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전생-137화 (137/275)

제137화

“한데 어찌 총군사께서 직접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저는 사실 곽 소협이나 다른 분이 오실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문에 잠시 놀랐습니다.”

송운의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애써 쓴웃음을 삼키던 제갈염이 답을 해왔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아무나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한데 송 소협에겐 실례가 되는 말일지도 모르겠으나……. 진정 그것을 눈으로 본 것이 확실합니까?”

사실 놈들과 정면으로 마주쳤다면 이 정도로 온전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지난번 일을 생각한다면 그의 무위가 어느 정도 감안이 되었으나 이는 오로지 추측일 뿐.

‘역시 우선은 의심이 먼저인가.’

그 누구도 송운이 빠져나오는 것을 직접 본 사람도 없을뿐더러, 단지 운이 좋아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을 수도 있다. 더구나 송운의 연배(年輩)를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의심해 볼 법한 사안이었다.

이미 혈교라는 증거가 충분히 모였음에도 제갈염은 바로 그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백능이 원한 것이기도 했다.

제갈염은 송운의 두 눈 속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쿵……!

그러자 그의 가슴속에 무언가 큰 돌덩이 하나가 떨어지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 그의 가슴을 울렸다.

‘……예사롭지 않구나. 이 아이 또래의 무인이 가질 만한 것이 아니야. 어쩌면 훗날 천하를 호걸(豪傑)할 무인 중 한 명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속으로 연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대세가(五大世家) 중 하나인 제갈 세가에서 나고 자랐으며 무림맹의 총군사로서 살면서 숱하게 많은 무인을 마주했던 제갈염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들 개개인의 자질을 보아왔다.

한데도 송운만큼 강렬한 인상을 본 기억은 없었다.

뿐만이 아니라 그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쉽사리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제갈염으로서는 당혹스러울 만한 일이었다.

‘참으로 선한 듯 보이는 눈동자 그 속에는 부드러움과 예리함을 동시에 지녔다라…….’

과연 좋은 일인가?

그때, 송운의 입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답이 흘러나왔다.

“저는 절대 위증은 하지 않습니다.”

第七章. 월하(月下) 대련

‘오늘따라 쉬이 잠이 오질 않는구나.’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 누운 탓일까.

송운은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결론으로 말하자면 오룡일봉을 내어줄 터이니 함께 아직 드러나지 않은 혈교를 토벌해달라는 말이었다.

‘과연 나와 오룡일봉이 혈교를 척결해낼 수 있을까? 끙…….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긴 하겠지.’

그 뒤로 반 시진을 더 뒤척인 후에야 송운은 결국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깨어 있는 상태로 누워 있었더니 머리만 괜히 아프구나.’

송운은 잠시 띵하니 울리는 골을 부여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무복을 걸쳐 입었다. 이대로 누워서 시간을 더 보내느니 차라리 일어나 수련이라도 하겠다는 심산 일터다.

스릉.

널찍한 바깥으로 나온 송운은 곧 환성을 뽑아 들었다.

최근 들어 시공검을 익히면서 자신의 뼈대와도 같은 권과 각술을 조금 멀리하는 감도 없잖아 들었지만, 이제야 간신히 그 끄트머리라도 붙잡을 수 있게 되지 않았던가.

그것 역시 놓치고 싶지 않은 송운이다.

‘이젠 내가 원하는 만큼 조절할 수는 있게 되었지만…….’

이번만 해도 그랬다.

스무 명을 베기 위해 시공검을 사용했고 그로 인해 송운 역시도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적어도 시공검 만큼은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분명히 그러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터. 아직 멀었어.’

이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시공검에 자신이 휘말리지 않고 내상조차 입지 않을 경지.

송운이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이때를 놓친다면 다시 그것마저 원점으로 돌아갈 것만 같은 불안감에 송운은 검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송운이 환성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우웅웅-

‘달빛에 비춘 환성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그날을 기점으로 오랜만에 시원한 밤공기를 맞이하는 것이 기분이 좋은지 환성은 마치 몸을 부르르 떠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의 마음에 응답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 송운은 잠시 환성을 넣어두고선 간단히 운기조식을 시작으로 몸을 풀었다.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자연이 곧 나의 모든 것이며 내가 자연의 일부일지니.’

생각을 마친 송운이 이내 환성을 곧 길게 앞으로 내닫는다.

“하압!”

곧 송운의 기합과 함께 환성의 날카로운 끝이 하늘에 뜬 둥근 달을 가를 것 같은 기세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후웅-!

그의 손짓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달빛에 반사된 환성의 몸이 반짝반짝 아름답게도 빛이 났다. 차가운 금속이 달빛 아래서 가질 수 있는 그 느낌을 한껏 살려내고 있었다.

“후욱……!”

쐐액-!

오랜만의 환성과 송운이 함께하는 검무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강렬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진정 하늘에 빛나고 있는 별들과 하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송운이 검무에 심취해있을 무렵.

스슥.

누군가 조심스레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고, 송운은 천천히 뻗었던 환성을 거두어들였다.

