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12화 (112/175)

# 112

화산천검 5권(12화)

5장 회담(2)

“우가장이라니, 무슨 소리요?”

우가장의 사건은 사실 청우가 겪었던 일일 뿐이다.

하지만 천풍걸개는 청우의 뒤를 은밀히 조사했었고, 마진천에게 청우에 대한 얘기를 들었기에 잘 알 수 있었다.

“화산파의 청우라는 아이가 있소. 그 아이는 혈천회와 이제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소. 그리고 그 아이가 우가장이라는 곳에 갔을 때, 혈천회의 천인공노할 짓을 보고 그들의 음모를 파헤쳤소.”

“그 음모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 주시오.”

관일공의 말에 천풍걸개가 우가장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천풍걸개의 얘기를 듣고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탄식했다.

“아! 고독까지 쓰다니…….”

“하지만 그것보다도 청우라는 그 아이가 무척이나 대단하오. 그런 자들을 쓰러뜨렸으니.”

남해신검의 말에 검선이 미미하게 웃었다.

“우리 화산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아이요. 매화검수의 직위를 내리려 했는데 언제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선검수에 머무르고 있으나 이미 매화검수의 무력을 뛰어넘은 아이이오.”

“허허, 그런 아이가 이 정도 무림에 있다는 것은 이 무림의 홍복이오.”

“자, 일단 그 얘기는 이쯤에서 끝내기로 합시다. 아무튼 그렇게 세 번 모습을 드러낸 것뿐이건만 마지막을 제외하곤 모두 큰 파장을 일으켰었소.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구파일방보다 고수가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소.”

“고수가 많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그 수준이 다릅니다. 천수신검과 검선은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그게 무슨 말이오?”

무상도의 말에 천수신검과 검선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철검파에 적검대라는 무력부대가 있었소. 그 적검대주에게 광검 도오연 장로가 큰 내상을 입었소이다.”

“화산파 도문의 무진 진인과 평검수 유혁, 장일이 습격을 받아 무진 진인은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소. 그리고 평검수 유혁과 장일은 거처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소.”

검선과 천수신검의 말에 모두들 믿기지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무진 진인은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광검 도오연 장로는 종남파의 장로들 중에서도 무척이나 강한 자로 손꼽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혈천회에는 세 호법과 한 명의 회주, 그리고 칠사도가 존재하오. 광검 도오연 장로는 그중 가장 약한 칠사도들과 싸운 것이 아닌, 혈검대라는 곳의 부대주에게 그런 부상을 당한 것이오.”

모두의 얼굴이 이제는 미미하게 굳었다.

고수의 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 느껴진 것이다.

“허! 종남파의, 그것도 그중 손꼽히는 무력을 가졌다고 하는 광검 도오연 장로가 겨우 혈검대라는 곳의 부대주에게 심한 내상을 입었다는 것이오?”

“…….”

천수신검은 말이 없었다.

천풍걸개가 침울해지려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건지 짝! 하고 박수를 치며 시선을 모았다.

“자, 예를 들어 주었으니 이제 잘 이해했으리라 믿소. 이렇듯 그들은 무척이나 강하오. 고수의 숫자에서는 당연히 우리 구파일방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 고수의 질이 차이가 나오.”

“선은들께서는 나오시지 않을 예정이시오?”

“당대의 일은 당대의 사람들끼리 해결해야지요. 이미 일선에서 물러나신 분들에게 부담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불염신니의 말에 관일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꺼냈던 남해신검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직한 불타승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불타승에게 모였다.

“적은 강하지만 악(惡)입니다. 저희는 그 악이 세상을 물들이지 않게 보호하는 자들입니다. 이미 죽어도 여한이 없는 몸들, 그것이 무서워서 이렇게 침울해해서야 되겠습니까?”

불타승의 말에 모두들 깨달은 것이 있는지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불타승의 말이 옳소.”

“그렇소.”

점점 분위기가 밝아지려고 하는 때, 누군가가 회담의 장소로 난입했다.

“누구냐?”

