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61화 (161/175)

# 161

화산천검 7권(11화)

5장 불타는 무림맹(2)

“당연히 수련이지요.”

길을 인도해 줄 수 있는 사부가 돌아왔다.

게다가 우연히 금환봉이 십육 검의 경력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 알 수 있다.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무의 길은 끝이 없다.

한계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마음이 멈추었다면 그것이 한계이고,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간다면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내 마음이 멈추지 않았는데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있는가?

아마 다음번의 싸움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혈천회는 칠사도의 반이 죽었고, 호법 중 한 명이 죽었다.

무림맹은 해남파와 점창파, 사천당가의 전력이 반 이상 줄었으며 나를 제외한 모든 신룡이 치명상을 입은 상태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소모전이 될 것이 뻔한 일, 한 번의 격전으로 모든 것을 끝내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때를 대비해서 잠자는 시간까지 운기로 채울 정도로 수련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말거라. 이미 너는 마음속의 검을 체현할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른 상태이다. 그 정도 경지에 올랐으니 예전처럼 노력만으론 되지 않을 것이다. 몸을 혹사시키고 조급해하는 것은 더 높은 경지에 오르지 못하게 막는 벽이 될 뿐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천천히,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도 사부가 해 주었던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노력만 하여도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하수였을 때.

지금 들으니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요.”

그렇다.

지금은 시간이 없다.

전열을 추스르는 데는 길어야 두 달이면 된다.

사부의 말대로 수련하는 것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지금의 경지에 오른 것도 사실 기적이라 할 수 있는데 더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라는 사부의 말.

예전처럼 몸을 혹사시킬 정도까지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지. 이 혈겁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데 그 안에 경지를 뛰어넘기란 사실 요원한 일이니.”

사부가 하늘을 보며 말하셨다.

“천기를 읽는 것은 수명을 깎는 것인데…….”

“어차피 장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환갑만 넘어도 장수하는 세상인데 이 정도면 충분히 살았지 않느냐?”

“그래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만나고 보니 떨어져 있던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다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런 말씀을 하시니 다시 사라지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걱정 말거라. 아직 하늘은 이 몸을 데려가지 않으려 하시니.”

나의 걱정을 알아채신 것인지 사부가 쓱쓱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는 미소를 지으셨다.

“자, 그럼 오랜만에 사부와 대련이라도 한 판 하겠느냐?”

“아, 네!”

자하십육검을 깨닫고 심검을 깨달았기에 사부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실 사부가 아무런 수련도 하지 않았다면 내가 더 높은 경지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부도 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나와 같이 자하를 깨달았기에 아직도 나보다 높은 경지에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건드리지 못할 정도의 경지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난다면 넘을 수 있을 정도?

물론 이 정도 경지부터는 언제 다음 경지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기에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자그마한 공터.

내가 치료를 받고 있던 동안 사부가 나를 위해 찾아낸 수련장 비슷한 곳이었다.

“그동안 머리만 놀린 건 아니었나 보구나.”

처음에는 말끔했던 공터.

하지만 내가 이리저리 움직였기에 이곳저곳의 땅이 파여 있고 자하십육검의 검로를 따라 선이 직직 그어져 있었다.

“머리로 알아봤자 몸이 따라 주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아무리 상승의 무공이 몸으로 익히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익힌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여서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공을 익힘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이다.

물론 마음속에 현실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수련을 하면 직접 몸으로 움직인 듯한 효과가 난다는 술법도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배우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 자체가 거의 전설에 나오는 술법인데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자하십육검을 얻은 것 자체가 하나의 기연이니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이따금씩 깨달은 것을 시험하고 몸에 체득시키기 위해서 움직이곤 하였다.

“그래, 맞는 말이지. 점점 내가 도와줄 일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아쉽구나.”

“언젠간 사부도 뛰어넘을 테니 기대하세요.”

“허허허, 아직 백 년은 멀었다.”

사부의 농에 맞추어 검을 뽑았다.

대련이라곤 하지만 실전과 같은 싸움이다.

허례허식의 비무는 이미 필요가 없는 지경이니 말이다.

사부가 웃음을 멈추고 기운을 폭발시키듯 유동시켰다.

손을 휘감는 자색 기운.

“흡!”

기합성과 함께 사부가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쾅! 콰콰쾅!

이미 기운의 한계가 없다시피 한 사부.

시작하자마자 격공장이었다.

‘피하기만 해서는 내가 당해.’

다른 사람들이라면 기가 바닥나길 기다리며 피하겠지만, 사부는 기의 한계가 없으니 피하기만 해서는 내 체력만이 바닥나 버린다.

맞받아치거나 흘려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맞받아친다!’

가끔씩 휘어져서 나를 공격해 오는 격공장.

이기어검(以氣御劍)의 묘리를 담은 공격일 터이니 맞받아친다면 사부에게도 타격이 있을 것이다.

자하십육검 육 검.

하늘을 뒤덮고 떨어져 내리는 자색 기운의 비.

사부가 느릿느릿 움직이던 손을 한순간 재빠르게 움직였다.

퍼퍼퍼퍼펑! 콰쾅!

그러자 사부와 일직선으로 있던 많은 경력이 격공장과 맞부딪치며 터지고, 나머지 경력은 땅과 부딪쳐 터지며 모래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어디로 가신 거지?’

모래 먼지가 피어오르며 잠시 가려진 시야.

