를 밀어 넣었다.
“흐, 아윽!”
푹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내 외마디 비명에 주몽이 다시 내 상체를 끌어안았다. 그가 등을 쓸어내리며 차분하게 나를 달랬다.
“도저히 빠지지 않으니 오히려 들어가는 게 나을 겁니다.”
“무슨, 흣,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가 낮게 웃었다. 지금 웃음이 나오냐? 그러나 분노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가 재차 허리를 쳐올렸기 때문이었다.
“읏, 아, 그, 그만, 아으!”
“쉬이…. 이제 다 들어갔습니다.”
“거짓, 말, 흐, 치지 마…….”
나는 손을 내려 아래를 더듬었다. 겨우 귀두만 사라진 수준이었다. 내 분노에 찬 음성에 그가 모른 척 입술을 붙였다.
그러나 그의 말이 일부는 맞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확실히 제일 커다란 부분이 들어오고 나니 나머지 진입이 한결 수월했다. 물론 버겁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그가 덜 열린 부분을 짓치고 들어올 때마다 속절없이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그래도…….
나는 신음을 참으며 팔을 뻗어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이것으로 아이의 외로움이 줄어든다면. 조금이나마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의 상처에 사죄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고통쯤은 참을 수 있었다. 이기적이게도 나는 이 고통이 그의 외로움과 등가교환 되기를 바랐다.
“나는… 괜찮으니까.”
간신히 뱉어낸 말에 주몽이 모양 좋은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그가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사실은 아직도 아프신 거지요?”
심장이 쿵 떨어졌다. 그 평범한 질문이 이상하게도 내겐 버거운 무게로 다가왔다. 나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럼 이 커다란 걸 넣는데 멀쩡하겠냐고 농담조로 답할 생각이었다.
그 순간 주몽이 내 이마 위로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 콧대가 비스듬히 닿고 중얼거리는 입술이 내 입술 위로 드문드문 스쳤다.
“미약하게 열이 남아 있습니다.”
“…….”
“그러니 괜찮다는 말 좀 그만하십시오.”
“……해야.”
“그게 무엇이든 간에…….”
그가 말끝을 흐리며 땀에 젖은 눈을 깜박였다.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은 현재의 고통만이 아닌 내 과거의 고통까지 더듬고 있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러나 고민이 매듭을 짓는 일은 없었다. 답도 모르는 입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허리 아래를 깊숙이 찔렸다. 내 입에서는 언어가 되지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 흐응! 으흑, 으!”
단단한 성기의 끝이 손가락으로 잔뜩 헤집어졌던 곳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섬세하고 가는 손끝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는 내가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짓찧었다. 흡사 내 대답이 두렵다는 듯 눈을 감고 숨 쉴 틈도 주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결국 꺼냈을 말은 평상시와 비슷한 변명과 부정이 전부였을 텐데도.
고통과 그 속에 숨겨진 쾌감이 생리적인 눈물을 불러냈다. 닫힌 눈꺼풀 아래로 차오르는 물기를 그는 귀신같이 알아챘다. 고개를 낮춘 그가 내 눈가를 핥다 입을 맞췄다.
“형님.”
“흐, 흐읏, 하, 지마…….”
나는 괜히 고개를 틀었다. 그는 끈질기게 쫓아와 입술을 내렸다. 내 상황을 단 하나도 알지 못하는 그가 위로를 주는 것일 리가 없는데도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너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아는 것도 없으면서 내게서 괜찮다는 말마저 앗아가 버린다. 죄책감을 피할 마지막 방패를 빼앗는 대신 그 자신이 온몸으로 부딪쳐온다. 네게 이 예외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은, 정말…….
“하, 으, 아읏!”
그를 피하기 위해 몸을 뒤틀다 찔러 들어오던 성기가 엇나갔다. 그의 성기가 더욱 깊숙이 들어오며 아직 열리지 않은 깊숙한 곳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나는 곧장 고통에 신음했다. 반사적으로 감싸 쥔 배 위로 주몽이 손을 겹쳤다. 그가 손에 힘을 싣기가 무섭게 배 안이 죄어들며 그의 성기가 한결 더 명확하게 느껴졌다. 하지 말라는 내 만류에도 그는 배를 꾹꾹 누르며 위치를 가늠했다.
“저번에는 이곳까지 들어갔었는데…. 역시 준비가 부족했나 봅니다.”
