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15화 (115/175)

# 115

화산천검 5권(15화)

6장 발동된 무림맹(2)

‘사부님!’

몸이 아직 완벽히 치료되지 않으셨을 텐데.

이름이 들리길 바랐지만 들리지 않는 것 또한 바랐던 상반된 마음.

사부의 이름이 들리자 기쁨과 그리움, 안타까움 등의 감정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흐음, 인연이 있는 분이신가요?”

“제 사부님이십니다.”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싱긋 웃으며 무소가 자신의 머리를 톡톡 쳤다.

“이제 물어보고 싶던 것은 모두 물어보신 것입니까?”

“예, 이 정도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자 무소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투자일 뿐이니 말이지요.”

“투자라니요?”

“앞으로 큰일을 하실 분 같은데 이렇게 조그마한 은이라도 만들어 둬야 나중에 큰소리 떵떵 치며 다닐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를 위한 투자이니 그렇게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정보를 얻는 것을 주로 하는 자들은 정보를 팔 때도 매우 깐깐하다.

아주 사소한 정보라도 돈으로 거래하거나 물건을 거래해야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이런 사람들의 특징.

그런데 투자라는 명목으로 나에게 그냥 정보를 넘겨준 것이다.

“어차피 다른 호사가들에게 가도 그냥 들을 수 있는 정보이니 투자도 싫으시다면 그냥 길 가던 사람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소문이라고 치십시오.”

무소가 밝게 웃었다.

일어나 포권을 취하였다.

“뭐, 그 정도는 받아들이지요.”

“이곳에 계속 계실 예정이십니까?”

“친구가 부인에게 끌려가고, 어떤 분과 얘기를 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있어서 이곳에 밥을 먹으러 왔었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이제 밥을 먹어야 하겠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기분 좋은 말이군요. 저도 기대하겠습니다.”

서로 인사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사부님이 다 나으셨으니 성의에게 갈 필요는 없으려나?’

아니, 성의는 바쁜 사람이니 아마 나 때와 마찬가지로 치료가 끝나자마자 떠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에 가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화산파? 아니, 내가 가야 할 곳은 무림맹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내가 원하는 대로 무림맹이 발동되었다.

순풍이 무소에게 소문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백문불여일견, 가서 직접 보는 것이 낫다.

간다면 아마 더욱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연이 있는 자들 또한 볼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정했으니 지체할 시간은 없다.

‘간다.’

기를 끌어 올리며 또다시 새로운 경지에 오른 암향표 신법으로 땅을 박찼다.

‘크구나. 그리고 숭고해.’

정도 무림의 총본산 소림이 있는 곳인 숭산.

무림 최대 문파이자 불문의 성지인 만큼 그 느낌이 신묘했다.

화산은 날카로운 검을 연상시키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무당은 조화로움의 태극을 연상시키게 한다고 했다.

숭산은 그 자체만으로 부처를 보는 듯 신비로움과 숭고함을 발하고 있었다.

승려가 불법을 말하는 듯 마음을 경건하게 하는 분위기.

산 정상에 걸려 있는 커다란 구름 한 조각이 더욱더 신비로운 느낌을 발하고 있었다.

멀리서 본 것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직접 안에 들어가 보면 얼마나 대단할까?

그리고 소림사는 또 얼마나 대단할까?

가서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마음을 끌었지만 아직 아니다.

그것은 무림맹에 가서 사정을 듣고 난 후에도 가능한 일.

내가 가야 하는 곳은 무림맹이지 숭산의 소림사가 아니란 얘기다.

‘그렇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를 모르니…….’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정도 무림 최고의 문파인 구파와 일방과 오대세가 중 세 세가, 그리고 엄청난 수의 중소 문파가 속해 있는 무림맹은 근처에 가기만 해도 알 수 있을 만큼 무척이나 거대했다.

평소에는 소림사에 찾아가는 몇몇 무림인들과 많은 수의 민초들을 빼고는 한산했던 거리가 보보마다 무림인인 무림의 거리로 변해 있었다.

하나같이 허리춤에 검이나 도와 같은 병장기를 차고 주변을 훑어보는 무림인들.

보통은 민초들이 두려워해야 마땅한 광경이나 의외로 이곳의 민초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거리의 모습이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아 하고 있었다.

‘소림사 때문인가?’

무림 최고의 문파가 바로 옆에 있으니 이런 것을 두려워할 리가 없을 터.

아마 소림사의 승들이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지지를 받고 있다는 뜻. 과연…….’

그리고 하나 더.

무림맹이 위험한 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정도 무림의 집합체인 무림맹이라 하더라도 민초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일반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관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혈천회를 막으려는 무림맹의 의도에 어긋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니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넓어.’

엄청난 인파.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림맹.

이 상태로 그냥 인파를 따라가다 보면 무림맹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나 안일한 것이었다.

