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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전생-84화 (84/275)

제84화

광기로 물들어 이글거리는 사도영이 구천악을 향해 쏘아붙였고, 자신의 본명이 불린 구천악의 귓불이 분노로 빨갛게 물들었다.

그러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당황하던 무림맹 무인들이 급히 당헌기를 따라 뛰어넘기를 시도했다.

“우리도 가야 해요 운 가가!”

송운 역시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평서란의 다급한 목소리에 뒤에 서 있던 황궁 무인들을 향해 외쳤다.

“지체하면 늦습니다. 모두 뛰세요!”

송운이 외치고 나서야 뒤늦게 황궁의 무인들도 하나둘씩 몸을 날리기 시작한다.

파바밧!

하나, 구천악이 사도영에게 손속이 묶였다고 해서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곳을 뛰어넘는 와중 몇몇에게 다른 마왕이 손을 뻗어온 것이다.

크게 노한 듯 시뻘게진 얼굴로 커다란 노성(怒聲)을 터뜨리며 검을 빠르게 내질렀다.

“이 빌어먹을 버러지 같은 놈들이! 여기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슈슈슉!

마왕의 목소리가 굴속을 강하게 울리며 날리는 손길 한 번에 뛰어넘어가던 이들의 목숨이 후두둑 지면으로 떨어져 나갔다.

“끄아악!”

“크헉! 우웨엑!”

송운 또한 건너가고 있었기에 직접 보지는 못하였으나, 그중에서는 가장 자신 있어 하며 뛰어나갔던 원길의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이런 젠장!’

송운은 뒤에서 들려오는 외마디 비명에 속으로 애가 타왔으나 어찌 손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자칫하다간 자신의 목숨 또한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허억……, 허억.”

이를 악물고 가까스로 그곳을 넘어온 송운이 고개를 틀어 뒤를 향했다.

하나 누군가의 손이 송운의 어깨 위에 올라왔다.

턱.

“장인어른?”

바라보니 평목단이 송운을 향해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운아 지금은 머뭇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구나.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하오나…….”

“언제나 큰일에는 작은 희생도 따르는 법이다. 한데 네가 되돌아가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이미 각오했던 일이고 벌어진 일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표정 변화 한번 없이 단호하게 말하는 평목단의 목소리에 송운은 반박할 수 없었다.

‘반드시……. 반드시 무경을 손에 넣어 돌아가겠소. 편히들 쉬시오.’

속으로 먼저 간, 이들의 명복을 빈 송운이 몸을 틀어 다른 길로 들어가려던 때였다.

송운의 등 뒤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쐐애액!

“이 빌어먹을 정파 새끼들! 나 혈운마왕(血雲魔王)이 곱게 보내줄 줄 알았더냐!”

혈안이 된 혈운마왕이 검을 들고 쫓아오고 있었고 더불어 사도영의 다섯 개의 검 중 하나가 동시에 송운 일행을 향해 날아온 것이다.

‘위험하다!’

어마어마한 내력이 둘러싸인 채 날아오는 검 두 개는 송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피하세요!”

쾅!

퍼어엉!

굴 안쪽을 향해 어마어마한 폭음(爆音)을 내며 무엇인가 폭발했다.

* * *

어마어마한 그 굉음에 걸맞게 큰 폭발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달려오던 마왕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폭발력에 휩싸이며 시커멓게 타버린 채 죽어버렸으며, 날아오던 사도영의 검마저도 십 장(丈)은 더 멀리 튕겨져 나갔다.

어안이 벙벙해진 사도영을 비롯하여 구천악 역시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폭발 때문이었다.

하나 그것은 송운 일행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그 속에서 유일하게 당황하지 않은 건 송운뿐이었다.

아니, 당황하지 않았음은 물론이요 되레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폭발을 일으킨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후, 다행스럽게도 선천기폭이 제대로 맞춰서 터져주었구나.’

사도영은 그런 송운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일순간이나마 빛이 터지기 직전 송운의 손끝에서 무언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저놈이…… 설마 벽력탄을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까득.

“……생각보다 더 귀찮은 녀석이었군. 살려두는 것이 아니었나?”

지난번 마주쳤을 때 보았던 녀석을 잡지 않고 보냈다는 아쉬움에 이를 슬쩍 갈던 사도영의 마지막 읊조림이 송운의 귓가에 채 닿기도 전에 사라졌다.

사도영과 구천악의 표정이 동시에 허탈하게 바뀌었다.

第六章. 미로

한편 그 시각.

비고 밖에서도 커다란 폭발음에 놀라는 이들이 있었다.

지난번 황궁과 무림맹의 회의를 지켜보았던 청색 복면과 흑색 복면이었다.

퍼엉!

콰과과과광!

급작스러운 폭음에 놀란 청색 복면이 흑색 복면을 향해 고개를 틀었다.

“……벌써?”

하나 흑색 복면 또한 고개를 내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런 흑색 복면의 모습에 청색 복면이 다시 한번 비고를 향해 고개를 틀었다.

‘확실히 비고는 멀쩡해 보이는데…….’

