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
화산천검 6권(15화)
6장 다음 작전(3)
“남문기, 그 아이가 북초이와 같이 몰래 그곳으로 갔다고 들었다. 사실이더냐?”
푸르고도 넓은 대해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
저 멀리 있다고 하는, 보지도 못했던 바다가 눈앞에 훤히 그려지는 듯한 기도였다.
‘이 느낌, 남문기와 비슷하다. 해남파의 장문인인 것 같구나.’
남문기와 비슷한 이런 느낌이라고 한다면 해남파 말고는 없다.
해남파 장문인, 남해신검이 분명했다.
“예. 맞습니다.”
긍정하자 남해신검이 미간을 좁혔다.
“쯧, 단체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행동을 하다니. 일을 끝내고 돌아온다면 벌을 내려야겠군.”
해남도의 활동은 바다에서 이루어진다.
해상전.
개인으로서의 실력이 아닌, 단체의 협동심을 극히 중요시하는 바다에서의 싸움이다.
다른 문파 또한 엄격하지만 그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체를 중요시하는 해남파.
남해신검의 저런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론 좋은 일이었지 않소? 게다가 그 이유 또한 불순하지 않은, 칭찬해 주어야 마땅하니 그저 경고만으로 끝내는 것이 좋지 않겠소?”
이번에도 모르는 목소리다.
나머지 하나.
태양을 꿰뚫는다는 창술의 대가.
점창파의 장문인, 관일공일 것이다.
“그건 그렇지만…….”
결과적으론 큰 공을 세웠지만 사문의 규율과는 반대로 행동했다.
처분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자, 일단 그 일은 제쳐 두도록 하지요. 게다가 한 아이에게만 집중을 하니 나머지 아이들이 민망하잖소?”
불타승의 말에 고민하고 있던 남해신검이 고개를 들었고, 나머지 사람들도 천천히 나의 주변을 훑었다.
“일단 모두들 살아서 잘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큰 공을 세운 것에도 무척이나 기쁘다.”
천수신검이 말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지요.”
“뭐, 한 일도 없는데요?”
모두가 고개를 숙일 때 마진천과 우승빈이 차례대로 한 말이다.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모두들 이들의 성격을 아는지 그냥저냥 넘어갔다.
천강복마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 것을 빼고는 말이다.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신룡이라고 불리는 너희들이다. 그리고 커다란 공도 여러 번 세웠지.”
천수신검의 말이 끝나자 이어서 천강복마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만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후기지수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어리다. 나이 대에 비하면 정신적인 성장도 컸을 것이나 연륜을 따라가진 못한다. 지금의 수준에서 자만한다면 더 이상의 진보는 없다. 한시도 자만하지 말고, 한시도 오만해지지 말아라. 그것이 너희에게 해 줄 말의 전부다.”
사실 사문의 어른이 해 줄 수 있는 모범적이고도 평범한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칠사도와 일사도를 쓰러뜨렸다고 들었다.”
장문인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네.”
“이미 예전에 육사도를 쓰러뜨린 적이 있으니 혼자서 칠사도 중 세 사도를 쓰러뜨린 격이로구나. 장로들도 하지 못한 일을 네가 해냈으니 무척이나 장하다고 해야겠구나.”
“일사도는 남문기, 북초이와 같이 싸웠습니다. 혼자서 싸웠더라면 아마 졌을 겁니다.”
“그럴 수도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네가 이긴 것이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물론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지 않소이까?”
무상도의 말에 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청우야, 그곳에 사도가 몇이나 있었더냐?”
“칠사도와 사사도, 일사도가 있었습니다.”
“하나가 더 있지 않느냐?”
“예. 혈천회의 호법인 창마 황신이 있었습니다.”
“그래, 중요한 것은 그것이지. 호법은 문파를 수호하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바깥으로 튀어나왔다는 것은, 문파가 극도로 위험하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이제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이지. 천풍걸개의 말로는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구나.”
“게다가 한 가지 더. 개방의 원래 정보에서는 단 하나의 사도만이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사도는 둘이나 더 있었고, 게다가 호법까지 있었다. 개방의 정보력이 혈천회의 정보력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지.”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정보는 전쟁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것이 적보다 달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의 승산이 떨어지고, 상대의 승산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것 때문에 이 자리에 용두방주가 자리하지 않는 것이다.”
“잠시 한마디 여쭙겠습니다.”
“그래, 물어보아라.”
조용히 있던 유혁 사형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장문인의 윤허가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물었다.
“그것을 저희에게 말하는 저의가 무엇이십니까?”
사실 저런 이야기는 우리에게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수장들, 그리고 높은 지위의 장로들에게나 할 만한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가 큰 공을 세웠지만, 그렇다고 이런 비밀을 들을 만한 지위인 것은 아니다.
“……너희가 해 주어야 할 일이 있다.”
주저하듯 하더니 결국 말하는 장문인.
“무엇입니까?”
“개방 용두방주가 제안한 일이다. 일주일 후, 양동작전을 펼친다.”
“……?”
“개방의 장로 둘과 일결제자 열다섯 명, 그리고 이결제자 서른 명의 희생으로 알아낸, 천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정보다. 흑풍의 본거지를 알아냈다.”
“……!”
“그게 사실입니까?”
“헙!”
놀라움을 토해 내는 신룡들.
나 또한 무척이나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이렇게 물어볼 자리가 아니고, 그런 성격이 아닌데도 너무나 놀랐기에 저도 모르게 나온 반응이었다.
