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전생-89화 (89/275)

제89화

“아무리 봐도 나쁠 것 없는 거래가 아니오? 지금 이곳에 널려있는 건 금은보화이나, 무경은 이대로 찾지 못하고 돌아가면 끝이오. 결국 황궁 측은 손해를 볼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아니겠소?”

어쩌면 당헌기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무경은 이곳에 없을 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에선 이미 무경을 다른 누군가가 찾아내어 가져갔을 수도 있다.

그에 반면, 무황이 남긴 금은보화는 이미 자신들의 눈앞에 있지 않은가?

하나, 송운을 포함한 세 사람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무경을 찾아 들어온 것이지 무황의 재산이 탐이 나서 들어온 것이 아닐뿐더러 당헌기가 이미 무경을 찾아 헤맨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는 것은, 자신들이 이곳을 찾은 만큼 다른 이가 이미 무경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된다.

‘사람이 무언가에 미치면 단면밖에 보지 못한다더니……. 딱 그 꼴이로군.’

송운은 그에 한숨을 푹 내쉬며 당헌기에게 말했다.

“후우……. 차라리 이럴 시간에 다른 곳으로 가 무공서를 찾는 게 더 빠르지 싶습니다만…….”

한숨이 섞인 송운의 그 말에 당헌기도 어느 정도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작은 목소리로 욕지거릴 내뱉었다.

“……제기랄. 그건 맞는 말이로군. 한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

당헌기의 말에 이것만큼은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일제히 방의 앞쪽을 돌아봤다.

지금의 답답한 심경을 대변해 주듯 앞은 벽으로 틀어 막혀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헌기가 무경을 찾아 미친 사람처럼 헤맬 무렵 송운과 평서란, 평목단, 곽철우 모두가 벽을 뒤져보았으나 또 다른 길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결국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 방을 지나서 또 다른 길이 있을 거라 믿었거늘……. 막다른 길이라니. 허, 다시 제자리걸음인 셈인가?’

그렇게 한동안 모두가 허탈해하고 있을 무렵.

드드드드드.

동굴이 또 한 번 크게 지반과 함께 흔들린다.

“뭐지?”

가장 먼저 송운이 반응했고, 뒤를 이어 나머지 넷 모두 긴장감 반, 기대감 반으로 입을 열었다.

“아까와 비슷한 것 같은데…….”

“설마 이번에도 다시 길이 열리는 건가?”

하나, 진동은 잠시.

울리던 동굴은 그대로 멈추었다.

‘다른 곳에서 울린 소리인가? 아니다. 그렇다고 치기엔 소리가 너무 커.’

“아무래도 이쪽은 아닌 듯합니다. 다시 왔던 길로 나아가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역시 그 방도뿐인가?”

곽철우가 조심스레 의견을 꺼내고 다른 이들이 그의 말에 동조할 무렵.

드드드드드드드.

한 차례 진동이 다시 그들이 서 있는 지반을 울렸다.

그리고 연달아 들려오는 폭음소리가 그들의 귓가를 강렬하게 때렸다.

콰과과광!

“……. 방금 진동에 이어 폭음이 같이 들려오지 않았더냐?”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나?’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평목단의 한 마디에 모두가 같은 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안 다섯 명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드드드드드드드!

그와 동시에 잇따른 세 번째 진동은 좀 전의 것과 차원이 다르게 심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콰아아아아앙!

‘폭발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던 그 정체 모를 굉음은 곧 비고 안에서 터진 폭음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당황한 송운이 소리쳤다.

“장인어른! 당장 이곳을 나가야 합니다!”

“그래. 그러는 것이 좋겠구나. 서란아, 곽 소협. 그리고 당 단주 모두 이곳을 빠져나갑시다!”

다급히 소리치는 송운의 말에 평목단 또한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지금 당장 나가지 않는다면 보물들과 함께 동굴 속에 파묻혀 영영 빠져나가지 못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모두가 그에 응하여 몸을 빼려 할 때, 단 한 명만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가지 않겠소.”

그러곤 뒤를 돌아 방 안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럴 시간이 없는데…….’

송운은 점점 다급해지는 마음에 당헌기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재차 거절당했다.

“갈 수 없다지 않았소? 그러기엔 비고 안에 있는 무경과 보물들이……!”

“무경이고 보물이고 살아야 가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곧 무너질 겁니다! 서둘러 나가야 해요!”

송운은 근처까지 다가온 폭음에도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거절당하자, 답답해진 송운이 당헌기를 질타했다.

그럼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되레 당헌기는 송운을 향해 광기에 휩싸여 희번덕하게 뜬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지금 이 비고 안에는 우리뿐만이 아닌 온갖 사악한 마두들이 무경을 노리고 있소이다! 어찌 그것을 찾지 못하고 나간단 말이오! 난, 난 못하오! 그것이 이 비고까지 온 내 임무요.”

콰과과과과!

하나 당헌기가 버티면 버틸수록 점점 더 폭음소리는 가까워져 왔고, 이 이상 지체한다면 송운 일행 또한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아니, 실상 지금 당장 뛰쳐나간다고 하더라도 완벽히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모두 이곳을 빠져나간다. 어서!”

급박한 상황은 점점 그들을 압박해왔고, 평목단이 다시 한번 후퇴를 명하자 같은 무림맹인 곽철우마저도 뛰기 시작했다.

