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92화 (92/175)

# 92

화산천검 4권(17화)

7장 육사도 혁련월(2)

시선은 두 남자의 것이었다.

남색 무복을 입은 두 남자는 내가 쳐다보자 자연스럽게 시선을 회피했지만 한쪽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것으로 보아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적의는 없기에 일단 시선을 거두고 음식을 들고 나오는 점소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따뜻한 죽과 포자.

이 소박한 음식이면 배를 채울 수 있기에 음식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음식을 다 먹고 계산을 한 뒤 바깥으로 나왔다.

‘아직도 많군.’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약 일식경 정도가 걸린 것이기에 원래 북적거리던 거리가 한산해질 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재빨리 지붕 쪽으로 몸을 띄웠다.

그리고 지붕을 뛰어넘으며 앞으로 계속해서 향했다.

하지만 뒤에서 계속해서 따라붙는 누군가가 있기에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적은 아닌지라 공격하기도 그렇고, 하지만 계속해서 따라붙으면 무척이나 곤란한데.’

결국 그냥 부딪쳐 보기로 하고 몸을 빙글 돌리며 한 전각의 지붕 위에 섰다.

그러자 세 명의 남녀도 나를 쳐다보며 가던 길을 멈췄다.

“어째서 계속해서 따라붙는 것이오?”

말하자 그들 중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저 궁금해서 따라와 보았을 뿐이니 신경 쓰지 마시길 비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정말 대단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일 것이오.”

비꼬자 남자가 싱긋 웃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따라오시오.”

남자가 말하며 나에게 암기를 던졌다.

땅!

손으로 수도를 만들어 유엽비도를 떨구어 버리고 도망가는 그들에게 달려갔다.

방금 순간적으로 드러난 그들의 살기.

그동안은 정말로 장난이었다는 양 나에게 엄청난 살기를 뿜어냈던 것이다.

‘적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강한 적.

과연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려 하는 것인지,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가 보자.’

텅!

발에 크게 기운을 불어넣어 튕기자 전각 지붕의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다.

‘빠르다.’

세 남녀의 경공은 무척이나 뛰어났다.

나를 놀리려는 듯 속도를 줄였다 올렸다 하는데 조금 약이 오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상황 판단에 방해만 될 뿐인 감정이기에 조금씩 누그러뜨리며 그들을 계속해서 따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한 골목길.

그곳이 목적지였다는 양 들어가는 세 남녀.

‘이곳은?’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그런 골목이었다.

마치 우가장의 장주를 또다시 만나는 듯한 그런 느낌.

온몸에 돋는 오한과 소름에 마치 냉수에 얼굴을 담근 듯 정신이 차가워졌다.

‘뭐지, 이 기분 나쁜 느낌은?’

일직선으로 되어 있는 좁은 골목.

그 골목의 끝에 있는,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어두운 커다란 건물.

느낌의 근원지는 그곳이었다.

그곳에서부터 점점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저곳으로 간 건가?’

가지 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런 곳이지만 갈 수밖에 없다.

목적지는 창렴표국이나 그곳보다는 이곳이 더욱 위험할 것만 같은 느낌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터벅! 터벅!

발걸음 소리를 죽이지 않고 검병에 손을 얹어 놓은 채로 그렇게 건물로 걸어갔다.

나무로 된 커다란 대문.

문에는 커다란 악귀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끼이익∼

문을 열자 마치 귀곡성이라도 되는 양 기분 나쁜 소리가 문에서 났다.

쿵!

문에서 손을 떼자 곧바로 닫히는 대문.

창문으로는 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고, 횃불조차 없어 눈앞이 깜깜했다.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해 방 안에서 맴도는 바람 소리뿐.

‘암습하기에 좋은 환경이군.’

아무리 내공이 깊어져도 전문적인 살수에게는 당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것도 이렇게 어둡고 바람 소리만이 크게 들리는 밀실인 바에야.

‘잠깐, 그렇다면?’

기묘한 느낌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푸푸푹!

그러자 내가 서 있었던 자리에 꽂히는 많은 세침들.

‘위험하다!’

내공을 끌어 올려 안구에 집중하자 어두웠던 공간이 점점 밝아져 갔다.

그러자 방 안의 윤곽이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은 이층으로 되어 있었다.

원래는 식당이었다는 양 식탁들이 쫘르륵 놓여 있고, 구석에는 이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리고 이 층은 일 층이 보이도록 벽에 사람 세 명 정도가 같이 걸을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나무판자가 붙어져 있고, 그 아래로 대들보가 그 판자들을 받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판자 위에는, 여러 인영들이 꺾어져 있는 무언가를 들고 있거나 품속에 손을 넣고 있었다.

‘궁수와 살수들인가?’

시작은 살수들의 암기 공격이었다.

파팍! 푸푸푹! 피핑!

내가 그들을 보았다는 것을 알았는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점하고 쏟아지는 암기 세례.

‘치잇!’

할 수 없이 방어 초식인 매화요요를 전개해 막아 냈다.

그러자 이번엔 궁수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쐐애애액∼

일반 화살들과는 달라 보였다.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보통의 화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콰아앙!

바닥에 박히자 폭발하듯 바닥을 부숴 가는 화살들.

쓱 훑어보자 보통의 화살보다 두 배는 두꺼운 화살들이었다.

‘저건 막기 힘들겠다.’

저런 것을 막다가는 아마 손아귀가 찢어질 것이다.

방법은 그저 저들의 암기와 화살이 떨어질 때까지 피하는 것뿐.

틈을 주지 않고 쏟아지는 암기와 화살의 비에 황급히 암향표 신법을 전개했다.

“끝이 없잖아.”