혈천회의 정보를 주관하고 관리하는 흑풍.
흑영이 있다고는 하지만 칠사도가 죽었으니 지금으로선 흑풍에 비견될 바가 아니다.
그런 흑풍의 본거지를 알아냈다니.
“아니. 그것보다도 그 말인즉, 흑풍의 본거지가 혈천회의 본거지와는 다른 곳이라는 말입니까?”
“그래, 우리도 알아내고 나서 무척이나 놀랐다. 위험하게도 혈천회의 본거지에 자리 잡고 있지 않고 따로 자리를 잡고 있다니 말이다. 게다가 자리한 곳 또한 결코 작지 않은 파격이다. 사천의 당가, 그 영향력 아래 자리 잡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것 또한 무척이나 놀랍다.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고 했던가?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아직 우리가 이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저들은 모른다. 개방의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 목숨을 바쳐 알아낸 정보. 결코 개방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양동작전이라 함은…….”
놀라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가던 유혁 사형이 입을 다물었다.
장문인의 노한 듯한 눈빛.
놀랐다고는 하지만 방정을 떨 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는 눈빛이었다.
“죄송합니다.”
잘못을 깨달은 유혁 사형이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알았으니 되었다. 다시는 그러지 말도록 하거라.”
“…….”
허리를 펴고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취한 유혁 사형에게 장문인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래, 네 예상대로 양동작전이라 함은 기습을 속이기 위한 작은 계책이다. 불시에 습격을 하기 위해서, 설사 눈치를 챘다고 하더라도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계책이지.”
이제는 조용한 침묵이 자리한 건물의 안.
장문인이 불같은 눈빛을 토해 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습을 하는 것은 일곱 신룡과 우승빈. 출발하는 날짜는 일주일 후. 사천에는 되도록 빨리 도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그쪽에서 알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저희들만으로 기습합니까?”
“인원은 적을수록 좋지. 그 이상의 인원이 움직인다면 눈치챌 가능성도 있다.”
이 계책.
솔직히 말하자면 무모하다.
아무리 우리가 후기지수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신룡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을 해낼 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다.
정보력이 뛰어나다.
눈치를 챌 가능성이 높아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 수도 없고, 가까이 갈수록 눈치를 챌 가능성이 높아지고,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혈천회 흑풍의 본거지인 만큼 경호 또한 엄청날 것이다.
냉철히 관찰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은 삼 할.
아니, 그 이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모한 계책이기는 하지만 혈천회가 꼬리만을 내놓고 절대 본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이 이상의 공방전은 지루한 소모전일 뿐더러 우리가 불리하다. 무림맹은 거대한 단체다. 그렇기에 모두가 우리를 지지해 주는 것은 아니지. 지금은 위험하기에 숨죽이고 있다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위험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반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단체가 오랜 시간 존재한다면 민초들도 두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물은 고이면 썩는 법이다. 정도를 걷는다고 할지라도, 도를 닦는다고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은 무척이나 이기적이고 복잡한지라 우리 구파의 문도들이라고 할지라도 썩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무모하지만 확실한 계책. 미안하지만 너희들 외에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없고, 너희들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긴 설명이 끝이 났다.
사실 설명을 하지 않고 그냥 하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과 우리의 지위다.
이렇게 말한 것은 우리에 대한 상당한 존중이었다.
“…….”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긴 신룡들.
얼마 지나지 않아 연화가 상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들밖에 할 수 없다면, 저희가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모두들 연화와 같은 생각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작전이다.
그렇지만 결코 그런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림인으로서 칼을 들었고, 누군가와 싸울 결심을 했다면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내가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듯이, 상대가 나의 목숨을 빼앗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죽음의 사신이 바로 옆에서 춤을 추며 목숨을 위협하는, 경계를 걷는 아슬아슬한 존재.
그것이 바로 무림인이다.
“허락한 것으로 알아듣겠다.”
“네.”
“자세한 상황과 내용은 제대로 정리해서 삼 일 후에 알려 주마. 일주일 후의 출발까지 몸을 관리하고 마음을 가다듬거라. 무리해서 수련을 하려 하지 말고 말이다.”
“네.”
“이만 나가거라.”
검선의 말이 끝나자 눈을 뜨고 있는 장문인은 단 한 명도 존재치 않았다.
어린 후기지수에게 이런 일을 맡겨야 하는 사문의 어른으로서의 심경.
절대 편치 않은, 복잡한 감정만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눈을 감는 것은 복잡한 심경의 표현.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취한 후 바깥으로 나왔다.
누군가의 것일지 모를 무거운 한숨과 조용한 정적만이 건물에 맴돌았다.
쿠웅!
문이 닫히는 소리가 벼락이라도 내리친 듯 귓속을 크게 울리며 멍멍하게 만들었다.
“…….”
그저 눈빛만을 교환하고 조용히 걷는 우리들.
억지로 말을 할 상황이 아니다.
조용히 사색에 잠겨 마음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저벅! 저벅!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이곳에 다다랐다.
무림맹에 들어오자마자 무당의 유룡 명도와 비무를 했던 공터.
우승빈이 눈을 빛내며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뺐다.
“뭐하는 거야?”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어져 있는 작은 단도.
태양 아래 찬란히 빛나며 스산한 예기를 뿜어냈다.
피피핑!
빛과 같은 속도로 뻗어 나가는 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