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05화 (105/175)

# 105

화산천검 5권(5화)

2장 천랑대(3)

“하아앗!”

하지만 적들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고수들에게 다가가면 죽음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달려들어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어떻게든 남궁세가에 더욱더 피해를 주려 하고 있었다.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 목숨이라도 보존하는 것이 나으련만 부나방처럼 달려들며 야금야금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카가각!

청운검과 적 무인의 검이 부딪치며 커다란 불똥이 튀겼다.

따앙! 퍽!

옆으로 검을 세게 밀쳐 중심을 흐트러지게 하고 앞으로 다가서며 장천수를 전개했다.

피를 공중으로 흩뿌리며 날아가는 남자.

이미 상황은 거의 끝나 있었다.

천 명이나 되는 거대한 적들은 이미 반 수 이상이 죽어 나가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정문이 모두 피로 물들어 빨갛게 변할 만큼 말이다.

한순간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인 것에 회의감이 들 무렵, 적들이 갑작스레 몸을 뒤로 빼며 정렬했다.

소강상태.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물론이고 적들도 모두 온몸이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적들이 갑작스레 옆으로 움직여 길을 만들자 세 남자가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났다.

“대단해, 역시 남궁세가야.”

칭찬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가운데에 있는 남자가 짝짝 박수를 치며 즐겁다는 듯 웃었다.

‘장철경!’

“잘 보니 빌어먹을 계집과 꼬맹이도 있군.”

장철경의 옆에 서 있는 두 남자는 백승과 백운.

여자는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가 않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무뢰배 주제에 건방지구나.”

남궁대한의 말에 장철경의 눈썹이 꿈틀했다.

“창궁검 남궁대한인가? 성격이 무척이나 개 같다고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이구나.”

장철경의 비꼼에 남궁대한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잘 알고 있구나. 그럼 내가 지금 당장 네놈들을 모두 도륙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겠지?”

“네놈 정도가? 아서라, 무리다.”

“하, 그건 해 봐야 아는 것이겠지.”

외원에 도착한 세 고수, 폭뢰권협과 천풍검, 그리고 창궁검이 앞으로 나서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두 명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겠지만 세 명부터는 무리 같군. 괜히 사서 고생을 할 필요는 없겠지.”

딱!

장철경이 검지와 엄지를 부딪치며 소리를 내자 뒤쪽에서부터 커다란 덩치의 무언가가 날아왔다.

쿠웅!

모래먼지 휘날리며 날아온 다섯 거한.

흑철인이었다.

“그놈들은 무엇이냐?”

“네놈들을 상대할 놈들이지 무엇이겠나?”

“어리석은, 겨우 강시 따위로…….”

“그건 해 봐야 아는 것이겠지.”

장철경이 비릿하게 웃으며 묵곤을 앞으로 내밀며 크게 소리쳤다.

“가자, 천랑대여! 남궁세가의 어리석은 놈들에게 회의 힘을 보여 주어라!”

우와아아아!

가라앉았던 사기가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헛소리를 하는구나! 가자, 남궁세가의 힘을 보여 주어라!”

와아아아!

격돌한다.

기세와 기세는 용호상박, 막상막하를 이루고 그 기세를 뚫고 세 고수와 다섯 흑철인이 부딪쳤다.

콰콰콰쾅!

흑철인들의 철구가 땅을 부수고 공기를 가르며 날아들고, 천풍검이 질풍과도 같은 일격을, 폭뢰권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고, 창궁무애검법이 창궁의 의지를 갖고 날아들었다.

차차차창! 스걱! 콰악! 빠각!

또다시 부딪치는 남궁세가와 천랑대.

“고래 놈, 너는 내가 상대한다.”

싸움을 흥미 넘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장철경에게 남궁수련이 말하며 대치했다.

“계집, 저번과 같은 실수는 없을 것이다.”

장철경이 비릿하게 웃으며 묵곤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붕붕 휘둘렀다.

“카아앗!”

