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전생-80화 (80/275)

제80화

‘그저 무위만으로는 지금 당장은 그를 이길 수 없어. 다른 방도가 필요한데…….’

한참을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을까?

문득 무언가 송운의 뇌리를 강렬히 스치고 지나갔다.

‘혹여…… 그 방법이라면?!’

짝!

송운의 양 손뼉이 마주치며 큰 파공음을 만들어냈다.

‘벽력탄(霹靂彈)!’

벽력탄이란 폭탄의 일종으로서 한 번 폭발하면 그 위력이 어마어마하여 순식간에 그 일대를 모두 초토화시킬 수 있을 만큼의 것이었다.

벽력탄의 제조법은 이미 무림에서 사라진 지 꽤나 오래되었으나, 송운은 그걸 생각해 낸 것이다.

‘그래. 그 자그마한 벽력탄 하나가 사방을 붕괴시킬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지녔다고 했다. 그렇다면……. 선천지기로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송운은 선천지기의 기를 한곳에 모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주먹이나 무기의 겉면을 내력으로 감싸며 싸우면 그 위력은 본래의 무기가 가질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증대된다.

하나, 송운의 생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동안은 선천지기를 어찌 그렇게만 쓸 생각을 하였단 말인가? 이를 해체하여 곧바로 터뜨린다면 그 위력이야말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지겠구나!’

선천지기의 내공 자체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적은 양으로도 크나큰 폭발을 일게 할 것이다.

선천지기야말로 송운이 생각해낸 방법에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아니, 애초에 그가 익힌 것이 천의선천기공이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선천기폭(先天氣爆)이었다.

* * *

송운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다리를 풀고 제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천천히 자신의 몸 안에 내제되어 있는 선천지기를 끌어올려 손으로 집중시킨다.

‘최대한 적은 양으로 큰 폭발을 일으켜야 한다.’

너무 많은 양의 내력이 들어간다면 의미가 없어지고, 폭발은 말로 할 필요도 없이 위력이 클수록 좋다.

해서 송운은 내력의 양을 조절하기 위한 수련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수련을 통해 해체하여 터뜨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터였다.

하나, 역시 시작은 생각한 대로 쉽지 않았다.

‘상대방이 막을 틈새도 없이 터져야 해.’

우웅.

송운은 몸속에 흐르는 내기를 자신의 주먹에 둘러씌웠다.

‘이정도 양이면 충분하겠군.’

여기까지는 늘 해왔던 것이기에 쉬웠다.

송운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내기를 끌어올리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다.

이미 선천지기를 다루는 데 익숙해진 송운이었다.

특히나 지난번 검은 복면과 마주쳤을 때, 송운은 선천지기를 자신의 마음껏 끌어올리지 못했었다.

해서 폐관 수련에서 더욱 매진했던 것 중 하나였기에 이미 몸에 익숙해져 있었던 상태였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파앗!

‘이런…….’

송운의 마음이 순간 강하게 요동치자 손끝에 모여 있던 내기가 제멋대로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조급해진 것이다.

송운은 속으로 고뇌하기 시작했다.

‘속도에 신경을 쓰다 보면 해체가 잘못되어 터지질 않고, 해체에 신경을 쓰다 보면 속도가 나질 않아 선천기폭의 의의(意義)가 없으니…….’

폭발을 일으키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송운의 생각대로 내력을 해체하여 터뜨리는 것까진 완벽하게 통과했다.

한데, 내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렇다고 해서 속도를 빠르게 하면 해체가 잘되지 않아 불발이었다.

총 열 번의 시도 중에 단 세 번만이 성공한 것이다.

생각보다도 더 낮은 성공률에 송운의 마음이 급해진다.

‘이래선 안 되는데…….’

같은 것을 반복한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송운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손이 떨리자.

팟!

허공에 내기가 퍼지듯 사라져버린다.

또 한 번의 불발.

송운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털썩.

송운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벌써 오십 번째 시도인가?’

하늘을 바라보니 컴컴했던 밤이 지나고 벌써 동녘에서는 새빨갛게 붉은 해가 떠오르며 아침을 알리고 있었다.

‘생각처럼 한 번에 되지는 않겠구나. 역시 시간과 수련만이 답인가…….’

이를 바라보던 송운은 요동치던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매었다.

비록 시간이 없다 한들 방도를 찾아내지 않았던가?

해내기만 하면 된다.

조금이라도 이길 확률을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욕속부달이라 했다. 운아. 그걸 늘 잊지 말자. 이제 시작이다. 반드시. 반드시 해낸다.’

번쩍!

송운의 두 눈에 광망(光芒)이 스치듯 비쳤다.

* * *

그렇게 수련과 조사를 함께 병영 하며 나아가던 송운에게 누군가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요즘 많이 바쁘신 가보네요.”

파앗!

“란 매?”

송운은 휘두르고 있던 손에 내기를 흩어 보내며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여전히 흰 무복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을 한 평서란이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최근은 제가 직접 찾아오지 않으면 도통 소식이 없으시니……. 혹시나 어디 아프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와보았습니다.”

서운함과 걱정이 어린 평서란의 목소리에 잠시 움찔한 송운이 답했다.

