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06화 (106/175)

# 106

화산천검 5권(6화)

2장 천랑대(4)

“우우웃!”

그와 함께 피어오르는 무지막지한 모래먼지는 옆에서 싸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근처 십오 장 정도는 모두 싸움을 멈추었을 만큼 거대한 폭풍.

팍!

땅에 검을 박아 넣으며 몸을 지탱했다.

부르르 몸을 떠는 청운검.

한 자루 더, 중강검을 땅에 박아 넣고서야 청운검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잠시 후, 모래먼지가 잦아들고 정경이 보였다.

백승의 장창은 창대가 부러지고 창날이 거의 박살이라 할 정도로 파괴당했고, 백운의 대도는 도신이 파검술이라도 쓴 양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인.

백승의 몸은 피떡이 되어 있었으며, 백운은 가슴 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겼…… 다.”

매화번복은 강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시전을 할 때 상대가 막아 낸다면 반탄력이 크다.

백승과 백운의 합격.

매화번복을 거의 막아 냈을 만큼 엄청난 위력이었던 것이다.

탕! 탕!

가슴을 주먹으로 쳐 또다시 피를 뱉어 냈다.

응혈.

치료에는 방해가 되는 핏덩이일 뿐이다.

응혈을 뱉어 내자 조금 가슴이 편해졌다.

“하아∼ 하아∼”

그리고 조금씩 내기를 움직이자 몸이 마비된 듯 찌릿찌릿하던 것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은 자하심법.

공능은 바로 이것, 안정과 치료다.

“꿀꺽! 하아∼ 후우∼”

침을 삼키고 조금씩 호흡을 안정시켜 갔다.

호흡은 바로 신(身)과 정(精)에 관련된다.

진정한 검사란 극한의 상황에서도 안정된 호흡을 내뱉을 수 있어야 하는 법.

호흡이 진정되자 마음도 진정되고, 심지어 고통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다시금 싸움은 시작되어 있었다.

채챙! 카가각! 촤아악!

후폭풍, 모래먼지에 의해서 멈추었던 싸움은 내가 백승과 백운에게 이긴 것 때문에 남궁세가의 사기를 오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는 들끓던 것이 가라앉고 도도히 흐르는 내력.

내공을 많이 소모했다고는 하나 아직 싸움을 할 여력은 있다.

카각! 푸화학!

달려드는 적의 도를 청운검으로 막아 내고 중강검으로 복부를 가르자 남자가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이제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싸움.

보통 무사들의 싸움이라고 하면 처음에 피해를 많이 입었기 때문에 남궁세가가 더 수가 적긴 하지만 고수들의 싸움이 끝나기만 한다면 그 정도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남궁수련은?’

장철경과의 싸움.

관건은 그것이다.

3장 싸움의 끝을 향해(1)

“하아앗!”

낭랑한 기합 소리와 함께 창천의 의지를 담은 검을 움직이는 남궁수련.

창궁무애검법이다.

“카앗!”

꾸우웅! 떠엉!

가래가 끓는 듯한 탁한 기합 소리와 묵직하지만 빠른 묵곤의 움직임.

창천의 의지를 담은 푸르른 새가 날개를 잃듯 점점 땅으로 가라앉았다.

“치잇!”

역시나 밀리는 것은 남궁수련이었다.

고전.

분발하고 있어 그렇게 많이 밀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고수의 싸움에서는 그 조금의 밀림이 싸움을 결정한다.

남궁수련의 검은 점점 정해진 투로에서 벗어나고, 장철경의 묵곤의 움직임은 힘을 얻어가며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누군가 돕기도 애매하다.

차라리 처음 싸웠을 때라면 모르되 이미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입어서 싸움에 더욱더 집중하고 있어 막았다가는 둘 모두 커다란 내상을 입을 것이라는 이유가 첫 번째, 미세하게 밀리는 것이기 때문에 끼어들 때를 찾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며, 일대일의 상황에서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검사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이유가 세 번째다.

