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화산천검 6권(24화)
10장 호법들과의 혈투(2)
파카캉!
역시나 금빛 서기에 의해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는 않았지만 공격을 늦추기에는 성공했다.
매화작보의 보로를 연속해서 밟으며 뒤로 몸을 빼냈다.
“쌍검술을 쓰는 놈들은 이래서 까다롭지. 한쪽이 막히면 나머지 한쪽으로 공격하면 되니까 말이야. 쯧, 아깝군.”
말과는 다르게 별로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타다닥!
혈도를 짚자 오른손에서 고통이 사라졌다.
우우웅∼ 턱!
상단전의 염력으로 자하검을 들어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상단전의 염력, 까다롭기 그지없는 능력이지. 하지만 싸움에서 활용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제대로 각성을 하진 못했구나. 클클클, 그것만 잘 활용한다면 나를 이길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
상단전의 힘은 강력하다.
만일 싸우는 도중에 갑작스레 몸이 멈추거나 느려진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그것이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활용이 된다면 아마 웬만한 고수들은 모두 다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미숙하다.
그 정도의 상단전의 활용은 나에게는 아직 무리다.
상단전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은 심력과 뇌를 활용하는 만큼 정신력의 소모가 무척이나 크다.
그것을 지금 기적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그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 나았다.
“자, 다시 가도록 하마. 어서 더 많은 실력을 보여 보거라.”
캉! 타다닥! 채채챙!
힘을 역이용해 뒤로 날아간 다음 매화작보의 보로로 공격을 피하고,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짧게 단타로 끊어 쳤다.
고루시수 망영의 실력은 뛰어나긴 하지만 나에겐 조금 못 미친다.
금환봉과 강시만 없었다면 아마 상대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만 힘을 들인다면 효율적으로 방어를 하기엔 쉬웠다.
“미꾸라지처럼 도망만 다니는구나.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먼저 지칠 것 같으냐?”
금환봉만을 사용하기에 내공의 소모가 극히 적다.
하지만 나는 자하십육검을 계속해서 사용하였기에 내력의 소모가 컸다.
이것이 차이점.
자하십육검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길게 장기전으로 갔다면 승률이 조금은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장기전으로 가도 내가 불리했다.
지금의 이것은 유혁 사형과 장일 사형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저 조금 시간을 끌 뿐이었다.
채챙! 파캉! 따앙!
“이제 조금씩 지루해져 가는구나. 그렇게 도망만 다니면 되겠느냐? 나는 강시도 쓸 수 있다. 조금 더 나를 즐겁게 하지 않으면 네가 이길 가능성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다, 클클클.”
잊고 있었다.
고루시수.
시체의 통솔자.
강시가 이 싸움에 끼어 버린다면 쓰러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치잇.’
상대의 수작에 놀아나는 것이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제발 빨리…….’
내가 쓰러지기 전에 장일 사형과 유혁 사형이 와주기를 빈다.
“하앗!”
자하십육검 팔 검.
“환검은 통하지 않는다니까 그러는군.”
피핏!
“음?”
통한다.
나보다 뒤떨어지는 실력.
그저 금환봉의 공능에 의지하여 나를 압도하고 있는 실력.
이 검과는 다르게 완벽히 환에만 파고든 팔 검은 고루시수 망영의 안법을 뛰어넘은 공격이었다.
“클클클, 그렇군. 약점을 조금은 알아냈는가?”
쓰러뜨릴 수 있는 약점은 모두 알아냈다만 방법이 없어서 문제일 뿐이다.
“옆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꼬맹이들이 있는데 그놈들을 기다리는 것이냐?”
뒤쪽에서 계속해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호법이 물었다.
“…….”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맞는 것 같군.”
재밌다는 듯 그 호법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 특별히 이쪽으로 불러 주지. 그것이 더 재밌을 것 같으니 말이다.”
휘익∼ 퍼어엉!
귀를 멍멍하게 할 정도의 폭음.
노인이 손을 휘젓자 바람이 불어와 시야를 가리던 검은 연기들을 날려 버렸다.
꿀꺽!
대단하다.
엄청난 화약, 폭탄의 위력.
웬만한 절정고수들의 무공 위력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옆쪽이 뻥 뚫렸다.
길을 가로막고 있던 벽들이 모두 무너져 있었다.
“늙었다 보니 손이 살짝 떨려서 그런지 조준을 잘못했군. 애송이들이 맞았어.”
저 위력에 맞았다고?
막아 내지 못했다면 커다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쐐애액∼ 콰콰쾅!
양옆에서 날아오는 두 가닥의 유형화된 경기.
노인이 공중으로 피하자 노인이 있던 자리를 파고들며 터져 나갔다.
“속이 좁구나. 겨우 소뢰탄(小雷彈)을 맞은 것 갖고 이런 인사라니.”
노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탁! 탁!
무너진 벽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두 검은 인영.
폭탄으로 인해 새까매진 옷과 얼굴로 두 사형이 노인의 양옆에서 대치하며 섰다.
“당신이로군.”
척!
유혁 사형이 말하며 검을 중단으로 세우고 노인을 노려보았다.
“꼴이 말이 아니로구나. 그저 이곳으로 올 수 있는 길을 뚫어 준 것뿐이었는데 그 정도 상처라니.”
“당신의 동료들도 있었다. 그들은 우리처럼 피하지 못하고 죽었다.”
장일 사형이 검을 세우며 말하자 노인이 입술을 씰룩거렸다.
“동료라고? 푸하하하, 웃기는구나. 그저 사사도 놈의 부하일 뿐이다. 칠사도의 친위대를 내가 신경 쓸 이유가 있을 것 같으냐?”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클클클, 동료라니. 그런 말이 우리에게 필요하던가?”
