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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전생-70화 (70/275)

제70화

‘쓸데없는 동작이 많이 사라졌구나. 자세도 많이 좋아진 듯하고…….’

전체적으로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드는 송운이었다.

생전 처음 누군가에게 자신의 무공을 가르쳤다.

한데 이 정도의 습득 능력과 응용 능력을 가진 채, 날로 성장하니 누군들 기쁘지 아니하랴?

‘무공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섭섭할 뻔했구나. 허허.’

“오빠, 대련 중에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 거야? 나도 많이 강해졌다구!”

그 말과 동시에 날아오는 송하의 매서운 목검은 송운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부웅.

“이런, 그렇다면……. 제대로 해볼까?”

송운의 눈빛이 변하면서 그와 동시에 기수식을 취했다.

“오너라. 동생아.”

“간다!”

* * *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

폐관수련으로 집을 비웠던 송운과 그동안 마교의 일로 인해 바빴던 송악까지 집으로 오니 오랜만에 식탁이 꽉 들어찬다.

하나, 단지 사람만이 가득 찬 게 아니었다.

“호호. 정말 간만에 온 가족이 모두 모였네요.”

“그러게 말이오. 그나저나……. 부인. 오늘 음식은 좀 과하지 않소?”

식탁이 부러질 만큼 쌓여있는 음식들은 송운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아니, 온 가족이 동일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무얼 이리 많이 차리셨습니까? 상다리가 부러지겠습니다.”

이 많은 것들을 다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송악과 송운의 말을 들은 예령 또한 조금은 민망했는지 그저 웃음 지을 뿐.

“오랜만에 많은 양을 하려다 보니 그만……. 호호. 어서들 들렴. 밥 식겠다.”

“걱정 마요. 엄마. 내가 다 먹을 거니깐!”

“그래그래. 많이 있으니 천천히 먹으렴.”

그 말을 시작으로 다섯 가족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끊임없이 음식이 송하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송운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작고 여린 몸에 저 많은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 건지. 허허.’

그렇다고 해서 송하는 통통하지도 않았다.

딱 적당히 보기 좋은 정도였다.

‘하긴……. 그렇게 움직여대니. 금세 소화가 되려나?’

하나 그도 곧 오랜만에 느끼는 어머니의 손맛에, 송운도 생각을 지워버린 채 먹는 데 열중하기 시작한다.

몇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오로지 벽곡단으로만 배를 채워야 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어머니가 해준 음식은 꿀맛과도 같았다.

‘역시, 밥은 어머니가 해준 밥이 최고지.’

라는 생각을 하며.

* * *

집으로 돌아온 뒤, 송운은 며칠간 휴식기를 가졌다.

폐관수련을 하면서도 내공심법을 돌리며 제법 심신을 많이 안정시켰다고 생각했지만, 가족의 곁에 있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무공과 폐관 수련으로 인해 몇 달간 손을 대지 못했던 학문 또한 빠뜨리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편해지자 송운은 자신의 곁을 잠시 떠난 천조회와 양조광이 떠올랐다.

양조광에게는 자신이 폐관 수련에 들어간 이후, 서신이 와 송악이 대신하여 북경으로 이사한 일과 송운이 폐관 수련에 들어갔음을 전했다고 하셨다.

반면 천조회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애초에 일 년이란 시간을 약조하면서 연락하겠단 말은 없었을뿐더러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생각하려 했으나 한편으론 섭섭한 것도 사실이었다.

‘잘하고 있겠지.’

송운은 어느덧 오색빛깔을 뽐내며 옷을 갈아입은 단풍을 바라보며 새삼 세월이 빠름을 느꼈다.

어차피 그 약조된 일 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녁의 바람이 제법 쌀쌀해지고 있었다.

곧 추운 겨울이 다가올 테고, 가장 긴 겨울이 흐르고 나면 금세 따뜻한 봄이 다가와 그들을 맞이할 터다.

‘많이 발전했을까?’

송운은 궁금증이 일었다.

돌아온 그들이 얼마나 변해있을지.

머릿속에 천조회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처음엔 자신을 가장 의심하고 경계하던 이는 서사였다.

하나, 지금은 다르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믿고 따르고 있질 않은가?

송운은 떠나기 전 천조회의 말을 잊지 않았다.

반드시 강해져서 돌아오겠다는 굳은 의지는 그 당시에도 지금도 송운에겐 큰 감동이었다.

믿는다.

믿어주기로 했고, 이미 믿고 있는 이들이다.

그만큼 기대 또한 커지고 있었다.

‘나 또한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열심히 더 노력해야겠지. 소기의 성과를 얻긴 했으나,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주군이 되기 위해서라도.’

송운이 펼쳐져 있던 책을 덮었다.

탁.

그때, 누군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큰 공자님. 저 달평입니다.”

“무슨 일이냐?”

“집무실로 모셔오라는 주인 어르신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래? 알겠다. 곧 뵈러 가겠다 전하여라.”

바깥은 아직 대낮이다.

황궁의 일로 바빠 저녁 늦게야 집으로 돌아오는 걸로 알고 있던 송운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바쁘시다 들었거늘……. 며칠 전 있었던 마교의 일과 관련된 얘기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기 시작한 송운은 곧 송악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아버지. 저 운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 오거라.”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송악뿐만이 아니라 예령도 함께 있었다.

