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章
손바닥으로 입술을 틀어막은 류희겸은 열이 오른 머리로 이대로 이곳에서 사라졌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그것은 이룰 수 없는 바람이었다.
벌거벗은 채 침상에 반쯤 기대어 앉은 류희겸은 아래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진혁위의 동그란 머리가 자신의 다리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뜨거운 숨결과 입술이, 그리고 혀가 성기를 자극할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뺨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빨갛게 변한 지 오래였다.
“으읏.”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별 효용이 없었다. 진혁위가 혀를 놀릴 때마다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류희겸은 자신의 신음이, 그리고 아래가 빨리는 젖은 소리가 부끄러웠다. 밀부를 온전히 내보이는 수치심에 목이 바짝 말라붙었다.
분명 진혁위가 바라는 것은 뭐든 해주겠다고 한 것은 자신이었다. 이전처럼 진혁위 앞에서 옷을 벗거나, 혹은 자위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진혁위는 하고 싶은 것을 할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것이었다.
아래가 빨린 적은 한 번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구음은 익숙해질 게 아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강한 자극에 몸이 제멋대로 떨렸다. 덜덜 떨면서 사정을 참고 있는데 진혁위의 입술이 음낭에 닿았다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설마 하는 순간에 구멍의 입구에 입술이 닿았을 때는 절로 몸이 굳었다.
세상에. 핥아질 거라고 상상도 못 한 곳에 혀가 닿자 머리가 텅 비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뒤틀었지만 허벅지가 단단히 붙들린 탓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류희겸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진혁위의 머리를 필사적으로 밀어냈다.
“그, 그만하십시오. 왕야.”
류희겸의 다급한 애원에 진혁위가 얼굴을 들었다. 해가 진 후 등불을 켜둔 막사는 그리 밝지 않았다. 진혁위의 얼굴에 한껏 드리워진 그림자에 짙은 욕망이 드러났다.
“다 해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래도 이건……. 읏.”
진혁위가 흥분한 성기를 길게 핥는 바람에 류희겸은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잔뜩 발기한 성기 끝에서는 이미 선액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빨아도 사정을 안 하고 있잖아. 이걸 어찌 참아?”
“왕야.”
류희겸은 뒤로 몸을 빼내려고 했다. 그러나 허벅지를 더욱 단단히 붙잡은 진혁위가 살 안쪽에 입을 맞추고는 올려다보았다.
인정사정없이 성기를 빨던 것과는 다른 부드러운 애무에 류희겸은 이미 잔뜩 붉어진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진혁위가 저 자세로 시선을 주는 것은 심장에 좋지 못한 광경이었다.
“부들부들 떨고 있으면서.”
“그러니까 놓아주시면―”
“내가 못해?”
“아, 아니요.”
“그럼 사정을 해야지.”
명령처럼 속삭인 진혁위가 몸을 일으켜 입술을 살짝 맞부딪혔다. 그리고는 뺨과 목덜미에, 가슴 사이로 입술을 미끄러뜨리며 핥고 깨물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류희겸은 헛숨을 들이쉬며 신음을 삼켰다.
막사의 천막은 두꺼웠지만 방음 능력은 그저 그랬다. 조용한 밤에 흐트러진 신음이 한 번씩 흘러나갔다. 바로 지척에서 호위들이 번을 설 것이기에 류희겸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소리를 막았다. 그러나 진혁위는 그것을 싫어했다.
진혁위는 전쟁터에서도 다들 할 거 다 한다면서 아무렇지 않아 했다. 몇 번이고 서로 다투고 협상을 하다가 진혁위를 걷어찬 끝에 류희겸이 이겼다. 류희겸은 손으로 입을 막을 권리를 지켜냈다.
진혁위가 유두를 크게 깨물어 오자 류희겸은 허겁지겁 입을 틀어막았다. 자지러지며 흐느끼는 신음이 손에 막혀 뭉그러졌다.