나와 싸우지 않고 잠자코 지켜보던 고루시수 망영도 말을 덧붙였다.
“말이 필요 없겠군. 역시 사도들에겐 말이 통하질 않아.”
“네놈들이야말로 너무 고리타분한 것일 뿐이다. 이미 홀로 독보할 수 있을 실력이 있는데 동료라는 돌보아야 할 존재가 필요하다니, 오지랖이 넓을 뿐이다.”
노인이 간단히,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곧바로 대답했다.
“속이 터지겠군. 더 말을 하다가는 화병으로 죽겠다.”
“쓰러뜨리면 될 뿐이지.”
두 사형이 기수식을 취하며 기를 끌어 올리자 노인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네놈들이 싸울 상대는 내가 아니다.”
“싸움을 피하는 건가?”
유혁 사형의 말에 노인이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 오랜만에 재밌는 농담을 들어 보는구나. 싸움을 피한다고? 너희 둘 정도는 내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쓰러뜨릴 수 있다. 조금 명성을 얻었다고 기고만장해졌구나, 후기지수.”
“그것은 해봐야 아는 것이겠지.”
지지 않고 대답하는 장일 사형.
노인이 웃음을 멈추고 싸늘히 말했다.
“관을 봐야 정신을 차릴 놈들이구나.”
쿠우웅∼!
공간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기세.
‘크윽…….’
고루시수 망영과는 다르다.
정말로 실력이 있는 자만이 뽐낼 수 있는 기도.
처음 천수신검을 만났던 때와 비슷한 기세였다.
“이번 것은 애교로 봐주고 넘어가도록 하지. 네놈들이 싸울 놈은 저기 있는 해골이다.”
“화약에 미친 미치광이 노인네 주제에 어디서 헛소리냐?”
노인은 노발대발하는 고루시수 망영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래 보여도 혈천회의 세 번째 호법인 고루시수 망영이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저기 있는 검룡이라는 놈도 고전하고 있지 않느냐?”
“…….”
노인의 말에도 두 사형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싸움에 끼어들까 봐 그러는 모양인가 본데, 난 신경 쓰지 않는다. 저 늙은이가 죽어도 후기지수에게 죽음이나 당하는 멍청한 놈이라고 비웃어 줄 터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같은 혈천회의 호법인 것 같은데 어떻게 그 말을 믿지?”
“클클클, 혈천회의 호법은 회를 수호하는 자다. 누군가에게 졌다면 회를 수호할 자격이 없는 머저리란 뜻이지. 네놈들 정도의 꼬맹이들도 이기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살아난다면 내가 자살할 것이다.”
고루시수 망영의 단호한 말에도 두 사형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고집이 고래심줄 저리 가라 할 정도구나. 뭐, 누구 하나가 죽는다면 움직이겠지.”
고루시수 망영이 말을 끝내자마자 나에게 달려들었다.
콰앙!
“큭!”
비산하는 돌조각들.
몸을 스치고 지나가자 핏방울이 방울져 떨어져 내렸다.
“네놈을 죽인다면 저놈들도 움직이지 않겠느냐?”
살벌한 말과 함께 또다시 움직이는 금환봉.
이번엔 나를 노리고 움직였다.
키링! 화아아∼!
두 금빛 고리가 맞부딪치자 공명음과 함께 금빛 서기가 더욱더 진해졌다.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로 밝아진 금환봉.
다급히 청운검과 자하검으로 자하십육검 십 검과 오 검을 전개했다.
파카카캉!
‘이런!’
뚫린다.
고루신수 망영으로서도 많은 힘을 기울인 듯한 공격.
게다가 금빛 서기에 기조차 분산되어 버리니 공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
오 검과 십 검의 검막을 꿰뚫고 날아오는 금환봉.
‘맞는다.’
맞으면 끝이다.
죽지는 않겠지만 전투불능이 되어 버릴 것이다.
촌각도 안 되는 시간.
금빛으로 가려진 시야 속에서 익숙한 두 검광이 고루시수 망영을 노리고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움직였구나.”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금환봉을 비트는 고루시수 망영.
따당!
뒤로 몸을 빼며 두 사형의 검을 막아 냈다.
“뭐냐?”
놀란 듯한 표정의 두 사형.
금환봉의 공능을 느꼈을 것이다.
[저 봉의 금빛 서기에 닿으면 기가 흩어집니다. 조심하십시오.]
나의 말에 안정을 되찾는 두 사형.
노련함이 엿보이는 자세였다.
[약점은?]
[흩어 놓을 수 있는 기에 한계가 존재합니다.]
[어느 정도지?]
[낙화검법과 조화검의 마지막 초식을 동시에 쓴다면 금빛 서기가 흩어질 겁니다.]
[힘들겠군.]
전력을 다해야 이길 가능성이 조금 생긴다는 나의 말에 대한 장일 사형의 솔직한 말이다.
[그리고 약점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고루시수 망영 본인의 실력은 저보다 조금 뒤처지는 정도입니다. 그것을 파고들 수 있다면 금환봉의 서기를 파훼하는 것보다 조금 더 쉽게 이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데, 저 뒤의 노인이 움직이지 않을지가 문제로군.]
뒤쪽의 또 다른 호법.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은 그렇게 했을지라도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
하나하나 가능성을 계속해서 따져 가며 움직여야 됐다.
“그 정도면 상의가 끝났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직도 더 필요한가?”
“새파란 애송이들에게 죽을 위기에 빠지고도 그런 여유가 나오는지 보겠다.”
“클클클, 자신감은 좋구나. 원래 그 나이 때는 혈기가 넘치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