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
화산천검 7권(5화)
2장 어째서 이곳에?(3)
스스슥! 쐐애액∼!
뒤쪽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검은 인영.
하지만 나조차 알고 있었는데 사부가 몰랐겠는가?
우당탕!
살짝 고개를 젖히자 날카로운 비수가 허공을 갈랐고, 오른쪽 발을 뒤로 뺐다가 반원을 그리며 움직이자 순식간에 인영이 땅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오른쪽 건물에 있던 자들이 부서진 창문 사이로 뛰어내리며 장검을 내려쳤다.
따당! 빠박! 쿠우웅! 콰아앙!
그것조차 사부에겐 통하지 않았다.
구루로 검신을 때리곤 순식간에 정권을 두 번 내치며 반원을 그렸던 발을 들어 올려 내리찍었다.
사부와 나의 주위, 원 모양으로 솟구치는 지반.
두 인영은 뛰쳐나왔던 건물로 날아가 처박혔고, 솟구친 지반에 의해 넘어졌던 자는 하늘 높이 떠올랐다 추락했다.
“보았느냐?”
“예, 하지만 이건 원래부터 알고 있는 내용의 연장선상. 사부가 일부러 보여 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주먹은 전사, 발은 진각.
기를 이용하여 효율을 극대화시킨 것이 지금 사부가 한 행동이다.
기를 이용해 원래는 되지 않는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여 회전력을 극대화시킨 것이 주먹, 마진천과 황신이 싸웠을 때처럼 기를 이용하여 주변의 지반을 움직인 것이 발.
나도 모두 다 알고는 있지만 숙련되지가 않아서 잘 쓰지 않는 동작일 뿐이다.
이렇게 직접 보여 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일종의 시험이다. 네가 과연 내가 없는 동안 모든 것의 기본, 기초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훈련을 했는지에 대한 시험. 다행히 합격인 것 같구나.”
쾅! 쾅! 쾅! 퍼서석!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기감에 붙잡힌 모든 자들에게 연속해서 장풍을 날리는 사부.
소모되는 기의 양이 많아 잘 쓰지 않는 기술인데도 사부는 계속해서 장풍을 날리고 있었다.
“치료 때문에 기가 부족하지 않으세요?”
“이건 너로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지만, 궁금해하니 대답해 주마.”
잠시의 소강상태.
습격자들은 사부의 실력에 놀란 것인지 성급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주춤주춤거리고 있었고, 사부는 중요한 얘기인지 공격을 멈추셨다.
“나는 도사다. 그것도 요 근래의 깨달음으로 인해 순수한 자연의 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쓸 수 있게 된 도사지. 내가 방금 전에 얘기하였을 것이다. 심법으로 기를 정제시키는 이유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예, 그러셨죠.”
“그런데 나는 이미 심법의 정제를 통하지 않고도 자연 그대로의 기를 조금이나마 쓸 수 있게 되었지. 심법으로 정제하여 썼을 때보다는 양이 적지만 효율만은 무척이나 뛰어난 이 엄청난 기운을 말이다. 그렇다면 문제다. 단전은 정제된 기운을 담을 수 있는 나만의 소우주다. 그런데 나는 더 이상 정제된 기운을 쓸 필요가 없지. 그렇다면 나는 기운을 대체 어떻게 쓰고 있는 것일까?”
“그거야 당연히 정제라는 과정만이 빠졌을 뿐, 예전과 마찬가지로 단전에 담아 쓰고 계시지 않으세요?”
“틀렸다. 잘 생각해 보아라. 혈도를 뚫는 이유가 무엇이더냐? 바로 기운의 유통을 자연스럽고 더욱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보통의 무인들은 자연 그대로의 기운을 쓸 수가 없지. 하지만 나는 그 자연 그대로의 기운을 쓸 수가 있지. 아까 전에 기운을 많이 쓴 내가 어떻게 아직까지도 장풍과 같은 기술을 쓸 수 있겠느냐?”
