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48화 (148/175)

# 148

화산천검 6권(23화)

9장 두 호법(3)

스거걱!

공중으로 날아가는 세 독강시의 목.

이것으로 모든 독강시가 쓰러졌다.

그리고 두 기의 흑철인이 쓰러졌고, 세 혈강시가 쓰러졌다.

남은 것은 세 기의 흑철인과 두 기의 혈강시.

이제부터는 조금 여유를 가져도 될 법한 숫자였다.

“돌아와라.”

숨을 고르며 대치하던 중, 고루시수 망영이 금환봉을 휘두르자 명령을 듣고 남은 다섯 강시가 몸을 뺐다.

“후우∼ 후∼”

조금은 거칠어진 숨.

완벽히 운기를 하지 않은 상태로 조금 무리하였나 보다.

다행히 뛰어난 자하심법의 공능으로 빠르게 안정되어 갔다.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혈마강시를 쓰러뜨릴 수가 없었을 텐데 뭔가 숨겨 둔 한 수라도 있는 모양인가 보구나, 클클클. 그래, 자고로 무림인이라면 언제나 자신의 실력의 삼 할은 숨기는 법이지. 제대로 배웠구나.”

“내가 보기엔 자네를 견제하려고 모든 것을 보인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옆에서 노인이 핀잔을 주자 고루시수 망영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누구는 몰라서 그러느냐. 양가야, 네놈이 진정 죽고 싶은가 보구나? 클클클.”

“네놈이야말로 오랜만에 폭약 냄새를 맡고 싶은가 보구나. 이제는 강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시가 되어 보고 싶은 것이냐?”

“이놈이!”

나를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인지.

하지만 저런 모습 속에서도 빈틈이 없었다.

“내가 참도록 하지, 클클클. 네놈과 싸우자면 끝이 없으니.”

“오랜만에 옳은 말을 하는구나.”

“자아, 내 화산파의 무공을 직접 한번 견식해 보고자 하는데 어떠하느냐? 강시와의 싸움으로 적당히 긴장이 되었을 텐데 괜찮지 않느냐? 클클클.”

검을 환집하고 기수식을 취했다.

말은 필요 없었다.

어차피 싸워야 할 적, 나를 얕보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미약하지만 나의 승률이 올라가니 말이다.

“오너라! 내 양보해 주마, 클클클.”

음산한 웃음소리.

상단전의 경고성을 무시하며 앞으로 달려 나가 검을 내쳤다.

자하십육검 일 검.

스걱!

“빠르긴 하구나.”

방심하고 있었던 때였는데도 내 공격을 피해 냈다.

극쾌에 이른 일 검.

피륙의 상처도 내지 못하고 그저 앞섶만을 베는 것에 그쳤다.

“이번엔 내 차례다.”

묵직하게 휘둘러 오는 금환봉.

키링∼!

두 금빛 고리가 부딪치며 기묘한 공명음이 울리고, 금환봉에 금빛 서기가 서렸다.

파카카칵!

자하십육검 이 검.

상대하기 까다로운 환검.

금환봉은 현혹되지 않고 진실만을 꿰뚫었다.

“겨우 이 정도더냐? 가장 까다로운 무공이라고 하던데, 그저 예전의 고리타분함을 간직한 무공일 뿐이로구나.”

“이것을 받아 내고도 그런 말이 나올지 모르겠군.”

자하십육검 삼 검.

느릿느릿 움직이는 자하검.

그것을 본 고루시수 망영이 일그러진 웃음을 보였다.

“클클클, 재밌는 기술이로구나. 이 정도면 합격이야.”

키리링∼!

한 박자 더 길게 울리는 금빛 고리의 공명음.

화아아∼!

서려 있던 금빛 서기가 눈을 아파 오게 할 정도로 더욱더 밝아졌다.

턱!

‘이게 무슨……!’

흩어졌다.

삼 검의 경력이 금환봉과 맞닿는 순간 흩어졌다.

