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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전생-52화 (52/275)

제52화

그 훈훈한 모습에 양조광은 얼마 되진 않으나 자신이 그동안 갈고 닦았던 모든 것을 쏟아부을 때가 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 아니겠는가? 가진 모든 지식을 바쳐 도우리라.’

이에 양조광은 무언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하면, 제가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응?”

송운은 갑작스런 양조광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무모한 일이 아니겠냐며 다그칠 줄만 알았건만 되레 자신을 도와도 되겠냐며 물었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아닌 송가를 지키려 하시는 일 아닙니까? 한데 그런 일에 저를 빼놓으면 제가 섭섭합니다.”

도통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양조광이 진심으로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자 송운은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 싫은 건 단연코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도와준다면 참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것이란 느낌이 그의 마음을 강타(强打)했다.

그리고 송운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을 무렵, 양조광이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운 공자님의 말씀대로 한 손으로는 열 손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한 손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운 공자님이 완벽하지 못하다면 제가 그 완벽에 한 손이라도 보탬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저 또한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서로 보완해 나간다면 그조차도 언젠간 메워지지 않겠습니까?”

그의 진심이 담긴 눈빛과 목소리는 힘이 담겨있었다.

‘그래, 조광이라면…….’

다른 사람도 아닌 양조광이 아닌가?

그라면 얼마든지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우 든든한 아군이 생긴 셈이다.

“하하. 그래 준다면 내가 싫을 것이 무에 있겠어?”

“상처는 잊되, 은혜는 결코 잊지 말라. 공자님의 말씀이시지요. 이 한 몸 도움이 된다면 아낌없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양조광이 송운의 두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고맙다. 고마워 조광아.”

마주친 그 둘의 눈빛이 강하게 빛났다.

第二章. 계획

송운의 계획이란 이름하여 선천지기를 이용한 건강음료를 파는 것이었다.

선천지기란 사람의 생명과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것을 미리 좋은 약재를 달여 놓은 물에 그것을 조금씩 흘려 넣으면 엄청난 약이 되지 않을까? 라는 순수하게 송운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이었다.

천의선천기공을 익히면서 날이 갈수록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낀 송운이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했다.

물론 무공만으로도 그럴 수 있었으나, 전생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일까?

만일 성공한다면 그 어떠한 의서에도 적혀있지 않은 당연히 그 누구도 시도해본 적 없는 새로운, 아니 세상에 송운밖에 만들 수 없는 약이 될 것이다.

실상 그 누가 감히 자신이 가진 한정된 명맥(命脈)을 팔겠는가?

만약 그렇게 한다 한들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럴 일은 없을 터다.

하나 송운이 누구던가?

그의 내공심법은 필요하면 원하는 만큼 계속해서 선천지기를 마음껏 불릴 수 있다. 지금 몸에 축적된 것만 해도 이미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성공만 한다면 정말이지 작금의 세상에서 송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엄청난 약이 되는 것이다. 그리된다면 값어치 또한 감히 매기기 어려울 만큼 귀해질 터.

사실 굳이 약재를 달여 넣을 필요성도 없었다.

만약 효능이 발휘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을 테니.

다만 약이라고 한다면 대다수 그 약재 특유의 향이 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확실히 하기 위해서일 뿐.

게다가 실제로 좋은 약재가 들어간다면 그 효능은 배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선천지기가 들어가기에 분명 몸이 건강해지고 특히 노환으로 인해 몸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좋을 것이다.

‘성공만 해준다면 이보다 더 돈이 되는 건 없을 터.’

분명 되기만 한다면 소문만 퍼져도 돈 많고 욕심 많은 부자(富者)들은 너도나도 달려들 것이다. 물론 일반 백성들에게도 약효를 조금 줄여, 정말 필요한 이도 살 수 있게 팔 생각이었다.

건강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그 누가 탐내 하지 않겠는가? 그 근원지(根源地)를 안다면 누군가 그걸 혼자 탐하기 위해 자객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었다.

그리되면 충분히 조금의 양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

송운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다면 먼저 확인부터 해봐야겠지.’

무턱대고 입증(立證)도 되지 않은 약을 마구잡이로 생산할 수는 없는 법.

우선은 확인.

확인이 우선이다.

하여 더 지체할 필요가 없어진 송운은 곧바로 약재상에게 발걸음을 향했다.

* * *

‘자, 이제 약재가 어느 정도 우려 나올 때까지 곁에서 지켜보면 되겠구나.’

꼼꼼하게 직접 상태까지 살피며 골라온 약재들을 눈앞에 펼쳐놓은 송운은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번의 만년설삼을 달이기 위해 수십, 수백 번을 연습했던 송운은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기에 굳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직접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배워둔 것을 이리 또 써먹을 줄이야……. 허허.’

익숙한 약탕기(藥湯器)들을 보니 그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처음엔 어려워서 꽤나 애먹었었는데 말이지.’