“음…….”
자연 그대로의 기운은 평범한 무인들은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사부는 요 근래의 깨달음으로 그 기운을 쓸 수가 있다.
심법은 기운의 정제를 위해서, 기운을 나의 의지로 다스리기 위해서 생겨난 것이다.
혈도는 기운의 유통을 자연스럽고 빠르게 하기 위해서 뚫었던 것이다.
사부가 질문의 답에 대한 실마리, 단서를 준 것은 이것뿐이다.
이것만으로 사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야 했다.
‘단전이 아니라면 기운을 어떻게 담아 놓는다는 것이지? 아니, 그것보다도 분명히 사부는 한계 이상의 기운을 사용하셨는데?’
이 끊임없는 진기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자, 마지막 단서를 주마. 상승으로 올라가기 위한 첫 번째 마음가짐, 바로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것이다. 단전이 정말로 몸에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더냐?”
‘단전……. 하단전은 기운을 담아 놓는 그릇. 그 단전이 몸에만 존재하고 있을 것 같으냐고?’
당연히 하단전은 몸 안에만 존재한다.
바깥에 나와 있는 기운을 담는 그릇은 영약, 신물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부가 말한 것은 이런 농담 따먹기가 아닐 것이다.
기운의 그릇.
그 자체를 말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휘르르르∼! 푸푸푸푹!
고민하고 있는 사이 공격을 재개한 습격자들.
하지만 또다시 사부의 장포 자락이 휘날리며 암기가 빨려 들어가고, 재차 손을 휘두르자 빨려 들어갔던 암기들이 원래 날아왔던 방향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도사, 단전, 자연, 기운. 이것들의 관련은…… 아!’
“자연을 이용하는 것이로군요.”
“그렇게 표현하니 뭐하다만, 의미는 같다. 정답이다.”
사부가 계속해서 공격을 방어하시며 말을 이었다.
“나는 기운을 정제할 필요 없이 순수한 자연의 기운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하단전은 정제된 기운을 담는 자신만의 그릇. 자연의 기운을 정제를 하지 않고도 나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데 정제하여 하단전에 담을 필요가 있더냐? 바깥의, 이 공간의 기를 나의 의지로 움직여 하단전을 대신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정말로 척박한 곳이 아닌 이상에야 나에게 기운이 끊길 염려는 없는 것이지. 그렇기에 아까 전에 많은 기운을 쏟아붓고도 장풍과도 같은 기운을 많이 소모하는 기술을 썼던 것이다.”
“저는 사용할 수 없는 거예요?”
끊이지 않는 기해.
기운을 많이 소모하는 자하십육검이니만큼 나도 사부처럼 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터였다.
“네가 도문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수행을 쌓았다면 모를까, 갑작스럽게 나와 같이 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 검을 휘두름으로써 도를 쌓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너는 그쪽은 아닌 것 같구나.”
나의 검에 대한 깨달음은 베기 위한 병기라는 것.
그리고 자하십육검 또한 살육과 파괴를 위한 기술이다.
도사로서 자연을 벗 삼는 일을 행하셨기에 사부는 자연의 기운을 이해하고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파괴와 살육의 깨달음을 얻은 내가 그리할 수 있겠는가?
사실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예상하고 있던 대답이기에 실망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심하게 다치셨는데도 전보다 더 강해지신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로군요.”
나도 엄청나게 강해졌다.
그래서 이젠 사부를 따라잡았나 싶었는데, 다시 사부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아무리 기를 거의 다 소모한 후라지만 엄청난 충격이었다.
“죽기 바로 직전에 갔었기 때문인지 완벽히 정신을 차리고 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구나. 너에게 알려 주었던 많은 것들도 사실은 조금씩 진실과는 다르다는 것도 알았지. 많은 것을 알려 주고 싶어서 최대한 빨리 치료를 끝냈다만, 조금 늦었더구나. 너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하였었다.”
