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57화 (157/175)

# 157

화산천검 7권(7화)

3장 납치(2)

북초이는 마진천과 마찬가지로 배에 무언가에 맞은 듯한 시퍼런 멍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갈비뼈가 부러지긴 했지만 장기를 찌른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괜찮은 안색이었다.

유혁 사형과 장일 사형은 외상은 없지만 금환봉에 입은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해 내상이 커진 상황이었다.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어설픈 마음이 화를 불렀구나.]

갑작스레 들려온 사부의 전음.

침울함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무슨 소리예요?]

[저 배의 시퍼런 멍. 묵직한 망치 같은 것에 맞은 듯해 보이지 않더냐?]

[확실히 그렇죠.]

날카로운 것에 잘린 상처는 아니니 당연히 그래 보였다.

[혈천회의 이사도, 사신철부 악벽이 낸 상처다.]

[예?]

어째서 지금 칠사도 중 이사도의 얘기가 나오는 것인가?

[사신철부 악벽의 특징은 도끼로 잘라 내는 것이 아니라 뭉개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사도가 그랬다고 확정 지을 수는 없지 않나요?]

[물론 그렇겠지만 나는 이사도와 싸워 본 경험이 있다. 미약하게 느껴지는, 몸 안에 스며든 경력이 이사도의 것과 똑같구나.]

‘아!’

사부는 이사도와 싸워 그를 패퇴시킨 적이 있다.

순풍이 무소에게 얻었던 정보였다.

[그런데 그것과 사부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렇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과 사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난 예전 이사도를 쓰러뜨렸던 적이 있다. 분명히 죽일 수 있었던 상황이지. 하지만 어설픈 동정심 때문에 목숨을 거두질 않았었다. 그때 목숨을 거두었다면 이 아이들이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터인데…….]

[그렇지만 이미 지나간 일일 뿐이고, 사부는 그 당시에 그렇게 판단을 했던 것이잖아요? 자신을 믿으세요, 그 당시에 그렇게 판단을 내린 것이었으니 지금에 와서 후회하거나 미련을 가지거나 미안함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자들도 무림인.

독살성 당만형이 말한 대로 모두들 다칠 각오를 하고 온 것이다.

각자가 실력이 되지 않아 다친 자신에게 분노를 하여야 할 뿐, 사부가 미안함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후우∼”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착잡한 마음만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사부는 한숨을 내쉬며 신룡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사신철부 악벽. 이사도가 이곳에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또다시 정보가 샜다는 말인가?

그렇게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움직였고, 무림맹에서도 고위급 인사들을 빼고는 아무도 모르는 이 작전이 새 버렸다는 말인가?

‘잠깐만, 그렇다면 연화 쪽도?’

상처가 심하다는 것 빼고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마진천 쪽이 이사도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고 연화 쪽을 보자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사부가 말한 것은 기의 느낌.

연화 쪽에 기감을 완벽히 집중하자 몸속에 남아 있는 조그마한 탁기를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느낌, 이쪽도 한 상대에게 당한 거야.’

저쪽은 사신철부, 이사도.

그렇다면 이쪽은 누구인가?

‘분명히 칠사도거나 그에 준하는 자일 것이다.’

아니라면 세 명이 한 상대에게 당할 리가 없었다.

남아 있는 칠사도는 오사도와 사사도, 그리고 이사도.

초령의 기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부의 말대로라면 이사도의 특징은 묵직한 망치 같은 것에 맞은 듯한 상처.

‘칠사도 쪽에선 오사도일 가능성이 높은가?’

오사도는 기습으로 요혈과 사혈만을 찔러 일격에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적.

연관 지어 보니 확실히 오사도일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았다.

‘칠사도가 둘, 그리고 호법이 둘. 흑풍의 본거지에 이런 거물들이 동시에, 그것도 동 시간대에 존재할 이유는 없다.’

무림맹은 양동작전으로, 많은 전력으로 혈천회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쪽을 방어하기에도 벅찰 텐데, 이곳에 아무런 이유 없이 모여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분명해. 정보가 샜어.’

정보와 최전선의 싸움.

단기적으로 보자면 최전선의 싸움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정보가 더욱더 중요하다.

그렇기에 거물들을 최전선이 불리해질 것을 각오하고 불러들인 것이다.