뜨거운 입술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배꼽 주변을 길게 핥던 남자가 다시 류희겸의 성기를 깊게 삼켰다. 강한 압력에 류희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신음은 막을 수 있어도 쾌감을 참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류희겸은 진혁위의 입 안에서 토정을 하고 말았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은 하얗게 부서졌다. 쾌감을 토해 내는 와중에도 아래를 계속 빨렸다. 뜨거운 입 안이 꿀꺽 하며 정액을 삼키는 것이 느껴져서 류희겸은 계속 눈을 감고 있어야 했다.
한참 후에 사정을 끝내고 나서야 진혁위가 류희겸을 놓아주었다. 겨우 눈을 뜬 류희겸은 눈물로 엉긴 시야로 진혁위의 입가에 흐르는 정액을 보고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특히 그가 입가를 혀로 핥는 것을 보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좋은 것과 별개로 왜 저걸 먹나 싶었다.
“왜 그리 봐?”
“그걸 왜 드십니까?”
“싫었느냐?”
진혁위가 류희겸을 반쯤 올라타며 물었다. 뺨을 쓸어내리는 남자의 손길은 부드러워서 류희겸은 어깨를 떨었다.
“그게 아니라, 왜 드시냐고요. 맛없지 않습니까?”
“하다 보니 삼켰다. 이러면 귀비가 아주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고. 그렇게 노려보는 것도 좋다.”
어린아이처럼 무해하게 웃음을 터트린 진혁위가 손에 향유를 듬뿍 부었다. 그리고 류희겸의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미끄러트렸다.
이미 흐물흐물 풀려버린 류희겸은 진혁위를 거부하는 시늉조차 내지 못했다. 안을 파고든 손가락은 약한 곳을 문질러댔다.
한 손으로 진혁위의 어깨를 붙잡은 류희겸은 다른 손으로 미리 입을 막았다. 아래를 들락날락거리는 손가락은 하나씩 늘어서 세 개가 되었다. 마치 교합이라도 하듯이 움직이는 손가락은 점막을 짓누르며 집요하게 쾌감을 이끌어냈다.
오싹한 감각에 온몸이 흠칫거렸다. 발버둥치고 싶은 것을 참으며 류희겸은 이를 악물었다.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꿈틀거려.”
귓가에서 진혁위가 아주 친절하게 속삭였다. 진혁위는 종종 진이 빠지도록 애무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럴 때면 욕망 어린 시선이 얼굴에 닿아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지금도 그랬다. 웃고 있는 남자의 눈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했다.
“이제. 흐읏. 이제 그만. 읏. 하으, 읏.”
계속되는 자극에 류희겸은 그만해도 된다는 말을 끝맺음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진혁위가 손짓을 멈추었다.
“왜? 못 참겠어?”
“예.”
류희겸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위가 손을 빼내고는 류희겸의 허리를 잡았다.
“엎드리는 것이……. 아니다. 상처가 벌어지겠군.”
“괜찮습니다.”
이마가 찢어지기는 했지만 상처는 깊지 않았다. 엎드리는 것은 별거 아니었기에 류희겸은 괜찮다고 했다.
“괜찮지 않다.”
혀를 찬 진혁위가 잡아당기는 힘에 류희겸은 몸을 일으켰다. 어리둥절한 사이에 어느새 진혁위의 다리를 타고 앉은 자세가 되고 말았다. 무릎을 꿇은 탓에 완전히 무게를 싣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왕야?”
“직접 넣어보거라.”
“……?”
진혁위의 요구가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이해하지 못한 류희겸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자 진혁위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귀엽게 눈을 깜박이면 어떻게 하느냐? 여기에 넣어보라고.”
엉덩이를 붙잡은 진혁위의 손가락이 구멍 입구를 쓱 쓸었다. 야릇한 감각에 류희겸은 눈을 크게 떴다.