그 순간 사부의 기척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기를 쏟아 버리니 기의 소모가 큰 것이다. 타격점이 하나라면 그곳에만 기운을 집중하면 되지 않겠느냐?”

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핫!”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고 신류퇴 회추를 내쳤다.

팍! 따다당!

신류퇴 회추에 연이은 삼재검법까지도 사부에겐 통하지 않았다.

자색 기운에 뒤덮인 사부의 손과 맞부딪치자 손아귀가 저릿저릿했다.

타닥! 카카캉!

땅에 착지하자마자 몸을 날리며 자하십육검 이 검을 펼쳤다.

하지만 환의 요결이 펼쳐지기 바로 직전에 사부가 나의 검을 붙잡으셨다.

“수준이 낮은 상대라면 모를까 여러 가지 요결이 뒤섞인 잡기는 너와 비슷한 수준의 상대에겐 통하지 않을 뿐더러 반격의 여지를 줄 뿐이다.”

알고 있다.

고루시수 망영에게 팔 검은 통했지만 이 검은 통하지 않았기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가 서로를 보완하며 조합되었다면 그만큼 강해지지.’

약점을 알고 있는 만큼 이 검을 보완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요결을 빼 보기도 했고, 넣어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본 모습 그대로 펼치기로 하였다.

삼백 년간 절전되긴 했지만 칠백 년이란 역사가 깃든 초식.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른 쪽에서 보완할 것을 생각해 냈다.

상단전의 힘, 염력이다.

팟! 타닥!

자하검을 놓고 청운검을 잡고 발검했다.

자하십육검 일 검.

핏!

잘려진 소맷자락이 경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너풀거렸다.

“어깨의 움직임을 읽을 수만 있다면 발검은 누구나 피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을 무시할 만큼 빠르다면 상관이 없지만, 너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리고 처음 발검을 배웠을 때의 나쁜 습관이 아직도 있구나. 어깨가 경직돼서 경로를 읽기가 쉬워.”

그렇게 수준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기에 자칫 다칠 수도 있건만 사부는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적해 주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모르고 있던 것도 있는 만큼 하나같이 주의 깊게 들어야 할 것이었다.

‘기세를 탄다!’

일 검 때문에 사부가 뒤로 물러났다.

기세를 타기 위하여 곧바로 앞으로 전진하였다.

이어서 자하십육검 이 검.

“통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였는데 고집을 부릴 참이더냐!”

사부가 소리쳤다.

하지만 이번엔 분명히 통한다.

우우웅! 피피피핏!

어느 한 군데 특출 난 것이 없어 막아 내거나 파훼하기 쉬운 이 검을 보완하는 염력.

사부의 몸이 한순간 굳어지고, 그 틈으로 이 검의 공격이 성공하였다.

“허허, 상단전이 있었구나. 그래, 그 생각을 못 하였어. 이것으로 일대일이구나.”

나의 뒤를 점하였던 사부, 이 검의 공격을 성공시킨 나.

두 순간 모두 실전이었다면 죽을 만한 상황이었다.

“제가 모르는 약점도 있긴 하지만 아는 것을 보완하지 않을 만큼 바보는 아니라고요.”

“이제는 조금 머리를 쓸 줄 알게 되었다고 기고만장해하는구나. 방심은 금물이다.”

“사부도 마찬가지예요.”

땅에 떨어졌던 청운검을 염력으로 끌어당겨 검집에 집어넣었다.

자하검도 마찬가지.

파파팍! 쿠우웅!

이어서 박투.

한순간 숨을 멈추고 빠르게 공격을 행하다가 진각을 밟으며 전사가 담긴 주먹을 날렸다.

쿠웅! 콰앙!

사부도 마찬가지로 진각을 밟고 전사가 담긴 주먹을 날렸다.

중간 부분에서 맞부딪친 두 주먹.

뚜둑! 팡!

밀린 것은 나였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뼈가 부러질 듯 아파 오자 재빨리 손을 빼고 뒤로 후퇴했다.

‘역시나 박투로는 많이 차이가 나는구나.’

나는 검을 쓰고, 사부는 몸을 쓴다.

게다가 자하가 담긴 주먹과 맞부딪쳤으니 밀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검을 집어넣기에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네 수준을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었구나. 살짝 실망했다.”

“실망한다는 것은 기대를 했다는 뜻. 사부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니 저는 만족해요.”

“실력보단 말이 더 늘었구나.”

“과연 그럴지는 지켜보면 알 일이지요.”

우우웅∼!

검을 뽑아 들고 기를 끌어 올리자 청운검이 기쁘다는 듯 울었다.

“마지막 한 번으로 끝내자는 것이냐? 그래,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끝내자꾸나.”

사부도 끝내자는 내 의견에 따라 기를 끌어 올렸다.

사부와 나의 중간에서 기의 파동이 맞부딪치면서 바람이 일었다.

완벽히 기를 끌어 올려 절정에 달하여 검을 뽑으려는 순간!

콰아앙! 쾅! 쾅! 화르르르∼!

폭음과 함께 붉은 기둥이 어지러이 휘날리며 하늘을 꿰뚫을 듯이 솟구쳤다.

“불? 무림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불이 일어난 장소는 무림맹의 내부였다.

이런 공터라면 모를까 건물들이 밀집한 곳에서의 싸움은 암묵적으로 금지된 사항.

그렇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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