하나 그 소리는 분명 비고 내부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폭음은 여전히 두 복면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혹여 심어둔 것 중 하나가……?”

청색 복면이 재차 물었으나, 흑색 복면 또한 고개를 다시 한번 내젓는다.

확실히 그것은 아니었다.

순간 자신들이 설치해 둔 폭약이 터진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해보았으나, 그렇다고 하기에 비고는 너무도 멀쩡하다.

최소 하나만 터졌다고 한들, 뭉쳐서 묻어두었기에 동시에 모두 같이 터졌을 것이다.

그리되었다면 지금처럼 멀쩡한 모습을 유지하긴 힘들 만큼의 양이다.

아니, 완전히 무너져 내려버렸을 터다.

‘그렇다면…….’

그 외에 다른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한 것이라는 뜻이었다.

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따로 존재했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둘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멀리서 지켜보던 청색 복면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삼킨다.

‘벌써 들킨 건가?’

비고의 문 앞에서 아수라장을 이루며 혈전을 벌이고 있던 삼파(三派)의 무인들이 싸움을 멈추고 긴장함이 역력한 표정으로 동굴의 내부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멈춰라! 조금 전 비고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느냐?”

가장 맨 앞에서 싸우던 무인이 크게 외쳤고, 곧 그에 대답이 들려왔다.

“그, 그런 것 같습니다. 분명 거대한 폭음이……!”

한쪽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니 그것이 곧 전염병처럼 퍼져나가 모두가 술렁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피로 물들었던 전장이 조용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것은 마교인이고 해남파고 정파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똑같았다.

그 모습을 본 흑색 복면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쯔쯧,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그 영문은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건 이번 작전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 저놈들을 더 낚기는 힘들 것 같네.”

“크흐……. 그래도 제법 난다 긴다 하는 놈들은 전부 다 저 안으로 쑤셔 박아 넣었으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겠지. 남은 건, 안에 들어간 저놈들의 운이 얼마나 좋은지 실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걸세. 그렇지 아니한가?”

청색 복면의 말에 흑색 복면이 고개를 주억였다.

“음……. 하기야 자네 말도 맞네. 새끼를 잡는 것보다야 큰 어미를 잡는 것이 훨씬 득일 테니 말일세. 어찌 되었건 이 정도라면 충분히 들여놓은 셈이니…….”

자신의 말에 흑색 복면이 동의하는 듯 보이자, 청색 복면이 어느새 즐거움 가득한 표정을 한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슬슬 작전 개시를 해야겠군. 지켜보는 것 또한 재미있어. 생각보다 즐거운 구경거리가 될 것이네. 큭큭.”

* * *

구천악과 사도영을 제치고 간신히 빠져나온 송운 일행은 놈들이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송운은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다.

‘겨우 넷만이 살아남은 것인가……?’

평목단과 평서란, 그리고 곽철우를 비롯해 자신까지.

송운은 비고에 들어왔던 열두 명에서 이젠 네 명으로까지 줄어버린 인원에 답답함이 차올랐다.

‘아니, 먼저 뛰쳐나간 당헌기까지 포함해서 총 다섯이 되겠군.’

“후우…….”

한숨을 내쉬는 송운의 어깨를 두드리며 평목단이 입을 열었다.

“이미 당 단주와는 길이 크게 엇갈린 듯하구나.”

보이지 않는 당헌기의 모습에 평목단이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나마도 송운 일행이 이렇게 멀쩡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송운이 마지막에 작게나마 선천기폭을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것마저 없었다면 지금 여기 있는 이들의 생사도 보장하긴 어려웠을 터.

정확히 사도영의 검이 날아오는 시점에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며 떠오른 선천기폭을 사용한 것이다.

‘그래, 운아. 좋게 생각하자. 그래도 선천기폭이 다행히 제때 터져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지 않겠느냐?’

역시나 선천기폭의 위력은 대단했다.

터지기만 한다면 웬만한 무기보다 더한 방패막이이자 무기가 될 터다.

송운은 좀 전의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한지 자신의 손을 쥐락펴락하는 것을 반복했다.

‘하나 만약에 터지지 않았더라면…….’

송운은 순간 드는 아찔한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났다.

수련할 때 마음처럼 쉽지 않아 애를 먹었던 선천기폭이다. 그런 것이 정말 필요한 시점에 제대로 터져주니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송운은 고마웠다.

‘그래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수련한 보람이 있구나.’

수련이 무인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번 위기를 통해, 선천기폭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가 되면서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한데……. 대체 마교 녀석들 어떻게 나타난 거죠? 분명히 이 반대쪽 통로에서 나왔는데……. 비고로 들어온 입구는 분명 우리가 들어온 곳 단 하나였잖아요.”

한참 멍하니 서 있던 송운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평서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란 매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 또 다른 길이 있었나?”

송운의 말에 곽철우가 빠르게 대답했다.

“아니요. 없었습니다. 들어오는 길 내내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줄곧 하나의 길밖에 없지 않았습니까?”

“혹여 작은 샛길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어느 순간부터 한길로만 빠르게 달려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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