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72화 (172/175)

# 172

화산천검 7권(22화)

9장 황신과의 결전(3)

태태태탱!

왼손에 쥐고 있던 자하검으로 네 자루 창의 공격을 튕겨 냈다.

“네놈이야말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군.”

일진일퇴.

황신이 뒤로 훌쩍 물러나며 나와 대치했다.

이제 말은 필요 없었다.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였다.

턱! 우우우웅∼ 콰콰콰콰콰!

투창.

합동훈련 때와 운가장에서 싸울 때 보여 주었던 압도적인 파괴력의 초식이 시작이었다.

자하십육검 삼 검.

드드드드∼ 콰아아앙!

하지만 나에게도 저 정도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초식이 있다.

매화검로 때의 형과 마찬가지로 기를 유형화시켜 배출하자 땅을 뒤집어엎으며 삼 검의 경력이 날아오는 창과 중간 부분에서 맞부딪쳤다.

휘익∼ 따다당! 카각! 채채챙!

상쇄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달려들어 병장기를 맞부딪쳤다.

그동안 수련을 한 것이 효과는 있었던 듯 황신과 나는 막상막하였다.

게다가 나는 사천참사의 일 이후로 싸우는 중에 염력을 발출하는 것을 연습해 왔다.

황신이 염력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는 하지만 바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내가 그 틈을 파고들자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정도지만 조금씩 황신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길 수 있어!’

여세를 몰아 자하십육검의 모든 초식을 올올히 펼쳐내기 시작했다.

사 검, 육 검, 칠 검…… 십이 검까지.

전력을 다해서 펼치고 있는 자하십육검이지만 황신은 아무런 피해 없이 모두 막아 내었다.

‘……!’

게다가 십이 검을 막아 내고 난 후 도리어 빠르게 달려들어 엄청난 속도로 공격을 퍼부었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창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어.’

이번엔 내가 수세다.

싸우는 중에 요령을 깨달은 것인지 황신도 나에게 계속해서 염력을 발출하고 있었다.

게다가 황신은 두 자루 창을 손에 쥐고 다섯 자루 창을 염력으로 조종하는 상태다.

황신이 쥐고 있는 창을 막아 내도 앞에서, 뒤에서, 아래에서, 옆에서, 사방팔방에서 창이 날아드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핏! 피피핏! 푹!

결국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기이한 경로로 휘어져 들어오는 황신의 창을 막다 보니 어느새 공중에서 날아든 네 자루 창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가고, 황신이 들고 있던 나머지 한 자루 창이 내 다리를 꿰뚫었다.

‘큭!’

다리는 보법과 관련이 있다.

힘을 실어 주고 공격을 피해 내던 매화작보가 이것으로 막혀 버렸다.

발악하는 심정으로 지근거리에서 기를 모았다.

마음이 통하자 기가 순식간에 검에 담겨졌다.

우우우웅∼!

엄청난 기에 청운검이 울부짖었다.

‘간다.’

신체의 강인함을 담아 용이 승천하듯 하단전에서 빠져나와 중단전을 거치며 마음을 담고, 상단전을 거치며 염(念)을 담아 팔을 통해 검으로 발출한다.

삼단전의 공명을 이루어 내고 신검합일을 이룬 상태에서의 힘의 방출.

이것이 바로 자하십육검 삼 검의 극.

그 무엇도 막지 못하는, 파괴하지 못하는 신장의 망치가 황신의 묵창과 맞부딪쳤다.

쩌저적! 콰아아아아앙!

삼 검의 경력이 묵창을 파고들자 결국 견뎌 내지 못한 묵창이 균열을 일으키며 부서졌다.

“……!”

황신이 무심했던 얼굴에 놀라움을 표현하며 뒤로 날아갔다.

‘남은 것은 여섯 자루.’

한 자루를 부쉈다.

신병이기라고 할지라도 사람이 만든 물건일 뿐이다.

사람이 만들었다면 사람이 부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턱! 파라라락!

그때 황신의 몸을 빙글빙글 돌던 묵창이 황신의 다리에 날아들었다.

그리고 황신이 묵창을 디딤대 삼아 더 높이 뛰었다.