관일공의 말에 회담 장소로 난입해 온 자가 부복하였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매영이오.”

부복한 자가 고개를 들었다.

검선 장추익의 직속부대, 매영이었다.

매영과 검선이 잠시 전음으로 말을 주고받더니 매영이 사라지고, 검선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 그런 것이오?”

“무뢰한들이 온 것 같소. 밖에서 막고는 있지만 힘들다고 하는 것 같소.”

“음∼”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단 말입니까?”

원래 회담의 장소는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방주, 그리고 그들의 심복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소에 난입을 한 자가 있다고 한다.

“이런 짓을 할 놈들은 혈천회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되오. 우리 개방과 비견될 만큼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해 봐야 하오문과 혈천회밖에 없는데 하오문이 우리를 건드릴 이유는 없으니 말이오.”

천풍걸개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었다.

“허허, 바깥에 있는 아이들이 막기가 힘들다고 하니 우리가 나가야 될 것 같소.”

“구파일방의 수좌로서 도망칠 수는 없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 무뢰한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 주어야지요.”

불타승, 불염신니, 그리고 무상도의 말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바깥의 상황은 심각했다.

구파일방의 심복들 중에서 죽은 이들은 별로 없지만 모두들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시주들은 누구이기에 이렇게 말썽을 부리는 것이오?”

“불타승인가? 그렇다면 그 옆의 사람들은 나머지 팔파일방의 장문인과 용두방주겠군.”

“허허.”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복면인이지만 불타승은 그저 자비로운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복면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 웃음, 맘에 들지 않는군.”

“시주, 살심을 거두는 것이 좋을 것이오.”

불염신니가 나서며 말하자 복면인이 크게 숨을 내쉬더니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커다란 덩치의 거인들이 앞으로 나섰다.

모두 열 명이었다.

“순리를 거스른 자들인 것 같소.”

무상도의 말에 천수신검이 말했다.

“강시라는 소리 같은데, 맞소?”

“강시가 맞소. 그것도 예전 혈천이 보여 주었던 흑철인 같소.”

“흑철인이라…… 단단한 몸 때문에 절정고수 외에는 상처를 낼 수 없다고 했던 그 강시들이군요.”

“연문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심장이나 머리를 터뜨려야 죽는다고 들었소.”

“연문을 찾고 싶으면 온몸을 난도질하면 되고, 쉽게 처치하고 싶으면 심장이나 머리를 터뜨리면 된다는 소리로군.”

천강복마가 주먹을 쥐며 앞으로 나섰다.

“먼저 강도를 시험해 보도록 하겠소.”

“쳐라!”

복면인의 손짓에 두 명의 흑철인이 괴성을 지르며 철추를 휘둘렀다.

후우우웅∼

철추가 커다란 파공성을 만들어 내며 천강복마에게 날아갔다.

천강복마는 철추가 바로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다가 마지막에 일보를 옮겼다.

그러자 철추가 천강복마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느리군.”

중얼거리며 천강복마가 앞으로 또다시 일보를 옮겼다.

그러자 천강복마의 신형이 쭈욱 늘어나며 흑철인의 앞으로 이동했다.

“크어어!”

당황했는지 커다란 소리를 지르며 흑철인이 주먹을 휘둘렀다.

“어디 내 주먹과 비교해 보자꾸나.”

커다란 흑철인의 주먹과 그에 대비되어 조그마해 보이는 천강복마의 주먹이 맞부딪쳤다.

콰아앙!

커다란 폭음이 울리고 뒤로 날아간 것은 흑철인이었다.

복면인이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대복마권법…….”

천년 구파, 공동파의 절기인 대복마권법.

마를 굴복시킨다는 뜻에서 알 수 있다시피 사마외도의 무공엔 상극이었다.

흑철인은 사도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강시이다.

천강복마의 대복마권법과는 상극.

이렇게 날아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쯧, 너무 약하게 친 것 같군.”

흑철인이 성한 팔로 몸을 받치고 일어나고 있었다.