‘어머님도 함께 계신다면…….’

자신이 생각했던 일 때문은 아닐 터다.

예령이 어서 앉으라며 손짓했고, 송운이 자리에 앉자 먼저 차를 건네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에 송운도 덩달아 긴장감이 맴돌았다.

꿀꺽.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다름이 아니라, 네 약혼식 때문에 불렀다.”

‘아.’

송운은 그제야 궁금증이 풀렸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미 가을쯤 맞추어 올리기로 한 얘기가 아니던가?

이제 와서 새삼 놀랄 필요는 없었다.

“올해 일이 많아 계속 밀리다 결국 이날까지 오게 되었구나. 어차피 서란이도 너도 서로 좋아하고 있지 않느냐? 하여, 지난번에 말했듯 올해 내로 식을 진행하려 한다.”

“예. 아버지.”

“해서 약혼식은 보름 뒤에 할 예정이다.”

푸흡!

송운이 마시던 차를 내뿜었다.

‘보름 뒤?’

곧 하겠거니 했는데 이리 빠르게 날을 잡으실 줄이야!

“어머, 괜찮니 운아? 여기 이걸로 닦으렴.”

그런 그에게 예령이 손수건을 건네었다.

“평가 측과 합의하에 모든 준비를 끝내 두었다. 너는 그저 몸만 가면 된다. 이미 결정된 일이니 더는 이러하다 저러하다 하는 일 만들지 말고 준비하도록 해라.”

지난번 있었던 송운의 폐관수련에 이어 무언가 또 일이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는지, 송악은 더욱 견고(堅固)하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이번만큼은 결코 약혼식을 치르겠다는 아버지의 굳은 의지가 보인다.

‘허허……. 드디어 정말 약혼식을 치르게 되는 것인가?’

송운 역시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당금, 북경으로 온 후 집안의 기반이 어느 정도 잡혔다는 말도 되었기 때문이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지.”

송악은 그런 아들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곧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만 물러가도 좋다는 행동을 취했다.

‘또다시 바빠지겠구나.’

뒤돌아 방을 나가는 송운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바쁜 나날이 될 터였다.

* * *

그렇게 송가와 평가 양측 모두,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졌다. 송운이 과거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한 집안의 큰 경사였다.

평목단과 평서란의 식사 자리.

조용히 밥을 먹던 평목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벌써 이리 자라다니……. 잘 자라주어 정말 고맙구나. 딸아.”

평서란이 어릴 때 부인을 잃은 평목단은 평생을 홀로 그녀를 키웠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형제 하나 없이 방황했을 법도 한 딸이거늘, 자신을 잘 따라주며 비어버린 아내의 자리까지 대신하려 노력하던 아이다.

그런 딸이 어느새 이렇게 자라 약혼식을 한다니 막상 마음이 뭉클해져 오는 것이다.

“저보단 절 키워주신 아버지가 더 고생하셨죠. 게다가……. 아직 결혼식도 아닌 약혼식이잖아요. 너무 슬퍼 마세요. 양가의 집도 가깝구요.”

맞는 말이다.

하나,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르는 건 막지 못했다.

‘약혼식이 치러지면 얼마 가지 않아 결혼식도 올릴 테지.’

잠시 씁쓸한 마음이 들었으나, 딸의 말대로 언제든지 보고자 하면 볼 수 있는 거리다.

주책없는 아비의 모습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다.

이내 평목단이 크게 파안대소하며 말을 이었다.

“으하하! 운이 그 녀석, 분명 잘해줄 게다. 남자인 이 아비의 눈으로는 참으로 당찬 녀석이야. 어떠한 고난도 헤쳐나갈 수 있는 그런 저력을 가진 아이야.”

“후후. 아버지께서 직접 골라주신 사윗감이 아닙니까? 당연히 좋은 사람이겠죠.”

평서란이 수줍게 미소 짓는다.

그런 딸을 바라보며 장난스럽던 표정을 지우고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서란아. 잘 살아야 한다. 이 아비는 네가 행복해지는 것 말고는 더는 바랄 것이 없구나.”

“네, 아버지.”

두 부녀(父女)지간 사이에 눈으론 보이지 않는 끈끈한 가족의 정이 서로의 마음을 감싸 안았다.

第十三章. 약혼식

약혼식 당일.

어느새 보름이란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러갔고,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아직 약혼식이 시작하기 전, 송가의 집 앞마당에는 발을 디딜 곳이 없을 만큼 곳곳에서 도착한 선물들로 가득했다.

본디 약혼식은 그리 크게 치르지 않는다.

하나 그동안 미뤄온 시간도 있고 하여 연회 비슷하게 주변 지인들까지만 불러 조촐히 연 것인데, 어찌 알고 저래 선물들을 보내온 것이다.

‘역시 아버지와 평 의숙부님……. 아니 이젠 장인어른이라 불러야 하나?’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즈음, 송운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아, 오늘의 주인공이 이리 빠져있으면 어떡하니?”

예령의 손에 이끌려 간 곳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이는 유가량이었다.

“운이, 약혼 축하하네. 이리 먼저 가버리는 겐가? 허어.”

장난스러운 말투로 여전히 반갑게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네는 그는 여전히 밝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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