“제……가요?”
“그래. 직접.”
류희겸은 흥겹게 웃는 진혁위의 얼굴과 아래를 번갈아 보았다. 잔뜩 발기한 두 개의 성기가 거의 맞닿다시피 한 상태였다. 한 번 사정한 자신과 달리 진혁위의 것은 핏줄까지 솟아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이걸 직접 넣으라고? 어떤 자세가 되어야 하는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큰 다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미 흐물흐물하게 풀어졌으니 잘 들어갈 것이다.”
입구를 건드렸던 손가락이 이번에는 구멍 안으로 깊이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자극받은 안은 다시 징징 울리며 손가락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가라앉았던 쾌감이 단번에 치솟았다. 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것은 강한 자극이었다.
빤히 바라보고 있는 진혁위 앞에서 제어되지 않는 감정을 모두 내보이는 것은 여전히 난감하고 망설여졌다. 그래도 무엇이든 한다고 했으니 해야 했다.
“하겠습니다.”
진혁위의 어깨를 잡은 류희겸은 천천히 무릎으로 섰다. 진혁위의 손가락이 아래에서 빠져나가고 대신할 것을 가져다 대었다.
젖은 귀두가 구멍 위로 비벼지는 감촉은 이상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라 자꾸 멈칫거려졌다. 거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혁위의 성기를 자신의 아래에 맞대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 몸은 달아올라 있는데 삽입이 쉽지 않았다.
“도와줄까?”
“……예.”
진혁위가 짓궂게 웃는 것이 얄미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혼자서 허둥거리기보다는 진혁위의 도움을 받는 게 나았기에 류희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내가 벌려주지.”
진혁위의 손이 엉덩이 한쪽을 잡아 벌렸다. 그러자 아래의 구멍과 진혁위의 성기 끝이 맞물려 들었다. 안이 풀렸다고 해도 커다란 성기를 한 번에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류희겸은 무게를 이용해 천천히 몸을 내렸다.
아래가 벌어지면서 몸이 꿰뚫리는 감각은 언제나 괴상했다. 그러나 기대감에 몸이 흠칫거리며 떨렸다.
“엄청나게 조인다.”
진혁위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류희겸은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진혁위의 시선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읏……. 흐윽.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안다.”
고지식하게 대답하는 류희겸 때문에 진혁위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애교라고는 좁쌀만큼도 없는 남자는 마치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진혁위는 목마름을 느끼며 류희겸을 찬찬히 살폈다. 일렁이는 등불 아래 붉게 상기된 뺨과 난처한 듯 구겨진 미간에, 악다문 붉은 입술에 시선을 빼앗겼다. 잔뜩 긴장한 탓에 팔과 복근에 근육이 선명하게 솟았다. 흐트러진 류희겸의 모습에 성기가 삼켜지는 것만큼이나 희열을 느꼈다.
아직은 이성을 유지하며 즐길 수 있었기에 진혁위는 손으로 류희겸의 허리를 가볍게 쓸었다. 겨우 성기를 반쯤 집어삼킨 류희겸이 흠칫거렸다. 민감한 반응을 즐기며 진혁위는 류희겸의 등을 길게 쓸다가 이번에는 양쪽 엉덩이를 꽉 잡았다.
“왕야?”
“이러다가 날이 새겠다.”
“갑자기……. 흑.”
진혁위의 손이 이끄는 대로 성기가 쑥 밀려들어 왔다. 갑작스러운 삽입의 충격에 류희겸은 진혁위의 어깨를 부여잡고 덜덜 떨었다. 올라탄 자세 때문에 깊은 곳까지 들어찼다. 꽉 조인 내벽에 성기의 모양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움직여보아라.”
“아직…… 기다려주십시오.”
“너무 조여. 힘을 빼야지.”
진혁위가 아무리 다정하게 말해도 힘을 빼는 것은 어려웠다. 몸은 달아올랐는데 혼자서 움직이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흑. 거긴. 아흣.”