천강복마와 부딪쳤던 손은 너덜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공동파 장문인의 대복마권법을 맞고도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에 안심을 했는지 복면인이 주먹을 풀었다.

“크르르∼”

너덜거리는 한쪽 팔과 침을 질질 흘리는 흑철인의 모습은 섬뜩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그 모습에 동요하지 않았다.

“이번엔 조금 더 세게 해 보지.”

천강복마가 주먹을 들고 흑철인에게 다가가려 하는 그때, 옆에서 가만히 있던 한 흑철인이 기습을 했다.

커다란 주먹과 철추가 천강복마의 피할 수 있는 방위를 모두 점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래, 하나가 더 있었구나.”

무심하게 말하며 천강복마가 장을 내밀었다.

신묘한 기운이 천강복마의 손을 감싸고 흑철인의 철추와 주먹을 쳐 냈다.

땅!

흑철인의 신형이 뒤로 날아갈 듯 휘청거리고, 천강복마의 나머지 장이 흑철인의 왼쪽 가슴을 쳤다.

퍼어엉!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났건만 흑철인의 모습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쿵!

하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자 흑철인이 그 커다란 몸을 땅에 뉘였다.

천강복마의 혼원장력(混元掌力)이 내가중수법으로 흑철인의 심장을 파괴한 것이다.

“식후 운동거리도 되지 않을 것 같군. 그래, 더 덤빌 테냐?”

천강복마의 말에 복면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통하지 않는 건가?”

“구파에는 도, 승, 속이 섞여 있다. 그런 사술에 얽매인 순리를 벗어난 괴물을 들이댄다는 것은 빨리 쓰러뜨려 달라는 소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천강복마가 말하곤 손을 들었다.

“도술을 쓸 필요도 없겠군. 전부 쓰러뜨려 주마.”

그렇게 말하곤 천강복마가 장을 내찔렀다.

내찌른 장에 신묘한 기운이 서리더니 한 흑철인에게 날아갔다.

삐이익∼

복면인이 입으로 기묘한 소리를 내자 흑철인이 순식간에 천강복마의 장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흑철인들은 천강복마에게 달려들었다.

“흑철인 낭비하지 말고 비켜라, 흑영.”

흑영의 옆으로 한 중년인이 나타났고, 그 뒤로 피와 같은 짙은 붉은색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혈검대로군.”

천풍걸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알아보다니, 역시 개방이로군. 혈검대의 대주인 도소환(都燒煥)이라고 하오.”

도소환이 인사를 하자 뒤에 있는 혈검대가 전부 검을 꺼내 들었다.

“그쪽은 전부 잘 알고 있으니 인사할 필요 없소. 그냥 싸우면 되는 것이오.”

“아미타불, 꼭 싸워야만 하는 것이오?”

“싸우지 않는다면 적이라 할 수 없소. 그것이 싫다면 그냥 저희에게 그 목을 내어 주시면 되오.”

“아미타불.”

도소환의 말에 불타승이 고개를 젓더니 앞으로 나섰다.

“제가 직접 가르침을 전해야 될 것 같습니다. 두 분 정도만 저를 도와주시지요.”

불타승의 말에 관일공 등표훈과 남해신검 연풍극이 앞으로 나섰다.

“불타승의 절대 살계를 열지 않는 고절한 실력은 익히 들어왔소. 그리고 태양을 꿰뚫는다는 관일공과 남해에 태어난 찬란한 신검 또한 말이오. 모두 한 번씩 견식해 보고 싶긴 하다만 소인 혼자 상대하기엔 무척이나 과분하오. 그러니 적당한, 아니 방심할 수 없는 상대를 이쪽에서도 내보이겠소.”

도소환이 말하자, 땅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듯 두 인영이 도소환의 옆에 나타났다.

“으음…….”

몸에 딱 달라붙는 야행복을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하나, 갈색의 채찍을 든 조금은 말라 보이는 중년인이 하나.

나타난 사람은 이렇게 둘이었다.

그 두 사람을 보고 남해신검이 침음성을 흘렸다.

거대한 기운, 방심할 수 없는 상대라던 도소환의 말이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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