말 그대로 산공독에라도 걸린 것처럼 금환봉의 속으로 파고 들어간 순간 공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검에 기를 모아 두고 침투시켜 터뜨리는 초식이라……. 괜찮은 공격이었다만 나와는 상성이 맞지 않는 초식이로구나.”

놀란 나를 뒤로하고 고루시수 망영이 살짝 뒤로 물러서며 말을 이었다.

“금환봉의 공능은 기의 분산이다. 침투한 기를 모두 흩어 버리는 것이지. 조금 더 응용하자면 맞닿은 공격에 담긴 기조차 흩어 버릴 수가 있지. 클클, 놀랐느냐?”

엄청난 공능의 신병이기.

공격을 막아 낼 수만 있다면 모든 공격을 파훼할 수 있는 엄청난 무기였다.

“강시로 상대를 농락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상대를 절망에 빠뜨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싸움이지. 클클클, 즐겁구나.”

이렇게 된다면 빠르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수밖에는 없다.

아니라면 그저 돌을 던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공격으로 변할 뿐이니.

‘그렇지만 그것도 힘드니…….’

자하십육검 일 검을 피해 낼 정도로 빠른 반응속도.

강시를 쓰는 사법술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적이다.

아마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 전에 내가 지쳐 쓰러질 것이다.

‘방법은 없는 건가?’

어떻게 저런 무기가 삼마병 중 세 번째라는 것인지.

첫 번째라 칭해도 무리가 없을 듯한 무기인데.

‘아니, 분명 있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세 번째로 칭해질 이유가 없었다.

분명히 치명적인 약점이, 파고들 만한 약점이 존재할 것이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리는구나. 그렇게 머리를 굴릴 시간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뻐억!

“윽!”

검과 맞닿지 않게 흘려 버리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흘리는 것을 역이용해 파고 들어와 어깨를 찌르는 금환봉.

찌르르 울리는 통증에 손아귀의 힘이 느슨해질 정도였다.

“그 정도는 통하지 않는다. 전력을 다해 보거라, 클클클.”

절망으로 다가올 정도의 압도적인 차이.

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빨리 생각해 내야 했다.

‘칫.’

입술을 깨물며 불안감을 털어 버리고 기수식을 취했다.

“자, 다시 한 번 와 보거라. 달라질 것은 없지만 말이지.”

10장 호법들과의 혈투(1)

자하십육검 구 검.

쐐애액∼!

강력한 기운을 담은 찌르기.

“통하지 않는다 하였잖느냐?”

챙!

하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맞닿는 순간 기가 공중으로 산화하며 그저 근력의 힘으로만 찌르게 되어 버리는 공격.

금빛 서기가 서린 금환봉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분명히 저 무구의 공능을 파훼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절대로 무적이 아니다.

이 세상에 무적이란 존재치 않는다.

각자 상성이 있고, 약점이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이 무림에 진정한 일인자란 존재치 않는 것이다.

차캉! 카카카칵!

자하십육검 구 검에서 십일 검으로.

금환봉을 계속해서 쳐 내며 공중으로 솟구쳤다.

“간지럽지도 않구나. 어디, 계속해 보거라.”

말 하나하나가 전부 상대의 부동심을 흔들리게 하려는 잔재주일 뿐이다.

이 싸움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화술일 뿐이었다.

자하십육검 육 검.

따다다다당!

맞닿자 기운이 흩어져 버리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주변을 폭발시켜 피해를 입게 하려고 했으나 고루시수 망영의 금환봉이 내 검을 쫓아와 기를 흩어 버렸다.

“절망의 나락 속으로 굴러떨어지거라. 네게는 내 금환봉을 막을 방법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떨어져 내리는 듯한 기분.

하지만 멈춰서는 안 된다.

희망은 분명히 존재한다.

어둠이 있다면 빛이 존재한다.

미약한 빛이라도 찾아낼 수만 있다면 환하게 밝혀 어둠을 물러가게 할 수 있다.

우우우웅∼!

기를 강하게 불어넣자 울음을 터뜨리는 자하검.

마음을 담고 혼을 불태워 몸으로 발현한다.

짧은 순간에 엄청난 기가 자하검으로 파고들었다.

