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04화 (104/175)

# 104

화산천검 5권(4화)

2장 천랑대(2)

채앵!

하지만 정신을 차린 내가 노리던 그 지휘자 때문에 검격은 중간에 끊겼다.

목숨을 끊지 못한 것 같지만 일단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이 정도에 만족하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백부장님을…….”

백부장.

천 명을 백씩 나누면 열이 된다.

선봉을 자처하는 강력한 무위의 열 명의 남자.

모두가 백부장.

그렇다면 그 옆에서 그들을 보좌하고 지휘를 하는 자들은 그들의 부장인 것인지.

하나의 군대라고 칭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앞의 남자가 입술을 깨물며 손을 들어 올려 누군가와 수신호를 주고받았다.

‘지휘하도록 내버려 둘 순 없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더 이상은 상황을 나쁘도록 만들 뿐일 진저, 기다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달려 나가며 매화초개를 전개했다.

따아앙!

나의 검과 부장 남자의 도가 부딪치자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져다.

카가각!

계속해서 힘을 주고 밀어붙이자 부장 남자의 도에서 불꽃이 튀기며 점점 균열이 일어났다.

쩌저적! 파캉!

부장 남자의 눈이 크게 뜨여지고, 치명타를 날리려는 때.

사악!

“칫!”

어느새 다가왔는지 백부장 중 하나가 다가와 검을 휘둘렀다.

간신히 피해 내긴 했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깊게 베였을 것이다.

적은 셋.

내가 도를 부러뜨린 부장 하나와 나머지 부장 하나, 그리고 지금 달려온 백부장 하나.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일반 무인들을 앞세우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것을 아는지 나머지는 계속해서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속전속결!’

빨리빨리 끝내야 피해가 줄어든다.

극성으로 펼쳐 낸 매화작보로 경쾌하게 움직이며 멀쩡한 부장의 앞으로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후우웅!

검에서 나는 커다란 파공음 소리에 전력을 다하려는 것인지 부장의 검이 커다란 파공음을 퍼뜨리며 나의 검과 부딪쳤다.

캉!

하지만 이 공격은 허초.

그저 소리만 크게 했을 뿐, 힘은 거의 실리지 않은 것이다.

청운검은 엄청난 보검이라 할 수 있다.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 휘둘렀으니 부러지거나 균열이 일어날 만도 하건만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부장 남자의 검과 부딪친 반탄력으로 몸을 빙글 돌리며 뒤에서 다가오는 백부장의 검을 막았다.

째앵!

유리잔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옆에 있던 나머지 부장이 부러진 도를 버리고 새로운 도를 꺼냈는지 아무런 이상이 없는 도로 나의 옆구리를 베어 들어왔다.

파라라락!

피해 낼 방위는 없다.

그렇다고 맞부딪치지도 않는다.

수결을 취하던 왼손을 장으로 바꾸며 공력을 집중하고 부장의 도를 막았다.

피슛!

공력을 집중했다고는 하나 이자도 만만치 않은지 손에 상처가 났다.

하지만 내 의도대로 상황은 전개되었다.

도면을 타고 흐르듯이 남자의 손목을 붙잡고 혈을 잡아 비틀었다.

금나수(禁拏手).

“큭!”

탱그랑!

손에서 힘이 빠진 것인지 부장 남자의 손에서 도가 떨어졌다.

허리를 숙이자 머리 뒤로 살기를 담은 바람이 지나갔다.

팡!

다리에 힘을 집중해 포위망에서 빠져나왔다.

앞에서 노려보는 세 명의 남자.

‘진을 펼치진 않는군.’

간단한 삼재진이라도 펼친다면 상황이 어려워지겠지만 다행히도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뭐, 어려워질 뿐 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손을 축 늘어뜨린 부장과 옆에 있는 두 남자가 서로 말을 주고받더니 이내 백부장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뭐하자는 거지?’

뒤에 있는 부장 둘은 백부장의 검과 내 검이 부딪치기 직전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카앙!

하지만 이내 백부장의 검과 나의 검이 부딪치자 순식간에 천 명이나 되는 인해 속에 몸을 숨겼다.

‘칫!’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달려드는 지독한 백부장에 의해 저들을 쫓아가기는 무리였다.

그렇다면 이자라도 처치해야 된다.

카각!

검을 비틀며 경력을 흘려내고 앞으로 일보 나아가며 장으로 턱을 올려쳤다.

승(昇).

제대로 들어간 일 장에 남자의 몸이 흔들렸다.

턱을 제대로 맞으면 균형 감각이 비틀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진다.

깊은 내공이 있으니 쓰러지진 않겠지만 똑같은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니 균형 감각 정도는 비틀린다.

검을 내치지만 보법이 흔들렸기에 힘이 제대로 실려 있지 않았다.

사르륵!

하지만 그래도 역시 실력은 뛰어난 것인지 매화작보로 피했건만 머리카락 몇 가닥이 공중을 날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뻐엉!

신류퇴 전추로 명치를 내치자 백부장 남자의 눈이 풀리며 몸을 땅바닥에 뉘였다.

명치를 제대로 맞은데다 경력이 기혈을 뒤틀어 놓았으니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살기는 힘들 것이다.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고 다른 부장들과 백부장들의 위치를 찾았다.