“하윽, 으, 뭐……?”
나는 놀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번에 그렇게 울며불며해도 다 넣질 못했는데 그게 여기까지 들어왔었다니. 다방면으로 놀라운 인체의 신비에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오늘도 다 넣긴 무슨, 저번에 넣었던 것만큼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아래에 힘이 들어가며 내벽이 조여들었다. 한번 닫힌 곳은 그가 천천히 허리를 밀어 올려도 안을 열어주지 않았다.
주몽은 내 얼굴을 보더니 결국 천천히 성기를 빼냈다. 조금 전의 자극으로 잔뜩 부풀어 있던 속살은 그의 단순한 움직임에도 움찔댔다. 그가 붉어졌을 게 분명한 내 뺨을 손으로 훔치며 속삭였다.
“형님께서 더 이상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아…….”
나는 이제야 끝났구나 싶어 삼켰던 숨을 토해냈다. 그러기가 무섭게 허리가 꺾이며 하체가 들렸다. 내 허리 아래에 무릎을 받치고 다리를 단단히 잡은 그가 고개를 숙였다. 말릴 새도 없었다.
“아, 아… 지, 지금, 흣, 뭐, 흐, 흐윽!”
축축한 무언가가 벌어진 입구를 쓸었다. 그의 성기가 막 빠져나온 뒤는 아직 완벽하게 맞물리지 못했다. 작고 붉은 근육 덩어리는 그 틈을 유연하게 파고들었다. 나는 충격에 휩싸여 그를 마구 밀어냈다.
“읏, 하지, 흐응, 더, 더럽……!”
차라리 손가락이 나았다. 뜨겁고 종잡을 수 없는 혀는 골에 입을 맞추다 속으로 파고들길 반복했다. 그때마다 나는 그 부드러운 감각에 눈앞이 까맣게 흐려졌다. 그의 것이 빠져나갔음에도 내벽이 무언가를 조이고 싶어 하듯 힘이 들어갔다가 다시 녹진하게 풀렸다.
허리와 다리는 이미 축 늘어졌음에도 아래는 열이 오르고 있었다. 그가 첩첩 소리를 내며 뒤를 핥아 올릴 때마다 배 속이 뜨거워졌다. 혀가 안쪽으로 들어오기라도 할라치면 입구가 벌름거리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멈췄던 눈물이 다시 차오르고 신음이 물처럼 줄줄 샜다.
“아, 흐아! 흐으, 으응!”
“아직, 덜 풀렸습니다.”
입술을 떼고 손가락 하나를 넣어 본 주몽이 모자라다는 듯 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빼지 않은 손가락이 입구를 벌리고 그 사이를 빈틈없이 혀가 쑤셨다.
과한 자극에 입구가 바들바들 떨렸다. 다물고 싶었지만 통제가 안 되는 몸과 그사이 눅진해진 안이 스스로도 느껴져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하지만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마저도 자극으로 인식하는 자신의 몸뚱어리였다. 도망이라도 치려 해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 순간 더욱 깊숙이 박아넣은 손가락이 극점을 누르자 열이 불쑥 치솟았다. 붙잡힌 다리가 비틀리고 발가락이 곱았다. 나는 들어찬 손가락과 혀를 꽉꽉 조이며 사정에 이르렀다.
“으, 흐읏, 아아, 아!”
약간의 허탈감과 탈력감이 전신을 휩쓸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늘어져 숨만 몰아쉬었다.
절정이 가시지 않은 안쪽이 제멋대로 경련하며 그의 손가락을 조였다. 어느새 그는 고개를 들고 손가락을 세 개로 늘려 내 안을 매만지고 있었다.
이윽고 미소를 지은 그가 배에 뿌려진 내 사정액을 긁어다 자신의 성기에 발랐다. 여전히 발기가 죽지 않은 그것은 액에 뒤덮여 더욱 음란해 보였다. 나는 도망갈 기운도 잃은 채 커다란 대가리가 내 뒤를 꿰뚫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흐으윽, 흣…….”
“후우…….”
이전의 삽입과 그의 구음으로 완벽하게 풀린 안은 그의 진입을 수월하게 받아냈다. 그는 가까이에 숨은 내 극점을 찾아내 익숙하게 몇 번 쑤셨다.