‘치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만 방법이 없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이유는 간단히 무시할 수 있다.

나에겐 상단전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번째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책임감 있고 고집 센 남궁수련의 성격으로 보아, 그리고 그 뛰어난 실력 때문에 염력을 썼다가는 단번에 들통 날 위험이 있었다.

상대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실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다당!

장철경과 남궁수련의 싸움을 지켜보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사이 기병(奇兵)이 날아왔다.

연검.

퍼엉!

그리고 강한 철사를 꼬아 만든 채찍.

천랑대의 대부분은 도와 검, 그리고 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기병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관계없다.’

힘이 줄었다고는 하나 문제는 없다.

덤빈다면 쓰러뜨릴 뿐.

낭창낭창 휘면서 예측 못 할 변화를 일으키는 연검.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예리한 공격을 하는 채찍.

“핫!”

기합을 내뱉으며 매화요요를 전개했다.

앞에서 강렬한 예기와 함께 날아오는 연검과도 같이 낭창낭창 휘는 청운검.

전방을 보호하는 매화꽃의 막.

태탱! 촤르르륵!

연검은 완벽히 막아 냈다만 역시나 채찍이 문제였다.

채찍은 그 길이도 길이거니와 조그마한 손동작의 변화에도 채찍 전체가 변화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다루기 힘들다.

하지만 다루게 되기만 한다면 그 기기묘묘함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조종만 잘 한다면 검에 닿기 직전에 채찍을 구부려 검신에 묶어 검을 낚아채 버릴 수도 있고, 검을 피하고 검의 주인을 직접 때릴 수도 있다.

이 이외에도 채찍의 주인의 실력에 따라 무척이나 기기묘묘한 수법이 나올 수 있다.

적은 무척이나 채찍에 조예가 깊었던 것인지.

매화요요, 매화의 막을 꿰뚫고 검신에 채찍을 묶어 버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채찍과의 전투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론은 많이 들었지만 실전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팽팽하게 당겨진 채찍.

“칫.”

혀를 차며 내공을 손에 집중하며 검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채찍의 주인이 끌려올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채찍은 그저 조금 더 당겨졌을 뿐이다.

어디 나와 같은 상상을 했었던 사람이 없겠는가?

채찍과 같은 장병기를 다루니 나와 같은 자들과 많이 만났을 터.

밀고 당기기에서는 저들을 따라올 자가 거의 없는 것이다.

피슛!

그 틈을 타서 연검을 들고 있던 남자가 내 허벅지를 찌르고 갔다.

하지만 중강검으로 재빨리 궤도를 틀었기에 살짝 스치고 갔을 뿐이다.

‘청운검을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그랬다가는 청운검을 회수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정도 보검, 잡았다면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모험을 할 수밖에.’

채찍을 들고 있는 자는 나의 한 손을 막은 것만으로 역량이 다 한 것인지 그 이상의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옆에 있던 다른 적들이 내 위기를 알고 달려오려 하는 것이다.

다행히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막아 주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다.

나만이라도 죽이려 하는 것인지 막무가내로 달려오는 놈들이 있기 때문이다.

‘간다!’

다리에서 힘을 빼며 채찍에 몸을 실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힘을 뺄 줄은 몰랐다는 듯 순간 반응을 하지 못한 채찍의 남자.

그 정도면 충분하다.

눈 깜빡할 순간 정도의 틈이지만, 그 정도면 연검의 남자를 쓰러뜨리기에 충분했다.

매화정개.

직선적인 강력한 일검이 잔잔히 피어나는 매화의 향기를 품고 연검을 든 남자의 가슴을 찔러 들어갔다.

위기를 느꼈는지 다급하게 검을 움직이는 남자.

하지만 그것이 한계다.

매화정개는 순간 당황하여 다급하게 검을 움직이는 수준 정도의 무인으로서는 막아 낼 수 없는 것이다.