‘천풍걸개…….’

개방이 흑풍에서 정보전으로 패했다.

방주가 본타로 돌아가 개방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본거지를 파괴한 것으로 소기의 성과는 거둔 건가?’

개방의 정보가 정확하다면 분명히 이 셋 중 하나는 흑풍의 본거지다.

나는 마지막 십육 검으로 건물을 파괴했고, 마진천 쪽은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지만 무너졌고, 연화 쪽은 불타올랐다.

지상 위의 건물은 모두 불타오른…….

‘잠깐, 지상?’

지상이 있다면 지하가 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론 지상보다는 지하가 더욱 안전하다.

그것은 철검파에서 구파의 정보수집공간이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과연 이 중에서 지하를 파괴했던 사람이 있을까?

‘나는 두 호법 때문에 지하를 신경 쓸 새가 없었어. 그리고 연화 쪽은 건물이 불타서 아래로 갈 수가 없었을 것이고, 마진천 쪽도 무너져서 신경을 쓸 수가 없었을 거야. 그것 외에도 이사도와 오사도라고 추정되는 자 때문에 지하는 더욱더 신경을 쓸 수가 없었을 거야. 정체 모를 호법도 그렇고, 이사도랑 오사도로 추정되는 자도 모두 우리를 상대로 승리했어. 그런데 이곳을 빠져나갔다. 아무런 흔적도 보이질 않아. 사천당가와 관가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세 거물이 황급히 도망갈 필요가 있었을까? 진짜 뭔가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거듭될수록 증폭되는 불길한 상상.

바깥에 기를 집중하자 상단전이 경고했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화면.

[사부! 당장 바깥으로!]

[나도 알고 있다. 어서!]

내가 느낀 것, 사부도 느꼈다.

쾅! 쾅! 쾅! 쾅! 콰아앙! 우르릉!

“뭐야? 폭탄이다! 어떻게 된 거야!”

“피해! 폭탄이 매설되어 있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

“적은! 적은 어디에 있나?”

“이쪽입…… 크악!”

이미 시작된 습격.

‘그래, 지하에 숨어 있었던 거야. 폭탄은 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군을 위한 무기. 사천당가가 본격적으로 무림맹에 도움을 주기로 선언했으니 이 기회에 남궁세가 때처럼 피해를 주려는 생각이야!’

침입자들을 모두 쓰러뜨렸는데 어째서 황급히 도망을 갔는가, 그것도 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 있는 자들이.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기회를 노려 더욱더 큰 피해를 주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아아…….”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참혹한 광경.

폭탄이 펑펑 터지자 건물들이 불타오르며 무너져 내리고, 폭발에 휘말린 사람들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파죽지세로 이곳으로 달려오는 엄청난 기운.

콰아앙! 휘익∼!

폭음, 모래 먼지와 함께 솟구쳐 오른 인영.

“이사도…….”

“화산파!”

걸걸한 음성.

사부의 나직한 목소리에 이사도 사신철부 악벽이 눈을 크게 뜨고 소리치며 허벅지에 달려 있는 두 자루 소부(小斧)를 꺼내 들고 사부와 나에게 투척했다.

후우웅∼! 카가가각! 따앙!

엄청난 파공음과 속도.

피하기엔 늦은 것 같기에 발검하여 소부와 맞부딪치고 살짝 꺾어 흘려 냈다.

사부도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느꼈는지 살짝 피하며 도끼의 넓은 면을 수도로 쳐 냈다.

“오랜만이구나, 화산파의 도사.”

“악연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며 이곳까지 이어졌구려.”

“네놈이 어설프게도 나를 죽이지 않은 탓이지. 네놈에게 다친 이후로 복수를 다짐하며 지금까지 요양을 해 왔다. 저 안의 꼬맹이들은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지. 하필 내가 복귀한 지금 나에게 덤벼들었으니 말이다.”

결국 사부가 어설프게 살려 줬다가 신룡들이 다쳤다는 소리.

사부가 또다시 침울해하시진 않을까 눈치를 살폈다.

“악연을 끝내야겠소.”

방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투지를 불태우는 사부.

사부가 기를 끌어 올리자 기의 폭풍과 함께 자하의 기운이 사부의 주먹에 발현되었다.

