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화산천검 7권(1화)
1장 드디어……(1)
파팡! 타다닥! 뻐어억!
“크윽!”
수많은 공방 끝에 맞아 버린 일격.
“맞은 부위는 어깨. 치명적이겠구나, 클클클.”
음산한 웃음.
그것에 신경을 쓰기도 전에 계속해서 연이어 날아오는 연격.
파산도의 압도적인 공격과 승신권의 피할 틈을 주지 않는 빠른 권격.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만드는 두 절대고수의 연수합격이었다.
‘뻐근해.’
막아 내기가, 흘려 내기가 힘들다.
승신권에 정통으로 맞은 어깨 때문인지 계속해서 손아귀에 힘이 빠져나갔다.
“하앗!”
스걱! 파파팡!
힘을 쥐어짜 내서 휘두른 검에 파산도의 가슴이 벌어졌다.
연이어 날아오는 승신권의 권격은 신류퇴와 장천수로 아슬아슬하게 막아 냈다.
“내가 생각하기엔 다음번이 마지막일 것 같은데, 네놈은 어떻더냐?”
“내가 생각하기에도 한두 번이 한계일 것 같군. 그것보다도 안 느껴지는 거냐?”
“뭐가 말이냐? 클클클.”
“뭐, 네놈 따위가 알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클클클, 시끄럽다.”
두 호법의 잡담이 마치 전음이라도 쓴 양 머릿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카카칵! 탱!
‘검이!’
승신권의 화려한 권격이 눈속임이 되고 틈을 파고 들어온 파산의 경력을 담고 있는 도.
힘이 빠졌던 어깨인지라 손아귀에서 검이 빠져나와 공중을 유영했다.
우우웅∼! 후웅!
‘크윽!’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 왔다.
두 절대고수의 몸놀림을 느리게 하는 것과 동시에 빠져나간 검을 되돌리는 염력의 사용.
약선이 말하였던, 한계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사용할 때 몸에 나타난다는 부작용이었다.
“하아∼ 하아∼”
숨이 가빠 왔다.
갈천악과 싸웠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이렇게 싸우는 것은 무리였나 보다.
‘그래도 사도들과 연속으로 싸웠던 전보다는 낫지.’
그래, 확실히 그때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아직은 내 모든 것을 보여 주지 않은 상황이다.
마지막 남은 두 수.
내 모든 내공을 쥐어짜서 사용하는 마지막 자하의 십육 검.
그리고 내공이 없어도 나의 정신력만으로 사용하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심검.
정말로 죽기 직전의 상황에 몰려도 이 두 수면 나는 살아날 수 있다.
‘그래, 나는 살아날 수 있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형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두 수 모두 나를 전투불능, 탈진의 상태로 몰아넣는 마지막 구명절초.
나는 다시 한 번 자하심법의 공능에 기댈 수 있지만 두 사형은 그렇지 않다.
저 상태로 놔두었다가는 죽어 버리는 것이다.
‘결국, 도망칠 수밖에 없는 건가?’
두 혈마강시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한 호법이라도 쓰러뜨리고 도망칠 수 있었을 터인데.
‘미련은 부동심만 흐트러뜨릴 뿐.’
나와 두 혈마강시의 싸움을 즐기듯 쳐다보는 고루시수 망영.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고심하는 정체 모를 호법.
나를 둘러싸고 원 모양으로 천천히 돌고 있는 두 혈마강시.
‘도망칠 틈을 만들어야 해.’
되도록이면 두 호법이 놀라서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도록 화려하고 강하게.
‘마지막 십육 검이다.’
심검은 한 명에게만 통하는 대인의 절기.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마지막 자하의 절기, 십육 검이었다.
치링∼! 화아악∼!
검첨에서부터 피어나 그윽하게 내려앉는 매화향.
복잡하고 어수선했던 머릿속이 확 밝아졌다.
‘가자.’
자하십육검 십육 검.
두 혈마강시가 이변을 눈치채고 달려들었다만 이미 늦었다.
매화향기 그윽하게 풍기는, 화산의 정기 아래의 모든 것을 보호하고 위해를 가하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화산파의 절기, 자하.
매화향기 뒤집어쓴 모든 곳은 이미 자하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피할 공간은 없다.
지금의 이 공간은 나의 공간이다.
콰콰콰콰쾅! 우르릉! 쿠우웅!
건물을 부숴 나가는 강력한 경력의 소나기.
벽력탄 수십 개가 폭발한 것만 같이 터져 나가는 건물의 잔해와 누군가의 것이었으리라 생각되는 수족, 살덩이들.
‘둘 모두 다행히 해치웠나?’
계획은 성공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초강수를 둘 줄은 몰랐다는 듯 동그랗게 뜨여진 고루시수의 눈동자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이어서 나의 십육 검에 정통으로 맞은 두 혈마강시는 수백 조각의 육편으로 화했고, 두 호법은 쓰러뜨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이 도망칠 시간을 얻는 것으로 만족했다.
‘한 수는 보여 주고 말았군.’
다음번에도 만날 수밖에 없는 적군의 수뇌부.
나의 마지막 초식을 보여 준 것에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사형이 먼저야.’
나중을 위해서 십육 검을 아끼는 것보다는 두 사형의 목숨이 더욱더 소중하다.
비명 소리 난자하는 무너져 가는 건물 속을 뛰어다니며 두 사형을 들쳐 메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네놈∼∼!!”
쿠우우웅∼!