겨우 숨을 고르고 있는데 진혁위가 유두를 아프게 잡아당겼다. 몇 번이나 빨고 깨물었던 탓에 유두는 도톰하게 부어 있었다. 그만큼 류희겸은 자지러졌다.
“놓아주십, 놓아주십시오.”
가슴께에서 번지는 저릿한 아픔에 류희겸은 덜덜 떨면서 진혁위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삽입도 겨우겨우 하고 있는데 진혁위가 주는 자극은 감당이 되질 않았다.
“비틀어줄까?”
한껏 가라앉은 진혁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손짓은 그렇지 못했다. 이제는 잡아당기다 못해 비트는 손길에 화끈한 통증과 시린 오싹함이 번져 온몸이 굳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좋은 것이 수치스러웠다.
“아, 아픕니다.”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잖아. 움직여야 놓아줄 것이다. 인내심이 바닥나려고 해. 응? 겸아.”
이번에는 유두를 꾹 누르는 손길에 류희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진혁위는 희롱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자신이 먼저 움직여야 했다.
류희겸은 무릎에 힘을 주고 천천히 하체를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내벽이 딸려 나갔다가 밀려드는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이를 악물며 동작을 반복하자 이번에는 젖은 소리가 울렸다.
얼굴이 홧홧해질 정도로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움직임에 집중하려고 했다. 사실 길게 생각할 수도 없었다. 단단하고 뭉툭한 성기가 내부를 찔러드는 감각은 아픔보다 더 큰 쾌락을 선사했다.
류희겸의 몸짓은 서서히 빨라졌다. 성기를 거의 빼낼 것처럼 하체를 들어 올렸다가 단번에 아래로 내리면서 성기를 삼켰다.
시야가 하얗게 번쩍거리는 와중에 스스로의 움직임으로 쾌감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났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를 얼른 해소하고 싶었다.
“아직 아니야.”
“뭐가……. 흐으. 읏. 자, 잠깐.”
잔뜩 발기한 성기가 진혁위의 손에 잡히는 바람에 류희겸은 놀란 새처럼 파드득 떨었다. 조금 전까지 유두를 잡고 있던 진혁위의 오른손 엄지에 귀두 끝이 꽉 틀어 막히고 말았다.
“귀비의 안이 뜨거워서 더 즐기고 싶다.”
속삭임과 함께 진혁위의 입술이 맞닿았다. 입맞춤은 느릿하고 부드러웠다. 동시에 진혁위의 손짓에 따라 그의 것을 가득 품은 채 몸을 흔들었다. 커다란 성기가 내벽을 커다랗게 휘저을 때마다 미쳐 버릴 정도로 좋았다.
신음이 마구 튀어나올까 봐 이성을 놓을 수가 없었다. 류희겸은 진혁위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마음 같아서야 짓궂게 구는 남자를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감히 고귀하신 분께 그럴 수는 없었다.
내부를 자극하는 감각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폭력에 가까운 쾌락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파정을. 읏. 아흣. 파정을 하고.”
“아직은 아니다. 좀 더 버텨봐.”
“그만. 읏.”
흐느끼듯 튀어나오려는 신음 때문에 문장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류희겸은 손으로 입을 막는 대신에 진혁위의 어깨에 이마를 문질렀다. 쾌락에 헐떡이는 것과 별개로 사람을 쥐어짜는 진혁위에 대한 원망이 샘솟았다. 절로 진혁위를 끌어안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바짝 자른 손톱으로는 진혁위의 등에 긁힌 자국을 내지 못했다. 다만 악력이 센 만큼 멍은 남길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 진혁위가 아프다고 하면 못 들은 척할 것이다.