탁한 기합성을 내뱉으며 장철경이 순식간에 삼 장 거리를 압축하며 묵곤을 내려쳤다.

콰아앙!

남궁수련의 검과 장철경의 묵곤이 부딪치며 강렬한 기파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네놈, 저번의 치욕을 갚아 주마.”

‘내 상대는 백승과 백운인가?’

한 팔을 잃었던 백운과 그걸 지켜보아만 했던 백승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나의 앞에 대치했다.

저번과는 다르게 백운은 도를, 백승은 장창을 들고 있었다.

“저번엔 검으로 상대해서 졌던 것이다, 각오해라.”

하나 남은 팔로 커다란 대도를 들고 나의 미간을 겨누는 백운.

“네놈을 오체분시해 주마.”

왼쪽 발을 앞으로 일보 내디디며 무릎을 굽히고 발뒤꿈치를 들며 장창을 왼손으로 앞을, 오른손으로 뒤를 잡으며 기수식을 취하는 백승.

저번에 검을 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기세가 느껴졌다.

찌릿찌릿 온몸을 저리게 하는 느낌.

강자와의 대결은 두려움에 앞서 쾌감을 느끼게 해 준다.

‘후우∼’

감정을 다스리려 심호흡을 하며 매화검로의 기수식을 취했다.

시작은 백운.

대도에 깃든 무지막지한 패력이 내 전면을 모두 점하며 내려쳐 왔다.

“하앗!”

중(重)의 기운을 끊으려 크게 기합성을 내지르며 매화정개를 전개했다.

대도의 날과 청운검의 검첨이 맞닿았다.

카카카캉! 땅!

커다란 불똥이 튀기고, 살짝 손목을 뒤틀자 대도의 날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백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팔뚝에 핏줄이 보이도록 힘을 주며 다시 도를 휘둘러 왔다.

따다당!

짧게 세 번 단타.

경력을 해소하려 뒤로 물러나자, 기세를 탄 백운의 도가 세 개로 분열하듯 움직이며 내 양 어깨와 정수리를 노리고 내려쳐 왔다.

카카카카카카캉!

매화표천을 전개하자 하늘로 솟아오르는 매화가 세 도신과 부딪쳤다.

매화표천에 이은 매화표표.

초식이 변화하는 그 실낱같은 틈 사이로 한 자루 장창이 달려들었다.

“뭣?!”

피슛!

백승의 장창.

매화표천의 초식이 매화표표로 변화하는 그 틈이라고 해 봐야 거의 보이지가 않는, 아니 완벽히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틈으로 창을 찔러 넣었다.

엄청난 안법(眼法)과 그 안법을 따라 주는 무력이었다.

‘협공…….’

백운의 대도가 틈을 만들면 백승의 장창이 틈을 꿰뚫는다.

이들을 압도하는 막강한 무력이 있지 않는 이상 파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연계.

“치잇…….”

다친 것은 옆구리.

타다닥!

빠르게 점혈하자 출혈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하, 각오하라 했을 텐데?”

공격이 통한 것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백운이 도발했다.

하지만 이 정도 도발은 도발의 축에 끼지도 않는다.

무시하며 다시 검을 겨누자 백운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지고, 그의 도가 나를 노리고 왔다.

캉! 카가각! 따아앙!

찬찬히, 조금씩 백운의 도를 막아 갔다.

내 실력은 백운과 백승보다 위다.

수비로만 일관하니 백운의 도를 쉽게 막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백승의 장창은 나의 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익! 미꾸라지 같은 놈!”

분노가 차오르는지 소리치며 백운이 더욱더 크게 도를 휘둘렀다.

공격을 하려면 지금이 적시다.

하지만 그러자면 백운을 일격에 쓰러뜨리지 않는다면 상처만 늘 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방어만 하자니 성에 차지 않았다.

‘받아친다!’

백운의 허리가 조금 더 틀어지며 팔이 더욱더 뒤로 움직일 때.

‘지금이다!’

수결을 취하던 왼손을 오른쪽 허리춤으로 옮기며 중강검을 뽑아 들었다.