뜨거움이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금색의 빛.
무언가에 이끌리듯 뒤를 돌아보자 하늘을 꿰뚫을 듯이 서 있는 금빛의 탑과 그 안에 있는, 어떻게 보이는 것인지 모를 작은 노인이 보였다.
‘무슨…….’
탑이 아니었다.
금환봉의 공능, 금빛의 서기.
그 서기가 폭주하듯이 용과 같이 하늘로 솟구쳐 오른 것이 저 금빛 탑의 정체였다.
콰아앙!
‘크으윽!’
내가 전속력을 다해 달리더라도 한달음에 도착하기에는 무척이나 먼 거리.
고루시수 망영은 눈으로 본 것인데도 믿을 수 없게도 한걸음에 나의 앞에 도달하여 금환봉을 휘둘렀다.
‘사형들이…….’
아수라장인 거리.
대피하려는 사람들과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술에 취해 구경을 간다고 호기를 부리는 사람들에 의해 혼잡한 거리에 두 사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굴러떨어졌다.
경력을 해소하지 못해 뒤로 밀려나 벽에 처박힌 시간과 두 사형을 몸에서 떨어뜨린 시간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두 사형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의 발에 치이다 보면 죽어 버릴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두 사형을 찾기에는 눈앞의 금빛 서기를 몸에 휘두른 고루시수 망영이 거슬렸다.
“네놈이 감히 내 금환봉을……! 흥미로워서 놀아 주었건만 네놈이 간이 부은 모양이로구나.”
정말로 분노한 듯 금빛의 서기를 몸에 휘두른 상태에서도 보이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몸으로 느껴지는 숨이 막힐 듯한 살기.
‘금환봉? 아!’
고루시수 망영의 말을 듣고 폭주한 것만 같이 금빛 서기를 뿜어내는 금환봉을 쳐다보자 이상을 알 수 있었다.
나무가 쪼개지듯 갈려 있는 봉의 자루 부분.
그리고 결정적으로 홈에 걸려 있었을 두 금환 중 하나가 눈에 보이질 않았다.
‘십육 검에 말려들어 파괴된 건가?’
나조차도 당황스러운 상황.
목적은 두 호법의 당황과 혈마강시의 파괴였는데 어처구니없게도 고루시수 망영의 무적에 가까운 병기이자 삼백 년 혈천의 역사 속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신병이기인 금환봉이 부서진 것이다.
‘그렇다면 금환봉은 파괴되었고 저것은 폭주한 상태란 말이지?’
폭주는 오래가지 않는다.
모든 것을 폭발시키듯 태운 후 사라지는 것이 바로 폭주.
조금의 시간을 버텨 내기만 한다면 삼마병 중 삼병이 사라지고 혈천회의 호법 중 한 명의 태반의 전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잘 버텨야 한다. 죽지만 않으면 돼.’
이렇게 엄청난 소란이 있었으니 나머지 두 조나 아니면 사천당가의 무인들이 올 것이다.
폭주가 끝날 때까지 죽지만 않는다면 이곳에서 한 명의 호법을 쓰러뜨릴 수 있다.
“죽음으로써 네놈의 만행을 사죄하여라!”
두 사형에게 크게 다쳤을 때조차 사라지지 않았던 음산한 웃음이 지금은 사라졌다.
확연한 분노.
하지만 그렇다면 더 나에게 승산이 있다.
자하십육검 오 검.
방어의 초식.
달려드는 고루시수 망영의 금환봉을 흘려 내려고 하였다.
‘……!’
금환봉에 맞닿자 온몸을 흐르던 진기의 흐름이 한순간 끊겼다.
뻑!
“커억!”
폐부에서 숨이 무언가가 쥐어짜듯이 바깥으로 새 나갔다.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커다란 고통.
“폭주한 금환봉을 네놈이 막을 방법은 없다. 이 폭주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그전에 네놈이 쓰러질 것이다. 지금의 상태라면 회주가 오더라도 날 이길 순 없을 것이다.”
폭주를 한 만큼 엄청나진 공능.
지금은 맞닿은 부분의 기를 흩어 놓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상대의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가 모든 진기의 유통을 막아 버리는 것이다.
‘젠장!’
생전 안 하던 육두문자까지 내뱉게 만드는, 사기 같은 금환봉의 공능.
내가고수인 나는 저 금환봉과 맞닿기만 해도 손쓸 방법이 없었다.
외공의 고수라면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기의 유통이 막혀 버리니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의 풍파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려 결국 마음까지 꺾여 죽어 버릴 네놈의 허망한 인생, 이 순간 내가 친히 취해 주마. 고마워하도록 해라.”
후우웅∼!
엄청난 속도로 찔러 들어오는 악마의 병기.
‘이렇게 된 이상…….’
지금으로선 어떻게 해도 몸을 움직여 막는 것은 무리다.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인 엄청난 속도의 무기.
시간과 공간을 무시하는 상승의 초식이 아니고서는 막아 낼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쓸 수 있는 것은 심검뿐.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심검은 깨달음의 무공.
단전의 기를 쓰지 않고 그저 자신의 심과 혼만을 담아 발현하는, 무공이라고 할 수 없는 무공이다.
나는 현재 십육 검의 발현으로 인해서 어차피 다른 무공은 아무것도 쓸 수가 없으니 지금으로선 심검만이 최선이다.
통하는 것은 그것뿐.
전자의 이유는 뒤로하고서도 기가 통하지 않으니 다른 무공은 모두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