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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전생-8화 (8/275)

제8화

‘그냥 질풍심공의 수련에 시간을 모두 투자할까.’

천의경에 적힌 내공심법을 얻은 이후, 오전 일찍 일어나 반 시진은 질풍심공을, 나머지 반 시진은 정체 모를 내공심법에 투자하고 있는 송운이었다. 잠이 들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이러한 형태로, 매일 한 시진을 버리고 있다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다, 아직 조금 더 해보자.’

하나, 포기하기에는 천의경이 이끄는 운명의 끈이 너무나 강했다.

송운은 굳은 마음을 먹고 다시금 가부좌를 튼 채 천의경에 적힌 내공심법을 운기 했다.

마음은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시간은 흐르고, 송운은 깊은 호흡을 내뱉으며 운기조식에 빠져들었다.

* * *

보름 뒤.

‘어……!?’

포기하지 않고 평소처럼 천의경에 적힌 내공심법을 운용하던 송운의 머릿속에 불빛이 번뜩였다. 여태껏 아무 반응도 오지 않던 심법에서 드디어 무언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역시 무언가 있었던 게야.’

송운은 속으로 내심 기뻐하며 자신의 몸 내부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조심스레 느껴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송운의 두 눈은 커다랗게 떠졌다.

자신이 상상하던 그 이상의 것이었다.

‘이건 운기토납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단전에 쌓인 내공을 키워주는 것도 아니야.’

따스한 빛과도 같은 느낌의 그것은 포근하면서도 천천히 그의 온몸을 둘러쌌다. 그리고 본디 자신의 몸 안에 잠재되어있던 선천지기(先天之氣)와 합쳐지기 시작했다.

‘설마, 선천지기를…….’

자신이 잘못 느낀 건가 싶던 송운은 재차 확인을 해봤지만 역시 다시 모인 그 무언가는 자신의 선천지기와 융합(融合)되어 조금씩이지만 분명 불어나고 있었다.

‘허, 어찌 이런 일이……?’

일반적인 선천지기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나오는 기다. 모으면 모을수록 커지는 후천지기와는 달리 이것은 단지 소모가 될 뿐 다시 차오르지는 않는다. 게다가 선천지기를 사용하면 수명이 줄어드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기에 쓰고 싶어도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이건 말도 안 된다는 소리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맞거늘.’

분명 맞는데, 부정(不正)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자신이 몸소 느끼고 있질 않은가?

선천지기는 후천지기와는 달리 같은 콩알만 한 양이더라도 열 배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한다. 이것을 부풀려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같은 절정 고수여도 사용할 수 있는 위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심법의 효율에 대해 송운은 말을 잃었다. 이 정도 라면 기연도 보통 기연이 아닌 셈이다.

선천지기를 불려주는 내공심법이라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심법이었다.

‘이걸 내가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본디 자신이 익힌 무공인 질풍각은 제법 괜찮은 무공이었다.

그랬기에 비록 스승 없이 배웠으나, 나름 절정고수라는 이름까지 얻었으니 나쁘다고 볼 수 없는 셈인 것이다. 다만 무공을 익히기엔 꽤나 늦은 나이에 입문한데다가, 쌓인 내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된 위력을 내지 못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특히나 자신이 익힌 질풍각은 한 번 사용 할 때마다 소모되는 내공량이 꽤나 컸기 때문에 생각보다 내력도 중요시되는 무공이다. 하나 쓸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던 선천지기를 계속 부풀려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엄청난 위력을 낼 수 있게 될 터.’

정말 말 그대로였다.

전생보다 훨씬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발판이 생긴 것이다.

송운은 몇 번을 생각해도 천의경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선 비록 송하밖에 남진 않았으나, 어쨌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었고 다시 얻은 이번 생에서는 무공 구결까지 자신에게 주었다.

이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을까?

한데 아직 이 심법에는 딱히 이렇다 불릴 명칭이 없었다. 책에 적힌 내용이라곤 그저 구결들뿐, 이름이 명시되어 있진 않았기 때문이다.

‘음, 뭔가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 듯한데…….’

그냥 심공이라고 부르기엔 무언가 허전했다.

이렇게 대단한 심법을 이름도 모른 채 사용하는 건 뭔가 마음이 찜찜했다.

‘천의경에서 나온 심법이라…….’

하여 송운은 고민 끝에 천의선천기공(天意先天氣功)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천의경에서 나온 심법이니 꽤나 어울릴 법한 이름이었다.

송운의 입가에는 꽤나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이름까지 지어준 그는 지금보다 더욱 천의선천기공의 수련에 열심히 매진했다. 많이는 아니어도 조금씩 쌓여가는 그것들은 더욱더 그를 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第五章. 애들 싸움은 애들끼리 하는 법이다

어느덧 송운이 현생으로 돌아온 지 일 년이 훌쩍 흘러 지나갔다. 그동안 송운의 무공은 더욱더 숙련되어 갔고, 더불어 학문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져 있었다. 단순히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그의 덕이었다. 그렇게 화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송가에 송악이 노발대발(怒發大發)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송후의 얼굴에 난 제법 큰 생채기를 발견한 것이다.