“젠장. 하여간에 무인이라는 것들이 죄다 겁쟁이들뿐이란 말인가? 참으로 개탄(慨歎)스럽기 그지없구나! 허!”

당헌기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혼잣말을 내뱉었고, 이내 다시 벽면을 뒤지기 시작했다.

보물 혹은 미로를 작동시켰던 조작기처럼 비밀스럽게 감춰진 방이 없는지 찾기 위해서였다.

‘이 세상 목숨보다 더 귀의한 것은 없거늘…….’

송운은 그런 당헌기의 모습을 안타깝게 쳐다보더니 이내 앞서 나간 평목단, 평서란.

그리고 곽철우의 뒤를 따랐고 송운이 발을 떼는 순간.

콰과과과광!

쿠우우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기다렸다는 듯 동굴이 주저앉아버렸다.

삐-!

동굴이 무너지면서 생긴 굉음은 모두의 귓가를 멍하게 울렸고, 돌들이 구르며 일으킨 먼지들은 사방으로 퍼져 숨을 쉬는 것을 방해했다.

“쿨럭……. 결국 당 단주는 나오지 못했군.”

“콜록콜록. 괜찮으세요, 아버지?”

“나는 괜찮다. 다만…… 당 단주는 살아서 나오진 못할 것 같구나.”

평목단이 무너지면서 완전히 내려 앉아버린 동굴을 바라보며 먼지구름에 기침을 한 번 크게 내뱉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

그 목소리에는 참으로 안타까움이 그득 담겨있었다.

‘무인으로서 아까운 이로다. 탐욕에 물들지만 않았더라면 같이 살아나와 다시금 같이 움직였을 터인데…….’

안타까움이 그득히 들어찬 그의 시선의 끝에는 동굴의 잔해로 인해 처참하게 나눠진 길이 있었다.

아니, 실상 이젠 길이라 부르기도 힘들 지경에 가까웠다. 한데 그런 그곳을 뚫고 지나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듯 보였다.

‘으음……. 결국 정말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구나.’

송운이 신음을 속으로 흘렸다.

* * *

콰아아아앙!

우르르르릉.

“크하하하하! 역시 이런 구경은 언제나 즐겁네. 그렇지 아니한가?”

그 모습을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청색 복면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비고의 모습에 크게 파안대소하며 흑색 복면을 향해 물었고, 그에 흑색 복면은 조용히 고개를 주억였다.

“과연 자네 말대로 나 또한 저 안에서 살아남아 진정한 보물을 쟁취할 자가 누군지 기대되는군.”

“역시 그렇지? 크큭. 이 모습을 보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단 말이네. 살려고 발버둥 치는 저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과연 그분은 대단한 분일세. 이런 장황한 풍경을 만들어 내시다니……. 무림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며 난다 긴다 하는 녀석들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날뛰는 상황이 참으로 보기 좋군.”

청색 복면의 눈빛이 순간 서늘하게 빛이 났다.

처음에 그가 남긴 무공 서적에 대해 걱정했던 것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지고 즐거움만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미로 속에 갇힌 채 동굴이 무너지는데 그걸 막을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게다가 이미 내부에서는 피 튀기는 혈전이 몇 번이나 있었고, 다들 그로 인한 부상을 입은 상태다.

‘호랑이가 먹잇감과 싸우면 당연히 호랑이가 이기겠지만, 그와 동급인 호랑이와 싸우면 그 상처는 결코 얕지 않은 법. 하면 누가 저곳에서 무공 서적을 들고 살아남을까? 뭐, 그것이야 곧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궁금증은 점점 청색 복면의 무언가를 자극시켰고, 그로 인해 그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第九章. 탈출

우르르릉!

청색 복면이 말했듯 하나의 폭탄이 터지자 같이 묻힌 폭탄들이 연이어 터져나갔고, 한번 충격을 받아 무너지기 시작한 동굴은 곧이어 송운 일행이 도망친 곳까지 따라 무너지고 있었다.

‘자칫하다간 이 비고 안에 산 채로 꼼짝없이 갇힐지도 모르겠구나!’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비고가 제법 큰 동굴이었기에 아직은 무너지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나 이마저도 곧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다 무너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천정이 무너지는데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었다.

쿠웅! 쿵!

‘이런!’

동굴이 무너지면서 무서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들이 송운 일행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구구궁!

게다가 앞의 길은 미로로 이루어져 있어 언제 또다시 이곳을 맴돌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은 송운 일행에게 있어 엄청난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계속해서 달려 나간다! 출구를 찾아야 해!”

“네, 아버지.”

“예, 장인어른!”

한참을 내리 달렸을까?

계속해서 달려 나가던 송운 일행의 발을 잡는 이가 나타났다.

마교의 마왕 중 한 명인 공안마왕(孔眼魔王)이 급작스레 튀어나온 것이다.

“네놈들은 아까 그 무림맹 녀석들이로군.”

송운을 비롯한 네 명 모두 발걸음을 잠시 멈춘 채, 그와 대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한시가 급하거늘! 설마 이 근처에 마교 놈들이……?’

송운이 빠르게 주변의 기를 흘려보내 주변을 탐색해 보았으나, 별달리 마기의 존재는 공안마왕을 제외하고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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