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
화산천검 4권(18화)
7장 육사도 혁련월(3)
땅!
‘……?’
혁련월은 손으로 나의 검을 막아섰다.
마치 광석을 내리치는 듯한 강도와 반탄력.
우가장에서 싸웠던 괴인의 피부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흑철인(黑鐵人)과 싸워 봤을 텐데? 그들은 내가 익히고 있는 무공을 토대로 만들어진 놈들이다. 하지만 가짜가 진짜보다 나을 수는 없는 법이지. 그놈들이 가짜 금강불괴지체(金剛不壞之體)라면, 나는 진짜 금강불괴지체다. 네 검은 통하지 않을 거다.”
혁련월이 내 궁금함을 해소해 주었다.
‘금강불괴지체…… 라고?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외문기공을 배우는 자들에겐 꿈의 경지라는 그 경지?’
“헛소리.”
흑철인이 우가장에서 싸워 보았던 그 괴인들이라면 내 공격은 통할 것이다.
가짜와 진짜가 아무리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내 매화검로는 그들의 몸을 무 베듯 그렇게 순식간에 베었다.
그렇다면 혁련월에게도 통할 것이다.
까앙!
혁련월의 손을 튕겨 내고 매화종지를 전개했다.
까가가강!
조금이지만 검에 깃드는 가장 강하다는 뇌(雷)의 기운.
불꽃이 튐과 더불어 혁련월이 뒤로 밀려났다.
“호오∼”
혁련월의 몸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회색이었다.
그 피부에 나의 매화종지가 만들어 낸 붉은 흉터가 생겨났다.
“금강불괴지체를 베지는 못했지만 상처를 낼 정도라니, 그 무공은 대체 무엇이냐?”
“화산파의 매화검로다.”
“화산파의 매화검로라……. 기초공이라고 들었었는데 잘못되었던 것 같군. 위력이 대단해. 이거 재밌게 놀아 볼 수 있겠는걸?”
혁련월이 정말로 기쁘다는 양 그렇게 웃었다.
웃음소리는 혁련월이 나에게 처음으로 말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방에서 들려오며 건물에 메아리쳤다.
“이번엔 내가 가도록 하지, 애송이. 긴장하도록.”
말하며 혁련월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권을 찔러 왔다.
“읏!”
퍼어엉!
황급히 피해 냈는데 뒤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살짝 뒤돌아보자 엄청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벽이 폭발이라도 한 듯 그렇게 벽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었다.
“한 방이라도 맞는다면 뼈가 부러지는 것은 기본일 거다. 아직 제대로 하지도 않았으니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
혁련월이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수도를 내리쳐 왔다.
까아앙!
검을 위로 휘둘러 맞받아쳤는데, 마치 강철을 내리친 양 엄청난 반탄력과 함께 손아귀가 아파 왔다.
“호오∼ 보통 검이라면 부러졌을 텐데 흠집조차 나지 않는군. 좋은 검이야.”
혁련월이 청운검의 강도에 감탄하며 연속해서 수도를 휘둘러 왔다.
깡! 깡! 까아앙! 태앵!
연속해서 휘몰아치는 수도와 권격.
공격은 무리, 방어도 힘들었다.
‘이게 회의 칠사도의 힘인가?’
엄청난 실력이었다.
이것이 칠사도라니, 그렇다면 호법의 힘은 얼마나 강한 것일까?
‘아니,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사기가 저하될 뿐이다.
지금은 승부에 정신을 집중해야 될 시간이다.
수도와 권을 한 번이라도 못 막거나 피해 내지 못하면 재기불능이 될 것이 뻔했다.
‘어떻게 해야 될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어차피 답은 나와 있다.
매화검로.
공격이 통하는 것은 매화검로뿐이다.
매화종지가 통했으니 나머지 공격도 모두 통할 것이다.
‘맞받아친다!’
강하게 내공을 불어넣어 혁련월의 수도를 튕겨 내고, 왼손으로 매화초개를 전개했다.
카가가각!
매화종지를 전개한 곳과 똑같은 곳에 매화초개를 전개했다.
그러자 불꽃이 튀면서 혁련월이 얼굴을 굳혔다.
매화종지와 매화초개를 받은 가슴은 다른 곳과는 대비되게 무척이나 붉었다.
“이놈이……!”
계속해서 같은 곳을 공격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은 듯, 혁련월이 분노에 찬 듯한 소리와 함께 방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빠른 속도로 장을 내밀었다.
분명 나의 손보다도 작은 장이건만 마치 거인의 손바닥이라도 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압도되지 않고 매화요요를 전개해 막았다.
땅!
혁련월의 손이 뒤로 튕겨 나가고 몸을 빙글 돌리며 매화정개를 전개했다.
고요한 가운데 피어나는 한 송이 매화.
직선적인 일 검이 또다시 혁련월의 가슴을 노리고 들어갔다.
푸욱!
‘성공이다!’
금강불괴지체라고는 해도 어차피 사람의 몸.
넓게 퍼지는 매화종지와 매화초개도 통했으니, 점에 공력을 집중한 매화정개는 더욱더 강한 위력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맞은 것이다.
하지만 괜히 금강불괴지체라고 한 것은 아닌 듯, 검은 한 치밖에 박히지 않았다.
“감히!”