제어할 수 없는 쾌락은 이성을 잡아먹었다. 머릿속에서 내리치는 하얀 섬광에 소심한 복수의 계획은 온전히 이어지지 못했다. 본능대로 허리를 움직이면서 신음을 삼키며 입술을 깨무는 것이 류희겸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잠시 움직임을 멈춘 진혁위가 성기를 붙잡고 있던 손을 떼었다. 압박감이 사라지자 류희겸은 덜덜덜 떨었다. 한계는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이대로 조금만 움직여도 사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에 진혁위의 양손에 엉덩이가 붙잡혀 강한 삽입이 이루어졌다.
“하윽. 아. 읏!”
사정은 순식간이었다. 길게 몸을 떤 류희겸은 진혁위의 배를 더럽히며 몸을 굳혔다. 반사적으로 아래를 꽉 조였지만 진혁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하게 쳐올렸다. 마치 몸이 꿰뚫리는 듯한 충격에 류희겸은 그저 진혁위를 끌어안고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한참 후에야 뜨거운 것이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류희겸은 진혁위의 어깨에 기댄 채 숨을 헐떡이며 정신을 일깨웠다. 머리가 멍하다 못해 이명이 울렸다.
그래도 맞닿은 몸으로 자신과 진혁위의 심장 소리가 엇박자를 내며 뛰는 것이 느껴졌다. 지독한 쾌감이 사라지자 땀 냄새와 허덕이는 숨결이, 그리고 둔통이 생생했다. 자극이 멈췄는데도 뒤가 저릿하게 울렸다.
이대로 잠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슬쩍 상체를 뒤로 물린 진혁위가 뺨을 잡고는 눈을 마주해 왔다. 눈물로 젖은 시야에 웃고 있는 진혁위의 얼굴이 들어왔다. 짙은 그늘이 그의 뺨에 드리워졌지만 뺨이 상기된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울었어?”
“아니요.”
“눈이 젖었는걸.”
“하다 보니…….”
하다 보니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왔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말을 적당히 얼버무리는데 진혁위가 젖은 눈가를 엄지로 닦아주었다. 뒤이어 입술까지 닿았다. 부드러운 접촉에 류희겸은 어딘가를 긁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등을 어루만져 오는 커다란 손 때문에 어깨를 움칫거렸다. 남자의 손은 명백하게 불손한 의도를 담고 있었다.
“하시려고요?”
“그래.”
지금껏 진혁위가 한 번만 하고 끝낸 적은 얼마 없었다. 그러나 뒤이어 하려면 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럼 자세를…….”
“자세를?”
“자세를, 바꿨으면 합니다.”
류희겸은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목소리에 힘을 주고 대답했다. 진혁위를 타고 앉아 한 적은 이전에도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했다. 흠뻑 젖은 뒤가 지금도 불편했다.
“귀가 빨개졌다.”
“압니다.”
“나는 이 자세가 좋은데. 뭐가 싫은 것이냐? 응?”
진혁위가 뺨을 부비며 흥겹게 농을 건네는 바람에 류희겸은 웃었다. 이런 식으로 만지작거리는 것은 진혁위가 좋아하는 후희였다. 열이 식어가던 몸이 진혁위의 손길에 다시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바람에 류희겸은 조금 난감해졌다.
“싫은 건 아니고, 힘듭니다.”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진짜입니다.”
류희겸은 선명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진혁위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노려보고 있는데도 진혁위가 눈을 둥글게 휘며 미소를 지었다.
“맨입으로?”
“접문을 하면 됩니까?”
“용맹한 귀비가 이럴 때면 몸을 사리는구나. 그리 묻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시비 아닌 시비에 류희겸은 충동적으로 입술을 맞대려다가 멈칫했다. 거의 코가 닿을 거리에서 진혁위와 시선이 얽혔다. 그의 눈은 왜 접문을 하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순순히 입맞춤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진혁위의 반듯한 이마가, 높은 코끝이, 깊은 눈매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입술 말고도 입맞춤을 할 곳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태경 제일의, 아니, 어쩌면 대연국 제일의 미남자는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왜 그러느냐?”
