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
화산천검 7권(12화)
5장 불타는 무림맹(3)
“사단이 난 것이로구나. 어서 가 보자.”
혈천회의 습격일 수도 있다.
아니, 누군가의 실수로 불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면 백분지 백 혈천회의 습격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구파의 장문인이 모두 존재하고, 뛰어난 실력의 무인들이 모두 뭉쳐 있는 곳이 무림맹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습격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재빨리 달려가 도착하였는데 의외로 아무런 소란도 없었다.
‘흉수가 없어.’
불이 난 곳은 두 군데.
음식점과 의원이었다.
음식점에서만 불이 났다면 모를까 의원에서도 불이 났다는 것이 수상쩍었다.
게다가 습격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들 침착하게 불을 끄고 있었다.
‘정말로 우연히 일어난 불인가?’
고민하던 중 사부가 의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사부!”
하늘을 꿰뚫는 창과 같이 솟구친 화마.
아무리 사부라고 하여도 위험하다.
[안에 사람이 있다. 게다가 그동안 너를 치료해 주신 의원(醫員)의 의원(醫院)이 아니더냐!]
사부의 전음에 불타는 곳이 어디인지 알았다.
생각에 깊이 빠져 이곳이 익숙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조원창 아저씨!’
안에 사람이 있다면 분명히 그분일 것이다.
정말로 필요한 때를 빼고는 의원 바깥으로 나서질 않는 분이시니.
마음이 일자 진기가 저절로 움직였다.
나의 의지에 완벽히 따르는 기운.
사부가 뚫고 들어간 문에 다다르자, 그 사이에 무너진 것인지 앞을 막아선 불에 타들어 가고 있는 나무더미가 보였다.
콰앙!
크게 주먹을 휘두르자 앞을 막아섰던 나무 더미가 사방으로 날아가고 권풍을 따라 길이 생겼다.
자칫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기에 몸에 기운을 두르고 길을 따라 안으로 진입했다.
화르르륵! 또르르∼!
몸에 기운을 둘렀기에 수화불침이라고는 하지만, 열기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땀이 볼을 타고 턱 선을 따라 떨어졌다.
‘이쪽이다!’
미약하게 느껴지는 생기와 커다란 기운.
그리고 불길한 기운?
콰앙!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한 손으로는 조원창 아저씨를 붙잡고, 한 손으론 습격자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는 사부가 보였다.
“이런!”
계속해서 불에 타들어 가며 무너지고 있는 건물.
가끔씩 떨어져 내리는 불타는 나무판자 따위의 것으로 인해 조원창 아저씨까지 보호해야 하는 사부는 운신이 힘들었다.
게다가 적의 실력도 뛰어난지라, 아직까지는 잘 막아 내고 있다만 사부가 조금씩 막다른 길에 몰리고 있었다.
‘이 이상 물러나시면 사부가 위험해!’
바로 뒤가 타들어 가고 있는 벽이다.
사방이 뜨겁고 정신이 분산되어 있기에 사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재빨리 검을 뽑아 들고 검풍을 날렸다.
몸을 빙글 돌리며 비수를 휘둘러 대던 적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몸을 뺐다.
“일단 바깥으로 나가세요! 이자는 제가 쓰러뜨릴게요!”
“그래, 부탁하마.”
사부가 벽을 부숴 버리곤 바깥으로 나가셨다.
그러자 적의 살기가 나에게 집중되었다.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이 방해를 한 내가 거슬리나 보다.
“혈천회의 잔당인가?”
“…….”
적은 묵묵부답.
어차피 쉽게 말을 할 것이라 생각지도 않았다.
“무시하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말을 하도록 만들어 주지.”
후우웅∼ 콰앙!
다시 한 번 검풍을 날리자 역시나 재빨리 몸을 빼냈다.
하지만 이 비좁은 방 안에서 도망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이렇게 건물이 불타 무너져 내리고 있다면 그 범위는 더욱더 줄어든다.
‘예상 범위 안이야!’
다시 한 번 검풍을 날리자 녀석은 막다른 길에 몰렸다.
지금이 적시다.
앞으로 몸을 날리며 장천수를 전개했다.
턱! 터더덕! 빠악!
잘 막아 냈다만 사부가 밀린 것도 그럴 만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자보다 뛰어난 사부가 그런 상황에 놓여 밀렸는데, 이자보다 뛰어난 내가 그런 상황에서 몰아붙였으니 밀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빈틈이 드러나고, 그 틈으로 공격을 하자 정통으로 맞았다.
콰아앙!
‘힘 조절을 잘못했나?’
사실 머리를 때리고 발을 걸어 넘어뜨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빨리 날아가 버려 발을 걸지 못하였고 그 결과 녀석은 벽을 뚫고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이런!”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는지 녀석이 비틀비틀 일어나더니 옆으로 몸을 내빼 버렸다.
쾅! 후두둑!
재빨리 뒤따라 바깥으로 나오자 굉음과 함께 피와 육편이 공중을 날았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사부가 자하의 기운에 둘러싸인 권을 뻗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목 윗부분이 모두 날아간 적은 땅에 몸을 뉘었다.
“제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쉬움에 말하자 사부가 크게 소리쳤다.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니다!”
“예?”
“가짜다! 축근골로 얼굴을 변형시킨 가짜란 말이다!”
“그럴 리가!”
사부의 뒤쪽을 보자 웬 정체 모를 남자가 혀를 내밀고 쓰러져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미끼다! 이미 이곳저곳에서 습격이 진행 중이니 어서 가자꾸나!”
역시나 누군가의 습격이었다.
아니, 무림맹을 습격할 만한 곳은 혈천회밖에 없었다.