빛살과도 같은 일섬(一閃).

하지만 노린 것은 나만이 아니었는지.

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는 양 백승의 장창이 독사와도 같이 꿈틀거리며 나의 심장을 노려 왔다.

‘치잇!’

피할 새가 없다.

느낌이 말해 주고 있다.

몸을 틀어 심장만이라도 피하려 해도 소용없다.

백승의 장창에 깃들어 있는 경력이 몸 안에서 퍼져 나가 심장을 파괴할 것이다.

백운을 쓰러뜨리는 것도 좋지만 목숨이 먼저다.

몸을 틀며 매화초개의 투로를 살짝 비틀었다.

따아앙!

그러자 백승의 장창과 나의 중강검이 맞부딪치고 그러면서 중강검이 백승의 팔뚝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고, 백승의 장창은 나의 겨드랑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위험은 이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크게 몸을 젖히면서까지 힘을 모으던 백운의 대도가 남아 있는 것이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청운검.

순식간에 기를 끌어모으며 백운의 대도를 내쳤다.

피슛!

‘큭!’

막아 냈다만 깃들어 있던 막강한 경력에 볼의 피륙이 갈라졌다.

하지만 머리가 터지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기에 무시하며 앞으로 일보 나아가 발을 다섯 번 내찼다.

빠바바바박!

하지만 백승의 장창이 나의 발차기를 막아 냈다.

일진일퇴의 공방.

뒤로 물러나자 백승과 백운도 뒤로 물러났다.

“만만치 않군…….”

내가 곤란함을 느끼는 것처럼 저들도 나를 쓰러뜨리기 힘들다는 것에 곤란함을 느끼고 있는지.

근처에서는 계속 병장기 소리와 고함 소리, 그리고 기합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흑철인과 싸우는 남궁세가의 세 고수는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상승의 영역에 들어갔으며, 남궁수련과 장철경은 경천동지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어느 쪽이 우세라 한다면 일반 무인들의 실력이 조금 더 뛰어난 남궁세가라고나 할까?

“시간을 끌어선 안 되겠군. 마지막 한 방으로 끝낸다.”

백운의 말에 백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자세를 잡는 두 남자.

이전까지와는 또 다른 커다란 기세를 내보인다.

한 마리 호랑이와 이리.

두 금수(禽獸)가 나를 노리고 살기를 드러냈다.

“타아아!”

커다란 기합성과 함께 백승과 백운이 달려들었다.

베어 오는 도에는 산중지왕(山中之王) 범의 앞발이 내려쳐 오는 것만 같은 호쾌한 힘이 깃들어 있었고, 찔러 오는 창에는 이리의 송곳니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날카롭게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하나하나 만만히 볼 수 없는 경력을 품고 있으며, 또한 서로가 서로의 틈을 막아 주는 합격이었다.

‘한 번에 파훼하지 못하면 죽는다.’

도만 막으면 창에 찔려 죽을 것이고, 창만 막으면 도에 베여 죽을 것이다.

‘승부를 건다.’

우우우웅!

단전에서 순식간에 솟아나와 검에 깃드는 무지막지한 내력.

청운검이 고통스럽다는 듯 날카로운 검명을 내뱉었다.

“하아아앗!”

매화검로 삼초, 매화번복.

콰드드드득!

찔러 내자 커다란 자색 매화가 땅을 뒤집으며 달려들었다.

호랑이의 앞발과 이리의 송곳니, 그리고 화산의 기운을 품은 매화.

부딪치며 커다란 굉음을 울렸다.

콰콰콰쾅!

“쿨럭!”

부딪침과 동시에 나에게 커다란 반탄력이 왔다.

역시나 만만치 않은 적이었다.

기혈이 역류하며 각혈을 하였다.

부글부글 끓는 내력은 각 혈도를 돌아다니며 고통을 주고 있었고, 부딪침과 동시에 터져 나온 폭풍은 몸을 날려 버릴 듯 나의 몸을 강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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