류희겸은 대답 대신에 진혁위의 왼쪽 눈가에 입술을 찍었다. 다음은 발그레한 뺨이었다. 가벼운 접촉에 진혁위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좋았다.
“뭐야?”
“행동으로 보이라면서요?”
“이런. 접문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
이번에는 진혁위의 입술이 먼저 닿았다. 혀에 혀가 비벼지며 입 안으로 들어온 말랑한 살덩이가 부드럽게 안을 훑어 왔다. 혀가 빨릴 때마다 젖은 소리가 울려댔다.
오싹한 자극에 내벽의 주름이 오그라들면서 품고 있는 성기를 조였다. 맞닿은 부분에서 뛰는 맥박이 온몸으로 번졌다.
천천히 진혁위가 허리를 움직였다. 깊이 들어왔던 성기가 약한 곳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자세는 바뀌지 않았지만 류희겸은 다시 진혁위를 끌어안았다.
*
이른 새벽이었다. 설핏 잠에서 깬 진혁위는 반사적으로 품 안에 안겨 있는 사람의 기척을 확인했다.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고 있는 류희겸이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그가 자신의 품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 진혁위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류희겸을 품에 안고서야 잠드는 버릇이 생겼다. 야전에 세워진 막사는 왕부의 안락한 건물에 비해 추웠다. 또한 지난 생에서 류희겸이 도망갔던 것이 비슷한 구조의 막사였던 이유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품에 이렇게 안고 있어도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자다 깨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몸은 힘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한 번씩 깨서 류희겸의 존재를 확인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진혁위는 조심스럽게 류희겸을 고쳐 안았다. 묵직한 온기를 만끽하며 눈을 감고는 선잠을 자며 꾼 꿈을 되새겼다.
지난 생에서 류희겸은 자신의 귀비가 아니라 희가의 객인으로 전쟁에 나섰다. 중양절에 일어난 일 때문에 자신을 피해 다니는 류희겸을 붙잡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류희겸은 약속을 지켰다. 대신에 제대로 눈을 마주하지 않고 슬쩍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그때마다 민망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희범영의 심부름으로 차를 가져온 류희겸이 눈을 내리깔며 단답식으로만 대답하자 인내심이 바닥나고 말았다.
‘민망한 게 아니라 본왕이 싫은 것이냐?’
‘아닙니다. 왕야. 오해이십니다. 희범영 장군께는 전하께서 선물을 받고 흡족하셨다 전하겠습니다. 이만 물러나옵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얄미울 정도로 제 할 말만 하고는 뒷걸음질을 치는 류희겸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몸이 움직여 류희겸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제야 당황하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만약 그때 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보지 못했더라면 진짜 화를 낼 뻔했다.
‘왕야?’
‘안 피하기로 했잖아. 내가 보기 싫어? 그래서 그래?’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민망해서 그럽니다. 이제 놓아주십시오.’
‘민망한 게 전부야? 다른 건?’
입술을 달싹거리는 류희겸의 얼굴은 당혹스러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진혁위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대하자니 목이 탔다.
‘왕야를 뵈면,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그랬습니다. 민망하고 당황한 것을 갈무리 못 하여 왕야의 심기를 어지럽혔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디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차분한 대답과 달리 류희겸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시선은 올곧지만, 갈망이 느껴졌다. 진혁위는 자신이 잘못 읽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몸이 먼저 움직였다.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입술을 맞댔다. 류희겸은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피하지 않았다. 그대로 이어진 입맞춤이 깊어졌다. 서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면서 침상으로 향했다. 마치 애송이가 된 것처럼 옷을 벗고 서로의 것을 만져댔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던 진혁위는 반쯤 잠이 든 와중에도 웃고 말았다.
둘 다 아무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일을 치고 나서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로 서로를 보다가 시선을 피했다. 허둥지둥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류희겸이 죄송하다고 물러나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붙잡았다.
