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45화 (145/175)

# 145

화산천검 6권(20화)

8장 흑풍의 본거지(3)

콰아앙!

부서지고 박살 나 비산하는 돌조각들.

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조사하는 것은 더욱더 힘이 들었다.

‘칫, 시간 낭비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차라리 여인들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믿고 싸움에 가담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는데 더욱더 효과적일 것이다.

“장일 사형!”

크게 고함치자 장일 사형이 검을 강하게 튕겨 적들을 몰아내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자하십육검 십사 검.

파카카캉! 스거거걱! 콰콰쾅!

세상을 뒤덮을 듯 달려드는 경기의 파동이 적들의 사이를 헤집어 댔다.

“크억!”

“우워어∼!”

“크으윽!”

핏물이 계속해서 날아드는 경기에 의해 기화하여 피의 안개를 일으키고, 주인에게서 떨어져 나간 수족들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꿈틀거렸다.

잔인한 광경.

하지만 애도하고 있을 시간도, 이유도 없다.

재빨리 싸움을 끝내야 할 뿐.

야차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계단은 찾은 거냐?”

스거걱!

장일 사형이 빙글 몸을 돌리며 아지랑이같이 휘날리는 기운을 휘감은 검을 휘두르자, 주변에서 달려들던 세 흑풍이 치명상을 입으며 쓰러졌다.

“정보가 거짓인 것 같습니다. 안 보여요.”

“싸우는 수밖에 없겠군. 사정을 봐주지 마라.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살벌한 말과 함께 장일 사형이 연이어 검을 휘둘렀다.

조화를 이루어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 움직이는 검로.

하지만 조화검이 부르는 것은 피밖에는 없었다.

‘후우∼’

십사 검으로 발출해 낸 엄청난 기 때문에 잠시간 심호흡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기를 가다듬고 앞으로 달려갔다.

터엉! 쉬이이익!

진각과 함께 자하십육검 일 검.

검집에 들어갔다 순식간에 뽑혀져 나온 청운검이 피와 어우러져 쪽빛 광영을 내보였다.

“우워어어∼!”

크게 소리치며 달려드는 흑철인들.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사방을 뒤덮으며 나에게 떨어져 내렸다.

저 공격에 정확히 맞는다면 실력에 관계없이 꼼짝없이 죽는다.

저 무게에 괴력.

그 누구라도 한순간에 죽어 버릴 수밖에 없는 힘이었다.

자하십육검 오 검.

청운검이 쪽빛 광영과 함께 낭창낭창 휘며 공중에 검막을 이루었다.

이어서 그 검막에 흑철인들의 주먹과 철추가 부딪쳤다.

콰아앙!

다행히 정면으로 막지 않고 적절히 힘을 흘렸기 때문인지 피해가 거의 없었다.

튕겨 나가는 세 흑철인 중 한 기에게 달려들며 자하십육검 구 검을 날렸다.

퍼서서석!

흑철인의 가슴 부분이 터져 나가자 움직임이 멈추었다.

이어서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

갑작스레 느껴지는 엄청난 살기에 철판교의 수법으로 허리를 뒤로 넘기며 신류퇴 승추를 전개했다.

까아앙!

‘큭!’

발에 느껴지는 반탄력이 대단했다.

다리의 뼈가 부러질 것만 같은 엄청난 강도.

혈조부 무삼의 손가락과 부딪친 것이다.

‘유혁 사형은?’

혈조부 무삼이 내 앞에서 붉은 광망을 흘리며 서 있었다.

그렇다면 유혁 사형이 당했다는 소리인가?

“도망이라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하지만 다행히도 그것은 아니었던 듯, 유혁 사형이 씨근덕거리며 내 옆에 섰다.

“더 이상 흥미가 가질 않아서 말이지요. 역시 신룡이라곤 하지만 스승에 비해서는 성취가 떨어지는군요. 뭐, 파괴력은 강해졌지만 오의를 깨우치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나이에 맞지 않게 으쓱하고 어깨를 올리며 고개를 젓는 혈조부 무삼.

“시끄럽다!”

유혁 사형이 크게 소리치며 낙화검법 일 초, 유엽천락을 전개했다.

“사부에 못 미친다고 하지 않았나?”

싸늘하게 내뱉으며 혈조부 무삼이 갈고리 모양으로 만든 손가락을 휘둘렀다.

파카카캉!

파훼되는 유엽천락.

당황할 만도 하건만, 유혁 사형은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재빨리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수차례 뿌렸다.

피피피핏!

“잔재주만큼은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지.”

피식 냉소하며 혈조부 무삼이 뒤로 물러났다.

타탓! 까앙!

접전.

유혁 사형의 빈틈이 없는, 쉴 틈이 없는 연계기를 혈조부 무삼은 손쉽게 막아 내고 있었다.

둘 사이에 수준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아니, 달라.’

내가 보기에 내공의 수위, 초식의 숙련도 등 둘의 수준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유혁 사형의 초식은 계속해서 혈조부 무삼에게 막히고 있었다.

‘초식을 알고 있다?’

떠올리자 예전의 일이 생각났다.

매화검법의 파훼식을 알던 흑영들.

낙화검법이라고 알아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유혁 사형! 낙화검법의 파훼식을 아는 자입니다!”

크게 소리치자 유혁 사형이 대답했다.

“나도 알고 있다!”

유혁 사형의 대답은 나직하고, 간결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계속해서 같은 초식을 전개하는 것은 불리할 수밖에 없을 텐데?

“파훼식을 안다고 깨어질 낙화검법이 아니다!”

