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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전생-38화 (38/275)

제38화

콰앙-!

그걸 피해낸 복면인이 그 허공에서 그대로 땅으로 쾅 하며 떨어지자 그 충격으로 파였던 땅 위에서 돌덩어리들이 모두 들어 올려와 허공으로 치솟더니 이내 지상을 향해 다시 광속(光束)으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속에 내력을 실은 것인지 그 많은 것들이 모두 흉악한 무기로 변해 버렸고 그것을 본 평목단이 빠르게 검으로 쳐내기 시작했다. 하나 이미 가속화되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작은 돌멩이 중 몇 개가 그의 뒤를 향한다.

‘위험하다!’

그에 지켜보던 송운이 빠르게 달려가 막아 냈다.

퍼버버벅-!

“운아! 네가 올 곳이 아니다. 저리 가거라!”

“저도 돕겠습니다. 숙부님.”

그 순간, 복면인과 송운의 눈이 마주쳤다.

마주한 그의 두 눈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평목단이 놓친 것들을 모두 쳐내는 송운의 무위를 보았기 때문일까? 평목단은 보지 못했을지언정, 그가 있던 위치에선 모두 볼 수 있었다. 송운이 쳐낸 돌멩이들이 산산조각 나서 흩어지던 모습을 말이다.

‘웬 놈이지?’

그는 기껏해야 평서란일 것이라 예상했거늘 예상이 보기 좋게 깨져버린 것이다.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평목단만 해도 본인의 예상보다 그 위력이 만만치 않아 고전하고 있건만 또 한 명이 나타났다.

잠시 당황하던 그는 이내 누군지 알아챘다.

‘아까 뒤쪽으로 보낸 녀석들과 대치했던 내기가 아닌가? 꽤나 빠르게 녀석들을 죽인 걸 보면 보통내기는 아니란 소린데……. 이제 막 약관이나 된 듯한데 무위가 제법이구나.’

상황이 악화되었다.

본디 자신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다.

조용히 와서 일을 처리하라 하였건만, 이미 소란은 커질 대로 커져 사람들을 깨울 만큼의 소음이 일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라면 아무리 자신의 무위가 높다 하더라도 상황이 극히 불리해진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화르륵-

“주인 어르신을 호위하라!”

“아버지!”

그때, 어둑하던 사방의 불이 켜지면서 집 안에 있던 호위무사들과 평서란이 모두 뛰쳐나왔다.

“쯧. 이번 일은 실패인가……. 어쩔 수 없군.”

혼자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던 복면인은 결국 겨누던 검을 치우고 빠르게 몸을 날리며 물러났다.

“네 이놈, 어딜 도망치는 것이냐! 게 서지 못하겠느냐!”

평목단이 크게 소리를 치며 따라잡아 그의 도주를 막으려 했으나 날랜 몸놀림으로 지붕 위로 몸을 옮긴 후였다. 그런 뒤 복면인은 따라오려는 호위무사들을 향해 조그마한 무언가를 날린 후 조용히 마지막 말을 남기고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스르륵-

“우릴 쫓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

공기 중엔 놈이 남긴 말만이 남아 흩어졌다.

복면인이 허망하게 사라지고 난 후 평목단은 입을 굳게 닫은 채 표정이 굳어졌다.

“크으…… 흑야…….”

송운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오밤중에 나타난 복면인들.

그리고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은 분명 쫓지 말라는 듯한 경고를 남긴 채 갑자기 사라졌다. 도통 알 수 없는 이 상황에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평목단 마저 흑야라는 말을 하더니 그를 남겨둔 채 자릴 뜬 것이다.

“운아, 잠시 나갔다 오마. 들어가 있거라.”

홀로 남은 송운만이 어안이 벙벙한 채 서 있었다.

‘작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확실한 건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리라.

第八章. 가르침을 받다

평목단이 자릴 떠난 후 송운은 곧바로 놈들을 잡아 두었던 곳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한발 늦었는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 뒤로 송운은 조용히 자신의 거처에서 생각을 해보았지만 도통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흑야라는 녀석들 대체 뭐 하는 놈들이기에…….’

하나 혼자 고뇌한다고 해서 풀릴 궁금증은 아닌 듯했다. 먼저 떠날까란 생각도 해보았으나 급격히 조용해진 평가의 분위기에 차마 떠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던 상태였기에 답답한 마음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똑똑-

“누구십니까.”

“운이 안에 있느냐?”

바로 며칠 전 복면인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던 평목단이었다.

“아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평목단은 생각보다 조금 초췌해 보였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웃어주며 인사를 건넨다.

“이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구나. 그땐 상황이 좋질 못하여……. 어디 다친 곳은 없더냐?”

그때 당시의 일이 떠올랐는지 미안한 듯 슬쩍 멋쩍은 웃음을 짓던 평목단은 그에게 괜찮냐며 물어오자 송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한데 어딜 다녀온 것입니까?”

물어볼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왠지 모르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송운이 어렵사리 질문을 꺼냈으나, 평목단은 고개를 내저었다.