이번에야말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류희겸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그저 이대로 지내면 된다고 거절을 거듭하며 강경하게 굴었다. 결국 나중에 다시 보자는 약속을 하고는 그를 돌려보냈다. 헤어지기 직전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는데도 류희겸은 피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때 류희겸과 정인이 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복수에 눈이 먼 류희겸은 그저 황족의 변덕스러운 놀음에 어울려주는 거라고 여겼던 것 같았다.
나쁜 남자 같으니라고.
진혁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잘못한 것이었다.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혼자서 착각하고 정인이라고 여긴 것이었다. 어리숙하고 순진하고 바보 같았던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손에 넣자마자 귀비로 삼았다. 누가 뭐래도 이제 그는 자신의 사람이었다.
품 안에 있는 류희겸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며 잠을 청하려던 진혁위는 달콤한 향기에 눈을 떴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다. 번을 서는 호위들조차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겨내며 추위를 떨쳐내려는 순간은 조용하기만 했다. 막사 내부도 안을 밝히는 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달콤한 향기가 날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것도 어느 특정한 곳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온몸에 향유라도 바른 듯이 사방에서 났다. 복숭아, 귤, 사과와 포도, 석류. 온갖 과일이 섞인 은근한 향기는 입 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자극적이다 못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진혁위는 고개를 들어 향기의 진원지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마치 증발한 것처럼 향기가 사라졌다.
이상하다 못해 기괴한 현상에 진혁위는 미간을 구겼다. 누군가가 과일을 먹다가 땅에 묻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단번에 향이 사라질 수는 없었다.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것 같았다. 향기의 여운은 몸에 남아 있는데, 코에서는 아무것도 맡아지지 않았다.
“아…….”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깨달음에 진혁위는 작게 탄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류희겸의 동그란 머리통을 내려다보았다. 깊이 잠이 든 류희겸은 주변의 부산스러움에도 미동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류희겸의 머리에 코를 박은 진혁위는 코를 킁킁거렸다. 조금 전의 자신을 감쌌던 달콤한 과일 향기는 나지 않았다. 대신에 살과 땀 냄새가 났다.
“아닌가?”
진혁위의 의문을 해소해 줄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옥안인을 닦달하여 음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황제의 권능이라고 불리는 힘과 관련된 기록은 모두 태의원과 문집청(文集廳)에 있었다. 모두 기밀로 분류되어 반출되지 않는 것들이었지만, 진혁위는 황제의 허가를 받아 태의원과 문집청에 며칠 동안 등청하여 관련된 문서와 서적을 읽었다.
진혁위의 기행이 소문나자 제법 친하게 지내던 능군왕이 슬쩍 언질을 주었다. 짝이 음인으로 변모하면 당장에 알 수 있으니 조바심 내지 말라고.
양인은 향기로 제 짝의 변모를 알아차리게 된다고 모든 서적에 적혀 있었다. 달콤한 향, 꽃의 향, 고고한 숲의 향. 과일과 관련된 것은 없었지만 달콤한 것과는 맞아떨어졌다.
류희겸과 달콤한 과일 향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혁위는 류희겸의 목덜미에 다시 코를 들이밀었다. ……향기가 나지 않는 것은 여전했다. 슬쩍 혀를 대어보지만 역시나 아무 맛도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내심 실망하던 진혁위는 잠이 묻어나는 류희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늦게 잠든 류희겸을 이렇게 깨울 생각은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자라.”
“……예.”
다정히 어깨를 도닥이자 류희겸은 금방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으며 진혁위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누워 따끈따끈 열을 내는 류희겸을 끌어안았다.
해가 뜨면 옥안인의 진찰부터 받게 할 것이다. 자신의 간절함이 꿈으로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음인으로 변화하는 징조인 것인지 확실히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진혁위는 류희겸을 단단히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