내가 처음에 쓰러뜨렸던 백부장은 이미 옆에 있던 남궁세가의 무인들에 의해 죽은 지 오래였으니 백부장 중 남은 것은 여덟.

그리고 부장은 단 한 명도 쓰러뜨리지 않았으니 아직도 스무 명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니, 아니다. 더 줄어들 수도 있겠다.’

남궁세가의 저력은 약하지 않았다.

어느새 고수들이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은 기습이라는 것에 기세가 눌려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었는지.

어느샌가 남궁세가의 무인들과 적도들은 백중지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

한쪽 인해의 벽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천랑대 대주와 막상막하로 싸웠던 남궁수련.

그녀가 실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흔들리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줄어들어 팔백 명 가까이 되었지만 한 사람이 줄 수 있는 타격은 커 봤자 백 명 내외.

나머지는 조금의 미동밖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나 지휘 체계의 혼란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들의 앞에서 압도적인 무위를 보여 줘 사기를 꺾을 필요가 있었다.

따앙! 스거걱!

옆에서 다가오는 한 무인의 검을 장천수로 튕겨 내고 매화초개로 베어 내며 앞으로 내달렸다.

목표는 내가 손의 혈을 잡아 한쪽 팔을 못 쓰게 만든 그 부장.

나를 보았는지 부장이 굳은 표정으로 소리쳐 나머지 인물들로 보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마진천에 의해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했다.

아직 육사도 혁련월과의 싸움에서 얻은 내상을 완벽히 치료하진 못했지만 그것은 육신의 상처일 뿐.

정과 신만은 어느 때보다도 세가 강하여 체력이 만전일 때보다도 강력한 경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촤아악!

다가서며 매화종지를 펼치자, 앞에 서 있던 열 명의 남자들이 다급하게 검과 낭아봉, 도와 창을 휘둘렀다.

카가가각!

세 자루 검은 균열이 일고, 두 자루 도는 깨져 버렸고, 네 자루 창은 창대가 부러졌고, 나머지 하나의 낭아봉은 뒤로 튕겨 나갔다.

압도적인 무력.

촤촤촤악!

이어지는 매화난영으로 한꺼번에 베어 버리자 뒤에 서 있는 부장이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신호를 보내자 옆에 있던 무인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늦다.

타타탁!

경쾌한 움직임으로 부장의 앞에 다가서며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스거걱!

도로 막았다만 검로에 조그만 변화를 가하자 검이 도면을 타고 흐르듯이 움직이며 남자의 가슴을 베어 버렸다.

부장의 몸이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순식간에 끝난 승부.

달려들었던 무인들은 나의 검을 막기는커녕 방해조차 해 보지 못했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커다란 내공이 실린 목소리는 음공과도 같은 효과를 내서 정신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창궁검 남궁대한.

남궁세가의 내로라하는 고수 중 손에 꼽을 만한 고수가 출현한 것이다.

촤아아악!

휘두르는 검에 창궁의 의지를 담고, 이어지는 연환세는 끝이 없다.

도도히 흐르는 내력에 초식의 오의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

남궁대한이 창궁무애검법의 초식을 전개한 것이다.

창궁검 남궁대한의 출현은 남궁세가의 무인들에겐 행운이요, 적들에겐 불행이었다.

“크아악!”

커다랗게 울리는 비명소리.

뭉클뭉클 솟아오르는 커다란 기파가 적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오셨다! 힘을 내라!”

와아아아!

역전되는 상황.

이제는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적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남은 여덟 명의 백부장과 열아홉 명의 부장이 있다.

세 명의 백부장이 적들을 도륙하고 있는 남궁대한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그것도 헛수고다.

남궁대한의 무력은 겨우 세 명의 합공으로 막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창궁의 의지를 담은 검이 일순간 여러 번 휘둘러지자, 달려들던 한 백부장의 검이 쪼개졌다.

고수, 나와 남궁대한과 남궁수련.

겨우 세 명.

그것만으로도 남궁세가 무인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적들의 숫자가 순식간에 줄어들고 있었다.

‘가자!’

호쾌한 남궁대한의 검격에 나 또한 호기가 차올랐다.

주춤하고 있는 적들에게 내달리며 검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네 이놈들!”

뒤에서 또 하나, 들리는 커다란 목소리.

이번엔 다른 고수가 출현한 것인가.

뒤돌아보자 남궁대한보다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한 중년인이 크게 소리치며 적들의 사이로 난입하고 있었다.

푸화학!

순식간에 터져 나가듯 날아가는 십여 명의 무인들.

“감히 대 남궁세가에 싸움을 걸다니, 나 폭뢰권협(爆雷拳俠) 이자경(李子倞)이 가만두지 않겠다!”

폭뢰권협 이자경.

남궁세가의 가신으로서 폭뢰권을 사용하는 강력한 절정고수다.

그리고 그 옆으로 어느새 나타났는지 한 중년인이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질풍이 휘몰아치듯 휘둘러지는 가운데 잔잔한 정의 묘리를 담는 검법.

천풍검(天風劍) 남궁강(南宮慷).

남궁세가의 천풍검법을 극성으로 펼쳐 낼 수 있는 남궁세가의 절정고수다.

겨우 세 명.

나타난 것은 겨우 남궁세가의 세 고수일 뿐이건만 어느샌가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조직적으로 대항하며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것이 남궁세가…….’

오대세가 중 첫째, 속가천하제일의 세가라는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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