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75화 (175/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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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천검 7권(25화)

10장 모든 것의 끝(3)

“얼굴도…… 만든 것이오?”

“폐관수련 후에 사람들은 내 얼굴이 변했다고 수군거렸었지. 하지만 얼마 변하지 않았기에 그냥 시간이 지나서 변한 줄 알았겠지. 이미 그때부터 나는 인피면구를 만들어 지금에 대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화산파의 인물에 의해 죽어 사문의 명예를 드높일 때를!”

인피면구를 뒤집어써서 얼굴이 변했다.

사람들은 수련에 의해서 얼굴이 변했고, 고절한 내공으로 나이가 먹지 않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피면구를 뒤집어쓴 것일 뿐이다.

게다가 모든 것이 밝혀질 때를 대비해서 노화하는 것을 막지 않고 인피면구 아래의 얼굴은 나이가 들게 하여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한 것이다.

과정만 잘못되지 않았으면 존경을 받았을 만큼의 치밀함.

하지만 과정이 잘못되었기에 나에게는 그저 추하게 보일 뿐이었다.

“나도 자하십육검을 배웠다. 네가 매화검로를 보여 주자 공천패가 바로 자하십육검으로 변화시키는 법을 눈치챈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렇게 하였지.”

화아아악∼!

그윽하게 퍼지는 매화향.

자하십육검 십오 검이 장추익의 손에서 펼쳐진 것이었다.

“너도 펼쳐라.”

그러지 않아도 그럴 참이었다.

장추익이 나와 같이 자하십육검을 익히고 있다는 것은 상관없었다.

그저 겨뤄서 죽음으로써 죗값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는 결심뿐이었다.

자하십육검 십오 검.

화아아악∼!

넓은 공간 안을 가득 채운 그윽한 매화향기.

“자, 마지막 결전이다. 네 실력을 보이거라!”

장추익과 동시에 펼친 자하십육검 십육 검.

우르르릉! 콰콰콰쾅!

십육 검의 경력에 의해 건물이 무너지며 폭음이 울렸다.

건물이 완벽히 무너져 건물의 잔해가 떨어졌지만 장추익과 내 근처로는 존재치 않았다.

“자하십육검으로는 내 성취와 비슷할 만큼 성장했구나. 좋아!”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웃는 장추익.

정신을 집중하여 가슴속의 검을 느끼고 장추익을 보았다.

푸확!

살육만을 위해 갈아 온 나만의 검, 심검.

장추익은 막아 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막아 내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심검에 심장을 꿰뚫려 숨을 거두었다.

“…….”

혈천회와의 싸움이 끝났다.

내 꿈, 하늘의 검대로 죄를 지은 자가 어떤 사정이었든지 간에 목숨을 취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 얼굴을 적셨다.

모든 것의 끝이었다.

“……자, 이걸로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다.”

청수한 인상의 젊은이가 남자아이의 얼굴을 향해 박수를 짝! 소리가 나도록 쳤다.

“에? 벌써 끝이에요?”

“그래, 이걸로 끝이다. 더는 없어.”

“우웅∼ 더 듣고 싶은데.”

“오늘 분은 없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하느냐? 나도 아직 다 못 읽은 책이다. 다음 내용을 못 읽었는데 어떻게 하느냐? 내가 이야기를 지어낼까?”

“그것도 괜찮네요.”

“요놈이!”

젊은 남자가 꿀밤을 먹이자 남자아이가 울상을 지었다.

“히잉!”

“자, 그만 들어가 수련을 하거라. 장일 사형의 제자는 그 나이에 벌써 선검수라고 하던데 너는 아직까지도 그저 내 제자일 뿐이잖느냐?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노닥거릴 시간은 없다.”

“사형이야 원래 예전부터 천재로 불렸잖아요. 저는 범인 아니면 둔재인데 어떻게 사형을 따라잡아요?”

“요 놈이 사부의 말이 말 같지가 않은 것이냐! 어서 말 듣지 못할까!”

“히잉∼ 하지만 사형들은 벌써부터 이십사수매화검법이나 조화검을 배우고 있는데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하심법과 매화검법만 배우잖아요. 이젠 지겨울 정도라고요. 저도 상승의 무공을 배우고 싶어요.”

