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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전생-100화 (100/275)

제100화

“하하. 녀석도 참. 또 만나게 될 테니 걱정 말고 어서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가봐.”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잘 지내. 백 형.”

송운은 고맙다며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백이 그러지 말라며 송운의 등을 떠밀며 손을 흔들었다.

한참을 가는 송운의 모습을 지켜보던 백은 그의 모습이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잘 가거라. 송 아우.’

* * *

송운의 모습이 사라진 후.

뒷짐을 지며 송운이 사라진 방향으로 향해있던 백의 뒤로 누군가의 인영이 빠르게 그리고 은밀히 다가섰다.

“주군. 이대로 보내셔도 정녕 괜찮겠습니까?”

그들은 바로 비고를 무너지게 만든 장본인.

청색 복면과 흑색 복면이었다.

흑색 복면의 질문에 백, 아니 독고백이 고개를 천천히 주억였다.

그랬다.

독고백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백이라는 사내로 위장하여 죽어가던 송운을 살려다 놓은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재능 있고, 재미있는 사내가 아니더냐? 나는 그런 그가 마음에 쏙 드는구나. 하하하하하!”

푸드득!

청색 복면과 흑색 복면의 기우와는 달리 독고백은 매력적인 웃음소리를 내며 웃었고, 그 커다란 소리에 놀란 새들이 푸드덕거리며 날아갔다.

第十四章. 귀환

송운은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마치 발에 날개라도 달린 것마냥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백이 말했던 오림촌을 지나쳐 올 수 있었다.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자 점점 더 송운의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었다.

‘오늘 안에는 도착할 수 있겠지? 대체 얼마만의 귀환이더냐 운아! 분명 부모님과 모두가 걱정하고 계시겠지?’

백의 집에 머물면서도 내내 잊지 않았던 건 바로 가족이었고, 가족을 보러가겠다는 의지 하나로 생사의 길에서 걸어 나온 송운이다.

비고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자식의 생사조차 알 수 없이 달포라는 시간을 마음 졸이며 보냈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왔다.

‘또다시 이렇게 한번 불효를 저지르는구나. 그토록 이번 생에서만큼은 결코 걱정 끼치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고 싶었건만……. 결국 이도 나의 업보겠지.’

송운은 입안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이렇게 건강해진 모습으로 뵈러 가는 것이 더 낫다. 어쭙잖게 부상을 입은 상태로 돌아갔어도 결국 가슴 아파하셨을 테니…….’

꼬르르륵.

그때 송운의 배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는 길에 이미 백이 챙겨주었던 주먹밥은 송운의 뱃속으로 들어가 사라지고 없음에도 그의 배는 또다시 밥을 찾고 있었다.

“크흠.”

‘이런, 이러한 상황에서도 너는 밥 타령인 게냐? 허허.’

송운은 민망할 정도로 크게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에 아무도 들은 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한지 헛기침을 냈다.

‘그래.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에 다행으로 여기자.’

그렇게 마음먹은 송운은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 *

‘후우. 오늘 하루도 집안의 분위기가 영 좋지 않구나.’

문을 지키는 하인인 문지기가 속으로 한숨을 한번 깊게 내쉬었다.

겉으로 뱉으면 재수 없다는 소리에 그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이다.

‘하기야 큰공자님께서 생사도 알지 못하고 돌아오지 않고 계시니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당연한 거겠지.’

그렇게 문지기가 시간이 다 되었음을 보고선 교대를 할 다른 문지기에게 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이 시간에 누구지? 올 사람이 딱히 없는데…….’

그는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며 의아함이 들었으나,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누구십니까?”

“송운입니다. 아저씨.”

“응?”

문지기는 처음에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분명 송운…… 이라 했는데? 큰공자님의 존함이 아닌가?’

달포 동안 집안에서 금기되다시피 불리지 않은 이름이 그의 귀에 들어온 것이다.

하나 문지기는 이내 그를 향해 정중히 말했다.

“누구십니까? 장난을 치려 했거든 잘못 짚으셨소. 돌아가시구려.”

“저 송운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하나 연이은 말에 그는 순간 화가 나려 하였으나, 지금은 집안에 큰소리를 내는 것보다야 좋게 타이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조곤조곤 말을 읊었다.

“지금은 집 안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별말 없이 돌려보낼 테니, 어서 그냥 돌아가시게.”

“아저씨. 저 정말 송운입니다. 문 좀 열어보세요.”

“아 글쎄……!”

여전히 장난을 친다고 생각한 문지기는 순간 욱하는 마음에 소리를 치려고 했으나, 순간적으로 밖에서 들린 목소리를 다시 떠올렸다.

너무 오랜만이라 알아듣지 못할 뻔하였으나, 분명 자신의 기억에 남은 송운의 목소리였다.

‘설마……. 설마 정말 큰공자님이시란 말인가?!’

끼이익!

놀란 문지기는 황급히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고 동시에 귀신을 본 듯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소리를 질렀다.

“크, 크, 크, 큰공자님……. 주인어른! 주인어른! 큰공자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 * *

“주인어른! 큰공자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큰공자님이요!”

벌컥!

“뭐라? 운이가 돌아왔단 말이냐?!”