푸화학!

퍼져 나가는 붉은 핏방울.

검을 뽑아내고 중강검으로 채찍을 내리쳤다.

까아앙!

보통 철사는 아닌 듯 중강검을 튕겨 낸다.

하지만 반응은 있었다.

몇 가닥의 철사가 끊어진 것이다.

계속해서 내려치면 완벽히 끊어질 것이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인지 채찍의 남자가 청운검에서 채찍을 풀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나도 채찍의 남자에게 매화작보를 극성으로 펼치며 다가갔다.

그때, 상단전을 울리는 기묘한 느낌.

‘위험하다!’

고개를 다급히 숙이자 뒷머리에 조그맣지만 강력한 살기를 담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암기.

그것이 최후의 수였던 듯 채찍의 남자는 다른 무인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놓쳤다.’

남궁세가 무인들의 벽이 뚫린 듯 나에게 동귀어진의 기세로 달려드는 무인들.

텅!

진각을 밟아 전사를 담은 검을 횡으로 그었다.

따다당!

튕겨 나가는 세 자루의 도.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며 검을 중단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달려들던 적들이 주춤하였고, 그 틈으로 피할 시간과 공격할 시간을 벌었다.

터어엉!

크게 땅을 밟으며 몸을 띄우고 매화천락.

퍼퍼퍼퍼퍽!

모여 있는 적들에게 쏟아지는 매화꽃의 향연.

막아 내기에는 깃들어 있는 경력이 무척이나 막강했다.

순식간에 열 명에 가까운 적들을 쓰러뜨리고 이번엔 남궁세가의 세 고수와 다섯 기의 흑철인이 싸우는 것을 보았다.

“쿠어어어어!”

크게 고함을 지르며 철추를 휘두르는 한 흑철인.

“어리석구나!”

퍼엉!

폭뢰권.

이자경의 폭뢰권이 철추를 때리자 철추의 한쪽이 우그러지며 옆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쇠사슬에서 떨어진 철추들이 두 개나 있었다.

이걸로 세 개째.

처음에 철추가 떨어졌던 두 명의 흑철인들은 천풍검법을 쓰는 남궁강과 창궁무애검법을 쓰는 남궁대한에 의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육사도 혁련월이 금강불괴에 가까운 가짜 금강불괴라 칭했을 만큼 단단한 흑철인들의 피부.

내가 상대해 보았기에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흑철인들의 몸에 엄청난 숫자의 상처를 입히다니.

강시이기에 목을 자르거나 심장과 같은 오장육부를 파괴하지 않는 이상 죽지는 않기에 아직 죽지 않은 것뿐이지,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면 분명히 죽었을 것이다.

‘역시나 남궁세가의 장로로군.’

보통 문파의 장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력이다.

“크아아!”

퍼어엉!

결국은 남궁대한의 창궁무애검법에 심장을 꿰뚫리고 마는 흑철인이다.

한 기가 쓰러지며 남궁대한과 남궁강, 그리고 흑철인 두 기의 일대일 상황이 되자 흑철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빈틈을 꿰뚫고 틈을 파고들어 다시 한 번 흑철인 한 기의 심장을 꿰뚫는 남궁대한과 목을 반 정도 베어 버린 남궁강.

순식간에 흑철인 세 기가 끝장나 버렸다.

나머지 두 기는 이자경이 철추를 노리고 계속해서 폭뢰권을 발하는 중이었다.

이제는 천랑대가 끝장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고수의 수에서도 밀리고, 말단 무사들의 실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미 사분지 일, 약 이백오십 명 정도가 남은 천랑대.

남궁세가도 엄청나게 피해를 입었다만 이걸로 끝이다.

흑철인 세 기의 죽음이 장철경에게도 피해를 줬는지.

묵직하게 휘둘러지는 강력한 경력의 묵곤이 처음으로 남궁수련의 검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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