쾅! 우르릉! 퍼어엉! 화르르르!
굉음이 터지는 곳마다 건물이 무너지고 화마가 솟구쳤다.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무림맹.
이곳저곳에서 병장기가 맞부딪치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사부! 저는 이쪽으로 갈 테니 저쪽으로!”
이곳저곳에서 싸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커다란 기운이 압도적으로 몰아치는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그중 가장 가까운 두 곳으로 사부와 나뉘어 몸을 날렸다.
해가 조금씩 지는 시간.
짙게 지는 땅거미를 타오르고 있는 건물들이 횃불이 되어 날려 버리고 있었다.
팟! 우르릉! 쿠우웅!
길목마다 타오르고 있는 건물들이 있었다.
내가 지나가려는 자리로 건물이 쓰러지고 있기에 크게 땅을 밟고 몸을 띄웠다.
‘저곳이다!’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소규모의 무리.
그 앞을 막아선 무인들을 파죽지세로 쓰러뜨리며 전진하고 있었다.
‘다행히 몰려 있군.’
밀집해 있으면 돌격하기는 좋지만, 예상치 못한 습격에 무너지기도 쉬웠다.
특히나 이렇게 기세가 높을 때 습격을 받는다면 더욱더 혼란에 빠지기 쉬울 것이다.
자하십육검 십삼 검.
화아아∼!
검을 살짝 흔들자 머리가 어지럽도록 진한 매화 향기가 퍼져 나왔다.
그러자 아래쪽 무리의 가장 앞에 있는 자가 나를 쳐다보고 다급히 소리쳤다.
“매화 향기! 검룡이다! 모두 흩어져!”
좋은 판단이다만, 이미 늦었다.
자하십육검 십사 검.
촤촤촤촤촤! 스거거걱! 콰아앙! 쾅!
“크아악!”
“으악!”
“우욱!”
무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십사 검의 경력.
땅으로 떨어지며 신류퇴 낙추로 한 놈의 머리를 터뜨리곤 크게 소리쳤다.
“막으십시오! 밀리면 안 됩니다!”
우와아아∼!
앞을 막아섰던 무림맹의 무인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반 수 이상이 줄어든 적들의 무리.
게다가 나의 공격에 혼란에 빠졌고, 무림맹의 무인들의 사기는 높아졌기에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파죽지세로 밀리고 있었다.
“검룡 네놈!”
나를 발견하였던, 제일 앞에 있던 무인이 크게 소리치며 나에게 달려왔다.
후우웅∼! 콰아앙!
‘힘 하나는 엄청나군.’
아까 전에는 몰랐는데 그는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지고 있고,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는 무인이었다.
검을 휘두르자 공기를 가르는 굉음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땅이 깊게 파였다.
붕! 붕! 부우웅∼!
‘하지만 그만큼 느려.’
이들의 앞을 막아섰던 무림맹의 사람들은 그렇게 실력이 좋은 무인들이 아니다.
지금은 기세를 타서 그렇지 조금만 방심한다면 순식간에 밀려 버릴 무리였다.
그렇기에 이자가 최선봉에서 저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수많은 고수와 격전을 해 왔던 나인데 이런 자에게 상처를 입을 수는 없지 않은가?
캉! 카가가각! 스걱!
검을 맞부딪치고 살짝 비틀자 불똥이 튐과 함께 검의 방향이 비틀리며 녀석의 가슴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틈으로 검을 휘두르자 가슴팍에서 피가 솟구쳤다.
“컥!”
빠악! 푸욱!
신류퇴 전추로 베어 버린 가슴을 한 대 치고 확인 사살로 왼쪽 가슴을 찔렀다가 검을 빼냈다.
완벽히 끝이다.
강시가 되지 않는 이상 되살아날 방법은 없다.
“대장!”
바로 옆에서 무림맹의 무인을 막아 내던 한 남자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나를 보았다가 내 앞에 쓰러진 남자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흔들렸다. 더 밀어붙여야 돼!’
내가 쓰러뜨린 남자가 이들의 수장이었나 보다.
수장이 죽으면 그 무리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지금이 완벽히 몰아붙일 시기였다.
“수장을 쓰러뜨렸습니다! 더 밀어붙이십시오!”
와아아아!
더 크게 함성을 지르는 무림맹의 무인들과 일그러진 얼굴로 검을 휘두르는 적도들.
내 예상대로 강하게 밀어붙이자 적들은 하나하나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쪽은 끝이다. 가장 가까운 쪽은 저곳인가?’
나에게 달려드는 한 남자.
검을 휘둘러 일 검에 목숨을 취하곤 가장 가까운 커다란 기운이 있는 쪽으로 몸을 날렸다.
가던 중에, 조금만 더 달려가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남겨 두고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휙! 사르르!
달려가던 자세 그대로 목을 숙이자 바로 위로 무언가가 날아가면서 머리카락이 잘려 나갔다.
터덕!
‘역시나 흑풍과 흑영들도 온 건가?’
잠입하거나 요인을 암살하는 것은 혈천회에선 이들 만한 사람이 없다.
게다가 불과 함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니 고수들을 습격하기도 용이할 것이다.
내 앞을 막아선 자들은 열.
그중 흑풍은 여섯, 흑영은 넷이었다.
“흑영의 수장인 칠사도는 내가 죽였고, 흑풍의 본거지도 불탔다. 두 단체의 존명을 건 싸움인 것이냐?”
살짝 기감을 넓히자 느껴지는 위화감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모두 은신을 하고 있다는 뜻.
이 정도 숫자라면 흑풍과 흑영이 모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어서 해 본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