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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전생-58화 (58/275)

제58화

第六章. 천조회의 위기

깊은 밤, 땅거미조차 완전히 내려앉은 시각.

유일하게 하늘 높이 떠 있는 달빛만이 세상을 비추는 그 아래, 두 명의 인영이 가쁜 숨을 내뱉으며 달리고 있었다.

하나, 그조차도 이미 기운이 꽤 빠졌는지 속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헉, 헉……. 놈들은 아직도 인가?”

“허억, 후우……. 아마 우리가 죽을 때까지 쫓아올 놈들이요. 계속 가야 합니다. 형님.”

“더럽게 끈질긴 놈들이로군. 카악, 퉷!”

우곤은 한참을 달려서인지 목이 말라서인지 모를 목구멍 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이물감에 끌어올려 밖으로 표출시켰다.

“우리보단 주군이 걱정입니다. 우리가 이 정도로 공격당했다면 분명 주군께도 피해가 갔을 터인데…….”

그러한 상황에서도 주군이라 불리는 이의 안위가 걱정되었는지 왜소한 체격의 사내가 말하자, 그 말에 동조하는지 장신의 사내의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면서 핏대가 선다.

하나 여전히 발걸음은 쉴 새 없이 지면을 박차며 뛰쳐나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멈추게 되었다가는 금세 따라 잡힐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랬다.

그 두 인영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우곤과 사서였다.

천조회의 거처를 마련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갑작스러운 검은 복면을 쓴 놈들에게 기습을 당한 것이다.

‘젠장, 어째 며칠 동안 주변을 빙빙 맴돈다 했더니만!’

자신들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리 급작스레 기습을 감행할 줄이야.’

으득.

서사는 이를 악다물었다.

* * *

며칠 전.

송운이 급한 일이 생겼다며 천조회를 찾아왔다.

몇 달간 그가 만들어낸 약을 파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시기에 비하면 많이 한가해진 때였다.

“며칠 집을 비울 일이 생겼습니다. 해서 저를 대신하여 저희 집 주변에 정찰을 좀 더 강화해주셨으면 합니다. 혹시라도 뭔가 수상한 움직임이 있거든, 저에게 전령으로 곧바로 보고해주세요.”

“예, 주군.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송운은 부탁을 마치고 곧바로 자릴 비웠고, 정찰을 돌기 시작했다.

사건은 이미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끙차. 오늘 역시 이상 무(無)로구만.”

정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조총의 귀에 누군가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었다.

‘음? 이번엔 또 뭘 잡으러 온 놈들이지. 우리가 잡으려 할 땐 그리 사냥감도 없던데. 어찌 이리 이곳을 알고 찾아오는 겐지.’

하나, 이곳에 거처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그러한 움직임은 몇 번 있었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진 않았다. 몇 번이나 수상하다 느끼고 그 뒤를 쫓았으나 대다수가 주변을 배회하며 산짐승들을 잡기 위해 사냥을 나온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자신들도 산짐승 한번 잡아보겠다고 날뛰었지만, 쉽사리 보이지 않았고 덕분에 적돈만이 실망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풀이 죽었던 적도 있었다.

미세하게 다른 발자국 소리들은 조총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하나, 둘. 셋……. 이번엔 소규모인가?’

그렇게 별것 아니라며 조총은 거처로 향했고, 돌아가 형님들에게 투덜거리며 말했다.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다더니, 무슨 놈의 사냥꾼들이 이리 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사냥꾼이더냐?”

가만히 책을 읽고 있던 서사가 되물었다.

“에이, 뭐 매번 그놈들이 그놈들 아닙니까. 괜스레 다가가서 정체를 들통 낼 바에야 돌아오는 게 낫겠다 싶어서 돌아왔지요. 오늘따라 이상하게 몸도 무겁고…….”

“그래. 뭐 별일이야 있겠느냐? 송 공자의 집 근처도 아니고 우리가 누군지 알고 굳이 감시하겠느냐.”

우곤까지 나서자 평소 그의 말이라면 척척 따르는 조총이었기에 그들은 결국 그날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며칠간 주변을 더 맴도는 듯했으나 찾던 사냥감을 찾지 못 해서거니 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며칠 더 지나지 않아 어두운 새벽 송운의 집 근처에서 수상하게 배회하던 자를 붙잡았고, 송운과 천조회의 신경이 온통 그 녀석에게 몰려있을 틈이었다.

“젠장, 왜 이런 놈들은 툭하면 게거품을 물고 죽고 지X인지. 딱히 이렇다 할 소지품도 없고……. 애써 잡은 게 물거품이 돼버렸습니다, 그래.”

송운의 심문 도중 걸려있던 금제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죽자, 급하게 위험을 감지했는지 송운은 뛰쳐나갔고 남은 천조회만 덩그러니 남아있던 참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일이 터진 것이다.

그동안 사냥꾼이겠거니 하고 넘긴 녀석들이 천조회를 급습한 것이다.

게다가 숫자는 더욱더 불어나 있었다.

처음엔 그저 숫자로만 밀어붙이는 녀석들이라 어떻게든 대적해보리라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한 명 한 명의 무공의 수위가 높았다.

다섯 중 가장 무위가 높은 우곤이 나서 맞서보려 하였으나, 그도 비록 일류까진 아니더라도 무공을 익힌 몸. 이내 상대가 되지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낀 우곤이 곁에 있던 서사에게 뛰라는 신호를 보냈고,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것이다.

‘그때 제대로 확인만 해보았더라면…….’