“너는 이 사부가 어떻게 강해졌는지 아느냐?”

“에이∼ 몇 십번을 들었는데 제가 모르겠어요? 매화검로와 자하심법이라면서요?”

“그걸 아는 놈이 그러느냐!”

“하지만 믿기질 않는걸요? 어차피 거짓말이잖아요, 저한테 기본기가 중요하다면서 기본을 닦는 데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선의의 거짓말.”

“이 사부가 정녕 거짓말을 한 것 같으냐! 나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또 거짓말. 평소에 밥 먹듯이 하는 것이 거짓말이면서.”

“으음…….”

젊은 남자가 할 말이 없다는 듯 침음성을 흘렸다.

“아무튼 어서 하거라. 한 번만 더 말대답을 하면 파문시킬 줄 알아.”

“칫! 어차피 하지도 못하면서!”

“어서!”

“네∼ 네∼”

남자아이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저게 대체 누굴 닮아서 성격이 저런 건지.”

“널 닮은 거 아냐?”

“전 사부 말 잘 들었다고요. 궁금하면 물어보든지요.”

“그래? 뭐, 어차피 네 아들도 아니니까 널 안 닮았다면 자기 부모를 닮았겠지.”

“언젠가 제자 부모님을 만나 봐야겠어요.”

남자의 뒤에 나타난 자는 여인이었다.

그것도 처음 보았다면 넋을 놓고 볼 만큼 아름다운 여인.

“사부님은 건강하세요?”

“그래, 네 덕분에.”

“다행이네요. 혈천회와 싸움이 끝난 후에 돌연히 화산파를 떠나겠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다고요.”

“네가 그걸 겨우겨우 말려서 화산파 내에서 은거를 하는 것으로 협상을 하였지.”

“뭐, 사부의 이야기는 제쳐 두고 제 친구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요?”

“너도 들어 봤을 거 아니야? 절치부심 열심히 노력해서 다들 구주팔황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명성을 드높이고 있지.”

“남문기는요?”

“제일 안 된 것이 그 애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해남파에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더라. 평범한 촌부로서.”

“당신은 어때요?”

“네 말대로 죄는 지울 수 없지. 사실 목숨으로 죗값을 대신해야 하지만 다행히도 도사 아버지를 둔 사람이라 대신해서 많은 선행을 하고 있어.”

“사사도로서 행했던 죄는 죽을 때까지 짊어져야 합니다. 한시라도 잊는다면 제가 그 목숨을 취하겠습니다.”

죄는 지워지지 않는다.

죗값을 대신하는 것은 두 가지 방법.

선행과 목숨을 내놓는 것이다.

“알고 있다고. 그것보다도 이번에는 색마랑 살인귀야.”

“이름은?”

“음혼귀(陰魂鬼)랑 혈응마도(血鷹魔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피해는?”

“아직 추정할 수는 없지만 음혼귀가 있는 곳에선 마을 처녀 다섯이 사라졌고, 혈응마도가 있는 곳 근처의 마을이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어.”

“정확히 어디에 있는데요?”

“그건 가면서 설명할게. 그것보다도 혈응마도가 마교랑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정보야.”

“혈천회와의 싸움이 끝난 지 채 십 년도 넘지 않았는데 마교라고요?”

“그래, 그러니까 빨리빨리 움직여.”

“잠깐만요. 거기, 빨리 나와.”

“헤헤, 걸렸네.”

옆쪽 풀숲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이번에도 여자.

꽃망울이 활짝 펴지는 듯한 싱그러운 느낌의 여인이었다.

“눈치챈 지 오래라고. 그것보다 들었지, 연화야?”

“어, 들었어.”

“같이 갈래?”

“여자들의 대표로서 색마는 가만 둘 수 없지.”

“무시하면 몰래 뒤따라올 예정이었군.”

남자가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가자.”

남자의 허리춤에 있는 두 자루 자색 검과 청색 검.

남자는 혈천회와의 싸움을 끝내고 하늘의 검이란 별호를 얻은 화산파의 무인.

슬픔이 없도록, 분쟁이 없도록, 전쟁이 없도록 악한 자들을 징벌하고 평안한 강호를 만들려 모든 죄지은 지들의 목숨을 취하여 징벌하는 천검(天劍) 청우였다.

<『화산천검』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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