“다치지 않았다니 다행이구나. 아무래도 이번 일은 운이 네게 다 말해주긴 힘들 것 같다. 조금 복잡한 일이 생긴 건 사실이나, 이것도 어차피 곧 해결될 일이니 너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에 송운이 묵묵히 기다리자 한참 동안 침묵을 이어가던 평목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며칠 전 뒤쪽으로 스며든 놈들을 네가 처리했다고 들었다. 게다가 순간이었으나 내가 미처 막지 못한 것을 네가 막지 않았더냐? 하여 그 무공을 내게도 좀 보여줄 수 있겠느냐?”

“예, 어디에 나가 자랑할 만한 실력은 되지 않으나 배움을 조금 두었습니다.”

‘역시 무공을 익힌 게 맞구나. 언뜻 살펴보았을 때도 꽤나 대단하다고 느꼈거늘. 학문에만 뛰어난 줄 알았더니 무위에도 재능이 있었다니.’

송운에게 굳이 묻지 않아도 평목단은 이미 직접 기운으로 살펴본 터라 알고는 있었다. 다만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공의 깊이가 있었기에 한 번쯤 겨뤄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평목단의 호승심을 자극시킨 것이다.

‘아무래도 내 눈으로 직접 보아야겠구나.’

순간 평목단의 두 눈에 이채가 어린다.

“혹시 그 무공 솜씨 좀 볼 수 있겠느냐? 아, 물론 부담스럽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

하나 송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무공을 봐줄 사람이 없어 그저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검에 있어서 이름을 날리는 그가 직접 봐준다면 그걸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목단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충분히 믿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송운은 흔쾌히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 * *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은 바로 옆에 있는 연무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처음으로 내 무공을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수 있겠구나.’

송운은 어느 순간부터 두근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전생에도 스승 없이 홀로만 커왔던 그다.

한데 다른 사람도 아닌 평목단이다.

황실의 무위에 정점에 서 있는 사람.

보는 눈도 강호에 있는 고수들과도 전혀 다르지 않을 터. 당장 강호에 나가도 열 손가락 안에 꼽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송운은 약간의 기대와 긴장감이 감돌았다.

며칠 전 자신의 눈으로 본 평목단의 모습은 분명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더 고수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때 보았던 내기와 무공은 언뜻 보기에도 대단했다.

자고로 호랑이의 밑에서 호랑이가 자라는 법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나, 재능과 피.

그리고 어릴 적부터 보고 배워온 것들이 그녀를 더욱 크게 키웠을 터.

평서란이 괜히 훗날의 천하십대고수 중 하나가 되는 게 아닐 것이다.

‘후. 일단 진정하자. 운아.’

어쨌거나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힌 송운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기수식을 취했다.

평목단은 그런 그를 자세히 눈여겨보기 시작한다.

이윽고 송운은 눈을 감고 자신의 온몸에 감도는 내기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자신이 새로이 만든 질풍신공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부터 그려내기 시작한다.

‘시작은 내 것이 아니나 끝은 곧 내 것이라.’

그러곤 이내 그의 몸이 물처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빠르게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가 춤을 추듯 허공으로 박차고 올라갔다가도 금세 땅으로 착지하여 주변의 모든 공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낸다.

‘중유중무(重有重無). 무거움이 있으나 무거움이 없듯이.’

때론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공기를 갈라냈다가도 다시 모아 회오리를 일으켰고 점점 작은 물결 같던 몸짓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내는 듯 커져 간다.

그를 지켜보던 평목단이 속으로 외쳤다.

‘허, 운이 이 녀석……!’

하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끝으로 모든 동작의 점을 선으로 이어낸다.’

여태 펼쳐낸 무공의 모든 동작을 이어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커다란 한 성좌를 만들어 낸다. 결국 그 많은 동작이 하나의 동작으로 끝이 난 것이다.

“후우……. 여기까집니다.”

그러곤 송운이 감았던 두 눈을 떴다.

“허어. 대단하구나. 참으로 대단해!”

평목단은 자신의 앞에서 펼쳐진 그 경이한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이지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 무위.

‘대단하구나.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이건만 도통 종잡을 수 없는 무공이나 모든 흐름에 있어 자연스럽고 내기가 정순하다. 그뿐인가! 게다가 적은 양의 내기만으로도 거대한 힘을 내고 있지 않은가? 대체 어찌 이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이냐!’

대단하다는 말 이후로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는 평목단의 모습에 송운은 약간 불안했는지 먼저 말을 꺼냈다.

“평 의숙부님.”

“아아, 미안하구나. 놀라운 무공이다. 내 직접 겪어보진 않았으나 이 정도라면 한 수 위의 실력자와 싸운다고 하여도 동수를 이룰 수 있을 정도라고 보아도 충분할 만큼. 마치 선천지기를 이용하는 것과도 같은 힘이니 놀라울 따름이구나.”

평목단의 선천지기란 말에 송운이 내심 속으로 뜨끔하였다. 작금 자신의 무공의 원천이 선천지기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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