불평하듯 내뱉었다.

저들은 암기와 화살의 수에 제한이 없는 듯 계속해서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점점 피할 공간도 좁아지는데, 저들이 던지는 암기와 화살의 수량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어떻게 해야 될까?’

피하며 생각해 보았다.

결국 답은 나와 있다.

조금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이 층으로 뛰어올라 저들을 공격하는 수밖에.

날아오는 커다란 화살.

마주 보며 몸을 띄우고 화살의 몸통 부분을 밟았다.

파직!

다시 몸을 띄우자 화살의 몸통 부분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살수들과 궁수들의 지척까지 왔다.

옆에 있던 한 살수가 황급히 나에게 세침을 던져왔다.

작은 세침을 검기(劍技)로 튕겨 내고 바로 앞에 있는 궁수의 몸을 베었다.

촤아악!

화살통에 있는 화살을 꺼냈지만 시위에 걸지 못하고 쓰러지는 한 궁수.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내던졌다.

강력한 내공이 들어 있어 검은 살수의 몸을 뚫고 두 명이나 더 되는 살수의 심장을 꿰뚫고서야 멈추었다.

파앙!

쓰러지는 살수들을 뛰어넘어 한 궁수의 앞으로 달려가 장천수를 전개했다.

빠각! 뻐억!

뼈가 부러지며 뒤로 날아가 다른 자들의 몸에 부딪치는 궁수.

쐐애액∼!

옆에서 들려오는 파공성에 재빨리 철판교의 수법으로 몸을 눕히자 그 위로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그다음부터는 조심하며 다른 자들을 상대했다.

“하아∼ 하아∼”

그렇게 모두 쓰러뜨리자 무척이나 피곤해져 왔다.

어두운 공간에서 암기와 화살을 피해 가며 적들을 상대한지라, 밝은 곳에서 여러 명을 상대한 것보다 두 배는 피곤해진 것이다.

짝! 짝!

그런데 갑자기 커다란 박수 소리가 건물에서 들려왔다.

“누구냐!”

재빨리 검을 뽑아 들며 외쳤다.

나의 목소리가 건물 안에서 메아리쳤다.

“역시나 들은 대로 대단한 무위로군. 어린놈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음산한 목소리.

사방에서 메아리치며 나에게 들려온지라 어디서 목소리를 낸 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숨어 있지 말고 나오시오!”

크게 소리치자 건물 안이 갑자기 확 밝아졌다.

벽에 붙어 있던 횃불들에 갑자기 불이 붙은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닫혀 있던 모든 창문이 열렸다.

갑작스레 밝아진 건물 안에 언제부터 서 있었던 건지 한 노인이 서 있었다.

“클클클, 놀랬느냐? 그저 하찮은 재주일 뿐이니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다.”

음산하게 웃으며 노인이 말했다.

“그대는 누구요?”

몸에서 풍겨 나오는 어두운 기운에 움츠러드는 자신을 느끼며 그렇게 물었다.

“나 말이냐? 나는 철혈신(鐵血身) 혁련월(赫連月)이라고 한다.”

“철혈신?”

들어 본 적이 없는 별호였다.

저 정도 기운이라면 마인이든 정도의 무인이든 그 명성이 구주에 진동하고도 남았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상했다.

“들어 본 적이 없을 수도 있겠지. 회에서 얻은 별호이니 말이야. 클클클.”

“회? 혈천회 말이냐!”

“호오, 역시나 알고 있었군. 그래, 내가 바로 혈천회의 칠사도 중 육사도(六使徒) 철혈신 혁련월이다.”

“칠……사도?”

“그래, 칠사도. 모르는 건가? 혈천회의 세 호법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한 일곱 무인을 칠사도라고 부른다. 이제 알겠느냐?”

친절하게 가르쳐 주려는 양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가 너무나 음산해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하나 묻겠소. 창마 황신은 호법이오, 아니면 칠사도요?”

“창마? 그 애송이는 호법이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호법이라는 것이 맘에 안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황신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혁련월은 그렇게 말했다.

‘혈천회 녀석들 사이에도 서로 싫어하는 자들이 있는가 보군.’

마인들과 사도의 무인들을 통합해 놓은 것이니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잘만 이용한다면 도움이 될 수도.’

나는 하지 못하겠지만 개방과 같은 정보 단체에 이런 정보를 알려 주면 잘 알아서 이간질을 하거나, 어떻게 처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어디 있소?”

“그건 왜 묻는 것이냐? 설마 가서 싸우려고? 아서라. 그 정도 실력으로는 그 애송이의 발끝밖에도 미치지 못해.”

“왜 충고하는 것이오? 우리는 적일 텐데.”

혈천회의 인물인 것을 안 이상, 어떻게 되었든 우리들은 적이다.

충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애송이가 맘에 들지 않거든. 네놈은 잘만 성장하면 그 녀석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혁련월이 음산하게 웃었다.

“알려 주지 않을 것이면 대화는 끝이오. 덤비시오.”

말하자 혁련월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이런. 회복할 시간을 주겠다는데도 거부하는군. 조금이라도 이 세상에서 살고 싶으면 대화를 이어 가는 것이 좋을 텐데?”

“…….”

사실 대화를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의도는 알고 있었다.

운기를 하는데도 혁련월이 무시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배려는 거부한다.

적이고, 그것이 원수와 연관이 있는 자인 이상, 그런 배려를 받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거부하는군. 그렇게도 싸움에 목말라 있었다면 무림의 선배가 무시해 줄 수는 없지. 그래, 덤벼 봐라.”

혁련월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것을 기점으로 이 층에서 일 층으로 몸을 날리며 검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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