남궁세가에서 갈천악과의 싸운 이후로 공천패와 함께 세상에서 지워졌었다.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며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많이 방황했지. 처음으로 문파를 내 의지로 벗어나 마음대로 행동하였고, 그 와중에 조금 이름을 얻기도 하였지.”
이사도와의 싸움에 대한 얘기였다.
“하지만 그리하여도 너는 보이지가 않더구나. 결국 포기하고 아무런 목적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뜻밖의 편지를 받았지.”
“편지요?”
“개봉 근처였다. 개봉은 천하제일방이라고 하는 개방의 본타가 있는 곳이지. 용두방주께서 친필로 쓴 편지를 개방의 일결제자에게 받았지.”
흑풍과의 정보전쟁.
그리고 본타로 돌아간 천풍걸개가 나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사부에게서 흘러나왔다.
“너와 조금 인연이 있다고, 이번에 어려운 임무를 주었으므로 한 가지 도움을 준다고 쓰여 있더구나. 그것이 나에게 너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는 것이었지. 편지를 읽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달려왔지. 사실 너보다 내가 조금 빨리 이곳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네가 온 것을 보았지.”
“그렇다면 왜 바로 모습을 드러내시지 않은 거예요?”
“너에 대한 많은 소문을 들었는데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 네가 얼마나 성장하였는지가 궁금하더구나. 그래서 위험할 때엔 나타나기로 하고 그전에는 도움을 주지 않기로 결심하였지. 도중에 많은 위험이 있더구나. 나타날까 말까 많은 고민을 하였는데 흐지부지 지연되다가 네가 두 고수와 싸우는 것을 느꼈지.”
혈천회의 두 호법과의 싸움에 대한 얘기였다.
“처음엔 두 고수도 나를 눈치채지 못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지 않고 있던 고수가 나를 눈치채고 경계를 하더구나. 그래서 결국은 움직이지 못하고 네가 무방비 상태가 된 직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부가 사천당가와 장문인들을 빼고는 아무도 모르던 이 임무를 어떻게 알고 이곳에 나타났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금에서야 풀렸다.
용두방주 천풍걸개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렇게 된 것이다.
천풍걸개를 다음번에 만나면 반드시 고마움을 표시하리라 마음먹고 말을 하려는 순간 사부가 다음 말을 이었다.
“도중에 놀랐던 것이 있다. 심검, 검을 든 많은 검객 중에서도 손꼽히는 자들만이 쓸 수 있다는 그 깨달음의 검을 네가 쓸 수 있다는 것에 무척이나 놀랐다.”
“이건 한 도사분께서 도와주셨기에 쓸 수 있는 기술이에요.”
공동파에서 파문당한 절대자, 공천패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절대로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다.
“예전에 사부가 하산하였을 당시, 제가 무리하여서 상단전을 열었을 때에 도와주셨다고 말했던 그 도사분이 또다시 저를 도와주셨어요.”
“그분과 네 인연이 무척이나 깊은가 보구나. 그런 기연은 단 한 번 받기도 힘든 것인데 두 번이나 도움을 받다니. 꼭 만나 뵈고 싶은 분이시로구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련을 받았으므로 나 또한 또 한 번 뵙고 싶은 분이다.
“어쨌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구나. 떨어졌던 아이들의 상황을 보려고 하던 참인데 너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것 때문에 이곳에서 정체되었으니.”
“아, 그러고 보니 대체 어떤 것을 보여 주려던 것이에요?”
“가능한 오랫동안 보여 주고 싶다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단 한 수만 보여 주마. 정리가 끝나고 시간이 나면 더 많이 보여 주도록 하마.”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부가 눈을 감으셨다.
자연체로 보이지조차 않는 완벽한 무방비 상태.
한 습격자가 빈틈으로 느꼈는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자, 보거라.”
순간 사부의 오른손이 자하의 환상을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