“아, 이거 란 매에게 괜한 걱정을 끼친 것은 아닌가 싶구려. 미안하오.”

서둘러 평서란의 곁으로 다가온 송운은 살짝 삐친 듯 보이는 그녀를 향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슬며시 손을 잡았다.

이에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진 평서란이 그대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우, 운 가가도 참.’

그런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귀여워 보였는지, 송운이 웃으며 평서란을 이끌었다.

“역시 란 매는 참으로 귀엽구려. 자자, 들어갑시다. 날이 몹시 춥구려.”

송운의 임시 거처로 향한 둘은 송운이 직접 따라준 따뜻한 차에 몸을 데웠다.

차가운 북풍의 바람이 아직은 매서운 시기였다.

쪼르륵.

“이 차, 향이 참으로 좋지 않소?”

“흐음……. 그러네요. 향도 참 곱고 또 달달한 느낌까지 드는 걸 보니.”

그런 평서란의 말에 송운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이게 바로 용정차라오.”

“예?”

평서란의 눈이 솔방울만 해지면서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재차 확인하여 물어왔으나, 들려오는 답은 똑같았다.

“용정차. 지난번 약혼식 때, 누군가 뇌물로 주고 가더군. 그대와 같이하면 좋을 것이라 말이오.”

송운은 양조광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한참 전에 받은 것을 이제야 맛보게 된 것이다.

그런 송운의 말에 평서란이 화들짝 놀라며 찻잔을 내려두었다.

탁.

“뇌물이라뇨? 그러하면 마시지 않겠어요. 어찌 이런 걸 받으시는……!”

순간 평서란이 송운의 뇌물이란 말에 역정을 내려 하였으나, 이내 송운의 말에 오해는 금세 풀렸다.

“이런. 란 매에게 내가 너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을 하였구려. 실은 조광이가 주고 간 것이오. 그러니 부디 내치지 말아주시오. 란 매.”

“아……. 그, 그럼 진작 그리 말씀을 하셨어야지요. 괜한 오해를 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흥.”

송운의 장난 어린 말에 새치름하니 고개를 돌린 평서란의 모습이 예뻐 보인 것인지 송운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린다.

“하하, 어찌 이리 예쁜 것이오? 내 다음부터는 필히 주의하도록 하겠소.”

‘바, 바보같이.’

민망함에 얼굴이 새빨개진 평서란이 황급히 화제를 전환시켰다.

“요즘 수련은 잘 되어가시나요?”

송운은 입가에 자연스레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란 매가 걱정해준 덕에 그럭저럭 잘 되어 가고 있소.”

그런 송운의 대답에 마음이 놓였는지 그제야 평서란의 얼굴에도 약간의 미소가 감돈다.

“다행이네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다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거든요.”

“란 매는 수련에 좀 진전이 있소?”

“뭐……. 저도 그럭저럭이요? 후후. 언제 한번 운 가가와 함께 대련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죠?”

송운은 뜻밖의 평서란의 제안에 놀랐다.

생각해 보면 단 한 번도 평서란과는 대련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마침 송운에게도 딱히 이렇다 할 대련 상대가 없었기에 그녀의 말은 반가웠다.

평서란 역시 무위가 만만치 않으니 분명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란 매와 대련이라……. 어찌 이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이참에 선천기폭을 한번 시험해 볼까?’

순간 위험한(?) 상상을 했다는 생각에 송운이 고개를 양옆으로 휙휙 저었다.

‘아니다. 아니야. 그 위험한 걸 어찌 란 매와의 대련에서 써보려 했단 말이냐? 아니 될 일이지.’

갑작스레 홀로 휙휙 변하는 송운의 모습에 의아하게 여긴 평서란이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혹여 어디가 좋지 않으신 건가요?”

“아, 아무것도 아니오. 그저 잠시 딴생각을 했을 뿐이오. 아무튼 란 매의 생각대로 조만간 대련 한번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오. 내게도 란 매에게도 서로에게 도움이 될 듯하니. 하하. 조만간 내 시간을 내어 보리다.”

그 뒤로 이야기는 한참 동안 이어졌고,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이었다.

* * *

한편, 그 시각.

하북성, 소오태산의 산꼭대기쯤 위치한 절벽.

사방이 돌로 둘러싸인 광활한 그곳에서 검은 무복을 차려입은 이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예기가 어린 다섯 개의 검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우우웅.

검은 무복이 양손을 천천히 말아 쥐어지자, 곁에 있던 다섯 개의 검들이 날아와 서서히 한곳으로 몰린다.

파앙!

그리고 검은 무복의 손이 일순간 앞을 향해 강하게 뻗어나감과 동시에 주먹이 펴지자 허공을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다섯 개의 검들이 사방으로 튀어나 지면에 박혔다.

쌔애애액!

푸부북.

“후우…….”

그제야 깊은숨을 들이 내쉰 검은 무복이 주변을 둘러보자 이런 그의 노력이 증명해 주듯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흙먼지가 날리며 지면은 초토화로 변해있었다.

검은 무복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날이 오도록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던가?

몸 겉면에 수십 가지 자상의 흔적을 남겼으나 그 대가로 검들이 자신의 몸과 하나가 된 듯 따라주고 있으니, 손해라고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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