“어머, 후야 너 얼굴이 왜 이러니? 어디서 맞기라도 한 거야?”

제일 먼저 알아챈 것은 어머니 예령이었다.

유달리 그날따라 밥상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송후가 이상하여 얼굴을 들어 본 것이다. 한데 역시나 얼굴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정말 어디서 맞은 것이냐?”

놀란 예령과 송악은 도대체 어디서 맞은 것이냐며 물었고, 아니라며 극구 부정하던 송후는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저…… 그것이……. 송구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걱정하는 자신들을 보며 되레 본인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이는 자신의 둘째 아들을 보니 송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어떤 놈이 저런 무식한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평소 송후는 송운의 앞에서는 한없이 소심하고 부끄럼이 많았으나, 나름대로 친화력도 좋았고 성격도 밝아 주변에 친구가 많았다. 또한 인사성이 밝은데다 성격도 똑 부러지고 성적도 좋아 어른들에게도 칭찬이 자자한 그런 아이였다.

한데 그런 송후가 맞고 들어오다니?

그것도 학관에 나가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아이가 맞고 들어왔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족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모두가 순식간에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송후가 다시 입을 뗐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학관에 나오는 또래 아이 중 한 명이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데 그걸 힘자랑을 한다며 평소 학우들과 친하게 잘 지내던 송후를 때린 것이다. 이건 누가 보아도 시기(猜忌)심에 의한 고의적 행동이다.

쾅!

송악이 식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가 얼마나 화가 난 것인지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식이 맞고 들어온 모습에 참지 못하고 송악이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평소라면 진정하라고 말렸을 예령까지 조금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걸 어찌 맞고만 있었단 말이냐! 학관에서 공부하는 녀석들이 난데없이 주먹질을 하다니. 선생들은 가만히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었단 말이더냐?”

송악은 당장이라도 학관으로 달려가 따질 기세였다. 송운도 그에 가세해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자신까지 합세해서 화를 낸다 한들, 결국 해결되긴커녕 일만 커질 것이 분명할 터.

‘이를 어찌 해결하면 좋을까…….’

하여 차분히 생각하던 송운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 저에게 맡겨주세요.”

그의 말에 가족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몰렸다.

곱디고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던 예령이 표정을 풀며 이내 궁금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송운에게 물었다.

“운이 네가? 어찌하려고?”

“괜히 학관에서 자그맣게 싸운 애들 싸움에 어른들까지 나선다면 가문들끼리의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애들 싸움은 애들끼리 하는 법이지요.”

그의 뭔가 설득력 있는 말에 송악과 예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무래도 그렇기야 하겠지.”

게다가 진정한 군자로서 인정받고 있는 마을의 유지인 송악이 아이들의 싸움에 직접 나선다면, 그것 또한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닐 터.

“어머니. 걱정 마시고 저에게 맡겨 주세요.”

그의 말에 결국 송악도 노기(怒氣)가 조금 가셨는지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 그래, 운이 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 우리가 이렇게 펄펄 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듯하고. 운이 네게 맡기도록 하마.”

그렇게 부모님의 화를 일단락시킨 송운은 식사가 끝난 후 거처로 돌아가려는 송후를 조용히 불러냈다.

“후야, 내일 오전부터 내가 아침 수련을 하는 곳으로 나오거라. 알겠지?”

그리고 이내 그런 송운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송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송운은 평소보다 훨씬 기운 없어 보이는 동생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저며 왔다.

‘후야 배로 갚아 주진 못해도, 받은 만큼은 돌려주게 해 주마.’

* * *

다음날 새벽 인정(寅正).

송운이 자신의 수련을 끝내고 운기조식(運氣調息)을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희끄무레한 어린 소년의 인영(人影)이 보였다. 하나, 무공 수련으로 인해 시야가 넓어진 송운은 척 보아도 그 인영이 송후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굳이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못 알아볼 리 만무했다.

‘생각보다 일찍 왔는데?’

송운은 속으로 내심 뿌듯해하며 자신의 동생을 반겼다.

“제법 일찍 왔구나.”

“예, 형님.”

역시나 고갤 들어 본 송후의 얼굴은 시퍼렇게 물들어있었다. 차라리 어제의 모습이 더 나아 보일 정도로 하루가 지난 상처들은 더욱 극심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피부가 희다 보니 그 멍은 확연히 티가 났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일 터다.’

여태껏 자신만 강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 그것은 자신의 오산(誤算)이었다.

송운은 끓어오르는 마음을 굳게 삼키고 이내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나와 함께 체력훈련을 할 게다. 어쩌면 네게는 조금 벅찬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

“예, 형님. 다 저를 위해서 형님의 시간을 내어주신 것이 아닙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신 앞에선 늘 부끄러워하던 송후의 초롱초롱한 두 눈에 강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송운은 의외의 동생의 모습에 순간 뿌듯한 마음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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