“자존심이 세군. 이런 싸움에선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야.”

혈조부 무삼이 냉정하게 말하며 손을 휘둘렀다.

푸욱! 푸슛!

갈고리 모양의 손가락에 유혁 사형의 옆구리가 한 움큼이나 패였다.

치명적인 상처.

유혁 사형이 입술을 깨물며 승부를 걸었다.

둔중하게 찔러 들어가는 유혁 사형의 검.

하지만 그 중검(重劍) 속에는 환검(幻劍)과 쾌검(快劍), 그리고 패검(覇劍)의 묘리가 같이 존재했다.

사부가 무척이나 위험하다고 했고, 나 또한 그 위력을 실감했던 엄청난 초식.

낙화검법의 마지막 초식, 낙천화가 유혁 사형의 검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혈조부 무삼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옆구리를 공격하자마자 들어온 공격이기에 피할 시간도 없고, 피할 공간도 부족했다.

몸으로 받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몸으로 받아 내면 죽는다.

자타공인의 매우 위력적인 초식.

어디 한 곳이라도 꿰뚫리면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간 경력에 의해서 장기들이 순식간에 파괴될 것이다.

혈조부 무삼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감히!”

공간을 울리는 강렬한 노호성과 함께 혈조부 무삼이 몸을 수차례 회전시켰다.

몸으로 찔러 들어가는 조금의 시간 사이에 발현된 초식.

시간과 공간을 무시하는 상승의 영역이었다.

이어서 그의 몸을 타고 생겨나는 핏빛 삭월의 소용돌이.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핏빛 소용돌이가 유혁 사형을 집어삼켰다.

“크윽!”

콰앙!

“유혁 사형!”

이번 공격은 위험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위력.

아무리 유혁 사형이 공격과 방어가 공존하는 상승의 초식을 전개했다고는 하지만 저 초식을 막아 내기에는 무리일 것만 같았다.

“쿨럭!”

후두둑!

다행히도 유혁 사형은 괜찮아 보였다.

쏟아져 내리는 돌덩이에 처박혀서 상흔과 함께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계속해서 내장 조각 섞인 피를 토해 내고 있기에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아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치명적인 요혈과 사혈의 공격은 모두 피해 내었다.

마지막 순간의 기지.

위기의 순간에 돋보이는 무의 재능이었다.

“혈풍천세(血風天勢)로도 죽이지 못하다니…….”

혈조부 무삼의 표정이 어이가 없다는 듯 변해 갔다.

마지막 초식으로 보이는 공격으로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는 것에 어이가 없어진 것이다.

“어차피 죽이면 되니 신경 쓸 일은 아닌가?”

손가락 사이사이에 묻은 피를 할짝거리며 혈조부 무삼이 고개를 흔들었다.

“죽는 것은 내가 아니라 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유혁 사형이 돌무덤 사이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비틀비틀거리기는 하지만 빈혈로 인한 증세일 뿐, 내상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사람의 몸은 재미있게도 무척이나 죽이기 쉽도록 구조되어 있지요. 특히나 과다출혈로 인한 죽음은 상대에게 정신적인 고통도 주고, 보고 있는 나의 눈도 즐겁게 해 주어서 가끔씩 별미 같은 것으로 행하는 나의 살인 방식이지요. 과연 그렇게 흘러나오는 피로 얼마간 버틸 수 있을까?”

“지혈하면 그만일 뿐.”

타다닥! 타닥! 타다다닥!

유혁 사형의 점혈은 순식간이었다.

점혈 할 혈들이 무척이나 많은데도 무척이나 놀라운 속도였다.

“끝이…… 음?”

투둑! 툭!

지혈은 되지 않았다.

유혁 사형의 점혈이 먹혀 들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몸이 압박을 받아 더욱더 많은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혈조(血爪)에 당한 상처는 지혈이 되지 않지요. 자, 신룡이라 불리는 당신의 죽음은 얼마나 남았을까요?”

내가 막아서야 한다.

유혁 사형의 상처는 재빨리 의원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자칫하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점혈로 지혈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잠시 생각하느라 머리를 굴리던 중, 시야에 무언가가 잡혔다.

어두운 공간, 돌무덤 사이로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다.

‘은색? 뭐지?’

이곳의 돌도 덧칠이 되어 있어 화려하긴 했지만 인위적인 냄새가 났다.

하지만 저 빛깔은 달랐다.

인위적인 것이 아닌, 순수한 은색이었다.

‘뭔가 있다.’

바로 몸을 날렸다.

혈조부 무삼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달려들지 않았다.

아니, 정말로 말 그대로 얼마나 버티는지 보려는 심산인 것 같았다.

달려가는 순간 시야가 바뀌어 돌무덤 사이가 보였다.

‘찾았다!’

계단이었다.

어두운 공간, 은색으로 창연히 빛나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있긴 있었군.’

하지만 이 정도면 거의 운으로 찾으라였다.

이런 난전 속에서 우연하게 찾을 정도라니.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찾으려면 죽어도 찾지 못하였을 것이다.

“장일 사형!”

크게 소리치며 기를 끌어 올렸다.

자하십육검 칠 검.

콰아앙!

검을 타고 흘러나와 유형화된 경기가 자하의 기운을 담아 기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갔다.

“쯧, 어차피 도망칠 순 없을 것이다.”

나의 공격을 도망치기 위한 눈속임으로 본 것 같은 말이었다.

지금으로선 도움이 되는 착각이었다.

[돌무덤 사이에 계단이 있습니다. 재빨리 올라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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