자하십육검 삼 검.

다시 한 번 발현한다.

후발선착의 묘리와 심검의 묘리의 응용.

빠르게 쇄도하는 금환봉보다도 느리게 움직이는 자하검이 먼저 금환봉의 궤도를 막아 냈다.

피슈슛!

‘……!’

보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 두 눈에 보였다.

눈부시게 만들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던 금빛 서기가 삼 검의 경력이 깃든 자하검과 맞닿는 순간 잠시 희미해졌다가 다시 빛났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경력을 흩어 놓는 순간 약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흡수하는 한도에 한계가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발견하지 못한 기현상.

아니, 생겨나지 않았던 현상.

그렇다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았다.

육 검이나 구 검, 십이 검의 경력을 흩어 놓았을 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엄청난 기를 소모하는 자하십육검 삼 검.

다른 검식과의 차이점이라고는 이것밖에 없었다.

‘한계가 있다.’

이렇게 지금 계속해서 검과 맞닿는 순간에도 금환봉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추측을 뒷받침하는 많은 증거들.

‘이것이다!’

이것이 약점이다.

사실 모든 공격의 기를 흩어 놓는다면 그 누가 공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저 금환봉의 약점은 한계 이상의 기는 흩어 놓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기를 소모하게 만드는 자하십육검.

완벽히 운기조식을 취하고 온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자하십육검을 전개하다 보니 숨이 가빠 오고 기의 바다가 말라 가기 시작했다.

‘최소한 삼 검. 십육 검을 발현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데 기가 부족하니…….’

삼 검은 두 번 정도. 십육 검은 한 번의 전개가 끝이다.

최소한 한 번씩이 더 필요하다.

자하검과 청운검으로 삼 검을 한 번씩 발현해야 금환봉의 공능이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그렇지 않다면 십육 검을 발현해야 아슬아슬하게 금환봉의 공능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듯싶었다.

금환봉의 공능을 사라지게 만든 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야 하는데 그 후로 공격을 할 기가 부족하다.

‘운기를 할 시간이 필요해.’

하지만 싸움을 하는 중에 어떻게 운기를 할 것인가?

최소한 일 각은 필요하다.

일각이면 백 번을 죽고도 남는 시간이다.

방수가 있다 해도 저쪽에도 한 명의 호법이 더 있으니 그것도 곤란하다.

‘무진 사부 정도라면…….’

뒤쪽의 호법을 상대하고도 남으실 것이다.

그리고 유혁 사형과 장일 사형이 고루시수 망영을 맡아 준다면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그렇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지.’

유혁 사형과 장일 사형이 올 가능성은 있지만 무진 사부가 올 가능성은 없다.

무림맹 내에서도 비밀리에 진행되는 이 작전.

지금까지도 행방을 알 수가 없는 무진 사부가 이곳으로 올 리가 없었다.

‘나약해지지 말자.’

가능성이 없는 곳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지고 있다는, 나약해지고 있다는 증거.

마음을 다잡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로 생각할 가능성이 없는 생각들이었다.

“클클클, 이제 포기한 것이냐? 검이 무뎌지고 있구나.”

빠악!

“큭!”

역시나 마음이 무뎌져 있었다.

방심하고 있던 것인가?

밀리지 않으려 계속해서 움직이던 내 검의 검로를 피해 금환봉이 내 팔뚝을 찔렀다.

아까 맞았던 어깨의 바로 아랫부분.

그곳을 기점으로 퍼져 나가는 아릿한 통증에 손에서 힘이 빠졌다.

탱그랑!

손아귀에서 떨어져 나가는 자하검.

땅바닥에 맞부딪치며 옆으로 튕겨 나갔다.

“끝이로구나.”

“아직이다!”

팔뚝에서부터 왼쪽으로 꺾어져 나의 심장 부분을 노리고 날아드는 금환봉.

오른발을 뒤로 옮기며 허리를 꺾고, 그 탄력으로 청운검의 검병이 앞으로 나오자 왼손으로 잡아 자하십육검 일 검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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