그리고 내가 연이은 자극에 몸서리치는 사이 가장 안쪽으로 성기를 박아넣었다. 단단히 닫혀 있던 안이 꿈실거리며 그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의 성기 모양대로 안이 열리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전에도 겪었던 감각이었다.
“아, 아아, 그, 그만해…….”
하지만 이전과는 또 달랐다. 잘게 떨리는 안이 내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더는 안 된다고. 더 나간다면 정말 끝을 보게 될 거라고.
그 경고를 내 안에 몸을 파묻고 있는 주몽도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는 내 두려움에 가득 찬 시선을 그대로 받아넘겼다. 내 말이면 모두 곱게 웃으며 수용하던 아이가 아니었다.
그동안 쌓고 쌓이던 위화감이 파도처럼 방파제를 넘었다. 말리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그는 그대로 깍지를 껴 잡으며 허리를 쳐올렸다.
“흐으, 아! 흐아!”
절대로 열려서는 안 될 가장 깊숙한 곳이 열리며 아귀처럼 성기를 빨아들였다. 마치 스스로 움직이는 생물 같았다. 장기가 요동치며 귀두 끝을 오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뿌리 끝까지 품은 그의 성기를 더 삼키지 못해 안달을 냈다.
당황스러웠다. 그 커다란 게 다 들어왔다는 충격도 내 변화에 밀려 구석으로 사라졌다. 설마. 일시적인 거겠지. 너무 놀란 내장이 밀어내는 것을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가 정신을 수습하기도 전에 주몽은 허리를 뒤로 빼더니 재차 안쪽으로 들이밀었다.
“흐읏, 잠깐, 아!”
퍽, 강하게 찔러 들어오는 성기가 이전과는 달랐다. 깊숙한 곳을 내려찍은 그가 다시 성기를 물렸다. 내벽이 기둥을 따라붙으며 꽉 조이는 감각이 선명했다. 그는 입구 부분까지 귀두를 빼더니 단번에 치고 들어왔다.
“아, 흐아! 하악, 아!”
내벽에 멍이 들 것만 같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굵은 성기 끝이 가장 안쪽, 도톰하게 부푼 곳을 찌르는 순간 평생 겪지 못했던 진동이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가 성기를 쿵쿵 내려찍을 때마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아! 자, 잠시만! 으흑, 멈, 아, 멈추, 흐응!”
“형님을 닮아, 후, 이쪽도 다정하다는 말을 취소, 해야겠습니다.”
“윽, 흐읏! 흐아!”
“이리, 안쪽에 숨겨두셨을 줄이야.”
그가 말을 짓씹으며 같은 곳을 쑤셨다. 그의 말대로였다. 극점이라 생각했던 입구 쪽 도톰한 부분은 민감한 부분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끝을 마주한 지금은 쾌감으로 사방이 아득했다.
손이 닿지도 않은 성기가 움찔거리더니 말간 정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울음을 닮은 신음이 터져 나오다 끝내는 눈물이 터졌다. 박힌 채로 질질 흘리며 싸버린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으, 흐엉, 흑…….”
“하아…….”
그 와중에도 내벽은 착실히 꿈틀거리며 그의 성기를 먹어 치웠다. 그가 신음하며 성기를 깊이 묻었다. 느릿하게 바뀐 허리짓에도 속절없이 신음이 터져 나왔다.
빠른 시간 내 또 절정을 맞은 성기가 바르르 떨리며 남은 액을 뱉어냈다. 그럼에도 다시 설 것 같은 기분에 뇌가 엉망진창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절정감에 떨리는 내벽이 끈적하게 성기에 들러붙었다. 그마저 부어오른 내벽 위에 굴곡 있는 성기가 비벼지며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몇 번의 허리짓 끝에 깊게 파묻은 성기가 크기를 부풀렸다. 허덕이며 목을 젖힌 순간 뜨거운 액체가 몸 안에 울컥거리며 퍼졌다. 하필이면 가장 안쪽의 그곳이었다. 마지막마저 강한 자극이 퍼진 내벽이 제멋대로 박동하며 눈앞이 까맣게 점멸했다. 어느새 뻣뻣하게 섰던 성기가 또다시 묽은 액체를 뱉어냈다.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줄줄 흐르던 눈물이 명확한 형태를 가지고 토해졌다.
“나, 나, 흐으, 몸이 어떻게 되면, 흑, 어떡해…….”
“제가 평생 모시고 살겠습니다.”