“저번에 보았던 그것이로군. 그 당시에는 미숙했었는데 완벽해진 건가?”

“그때도 이것 때문에 쓰러졌잖소? 이번에도 이것으로 쓰러뜨리고, 목숨을 취해 주겠소.”

“그때와는 달리 이번엔 네놈이 쓰러질 것이다!”

옆구리에 꽂혀 있는 두 자루 소부를 던지고, 등에 꽂힌 두 자루 대부(大斧)를 꺼내 들고 달려드는 사신철부 악벽.

팍! 팍! 따다당! 콰앙!

안개와도 같이 흐릿한 잔영만을 남기며 날아온 두 자루 소부를 피해 내고 사부가 자하의 권으로 대부를 연속해서 쳐 냈다.

‘이쪽은 사부에게 맡기면 돼. 나는 이곳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되는 건가?’

이 어지럽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당가의 의원은 침착하게 치료만을 하고 있었다.

나의 역할은 치료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자들을 쓰러뜨리고 이곳을 지키는 것.

‘기감을 집중하자.’

이곳을 원으로 빙 둘러싼 사천당가의 인물들.

다행히도 폭탄은 바깥쪽에서만 펑펑 터지고 있을 뿐, 이쪽까지 오지는 않고 있었다.

‘오사도는 기습에 능해. 분명히 암습해 올 거야.’

폭탄으로 어수선한 상황.

이사도가 막힌 것은 그쪽에서도 예상외였을 테지만, 그래도 이런 때가 암습을 하기에는 딱 좋았다.

위화감으로 겨우겨우 혈조부 무삼을 찾아냈듯이 진짜 은신에 능한 자는 내가 눈치채기 힘들다.

‘시각을 없애자.’

내가 눈으로 진짜 은신에 능한 자들을 찾는 건 무리다.

그럴 바엔 차라리 시각을 없애고 완벽히 기감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눈을 감자 귀로 비명 소리와 폭음 소리, 그리고 사부와 이사도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수선해서 집중을 못 할 정도였다.

‘명상이랑 마찬가지다.’

명상에 빠지면 주변이 어떻게 되든 눈치를 채지 못한다.

그것과 마찬가지.

주변을 신경 쓰지 말고 기를 느끼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찾았다!’

역시나 살수가 있었다.

혼란스런 틈을 뚫고 스며 들어온 음습한 기운.

바로 옆의 땅이었다.

푸우욱!

검을 찔러 넣자 근육과 뼈를 꿰뚫는 기분 나쁜 느낌과 함께 그 부분에서 피가 솟아나 땅을 적셨다.

찌이익!

‘뒤쪽!’

막사가 찢겨지는 소리와 함께 기감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재빨리 달려가자 어두운 암행복을 입은 살수가 보였다.

타닥! 뻐억! 촤아악!

금나수로 비수를 든 손을 제압하고, 끌어당기며 배를 발로 차고 검으로 목을 쳐 냈다.

뜨거운 피가 얼굴을 적셨지만 기분 나쁜 느낌을 느낄 새가 없었다.

지척에서만 겨우겨우 알아챌 수 있는 수준 높은 살수들.

습격은 이제 시작, 긴장을 놓칠 새가 없었다.

“치료에 방해가 되니 어서 제대로 막으시오! 환자가 죽는 꼴을 보고 싶소?”

살수들을 찾아내는 데에 더욱더 집중하고 있는데, 치료를 하고 있던 당가의 의원이 말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요구만을 하고 있는, 괴팍한 성격이 절절이 느껴지는 말.

‘윽.’

하지만 나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말이었다.

마진천의 치료는 방금 전에 끝났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남문기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한 참이다.

아직도 치료를 할 사람은 일곱 명이나 남은 것이다.

모두들 심각한 상처를 입은 환자들.

당가 의원의 말대로 막아 내지 못하면 치료에 실패하여 죽거나, 아니면 살수들에 의해 암살당해 죽는 것이다.

‘일반 무사들이 살수들을 찾아내기엔 무리가 있어. 장로 정도의 실력이 있는 사람이 지원을 해 줘야 되는데…….’

하지만 그런 실력자들은 폭탄을 터뜨리고 있는 정체불명의 호법을 추적하며 싸우고 있는 중이다.

나를 도와줄 정도의 실력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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