손 하나 까딱해보지도 못한 채, 아니 그때의 후회감이 물밀려 들어오는지 이리 도망만 다니는 자신의 모습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는지 우곤이 욕지거릴 내뱉는다.

“제기랄! 이딴 무능한 부하나 되려고 한 게 아니란 말이다!”

“쉿, 형님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소리 지를 힘이 남았으면 그 힘으로 조금 더 빨리 뛰세요. 허억……. 이러다 붙잡히겠습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추격을 해오던 녀석들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이윽고 그 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뚝.

“멈추거라. 가뜩이나 있는 대로 행적을 남기며 지나가면서 소리까지 지르다니. 간이 꽤나 크구나. 아니면 그 정도로 무식하단 뜻인가?”

“저 시커먼 까마귀 같은 놈이!”

우곤이 그 말에 발끈했으나, 서사가 이내 그를 말리며 자세를 취했다.

“지금은 입씨름할 때가 아닙니다. 형님.”

“다른 놈은 몰라도 저 새끼는 내 손으로 작살을 내야겠다!”

그 둘의 모습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검은 복면 중 한 명이 조용히 읊조렸다.

“가소롭군. 여태 무서워서 도망만 친 주제에 입만 살았구나. 큭. 이제 쥐새끼와 놀아주는 것은 이쯤에서 끝내시지요.”

‘젠장. 결국 잡힌 건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몸뚱이가 그저 야속할 뿐이었다.

서사는 애가 탔다.

시간을 좀 더 끌어야 했다.

‘아직은 이르다. 조금만 더…….’

그때, 둘을 포위하듯 둘러싼 복면인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서사에게 물었다.

“한데, 나머지 셋은 보이질 않는군. 어디로 내뺀 것이냐?”

“…….”

“하긴 애초에 그걸 답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쥐새끼처럼 도망 다니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이목을 끈 건 확실해졌군. 저놈들이 전부란 말이렷다.’

서사는 째진 눈으로 요리조리 훑어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 말대로라면 아직까진 승산이 있다는 소리였다.

‘제발…….’

한참을 노려보기만 하는 둘을 보던 우두머리는 이내 마음을 바꿨는지 칼을 뽑아 들었다.

“어차피 네놈들이 대답하지 않으면 모두 찾아 죽이면 그만이다. 멀리는 못 갔을 터. 우선 앞에 두 놈들부터 죽여라.”

“예!”

그의 말을 시점으로 일제히 주변을 맴돌던 복면인들이 우곤과 서사에게 달려들었다.

엄청난 위력에 머릿수마저 밀리는 상황.

“뒤로 물러나 있어라. 내가 맡으마.”

우곤은 서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서사는 그의 말에 수긍하는 듯 그의 등을 지고 반대편을 향해 바라본다.

당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어리석은 놈들. 어차피 곧 같은 황천길을 갈 주제에 폼은 엄청나게 잡는구나.”

아까부터 서사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내 시비를 걸어오던 그놈이었다.

으르렁거리며 다가오던 놈은 서사를 향해 달려들었고 우곤은 등 뒤에 메고 있던 대도를 꺼내 들었다.

채챙-!

“이놈들! 누가 너희 손에 죽어줄지 아느냐!”

콰앙!

우곤의 대도가 있는 힘껏 그들을 향해 내리찍었고, 복면인들이 성급히 피했으나 그 어마어마한 힘의 여파로 주변의 땅과 나무가 흔들린다.

비록 무공은 조금 딸리더라도 칠 척의 장신에 큰 덩치만큼 쏟아져 나오는 그 육체적인 힘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파바바밧-!

그와 동시에 서사가 품에서 던진 무언가가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그에 놀란 복면인들은 또다시 몸을 날렸으나,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의 몸에 맞고 튕겨 나갔다.

“쿠엑…… 우우웩!”

그의 최후의 한 수였다.

서사가 던진 것은 다름 아닌 수궁노(袖弓弩)였다.

수궁노는 매화수전(梅花手箭)이나 탄궁(彈弓) 등과 같은 종류의 암기로서 길이는 약 육촌(六寸) 정도 되는 죽통 속에 용수철을 넣고 그 속에서 작은 철환(鐵丸)을 넣은 것이었다.

그 철환 속에는 극독이 묻어있어 그걸 맞으면 이내 몸에 마비가 오면서 구토를 유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 성공인가?’

생각 외의 둘의 역공(逆功)에 복면인들의 당황한 모습이 보였다.

하나, 그것도 잠시.

제법 그들과 맞대응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복면인들에겐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치고 들어왔다.

그 모습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서사였다.

‘아쉽긴 하지만……. 적어도 맞은 놈들은 움직이기 힘들어질 터.’

이내 싸움은 다시 우곤의 몫이 되었다.

채채챙-!

“크큭. 덩치만 컸지 무공이라곤 무자도 모르는 무식한 놈이로군. 게다가 그 암기,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애송이들이나 사용하는 꼼수가 아닌가? 생각보다 더 별 볼 것 없는 놈들이었군.”

서사가 날린 수궁노 덕에 몇 명의 손발은 묶었으나, 몇 번의 손속이 더 오가면서 점점 우곤이 위태해지고 있었다.

아니, 애초부터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쭙잖은 잔기술로 상대할 수 있는 녀석들이 아니었다.

‘쳇, 역시 이대로 대적은 무리인가.’

순간 두 눈을 마주친 우곤과 서사는 빠르게 눈빛으로 서로의 의사를 교환했다.

‘형님!’

‘지금이다. 뛰어라!’

우곤이 신호를 줌과 동시에 있는 힘껏 도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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