“그게 뭐, 흐, 뭐야…….”
한번 터진 울음은 견딜 수 없는 쾌감과 맞물려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축축하게 젖은 뺨을 주몽이 핥아 올렸다. 귀에 간지러운 마찰음이 들리더니 아릿한 아픔이 느껴졌다. 내 귓가를 깨문 그가 뜨거운 숨을 뱉어냈다.
“형님…. 연모합니다.”
작은 소리였지만 귓가에 철썩 달라붙는 것 같았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그의 입으로 내뱉고, 내 귀로 듣는 것은 달랐다.
나는 놓아달라는 표시로 팔을 흔들었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짐승처럼 새카매진 눈동자가 그간 느꼈던 모든 괴리감을 공기 중에 풀어놓았다. 그가 내 입술을 씹었다. 그 자신도 열기를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왜?”
꾹꾹 묻어만 두었던 물음이 짙고 축축하게 터져 나왔다. 그가 멈칫했다. 나는 헐떡이며 다시 물었다.
“왜 나를 사랑해?”
“저를 살리고 다정하게 거두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또한 아주 일부분일 뿐이지요.”
“아니, 아니야.”
이유는 궁금하지 않았다. 아니, 궁금했지만 그 이유는 아니었다. 나는 허덕이며 외면하기만 했던 내 마음을 마주 보았다. 진실을 캐물었다. 부정을 깨뜨렸다.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어?”
운명을 타고난, 이 흘러가는 시간의 주인공인 네가 어떻게?
“……향하는 마음은 하늘도 붙잡을 수 없는 법입니다. 그 누가 사람의 마음을 저지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니 ‘어떻게’라는 단어는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나는 ‘운명’이라고 불리는 종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제멋대로 연결하는 하늘의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종이는 어떻게 되었는가? 어느 구석에 박혀 듬성듬성 적힌 글자들만 빛내고 있는가? 그 빈 공간은 순간순간 누구의 의지로 쓰여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 냈는가?
“형님. 형님께서, 형님 그 자체가 제 모든 연모의 원인이자 전부입니다.”
자신이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그가 쐐기를 박았다.
그 순간 나는 매번 느껴왔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는 이 부여 속 ‘캐릭터’가 아니었다. ‘종이’라는 줄에 매달려 휘적대는 꼭두각시가 아닌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이었다. 자유의지가 누구보다도 넘쳐흐르는 살아 있는 인물이었다.
그동안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몽이 내 통제 아래에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 최근 들어 드러난 그의 행동에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 말을 순순히 따르던 ‘주몽’이 나를 그의 의도대로 이끌고 내 상황을 통제하려 하는 그 모든 모습이 그를 휘두르기만 했던 내게는 너무나도 어색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퀘스트에 매몰되어 있었던 사람은 나였다. 스스로 원작을 잘 비틀어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종이’가 가장 뇌리에 박혀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이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퀘스트가 내린 ‘주몽’이 아닌 내가 이름을 붙이고 길러낸 ‘해’를 마주하고 있었다. 몇 번의 상황을 겪고도 나는 그 뼈저린 진리를 지금에서야 완전하게 깨달았다.
“…….”
“연모합니다…. 정말, 형님 없이는 아니 됩니다…….”
대답이 없는 내 뺨에 그가 조심스레 이마를 문질렀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이 척척하게 달라붙었다. 그마저도 좋다고 입술을 붙인다. 어깨를 조심스럽게 안아온다. 내리깐 속눈썹이 처연하게 일렁인다.
“……해야.”
그제서야 나는 완벽하게 인정했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던 내 모든 행동들은 실패했으며 모든 ‘예외’는 사실 내 행동의 결과였다는 것을.
외면했던 대가는 해의 연심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톡 자르면 사라지는 튀어나온 실밥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스무 해의 세월은 새로운 목도리를 짜서 내밀었다. 나는 어느새 목도리의 올처럼 자르면 줄줄이 풀려나가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너는……. 어째서.”
나를 사랑하게 되었니.
이제는 답을 아는 질문이 입 속으로 스러졌다.
그의 연심이 파도처럼 나에게 밀려왔다. 그저 그림인 줄 알았던 파도는 바라만 보고 있던 나를 남김없이 쓸어갔다. 파도가, 짠맛이, 내 숨통을 틀어쥐고 폐를 가득 채웠다. 나는 그 속에서 침잠하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