검을 뽑아내며 뒤로 물러났다.
혁련월은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난 것에 무척이나 분노했다.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은 채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매화검로 십 초 매화조수.
본래의 초식은 숲을 이루듯 피어나는 매화로 압박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방어를 하는 초식으로 사용했다.
분열하듯 늘어나는 혁련월의 권과 수도를 모두 막아 냈지만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턱!
‘이런!’
그런데 그렇게 계속해서 물러나다 보니 어느샌가 등이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혁련월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양 일 장을 내밀더니 몸을 빙글 돌리며 발차기를 날렸다.
다급히 나려타곤의 수법으로 몸을 굴려 피해 냈다.
“나려타곤? 흥, 정도의 지주라는 구파의 제자가 그렇게 피하다니 급했나 보구나.”
혁련월이 비꼬듯 말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더 이상은 이렇게 피할 일이 없을 것이오.”
“그럼, 당연한 말을. 죽은 시체가 그렇게 구를 일은 없을 것 아니더냐?”
말하며 혁련월이 다시 달려들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혁련월에게 달려들었다.
카아아앙!
혁련월의 수도와 나의 청운검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이런 식으론 끝이 없다.’
더 이상 매화검로를 전개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양 혁련월은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 같으면 신류퇴나 장천수를 전개해 틈을 만들고 매화초개를 전개하겠지만, 금강불괴지체라는 혁련월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검으로 부딪쳐도 이 정도 반탄력인데 육으로 된 신이 부딪치면 아마 뼈가 부러질 것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깎아야 되는 건가?’
어느 정도 손해가 없으면 수세에서 공세로 바꿀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그러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해.’
아무런 상처가 없는데도 이 정도다.
그렇다면 만일 상처가 생긴다면 분명히 내가 더 불리해질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궁수들이 날리던 커다란 화살이 눈에 띄었다.
‘잠깐, 부러진 화살?’
다른 화살들과는 달리 내가 밟고 뛰어올랐던 화살은 땅에 박히지 않고 그렇게 땅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그 근처에 다다라 있었다.
‘통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 낸 방법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뒤로 크게 물러났다.
“어딜 도망가는 것이냐!”
혁련월은 약이 오른 듯이 그렇게 나에게 달려들었다.
공격받을 것은 생각지도 않는 무방비한 돌진.
‘지금이다!’
눈 깜빡일 사이면 다다를 거리에 있을 때, 발로 아래에 있는 부러진 화살을 쳐 냈다.
쐐애액∼
“통하지 않는…… 치잇!”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려 했지만 내 공격은 피하지 않는다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화살들보다 두 배는 단단한 강도의 화살촉이 혁련월의 눈을 노리고 날아갔던 것이다.
그렇기에 혁련월은 속도를 늦추며 고개를 숙여 내 공격을 피해 냈다.
외문기공으로 몸을 아무리 단련해도 눈과 입속만은 단련하지 못한다.
그것을 노리고 화살을 발로 찼던 것이다.
결과는 성공.
잠시의 시간밖에 벌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면 매화검로의 초식을 전개할 수 있다.
“하앗!”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며 혁련월을 공격했다.
8장 남궁세가(1)
매화검로 십일 초 매화표천.
휘르르르∼
바람에 휘말려 솟구치는 매화 꽃잎.
막으려 혁련월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큭!”
깊게 베지는 못했지만 단단한 광석을 내리치면 어떻게든 흠집이 나듯, 그렇게 혁련월의 피부에 상처가 났다.
“이놈이 계속해서!”
매화검로 십이 초 매화표표.
강렬한 살기를 품은 매화가 질풍과도 같이 날아갔다.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
상체만을 쓰던 혁련월이 하체를 쓰기 시작했다.
보통 팔과 다리의 힘의 비는 삼 대 칠.
팔의 힘이 삼이라면, 다리의 힘이 칠이라는 소리다.
두 배보다 조금 더 강력한 힘.
퍼어엉∼!
나의 허벅지를 노린 발차기를 피해 내자 혁련월의 발에 부딪친 땅이 폭발했다.
‘칫!’
잔해를 피하려 몸을 공중으로 솟구치며 매화천락을 전개했다.
화아아아∼!
떨어지는 수많은 매화 꽃잎을 혁련월이 노려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따앙!
‘……!’
매화천락의 중심을 꿰뚫으며 검 면을 밀치는 혁련월의 손.
순식간에 매화천락의 초식이 파훼되며 몸이 땅으로 처박혔다.
“크윽!”
재빨리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다리를 내리쳤다.
“멍청한 놈!”
빠각!
“으윽!”
혁련월의 팔과 부딪친 다리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다급히 손을 굽혔다 펴서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혁련월과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다행히 부러지진 않았군.’
하지만 그래도 타격이 크다.
부러지진 않았으니 움직이는 데 무리는 없지만, 발을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금강불괴지체에 그런 하찮은 육체로 덤비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더냐?”
혁련월이 나의 상처를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혁련월의 주위를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시간을 끌겠다는 건가? 뭐, 상관없다. 그렇게 무리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지, 왜 그렇게 움직이느냐?”
혁련월의 말에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싸움 중에 적에게 이런 배려를 받는 것이야말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몸이 저절로 뛰쳐나가 혁련월에게 검을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