‘뭐하는 거지?’

몇 번이고 말하지만 공중은 운신의 제약이 있는 장소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장소인데?

‘설마!’

운가장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주변을 초토화시켰던 엄청난 공격.

땅에서의 투창과 공중에서의 투창은 수준이 다르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황신이 창을 잡고 뒤로 몸을 젖혔다.

‘부딪쳐 주마.’

마진천이 한 대로 피해 다녀도 된다.

하지만 다리에 상처를 입었기에 마지막 공격까지 피할 수는 없으니 차라리 맞부딪치기로 했다.

치리링! 화아아∼!

자하십육검 십삼 검.

강렬한 매화향이 주변으로 퍼졌다.

자하십육검 십사 검.

촤촤촤촤촤!

황신도 때를 맞추어 창을 던졌다.

쾅! 쾅! 쾅! 쾅! 쾅!

반동으로 계속해서 공중으로 솟구치며 쏟아 내는 투창.

‘마지막 여섯 번째!’

방금 창 한 자루를 부쉈으니 이것이 마지막 투창이었다.

허리가 꺾일 듯이 뒤로 몸을 젖히는 황신.

다섯 번째 투창으로 십사 검도 상쇄되었기에 다시 한 번 기를 끌어 올렸다.

허리를 젖혔던 반동 때문에 상체가 공중으로 솟구치듯 튕겨 나오고 묵창이 황신의 손을 벗어났다.

쐐애애애액∼!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드는 묵창.

그 소리에 귀가 찢어질 듯 아파 왔다.

‘다시 한 번!’

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마지막까지 기를 끌어 올렸다.

자하십육검 십사 검.

촤촤촤촤촤악!

하지만 조금 못 미치는 것인지 묵창은 십사 검의 경력의 파도를 헤치고 계속해서 나에게 날아들었다.

‘큭!’

결국 십사 검의 마지막 경력까지 꿰뚫고 묵창이 나의 앞으로 다가섰다.

“끝이다!”

황신의 선고하는 듯한 말이 들렸다.

‘아니!’

절대 질 수 없다.

자하검으론 자하십육검 오 검.

청운검으론 자하십육검 십 검.

콰아아아아앙!

“하아…… 하아…….”

막아 내긴 했다.

십사 검의 경력에 의해 반 이상 위력이 줄어든 묵창은 오 검까지는 꿰뚫었지만 십 검에서 막혔다.

하지만 뒤로 십여 장이나 밀리고 후폭풍 때문에 온몸이 난도질이라도 당한 듯 옷이 찢기고 피부가 갈라졌다.

“그대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땅에 떨어졌던 묵창이 다시 황신에게 날아가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아직 안 끝났어.”

여유를 부리는 듯한 모습에 말하며 다리의 고통도 잊고 황신에게 달려들었다.

콰창! 핏!

황신의 어깨를 훑고 지나간 청운검.

황신이 눈살을 찌푸렸다.

‘……!’

순식간에 투로가 변했다.

지금까지 황신이 창을 움직인 것이 감에 따른 것 같았다면, 지금의 움직임은 초식과도 같았다.

“마창법(魔槍法).”

쉬쉬쉭!

말과 동시에 황신의 창이 독사와도 같이 움직였다.

채채챙!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자 금세 허점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허점으로 공중을 유영하던 묵창이 날아들었다.

슈각! 스걱!

아예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만들 작정인지 다쳤던 다리를 묵창이 또다시 훑고 지나갔다.

캉! 비틀!

황신이 강하게 내 검을 쳐 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밀리면 공중으로 뛰어오르든지 뒤로 훌쩍 물러나든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리를 다친 것이 문제였다.

심하게 다친 한쪽 다리 때문에 힘으로 밀리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몸이 흔들렸다.

촤아악!

그 틈을 놓칠 황신이 아니다.

황신의 묵창이 가슴 언저리를 훑고 지나가자 달아오른 인두로 가슴을 지지는 것만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크윽!”

챙!

다급히 검을 내쳤지만 공중에서 날아든 묵창에 의해 막힐 뿐이었다.

“내 승리다, 화산의 검룡.”