길을 물을 겸 잠시 빠져나와 쉬고 있는, 나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소년에게 물었다.

“뭣 좀 물어볼 것이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니?”

고개를 끄덕이는 소년.

“이 인파를 따라가다 보면 무림맹이 나오는 것이 맞아?”

“으음……. 잘 모르겠는데요? 야, 넌 아냐?”

소년이 옆에 있는 조그마한 아이에게 말했다.

“나오긴 하지만 너무 미련한 방법이지요.”

“미련하다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저 끝없는 인파를 뚫고 간다는 것은 미련하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그 방법을 알려 줄 수 있니?”

“이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꺾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꺾고…….”

조금은 복잡한 아이의 설명을 외우곤 아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아이는 살짝 웃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여기인가?’

아이의 설명을 따라 도착한 이곳.

내 키의 몇 배는 될 법한 커다란 담과 대문.

동그란 원 안에 무(武) 자가 새겨져 있는 대문 앞에 형형한 안광의 두 남자가 서 있었다.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파는 이곳이 바로 무림맹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가 문 앞에 서자 두 남자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무림맹의 후문이오. 정문으로 가서 이름을 적고 조사를 받은 뒤에 안으로 들어가시오.”

규칙에 의거한 축객령.

하지만 다시 저 인파 사이로 끼어들어 이곳까지 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곳의 책임자가 누구요?”

두 남자가 경계심을 품었다.

“대체 누구시기에 책임자를 찾는 것입니까?”

“화산파요.”

두 남자가 움찔했다.

구파.

구파의 문하라고 하면 최하급 제자라고 해도 문지기가 무시할 정도가 아닌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한 남자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옆의 남자 또한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내 옆에 섰다.

확인이 되기 전까지는 감시하겠단 얘기.

‘잘 되어 있군.’

구파의 제자로는 보이지 않는데 이 정도.

역시 무림맹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포를 입고 짧게 수염을 기른 한 중년인과 아까의 문지기가 같이 왔다.

“선풍각(旋風脚) 오칠(吳七)이라고 하오.”

“화산파의 선검수 청우라고 합니다.”

포권을 취하자 오칠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음……. 화산파의 선검수는 소맷자락에 매화무늬가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오.”

“모종의 임무를 받고 조금 고생을 해서 옷이 너덜너덜해져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비매각에 가서 옷을 다시 지급받으면 될 일 아닙니까?”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규칙에 절대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는 오칠이다.

문지기를 맡을 자격이 있었다.

“음…….”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조금 곤혹스럽다.

검선, 장문인께서는 분명히 이곳의 심처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비매각에서 모든 것을 말하고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급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바로 온 것인데 이렇게 규칙을 내세워 막으니…….

“하하, 그렇게 곤혹스러워할 필요 없소. 융통성이 없는 고지식한 사람은 아니니 말이오.”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오칠이 웃었다.

‘후∼’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잠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소.”

고개를 끄덕이고 오칠을 따라 길을 걸었다.

뒤에서 두 문지기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대문을 쿵 소리가 나도록 닫았다.

‘대단해.’

바깥에 모여 있는 수많은 인파.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답이 이곳에 있었다.

엄청난 넓이와 커다란, 많은 고루거각들.

이곳이 바로 고래로 삼대 무림맹지 중 하나였던 숭산 무림맹.

‘그런데 이런 것을 고작 반년 만에 만들 수 있을까?’

의문.

무림맹이 발동한지 약 반년이다.

그사이에 이렇게 커다란 부지에 커다란 고루거각들을 세우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무림에 기인이사가 많아 이런 건물을 만드는 데 능통한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잠시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얘기하시오.”

“무림맹이 발동한 지 약 반년이라고 들었는데 이런 곳을 반년 만에 준비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이오?”

“아아, 그것 말이오?”

이젠 지겹다는 듯이 오칠이 인상을 찌푸렸다.

나와 같은 질문을 했던 사람이 많이 있었나 보다.

“악양은 원래 고루거각들이 많은지라 잘 모르겠지만, 이곳 숭산의 무림맹은 원래 예전부터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소.”

“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해가 되지 않아 반문했다.

“이곳은 예전부터 소림사가 가지고 있던 땅이오. 그리고 이곳이 전통적인 무림맹지가 됨에 따라서, 처음 이곳에 무림맹을 발동한 후에 남아 있는 많은 전각들을 계속해서 보수하고 관리했던 것이오. 가끔씩은 민초들에게 매우 적은 값으로 빌려 주어서 사용하게 하기도 했었소.”

‘아아, 그렇기에 가능했던 것이로군.’

오칠의 설명을 듣자 의문이 풀렸다.

원래부터 관리를 하고 있었으니, 반년 만에 이런 곳을 만든 것이 아니라 무림맹이 발동할 때부터 이곳이 무림맹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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