“그게 사실입니까?”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놀란 송악이 앉아있던 자리를 박차고 잠옷을 입은 채 맨발로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평소의 그라면 할 수 없는 경거망동(輕擧妄動)한 행동이었으나 아들이 돌아왔다는 소리는 그를 맨발이 아닌 기어서라도 달려 나오게 만들었다.

그 뒤를 어머니, 홍예령이 뒤따랐고 단박에 대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저 멀리서 자신의 아들의 얼굴을 확인한 예령이 온몸에 힘이 풀리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털썩.

“어머니! 아버지!”

그런 홍예령과 송악의 모습에 송운이 서둘러 앞으로 달려왔고, 쓰러진 예령을 일으켜 세웠다.

송악은 멍한 눈빛으로 송운을 향해 바라보았고, 예령은 송운의 얼굴을 향해 손을 내뻗어 어루만졌다.

“정말…… 정말 우리 운이로구나! 운이가 돌아왔어……. 으흐흑!”

송운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예령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고, 송악은 말없이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힘겹게,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송운을 향해 말했다.

“……잘 돌아왔다. 그래. 네가 이토록 무사하니 그걸로 되었다. 우린 그거면 됐다.”

송악은 담담하게 보였으나, 송운은 알 수 있었다.

‘신도 신지 않으시고 잠옷 바람으로 뛰어나오실 만큼 걱정하고 계셨구나.’

모른 체하려 해도 모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평소의 학사로서 근엄한 모습을 보이시던 아버지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보았기에 송운은 더욱 송악의 마음이 가슴 속 깊숙이까지 와 닿았다.

그리고 송운을 안고선 흐느껴 우는 예령의 뒤로, 어느새 송운의 소식을 들었는지 송후와 송하가 달려 나왔다.

“형님!”

“큰오빠! 흐아앙!”

“아이쿠. 저런. 송하야 그러다 넘어지겠구나. 이 오라비가 늘 조심하라 이르지 않았더냐?”

“흐아앙! 큰오빠 내가 얼마나…… 흐끅! 걱정 했는…… 흐끅! 데!”

“그래그래. 너무 늦게 돌아와 미안하구나.”

송운은 자신의 등 뒤에 매달려 우는 송하를 자상한 목소리로 달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버지 어머니. 불효자 송운.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너무 늦게 돌아와 송구합니다.”

말을 마치고선 곧바로 송악과 눈물을 훔치는 예령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송악은 그런 자신의 아들을 향해 차마 겉으로 보이지 못한 눈물을 마음속으로 깊이 삼켰다.

‘아들아. 죽지 않고 이리 살아 돌아와 주어서 정말 고맙구나.’

* * *

송운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빠르게 평가로 향했다.

가족만큼이나마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평목단과 평서란이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주인어른 송 대인께서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큰 공자님께서 돌아오셨다고…….”

찰그랑!

그 소식을 옆에서 들은 평서란이 들고 있던 검집을 떨어뜨렸다.

“그, 그 말이 정말인가요?”

“예,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지금 당장 집으로 오시라고 하셨다고…….”

놀란 건 평서란만이 아니었다.

평목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 당장 갈 채비를 하시게. 아니. 아니지. 서란이와 나랑 둘만 가도록 하지.”

“네. 아버지.”

말을 마친 평목단과 평서란은 아무런 채비도 없이 그대로 송악의 집으로 달려갔다.

급하게 문을 지나쳐온 평목단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송운을 찾았다.

“악이! 나 왔네. 운이는 어디에…….”

송악의 집에 도착한 평목단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송운의 모습에 말을 멈추었다. 눈을 다시 뜨고 보아도 그는 자신의 친우의 아들이자, 사위인 송운이 맞았다.

“운아……!”

“다행히 상처는 다 나으신 듯하군요. 장인어른.”

송운이 평목단을 향해 멋쩍은 듯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말했다.

“운……가가.”

그리고 뒤에서, 평서란이 송운을 불렀다.

“하하. 란 매. 무사했구려. 잘 지내셨소?”

휙.

예상보다 아무렇지 않은 송운의 모습에 평서란은 조금 화도 나면서 걱정도 되는 그런 복잡한 심경에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그리곤 한마디 말을 던졌다.

“……걱정…… 했어요. 무사히 돌아 와줘서…… 고마워요.”

그런 평서란의 모습에 송운이 미소 지으며 예령을 향했다.

“어머니. 혹시 저녁 드셨습니까?”

“아니 아직 안 했단다. 배고프니?”

“다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밥부터 먹으면서 얘기하도록 하죠. 저…… 사실 이곳까지 오는데 먹은 게 주먹밥뿐이라 배가 몹시 고픕니다. 하하.”

“그래그래, 맛있는 것들로 차려주마. 모두 밥 먹으러 가요. 악 가가도요.”

예령은 슬그머니 먼 산만 바라보고 있던 송악의 손을 잡아 이끌었고, 곧이어 너무 울어 코끝이 빨개지고 눈두덩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외친 송하의 말 덕분에 침울해 있던 분위기가 점점 살아났다.

“밥 먹으러 가요! 아아 배고프다!”

송운의 무사귀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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