창은 원래 신(身)으로 휘두르고 첨(尖)으로 찌르는 용도다.

손에 쥐여져 있는 묵창이 첨으로 가슴을 찔러 오고 공중을 유영하던 묵창들이 내 머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확실히 창의 용도대로 쓰인 만큼 정통으로 맞는다면 머리가 깨지고 심장이 터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나는 지지 않았다.

내가 쓰러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황신의 묵창은 처음과 같이 감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정형화된 투로가 아니라면 분명히 틈이 존재한다.

게다가 예상치 못했던 공격과 함께라면 그 틈은 확실히 벌어진다.

턱! 후웅! 빠각!

먼저 성한 다리로 황신의 왼쪽 다리에 있는 곡천혈(曲泉穴)을 점했다.

“……!”

그리고 곧바로 다리를 움직여 무릎 안쪽을 발에 걸고 끌어당기자 황신의 몸이 기울어졌다.

하지만 마혈을 점했다곤 해도 다리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상체는 마비되지 않았으니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묵창과 공중에서 내 머리로 휘둘러지는 묵창은 그대로였다.

그렇지만 황신의 방심으로 인해 틈이 벌어졌다.

쩌어엉!

고개를 숙이자 네 자루 묵창은 서로 부딪치며 울음을 토했고, 황신의 다리가 기울어진 것으로 인해 왼쪽 가슴을 향해 날아오던 묵창은 왼쪽 겨드랑이를 향하게 되었다.

전부 계산된 행동.

팔을 벌리자 묵창은 겨드랑이를 스치고 지나갔고 다시 팔을 오므리자 묵창은 잡혀 버렸다.

‘잡았다.’

번쩍! 촤아악!

청운검이 백색 잔영과 함께 황신의 가슴을 훑고 지나가자 황신의 가슴이 벌어지며 붉은 피를 토해 냈다.

탓! 타다닥!

황신이 뒤로 훌쩍 물러나며 혈을 점하였다.

나 또한 황신이 뒤로 물러나는 사이 재빨리 혈을 점하여 지혈을 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서로 비슷한 실력.

틈이 보이면 곧바로 파고들어 전황을 뒤엎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가슴은 곧바로 혈을 점하여 괜찮았지만 다리는 이제야 혈을 점한 것이다.

그사이에 흘린 피가 많아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현기증이 일 정도였다.

‘오래 끌면 불리해. 일 초, 한 번에 끝내야 된다.’

현기증 때문에 오래 끌면 끌수록 나만 위험해진다.

지금 조금이라도 멀쩡할 때 전력을 다해서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우우웅∼! 휘이이잉∼!

극한까지 끌어 올린 기에 바람이 공명하듯 폭풍같이 일었다.

“…….”

황신도 아무 말 없이 기를 끌어 올렸다.

위이이잉∼!

황신의 뒤에서 돌던 묵창들이 황신의 앞에서 진동하며 원을 그렸다.

하나하나가 공간을 일그러뜨릴 듯이 엄청난 경력을 품고 있었다.

‘그때의 그 공격인가?’

운가장에서 십육 검과 겨뤘던 그 초식인 듯했다.

‘이번엔 이긴다.’

그때는 심검의 깨달음을 완벽히 포용하지 못해 미숙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번엔 그때와 같이 상쇄되거나 밀리지 않을 것이다.

자하십육검 십오 검.

치링!

자하검을 휘두르자 맑은 검명과 함께 그윽한 매화 향기가 풍겨 나왔다.

여러 가지 잡생각이 많던 머릿속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머리를 맑게 하는 그윽한 매화 향기.

정신을 극한으로 집중하며 자하검을 공중으로 내던지고 청운검을 움직였다.

자하십육검 십육 검.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황신이 고통스럽다는 듯이 울부짖고 있는, 손에 쥐고 있는 두 자루 창을 교차하며 빙글빙글 돌던 네 자루 창의 중간을 꿰뚫었다.

촤촤촤촤악!

뻗어 나가는 유형화된 경력.

예전보다 더 강해진 듯한 두 초식이 서로를 찢어발길 듯이 살기 어린 모습으로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묵창을 닮은 심연의 어둠이 자색 노을의 광영과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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