그저 무작정 달이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송운은 처음 깨달았다. 의서에 적힌 내용은 대오각성을 통해 이해 능력이 올라가면서 쉽게 익혔으나, 실전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평생에 걸쳐 약을 달여 보긴커녕 환약은 몰라도 단 한 번도 탕약을 먹어본 적이 없는 송운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 숙달(熟達)이 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약을 낼 수 있었다.

그 일을 겪고 나선 의원들이 새삼 대단해 보일 정도였으니 말 다 한 셈이다.

‘그랬던 것이 이젠 이 정도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라니.’

그저 헛웃음이 나는 그였다.

그렇게 잠시 추억에 젖어 있다 보니 어느덧 물이 끓기 시작했는지, 보글보글 올라오는 수증기가 보인다.

송운은 약재들을 모두 넣고 또다시 기다리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약재에 씁쓸하면서도 달달한 그 특유의 향이 그의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음, 이 정도면 다 되었겠구나.’

쪼르륵-

송운은 조심스레 불을 끈 뒤 미리 준비해둔 그릇에 조금씩 따라냈다. 그 색이 참으로 짙고 고운 것이 제법 괜찮게 달여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젠 선천지기만 흘려 넣으면…….’

우웅-

송운은 천천히 선천지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그걸 손끝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아주 조금씩 조절해 극소량의 양을 약물 속으로 흘려보냈다.

‘됐다!’

드디어 그가 생각했던 것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두근두근.

송운의 심장이 조금은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공산(公算)은 반반이었다.

‘잘 되었을까? 실패하면 어쩌지?’

하나 실패한들 어찌하겠는가?

애초에 만들어진 방법이 아니니, 그리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성공한다면 좋은 것이요, 실패하면 다시 방도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 마음먹은 송운은 조심스레 뜨거운 김이 흘러나오는 그릇을 받쳐 들었다.

꿀꺽.

한 모금 가득 입안을 채우고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찰나의 순간 몸 안에서 무언가 감싸며 타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화르륵!

그러곤 이내 그것들이 몸속의 기운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뜨거운 느낌이 들며 깊숙이 돌기 시작하더니 천의선천기공을 직접 돌렸을 때보다는 훨씬 덜하나 무언가 비슷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차올랐다.

‘허……!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이 마치 따스한 햇볕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구나!’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들려던 순간.

이내 그것들은 모두 합쳐져 하나로 모였고, 그 애매모호한 느낌은 순간 송운을 당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하나로 합쳐지는 것까진 좋았다.

다만 그 합쳐진 것들로 인해 남성의 중심에 힘이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보기 민망할 만큼 그것이 커져 버린 것이다.

‘이, 이런. 허어.’

송운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변태로 오해받기 십상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한창때인(?) 남성의 그것이 커진다고 하여 이상할 건 없었지만 아무래도 방금 마신 약 탓인 것 같았다.

‘하. 이것도 참 좋은데, 진짜 설명할 방법이 없는 좋은 약이 되어버렸구나. 크흠. 선천지기가 너무 과하게 들어갔나? 아무래도 조금 양을 줄이고 흐름을 좀 더 유순하게 해야겠구나. 이래서야 처음 생각했던 약효와는 정 다른 약이 돼 버리겠어. 그나저나 선천지기에 이런 효용이 있었다니, 혹여 이런 약이라면…….’

그렇게 된다면 조금 얼굴을 붉힐 법한 일이 되겠지만 수많은 남성에게도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일 터.

‘그렇다면 두 가지 모두 파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겠는걸? 이리된다면 돈이 배로 더 벌리겠구나!’

생각지도 못한 효능을 얻은 송운은 또다시 한번 미리 달여 놓았던 탕약에 아까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써 양을 줄이면서 조금 더 부드럽게 기운을 바꾸어 흘려 넣었다.

‘이번에는…….’

꿀꺽.

두 번째 들이켠 약도 처음에는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설마, 이번에도 다른 약효인가?’

송운의 걱정(?)이 늘어갈 무렵, 몸 안으로 들어간 약은 이윽고 아까와는 달리 그 흐름이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자신의 본래의 기와 융합되는 느낌이 들더니 몸을 무척이나 평안하면서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두 번 만에 처음에 생각했던 효과를 발휘하는 듯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성공뿐만이 아니라 그의 생각보다 선천지기는 훨씬 적은 양으로도 충분했고 무려 두 가지의 효능을 얻은 것이다.

“이대로만 하면 되겠어.”

송운의 입가에 회심(會心)의 미소가 그득히 걸렸다.

* * *

송운은 혹시나 자신에게만 통하는 것은 아닐지 하는 마음에 몇 명 더 그 효과를 증명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여 가장 먼저 고른 사람은 최근 고뿔에 걸렸다던 고 총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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