“……누구시오.”

상대방에게 대답이 들려오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대답과 함께 그를 놀라게 했다.

송운 역시 너무도 잘 아는 이였으니까.

“접니다. 형님.”

“남궁 소협?”

뜻밖의 손님에 송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시간에 남궁 소협이 여길 어찌……?’

송운이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그의 표정과 몸짓으로 남궁장후가 얼핏 알아들었는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큼, 뭐 저 멀리서부터 달빛을 베는 소리에 궁금해서 지나가던 길에 들러 본 겁니다. 그, 실례가 되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남궁장후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옆으로 숙였다. 그 모습에 송운은 실소를 내뱉었고, 그때 남궁장후가 먼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러니까…….”

하나 왜인지 이번에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남궁장후의 모습에 송운은 그의 말을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천천히 말씀하시지요. 남궁 소협.”

유독 길었던 그의 머뭇거림은 촌각이 조금 못되게 시간이 지나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랑 대련 한판 해주시지요.”

그제야 송운의 입가엔 슬쩍 미소가 걸렸다.

며칠 전 남궁장후가 보였던 과도한 친절과 권유의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간 자기 나름대로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데다 나와 이리 만났으니, 온몸이 근질근질하였을 테지. 꽤나 말을 꺼내는 데 오래 걸렸구나. 아니, 빠른 편이라고 보아야 하나?’

송운은 곧바로 흔쾌히 고개를 주억였다.

언제나 상대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 바로 송운이다.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더 많은 무인과 겨뤄보는 것만큼 좋은 수련은 없다.’ 는 것이 송운의 무에 대한 신념이다. 그랬기에 그가 가르치는 이들은 늘 서로가 서로를 경쟁 삼았고, 그것을 밑거름 삼아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실전 역시 중요하지만, 실전에 나서기 전 그와 가장 가깝게 맞닿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대련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것쯤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송운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궁장후의 두 눈빛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좀 전까지 순한 토끼와 같았다면 지금은 타오르는 투지(鬪志)를 지닌 범 같았다. 거기에 여전히 잘생긴 외모와는 상반되게 더욱 우락부락해진 몸은 그런 그의 의지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긴장하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형님. 저도 더는 예전의 남궁장후가 아니니까요!”

파밧-!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중히 포권을 취한 뒤 곧바로 송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차피 그의 주력은 권법이다.

그리고 송운 역시 마찬가지.

손에 들려있던 환성을 땅에 조심히 내려놓은 채, 둘의 소리 소문 없는 대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후웅-!

콰가각-!

새벽인 탓일까.

송운과 남궁장후, 둘이 동시에 만들어내는 화음은 강렬한 장관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 사이 생긴 바람에 사방팔방으로 허공에 흩날리는 모래는 달빛에 비추어 반짝거렸다.

그 때문인지 그들 사이를 더욱 화려하게 수 놓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송운과 남궁장후는 서로 탐색과 공격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아니, 누군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거의 송운이 남궁장후를 봐주는 것이라 확신했을 터나 남궁장후는 굳어진 얼굴로 꿋꿋하게 자신의 무를 펼쳐나갔다.

송운은 연신 얼굴에 웃음이 지질 않았다.

비록 자신을 누를 만큼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고 할지언정, 그의 발전을 눈과 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때보다야 훨씬 움직임도 좋아졌구나. 겉뿐만 아니라 내력 역시 더 부드러워졌고…….’

송운이 연신 칭찬할 무렵.

남궁장후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나 그 의미는 너무도 달랐다.

‘……큭. 어째서 여전히 격차가 줄어들질 않지?’

파밧-!

송운은 야속하게도 남궁장후의 주먹이 자신의 허점을 짚어내려고만 하면 미세한 차이로 미꾸라지처럼 흘리고 또 피해낼 뿐.

결코 그에게 맞받아치거나 하는 답을 주진 않았다.

오로지 피하고, 또 피해내는 것이 전부였다.

남궁장후는 곧 그것은 자신의 오만이고 착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아니야. 이건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기만 했어!’

그와 헤어지고 난 후 수없이 검을 휘둘렀던 지난날이 남궁장후의 뇌리에 스쳐 지나간다.

‘어째서……?’

그러니 점점 약이 오르는 쪽은 남궁장후였다.

한참을 둘이 치열한 공방을 펼칠 무렵.

‘아니다. 포기는 일러. 지금이다!’

남궁장후의 공격을 피하느라 잠시 옆구리가 빈 송운을 향해 무섭게 그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앗!”

하나 송운은 입가에 미소를 슬쩍 띠더니, 또다시 그것을 속전속결로 피해냈다.

후웅-!

펄럭!

그 여파에 거센 바람이 송운의 옷깃을 때렸으나, 결국 그것이 전부였다. 절대 남궁장후의 손끝이 송운의 피부 거죽에 닿는 일은 없었다.

파밧!

대신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지금껏 방어에만 치중했던 송운이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주먹에 순간적으로 내력이 응축되면서 남궁장후의 목덜미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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